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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의 탈을 쓴 구걸왕

황금 인생 21 2025. 2. 2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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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의 탈을 쓴 구걸왕

태그

#코미디, #사극, #신분제도, #양반, #거지, #이중생활, #계략, #반전, #자수성가, #로맨스, #성장, #시대풍자

디스크립션

조선 후기, 낮에는 최고의 학식을 갖춘 명문가 양반으로, 밤에는 전국의 거지패를 통솔하는 구걸왕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이선호'. 그는 양반 신분으로 상류사회의 비밀정보를 얻고, 거지왕으로서 이를 활용해 부를 쌓아간다. 그러나 똑똑한 관찰력을 지닌 새 관찰사의 딸 '윤다희'가 그의 정체에 의심을 품게 되면서 완벽했던 이중생활에 균열이 생기는데...

후킹멘트

"낮에는 고상한 양반, 밤에는 거지들의 왕. 과연 어느 쪽이 진짜 나인가?" 신분의 벽이 높았던 조선 시대, 양반의 탈을 쓴 거지 이선호의 완벽한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비단 갓끈으로 양반들의 비위를 맞추다가도, 밤이 되면 거지패를 이끌며 조선 최고의 정보망을 움직이는 그. 하지만 그가 꿈꾸는 진짜 목표는 무엇이며, 그의 숨겨진 과거는 무엇일까?

1: 낮에는 우아한 양반으로 시 모임에 참석하는 이선호가 밤이 되자 거지왕으로 변신하여 거지패 회의를 주재하는 장면

한양의 북촌, 대나무 숲이 우거진 명문가의 사랑채에서는 풍류를 아는 양반들의 시 모임이 한창이었다. 봄바람이 서책 위로 살랑이는 가운데, 품위 있는 자태의 이선호는 소매에 감춰둔 부채를 펼치며 자리에 앉았다.

"이 자리에 모인 여러 문인들께서 먼저 시상을 읊어주시면, 이 불민한 제가 감히 화답하고자 합니다."

그의 단정한 목소리와 세련된 매너는 이 자리에 모인 누구보다 고귀한 혈통의 소유자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이선호는 단아한 동작으로 먹을 갈며 다른 양반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자네 들었는가? 남부 시전에 새로운 무역선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그뿐인가? 이번에 관찰사 교체 소식도 들렸지. 윤 대감이 부임한다고..."

이선호는 무심한 듯 보이면서도 모든 대화를 머릿속에 정확히 담아두었다. 그의 눈은 평범해 보였지만, 그 안에는 예사롭지 않은 날카로움이 숨어 있었다.

"선호 자네, 최근에 짓던 시는 어찌 되었는가? 그 빼어난 솜씨를 다시 한번 뵙고 싶구만."

팔순의 노학자가 물었다. 이선호는 겸손하게 미소 지으며 준비해 둔 시를 읊었다.

"봄바람에 꽃잎 지고, 가을비에 낙엽 지네.
높은 곳에 올라보니, 인생길이 짧아라.
부귀영화 꿈같으니, 저 하늘의 달을 보며
가난한 자 부러워하고, 병든 이를 돌아보세."

시를 들은 양반들은 탄성을 내뱉었다. "과연 이 자네의 시는 세상을 꿰뚫는 통찰이 있구만. 저 하늘의 달을 보며 가난한 자를 생각한다니, 그 넓은 마음씨가 감탄스럽네."

이선호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내심 비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완벽하게 감정을 숨겼다.

시간이 흘러 해가 서산으로 기울었다. 이선호는 정중히 인사를 올리고 시 모임을 빠져나왔다.

"몸이 좋지 않아 먼저 물러가니 양해해 주십시오."

그는 소매에 숨겨둔 종이 한 장에 오늘 들은 정보를 빠르게 기록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한양의 어둠이 내려앉은 한밤중, 청계천 근처 누구도 범접하지 않는 폐가. 이선호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비단 도포는 낡은 갈색 옷으로, 윤기 나는 갓은 허름한 패랭이로 바뀌었다. 그의 우아한 걸음걸이는 다부진 몸놀림으로 변했다.

"거지왕님 오신다!"

무리 중 하나가 외치자, 수십 명의 거지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들 사이를 지나 이선호가 중앙의 높은 자리에 앉았다.

"오늘의 수확은 어떠한가?"

"북촌에서 쌀 두 섬, 남대문 근처에서 돈 삼십 냥을 모았습니다, 왕님."

"좋다. 그중 쌀 한 섬은 다리 밑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돈은 반은 비축하고 반은 나눠 가져라." 이선호의 목소리에는 양반들 앞에서는 결코 보이지 않던 단호함이 묻어났다.

그는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이제 중요한 정보다. 남부 시전에 새 무역선이 곧 들어온다. 그리고 새 관찰사가 윤 대감으로 정해졌다."

거지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모두 귀를 기울여라. 남부 시전에 새 물건이 들어오면 값이 내려갈 것이다. 지금 가진 물건은 빨리 처분하고, 새 물건이 나오면 그때 사들이도록. 각 구역장들은 이 정보를 잘 활용하라."

이선호의 날카로운 눈빛이 모닥불에 반사되어 번뜩였다. 그의 입가에는 양반들 앞에서는 결코 보이지 않던 날카로운 미소가 맺혔다.

"그리고 새 관찰사 윤 대감... 그에 관한 정보를 최대한 모아오도록. 특히 그의 가족에 관해서."

거지 무리 중 한 명이 조심스레 물었다. "왕님, 이번에도 두 얼굴로 사시렵니까?"

이선호는 거친 웃음을 터뜨렸다. "이것이 우리의 힘이다. 낮에는 양반의 탈을 쓰고, 밤에는 거지의 왕으로. 양쪽 세계를 모두 지배하는 것. 그것이 내 삶이다."

그의 얼굴에는 진정한 자유가 있었다. 거지들과 함께할 때만 느낄 수 있는 자신의 본모습이었다.

2: 새로 부임한 관찰사의 영리한 딸 윤다희가 이선호의 행동에 의심을 품고 그를 미행하기 시작하는 장면

봄이 무르익은 한양의 관찰사 관저. 새로 부임한 윤관찰사의 저택은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마당에는 관아의 관리들과 지역 양반들이 모여 새 관찰사에게 인사를 올리고 있었다.

윤다희는 사랑채 툇마루 뒤에 숨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열아홉 살의 나이에도 그녀의 눈빛은 또래 규수들과 달리 날카롭고 지적이었다. 아버지를 따라 전국 각지를 다니며 견문을 넓혀온 덕분이었다.

"늘 같은 모습이군. 새 관찰사에게 아부하기 바쁜 양반들."

그때 마당으로 들어서는 한 젊은 양반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른 이들과 달리 화려하지 않은 검소한 차림이었지만, 그의 걸음걸이와 자태는 오히려 더 우아하게 느껴졌다.

"이선호 참 반갑소. 한양의 명문가 자제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을 줄은 몰랐소."

윤관찰사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이선호는 공손히 절을 올리며 인사했다.

"관찰사님의 부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미천한 제가 감히 찾아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다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선호를 관찰했다. 그의 말투와 행동은 완벽했지만, 무언가 자연스럽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오랫동안 연습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 같았다.

연회가 무르익자 이선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관찰사님, 실례지만 집안에 볼일이 있어 먼저 물러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빨리 가시오? 아쉽군."

이선호가 떠나자마자 다희는 살그머니 저택을 빠져나와 그의 뒤를 따랐다. 한양의 번화가를 지나 이선호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북촌의 양반가가 아닌, 청계천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상하네. 저런 고귀한 양반이 왜 저런 곳으로..."

다희는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조심스럽게 뒤를 쫓았다.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배운 은밀한 미행 기술을 발휘했다.

이선호는 인적이 드문 골목에 들어서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주변을 살피는 듯하자 다희는 급히 담벼락 뒤로 몸을 숨겼다. 이선호는 다시 걷기 시작했고, 어두운 골목을 지나 낡은 창고에 들어갔다.

다희는 창고 외벽에 난 작은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이선호는 빠른 동작으로 양반의 옷을 벗고 있었다. 값비싼 비단 도포 아래에는 투박한 거지 복장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단정했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얼굴에 흙을 묻히고 있었다.

"이게 무슨..."

몇 분 후, 창고에서 나온 사람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고상한 양반이 아닌, 거칠고 강인해 보이는 사내로 변해 있었다.

다희는 숨을 죽이며 계속 그를 따라갔다. 이선호는 청계천 근처의 폐가로 향했고, 그곳에서는 수십 명의 거지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지왕님 오셨다!"

다희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얼른 입을 가리고 더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엿들었다.

"북촌의 고귀한 양반 이선호가 거지들의 왕이라니... 아버지께 알려야 할까?"

그러나 호기심이 그녀를 붙잡았다. 이 이중생활의 비밀을 더 알아내기 전까지는 침묵을 지키기로 했다.

3: 윤다희가 이선호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의 과거와 이중생활의 이유를 듣게 되는 장면

보름달이 떠오른 밤, 윤다희는 북촌의 한적한 고택 담벼락 아래 서 있었다. 이선호의 저택이었다. 그녀는 며칠간 이선호를 관찰한 끝에, 그가 이 시간에 은밀히 집을 빠져나간다는 것을 알아냈다.

"나오실 거죠, 이선호 양반님." 다희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예상대로 담장 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이선호는 담을 넘어 정확히 다희 앞에 착지했다. 그는 이미 양반의 모습이 아니었다. 거지왕의 차림새였다.

"꽤 끈질기시군요, 윤 소저." 이선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부드럽고 우아하지 않았다. 거칠고 직설적이었다.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요. 북촌 최고의 양반 가문에 어째서 이런 이중생활을..."

이선호는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살폈다. "여기서 이야기하긴 위험하오. 따라오시오."

다희는 망설였지만, 호기심이 그녀를 이끌었다. 두 사람은 인적 드문 골목을 지나 한강변의 작은 정자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소. 여기서 말하겠소."

이선호는 달빛 아래 그의 얼굴을 완전히 드러냈다. 양반의 가면도, 거지왕의 가면도 벗어던진 날것의 표정이었다.

"먼저 내 진짜 이름은 이선호가 아니오. 거지 출신 최돌이였소."

다희의 눈이 커졌다. "거지 출신이라고요?"

"그렇소. 나는 한강변 다리 밑에서 태어났소. 부모님은 기근으로 일찍 돌아가셨고, 나는 거지패에서 자랐소."

이선호의 목소리에는 오랜 상처가 묻어났다. 그는 달빛을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열다섯 살 때였소. 거리에서 굶어 죽어가던 내게 한 양반이 손을 내밀었소. 이가문의 어르신이었는데, 그분은 자식이 없었소. 나를 데려가 글을 가르치고, 양반의 예법을 가르쳤소."

"그 양반이 당신을 입양했다는 거예요?"

"비밀리에 그렇소. 그분은 내게 새 삶을 주셨소. 하지만 그분이 돌아가시자, 친척들이 재산을 차지하려 했고... 나는 쫓겨날 위기에 처했소."

이선호의 얼굴에 비통함이 스쳤다.

"그때 내 옛 거지 형제들이 나를 찾아왔소. 그들은 여전히 굶주리고 있었소. 내가 양반으로 살아가는 동안, 그들은 여전히 다리 밑에서 죽어가고 있었소."

다희는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동정심이 피어났다.

"그래서 결심했소. 두 세계를 모두 살아가기로. 양반의 지위를 이용해 정보를 얻고, 거지왕으로서 그 정보로 형제들을 돕기로."

"그래서 우리 아버지의 서재를 염탐하려 했던 거군요."

이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금 정책이 바뀌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건 거지들이오. 미리 알고 대비해야 했소."

"하지만 그건 불법이에요." 다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소. 하지만 내게는 선택지가 없었소. 양반들의 세계에서 살려면 돈이 필요했고, 거지패를 이끌려면 정보가 필요했소."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다희는 이선호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그의 눈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진실함이 담겨 있었다.

"당신이 올린 시, '저 하늘의 달을 보며 가난한 자 부러워하고'... 그건 진심이었군요."

이선호는 씁쓸하게 웃었다. "부분적으로는. 가난한 자를 부러워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었소. 양반들에게는 그저 풍류로 들리는 시지만, 내게는 맹세였소."

"당신의 최종 목표는 뭐죠?"

이선호는 강물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거지패를 제대로 된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오. 더 이상 구걸만 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그는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어쩌면... 이 불평등한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었소. 어떤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양반이 되고, 어떤 사람은 평생 거지로 살아야 하는 이 세상을..."

다희의 눈에 새로운 빛이 어렸다. 그녀는 이선호를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당신을 잘못 판단했나 봐요. 단순한 사기꾼이 아니라..."

"나는 두 세계 어디에도 속하지 않소. 양반도 아니고, 완전한 거지도 아니오. 그저 세상 어딘가에 내 자리를 찾고 있을 뿐이오."

다희는 결심한 듯 말했다. "당신을 도울게요."

이선호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셨어요.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은 돕되, 세상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경계하라'고. 당신은...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 같아요."

달빛 아래,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신분의 벽을 넘어, 진정한 이해의 순간이었다.

4: 윤다희와 이선호가 비밀리에 협력하여 부패한 관리의 비리를 밝히는 장면

관찰사 저택의 후원, 해질녘의 고요한 시간. 윤다희는 담장 근처 은밀한 곳에서 이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비밀리에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다.

"늦었소. 미안하오." 이선호가 담장 너머로 가볍게 뛰어넘어 다희 앞에 나타났다. 그는 양반도 거지도 아닌, 평범한 상인 차림이었다.

"오늘 중요한 정보를 얻었어요." 다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금 장부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북부 창고에 저장된 쌀이 공문서상으로는 천 석인데, 실제로는 육백 석밖에 없다고 해요."

이선호의 눈이 반짝였다. "사라진 사백 석은 어디로 갔을까?"

"세금 담당 서리 김판수와 북부 창고 관리인 최덕재, 이 둘이 의심스러워요."

"그들이 손을 잡고 세금을 빼돌리는 것이군요." 이선호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일 제가 거지패를 통해 그들의 동선을 살펴보겠소."

다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우리가 찾던 증거가 될 수 있어요. 아버지께서 부패 관리를 색출하고 계시거든요."

다음 날 밤, 이선호는 거지왕의 모습으로 청계천 일대를 살폈다. 그의 부하들은 김판수와 최덕재의 뒤를 밤새 미행했고, 마침내 중요한 정보를 가져왔다.

"왕님, 두 사람이 한강 북쪽의 비밀 창고에서 만났습니다. 큰 마차들이 오가고 있었어요."

이선호는 즉시 다희에게 전갈을 보냈다. 그들은 자정에 한강 북쪽 창고 근처에서 만났다.

"확실한 증거를 잡아야 해요." 다희가 말했다. "계획이 있나요?"

이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창고 안으로 들어가 장부와 도장을 찾아보겠소. 당신은 밖에서 망을 보시오."

"조심하세요."

이선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오랜 거지 생활에서 얻은 기술로 창고 지붕을 통해 조용히 안으로 침입했다. 창고 안에는 쌀 자루들이 가득했다. 분명 공식 창고에서 빼돌린 것들이었다.

한쪽 벽에 작은 사무실 공간이 있었다. 이선호는 재빨리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는 두 개의 장부를 발견했다. 하나는 관아에 제출할 위조된 장부, 다른 하나는 실제 거래 내역이 기록된 비밀 장부였다.

"이거다."

그는 비밀 장부를 품에 넣고 창고를 빠져나오려 했다. 그러나 갑자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서라!"

최덕재와 그의 부하들이 창고로 들어왔다. 이선호는 재빨리 어둠 속에 몸을 숨겼지만, 그들은 이미 침입자의 존재를 눈치챘다.

"누구든 나오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이선호는 재빨리 생각했다. 그때 밖에서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렸다. 다희의 목소리였다.

"도둑이야! 도둑이 창고를 털고 있어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일부 무사들이 밖으로 달려나갔다. 이선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은 감시자들 사이로 빠르게 뛰어나갔다.

"저 놈을 잡아라!"

화살이 그의 발 옆으로 꽂혔지만, 이선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담장을 넘어 밖으로 탈출했다. 다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얻었어요?" 다희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얻었소!" 이선호가 장부를 보여주었다. "당신이 소리쳐주지 않았다면 잡혔을 거요."

두 사람은 재빨리 그곳을 빠져나왔다. 증거는 확보했다. 이제 그들은 부패한 관리들을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5: 이선호의 정체가 다른 양반들에게 탄로날 위기에 처하고, 윤다희가 그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 장면

한양의 최고 양반들이 모인 계월당. 관찰사 윤대감이 주최한 시회에는 북촌의 명문가들이 모두 모였다. 이선호도 단정한 양반의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북부 창고 비리가 적발된 후, 김판수와 최덕재는 관아의 감옥에 갇혔고, 세금 체계는 개혁의 길을 걷고 있었다.

"선호 자네, 요즘 어쩐 일인가? 한양 최고의 학사이자 시인인 자네가 세금 관련 문제에 그리 밝을 줄은 몰랐네." 나이 든 양반 김판서가 물었다.

이선호는 미소로 대답했다. "학문이란 세상 모든 것에 통하는 법이지요. 세금 문제에도 학문적 접근이 가능하다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때 시회장의 문이 갑자기 열리며 서리 한 명이 황급히 들어왔다. 그의 뒤로는 최덕재의 조카인 최병찬이 따라 들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와 복수심이 가득했다.

"대감님, 중대한 사실을 알려드려야겠습니다!" 최병찬이 소리쳤다. "이선호가 양반이 아닙니다! 그는 다리 밑 거지 출신입니다!"

시회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든 시선이 이선호에게 향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청계천 일대의 거지패를 이끄는 두목입니다! 저희 삼촌을 감옥에 보낸 것도 그자의 계략입니다!"

윤다희는 아버지 옆에 앉아 경악한 표정으로 이선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다.

"이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김판서가 화를 내며 말했다. "이선호는 명문가 출신이오!"

최병찬은 비웃으며 서리에게 눈짓했다. 서리는 뒤에서 한 사람을 끌고 들어왔다. 이선호의 거지패에서 함께 활동하던 소년 길동이었다.

"이 아이에게 물어보십시오. 이선호가 밤마다 어디로 가는지."

길동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마루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는 이선호를 보고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말해봐라, 소년. 이 사람이 너희 거지패의 왕이 맞느냐?" 최병찬이 윽박질렀다.

길동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저는 모릅니다..."

"거짓말 마라!" 최병찬이 소년의 등을 밀쳤다. "어서 말해!"

이선호는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아이는 관련이 없소. 그만 내보내시오."

그 순간 윤다희가 앞으로 나섰다. "잠깐만요! 이 모든 것은 오해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다희를 바라보았다. 관찰사의 딸이 나서다니.

"다희야, 넌 물러가 있거라." 윤관찰사가 말했다.

"아버지,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다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선호 양반은 제 부탁으로 움직인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

"북부 창고의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저는 이선호 양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분은 양반의 신분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곳을 살피기 위해 변장을 했을 뿐입니다."

최병찬이 비웃었다. "거짓말마라! 이자는 어릴 적부터 거지였다! 증인들이 있다!"

"그것은 제가 꾸민 이야기입니다." 다희가 침착하게 말했다. "이선호 양반과 저는 비리를 밝히기 위해 그런 소문을 퍼뜨렸던 것이죠. 실제 증거는 가짜입니다."

이선호는 놀란 표정으로 다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에게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눈빛을 보냈다.

윤관찰사는 딸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정말 그러하냐?"

"네, 아버지. 모든 것은 제 계획이었습니다. 이선호 양반은 저를 돕기 위해 명예를 걸고 협조해 주셨을 뿐입니다."

장내는 혼란스러웠다. 양반들은 서로 수군거리며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하지만 그가 청계천에서 거지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봤다는 증인이..." 최병찬이 다시 말을 꺼냈다.

"그것도 제 지시였습니다." 다희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진짜 비리 관련자들을 찾기 위한 연극이었죠."

윤관찰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 딸이 이런 대담한 계획을 세웠다니 놀랍구나. 하지만 방법이 위험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하지만 결과적으로 진짜 범인들을 잡았잖아요."

최병찬은 얼굴이 붉어져 반박하려 했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어갔다.

"이만 물러가거라." 윤관찰사가 최병찬에게 말했다. "근거 없는 비방으로 명문가 자제의 명예를 훼손하려 했으니, 죄를 물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최병찬은 분노에 떨며 자리를 떠났다. 시회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지만, 이선호에 대한 의심의 눈길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시회가 끝난 후, 이선호와 다희는 정원 한켠에서 만났다.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한 거요?" 이선호가 속삭였다. "당신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소."

다희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면, 우리가 함께 이룬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거예요. 그건 원하지 않았어요."

"고맙소. 하지만 이제 어쩌면 좋을지... 의심은 계속될 거요."

"그래서 생각이 있어요." 다희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당신의 진짜 모습으로 살아가세요. 양반도, 거지도 아닌 진짜 이선호로."

6: 신분의 벽을 넘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이선호와 윤다희가 새로운 시작을 함께하는 결말

한 달 후, 한양 외곽의 조용한 마을. 새로 지어진 한 초가집 마당에는 봄꽃이 피어 있었다. 이선호는 더 이상 화려한 양반의 옷도, 낡은 거지의 옷도 입지 않은 채 평범한 선비의 모습으로 마당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붓과 먹, 그리고 종이가 놓여 있었다.

"여기 있었군요."

윤다희가 작은 찻상을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그녀도 더 이상 관찰사의 딸이 아니었다. 간소한 옷차림에 수수한 비녀를 꽂은 모습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새 시를 짓고 있었소." 이선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읽어주세요." 다희가 차를 따르며 부탁했다.

이선호는 목을 가다듬고 천천히 시를 읊었다.

"가면을 벗으니 진정한 얼굴이 보이고
신분의 탈을 버리니 자유로운 영혼이 날아오르네.
양반도 거지도 아닌 그저 사람으로 살아가니
이보다 더 부유한 삶이 어디 있으랴."

다희의 눈에 미소가 번졌다. "아름다워요. 지금의 우리 모습 같아요."

이선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을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 사람들이 서로 돕는 모습, 그리고 그의 옛 거지패 형제들이 정직한 일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

"생각해보면 참 긴 여정이었소." 이선호가 말했다. "거지에서 양반으로, 그리고 이제는 그저 사람으로."

"후회는 없으세요?" 다희가 물었다. "모든 재산과 지위를 버리고..."

이선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들은 진짜 내 것이 아니었소. 빌려 쓴 가면에 불과했지. 지금의 내가 진짜 나요."

북촌의 명문가 이씨 가문을 떠나 일반 백성으로 돌아온 이선호. 관찰사의 딸이라는 지위를 버리고 그와 함께 떠나온 윤다희. 두 사람은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

"거지패는 어떻게 되었소?" 다희가 물었다.

"더 이상 거지패가 아니오. 이제 그들은 '상부계'가 되었소. 서로 돕고 일자리를 찾아주는 조직으로 바뀌었소. 동생 창식이가 이끌고 있지."

실제로 마을 한편에서는 옛 거지패 사람들이 모여 장터를 만들고,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들은 더 이상 구걸하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당신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네요." 다희가 감동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의 꿈이오." 이선호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당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요."

다희는 부끄러운 듯 미소 지었다. "아버지께서 편지를 보내셨어요. 우리를 만나고 싶다고 하세요."

"정말? 관찰사님이 우리를 용서하신 건가?"

"아버지는 처음부터 화가 나셨던 게 아니에요. 그저 걱정하셨던 거죠. 이제는 우리가 행복하다는 것을 아시게 된 것 같아요."

이선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오. 장인어른이 될 분을 뵙지 못하면 큰일이었을 테니."

"장인어른이요?" 다희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선호는 품속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소박하지만 정성껏 만든 비녀가 들어있었다.

"청혼인가요?" 다희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렇소. 양반의 딸과 거지 출신이 결혼한다니, 세상이 놀랄 일이겠지만... 우리는 이미 그런 세상의 벽을 넘어왔소."

다희는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양반이든 거지든 상관없이, 그저 이선호라는 사람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이선호의 손가락이 다희의 뺨에 닿았다. 더 이상 가면은 없었다. 오직 진실된 마음만이 있을 뿐.

멀리서 마을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뛰어놀았다. 햇살은 따사롭게 내리쬐고, 바람은 살랑거렸다. 이선호와 다희는 함께 그들의 새로운 집을 바라보았다. 작고 소박했지만, 진정한 행복이 깃든 곳이었다.

"이제 우리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동시에 모든 곳에 속하게 되었소." 이선호가 말했다.

다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반도, 거지도 아닌, 그저 사람으로서의 삶. 이것이 진정한 자유인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저녁노을이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신분과 계급의 벽을 뛰어넘어, 오직 사랑과 진실만이 존재하는 그들만의 세계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엔딩멘트

이선호는 마침내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았다. 양반도, 거지도 아닌 그저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기로 한 것이다. 윤다희와 함께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그의 거지패는 어려운 이들을 돕는 자선단체로 탈바꿈했다.
조선의 엄격한 신분제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은 이선호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되었다. 진정한 신분은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과 행동으로 만들어간다는 깨달음을.
양반의 탈을 쓴 구걸왕은 이제 없다. 대신 그 자리에는 모든 탈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자유를 찾은 한 인간, 이선호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진정한 사랑을 선택한 윤다희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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