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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 무릎 꿇린 고승의 설법

    태그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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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200자)

    "깊은 산속에서 수행하던 한 고승이 흉악한 도깨비와 마주쳤습니다. 도깨비는 스님을 해치려 했지만, 스님은 무기 대신 설법으로 맞섰습니다. 과연 부처님의 가르침이 도깨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조선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 중기, 지리산 깊은 곳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도깨비에게 위협받던 마을을 구하기 위해 나선 한 고승의 지혜로운 대처법이 담긴 전설입니다. 무력이 아닌 자비와 설법으로 악을 선으로 바꾼 아름다운 이야기로, 어르신들께서 즐겨 들으시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깃든 야담입니다. 불교의 자비 정신과 한국적 정서가 어우러진 감동적인 내용입니다."

    ※ 마을에 나타난 흉악한 도깨비, 공포에 떠는 사람들

    조선 중종 때, 지리산 아래 작은 마을에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어디선가 "쿵쾅! 쿵쾅!" 하는 무서운 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만 들어도 마을 사람들은 벌벌 떨며 집 안으로 숨어들었습니다. 누군가 용기를 내어 밖을 내다보면, 키가 장정 세 명을 합친 것만 한 거대한 괴물이 마을을 활보하고 있었습니다.
    그 괴물은 바로 도깨비였습니다. 붉은 눈에서는 불꽃이 튀어나오고, 입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왔습니다. 온몸에 난 털은 철사처럼 거칠었고, 손톱은 호랑이 발톱보다도 날카로웠습니다. 도깨비가 한 번 소리를 지르면 산이 울리고, 발을 한 번 구르면 땅이 흔들렸습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기절하거나 정신을 잃었습니다.
    "크하하하! 이제 이 마을은 내 것이다!" 도깨비가 우렁차게 웃으며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마을의 곡간이 박살나고 곡식들이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소와 돼지들은 놀라서 울타리를 부수고 도망쳤고, 닭들은 기절해서 땅에 떨어졌습니다. 도깨비의 장난이 시작된 것입니다.
    첫째 날 밤, 도깨비는 김 씨 집의 지붕을 통째로 뜯어서 던져버렸습니다. "어머나, 우리 집이!" 김 씨 부인이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못했습니다. 둘째 날 밤에는 이 씨 집의 우물을 막아버려서 온 가족이 물을 마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셋째 날 밤에는 박 씨의 논두렁을 모두 무너뜨려 한 해 농사를 망쳐버렸습니다.
    마을 이장인 최 영감이 온 마을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겠소?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모두 굶어 죽을 것이오." 사람들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했습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도망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하지만 조상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떠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도깨비와 맞서 싸워봅시다!" 젊은 장정 몇 명이 용기를 냈습니다. 마을에서 가장 힘센 김 대장을 앞세우고, 농기구와 몽둥이를 들고 도깨비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도깨비를 본 순간, 모두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크하하! 이 벌레 같은 것들이 나에게 덤비겠다고?" 도깨비가 코웃음을 쳤습니다. 그리고는 손가락 하나로 김 대장을 튕겨서 연못에 빠뜨려버렸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혼비백산해서 도망쳤습니다. "앞으로 누가 또 나를 방해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도깨비의 으름장에 마을은 더욱 공포에 떨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마을은 완전히 폐허가 되었습니다. 집집마다 지붕이 날아가고 울타리가 부서졌습니다. 곡식은 바닥나고 가축은 모두 도망갔습니다. 아이들은 무서워서 밤새 울어댔고, 어른들은 한숨만 푹푹 쉬었습니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도깨비가 단순히 물건을 부수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을 직접 해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느 날 밤, 젊은 총각 한 명이 도깨비에게 잡혀가서 사흘 동안 실종되었다가 겨우 돌아왔는데, 정신이 나간 상태였습니다. "도깨비가... 도깨비가..." 하고 중얼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마을의 처녀가 우물에서 물을 길으려다가 도깨비와 마주쳤는데, 그 충격으로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어버렸습니다. "그 끔찍한 눈빛을 보니 정신이 나갈 것 같았어요. 마치 지옥의 불구덩이를 보는 것 같았어요." 처녀는 며칠 동안 열병을 앓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었습니다. 매일 밤 공포에 떨며 지내야 하는 것이 너무 괴로웠습니다. 아이들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야위어갔고, 어른들은 일할 힘도 잃어버렸습니다. 농사는 엉망이 되었고, 장사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을 전체가 죽음의 그림자에 휩싸였습니다.
    그때 누군가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리산에 도 높은 스님이 계시다던데... 혹시 그분께 도움을 청해볼까요?" 최 영감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소! 혜안 대사님께 가봅시다. 그분이라면 분명 방법이 있으실 거요." 마을 사람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생겼습니다.

    ※ 혜안 대사의 등장과 도깨비 퇴치 결심

    지리산 깊은 골짜기, 구름이 걸려있는 절벽 위에 작은 암자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혜안 대사라는 고승이 홀로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대사는 어려서부터 불문에 들어와 오십 년 동안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만을 따라 살아온 분이었습니다. 그의 덕행은 이미 팔도에 널리 알려져 있었고, 임금께서도 궁으로 모셔가려 했지만 정중히 사양하고 산에서 수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혜안 대사의 하루는 새벽 세 시에 시작되었습니다. 어둠이 채 걷히기도 전에 일어나 맑은 샘물로 세수를 하고, 부처님께 예불을 드렸습니다. 그의 독경 소리는 산새들의 지저귐과 어우러져 천상의 음악 같았습니다. 아침 공양은 산에서 나는 나물과 열매로 간단히 하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셨습니다.
    오전에는 경전을 읽고 사경을 하셨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써 내려가는 그의 모습은 마치 부처님의 화신 같았습니다. 오후에는 암자 주변을 거닐며 참선에 잠기셨는데, 이때 만나는 산짐승들과도 마치 오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곤 했습니다. "오늘도 평안하구나, 다람쥐야." "토끼야, 겨울 준비는 잘 하고 있느냐?" 그의 자비로운 마음은 모든 생명체에게 전해졌습니다.
    저녁에는 다시 예불을 드리고 밤늦게까지 참선을 했습니다. 달빛 아래 고요히 앉아있는 그의 모습에서는 신비로운 광채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때때로 먼 산에서 그 빛을 보고 "부처님이 내려오셨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암자 앞에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도깨비 때문에 고통받는 마을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옷은 해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깊은 피로와 절망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최 영감이 목이 메어 말했습니다. "스님,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흉악한 도깨비가 나타나서 마을을 초토화시키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너나할 것 없이 울며 호소했습니다. "스님, 저희 집이 부서졌어요!" "아이들이 무서워서 밥도 못 먹고 있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 죽을 것 같습니다!" 그들의 절규에는 진짜 절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혜안 대사는 조용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도깨비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마을에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워하고 있는지... 모든 이야기를 들은 후, 대사는 깊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그 도깨비는 분명 큰 고통을 안고 있을 것이오."
    "스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최 영감이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그 도깨비는 그냥 악한 괴물입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악마예요!"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습니다. "맞습니다! 그놈은 우리가 고통받는 것을 보고 웃어댔어요!"
    혜안 대사가 자비로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악한 존재는 없느니라. 모든 중생은 본래 부처님과 같은 청정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 다만 무명과 탐욕, 그리고 깊은 상처 때문에 그 마음이 어두워진 것이로다." 사람들은 스님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 깊은 지혜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스님, 그 도깨비는 정말 위험합니다." 김 대장이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저도 힘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그놈 앞에서는 아이처럼 무력했어요. 스님께서 나서시면 혹시 다치시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걱정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스님께서 도와주실 수 있는 것입니까?" 김 영감이 간절히 물었습니다. 혜안 대사는 잠시 침묵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중생을 구제해왔지만, 도깨비와 같은 존재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고통받는 마을 사람들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혜안 대사가 마침내 결심을 굳혔습니다. "좋소이다. 내가 그 도깨비를 만나보겠소." 대사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정말입니까? 정말 도와주시겠습니까?" "스님,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습니다.
    "하지만 명심하시오." 혜안 대사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는 그 도깨비와 싸우러 가는 것이 아니오. 그의 마음을 치유하러 가는 것이오. 폭력으로는 폭력만 낳을 뿐이니라." 사람들은 스님의 말뜻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 확신에 찬 모습에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날 저녁, 혜안 대사는 홀로 도깨비가 나타난다는 마을로 향했습니다. 손에는 무기 대신 염주와 경전을 들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집 안에 숨어서 문틈으로 스님의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스님이 정말 괜찮으실까?" "부처님께서 보호해주실 거야." "그래도 무서워..." 사람들의 마음은 걱정과 희망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 생사를 건 첫 대결, 도깨비의 압도적인 힘

    달이 중천에 뜨자, 드디어 그 무서운 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쿵쾅! 쿵쾅!" 땅이 흔들리고 나무들이 흔들렸습니다. 혜안 대사는 마을 한복판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 대신 자비로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습니다.
    "쿵쾅! 쿵쾅!"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드디어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마을 어귀에서부터 그 거대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키는 어른 셋을 합친 만큼 컸고, 어깨는 소 한 마리만큼 넓었습니다. 붉은 눈에서는 불꽃이 튀어나왔고, 입에서는 뜨거운 숨이 연기처럼 나왔습니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천둥소리 같았고, 그 위압감만으로도 주변의 작은 나무들이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크하하하! 오늘도 이 맛있는 공포의 냄새가 나는구나!" 도깨비가 크게 웃으며 마을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마을 한복판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승복을 입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조용히 염불을 외고 있는 스님의 모습이었습니다.
    "뭐야? 저놈은?" 도깨비가 멈춰 서며 혜안 대사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감히 나를 무시하는 놈이 있다니!" 도깨비는 지금까지 자신을 본 모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는데, 이 스님은 오히려 평온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것이 기분 나빴습니다. 더욱이 그 스님 주위에는 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어서 불쾌했습니다.
    혜안 대사가 천천히 눈을 뜨고 도깨비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대가 이 마을을 괴롭히는 도깨비로구나. 나는 지리산의 혜안이라고 하오." 스님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온 마을에 울려 퍼졌습니다. 도깨비는 스님이 자신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에 당황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자신을 본 모든 존재가 공포에 떨었는데, 이 작은 인간은 도대체 무엇인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크하하! 좋다! 그럼 네 간담이 얼마나 큰지 시험해보겠다!" 도깨비가 주먹을 번쩍 들어올렸습니다. 그 주먹은 절구통만 했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으로도 주변의 기와들이 날아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 하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스님이 위험해!" "도망가세요!"
    하지만 혜안 대사는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도깨비의 주먹이 바로 코앞까지 왔을 때, 스님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그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도깨비의 주먹이 스님의 머리 바로 위에서 멈춘 것입니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도깨비의 주먹을 막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뭐... 뭐야 이게!" 도깨비가 당황하며 주먹을 빼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바위에 박힌 것처럼 굳어져 있었습니다. 그의 팔에 핏줄이 불거져 나올 정도로 힘을 줘도 소용없었습니다. 혜안 대사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대의 마음에 있는 분노와 증오가 그대의 힘을 막고 있소이다. 진정한 힘은 마음이 평온할 때 나오는 법이지요."
    도깨비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소리쳤습니다. "이상한 술법을 부리는군!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도깨비가 억지로 팔을 빼내고 두 번째 공격을 준비했습니다. 이번에는 두 손을 모아서 스님을 내리치려 했습니다. 그 위력은 첫 번째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주변의 땅이 갈라지고 바람이 휘몰아쳤습니다. 마을의 지붕들이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스님의 몸 주위로 은은한 금빛이 감돌기 시작한 것입니다. 도깨비의 공격이 그 빛에 닿자 마치 물에 떨어진 불처럼 사그라들었습니다. 도깨비는 더욱 당황했습니다. "이럴 수가... 내 힘이 통하지 않다니!" 그의 목소리에는 처음으로 두려움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대의 힘이 약한 것이 아니오." 혜안 대사가 차분히 말했습니다. "다만 그 힘이 올바른 곳에 쓰이지 않고 있을 뿐이오. 증오와 분노로 만들어진 힘은 진정한 평화 앞에서는 무력한 법이지요." 스님의 말에 도깨비는 더욱 화가 났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당한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말장난 그만하고 내 진짜 힘을 보여주겠다!" 도깨비가 하늘로 뛰어올라 공중에서 온 힘을 다해 스님을 향해 떨어졌습니다. 마치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바람소리가 천둥같이 울렸고, 그 압력만으로도 주변의 집들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끝이다!" 하고 절망했습니다. "스님이 위험해!" 하지만 혜안 대사는 여전히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쾅!" 엄청난 충격과 함께 땅이 갈라지고 먼지가 하늘높이 치솟았습니다. 마을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습니다. 사람들은 넘어지고, 그릇들이 모두 깨졌습니다. "스님!" 하고 비명을 질렀지만, 먼지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 위기의 순간, 설법으로 반격하는 스님

    도깨비의 마지막 공격이 혜안 대사를 향해 떨어지는 순간, 온 마을이 숨을 죽였습니다. 거대한 몸집의 도깨비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쾅!" 엄청난 충격과 함께 땅이 갈라지고 먼지가 하늘높이 치솟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스님!" 하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먼지가 걷힌 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혜안 대사는 여전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고, 그 주위에는 신비로운 금빛 광채가 원을 그리며 감돌고 있었습니다. 도깨비는 스님 바로 앞에서 주저앉아 있었는데,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것처럼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 이게 무슨 일이냐!" 도깨비가 당황하며 소리쳤습니다. 자신의 모든 힘을 다했는데도 이 작은 스님 하나를 해치지 못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네가 무슨 요술을 부리는 거냐? 말해라!" 도깨비의 목소리에는 처음으로 두려움이 섞여 있었습니다.
    혜안 대사가 천천히 일어나서 도깨비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나는 아무런 요술도 부리지 않았소. 다만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마음을 비우고 있었을 뿐이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했지만, 그 안에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이 담겨 있었습니다.
    "부처? 가르침?" 도깨비가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런 헛소리로 나를 속일 생각은 말아라! 나는 힘으로만 말하는 존재다!" 도깨비가 다시 일어나 스님을 위협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마치 무거운 사슬에 묶인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때 혜안 대사가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대는 지금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혀 있소이다. 증오와 분노, 그리고 복수심이라는 쇠사슬에 묶여서 진정한 자유를 잃어버린 것이오." 스님의 말이 시작되자, 도깨비의 마음속에 묘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무슨 소리냐..." 도깨비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습니다. 스님의 말이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자유롭다! 이 산의 주인이다!"
    "진정한 주인이라면 왜 이토록 고통스러워하고 있소?" 혜안 대사가 도깨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대의 눈에서 깊은 슬픔과 외로움이 보이오. 수백 년 동안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겠소?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없어서 얼마나 쓸쓸했겠소?"
    도깨비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자신의 외로움을 알아봐 주지 않았는데, 이 스님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요? "외롭다고? 나는... 나는 강하다! 혼자서도 잘 산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강함과 외로움은 다른 것이오." 혜안 대사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습니다. "그대는 분명 강하오. 하지만 그 강함으로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오? 무엇 때문에 이토록 화가 나 있는 것이오?" 스님의 질문에 도깨비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소. '모든 고통의 원인은 집착에서 나온다'고 하셨지요." 혜안 대사가 계속해서 설법을 이어갔습니다. "그대도 무언가에 깊이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이토록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겠소? 그 집착을 놓으면 진정한 평화를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도깨비가 주저앉으며 머리를 감츌습니다. 스님의 말들이 마치 화살처럼 자신의 마음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그만... 그만해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하지만 스님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도깨비의 마음 깊은 곳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대가 듣고 싶지 않아하는 것은 그 말이 진실이기 때문이오." 혜안 대사가 자비로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진실은 때로 아프지만, 그 아픔을 통해서만 진정한 치유가 가능하오. 그대의 상처를 치유할 때가 되었소이다."

    ※ 도깨비의 정체와 숨겨진 비극적 과거

    도깨비가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자, 혜안 대사는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대의 마음을 열고 그동안 숨겨왔던 이야기를 해보시오. 홀로 짊어지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이었을 것이오." 스님의 따뜻한 말에 도깨비의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내가 왜 너에게 내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 도깨비가 중얼거렸지만, 그 목소리에는 이미 저항의 기운이 많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수백 년 동안 혼자서 간직해온 아픔이 터져 나오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혜안 대사가 도깨비 앞에 앉으며 말했습니다. "말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질 것이오. 나는 그대를 판단하지 않을 것이니, 마음 편히 말해보시오." 스님의 진심 어린 말에 도깨비의 눈에서 처음으로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나는... 나는 원래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도깨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삼백 년 전, 나는 이 마을에서 살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이름은 김석이라고 했지..." 도깨비의 고백이 시작되자, 주변 공기가 조용해졌습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딸이 있었다. 아내 춘화는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고, 딸 복순이는 해맑게 웃는 귀여운 아이였지..." 도깨비의 목소리에 그리움이 묻어났습니다. "우리는 비록 가난했지만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에 큰 흉년이 들었습니다. 몇 달째 비가 오지 않아 논밭이 모두 말라버렸고, 사람들은 굶주리기 시작했습니다. 김석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마을의 부잣집 김부자가 제안을 했습니다.
    "김석아, 내가 너희 가족을 도와주마. 대신 조건이 하나 있다." 김부자의 조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네 아내를 내게 내어라. 그러면 너희 가족이 굶지 않게 해주겠다." 김석은 분노했지만, 굶어 죽어가는 딸을 보며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때 내가 더 현명했다면..." 도깨비가 자책하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어리석었다. 김부자의 제안을 거절하고 다른 방법을 찾으려 했지. 하지만 김부자는 이미 춘화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고, 내 거절에 화가 나서 우리 가족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김부자는 마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퍼뜨렸습니다. 김석이 곡식을 훔쳤다고, 김석의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고... 근거 없는 소문들이 마을에 퍼지면서 사람들은 김석 가족을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진짜로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내 딸 복순이가 먼저 죽었다..." 도깨비의 목소리가 메어 왔습니다. "굶주림과 병을 이기지 못하고... 내 품에서 숨을 거두었지. 그때 내 아내도 딸을 따라 세상을 떠났다. 남편인 나를 원망하면서..."
    김석은 가족을 잃은 슬픔과 분노로 미쳐버렸습니다. 김부자에게 복수하려 했지만, 김부자는 이미 관아와 손을 잡고 김석을 역적으로 몰아세웠습니다. 김석은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고, 그 원한이 너무 깊어서 도깨비가 되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삼백 년 동안... 나는 복수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도깨비가 고백했습니다. "김부자와 그 후손들을 찾아 괴롭혔고, 사람들을 미워했지. 모든 인간이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혜안 대사가 깊은 동정심을 담아 말했습니다.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었소이다. 그대의 아픔을 이해하겠소. 하지만 그 원한이 그대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지 않소?" 스님의 말에 도깨비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다... 복수를 했지만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공허해졌지..." 도깨비가 진실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하란 말이냐? 나는 이미 괴물이 되어버렸는데..."
    "아니오." 혜안 대사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아직 괴물이 아니오. 단지 상처받은 영혼일 뿐이오.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면, 그대도 평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 감동적인 화해와 평화의 회복

    혜안 대사가 도깨비에게 다가가 그의 거칠은 손을 잡았습니다. 도깨비는 깜짝 놀라며 손을 빼려 했지만, 스님의 따뜻한 손길에서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온기를 감졌습니다. "그대의 아픔을 모른 체할 수는 없소이다. 하지만 이제 그 아픔을 놓을 때가 되지 않았겠소?"
    "놓는다고?" 도깨비가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이 원한을 어떻게 놓으란 말이냐? 내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자들을..." 하지만 말끝이 흐려졌습니다. 삼백 년 동안 품어온 증오에 지쳐있었기 때문입니다.
    혜안 대사가 자비로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대의 가족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그대가 이토록 고통받으며 복수에 매달리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대가 평안을 찾고 행복해지는 것일까요?" 스님의 질문에 도깨비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복순이가... 내 딸이 마지막에 한 말이 있다." 도깨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복순이는 괜찮아요. 아버지가 슬퍼하면 복순이도 슬퍼해요..." 그 기억을 떠올리자 도깨비의 몸이 크게 떨렸습니다.
    "그 아이는 아버지의 행복을 원했던 것이오." 혜안 대사가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그대가 복수에 사로잡혀 괴물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오. 진정으로 딸을 사랑한다면, 이제 그 아이를 위해 평안을 찾으시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도깨비의 모습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거칠었던 털이 사라지고, 붉었던 눈이 맑아졌습니다. 키도 점점 작아져서 보통 사람 크기가 되었습니다. 삼백 년 만에 김석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이게... 이게 무슨 일이냐?" 김석이 자신의 변화에 놀라며 말했습니다. 혜안 대사가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습니다. "원한을 놓으니 그대를 괴물로 만들었던 어둠이 사라지는 것이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의 힘이오."
    김석이 무릎을 꿇고 스님에게 절했습니다. "스님,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삼백 년 동안 헤매던 제가 드디어 길을 찾았습니다." 그의 눈에서는 감사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집에서 나와 이 놀라운 광경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무서운 도깨비가 평범한 사람으로 변한 것을 보고 모두들 경이로워했습니다. "스님의 설법이 도깨비를 사람으로 만들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토록 위대하다니!"
    혜안 대사가 김석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그대는 어떻게 하고 싶소?" 김석이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습니다. "저는 이 마을 사람들에게 사죄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제가 끼친 피해를 보상하고, 앞으로는 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고 싶습니다."
    김석은 마을 사람들 앞에 나가서 깊이 절하며 사과했습니다. "저의 어리석음 때문에 여러분께 고통을 드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제가 이 마을의 평화를 지키겠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김석의 진심을 느끼고 용서해주었습니다.
    그날부터 김석은 정말로 마을의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밤마다 마을을 돌며 나쁜 짐승들을 쫓아내고, 길을 잃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인도해주었습니다. 가뭄이 들면 산에서 물을 길어다 주고, 흉년이 들면 산나물을 캐다 나누어주었습니다.
    혜안 대사는 며칠 더 마을에 머물며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주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본 것처럼, 진정한 힘은 무력이 아니라 자비에서 나옵니다. 미움과 원한은 더 큰 미움을 낳지만, 사랑과 용서는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김석이 스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렸습니다. "스님, 저를 구원해주신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스님께서 가르쳐주신 자비와 용서의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혜안 대사가 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그대는 이미 깨달음을 얻었소. 이제 그 깨달음을 다른 이들과 나누시오."
    그렇게 지리산에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도깨비는 사라지고 대신 자비로운 수호신이 생겼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밤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김석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며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혜안 대사의 지혜로운 설법이 증오를 사랑으로, 원한을 용서로 바꾼 것이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무서운 도깨비도 알고 보니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불쌍한 영혼이었습니다. 혜안 대사의 자비로운 설법이 삼백 년 간의 원한을 녹여내고, 괴물을 다시 사람으로 만들어낸 감동적인 이야기였지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미움과 원한은 결국 자신을 괴롭힐 뿐이며, 진정한 해결책은 용서와 자비에 있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한다면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전설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지혜로운 할머니와 저승사자의 기묘한 내기"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할머니의 놀라운 지혜가 저승사자마저 감탄시킨다는 재미있는 야담입니다.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알림설정 잊지 마시고, 오늘도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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