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려동물을 데려가는 특별한 저승사자, 조선의 애완동물 전설
태그
#조선시대, #전설, #야담, #반려동물, #저승사자, #애완동물, #조선문화, #시니어콘텐츠, #한국역사, #민간신앙, #동물이야기, #전통이야기, #구전설화, #민속학, #고전문학, #인간과동물, #애완견, #고양이, #동물영혼, #감동이야기
디스크립션
조선시대, 사람이 죽으면 저승사자가 데려가듯 반려동물이 죽을 때도 특별한 저승사자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조선 후기 한양에 살던 노학자와 그의 반려견 '백동'의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15년간 함께한 백동이 임종을 앞두고 보여준 신비로운 현상과 주인을 향한 마지막 충성, 그리고 죽은 반려동물을 데려가는 저승사자의 모습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깊은 유대관계를 그린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 노학자 이담과 반려견 백동, 15년간 함께한 노학자와 노견의 일상
조선 후기, 한양 북촌의 조용한 골목. 담장 너머로 국화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작은 기와집에는 일흔이 넘은 노학자 이담과 그의 충직한 반려견 백동이 살고 있었습니다. 백동은 온몸이 하얀 털로 덮인 조선의 토종견으로, 이제 나이가 많아 눈가에 흰 털이 더욱 두드러졌고 걸음걸이도 예전같지 않았습니다.
"백동아, 오늘도 내 서책을 지키느라 수고가 많구나."
이담은 서안 앞에 누워있는 백동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백동은 나이 탓에 귀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주인의 손길에 꼬리를 살짝 흔들며 반응했습니다. 이담과 백동은 15년을 함께했습니다. 이담이 젊은 학자로서 과거를 준비하던 시절부터 함께였으니, 그 세월이 짧지 않았습니다.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어찌 지금까지 외롭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었겠느냐."
이담은 아내를 일찍 여의고 자식도 없이 학문에만 평생을 바쳤습니다. 유일한 가족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백동뿐이었습니다. 백동은 주인의 말을 알아듣는 듯 천천히 일어나 이담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었습니다.
"배고프구나? 점심때가 되었으니 밥을 먹어야겠다."
이담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나이가 들어 그의 움직임도 예전같지 않았습니다. 이담이 부엌으로 향하자 백동도 천천히 그 뒤를 따랐습니다. 두 노인의 걸음걸이는 닮아있었습니다.
부엌에서 이담은 자신의 밥그릇과 백동의 그릇에 각각 음식을 담았습니다. 백동의 그릇에는 특별히 잘게 썬 소고기와 밥을 섞어 넣었습니다. 요즘 백동의 이빨이 약해져 단단한 음식을 먹기 힘들어했기 때문입니다.
"자, 백동아.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소고기다. 맛있게 먹어라."
이담이 그릇을 바닥에 내려놓자 백동은 천천히 다가와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순식간에 먹어치웠을 텐데, 요즘은 천천히 조금씩 먹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세월이 참 빠르구나. 네가 어느새 이렇게 늙었으니..."
이담은 백동이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날 밤, 이담은 마당의 달을 바라보며 백동과 함께 앉아있었습니다. 가을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자 백동이 이담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추운 것이냐? 들어가자."
이담은 백동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는 백동을 위해 특별히 만든 작은 요를 자신의 침상 옆에 펴주었습니다. 백동은 그 위에 누웠고, 이담은 담요를 덮어주었습니다.
"백동아,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벌써 15년이 되었구나. 네가 아주 작았을 때 처음 만났던 날이 생각난다. 그때 네 눈빛에 반해 집으로 데려왔지..."
백동은 주인의 말에 귀를 세우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담은 계속해서 옛 추억을 이야기했습니다. 백동이 어릴 적 장난치던 모습, 처음으로 사냥에 성공했을 때의 자랑스러운 표정, 이담이 병들었을 때 밤새 곁을 지켰던 일들...
"네가 있어 내 인생이 덜 외로웠다. 고맙구나, 백동아."
이담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는 문득 백동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백동은 마치 주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천천히 일어나 이담의 손을 핥았습니다.
"그래, 잠자자. 내일도 좋은 하루가 될 것이다."
이담은 등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백동의 숨소리와 자신의 숨소리가 하나가 되어 방 안을 채우는 것을 들으며, 이담은 이 평화로운 순간이 얼마나 더 계속될지 생각했습니다.
※ 백동의 이상한 행동, 죽음을 앞둔 백동이 보이는 특별한 신호들
며칠 후, 이담은 백동의 행동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늘 주인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던 백동이 갑자기 정원 구석에 있는 오래된 은행나무 아래를 맴돌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 나무는 이담의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있었다고 하는 오래된 나무로, 가을이 되어 노란 잎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백동아, 왜 그리 나무만 바라보고 있느냐?"
이담이 부르자 백동은 잠시 주인을 돌아보았지만, 곧 다시 나무를 응시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백동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여기서 무엇을 보는 것이냐? 다람쥐라도 보이느냐?"
이담이 나무를 올려다봤지만,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은행잎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백동의 눈빛은 진지했고, 귀를 쫑긋 세운 채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이담은 백동의 행동이 더욱 이상해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평소 자신의 요에서 잠을 자던 백동이 밤중에 갑자기 일어나 방 안을 서성이다가 창문 쪽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렸습니다.
"백동아, 무슨 일이냐?"
이담이 등불을 켜자 백동은 창문을 향해 짖기 시작했습니다. 이담은 창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았지만, 오직 달빛만이 고요한 마당을 비추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괜찮다, 백동아. 아무것도 없구나."
하지만 백동은 계속해서 창문 쪽을 바라보며 불안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이담은 백동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그제야 백동은 조금 진정되어 다시 자리에 누웠지만, 그 눈은 여전히 창문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백동은 밥을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평소 식욕이 좋았던 백동이었기에 이담은 더욱 걱정되었습니다.
"백동아, 어디 아프냐? 왜 밥을 먹지 않는 것이냐?"
이담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백동은 그저 눈을 깜빡이며 주인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이담은 손을 뻗어 백동의 코를 만져보았습니다. 평소보다 뜨거웠습니다.
"열이 있구나. 좀 쉬어야겠다."
이담은 백동을 자신의 침상으로 데려와 눕혔습니다. 그리고 찬물에 적신 수건으로 백동의 이마를 식혀주었습니다. 백동은 힘없이 누워있었지만, 계속해서 창문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점심 무렵, 이담의 오랜 친구인 김 선생이 방문했습니다. 김 선생은 이담과 함께 과거를 준비했던 친구로, 지금은 이웃 마을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 형, 백동이가 많이 늙었구려.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더 흰 털이 많아졌네."
김 선생이 백동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이담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요즘 이상하게 행동하네. 은행나무만 바라보고, 밤에는 창문을 향해 짖고... 오늘은 밥도 먹지 않았어."
김 선생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백동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혹시... 때가 된 건 아닐까?"
"무슨 말인가?"
"내가 어릴 적 할머니께 들은 이야기가 있네. 동물들은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안다고 했어. 특히 주인과 오래 함께한 개나 고양이는 죽기 전에 특별한 행동을 한다고... 혹시 백동이가..."
이담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그는 백동을 바라보았고, 백동도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백동의 눈에는 깊은 이해와 슬픔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백동이는 아직... 아직 함께할 시간이 많아."
이담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김 선생은 조용히 이담의 어깨에 손을 얹었습니다.
"형, 혹시 이웃 무녀를 한번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그녀는 동물의 영혼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고 하던데..."
이담은 처음에는 미신이라며 거부했지만, 백동의 상태가 계속 나빠지자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그날 저녁, 백동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가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이 마치 누군가를 따라가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이웃 무녀의 경고, 반려동물의 저승사자에 대한 무녀의 설명
이웃 마을의 작은 초가집. 문지방을 넘어서자 향냄새가 이담의 코를 찔렀습니다. 구석에는 무당의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벽에는 여러 부적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무녀 금덕은 나이가 지긋한 여인으로, 그녀의 눈빛은 깊고 예리했습니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 이 선생님." 금덕이 이담을 맞이했습니다. "백동이를 위해 오신 거지요?"
이담은 놀랐습니다. 그가 백동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아셨소?"
금덕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백동이의 혼이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제게 도움을 청하더군요."
이담은 미신을 믿지 않는 학자였지만, 눈앞의 상황에 목이 메었습니다. "백동이가... 찾아왔다고요?"
"동물들은 죽음이 가까워지면 영혼이 몸에서 잠시 빠져나와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특히 주인과 깊은 인연이 있는 동물들은..." 금덕은 잠시 말을 멈추고 이담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백동이는 선생님과 전생에도 인연이 있었던 동물입니다."
이담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나는 그런 걸 믿지 않소."
금덕은 이담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습니다. "이 선생님, 백동이가 요즘 은행나무를 자주 바라보지요? 그리고 밤에는 창문을 향해 짖고요?"
이담의 눈이 커졌습니다. "어떻게 그것을..."
"백동이는 저승길을 보고 있는 겁니다. 동물들은 인간보다 영적인 세계에 더 민감하지요. 그 나무는 이승과 저승을 잇는 통로가 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밤에 창문으로 보이는 것은..." 금덕은 목소리를 낮추었습니다. "동물의 저승사자입니다."
이담은 혼란스러웠습니다. "동물의 저승사자라니요? 그게 무슨 말이오?"
"사람이 죽으면 저승사자가 데려가듯, 동물이 죽을 때도 그들을 데려가는 특별한 존재가 있습니다. 인간의 저승사자가 검은 갓을 쓰고 오는 것처럼, 동물의 저승사자는 흰 여우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백동이는 그 흰 여우를 보고 있는 거지요."
이담은 금덕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어젯밤 백동이 창문을 향해 짖었던 이유가 이제야 이해되었습니다.
"그럼... 백동이가 곧 죽는다는 말이오?" 이담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금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동물의 영혼은 순수하기에 저승에서 곧바로 평화를 찾습니다. 그리고..." 금덕은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습니다. "백동이가 떠나기 전에 선생님께 보여드릴 것이 있을 겁니다."
"무슨 뜻이오?"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한 동물들은 마지막 순간에 특별한 선물을 남깁니다. 백동이도 그럴 겁니다. 그러니 남은 시간 동안 백동이를 잘 지켜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금덕의 눈에 걱정의 빛이 어렸습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조심이라니요?"
"동물의 저승사자가 나타나는 시기에는 종종 불길한 일이 일어납니다. 특히 주인에게요. 백동이가 당신을 지키려 할 테니, 그 마음을 헛되게 하지 마세요."
이담은 금덕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말에 진실이 담겨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금덕의 집을 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고, 바람은 점점 거세졌습니다. 이담은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백동이 집에서 혼자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 백동의 마지막 충성, 위험에 처한 주인을 구하는 백동의 마지막 행동
이담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대문을 열자마자 그는 이상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평소라면 백동이 반갑게 맞이했을 텐데, 마당에는 백동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백동아! 어디 있느냐?"
이담이 부르자 방에서 약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서둘러 방으로 들어가니 백동이 침상 위에 누워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이담은 백동 곁으로 달려갔습니다.
"백동아, 괜찮으냐? 내가 너무 오래 떠나 있었구나..."
백동은 희미하게 꼬리를 흔들었지만, 그 모습이 예전같지 않았습니다. 눈빛이 흐려져 있었고, 숨소리도 약했습니다. 이담은 백동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참았습니다.
바로 그때, 밖에서 갑자기 큰 천둥소리가 들렸고, 번개가 번쩍였습니다. 이어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담이 놀라 밖을 내다보니, 오래된 은행나무가 번개를 맞아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이담은 급히 물통을 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빗속에서도 불은 빠르게 번지고 있었고, 강한 바람 때문에 불꽃이 집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이담은 필사적으로 물을 뿌리며 불을 끄려 했지만, 바람과 비로 인해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이담의 발이 미끄러졌고, 그는 쓰러진 은행나무 가지 밑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가지는 점점 더 불타오르고 있었고, 이담은 다리가 끼어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
"누구 없소! 도와주시오!"
하지만 폭풍우 소리에 그의 외침은 묻혀버렸습니다. 불길이 점점 이담에게 다가오는 순간, 방에서 약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비틀거리는 발소리가 마당으로 다가왔습니다.
놀랍게도 백동이었습니다. 백동은 힘겹게 걸어와 이담 곁에 다다랐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 힘을 다해 이담의 옷자락을 물었습니다. 힘없는 몸으로 이담을 끌어당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백동아! 안 돼! 위험해! 돌아가거라!"
이담은 백동을 걱정하며 소리쳤지만, 백동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백동의 힘으로는 이담을 완전히 빼낼 수 없었지만, 그 움직임 덕분에 이담은 몸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고, 결국 가지 밑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담은 서둘러 백동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집은 불길을 피했지만, 외양간 일부가 불에 타고 있었습니다. 이담은 빗물 통에 있던 물로 간신히 불을 껐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담은 품에 안긴 백동이 이미 숨을 거의 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백동의 하얀 털은 진흙과 그을음으로 더럽혀져 있었고, 마지막 힘을 다한 듯 눈을 반쯤 감고 있었습니다.
"백동아, 정신 차려라! 네가 나를 구했다! 이제 좀 쉬면 괜찮아질 거야..."
이담은 떨리는 손으로 백동의 몸을 닦아주었습니다. 백동은 희미하게 눈을 떠 이담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눈빛에는 깊은 사랑과 안도감이 담겨 있었습니다. 마치 '주인님이 무사해서 다행입니다'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이담은 백동을 품에 안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 안은 따뜻했고, 비바람 소리만이 밖에서 들려왔습니다. 이담은 백동을 자신의 침상에 눕히고 그 옆에 앉았습니다.
"백동아... 고맙다. 네가 없었으면 오늘 나는 죽었을 거야."
백동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이담은 자신도 모르게 무녀 금덕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백동이가 떠나기 전에 선생님께 보여드릴 것이 있을 겁니다."
그것이 바로 이것이었을까요? 마지막 순간까지 주인을 구하는 충성심?
이담은 백동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정말 고맙다, 내 오랜 친구야."
※ 저승사자의 방문, 백동을 데려가기 위해 찾아온 특별한 저승사자
폭풍우가 지나가고 밤이 깊어갔습니다. 이담은 백동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는 백동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옛 추억들을 이야기했습니다. 마치 그렇게 하면 백동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처럼.
"기억나느냐, 백동아? 내가 처음 과거에 합격했을 때, 네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그날 밤 너는 마당을 빙글빙글 돌며 짖었지. 마치 '우리 주인님이 이제 양반이 되었다'고 자랑하는 것 같았어."
백동의 숨소리는 점점 약해지고 있었지만, 이담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간간이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이담은 자신의 눈물이 백동의 털 위로 떨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가 병들었을 때도 너는 나를 떠나지 않았지. 밥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으면서... 정말 바보 같은 녀석이었어."
창밖으로 달빛이 서서히 방 안으로 스며들었습니다. 폭풍우가 완전히 멈추고, 이제는 고요한 밤이 찾아왔습니다. 그때 이담은 이상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방 안의 공기가 달라진 것입니다.
백동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창문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눈은 이전과 달리 또렷하고 생기가 돌았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보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담도 백동의 시선을 따라 창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숨을 멈췄습니다. 창가에 흰 여우가 앉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달빛에 비친 여우의 모습은 마치 환영처럼 아름답고 신비로웠습니다. 여우의 눈은 백동을 향해 있었고, 그 시선에는 따뜻함과 위로가 담겨 있었습니다.
"네가... 동물의 저승사자구나." 이담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흰 여우는 고개를 들어 이담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눈빛은 이담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이담은 두려움보다는 평온함을 느꼈습니다.
백동이 힘겹게 일어나려 했습니다. 이담은 놀라 백동을 붙잡았지만, 백동은 마치 새로운 힘을 얻은 듯 천천히 일어나 흰 여우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백동아, 가지 마라..." 이담이 속삭였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것이 백동의 선택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백동이 창가에 다다랐을 때, 흰 여우는 부드럽게 백동의 머리를 핥았습니다. 그 순간, 이담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백동의 몸에서 또 다른 백동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그림자처럼 흐릿하지만, 분명히 백동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젊고 건강했습니다. 15년 전, 이담이 처음 만났을 때의 백동 그대로였습니다.
영혼의 모습을 한 백동은 이담을 향해 마지막으로 돌아보았습니다. 그의 눈에는 깊은 감사와 사랑이 담겨 있었습니다. 마치 '고마웠습니다, 주인님'이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이담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가거라, 백동아. 내 오랜 친구야. 이제 편히 쉬어도 된다."
영혼의 백동은 기쁨에 찬 표정으로 꼬리를 흔들었고, 흰 여우와 함께 창밖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순간, 침상 위의 백동의 육신에서 마지막 숨이 빠져나갔습니다.
방 안에는 깊은 침묵이 흘렀습니다. 이담은 백동의 몸을 안고 오랫동안 울었습니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감사와, 어쩌면 안도의 눈물이기도 했습니다. 백동이 평화롭게 떠났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창밖으로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했고, 은행나무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마치 백동이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처럼.
※ 영원한 이별과 재회의 약속, 백동의 죽음과 이담의 깨달음
다음 날 아침, 이담은 정원 한쪽, 은행나무가 있던 자리 근처에 구덩이를 팠습니다. 그는 백동의 몸을 깨끗이 씻기고, 평소 백동이 좋아하던 천으로 싸서 정성스럽게 묻었습니다.
"내 친구에게 좋은 곳으로 인도해 주어 고맙소." 이담은 하늘을 향해 말했습니다. 그는 어젯밤 본 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무덤 위에 마지막 흙을 덮고, 이담은 작은 돌을 가져와 그 위에 놓았습니다. 그는 붓으로 그 돌에 '백동, 나의 충직한 벗'이라고 썼습니다. 학자로서 이담은 수많은 글을 썼지만, 이 단순한 문장만큼 그의 마음을 담은 글은 없었습니다.
장례를 마친 후, 이담의 친구 김 선생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이담의 슬픔을 위로하며 말했습니다.
"이 형, 백동이가 형을 살렸다는 말을 들었소. 놀라운 일이오."
이담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백동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오. 그런데도 난 그 아이의 마지막을 함께 해주지 못했소."
"무슨 말씀이시오? 형은 백동이의 곁을 지키셨잖소."
이담은 어젯밤 본 광경을 김 선생에게 말해주었습니다. 흰 여우와 백동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를. 김 선생은 놀란 표정이었지만, 이담의 눈에는 진실만이 담겨 있었습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많소." 김 선생이 말했습니다.
그때, 무녀 금덕이 이담의 집을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백동의 무덤 앞에 서서 잠시 기도를 올렸습니다.
"백동이가 떠났군요." 그녀가 말했습니다.
"네. 그런데 어떻게 아셨소?" 이담이 물었습니다.
"어젯밤 꿈에 백동이 나타났어요. 젊고 건강한 모습으로... 그리고 흰 여우와 함께였지요." 금덕이 미소 지었습니다. "백동이 선생님께 전할 말이 있다고 했어요."
이담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습니다. "무슨 말이오?"
"'주인님, 걱정 마세요. 저는 이제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날 거예요.'" 금덕이 백동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담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정말 그런 말을 했소?"
금덕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동물의 영혼은 순수하기에 쉽게 환생합니다. 백동이는 다시 태어나 선생님을 찾을 것입니다. 어쩌면 다른 모습으로, 어쩌면 다른 시간에... 하지만 반드시 찾아올 것입니다."
이담은 백동의 무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무녀의 말을 믿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금덕이 말했습니다. "이제 선생님께는 백동이 마지막으로 남긴 선물이 있을 겁니다."
"선물이라니요?"
금덕은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몇 주가 지난 후, 이담은 마당을 청소하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백동의 무덤 근처에서 작은 새싹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번개에 맞아 불탄 은행나무에서 자라난 새로운 생명이었습니다.
이담은 그 새싹을 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는 무녀의 말을 떠올렸습니다. 백동이 마지막으로 남긴 선물... 어쩌면 이것이 그 선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생명, 새로운 시작.
그리고 그날 밤, 이담은 달빛 아래에서 흰 여우의 모습을 다시 보았습니다. 여우는 이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담도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고맙소, 백동이를 잘 부탁하오."
여우는 한번 더 고개를 끄덕이고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담은 평화로운 마음으로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이제 알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그들은 다시 만날 것이라는 것을.
그날 밤, 이담은 오랜만에 편안한 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꿈속에서, 그는 젊고 건강한 백동과 함께 들판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예전처럼, 그리고 어쩌면 미래에 그럴 것처럼.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지금까지 '반려동물을 데려가는 특별한 저승사자, 조선의 애완동물 전설'을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우리 곁을 떠난 반려동물들에 대한 조선시대 사람들의 믿음과 위로를 담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신 분들이라면, 백동과 이담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을 울렸을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동물들은 비록 몸은 떠나도, 그 영혼과 추억은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아있지요.
조선시대에는 반려동물이 저승으로 갈 때도 특별한 저승사자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이 동물의 영혼도 소중히 여겼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다음 영상에서는 '조선시대 집을 지키는 수호신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채널 구독과 알림 설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놓치지 마세요.
댓글로 여러분이 사랑했던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그 추억이 여러분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있기를 바랍니다.
다음에 더 감동적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