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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상단 CEO가 된 거지

황금 인생 21 2025. 2. 2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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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상단 CEO가 된 거지

    태그

    #조선시대, #거지이야기, #상단, #한국전통, #조선상인, #조선이야기, #야담, #상거래, #전통이야기, #한국문화, #ASMR, #Korean_folklore, #Joseon, #Merchant

    디스크립션

    한양의 뒷골목을 누비며 귀중한 정보를 수집하는 거지가 조선 최고의 상단과 만나 벌이는 특별한 이야기

    후킹멘트 (도입부)

    "거지가 한양에서 가장 귀중한 정보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오늘밤은 뒷골목의 거지가 조선 최고의 상단을 만나 펼치는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1: 거리의 눈과 귀

    한양 저잣거리의 아침은 늘 시끌벅적했습니다. 상인들이 물건을 내놓고, 장사치들이 외치는 소리로 거리는 북적였지요. 하지만 아무도 거리 모퉁이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한 거지를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쯧쯧... 저 어물전 주인장이 또 값을 올리려 하는구나. 새벽에 큰 고기가 들어왔다더니..."

    거지 '달인'은 중얼거리며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그의 눈은 늘 반짝였고, 귀는 언제나 열려있었지요. 한양 거리에서 20년을 보낸 그에게는 이 거리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정보책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런, 저기 비단 상인이 숨기고 있던 비단을 꺼내놓는군. 금교역이 풀린다는 소식이 들렸나 보지?"

    달인은 더러운 옷자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이리저리 걸어다녔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피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좋았지요. 아무도 거지를 주의 깊게 보지 않으니, 더 자유롭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앗, 저기 양반이 오시는군."

    달인은 재빨리 몸을 숨겼습니다. 바로 그 양반의 아들이 과거 시험 준비를 하면서 들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귀에 쟁쟁했기 때문입니다.

    "과거가 연기된다더라... 이거 큰 정보인데..."

    달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이런 정보야말로 상단들이 탐내는 것이었습니다. 과거가 연기되면 한양의 물가가 출렁일 테니까요.

    "이제 누구에게 이 정보를 팔아볼까..."

    달인은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그의 누더기 옷 속에는 한양의 모든 비밀이 숨겨져 있었고, 그의 머릿속에는 그 비밀들이 만들어낼 파장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2: 운명적 만남

    갑자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달인은 서둘러 처마 밑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이런, 하필 이런 때 비가..."

    고급 비단옷을 입은 중년 사내가 같은 처마 아래로 들어섰습니다. 달인은 그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보았습니다. 한양에서 가장 큰 상단인 광릉상단의 수장, 마상우였습니다.

    "아이고, 마상단님도 비를 피하시나 보군요."

    달인이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었습니다. 마상우는 놀란 듯 달인을 바라보았습니다.

    "네가 나를 아는가?"

    "한양 땅에서 마상단님을 모르는 이가 있겠습니까? 특히나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마상우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거지의 말투에서 범상치 않은 무언가를 느낀 것입니다.

    "어려운 시기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과거가 연기된다는 소식 모르시나요? 곧 한양의 물가가 출렁일 텐데..."

    마상우의 눈이 커졌습니다. 그것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대는... 단순한 거지가 아니로군."

    "거지이기에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지요. 아무도 거지 앞에서는 경계하지 않으니까요."

    빗소리가 점점 커져갔습니다. 마상우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지폐 한 장을 꺼내 달인에게 건넸습니다.

    "이 정보, 값어치를 하는군. 혹시 더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알겠습니다, 마상단님. 제가 먼저 찾아뵙도록 하죠."

    비가 그치고 달인은 활짝 웃으며 사라졌습니다. 마상우는 그런 달인을 오래도록 바라보았습니다. 한양 최고의 상단과 최고의 정보통이 만나는 순간이었습니다.

    3: 첫 거래

    달빛이 어스름한 밤, 광릉상단의 뒷마당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마상우는 달인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의 곁에는 상단의 오른팔인 김행수가 서 있었습니다.

    "상단님, 정말 한낱 거지를 믿으시는 겁니까?"

    "거지라... 글쎄, 난 그가 단순한 거지로만 보이지는 않더구만."

    그때, 담장 너머로 인기척이 들렸습니다. 달인이 마치 고양이처럼 가볍게 담을 넘어왔습니다. 그의 누더기 옷은 여전했지만, 눈빛만은 달빛처럼 맑았습니다.

    "마상단님, 기다리셨습니까?"

    "자네가 온다는 걸 어찌 알았는가? 난 아직 시간과 장소를 정하지 않았는데..."

    달인은 빙그레 웃었습니다.

    "상단의 뒷문이 열려있었고, 마당에 초를 켜두셨지요. 게다가 오늘 밤 다른 약속은 없으실 테고..."

    마상우와 김행수는 놀란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달인의 관찰력과 추리력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 자네가 알고 있는 정보들이 과연 값어치가 있는지 궁금하구만."

    달인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습니다.

    "먼저 과거 연기 건은 이미 아시겠지요. 하지만 그 이유를 아십니까? 새로 부임한 대감의 둘째 아들이 과거를 준비하고 있어서라는 것을... 그리고 그 대감이 곧 삼남 지방의 물류를 맡게 된다는 것도요."

    마상우의 눈이 빛났습니다. 이는 분명 귀중한 정보였습니다.

    "또한 이번 주 안에 청나라 상인들이 비공식적으로 한양을 찾는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그들이 가져올 물건들의 목록도 어느 정도 알고 있지요."

    "그걸 어떻게..."

    "거지들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압록강 근처에도, 한양 성문 앞에도... 우리는 서로의 눈과 귀가 되어주지요."

    마상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품 안에서 주머니를 꺼냈습니다.

    "이 정보들... 값을 치르겠소. 앞으로도 거래를 계속했으면 하는데..."

    "물론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라..."

    "제가 전해드리는 정보는 반드시 이틀 안에 사용하셔야 합니다. 그 이상 지체하면 다른 상단에도 같은 정보를 팔겠습니다."

    마상우는 달인의 당당함에 오히려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장사꾼의 자세였기 때문입니다.

    4: 정보의 힘

    한양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혼잡했습니다. 과거가 연기되면서 물가가 출렁이기 시작했고, 상인들은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광릉상단의 움직임은 달랐습니다.

    "이상하지 않소? 다들 물건을 사들이는데, 광릉상단은 오히려 팔고 있지 않소?"
    "듣자하니 이미 사흘 전부터 물건을 처분하기 시작했다는데..."

    달인은 구석에 앉아 이런 소문들을 귀담아듣고 있었습니다. 그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맺혔습니다.

    "과연 마상단님이 정보를 잘 활용하시는군..."

    바로 그때, 관가에서 방이 하나 붙었습니다. 과거가 한 달간 연기된다는 공식 발표였습니다. 시장은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고, 물가는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것 보시오! 광릉상단이 먼저 물건을 처분한 게 천만다행이었구려!"
    "이런, 우리는 어째서 이런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단 말이오..."

    마상우는 자신의 거래 장부를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달인의 정보 덕분에 큰 손해를 면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당한 이익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자네 덕분일세."

    달인은 마상우가 건넨 봉투를 받으며 말했습니다.

    "이번엔 작은 정보였습니다. 다음엔 더 큰 것을 가져오죠."

    "더 큰 것이라..."

    "네. 청나라 상인들과 관련된 것 말입니다. 그들이 가져올 물건의 절반을 미리 사들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텐데..."

    마상우의 눈이 다시 한번 빛났습니다. 이제 그는 확신했습니다. 이 더러운 옷을 입은 거지야말로 자신의 상단을 한 단계 도약시켜줄 인물이라는 것을...

    5: 위기의 순간

    새벽녘, 광릉상단의 창고에서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순라군들이 들이닥친 것입니다.

    "여기서 금수한 물건이 나왔다는 제보가 있었소!"

    마상우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응했습니다. 분명 자신의 창고에는 그런 물건이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마음껏 살펴보시오. 우리 상단은 언제나 정직하게 장사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순라군의 수색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창고 구석에서 비단 꾸러미 하나가 발견된 것입니다. 금교역이 금지된 청나라 비단이었습니다.

    "이것이 어찌된 일이오!"

    마상우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이때 멀리서 달인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습니다.

    "이상하군... 분명 어제까지는 저기 없었는데..."

    달인은 재빨리 거지들의 정보망을 가동시켰습니다. 곧 중요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경쟁 상단인 한수상단의 사람이 어젯밤 광릉상단의 창고에 몰래 들어갔다는 것을...

    "과연... 한수상단의 짓이었나."

    하지만 이미 마상우는 관아로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달인은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었습니다.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광릉상단은 물론 마상우의 목숨까지도 위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다리시오! 제가 중요한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달인의 외침이 새벽 거리에 울려 퍼졌습니다.

    6: 지혜로운 해결

    관아의 마당에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포도대장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달인을 바라보았습니다.

    "네놈이 무슨 증거가 있다는 것이냐?"

    달인은 차분히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 비단 꾸러미에는 분명 물에 젖은 흔적이 있을 것입니다. 어젯밤 비가 내렸으니까요. 하지만 창고 안의 다른 물건들은 모두 말라있을 텐데..."

    포도대장의 눈이 커졌습니다. 즉시 비단 꾸러미를 가져오게 했고, 과연 달인의 말대로였습니다.

    "게다가 창고의 뒷문 자물쇠에는 새로운 흠집이 있을 겁니다. 제가 어젯밤 순찰을 돌던 거지들에게 들은 바로는, 검은 옷을 입은 자가 그곳을 다녀갔다고..."

    "잠깐!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이때 달인은 품에서 조그만 물건을 꺼냈습니다. 자물쇠를 따다 부러진 쇠꼬챙이였습니다.

    "이것은 한수상단의 창고지기가 자주 사용하는 도구와 똑같은 모양입니다. 지금 가서 확인해보시면..."

    포도대장은 즉시 관원들을 보내 한수상단을 수색했고, 그곳에서 같은 도구들이 발견되었습니다. 한수상단의 창고지기는 결국 모든 것을 실토하고 말았지요.

    "역시 한수상단의 계략이었군!"

    마상우는 석방되었고, 달인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자네가 아니었다면... 우리 상단이 큰일 날 뻔했네."

    "제가 도울 수 있어 다행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한수상단이 이대로 물러나지는 않을 테니까요."

    달빛이 관아 마당을 비추었습니다. 이제 광릉상단과 달인의 관계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더 깊은 신뢰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7: 신분의 벽

    양반가의 잔치가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달인은 평소처럼 거리를 누비며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평소와 달랐습니다. 그의 발걸음이 자꾸만 잔치가 열리는 집 근처를 맴돌았기 때문입니다.

    "저기 들어가면 더 중요한 정보들이 있을 텐데..."

    달인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양반들의 잔치에서는 그동안 거리에서 들을 수 없었던 귀한 정보들이 오갈 터였습니다. 새로 부임할 관리들의 성향이라든가, 앞으로의 정책 변화라든가...

    "여보시오! 저 더러운 거지를 좀 쫓아내시오!"

    문지기의 호통 소리에 달인은 흠칫 놀랐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너무 가까이 다가간 것이었습니다.

    "아이고, 죄송하오. 이제 물러가겠소..."

    달인이 물러서려는 그때, 안에서 마상우가 나왔습니다. 그는 이제 광릉상단의 성공으로 이런 잔치에도 초대받을 만큼 지위가 올라있었습니다.

    "이봐, 자네..."

    마상우는 달인을 알아보았지만, 이내 말을 멈추었습니다. 그가 거지와 친분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좋을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 그래..."

    달인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처음으로 그의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한참을 걷다가 달인은 강가에 멈춰 섰습니다. 강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누더기 옷, 지저분한 얼굴... 아무리 뛰어난 정보를 가지고 있어도, 결국 그는 한낱 거지에 불과했습니다.

    "이게 내 한계인가..."

    달인의 마음속에서 처음으로 쓰라린 감정이 피어올랐습니다. 그동안은 거지라는 신분이 오히려 자신의 장점이라 여겼는데, 이제는 그것이 높은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달인은 주머니 속의 필묵을 만져보았습니다. 그가 몰래 글을 배우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매일 밤, 달빛 아래서 조금씩 익혀온 글씨들...

    "언젠가는... 나도..."

    달빛이 그의 누더기 옷을 비추었습니다. 그 아래에서 달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빛났습니다.

    8: 새로운 도전

    상단의 비밀 창고에서 달인과 마상우가 마주 앉았습니다. 달빛이 창문으로 스며들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습니다.

    "이번에는 큰 거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달인의 목소리에는 이전과 다른 단단함이 묻어났습니다. 그의 손에는 정갈하게 쓰인 편지 한 장이 들려있었습니다.

    "자네가... 직접 쓴 것인가?"

    마상우는 놀란 눈으로 편지를 바라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청나라 상인들의 무역 루트와 그들이 가져올 물건들의 목록이 상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네. 몰래 글을 배웠습니다. 이제는 제가 듣고 보는 것을 직접 기록할 수 있지요."

    "놀랍구나... 자네는 정말 범상치 않은 사람이야."

    달인은 마상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단순히 정보를 파는 게 아닙니다. 저를 상단의 비밀 문필가로 써 주십시오. 제가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고, 상단의 장부도 관리하겠습니다."

    마상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아.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네. 낮에는 여전히 거지로 살아야 하고, 밤에만 이곳에서 일하는 거야."

    "그게 바로 제가 원하는 것입니다. 거리의 눈과 귀가 되어 정보를 모으고, 밤에는 그것을 정리하여 상단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

    9: 라이벌의 등장

    한양의 뒷골목, 달인은 평소처럼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낯선 거지 하나가 그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당신이 그 유명한 달인이군요. 한양의 거지들 중 가장 뛰어난 정보통이라던..."

    낯선 거지의 말투는 범상치 않았습니다. 달인은 즉시 알아차렸습니다. 이 사람 역시 자신처럼 신분을 숨긴 누군가라는 것을.

    "한수상단의 사람이구려?"

    "과연... 소문대로 눈치가 빠르시군요. 전 박학이라 하옵니다. 한수상단의 새로운 정보책임자지요."

    달인의 눈이 날카로워졌습니다. 한수상단이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새로운 인물을 들여온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정보 시장이 재미있어지겠군요. 한양의 거리에서 우리가 수집하는 정보들... 누구의 것이 더 정확하고 가치 있는지 겨뤄볼까요?"

    "흥미로운 제안이네요. 하지만 정보는 칼날과 같은 것...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죠. 하지만 이미 시작된 게임이니, 즐기면서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박학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습니다. 달인은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제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 그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고 더 깊은 의미를 파악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재미있어지는군..."

    달인의 입가에도 작은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새로운 도전이 그의 삶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습니다.

    10: 거래의 진실

    깊은 밤, 달인은 비밀 창고에서 장부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뜻밖의 인물이 나타났습니다. 한수상단의 박학이었습니다.

    "이렇게 찾아와도 되는 건가요? 광릉상단의 비밀 문필가님께..."

    달인은 차분히 붓을 내려놓았습니다. 어떻게 자신의 정체를 알아냈는지 궁금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박학의 방문 목적이었습니다.

    "우리 상단의 제안을 들어보시지 않겠습니까? 마상우가 주는 것보다 세 배의 삯을 드리겠습니다."

    "흥미로운 제안이군요."

    "게다가 당신의 재능을 더 인정해드리겠습니다. 밤에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상단의 일원으로..."

    달인의 손이 살짝 떨렸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마상우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습니다. 비가 내리던 날, 아무도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을 때 건넨 그의 따뜻한 미소...

    "죄송하지만,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왜죠? 당신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거지 신분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가 거지라는 것이, 오히려 제 강점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상우 님은... 그것을 인정해주신 첫 번째 분이었죠."

    박학의 눈빛이 차가워졌습니다.

    "그럼 우리는 적이 되는 겁니까?"

    "적이라... 그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일 뿐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달인은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습니다.

    "정보는 칼날과 같다고 하셨죠? 맞습니다. 하지만 그 칼날로 무엇을 베어내느냐는 것은 우리의 선택입니다. 저는 제가 선택한 길이 후회되지 않습니다."

    달빛이 창문으로 스며들어 두 사람의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마치 서로 다른 길을 향해 걸어가는 것처럼 두 그림자는 점점 멀어져갔습니다.

    11: 상단의 위기

    한양 거리가 술렁이고 있었습니다. 광릉상단이 파산 직전이라는 소문이 퍼진 것입니다. 청나라와의 큰 거래에서 속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분명 정보를 철저히 확인했는데..."

    마상우는 창백한 얼굴로 장부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달인은 그의 곁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상합니다. 청나라 상인들의 행차가 늦어진 것도, 물건의 품질이 달랐던 것도... 마치 누군가 계획한 것 같아요."

    달인은 밤새 거리를 누볐습니다. 그의 정보망이 총동원되었습니다. 마침내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을 때, 동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박학이 청나라 상인으로 위장한 자들과 접촉했다는 소식입니다. 한수상단이 우리를 함정에 빠뜨린 거예요."

    "하지만 이미 늦었어... 거래는 끝났고, 손실을 만회할 방법이 없네."

    그때 달인이 한 장의 문서를 꺼냈습니다.

    "이건... 제가 그동안 기록해온 한수상단의 비리 증거입니다. 관아에 이것을 제출하면..."

    마상우는 놀란 눈으로 달인을 바라보았습니다.

    "자네가 이런 것까지 준비하고 있었나?"

    "거지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보를 모으는 것뿐이었으니까요. 이제 그 정보가 우리를 구할 때가 왔습니다."

    12: 새로운 시작

    번창한 광릉상단의 새 건물 앞에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한수상단의 비리가 밝혀진 후, 광릉상단은 더욱 큰 신뢰를 얻게 되었고, 이제는 한양 최고의 상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마상우는 달인에게 정식으로 상단의 자리를 제안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거지로 살 필요가 없네. 나와 함께 당당히 상단을 이끌어주게."

    하지만 달인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제 진정한 가치는 거리에 있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제가 거지였기에 알 수 있었던 진실들이 있다는 것을... 다만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무엇인가?"

    "거지들을 위한 학당을 열고 싶습니다. 그들에게도 글을 배우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마상우의 눈이 빛났습니다. 그는 흔쾌히 동의했고, 곧 한양 거리에는 새로운 소문이 퍼졌습니다. 밤마다 글을 가르치는 거지 선생님이 있다고...

    달인은 이제 낮에는 여전히 정보를 수집하는 거지로, 밤에는 상단의 고문이자 거지들의 스승으로 살아갑니다. 그의 누더기 옷 안에는 이제 희망의 씨앗이 숨어 있었습니다.

    엔딩멘트

    "때로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귀중한 것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지혜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어떤 위치에서도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이 이야기가 보여주었기를 바랍니다. 다음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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