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의 난장

황금 인생 21 2025. 11. 3. 20:48

목차



    반응형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의 난장 , 상인 박 서방 신들의 소송 맡다 『계서야담』

    평생 돈만 셈하던 상인, 저승 가더니 신들의 싸움에 휘말리다! 저승 도착하니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이 싸우고 있었다 『계서야담』

    태그 (20개)

    #염라대왕, #옥황상제, #저승, #야담, #조선, #전설의고향, #계서야담, #재미있는이야기, #시니어, #꿀잠, #ASMR, #오디오북, #KASMR, #스르르, #잠드는, #이야기, #권선징악, #인과응보, #저승체험, #해학
    염라대왕, 옥황상제, 저승, 야담, 조선, 전설의고향, 계서야담, 재미있는이야기, 시니어, 꿀잠, ASMR, 오디오북, KASMR, 스르르, 잠드는, 이야기, 권선징악, 인과응보, 저승체험, 해학

     

     

    후킹 멘트 (300자 내외)

    "아이고, 나 죽네!" 소리와 함께 저승에 떨어진 박 서방. 그런데 이게 웬일? 준엄한 심판은커녕, 염라대왕과 옥황상제가 멱살잡이 직전이다! "이승의 법도가 엉망이니, 저승까지 엉망이지!" "지금 내 탓이라 하셨소!" 천상을 뒤흔드는 두 거물의 싸움. 그 한복판에 낀 박 서방의 운명은?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평생 셈만 하던 개성상인 박 서방, 갑자기 저승에 불려가다! 그런데 도착한 염라전이 난장판이다. 바로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이 "네 탓이네, 내 탓이네" 하며 대판 싸우고 있었던 것. 신들의 싸움 한복판에 떨어진 박 서방. 과연 그는 무사히 이승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 깐깐한 개성상인, 박 서방

    조선 팔도에서 셈이 가장 밝고, 돈에 있어서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이들을 꼽으라면 단연 개성 상인들을 으뜸으로 쳤다. 그리고 그 깐깐한 개성상인들 중에서도, '잣대 박'이라는 별호로 통하는 박달주 서방은 실로 독보적인 인물이었다. 그의 별호가 '잣대'인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가진 셈의 기준은 그 어떤 저울보다도 정확했고, 그 어떤 잣대보다도 엄격했기 때문이었다. "박 서방. 이번에 인삼 값이 폭등하여 그러는데, 외상값 닷 냥만 사흘 뒤에 치르면 안 되겠는가?" 애걸복걸하는 거래처 상인의 말에도, 박 서방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주판알을 튕길 뿐이었다. "김 서방. 약조는 약조일세. 사흘이면 이자가 석 푼이 붙네. 그건 알고 있는가?" 인정사정없는 그의 말에 김 서방은 울상을 지었지만, 박 서방은 그저 장부에 무언가를 꼼꼼히 적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악독한 고리대금업자는 아니었다. 그는 정해진 이자 외에는 단 한 푼도 더 받지 않았고, 남을 속여 이득을 취하지도 않았다. 그저 '정확한 것'을 병적으로 좋아할 뿐이었다. 그에게 세상은 거대한 장부책이었고, 모든 것은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으로 명확히 구분되어야 했다. 그의 집 사랑채는 그가 거래하는 전국의 장부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는 매일 밤 호롱불 아래서 그 장부들을 맞추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았다. 그의 아내가 "여보. 돈도 좋지만, 몸 생각도 하셔야지요. 밥이라도 제때 드시지요." 하고 걱정해도, 그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허허, 마누라. 이 장부가 딱 맞아떨어질 때의 그 짜릿함은, 당신은 모를 것이야. 세상 만물이 제자리에 딱딱 들어맞는 기분이랄까." 그날도 그랬다. 장마가 시작되어 밖에는 굵은 빗줄기가 처마를 때리고 있었고, 박 서방은 쌓여있는 장부 더미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올해 결산을 미리 당겨보던 중, 도무지 맞지 않는 '한 푼'의 행방을 쫓고 있었다. "이상하다 분명히 이쪽 장부에서는 비단 값이 저쪽에서는" 그는 몇 시간째 같은 장부를 노려보며 끙끙 앓았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단 한 푼의 오차. 그것이 그의 심장을 답답하게 옥죄어왔다. "대체 이 한 푼이 어디로" 그는 주판알을 더욱 세차게 튕겼다. 바로 그때였다. "억!" 갑자기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그를 덮쳤다. 숨이 턱, 하고 막혔다. "크 큭" 그는 장부를 쥔 채로 상 위로 고꾸라졌다. 호롱불이 쓰러지며, 그의 꼼꼼한 장부 위로 기름이 쏟아지고 불길이 일었다. 박 서방의 눈에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불타는 장부와 그 위로 번지는 '한 푼'의 오차였다. '아 안 돼 내 장부 그 한 푼 대체 어디에' 그것이 개성상인 박달주의, 셈 빠르던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 저승으로 가는 길

    박달주 서방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불타는 사랑채는 온데간데없었다. 사방은 온통 잿빛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끝도 보이지 않는 들판이었다. 춥지도 덥지도 않았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적막만이 그를 감쌌다. "여 여기가 어디인가 내 장부는 불은 어찌 되었는가" 그가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안개 속에서 스르르, 두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새하얀 두루마기에 갓을 쓴 모습이었으나, 그들의 얼굴은 밀랍처럼 창백했고, 눈동자는 칠흑처럼 검어 어떠한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박달주. 때가 되었다. 가자." 그들 중 하나가 목소리 같지도 않은, 바람 새는 소리로 말했다. 박 서방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들이 바로, 이야기로만 듣던 저승사자라는 것을. "자 잠깐. 지금 뭐라고 내가 내가 죽었다는 말이오? 아니, 그럴 리가 내 장부가 아직 한 푼이 맞지 않는데!" 그는 셈이 빠른 상인답게, 이 상황을 빠르게 따져보려 했다. "뭔가 뭔가 큰 착오가 있는 것이 틀림없소! 나는 아직 예순도 되지 않았단 말이오! 내 명이!" 저승사자들은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한 명이 다가와 그의 팔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그 손길은 얼음장처럼 차가워, 박 서방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가자. 염라대왕님께서 기다리신다." "아니, 이보시오들! 내 말 좀 들어보시오! 내가 내가 돈이 많소! 개성에 내 전장이!" 상인의 본능으로 뇌물을 제안하려던 박 서방은, 사자들의 텅 빈 눈동자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저 눈에는 돈도, 인정도 통하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그는 속절없이 끌려가기 시작했다. 잿빛 들판을 얼마나 걸었을까. 길가에는 그와 같이 넋 나간 표정으로 끌려가는 수많은 영혼들이 보였다. 어떤 이는 울부짖었고, 어떤 이는 허망하게 웃고 있었다. 이윽고 거대한 강이 나타났다. 누렇고 탁한 물이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삼도천이었다. 강을 건너자, 거대하고 시커먼 성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명부'라는 현판이 걸린 그 문은, 보는 것만으로도 영혼을 쥐어짜는 듯한 위압감을 풍겼다. "이 이보시오 나는 나는 평생 남을 속여 이득을 취한 적이 없소! 셈은 깐깐했지만 그건" 박 서방이 필사적으로 변명했지만, 사자들은 그를 문 안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어둡고 긴 복도를 지나자, 거대한 전각이 나타났다. 수많은 영혼들이 공포에 질린 채, 전각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 서방도 그들 틈에 섞여,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염라대왕 과연 어떤 분일까. 내 죄를 셈이 깐깐했던 것도 죄가 되는가?' 공포에 질려 덜덜 떨고 있을 때, 그의 차례가 되었다.

    ※ 아수라장이 된 염라전

    "들어가라!" 저승사자가 등을 떠밀어, 박 서방은 거대한 염라전 안으로 비틀거리며 들어섰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상상 속의 염라전은 서슬 퍼런 작두와 불타는 가마솥, 그리고 죄인의 비명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그러나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물론, 전각은 어마어마하게 넓고 높았으며, 시커먼 기둥에는 용이 감겨 있었고, 사방에는 기괴한 형상의 귀졸들이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이상했다. 준엄하고 서슬 퍼런 심판의 현장이 아니라, 마치 장터의 난장판과도 같았다. 저승의 판관들과 서기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고함을 지르고 있었고, 장부로 보이는 두루마리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아니, 이게 맞지 않잖아!" "이쪽 장부랑 저쪽 장부를 대조해 봤어?" 몇몇 영혼들은 심판은커녕,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박 서방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 이게 저승의 심판?' 그리고 그는 전각 가장 깊숙한 곳, 높은 옥좌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당연히 염라대왕이 근엄하게 앉아있어야 했다. 하지만 옥좌는 비어있었다. 대신, 옥좌 앞 넓은 공터에서, 두 거대한 존재가 서로를 노려보며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한 명은 우리가 익히 아는, 검은 면류관에 붉은 용포를 입은, 무시무시한 수염을 기른 염라대왕이었다. 그런데 그 염라대왕이 안절부절못하며 쩔쩔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온몸에서 눈부신 황금빛 광채가 뿜어져 나오는, 위엄 있는 백발의 노인이 서 있었다. 그는 하얀 용포를 입고 있었는데, 그 기세가 염라대왕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박 서방은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저분은 이야기 속에서나 듣던 "옥 옥황상제?" 그렇다. 저승의 왕인 염라대왕의 처소에, 하늘의 주인인 옥황상제가 직접 행차한 것이었다. 그리고 분위기는,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옥황상제는 잔뜩 격앙된 목소리로 염라대왕을 꾸짖고 있었다. "염라! 그대는 어찌하여 명부의 관리를 이따위로 하는 게요! 지금 이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옥황상제의 호통에 거대한 염라전이 쩌렁쩌렁 울렸다.

    ※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의 대싸움

    박 서방은 숨도 쉬지 못하고 두 신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옥황상제의 불호령에, 억울함이 폭발한 듯 염라대왕이 드디어 맞받아쳤다. 그는 무시무시한 수염을 부르르 떨며,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옥황이시여! 말씀이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어찌 모든 책임을 소신에게만 돌리시려 하십니까! 저승의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이, 어찌 소신의 탓이기만 하단 말입니까!" "허어! 지금 지금 내 탓이라 하셨소?" 옥황상제의 눈에서 금빛 번개가 번쩍이는 듯했다. 박 서방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웅크렸다. 저러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염라대왕은 이판사판이라는 듯, 그간 쌓인 울분을 토해냈다. "그렇다마다요! 이승의 법도가 바로 서야, 저승의 법도도 바로 서는 법! 헌데 지금 이승을 보시옵소서! 옥황께서 관장하시는 이승 땅에서, 역병이 돌아 제명대로 죽는 자가 없고, 난데없는 전쟁이 터져 엉뚱한 목숨이 수백씩 떨어져 나갑니다! 그렇게 명부에도 없는 죽음이 시시때때로 쏟아져 들어오는데, 부족한 저희 인력으로 어찌 감당을 한단 말입니까! 이승의 관리를 소홀히 하신 옥황께서, 어찌 소신에게만 책임을 물으시려 하십니까!" 염라대왕의 논리정연한 항변에, 옥황상제는 잠시 말이 막힌 듯했으나, 이내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하! 염라의 말이 실로 가관이구려! 이승의 생로병사와 전쟁, 역병은 본디 정해진 이치이자 거대한 순리거늘! 그대들은 그저, 명부에 적힌 대로, 그 순리에 따라 영혼을 거두면 그만이오! 헌데, 그대들이 일을 게을리하고 태만히 하여, 죽어야 할 놈은 이승에서 껄껄대며 구십, 백 살을 누리고, 아직 한창 살아야 할 놈은 이리 잘못 끌려오고 있지 않소! 이 장부들이! 이 엉망진창이 된 생사부가 바로 그 증거가 아니오!" 옥황상제는 발치에 산더미처럼 쌓인 두루마리 장부들을 발로 툭 찼다. 박 서방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저것이 저것이 천하의 생사부란 말인가. 그런데 저렇게 발로 차일 정도로 엉망이란 말인가. 개성상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 저 귀한 장부를 발로 차다니' 염라대왕도 지지 않았다. "생사부대로 거두려 해도, 이승에서 하도 동명이인이 많고, 태어나자마자 이름도 없이 죽는 자들이 부지기수인데, 우리들 인력으로 어찌 그것을 다 감당한단 말입이까! 저승사자들도 사람 아니, 귀신인지라 실수를 할 수도 있는 법! 옥황께서 천상의 군대를 반만 떼어주시거나, 하다못해 하늘의 선녀들을 보내어 이 장부 정리라도 돕게 하신다면" "지금 지금 나에게 예산 타령을 하는 것이오! 명부의 수장이라는 자가! 그대들이 매일 밤 심판한답시고 죄인들 기름 짜내는 형벌만 줄여도, 그 인력으로 충분히 장부 정리는 하겠소!" "예산이 아니라 효율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죄인들 기름 짜는 것은 그것은 법도에" "시끄럽소! 이건 명백한 그대의 태만이오! 내가 하늘에서 다 봤소! 그대, 어젯밤에도 판관들 데리고 술판을 벌이지 않았소!" "아니옵니다! 그것은 그것은 격무에 지친 직원들을 아니, 귀졸들을 위로하기 위한" "무책임이십니다!" "태만입니다!" 두 거대한 존재는, 마치 저잣거리에서 생선 값을 흥정하는 상인들처럼, 혹은 나라의 녹을 먹는 관료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듯, "네 탓이네!", "내 탓이네!"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판관들은 귀를 막고 엎드려 있었고, 귀졸들은 창을 든 채 덜덜 떨고 있었다. 저승의 위엄도, 천상의 권위도 없었다. 박 서방은 공포에 질려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기가 막혔다. 이승의 끝, 저승의 시작이라는 명부가 이렇게 허술하고 시끄러운 곳일 줄이야. 신들의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고 저러다 해 넘어가겠네 아니, 저승에 해가 있나?'

    ※ 신들 앞에 불려 나간 박 서방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이 서로 멱살이라도 잡을 듯 으르렁대며 설전을 벌이던 바로 그때였다. 이 난장판 속에서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해보려 애쓰던 늙은 판관 하나가, 구석에서 넋을 잃고 엎드려 있어야 할 망자 하나가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박달주 서방이었다. 그는 공포에 질려 덜덜 떨면서도, 어느새 고개를 들고 바닥에 널브러진 장부 두루마리들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이승에서 풀리지 않는 셈을 만났을 때처럼, 기묘한 빛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신들도 들을 수 없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니 저 장부들은 저렇게 흩어놓으면 어찌 대조를 분류를 먼저 해야지 입과 출을 아이고, 답답해라 저건 사망자 명부 같은데, 저건 출생 명부와 섞여있지 않은가. 이러니 셈이 맞을 리가 쯧쯧" 그 모습이, 마치 자기 가게 서고를 정리하는 대행수의 모습과도 같았다. 늙은 판관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평생을 염라전에서 망자들을 심판해 온 베테랑이었다. 저 망자는 공포에 질린 것이 아니라, 이 혼란스러운 상황 자체를 '셈'의 눈으로 비판하고 있었다. 판관은 '이거다!' 싶었다. 지금 이 거대한 두 신의 싸움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이승의 법도도 저승의 법도도 아닌, 이 엉망이 된 '장부' 그 자체를 해결하는 것뿐이었다. 그는 황급히 박 서방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네 이놈! 지금 무어라 중얼거렸느냐! 네놈 셈을 할 줄 아느냐!" 박 서방은 그제야 정신이 든 듯, 화들짝 놀라며 버벅거렸다. "네 네? 소, 소인은 개성에서 평생 장부 정리만" "개성? 개성상인이란 말이냐!" "예 예! '잣대 박'이라 불렸 습니다만" 판관은 무릎을 쳤다. 그는 당장 박 서방을 죄인 끌고 가듯 질질 끌고, 두 신의 싸움 한복판으로 나아갔다. "옥황상제님! 염라대왕님! 잠시 잠시만 소인의 말씀을 들어주시옵소서!" 시끄럽던 고함이 순간 멎었다.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의 무시무시한 시선이, 감히 신들의 대화에 끼어든 늙은 판관과 그에게 멱살을 잡혀 끌려온 박 서방에게로 동시에 꽂혔다. "웬 놈이냐!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고개를 드느냐!" 염라대왕의 호통에 박 서방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판관이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소 송구하옵니다! 하오나 지금 이 거대한 셈의 오류를 바로잡을 실마리를 찾은 듯하여 감히 아뢰옵니다!" 옥황상제가 찌푸린 미간으로 물었다. "실마리라니? 그게 고작 그 넋 나간 망자 놈이더냐?" "옥황이시여! 이 자는 이 자는 이승에서 '잣대 박'이라 불리던, 셈에 있어서는 귀신도 울고 간다는 개성상인 박달주라 하옵니다! 평생 장부만 만지고 산 놈이니 혹여 이 저승의 엉망이 된 장부를 수습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이리 대령하였나이다!" 염라대왕은 "흥! 웬 필부 따위가 신들도 못하는 일을 어찌 한단 말이냐!" 하며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옥황상제는 조금 생각이 다른 듯했다. 그는 이 지긋지긋한 싸움과 엉망이 된 명부를 어떻게든 수습하고 싶었다. 그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박 서방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 위엄에 박 서방은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 같았다. "흐음 네놈이 '잣대 박'이라? 네놈이 감히, 이 하늘과 땅의 장부 이 생사부를 맞출 수 있단 말이냐?" 박 서방은 사시나무 떨듯 떨며 고개를 조아렸다.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지만, 동시에 그의 눈은 바닥에 널브러진 생사부 두루마리들을 향해 있었다. 저렇게 엉망으로 관리된 장부를 보니, 셈쟁이로서의 자존심과 직업병이, 죽음의 공포를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있었다. '죽더라도 저 장부는 한번 만져보고 죽어야겠다.' 그는 마지막 용기를 쥐어짜냈다. "저 저 황공 황공무지하오나 옥황상제님 염라대왕님 소인에게 붓과 주판 아니, 주판은 없더라도 저 장부들을 한번 한번 보게만 보게만 해주신다면 소인의 평생 기술을 다하여 밤을 새워서라도 그 오류를 찾아 보겠나이다"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밑져야 본전이었다. 아니, 이 지긋지긋한 설전에서 잠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옥황상제가 근엄하게 선언했다. "좋다! 네 이놈, 박달주! 만약 네가 이 장부를 정리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이 사달의 근본 원인을 밝혀낸다면 네놈의 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니, 네놈의 죄를 감해주고 큰 상을 내릴 것이다. 허나 만약 신들을 기만하고 허튼수작을 부리거나, 셈도 못하는 놈이 시간만 끌기만 한다면 네놈의 영혼을 풍비박산 내어, 다시는 윤회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알겠느냐!" "예 예!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목숨 아니, 영혼을 걸고 하겠나이다!" 박 서방은 당장이라도 오줌을 지릴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엉망인 장부를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알 수 없는 희열마저 느끼고 있었다.

    ※ 개성상인, 저승의 장부를 맞추다

    그때부터 박달주 서방의, 전무후무한 저승에서의 회계 감사가 시작되었다. 염라전 한복판, 원래 죄인들이 무릎을 꿇어야 할 자리에 거대한 상이 차려졌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생사부 두루마리들이 그의 앞으로 속속 옮겨졌다.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은 옥좌 양옆에 임시로 자리를 마련하고 앉아, 이 작은 필부가 어찌하나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그들의 싸움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박 서방은 처음에는 신들의 위엄에 짓눌려 손을 덜덜 떨었지만, 일단 붓과 먹을 손에 쥐고, 첫 번째 장부를 펼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더 이상 죽은 망자가 아니었다. 그는 개성 제일의 '잣대 박' 서방이었다. 그는 이승에서 하던 그대로, 먼저 장부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쪽은 출생 장부, 즉 입이오. 이쪽은 사망 장부, 즉 출이외다. 판관님들은 들으시오! 장부의 기본은 분류이거늘! 어찌 이 둘을 한데 섞어 둔단 말이오! 그리고 출생지는 팔도별로, 사망지는 연도별로 나누어야 대조가 빠르지 않겠소!" 그의 호령에, 감히 신성한 염라전에서 이게 무슨 짓인가 싶으면서도,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이 지켜보고 있기에, 판관들과 귀졸들이 허둥지둥 움직였다. 박 서방은 저승의 주판을 받아들고, 신들린 듯이 튕기기 시작했다. '타다다닥, 타다닥' 정적이 흐르는 염라전에, 오직 주판알 튕기는 소리만이 경쾌하게, 아니, 살벌하게 울려 퍼졌다. 그는 밤낮없이 셈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저승에서의 시간 관념은 알 수 없었으나, 촛불이 수십 자루 타들어 가는 동안, 박 서방은 먹지도 자지도 않고 장부에만 몰두했다.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은 끈기 있게 그를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저놈이 뭘" 하던 그들도, 박 서방이 장부를 산더미처럼 분류하고, 오류가 있는 부분을 붉은 먹으로 척척 그어대는 것을 보며, 묘한 감탄의 빛을 띠기 시작했다. 옥신각신하던 싸움도 잊은 채, 그들은 주판알 튕기는 소리만 쩌렁쩌렁 울리는 염라전에 몰두했다. "허어 저놈, 물건은 물건일세. 저 빠른 손놀림 좀 보게." 옥황상제가 중얼거리자, 염라대왕도 헛기침을 했다. "흠 셈 하나는 이승의 재상감, 아니, 저승의 판관감으로도 손색이 없겠소이다." 그렇게 사흘째 되던 날. 거의 탈진 상태로 주판알을 튕기던 박 서방이, 갑자기 "아!" 하고 비명 같은 외침을 질렀다. 두 신이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찾았느냐! 무엇이 문제더냐!" 박 서방은 식은땀을 비 오듯 흘리며, 다 헤진 두루마리 두 개를 보물처럼 받쳐 들고 그들 앞으로 기어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은 광기에 가까운 희열로 불타고 있었다. "대 대왕님들 옥황이시여 찾았습니다 이 이 거대한 혼란의 시작을 이 모든 장부가 뒤틀리기 시작한 그 첫 번째 오류를 찾았나이다" "그것이 무엇이냐! 당장 고하라!" 박 서방은 떨리는 목소리로, 숨을 헐떡이며 아뢰었다. "그것은 옥황상제님의 이승 관리 소홀도 염라대왕님의 저승 관리 태만도 아니었나이다" "그럼 뭐란 말이냐! 속 시원히 말하지 못할까!" 박 서방은 침을 꿀꺽 삼키고, 두루마리 하나를 펼쳐 보였다. "아주 아주 오래전 약 이백 년 전 한 서기의 아주 사소한 실수였나이다." 알고 보니, 이백 년 전쯤, 명부에 처음 들어온 한 신입 저승 서기가 장부를 정리하다가, 그만 깜빡 졸았던 것이다. 그는 '김'씨 성을 가진 사망자 장부 묶음과 '이'씨 성을 가진 사망자 장부 묶음을 옮기다가, 두 묶음을 통째로 뒤바꿔서 서고에 꽂아 넣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죽어야 할 김씨는 이씨 장부에 없으니 수명이 늘어나고, 반대로 멀쩡히 살아야 할 이씨는 엉뚱하게 김씨 사망자 장부에 이름이 올라 일찍 죽어왔다. 이 어처구니없는 오류가 이백 년간 쌓이고 쌓여, 나비효과처럼 번져나가, 김씨가 이씨 집안에 태어나고 이씨가 박씨와 혼인하고 족보가 꼬이고 생사가 꼬여, 이승과 저승의 모든 셈이 지금처럼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 거대한 혼란의 원인이, 고작 서기 하나의 '졸음' 때문이었다니. 수백 년간 서로 "네 탓"이라며 싸워온 두 신의 얼굴이,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 염라대왕은 조용히 판관을 불렀다. "그 이백 년 전 그 졸았던 서기 놈 당장 잡아들여 염라전 앞마당에 거꾸로 매달아라!" 그때, 박 서방이 아직 할 말이 남은 듯, 자신의 이름이 적힌 장부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어 어? 이 이것은" "또 무엇이냐! 설마 또 다른 오류라도 찾았단 말이냐!" "아니오라 저 대왕님 소 소인의 이름이 여기 오늘 자 사망자 명부에 있사온데" "네놈이 죽었으니 당연히 있겠지! 그게 무에 이상하다고!" "아니오라 여기 소인의 이름은 개성 사는 '박달주'이온데 원래 원래 오늘 죽기로 한 사람은 소인이 아니라 바로 옆 고을 송악산 밑에 사는 '박달수' 였사옵니다" 저승사자들이, 이름이 비슷하고 사는 곳이 가깝다는 이유로 엉뚱한 사람을 잡아온 것이었다.

    ※ 돌아온 박 서방의 두 번째 인생

    염라전에 다시 한번, 싸늘하고도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의 얼굴이 동시에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거대한 신들의 자존심 싸움이, 결국은 하급 관리의 실수와, 이름도 헷갈리는 저승사자의 업무 태만 때문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것도, 일개 인간, 그것도 '셈쟁이' 필부 하나에 의해서. "크 큼 흠!" 염라대왕이 먼저 헛기침을 하며 옥좌로 돌아가 앉았다. 그 위엄 있던 얼굴에 민망함이 가득했다. 옥황상제 역시, "허어, 세상 말세로다" 중얼거리며, 잔뜩 구겨진 체면을 애써 수염을 쓰다듬으며 감추었다. "과연 과연 '잣대 박'이라 불릴 만하구나. 네놈의 셈이 저승의 이백 년 묵은 혼란을 바로잡았다." 염라대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체면은 구겼지만, 골칫거리가 해결된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명부의 착오로 이름이 비슷한 자를 우리 사자들이 그만 '실수'로 네놈을 일찍 데려왔으니" 옥황상제가 말을 이었다. "이승으로 돌려보내 주어야겠지. 허나, 네놈은 저승의 가장 큰 비밀을 보았다. 신들의 치부 아니, 신들의 고충을 말이다. 이 사실이 이승에 알려진다면 신들의 권위가 어찌 되겠느냐." 박 서방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납작 엎드렸다. "소 소인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나이다 아무것도 듣지 못했나이다! 소인은 그저 장부가 엉망이라 셈을 셈을 맞추었을 뿐이옵니다!" 옥황상제가 그제야 껄껄, 헛웃음을 터뜨렸다. "눈치 하나는 구렁이보다 빠른 놈이로구나. 좋다. 네 공을 치하하고, 우리의 실수를 덮 아니, 보상하는 의미로, 네놈을 이승으로 돌려보내겠다." 염라대왕도 거들었다. "또한, 네가 억울하게 끌려와 사흘간 저승에서 고생하며 장부를 맞춘 공을 더해, 네가 원래 살아야 할 수명에 30년을 더 얹어주겠다." "삼 삼십 년!" 박 서방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옥황상제가 마지막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네놈이 그토록 아끼는 '셈'에 부족함이 없도록 네놈의 이승 창고에 복을 가득 채워주마. 다시는 '한 푼' 때문에 목숨을 걸지 않도록 말이다. 대신 오늘 본 것은, 무덤까지 아니, 다시 저승에 올 때까지 함구해야 한다. 만약 한 마디라도 새어 나간다면 그땐 네놈뿐만 아니라, 네놈의 자손 칠대까지 알지?" "망극하옵니다! 망극하옵니다! 함구 평생 함구하겠나이다!" 박 서방은 머리가 깨지도록 절을 올렸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이 다시 "그래서 그 졸았던 서기 놈은 잡았는가?", "그보다 박달수는 어찌할 텐가? 그냥 둬?" 하며 새로운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멀어져 갔다. 박 서방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자신의 사랑채에 쓰러져 있었다. 밖은 환한 아침이었고, 아내가 그를 흔들며 울고 있었다. "여보! 여보! 정신이 드시오! 아이고, 의원이 숨이 멎었다고 하였는데!" 그는 불에 타다 만 장부를 움켜쥔 채 일어났다.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가슴을 옥죄던 통증이 사라졌고, 머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맑았다. 어젯밤, 그가 '억!' 하고 쓰러진 것은, 그 '박달수'가 죽어야 할 시간에 저승사자가 실수로 그의 명줄을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개성상인 '잣대 박'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는 여전히 셈은 빨랐지만, 더 이상 한 푼에 목숨을 걸지 않았다. "김 서방. 닷 냥이 아니라 열 냥이라도 좋으니, 급한 불부터 끄시게. 이자는 껄껄 염라대왕님 장부에 달아두지. 그 양반들 셈이 어두워서 이자 계산이나 제대로 할랑가 모르겠네."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그는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풀기 시작했다. 굶는 이들에게 밥을 주고, 다리를 놓고, 서당을 지었다. 사람들은 박 서방이 죽다 살아나더니 미쳤다고도 했고, 신선이라도 만났다고도 했다. 박 서방은 그저 웃을 뿐, 그날 염라전에서 보았던 그 '난장판'에 대해서는 평생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저승에 갔을 때, 염라전은 다행히도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웠으며, 모든 장부가 '잣대 박' 서방이 정리해 준 방식 그대로, 깔끔하게 분류되어 있었다고 한다.

    유튜브 엔딩 멘트

    스르르 잠드는 야담, 오늘 '계서야담' 속 저승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하늘의 옥황상제도, 저승의 염라대왕도, 결국은 '네 탓이네, 내 탓이네' 하며 다투는 모습이 우리네 사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웃음이 납니다.
    평생 '셈'에 묶여 살던 박 서방은, 오히려 저승의 엉망진창 '셈'을 바로잡고 나서야 진짜 인생의 '셈'을 깨닫게 되었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돈 한 푼의 정확한 셈이 아니라, 덤으로 얻은 인생을 어떻게 복되게 채워나가는지가 아니었을까요?
    오늘 밤, 시청자님의 장부에는 근심 걱정은 모두 사라지고, 평안과 행복만이 가득 차오르길 바라며 (야담 염라)는 다음에도 더욱 재미있는 야담으로 돌아오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