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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를 입은 저승사자

황금 인생 21 2026. 2. 1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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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딩드레스를 입은 저승사자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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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

    조선 한양에서 실제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혼례식 전날 밤, 새색시가 죽었습니다. 심장이 멈춘 것입니다. 저승사자가 영혼을 거두러 왔습니다. 그런데 이 새색시가 저승사자의 도포 자락을 붙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딱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혼례식만 치르고 가겠다고. 저승사자는 거절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차사에게도 전생의 기억이 있었습니다. 혼례복을 입고 피를 토하며 죽어간 사람의 기억이. 결국 저승사자는 금기를 어깁니다. 죽은 새색시의 몸에 직접 들어가 신부 행세를 하기로 한 것입니다. 사내인 저승사자가 족두리를 쓰고 연지곤지를 찍고 꽃가마에 올라탑니다. 이것은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승의 법을 부순 자의 이야기입니다.

    ※ 1단계: 첫 장면

    한양에서 제일가는 혼수방이라 불리는 집의 안방이었다. 내일이면 새색시가 될 옥분의 방은 온통 꽃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비단 이불이며 자개장이며, 평범한 사람이 평생을 모아도 구경하기 힘든 귀한 물건들이 방 안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것들은 모두 시어머니 될 분이 며느리를 위해 평생 아끼고 모은 것들이었다. 거울 앞에 선 옥분은 내일 입을 활옷을 미리 걸쳐보고 있었다. 소매를 펼치니 오색 비단이 나비 날개처럼 펼쳐졌고, 치마 끝에 수놓인 모란꽃이 촛불 아래에서 살아 있는 것처럼 빛났다. 옥분은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연지곤지를 찍지 않아도 두 뺨이 발그레했고, 앵두 같은 입술이 영락없는 복사꽃 같았다. 가슴이 콩닥거려 숨을 쉴 때마다 비단 옷자락이 사락사락 소리를 냈다. 내일이면 꽃가마를 타고, 서방님과 맞절을 하고, 합환주를 마시고, 진짜 부부가 된다. 옥분은 활옷 소매로 얼굴을 가리며 혼자 킥킥 웃었다. 그런데 옥분은 몰랐다. 행복에 취해 들여다보고 있는 그 청동 거울 속에, 자기 모습만 비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옥분의 등 뒤, 거울 속 어둠 깊은 곳에서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검은 갓을 쓰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고, 눈은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서늘한 눈이었다. 사내였다. 아니, 사내의 형상을 한 것이었다. 그것이 서늘한 눈으로 옥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울 속에서 옥분의 생기 넘치는 얼굴과 사내의 죽은 눈동자가 기묘하게 겹쳐졌다. 옥분이 웃을 때 사내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고, 옥분이 고개를 돌려도 사내의 시선은 옥분의 목덜미에 고정되어 있었다. 가장 화려하고 행복해야 할 순간에, 죽음은 이미 예고도 없이 문턱을 넘어와 있었다. 방 안의 촛불이 이유 없이 파르르 떨렸다. 불꽃이 한쪽으로 기울더니 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그 그림자의 형태가 사람의 형상과 닮아 있었지만, 옥분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거울 앞에서 활옷 소매를 펼치며 웃고 있었다. 내일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 2단계: 주제 제시

    옥분은 쿵쿵거리는 가슴을 안고 방문을 열었다. 마당을 가로질러 사립문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달이 떠 있었다. 보름달이 한양의 기와지붕들을 은빛으로 물들이고 있었고, 그 달빛 아래에 사내 하나가 서성이고 있었다. 내일의 신랑, 돌쇠였다. 서방님. 옥분의 목소리에 돌쇠가 돌아보았다. 환하게 웃었다. 이가 고르고 눈이 선한 청년이었다. 몸은 크고 억셌지만 웃을 때의 눈매는 아이처럼 순했다. 아이고 옥분아. 밤이 늦었는데 잠도 안 자고 나왔어.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할 텐데. 옥분은 돌쇠에게로 걸어가 그의 품에 안겼다. 돌쇠의 품은 넓었고, 가슴에서 나는 냄새는 나무와 흙 냄새가 섞여 있었다. 하루 종일 일한 사람의 냄새였다. 옥분에게 그 냄새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냄새였다. 잠이 와야 자지요. 서방님, 우리 내일이면 진짜 부부가 되는 거지요. 꿈만 같아요. 우리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안 헤어질 거지요. 돌쇠는 옥분의 손을 자신의 크고 따뜻한 손으로 감싸 쥐었다. 거친 손이었다. 도끼를 쥐고, 쟁기를 쥐고, 지게를 진 손이었다. 그러나 옥분의 손을 잡을 때만큼은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다루듯 조심스러웠다. 암, 그렇고말고.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내가 자네를 찾아갈 걸세. 저승길이 험하다면 내가 업고서라도 갈 테니 걱정 말게. 두 사람의 맹세가 봄바람처럼 달빛 아래를 흘렀고, 두 그림자가 하나로 포개졌다. 그때, 사립문 너머 처마 밑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그 맹세를 듣고 있었다. 검은 갓의 사내였다. 방 안 거울 속에 비쳤던 바로 그 형체가, 이제 처마 밑의 어둠 속에 서 있었다. 사내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죽음이 갈라놓는다라. 인간들은 참으로 겁도 없이 입을 놀린다. 그 영원할 것 같은 맹세가 당장 오늘 밤 산산조각 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어리석고 가여운 것들. 사내의 이름은 강림이었다. 저승의 차사였다.

    ※ 3단계: 설정

    옥분은 일곱 살에 아버지를 잃었고, 열 살에 어머니마저 떠났다. 친척 중에 거두어 주는 사람이 없어 남의 집 식모살이를 시작한 것이 열한 살 때였다. 새벽에 일어나 물을 길었고, 낮에는 빨래를 했으며, 밤에는 부엌 바닥에서 잠을 잤다. 주인집 아이가 실수한 일에 매를 맞기도 했고, 밥은 식구들이 다 먹고 남은 찬밥에 물을 말아 먹었다. 옥분에게 가족이라는 것은 남의 집 문틈으로 엿보는 풍경이었다. 아버지가 아이를 안아주는 모습, 어머니가 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는 모습. 옥분은 그런 것을 볼 때마다 눈물을 삼켰다. 울면 맞았기 때문이다. 돌쇠를 만난 것은 열여섯 살 때였다. 주인집에 나무를 배달하러 온 나무꾼 청년이었다. 옥분이 물동이를 이고 가다 넘어졌을 때, 돌쇠가 달려와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돌쇠는 가난했지만 성실했고, 말은 어눌했지만 마음은 깊었다. 옥분에게 돌쇠와의 혼례는 단순히 남편을 만나는 것이 아니었다. 생애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생기는 기적이었다. 돌쇠의 홀어머니는 고아인 옥분을 친딸처럼 거두었고, 내일은 식모 김옥분이 사랑받는 며느리이자 아내로 다시 태어나는 날이었다. 반면, 그녀의 생명을 거두러 온 저승차사 강림은 감정이라곤 티끌만큼도 없는 저승 제일의 냉혈한이었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영혼을 수거해왔다. 그 세월 동안 셀 수 없는 이별을 보았다. 부모가 아이를 붙잡고 우는 것도, 연인이 서로를 놓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것도, 노인이 세상에 미련을 남기며 눈을 감지 못하는 것도 보았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가슴이 아프거나 손이 떨린 적이 없었다. 그에게 옥분은 오늘 밤 처리해야 할 업무 하나에 불과했다. 강림은 명부를 펼쳐 확인했다. 김옥분. 열아홉. 오늘 밤 자시. 심장마비. 예정대로다.

    ※ 4단계: 사건 발생

    혼례식 전날 밤이었다. 옥분은 돌쇠와 헤어진 뒤 방으로 돌아와 내일 입을 속적삼에 마지막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촛불 아래에서 바늘을 움직이는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는데, 그것은 설렘 때문이었다. 한 땀 한 땀 꿰매며 내일의 자기 모습을 상상했다. 족두리를 쓰고 활옷을 입은 자신이 꽃가마에서 내리는 모습. 돌쇠가 자기를 보고 웃는 모습. 속적삼의 마지막 매듭을 짓는 순간이었다. 옥분의 가슴에서 무언가가 쿵 하고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바늘을 든 손이 허공에서 정지했다. 숨이 들어오지 않았다. 내쉬려 해도 나가지 않았다. 가슴 한가운데가 돌로 짓눌린 것처럼 무거웠고, 그 무게가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짧은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으, 하는 소리가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을 뿐이었다. 옥분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바늘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고, 실이 끊어져 풀려 나갔다. 속적삼이 옥분의 몸 위로 덮였다. 내일 입으려던 옷이 수의가 되었다. 지병이던 심장의 이상이, 하필이면 가장 설레고 긴장된 이 순간에 터진 것이었다. 촛불이 한 번 크게 흔들리더니, 꺼졌다. 방이 어둠에 잠겼다. 그 어둠 속에서 옥분의 몸 위로 무언가가 빠져나왔다. 반투명한 형체. 옥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빛이 투과했다. 영혼이었다. 옥분의 영혼은 자기 몸 위에 떠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자기 몸이 식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뺨의 혈색이 빠져나가고, 입술이 파래지고, 손끝이 하얗게 변해가는 것이 보였다. 그때 방 안 어둠이 한쪽에서 갈라지며 검은 도포의 사내가 나타났다. 강림이었다. 그가 명부를 접으며 말했다. 김옥분. 열아홉. 명줄 끝났다. 가자. 옥분의 영혼은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아래의 자기 시체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속적삼 위에 떨어진 바늘. 풀려나간 실. 내일 입으려던 활옷. 안 돼. 옥분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안 돼. 나 죽은 거야. 내일이 혼례식인데. 꽃가마도 못 타보고, 연지곤지도 못 찍어보고 죽는 게 말이 돼. 서방님 얼굴도 못 보고 가는 게 어디 있어. 옥분은 자기 시체를 붙잡고 흔들었다. 차가운 살이 손에 닿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억울해. 나 못 가. 절대 못 가.

    ※ 5단계: 고민

    옥분의 영혼이 강림의 도포 자락을 붙잡았다. 영혼의 손이었지만 힘이 실려 있었다. 간절함이 힘이 된 것이었다. 강림이 도포를 잡아당겼지만 옥분이 놓지 않았다. 차사님, 제발요. 살려달라는 거 아니에요. 죽은 거 알아요. 명줄 끝난 거 알아요. 딱 하루만 시간을 주세요. 내일 혼례식만 치르고 갈게요. 그것만 해주세요. 강림은 무표정한 얼굴로 옥분을 내려다보았다. 안 된다. 저승 법도에 예외는 없다. 산 자의 시간은 끝났다. 놓아라. 옥분은 놓지 않았다. 차사님, 돌쇠 씨를 생각해 주세요. 내일 아침 초례청에 나갔는데 신부가 없으면 어떻겠어요. 아니, 신부가 밤새 죽어 있었다는 걸 알면 어떻겠어요. 그 사람이 평생 어떻게 살겠어요. 자기 혼례식 날 신부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거예요. 마을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릴 거예요. 저 사람은 팔자가 사나워서 장가도 못 간다고. 아내 될 사람이 혼례도 전에 죽었다고. 그 손가락질을 평생 받으며 살아야 하는 거예요. 그 꼴을 어떻게 봐요. 제발 하루만. 딱 하루만. 강림은 귀찮다는 듯 옥분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시끄럽다. 썩 물러나라. 하지만 옥분이 한 발 더 다가서며 강림의 눈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당신도 사랑해 봤으면 알 거 아니에요. 사랑하는 사람 혼자 두고 떠나는 게, 남겨진 사람이 겪을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 거 아니냐고요. 당신은 피도 눈물도 없는 거예요. 그 말이 강림의 가슴을 관통했다. 수천 년 동안 닫아두었던 기억의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강림에게도 전생이 있었다. 인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혼례식 날, 혼례복을 입고 자기 앞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진 사람이 있었다. 강림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손이 식어가는 것을 잡고만 있어야 했던 기억이, 수천 년의 세월에 파묻혀 있다가 지금 옥분의 눈빛에 의해 무덤에서 끌려 나왔다. 강림의 서늘한 눈빛이 흔들렸다. 아주 미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 6단계: 2막 진입

    강림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옥분의 영혼이 도포 자락을 잡은 채 올려다보고 있었고, 바닥에는 옥분의 차가운 시체가 누워 있었다. 촛불이 꺼진 방 안은 어둠뿐이었다. 강림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이 방 안의 어둠을 흔들었다. 좋다. 딱 하루. 열두 시진이다. 그 이상은 절대 안 된다. 해가 지면 끝이다. 옥분의 영혼이 환해졌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차사님. 하지만 강림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 기뻐하지 마라. 문제가 있다. 네 육신은 이미 심장이 멈추었다. 뼈와 살은 남아 있지만 심장을 뛰게 할 힘이 없다. 네 영혼이 다시 들어가 봐야 소용없다. 죽은 고기에 불과하다. 그러면 어떻게요. 강림이 옥분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들어간다. 네 몸에 내가 들어가서 심장을 뛰게 하마. 내 힘으로 열두 시진 동안 네 몸을 움직인다. 옥분의 영혼이 기겁했다. 뭐라고요. 차사님이 제 몸에 들어간다고요. 차사님은 사내잖아요. 강림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다른 방법이 없다. 싫으면 지금 당장 저승으로 가자. 옥분의 영혼은 입을 다물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강림이 옥분의 시체 앞에 섰다. 검은 도포가 바람 없이 흔들렸다. 강림의 형체가 희미해지며 검은 연기처럼 변했다. 그 연기가 옥분의 입과 코를 통해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잠시 정적. 그리고 옥분의 손가락이 까딱 움직였다. 새끼손가락이 먼저 움직이고, 약지, 중지가 차례로 움직이더니 주먹을 쥐었다. 눈꺼풀이 떨렸다. 그리고 눈이 떠졌다. 뜨인 눈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수줍은 새색시의 것이 아니었다. 서늘하고 날카로웠다. 수천 년을 살아온 저승차사의 눈이었다. 강림이 옥분의 입으로 말했다. 목소리는 옥분의 것이었지만 어조는 강림의 것이었다. 시작하자.

    ※ 7단계: B 이야기

    아침이 밝았다. 옥분의 몸을 입은 강림은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수모가 와서 연지곤지를 찍고 족두리를 씌웠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옥분의 얼굴이었지만, 눈빛만은 달랐다. 강림은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옥분의 영혼이 옆에 떠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차사님, 웃어요. 좀 웃어야 자연스럽잖아요. 신부가 저렇게 무서운 눈을 하면 어떡해요. 강림이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근육이 경련하듯 떨렸다. 웃는 것이 아니라 이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다. 옥분의 영혼이 고개를 저었다. 아유, 그건 웃는 게 아니라 으르렁거리는 거예요. 좀 더 자연스럽게요. 눈도 같이 웃어야 해요. 그때 방문이 열리고 돌쇠가 들어왔다. 환한 얼굴이었다. 혼례복을 입고 있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옥분을 보자 얼굴이 풀어졌다. 옥분아, 잠은 잘 잤어. 오늘 날씨가 좋더라. 하늘도 우리 축하해주나 봐. 돌쇠가 다가와 옥분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강림의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저승사자의 본능이었다. 타인이 자기 몸에 접촉하면 기를 뺏기거나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이 습성이었다. 강림이 돌쇠의 팔을 잡아 비틀었다. 돌쇠가 비명을 질렀다. 으악. 옥분아, 왜 그래. 손아귀 힘이 장사네. 아파 아파. 강림이 화들짝 손을 놓았다. 옥분의 영혼이 옆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살살 해요. 서방님이잖아요. 서방님한테 그러면 어떡해요. 돌쇠가 아픈 팔을 주무르며 웃었다. 긴장했구나. 괜찮아. 나도 떨려. 그리고 옥분의 몸을 안았다. 강림은 처음에 몸이 굳었다. 저승에서 수천 년을 보내며 타인의 온기를 느낀 적이 없었다. 저승은 차가운 곳이었고, 영혼은 체온이 없었고, 차사끼리 서로를 안는 일은 없었다. 돌쇠의 품은 따뜻했다. 가슴에서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살아 있는 사람의 심장. 옥분의 심장은 강림의 힘으로 뛰고 있었지만, 돌쇠의 심장은 제 힘으로 뛰고 있었다. 그 차이가 강림에게 무언가를 건드렸다. 인간의 온기가 이렇게 따뜻한 것이었던가.

    ※ 8단계: 재미 구간

    혼례식 준비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수모가 옥분의 얼굴에 분을 바르고 연지를 찍었는데, 입술에 연지를 너무 진하게 올렸다. 강림이 거울을 보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봐, 입술을 잡아먹었나 왜 이리 빨개. 쥐 잡아먹은 귀신 같잖아. 다시 해. 목소리가 옥분의 것이었지만 어조가 사내의 것이었다. 수모가 기겁하여 붓을 떨어뜨렸다. 옥분의 영혼이 기가 막혀 소리쳤다. 목소리를 낮춰요. 여자처럼 말해야지 왜 장군처럼 호통을 치는 거예요. 강림이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 그러니까 좀 더 은은하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억지로 목소리를 높이니 음정이 갈라져 기괴한 소리가 났다. 수모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긴장해서 그런 것이겠거니 넘어갔다. 옥분의 친구들이 대기실에 몰려왔다. 신부를 둘러싸고 깔깔거리며 수다를 떨었다. 옥분아, 어젯밤에 잠은 잤어. 첫날밤에 어떡할 거야. 강림은 시끄러운 소리에 짜증이 치밀어 근엄하게 입을 열었다. 시끄럽다. 너희들 명줄이 다들 짧구나. 입조심해라. 특히 너, 내년에 물가에 가지 마라. 강림의 눈이 한 친구의 이마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차사의 눈에는 사람의 수명이 보였다. 친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옥, 옥분아 왜 그래. 무서워. 친구들이 울면서 방을 뛰쳐나갔다. 옥분의 영혼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 왜 그래요. 축하해 주러 온 애들한테 왜 협박을 해요. 드디어 입장 시간이 되었다. 신부가 초례청으로 들어서야 했다. 강림은 꽃신을 신고 일어섰다. 치맛자락이 발에 걸렸다. 저승에서 수천 년간 도포만 입고 다닌 자가 치마를 입으니 걸음걸이가 엉망이었다. 옥분의 영혼이 외쳤다. 종종걸음으로 걸어요. 신부는 고개를 숙이고 소보록소보록 걷는 거예요. 강림은 듣지 않았다. 장군이 출정하듯 보폭을 크게 벌리고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 꽃신이 마루를 쿵쿵 울렸다. 하객들이 웅성거렸다. 신부가 참 씩씩하구먼. 저 걸음 봐라. 장군감이야 장군감.

    ※ 9단계: 중간 전환점

    초례청에서 맞절의 시간이 왔다. 신랑과 신부가 마주 보고 서서 절을 올려야 했다. 강림은 옥분의 몸으로 절을 했다. 동작은 어색했지만 형식은 갖추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돌쇠와 눈이 마주쳤다. 돌쇠의 눈이 보였다.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그것은 감격의 눈물이었다. 기다리던 사람을 드디어 만났다는 기쁨,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다짐, 이 사람을 지키겠다는 각오가 전부 담겨 있는 눈이었다. 거짓이 없는 눈이었다. 순박하고, 투명하고, 지극히 인간적인 눈이었다. 강림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인간의 눈을 보았다. 죽음 앞에서 공포에 질린 눈,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눈, 체념한 눈, 분노하는 눈. 하지만 이런 눈은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한 번. 자기를 이렇게 바라보았던 사람이 있었다. 강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강림은 당황했다. 울 생각이 없었다. 울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옥분의 눈물이 아니었다. 옥분의 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그것은 강림의 눈물이었다. 수천 년 동안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던, 흘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눈물이 둑이 무너지듯 쏟아졌다. 돌쇠가 놀라 옥분의 손을 잡았다. 옥분아, 왜 울어. 기쁜 날인데. 강림은 대답하지 못했다. 나도 사랑을 했었구나. 나도 누군가를 이렇게 바라보았었구나. 잊고 있었다. 잊었다고 생각했다. 수천 년이라는 세월이 지우지 못한 것이, 이 청년의 눈빛 하나에 되살아났다. 강림은 돌쇠의 손을 꽉 쥐었다. 이 혼례는 옥분을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강림 자신의 해묵은 한을 풀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 10단계: 위기 압박

    혼례식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합환주를 나누어 마시는 마지막 의식이 남아 있었다. 합환주 잔을 서로 교환하여 마시면 혼례가 완성된다. 강림이 잔을 들어 올리려는 그 순간이었다. 하늘이 변했다. 맑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보통 구름이 아니었다. 검은 것이 소용돌이치며 초례청 위로 모여들었다. 바람이 불었다. 차가운 바람이었다. 한여름인데 이가 떨릴 만큼 찬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왔다. 초례청의 촛불이 한꺼번에 꺼졌다. 하객들이 술렁거렸다. 그때 하늘에서 소리가 내려왔다. 천둥소리 같았지만 천둥이 아니었다. 목소리였다. 강림. 강림의 몸이 굳었다.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저승 감사팀이었다. 강림, 네 이놈. 감히 사사로운 감정으로 생사의 법도에 개입하느냐. 산 자의 시간을 연장하고, 죽은 자의 몸에 들어가 이승의 의식을 치르다니. 저승법 제일조를 정면으로 위반한 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검은 바람이 초례청 지붕을 때렸다. 기와가 날아갔다. 하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번개가 마당에 떨어져 돌이 깨졌다. 돌쇠가 옥분을 감싸 안았다. 옥분아, 괜찮아. 내가 있어. 강림은 이를 악물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구름 사이로 형체들이 보였다. 감사팀의 차사들이 구름 위에 서 있었다. 셋이었다. 각각 손에 검은 채찍을 들고 있었다. 채찍 끝에서 번개가 튀었다. 즉시 그 여자의 영혼을 수거하고 돌아와라. 거부하면 너도 오늘부로 소멸이다. 옥분의 영혼이 강림 옆에서 떨고 있었다. 하늘의 위압감에 영혼의 형체가 흐려지고 있었다. 강림이 외쳤다. 아직 안 끝났다. 합환주가 남았다.

    ※ 11단계: 최악의 순간

    하늘에서 검은 채찍이 내려왔다. 번개를 머금은 채찍이 강림의 등을 때렸다. 옥분의 몸이 뒤로 나자빠졌다. 강림은 고통을 느꼈다. 옥분의 몸을 통해 느끼는 고통이었지만, 강림 자신의 영혼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었다. 채찍이 두 번째로 내려왔다. 세 번째. 강림의 영혼이 옥분의 몸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마치 물에 젖은 옷에서 물이 짜여 나가듯, 강림의 존재가 옥분의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 강림의 영혼이 완전히 빠져나가는 순간, 옥분의 몸은 다시 죽었다. 심장이 멈추었다. 혈색이 빠져나갔다.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활옷을 입은 신부가 초례청 마루 위에 쓰러져 있었다. 족두리가 벗겨져 옆으로 굴러갔고, 연지곤지를 찍은 얼굴이 마루바닥에 닿았다. 돌쇠가 비명을 질렀다. 옥분아. 쓰러진 몸을 끌어안았다. 차가웠다. 조금 전까지 따뜻하던 손이, 볼이, 입술이 급격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옥분아, 정신 차려. 왜 그래. 눈 좀 떠봐. 돌쇠가 옥분의 뺨을 두드렸다. 반응이 없었다. 가슴에 귀를 대었다. 심장이 뛰지 않았다. 안 돼. 안 돼. 잔치판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객들이 도망쳤다. 비명과 울음이 뒤섞였다. 초례청에 남은 것은 쓰러진 신부와 그 신부를 안고 울부짖는 신랑뿐이었다. 옥분의 영혼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었다. 안 돼. 결국 상처만 주고 가는구나.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나았어. 서방님 가슴에 못만 박고 가는 거야.

    ※ 12단계: 영혼의 밤

    강림은 초례청 밖,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사팀과 맞서고 있었다. 채찍을 맞은 자리가 타들어가고 있었다. 영혼이 손상되고 있었다. 더 맞으면 소멸한다. 돌쇠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눈 좀 떠봐 옥분아. 나 두고 가지 마. 한 번도 같이 밥 못 먹어봤잖아. 한 번도 같이 안 살아봤잖아. 혼례도 끝내지 못했잖아. 제발, 제발. 강림은 그 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찢어지는 것을 느꼈다. 전생의 기억이 겹쳤다. 자기도 저런 소리를 냈었다. 혼례복을 입은 채 피를 토하며 쓰러진 사람을 안고, 저렇게 울부짖었었다. 깨어나라고, 나를 두고 가지 말라고, 제발 눈을 떠달라고. 그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저승사자가 와서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을 가져갔고, 강림은 빈 몸을 안고 울었다. 그 뒤로 강림은 죽었고, 저승으로 갔고, 차사가 되었다. 감정을 버렸다. 사랑을 잊었다. 수천 년을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 오늘 밤, 이 새색시와 이 청년 때문에 그 모든 것이 무너졌다. 강림은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떨리고 있었다. 수천 년 동안 떨린 적이 없는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다. 강림이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내가 벌인 일이다. 내가 마무리 짓는다.

    ※ 13단계: 3막 진입

    강림이 일어섰다. 채찍에 맞은 자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지만 개의치 않았다. 감사팀의 세 차사가 강림을 에워싸고 있었다. 강림, 저항하지 마라. 네 소멸을 이 이상 미룰 수 없다. 강림은 대답 대신 두 팔을 벌렸다.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차사의 힘이 아니었다. 수천 년간 영혼을 다루며 쌓아온 영생의 기운, 차사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해주는 근본의 힘이었다. 그 힘을 쏟아내면 강림은 소멸한다.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 기억도, 형체도, 이름도. 강림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팔을 내리지 않았다. 나는 오늘 저승사자가 아니다. 한 여인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러 온 자다. 비켜라. 강림의 몸에서 빛이 폭발했다. 감사팀의 차사들이 뒤로 밀려났다. 강림은 그 빛을 끌어모아 초례청 안의 옥분의 몸을 향해 쏘아 보냈다. 빛이 옥분의 가슴으로 빨려 들어갔다. 강림의 형체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발끝부터 빛의 입자로 부서져 흩어졌다. 강림이 옥분의 영혼을 바라보았다. 옥분은 울고 있었다. 강림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내 전생의 인연은 비극으로 끝났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나는 그 한을 수천 년간 안고 살았다. 하지만 너희의 인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사랑만큼은 내가 지켜주고 싶다. 가서 행복하게 살아라. 그리고 가끔 나를 떠올려다오. 강림의 몸이 완전히 빛으로 변했다. 수천 개의 빛 조각이 되어 옥분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강림이 사라졌다. 하늘의 검은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해가 비쳤다.

    ※ 14단계: 결말

    초례청 마루 위에 쓰러져 있던 옥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미세한 떨림이었지만 돌쇠는 느꼈다. 이 손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옥분아. 옥분의 눈꺼풀이 떨렸다. 그리고 눈이 떠졌다. 이번에는 강림의 눈빛이 아니었다. 옥분의 눈이었다. 수줍고,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한 눈이었다. 옥분이 기침을 하며 숨을 들이마셨다. 깊은 숨이었다.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강림이 남긴 힘이 옥분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 것이었다. 서, 서방님. 옥분의 목소리가 가늘게 나왔다. 돌쇠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옥분아. 살아났어. 내 색시가 살아났어. 돌쇠가 옥분을 끌어안았다. 도망쳤던 하객들이 하나 둘 돌아왔다. 기적이다, 기적이야 하며 수군거렸다. 하늘 위에서 감사팀은 강림의 희생을 지켜보고 있었다. 할 말을 잃었다. 저승의 법을 어긴 것은 분명했지만, 스스로 소멸을 택한 자를 더 이상 벌할 수는 없었다. 감사팀은 슬그머니 물러갔다. 옥분은 어리둥절한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기억이 끊겨 있었다. 바느질을 하다가 쓰러진 것 이후로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가슴 안쪽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자기 심장이 뛰는 소리 말고, 다른 무언가의 울림이 느껴졌다. 그리고 허공에서 반짝이며 사라지는 빛의 입자들이 보였다. 아주 작은 빛 조각들이 하늘로 올라가며 흩어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옥분의 눈에만 보였다. 옥분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왜 우는지 자기도 몰랐다. 다만 가슴이 먹먹하고, 누군가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차올랐다. 고마워요. 옥분이 허공을 향해 속삭였다. 차사님. 당신 덕분에 다시 살았어요. 합환주 잔이 초례청 위에 놓여 있었다. 술이 쏟아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돌쇠가 잔을 들어 옥분에게 건넸다. 옥분이 잔을 받아 마셨다. 돌쇠도 마셨다. 혼례가 끝났다.

    ※ 15단계: 마지막 장면

    일 년이 지났다. 옥분과 돌쇠의 집 마당에는 빨랫줄이 걸려 있었고, 그 위에 작은 기저귀가 널려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마당 한쪽에 아기 요람이 놓여 있었다. 요람 위에는 작은 모빌이 달려 있었는데, 옥분이 직접 만든 것이었다. 검은 천으로 작은 갓 모양을 만들어 실에 매단 것이었다. 바람이 불면 딸랑거리며 돌아갔다. 왜 하필 갓 모양이냐고 돌쇠가 물었을 때, 옥분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유를 몰랐다. 다만 그것을 만들 때 손이 저절로 움직였고, 완성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요람 안에서 아기가 까르르 웃었다. 허공을 보고 웃고 있었다. 작은 손을 허공으로 뻗어 무언가를 잡으려는 것처럼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마치 누군가와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옥분이 다가왔다. 우리 아가, 누구 보고 그리 예쁘게 웃어. 누가 있어. 아기는 대답 대신 까르르 웃기만 했다. 열린 창문 틈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봄바람이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이 요람의 모빌을 흔들었고, 아기의 이마를 쓸었고, 옥분의 머리카락을 날렸다. 그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아주 희미하게 형체 하나가 서 있었다. 검은 도포가 아니었다.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얼굴은 또렷하지 않았지만, 입가에 미소가 있었다. 따뜻한 미소였다. 수천 년 동안 한 번도 짓지 않았던 미소였다. 형체가 아기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기가 다시 까르르 웃었다. 그리고 형체가 바람에 실려 사라졌다. 옥분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다만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가 따뜻하게 울리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뛰는 것과는 다른 울림이었다. 누군가가 남기고 간 온기 같은 것이었다. 옥분은 아기를 안아 올렸다. 돌쇠가 마당으로 나왔다. 밥 됐어. 들어와. 옥분이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모빌의 작은 갓이 바람에 딸랑거렸다. 마당 위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엔딩

    한양 어느 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혼례 전날 밤 죽은 새색시가 혼례식 도중에 살아 돌아왔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기적이라 했고, 의원은 설명할 수 없다 했습니다. 다만 그 집 아기가 허공을 보고 웃는 버릇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수호신이 지켜주는 것이라 수군거렸다고 합니다.


    1단계: 첫 장면 (오프닝 이미지)

    Image Prompt: Cinematic close up, Joseon Dynasty. A beautiful bride, Ok-bun, wearing a traditional wedding Hanbok (Hwalot), looking into a bronze mirror. Behind her reflection, a pale Grim Reaper in a black Gat (hat) stands ominously. Contrast between the festive colors and the dark presence.

    [대본]
    한양에서 제일가는 혼수방, 내일이면 새색시가 될 옥분의 방은 온통 꽃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비단 이불이며 자개장이며, 평생을 모아도 구경하기 힘든 귀한 물건들이 방 안 가득 채워져 있었다. 거울 앞에 선 옥분은 내일 입을 활옷을 미리 걸쳐보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연지곤지를 찍지 않아도 발그레한 뺨이며, 앵두 같은 입술이 영락없는 복사꽃 같았다. 가슴이 콩닥거려 숨을 쉴 때마다 비단 옷자락이 사락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행복에 취해 들여다보는 그 청동 거울 속, 자신의 등 뒤로 시커먼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는 것을. 검은 갓을 쓰고 창백하다 못해 푸르스름한 낯빛을 한 사내가 서늘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옥분의 생기 넘치는 얼굴과 사내의 죽은 눈동자가 거울 속에서 기묘하게 겹쳐졌다. 가장 화려하고 행복해야 할 순간, 죽음은 이미 예고도 없이 문턱을 넘어와 그녀의 목덜미에 차가운 입김을 불어넣고 있었다. 방 안의 촛불이 이유 없이 파르르 떨리며 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2단계: 주제 제시

    Image Prompt: Ok-bun running outside to meet her groom, Dol-soe. They hold hands under the moonlight. The Grim Reaper watches them from the shadow of the eaves, looking cynical.

    [대본]
    옥분은 쿵쿵거리는 가슴을 안고 문밖으로 달려나갔다. 사립문 밖에는 내일의 신랑, 돌쇠가 서성이고 있었다. 서방님! 옥분의 목소리에 돌쇠가 환하게 웃으며 돌아봤다. 아이고, 옥분아. 밤이 늦었는데 잠도 안 자고. 옥분은 돌쇠의 품에 안기며 재잘거렸다. 잠이 와야 자지요. 서방님, 우리 내일이면 진짜 부부가 되네요? 꿈만 같아요. 우리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안 헤어질 거죠? 돌쇠는 옥분의 거친 손을 자신의 크고 따뜻한 손으로 감싸 쥐며 씩씩하게 답했다. 암, 그렇고말고.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내가 자네 찾아갈 걸세. 저승길이 험하면 내가 업고서라도 갈 테니 걱정 말게. 그들의 맹세는 봄바람처럼 따뜻했고, 달빛 아래 두 그림자는 하나로 포개졌다. 하지만 처마 밑 어둠 속에 숨어있던 저승사자 강림은 코웃음을 쳤다. 죽음이 갈라놓는다라... 인간들은 참으로 겁도 없이 입을 놀리는군. 그 영원할 것 같은 맹세가 당장 오늘 밤, 산산조각 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야. 어리석고 가여운 것들.

    3단계: 설정 (준비)

    Image Prompt: Flashback montage. Young Ok-bun working hard as a servant. Dol-soe's mother treating her kindly. Dol-soe giving her flowers. Grim Reaper Gang-rim standing alone in a cold, dark underworld office, looking at documents.

    [대본]
    옥분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며 눈칫밥을 먹고 자란 외로운 아이였다. 그런 그녀에게 돌쇠와의 혼례는 단순히 남편을 만나는 것이 아니었다. 생애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생기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돌쇠의 홀어머니는 고아인 옥분을 친딸처럼 거두어 먹이고 입혔으며, 옥분에게 내일은 식모 김옥분이 아니라, 사랑받는 며느이자 아내로 다시 태어나는 날이었다. 반면, 그녀의 생명을 거두러 온 저승사자 강림은 감정이라곤 티끌만큼도 없는 저승 제일의 해결사였다. 이승의 정 따위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명부에 적힌 대로 영혼을 수거하는 냉혈한. 그는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이별을 봐왔지만 단 한 번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에게 옥분의 기구한 사연 따위는 그저 오늘 밤 처리해야 할 서류 한 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강림은 무표정한 얼굴로 명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옥분, 오늘 밤 자정. 심장마비. 예정대로다.

    4단계: 사건 발생 (촉발)

    Image Prompt: Night. Ok-bun clutching her chest in pain, collapsing in her room. Her soul separating from her body. Gang-rim appearing in front of her soul. Ok-bun crying and holding her own dead body.

    [대본]
    혼례식 전날 밤, 옥분은 내일 입을 속적삼을 다듬다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지병이던 심장병이 하필이면 가장 긴장되고 설레던 순간에 도진 것이다. 으악! 짧은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옥분의 숨이 툭 끊어졌다. 방바닥에 쓰러진 그녀의 손에서 바늘과 실이 힘없이 굴러떨어졌다. 잠시 후, 육신에서 스르르 빠져나온 옥분의 영혼 앞에 검은 도포를 휘날리며 강림이 나타났다. 김옥분, 19세. 명줄 끝났다. 가자. 저승차사의 서늘한 목소리에 옥분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싸늘하게 식어가는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안 돼! 이게 뭐야! 나 죽은 거야? 안 돼! 내일이 혼례식인데! 꽃가마도 못 타보고, 연지곤지도 못 찍어보고 죽는 게 말이 돼? 서방님 얼굴도 못 보고 가는 게 어딨어! 옥분은 자신의 시체를 붙잡고 흔들며 오열했지만, 죽은 몸은 대답이 없었다. 억울해! 나 못 가! 절대 못 가!

    5단계: 고민 (망설임)

    Image Prompt: Ok-bun grabbing Gang-rim's robes, begging on her knees. Gang-rim looking annoyed but then his eyes waver as he remembers something from his past life.

    [대본]
    옥분은 강림의 도포 자락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매달렸다. 차사님, 제발요! 살려달라는 거 아니에요. 딱 하루만! 내일 혼례식만 치르고 갈게요. 네? 돌쇠 씨가 신부 없는 초례청에서 얼마나 비참하겠어요? 평생 손가락질받으며 살 텐데, 그 꼴을 어떻게 봐요! 제발 하루만 시간을 주세요! 강림은 귀찮다는 듯 옥분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시끄럽다. 저승 법도에 예외는 없다. 썩 물러나라. 산 자의 시간은 끝났다. 하지만 옥분은 포기하지 않고 강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절규했다. 당신도 사랑해봤으면 알 거 아니에요! 사랑하는 사람 혼자 두고 떠나는 게, 남겨진 사람이 겪을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 거 아니냐고요! 당신은 피도 눈물도 없어요? 그 말에 강림의 차가운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수천 년 전, 인간 시절의 잊고 있었던 희미한 기억, 혼례복을 입고 피를 토하며 죽어가던 정인의 얼굴이 가슴을 찔렀다. 잊은 줄 알았던 심장의 통증이 되살아났다.

    6단계: 2막 진입 (새 세계로 들어감)

    Image Prompt: Gang-rim looking resigned. He steps into Ok-bun's dead body. The body opens its eyes. The eyes are cold and sharp, unlike Ok-bun's. Ok-bun's ghost floating beside him, looking shocked.

    [대본]
    강림은 옥분의 간절함, 아니 자신의 기억을 자극하는 그 눈빛에 못 이겨 긴 한숨을 내쉬었다. 좋다. 딱 하루, 12시진이다. 그 이상은 안 된다. 하지만 네 육신은 이미 심장이 멈춰서 움직일 수 없다. 네가 들어가 봐야 썩은 고기일 뿐이다. 그러니... 내가 네 몸에 들어가마. 뭐요? 옥분의 영혼은 기겁했다. 사내인 강림이, 그것도 저승사자가 새색시가 되어 혼례를 치른다니!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강림은 옥분의 시체 안으로 스르르 스며들었다. 잠시 후, 싸늘했던 옥분의 손가락이 까딱 움직이더니, 굳게 감겼던 눈이 번쩍 뜨였다. 하지만 그 눈빛은 수줍은 새색시의 것이 아니라, 서늘하고 날카로운 저승차사의 것이었다. 감정이 메마른 저승사자가, 세상에서 가장 수줍은 신부가 되어 인간들의 잔치판으로 뛰어드는 기막힌 연극이 시작된 것이다.

    7단계: B 이야기 (감정 줄거리)

    Image Prompt: Morning. Gang-rim (in Ok-bun's body) waking up. Dol-soe holding her hand affectionately. Gang-rim looking awkward and flustered. Ok-bun's ghost coaching him from the side.

    [대본]
    다음 날 아침, 옥분의 몸을 한 강림이 눈을 떴다. 연지곤지를 찍고 족두리를 쓴 강림은 거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미쳤지, 이 짓을 왜 한다고 해서. 모든 게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돌쇠가 들어와 옥분의 손을 덥석 잡았다. 옥분아, 잠은 잘 잤니? 강림은 본능적으로 돌쇠의 팔을 비틀어 꺾어버릴 뻔했다. 으악! 옥분아, 왜 그래? 손아귀 힘이 장사네? 돌쇠는 당황하며 손을 뺐고, 강림은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옥분의 영혼은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아유, 좀 살살 해요! 쫌! 웃어요, 웃어! 서방님이잖아요! 강림은 억지로 입꼬리를 경련하듯 올리며 돌쇠를 바라보았다. 돌쇠는 그런 옥분이 긴장해서 그런 줄 알고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강림은 돌쇠의 품에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인간의 온기가 이렇게 따뜻했던가. 차가운 저승에서는 수천 년간 느껴보지 못한 낯선 떨림이었다.

    8단계: 재미 구간 (볼거리·핵심 장면들)

    Image Prompt: Wedding scene. Gang-rim shouting at the makeup artist. Scolding loud friends. Walking down the aisle like a soldier. Guests looking confused and whispering.

    [대본]
    혼례식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신부 화장을 하던 수모가 연지를 입술에 너무 진하게 찍자 강림은 거울을 보다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봐! 입술을 잡아먹었나, 왜 이리 빨개! 쥐 잡아먹은 귀신같잖아! 다시 해! 굵직한 목소리에 수모가 기절할 듯 놀랐다. 옥분의 영혼이 옆에서 기겁을 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목소리! 목소리 좀 작게 해요! 여자처럼! 신부 대기실에 친구들이 와서 시끄럽게 수다를 떨자 강림은 근엄하게 꾸짖었다. 시끄럽다. 너희들 명줄이 다들 짧구나. 입조심해라. 특히 너, 내년에 물가에 가지 마라. 친구들은 울면서 뛰쳐나갔다. 대망의 입장 시간, 강림은 꽃신을 신고 치맛자락을 걷어차며 마치 장군이 출정하듯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 쿵, 쿵, 쿵. 하객들은 웅성거렸다. 신부가 참... 씩씩하구먼. 장군감이여. 돌쇠가 족두리 눌리겠네.

    9단계: 중간 전환점 (미드포인트)

    Image Prompt: Ceremony. Bowing to each other. Gang-rim looking into Dol-soe's eyes. Gang-rim crying tears of sadness and realization. Flashback of his own past love overlapping with Dol-soe.

    [대본]
    맞절을 하고 서로를 마주 보는 시간. 강림은 돌쇠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 순박하고 진실한 눈동자, 옥분만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이 담긴 눈빛. 그 눈을 보는 순간, 강림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리고 의지와 상관없이 눈에서 주르륵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옥분의 눈물이 아니었다. 강림 자신이 수천 년간 억눌러왔던, 전생에 이루지 못했던 정인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아, 나도 사랑을 했었구나. 나도 누군가를 이렇게 애틋하게 바라봤었구나. 잊고 있었던 감정이 봇물 터지듯 밀려왔다. 강림은 깨달았다. 이 황당한 연극은 단순히 옥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강림 자신의 해묵은 한을 푸는 의식이기도 했다는 것을. 그는 돌쇠의 손을 꽉 잡았다.

    10단계: 위기 압박 (악재가 몰려옴)

    Image Prompt: Sky turning dark. Black clouds gathering over the wedding venue. Thunder. Underworld Audit Team (Inspectors in black robes) appearing in the air. Guests looking scared. Ok-bun's ghost fading.

    [대본]
    혼례식이 절정에 다다라 합환주를 마시려던 찰나,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검은 먹구름이 소용돌이치며 몰려왔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고, 음산한 바람이 불어 촛불이 다 꺼졌다. 저승 감사팀이 강림의 규정 위반을 눈치채고 들이닥친 것이다. 하늘에서 우레와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림! 네 이놈! 감히 사사로운 감정으로 생사에 개입해? 저승의 법도를 어긴 죄, 너도 오늘부로 소멸이다! 천둥소리와 함께 검은 기운이 초례청을 덮쳤다. 하객들은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비명을 지르며 당황했고, 돌쇠는 옥분을 감싸 안았다. 옥분의 영혼은 강한 음기에 눌려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강림은 이를 악물었다. 아직... 아직 안 끝났어! 합환주는 마셔야 해!

    11단계: 최악의 순간 (모든 게 끝난 듯)

    Image Prompt: Inspectors attacking Gang-rim. Gang-rim forced out of Ok-bun's body. Ok-bun's body collapsing. Dol-soe screaming and holding her. Chaos at the wedding.

    [대본]
    콰광! 감사팀의 검은 채찍이 강림을 강타했다. 으윽! 강림은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옥분의 몸에서 튕겨 나왔다. 영혼이 빠져나간 옥분의 몸, 즉 시체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힘없이 바닥으로 털썩 쓰러졌다. 옥분아! 돌쇠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신부를 끌어안았다. 옥분아! 정신 차려! 왜 그래! 눈 좀 떠봐! 조금 전까지 따뜻하던 손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잔치판은 순식간에 곡소리 나는 장례식장이 될 위기에 처했다. 하객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쳤고, 옥분의 영혼은 바닥에 주저앉아 절망했다. 안 돼... 결국... 상처만 주고 가는구나. 차라리 시작하지 말 것을. 서방님 가슴에 못만 박았어.

    12단계: 영혼의 밤 (깊은 절망)

    Image Prompt: Gang-rim fighting the inspectors invisibly. He looks at Dol-soe crying over Ok-bun. He realizes the pain of those left behind. Determination on his face.

    [대본]
    강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사팀과 맞서 싸우며 돌쇠의 처절한 절규를 들었다. 제발 눈 좀 떠봐 옥분아! 나 두고 가지 마! 사랑하는 이를 눈앞에서 잃는 고통. 그것은 자신이 전생에 겪었던 뼈아픈 고통이자, 저승사자로서 수천 년간 수없이 봐왔던 인간들의 지옥이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남겨진 자들에게 영원한 형벌이라는 것을, 그 형벌을 집행하는 자신이 얼마나 잔인했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강림은 결심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자신의 소멸을 각오하고서라도, 마지막 금기를 깨기로. 내가 벌린 일, 내가 마무리 짓는다.

    13단계: 3막 진입 (다시 일어섬)

    Image Prompt: Gang-rim glowing with white light. He blocks the inspectors. He transfers his energy into Ok-bun's body. His body turning into particles of light.

    [대본]
    강림은 감사팀을 막아서며 자신의 몸에서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나는 오늘 저승사자가 아니라, 한 여인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러 온 수호신이다! 비켜라! 강림은 자신이 수천 년간 쌓아온 영생의 기운, 차사로서의 모든 힘을 끌어모아 옥분의 차가운 몸으로 쏘아 보냈다. 내 전생의 인연은 비록 비극으로 끝났지만, 너희의 인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사랑만큼은 지켜주고 싶다. 가서 행복해라. 그리고 나를 기억해다오. 강림의 몸이 빛으로 산산조각 나며 옥분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검은 먹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비쳤다.

    14단계: 결말 (클라이맥스 해결)

    Image Prompt: Ok-bun opening her eyes. Color returning to her face. Dol-soe crying with joy. Guests cheering. Gang-rim's presence fading away. Ok-bun whispering thanks.

    [대본]
    쓰러졌던 옥분이 기적적으로 눈을 떴다. 쿨럭! 깊은 숨을 토해내며 옥분의 창백했던 뺨에 다시 붉은 혈색이 돌았다. 옥분아! 돌쇠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으스러져라 끌어안았다. 살아났어! 내 색시가 살아났어! 도망쳤던 하객들도 돌아와 기적이라며 환호했다. 감사팀은 강림의 숭고한 희생에 할 말을 잃고 슬그머니 물러갔다. 옥분은 어리둥절한 채 주위를 둘러보다가, 허공에서 반짝이며 사라지는 빛의 입자들을 보았다. 그 빛이 따뜻하게 자신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눈물이 핑 돌았다. 고마워요... 차사님. 아니, 언니. 당신 덕분에 다시 살았어요.

    15단계: 마지막 장면 (파이널 이미지)

    Image Prompt: One year later. A happy home. A baby in a cradle. A mobile made of a small black Gat hanging above. Baby laughing at thin air. Ok-bun and Dol-soe watching happily. A faint transparent figure of Gang-rim smiling by the window.

    [대본]
    1년 후, 옥분과 돌쇠의 집 마당에는 아기 기저귀가 널려 있었다. 아기 요람 위에는 강림이 쓰고 다니던 검은 갓 모양을 본뜬 작은 모빌이 딸랑거리며 걸려 있었다. 방긋방긋 웃는 아기가 허공을 향해 까르르 웃으며 손짓을 했다. 마치 누군가와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옥분이 다가와 물었다. 우리 아가, 누구 보고 그리 예쁘게 웃어? 열린 창문 틈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모빌을 흔들었다. 창가에는 희미하지만, 검은 도포 대신 하얀 옷을 입고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강림의 형상이 서 있었다. 이제는 저승사자가 아닌, 그들의 수호신이 된 강림이 아기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조용히 사라졌다. 죽음이 갈라놓으려 했으나, 사랑이 다시 이어준 기적. 그 집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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