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자네, 나랑 이름이 같군" 저승사자 만나 인생바뀐 남자
태그 (20개)
#조선시대야담, #저승사자, #조선전설, #동명이인, #운명바뀐이야기, #조선시대이야기, #전래설화, #구전설화, #한국전설, #오디오드라마, #조선야화, #기묘한이야기, #저승이야기, #운명의장난, #조선시대사람들, #민간설화, #옛날이야기, #한국고전, #전통문화, #재미있는설화
후킹멘트 (200자)
"저승사자가 깜짝 놀란 이유는? '어? 자네 이름이 나와 똑같네!' 같은 이름 때문에 벌어진 황당무계한 사건! 죽을 운명이었던 한 남자가 저승사자와의 만남으로 어떻게 인생 역전을 이뤘는지, 웃음과 감동이 가득한 조선시대 야담을 만나보세요."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시대, 한 가난한 서생이 저승사자를 만나게 되는데, 놀랍게도 둘의 이름이 똑같았습니다! 이 우연한 만남으로 인해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와 함께, 운명을 바꾼 한 남자의 감동적인 인생 역전기를 들려드립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 그리고 해학과 지혜가 담긴 재미있는 야담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가난한 서생 김갑수의 절망
"조선 중기 어느 가을날, 한양 성저십리에 김갑수라는 서생이 살고 있었습니다. 스물여덟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과거에 급제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가고 있었지요. 그의 살림은 정말 말이 아니었습니다. 방 한 칸짜리 초가집은 비가 오면 여기저기 새어들었고, 겨울이면 찬바람이 사정없이 들어왔습니다.
김갑수의 하루는 늘 똑같았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냉수로 세수를 하고, 며칠 전부터 끓여 먹던 묽은 죽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웠지요. 그나마도 쌀이 떨어져가니 내일부터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또 하루가 가는구나.' 김갑수가 한숨을 내쉬며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책상 위에는 해진 책 몇 권과 붓, 그리고 먹이 거의 다 떨어져가는 벼루가 놓여 있었지요. 그는 이 책들을 읽고 또 읽으며 과거 공부를 해왔지만, 벌써 몇 번째 낙방인지 세기도 싫었습니다.
'이번 가을 과거도 떨어졌지.' 김갑수의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동네 사람들의 시선도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고, 방값도 몇 달째 밀려 있었습니다. 집주인 영감은 매일같이 찾아와서 돈을 달라고 성화였지요.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며칠 전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열이 나고 기침이 나며,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지요. 약을 사 먹을 돈도 없으니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정말 살기 힘들구나.' 김갑수가 창문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습니다. 하늘은 어둠이 내리고 있었고, 찬바람이 불어와 몸을 더욱 으스스하게 만들었지요.
이때 옆방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오늘 남편이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었나 봅니다. 맛있는 음식 냄새도 풍겨왔지요.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살 수 있을까?' 김갑수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곧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과거에 급제할 가능성도 희박하고, 장사할 밑천도 없고, 몸까지 아픈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밤이 깊어질수록 김갑수의 마음은 더욱 절망적이 되었습니다. 기침은 더 심해졌고, 열도 더 올랐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아무도 날 기억하지 않을 거야.' 김갑수가 쓸쓸하게 생각했습니다.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그저 혼자 사는 가난한 서생일 뿐이었으니까요. 죽어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편지 한 통을 쓰기로 했습니다. 비록 받을 사람은 없지만,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지요.
'내 이름은 김갑수, 스물여덟 살에 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가 떨리는 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가난하고 외로웠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다. 만약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이번에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
편지를 다 쓰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김갑수는 이불을 덮고 누웠지요. 이번 밤이 마지막 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상하게 평안했습니다.
'그래, 이제 그만 쉬자.' 김갑수가 눈을 감으며 생각했습니다. '내일 아침에 눈을 뜰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방 안이 이상하게 서늘해지기 시작했고, 촛불이 깜빡거리더니 거의 꺼져갈 듯했지요. 그리고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 저승사자의 깜짝 놀라운 등장
"'뚝, 뚝, 뚝...' 느린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김갑수는 이상한 기운을 느끼며 눈을 떴지요. 방 안이 갑자기 차가워졌고, 촛불은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누, 누구세요?' 김갑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고, 대신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지요.
그 순간, 키가 크고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습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은 차가웠으며, 손에는 긴 장부 같은 것을 들고 있었지요. 그의 모습을 본 순간, 김갑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저 사람이 바로 저승사자라는 것을 말이에요.
'김갑수!' 저승사자가 낮고 위엄 있는 목소리로 불렀습니다. '네 수명이 다했다. 나와 함께 가자.'
김갑수는 놀라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습니다. 몸이 아프고 절망적인 상황이었으니, 죽음이 찾아온 것이 그리 이상하지는 않았지요.
'알겠습니다.' 김갑수가 순순히 대답했습니다. '저도 각오는 하고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는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죽기 싫다고 울고 불고 난리를 치는데, 이 사람은 너무 담담했거든요.
'그런데 혹시...' 저승사자가 장부를 들여다보며 말했습니다. '확인 차 묻는 건데, 자네 이름이 정말 김갑수가 맞나?'
'네, 그렇습니다.' 김갑수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생년월일은?'
'1567년 3월 15일입니다.'
저승사자가 장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이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표정이었지요.
'어? 이상하다.' 저승사자가 중얼거렸습니다. '분명히 김갑수라고 되어 있는데...'
'무엇이 이상합니까?' 김갑수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저승사자는 잠시 망설이더니, 놀라운 말을 했습니다. '자네... 혹시 내 이름도 김갑수라는 걸 아나?'
'예?' 김갑수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저승사자님도 김갑수라고 하십니까?'
'그렇다.' 저승사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도 김갑수다. 살아생전에는 김갑수였고, 저승사자가 된 지금도 김갑수다.'
이 말을 듣고 김갑수는 정말 놀랐습니다.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요? 저승사자와 자신의 이름이 똑같다니!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저승사자 김갑수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내가 데려가야 할 김갑수가 자네인지, 아니면 다른 김갑수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어떤 말씀입니까?'
저승사자가 장부를 보여주며 설명했습니다. '여기 보게. 김갑수, 28세, 서생, 한양 성저십리 거주... 자네 맞지?'
'네, 맞습니다.'
'그런데 여기 또 다른 기록이 있다.' 저승사자가 다른 페이지를 넘기며 말했습니다. '김갑수, 28세, 상인, 한양 성저십리 거주... 이 사람도 오늘 데려가야 한다고 되어 있다.'
김갑수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럼 저와 같은 이름, 같은 나이,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 또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런 것 같다.' 저승사자가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300년 동안 저승사자 일을 해왔는데, 이렇게 헷갈리는 경우는 없었다.'
저승사자는 정말 당황스러워했습니다. 업무에 차질이 생기면 염라대왕께 혼날 수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자네...' 저승사자가 갑자기 김갑수를 자세히 보더니 말했습니다. '참 신기하게 생겼구나. 나와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 생김새도 비슷하다.'
정말로 두 김갑수는 닮아 있었습니다. 키도 비슷하고, 얼굴 생김새도 비슷했지요. 마치 형제 같았습니다.
'이것 참...' 저승사자가 장부를 덮으며 말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잘못된 사람을 데려가면 큰일 나는데...'
김갑수는 이 상황이 어이없으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죽으러 온 저승사자가 이렇게 당황해하다니!
'저승사자님,' 김갑수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저승사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놀라운 제안을 했습니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겠다. 내일까지 시간을 주니, 그 동안 다른 김갑수를 찾아보겠다. 만약 다른 김갑수가 있다면, 자네는 살게 될 수도 있다.'
'정말입니까?' 김갑수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다.' 저승사자가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24시간 후에 내가 다시 올 텐데, 그때까지 자네는 이 방을 벗어나면 안 된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이 일을 말하면 안 된다. 약속할 수 있겠나?'
김갑수는 기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약속하겠습니다!'
'좋다.' 저승사자가 일어서며 말했습니다. '그럼 내일 이맘때 다시 오겠다. 그때까지 잘 있거라... 동명이인 김갑수.'
그렇게 저승사자가 사라지고 나니, 방 안이 다시 따뜻해졌습니다. 김갑수는 이 모든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됐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습니다. 자신에게 24시간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말이에요."
※ 저승사자의 고민과 제안
"저승사자 김갑수는 그 집을 떠나면서도 계속 고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300년 동안 저승사자 일을 해오면서 이런 혼란은 처음이었거든요. 하늘을 나는 동안에도 머릿속이 복잡했지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저승사자가 중얼거렸습니다. '같은 이름, 같은 나이, 같은 동네... 심지어 생김새까지 비슷하다니.'
저승사자는 일단 염라전으로 돌아가서 상황을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생사부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었거든요. 염라전에 도착하자, 그는 즉시 기록을 담당하는 판관을 찾아갔습니다.
'판관님,' 저승사자가 정중히 인사하며 말했습니다. '오늘 제가 데려가야 할 김갑수에 대해 문의가 있습니다.'
판관이 두꺼운 장부를 펼치며 대답했습니다. '김갑수? 잠깐, 여기 있군. 김갑수, 28세, 서생... 맞나?'
'네, 그런데 같은 이름의 다른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판관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장부를 뒤적였습니다. '어? 이상하네. 여기 또 다른 김갑수가... 김갑수, 28세, 상인이라고 되어 있군.'
'그럼 정말로 두 명이 있는 겁니까?'
'그런 것 같은데...' 판관이 당황하며 말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 잠깐, 상급자에게 문의해보겠네.'
한참 후, 판관이 돌아와서 놀라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알아봤는데, 정말 특이한 경우라고 하네. 두 김갑수 중 한 명은 원래 오늘 죽을 운명이 맞지만, 다른 한 명은 기록 오류로 잘못 올라온 것 같다고 하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 정확한 김갑수를 찾을 때까지 시간을 주라고 하네. 24시간 안에 확인해서 보고하라고 하니, 그때까지 기다리게.'
저승사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다행히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던 것 같았지요.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승사자는 그 서생 김갑수를 보면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거든요. 자신과 이름이 같을 뿐만 아니라, 살아생전의 모습과도 너무 비슷했던 것입니다.
'그 사람, 나와 참 닮았다.' 저승사자가 생각했습니다. '가난하고 외롭게 사는 모습이 예전의 나와 똑같아.'
저승사자도 살아있을 때는 가난한 서생이었습니다. 과거 공부에만 매달리다가 굶어 죽은 비운의 인물이었지요. 그래서 그 김갑수를 보니 자신의 과거가 떠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 내가 살아있을 때 누군가 도와줬다면...' 저승사자가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도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러다가 저승사자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어차피 24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그동안 그 김갑수를 도와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지요.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저승사자가 결심했습니다. '죽을 수도 있는 사람에게 마지막 기회라도 제대로 주자.'
저승사자는 다시 김갑수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죽음을 알리러 가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러 가는 것이었지요.
한편, 방에 혼자 남겨진 김갑수는 여전히 믿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습니다. 저승사자와 같은 이름이라니! 그리고 24시간의 기회를 얻었다니!
'정말 꿈같은 일이다.' 김갑수가 중얼거렸습니다. '하지만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어.'
김갑수는 이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지요.
바로 그때, 창문 밖에서 또다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습니다. 저승사자가 다시 온 것이었지요.
'어? 벌써 오셨습니까?' 김갑수가 놀라며 물었습니다.
'아직 24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저승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번엔 다른 일로 왔다.'
'다른 일이요?'
저승사자가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며 말했습니다. '이것을 자네에게 주려고 한다.'
'이게 뭡니까?'
'특별한 약이다.' 저승사자가 설명했습니다. '자네 몸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이것도 있다.'
저승사자가 또 다른 주머니를 꺼냈습니다. 안에는 은전이 들어 있었지요.
'이런 걸 받아도 됩니까?' 김갑수가 놀라며 물었습니다.
'동명이인의 정이다.' 저승사자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도 옛날에 자네와 같은 처지였거든. 그때 누군가 도와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있었다.'"
※ 하루 더 사는 기회
"김갑수는 저승사자의 뜻밖의 선물에 감격했습니다. 병을 고칠 약과 당분간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이 있으니,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김갑수가 깊이 절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저승사자님께서 이렇게 도와주셔도 되는 건가요?'
'규칙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다.' 저승사자가 대답했습니다. '다만 아직 자네가 살지 죽을지는 확실하지 않으니, 이 하루를 잘 보내라.'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저승사자가 잠시 생각하더니 조언했습니다. '자네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해보라. 만약 이게 마지막 하루라면, 후회 없이 보내는 것이 좋겠다.'
'알겠습니다.'
저승사자가 떠나고 나니, 김갑수는 혼자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습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일까요? 그동안 가난 때문에, 병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들이 무엇일까요?
먼저 그는 저승사자가 준 약을 먹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몸이 금세 가벼워지고 열도 내리기 시작했지요. 오랜만에 몸이 편안해지니 마음도 한결 밝아졌습니다.
'그래,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김갑수가 결심했습니다. '편지를 써보자.'
김갑수는 그동안 쓰지 못했던 편지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를 묻는 편지, 과거 공부를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편지들이었지요.
편지를 쓰는 동안 김갑수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마음들을 글로 표현하니 속이 후련했거든요.
다음으로 그는 시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가난과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자신의 마음, 그리고 오늘 겪은 기적 같은 일들을 시로 남기고 싶었지요.
'가난하여도 꿈은 있었고, 절망해도 희망은 있었네. 오늘 만난 저승사자로 인해, 삶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도다.'
김갑수는 밤새도록 글을 썼습니다. 시도 쓰고, 수필도 쓰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글도 썼지요. 글을 쓰는 동안 그는 자신의 인생이 비록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의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새벽이 되자, 김갑수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고,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지요.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풍경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삶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었구나.' 김갑수가 감탄했습니다. '그동안 왜 이걸 못 봤을까?'
그때 문 밖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누군가 급히 뛰어오는 소리였지요. 곧이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김갑수! 김갑수!' 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큰일 났다!'
김갑수가 문을 열어보니, 옆집에 사는 이웃이 황급히 뛰어온 것이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김갑수가 물었습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김갑수 상인이 갑자기 쓰러졌다!' 이웃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습니다. '어젯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봐. 지금 의원을 찾고 있는데, 혹시 자네가 아는 의원이 있나?'
김갑수는 깜짝 놀랐습니다. 다른 김갑수! 바로 저승사자가 찾던 그 사람이 아닌가요?
'어, 어디 사는 김갑수입니까?' 김갑수가 다급히 물었습니다.
'길 건너편 주막 주인이야. 나이도 자네와 같은 스물여덟이고.'
김갑수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정말로 자신과 같은 이름, 같은 나이의 다른 사람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지요.
'저, 저는 방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김갑수가 난처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돈을 가져가세요. 좋은 의원을 불러주세요.'
김갑수는 저승사자가 준 은전 중 일부를 이웃에게 건넸습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위험에 처했다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었거든요.
'고맙다!' 이웃이 돈을 받고 급히 뛰어갔습니다.
김갑수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과연 저승사자가 찾던 진짜 김갑수는 그 상인이었을까요? 그리고 자신은 정말 살 수 있을까요?"
※ 기적 같은 운명의 반전
"시간이 흘러 해가 중천에 뜰 무렵, 밖에서 또다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번에는 여러 사람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웅성거리는 목소리들이었지요.
'큰일이다! 김갑수가 죽었다!'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김갑수는 깜짝 놀라 창문으로 달려갔습니다. 길 건너편에서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상여가 준비되고 있었지요.
'저 김갑수 상인이...' 김갑수가 중얼거렸습니다. '정말 죽었구나.'
그러자 갑자기 방 안이 다시 차가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승사자가 나타날 기운이었지요. 과연 몇 분 후, 저승사자 김갑수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자네, 들었나?' 저승사자가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 사람이 바로 내가 데려가야 할 진짜 김갑수였다.'
'그럼 저는...?'
'자네는 살게 되었다.' 저승사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생사부를 다시 확인해보니, 기록 착오였다. 자네는 원래 죽을 운명이 아니었어.'
김갑수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습니다. '정말입니까? 정말 살 수 있는 겁니까?'
'그렇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저승사자가 의미심장하게 말했습니다. '사실 이 모든 일에는 더 깊은 뜻이 있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저승사자가 김갑수 앞에 앉으며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네가 어젯밤에 쓴 편지들, 그리고 이웃을 도운 일... 그 모든 것들이 하늘에 닿았다.'
'편지요?'
'자네가 고향 부모님께 쓴 편지, 친구들에게 쓴 편지, 감사 인사를 담은 편지들... 그 진실한 마음이 하늘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이웃 김갑수를 위해 자신의 돈을 내준 일도 마찬가지였다.'
김갑수는 놀라며 저승사자를 바라보았습니다.
'사실 하늘에서는 자네를 시험하고 있었던 거다.' 저승사자가 계속 설명했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지 말이야.'
'시험이었다고요?'
'그렇다. 그리고 자네는 그 시험을 훌륭히 통과했다.'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따뜻해졌습니다. '이제 자네에게는 새로운 운명이 주어질 것이다.'
저승사자가 또 다른 주머니를 꺼내며 말했습니다. '이것은 특별한 선물이다. 자네의 글재주를 인정받아 한양에서 가장 큰 서당의 훈장 자리가 준비되어 있다.'
'훈장 자리요?'
'어젯밤 자네가 쓴 글들이 벌써 한양 전체에 알려졌다. 자네의 진실한 마음과 뛰어난 문장력에 감동한 유명한 학자가 직접 제의한 것이다.'
김갑수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하루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니!
'그뿐만이 아니다.' 저승사자가 빙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 학자에게는 훌륭한 딸이 있는데, 자네 같은 인품을 가진 사람을 사위로 맞고 싶어한다고 하더군.'
'세상에...' 김갑수가 어이없어하며 말했습니다. '이 모든 게 하루 사이에?'
'운명이라는 건 원래 그런 거다.' 저승사자가 철학적으로 말했습니다. '오랫동안 준비되다가 한순간에 바뀌는 것 말이야.'
저승사자가 일어서며 마지막 말을 했습니다. '자네는 이제 자유롭다. 방을 나가도 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도 된다.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해라.'
'무엇입니까?'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말라. 그것이 자네를 여기까지 이끈 힘이니까.'
김갑수는 깊이 절을 올렸습니다.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정말 작별이군.' 저승사자가 아쉬워하며 말했습니다. '동명이인 김갑수, 행복하게 살아라.'
저승사자가 사라지고 나니, 김갑수는 새로운 세상에 선 기분이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죽음을 각오했던 자신이 이제는 희망찬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요."
※ 인생 역전과 교훈
"그날 오후, 정말로 한양에서 가장 유명한 학자 박문수가 김갑수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김갑수가 하룻밤 사이에 쓴 글들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지요.
'이런 진실한 글을 쓸 수 있는 분이라면 우리 서당의 훈장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박문수가 정중히 말했습니다. '월급도 넉넉히 드리고, 집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김갑수는 꿈만 같았습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가난에 찌들어 살던 자신이 이제는 존경받는 훈장이 될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김갑수가 깊이 절을 올렸습니다.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습니다.'
몇 달 후, 김갑수는 정말로 한양에서 가장 인기 있는 훈장이 되었습니다. 그의 수업은 늘 학생들로 가득했고, 그가 쓰는 글은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지요.
더욱 놀라운 것은 박문수의 딸 소연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녀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지혜롭고 마음씨도 착한 여인이었지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첫눈에 반했고, 곧 혼인을 올렸습니다.
김갑수는 행복한 가정을 꾸렸고,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길러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절대 그날 밤의 일을 잊지 않았지요.
매년 그날이 되면, 김갑수는 조용히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지요. 가난한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글을 가르쳐 주었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서는 기꺼이 돈을 내놓았습니다.
어느 날, 김갑수는 제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여러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김갑수가 물었습니다.
'공부입니까?' 한 제자가 대답했습니다.
'돈입니까?' 다른 제자가 말했습니다.
김갑수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이지요.'
'왜 그렇습니까?'
'제가 경험한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김갑수가 그날 밤의 일화를 들려주었습니다. 물론 저승사자 이야기는 빼고,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도왔더니 운명이 바뀌었다는 내용으로 각색해서 말이지요.
제자들은 감동하며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그들도 다른 사람을 도우는 일에 적극적이 되었지요.
김갑수는 팔십이 넘도록 건강하게 살았습니다. 그의 제자들은 조선 전역에서 훌륭한 일들을 해냈고, 그의 가르침은 후세에 길이 전해졌지요.
그리고 그가 죽을 때, 정말로 저승사자 김갑수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오랜만이군, 동명이인.' 저승사자가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저승사자님!' 김갑수가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잘 살았더군. 나도 자네 덕분에 승진했다.' 저승사자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자네가 선행을 많이 해서 내 평가도 좋아졌거든.'
'그렇습니까?'
'그래, 이제 편안히 가자.' 저승사자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때가 되었다.'
김갑수는 후회 없는 마음으로 저승사자를 따라갔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라 있었지요.
사람들은 지금도 이 이야기를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긴다는 교훈과 함께 말이지요.
그리고 가끔, 정말 가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 앞에 나타나서 도움을 주는 저승사자가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혹시 그것이 바로 김갑수와 인연을 맺었던 그 저승사자일까요?"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의 '동명이인 김갑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같은 이름 때문에 벌어진 황당한 상황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꾼 감동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죽음을 앞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도우려 했던 김갑수의 마음이 결국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을 위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이 때로는 운명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주변을 돌아보고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면, 분명 좋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다음 주에는 더욱 신비로운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야담 기록에만 존재하는 사람 살리는 저승사자의 정체'라는 제목으로, 조선시대 각종 야담집에 등장하는 특별한 저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오늘도 시청해 주셔서 감사하고, 구독과 좋아요도 잊지 마세요. 여러분 모두 김갑수처럼 행복한 인생 역전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https://claude.ai/public/artifacts/bb84ebe8-ba12-44c7-8ee7-2675e57f2e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