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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서 변하지 않은 탐욕 , 저승사자가 내린 공정한 심판 『계서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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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300자)
조선시대 어느 마을, 저승사자가 찾아온 남편은 믿을 수 없는 제안을 합니다. "나 대신 저 아내를 데려가시오." 평생 헌신한 아내를 저승사자에게 팔아넘기려 한 욕심 많은 남편. 하지만 저승의 법도는 인간의 간계보다 명확했습니다. 계서야담에 전해지는 이 놀라운 이야기는 욕심이 어떻게 사람을 파멸로 이끄는지, 그리고 선한 이에게는 반드시 복이 돌아온다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과연 이 남편의 최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시대 계서야담에 전해지는 저승사자 이야기입니다. 욕심 많은 남편이 자신의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평생 헌신한 아내를 저승사자에게 넘기려 했으나, 결국 하늘의 이치를 거스를 수 없었다는 권선징악 이야기입니다. 저승사자와의 대면, 남편의 비열한 제안,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결말까지. 우리 선조들이 들려주는 깊은 교훈이 담긴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 저승사자의 방문과 남편의 공포
조선 중기, 경상도 어느 산골 마을에 김 진사라는 양반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제법 넓은 땅을 가진 부유한 집안의 주인이었지만, 그 마음만큼은 가난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욕심이 많고 인색하기로 마을에서 소문이 자자했던 김 진사는 특히 자신의 아내를 하인처럼 부려먹기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그의 아내 박씨 부인은 천성이 착하고 부지런한 여인이었습니다. 시집온 지 이십 년이 넘도록 온갖 구박과 천대를 받으면서도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고, 오히려 마을의 가난한 이웃들을 몰래 도우며 선행을 베풀었습니다. 남편 몰래 쌀을 내어주고, 병든 노인을 간호하고, 굶주린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곤 했습니다.
어느 가을밤이었습니다. 달빛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김 진사는 갑자기 오한이 들며 깨어났습니다.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고, 가슴이 답답하여 숨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앉았습니다. 방 안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고, 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은 듯했습니다.
바로 그때, 방문이 소리 없이 열렸습니다. 김 진사는 깜짝 놀라 문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곳에 키가 훤칠하고 얼굴이 창백한 사내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검은 도포를 입은 그 사내는 손에 긴 장부 하나를 들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쇠사슬이 감겨 있었습니다. 김 진사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저것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 그대는 누구요?" 김 진사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저승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장부를 펼쳐 들었습니다. "김 진사, 나이 오십 셋. 그대의 수명이 다하여 데리러 왔소." 저승사자의 목소리는 차갑고 낮았지만, 기묘하게도 사방에 울려 퍼지는 듯했습니다.
김 진사는 온몸이 얼어붙었습니다. 수명이 다했다니, 자신은 아직 죽을 수 없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그에게는 아직 누리지 못한 재산이 있었고, 쌓아둔 곡식이 있었으며, 늙어서 편히 쉬며 부를 누릴 날들이 남아 있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허무하게 떠날 수는 없었습니다.
"잠,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김 진사가 두 손을 모으며 애원했습니다. "제게는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부디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안 되겠소?" 하지만 저승사자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저승의 법도는 엄격하오. 장부에 적힌 이름은 반드시 데려가야 하오." 저승사자가 쇠사슬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차르륵, 차르륵, 쇠사슬 소리가 김 진사의 귓가에 죽음의 종소리처럼 울려 퍼졌습니다.
공포에 질린 김 진사는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살아날 방도를 찾았습니다. 바로 그때, 옆방에서 자고 있던 아내가 작은 기침 소리를 냈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김 진사의 눈에 섬뜩한 빛이 돌았습니다. 그의 비열한 머릿속에 한 가지 꾀가 떠올랐던 것입니다.
※ 비열한 거래 제안
김 진사는 벌떡 일어나 저승사자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저승사자님, 제게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지만, 그 눈빛만큼은 교활한 빛으로 번뜩이고 있었습니다.
저승사자가 차갑게 물었습니다. "무슨 제안이오?" 김 진사는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저 대신 다른 사람을 데려가시면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저승에서는 혼백 하나가 필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누가 가든 숫자만 맞으면 되는 것 아니겠소?"
저승사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 진사는 이를 묵인으로 받아들이고 더욱 대담하게 말을 이었습니다. "제 옆방에 제 아내가 자고 있습니다. 이미 나이도 쉰이 가까운 여편네입니다. 저는 아직 젊고 건강하며 이 집안을 이끌어야 할 가장입니다. 저보다는 저 여자를 데려가시는 것이 더 합당하지 않겠습니까?"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더욱 차갑게 식었습니다. 촛불이 바람도 없는데 흔들렸고, 어디선가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제 살 길에 급급한 김 진사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아내를 헐뜯기 시작했습니다. "그 여자는 집안일도 제대로 못합니다. 밥도 자주 태우고, 바느질도 서툴러서 제 옷도 변변히 깁지 못합니다. 게다가 제가 모르는 줄 아는데, 제 곡식을 몰래 훔쳐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합니다. 이런 여자를 두고 무슨 아깝단 말입니까?"
김 진사는 점점 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보십시오. 저희 부부는 슬하에 자식도 없습니다. 그것도 다 저 여자 때문입니다. 자식 하나 낳지 못하는 여자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저는 저 여자가 없어도 얼마든지 새장가를 들어 자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여자는 저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을 것입니다."
저승사자는 여전히 침묵을 지켰습니다. 김 진사는 그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더욱 비굴하게 저승사자의 옷자락을 붙들었습니다. "부디 제 청을 들어주십시오. 저는 아직 이 세상에서 할 일이 많습니다. 제 재산도 정리해야 하고, 제사도 지내야 하고, 조상님들 산소도 돌봐야 합니다. 하지만 저 여자는 그런 것 없습니다. 친정도 이미 망했고, 제사 지낼 부모도 없습니다. 그런 여자를 데려가시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김 진사의 비열한 말이 계속되는 동안, 옆방에서는 박씨 부인이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평생 고된 노동으로 지친 그녀는 남편이 자신을 팔아넘기려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꿈에도 모른 채, 편안한 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김 진사는 마지막으로 절박하게 말했습니다. "저승사자님, 제가 만약 더 살게 된다면, 절에 큰 불사를 올리고 가난한 이들에게 보시를 베풀겠습니다. 제가 저 여자보다 훨씬 더 세상에 유익한 일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 청을 들어주십시오."
저승사자는 긴 침묵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그대의 제안을 들었소. 하지만 저승의 법도는 그리 간단치 않소. 내가 장부를 다시 확인해 봐야겠소." 그 말을 듣고 김 진사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렇다, 저승사자도 결국 흥정이 가능한 존재구나. 내가 살았다.'
※ 아내의 선행과 남편의 악행
저승사자는 품속에서 또 다른 장부를 꺼냈습니다. 그것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선행 장부였습니다. 저승사자가 그것을 펼치자, 김 진사의 집 처마 밑에서 파란 불빛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박씨 부인이 평생 베푼 선행들이 영혼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저승사자가 낮은 목소리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박씨, 나이 사십팔 세. 시집온 지 이십삼 년째 되는 해." 그리고는 장부를 따라 손가락을 내려가며 계속 읽었습니다. "혼인 첫해 겨울, 굶주린 거지에게 밥 한 그릇을 주다. 삼 년째 되는 해 가을, 병든 과부에게 약값을 대주다. 오 년째 되는 해 봄, 버려진 아이를 거두어 이웃집에 양자로 보내다."
저승사자의 낭독이 계속될수록 방 안에는 더 많은 파란 불빛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것들은 마치 반딧불이처럼 방 안을 아름답게 수놓았습니다. "칠 년째 되는 해 여름, 홍수로 집을 잃은 가족에게 집 한 채를 내어주다. 십 년째 되는 해 겨울, 얼어죽게 된 노인을 자기 방에 들여 간호하다. 십삼 년째 되는 해 봄, 도둑질하다 잡힌 소년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곤장을 맞다."
김 진사는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그, 그때 그 일이 그 여자가 한 짓이었단 말입니까? 저는 단지 그 여자가 물건을 잘못 관리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읽어 내려갔습니다.
"십오 년째 되는 해 가을, 전염병이 돌 때 마을 사람들을 간호하며 죽을 쒀서 먹이다. 십칠 년째 되는 해 겨울, 얼어 죽은 아이의 장례를 치러주다. 이십 년째 되는 해 봄, 남편 몰래 곡식 스무 가마를 내어 흉년 든 마을 사람들을 먹이다." 김 진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습니다. 그는 아내가 그토록 많은 선행을 베풀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
저승사자가 장부를 덮었습니다. 방 안은 이제 수백 개의 파란 불빛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것이 그대 아내가 평생 쌓은 공덕이오. 이제 그대의 장부를 볼 차례오." 저승사자가 다시 검은색 장부를 펼쳤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붉은 불빛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김 진사가 평생 저지른 악행들이었습니다.
"김 진사, 나이 오십삼 세. 혼인 이십삼 년째."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더욱 차갑게 식었습니다. "혼인 첫해부터 아내를 구타하고 학대하다. 삼 년째 되는 해, 소작인들에게서 부당하게 높은 소작료를 받아내다. 오 년째 되는 해, 이웃집 땅을 속임수로 빼앗다."
붉은 불빛들이 점점 더 많이 모여들었습니다. 그것들은 파란 불빛들을 압도하려는 듯 사납게 날뛰었습니다. "칠 년째 되는 해, 빚진 농부의 딸을 노비로 삼다. 십 년째 되는 해, 굶주린 백성들에게 썩은 곡식을 비싼 값에 팔다. 십삼 년째 되는 해, 아내가 대신 맞은 곤장을 모른 척하고 그 소년을 고발하다."
김 진사는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저승사자의 낭독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십오 년째 되는 해,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들의 땅을 헐값에 사들이다. 십칠 년째 되는 해, 과부에게 빌려준 돈의 이자를 열 배로 받아내다. 이십 년째 되는 해, 아내가 나눠준 곡식을 알고도 그 이상을 소작인들에게 더 받아내다."
방 안은 이제 붉은 불빛들로 가득 차서 마치 지옥의 불길 속 같았습니다. 파란 불빛들은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저승사자가 장부를 덮으며 말했습니다. "이것이 그대가 평생 쌓은 업보요. 그대는 아직도 그대가 아내보다 가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오?"
※ 저승사자의 판단
김 진사는 두려움에 떨며 바닥을 기었습니다. "저, 저승사자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나름대로 제사를 지내고 조상을 섬겼습니다. 절에도 시주를 했고, 양반으로서의 체면도 지켰습니다." 하지만 그의 변명은 공허하기만 했습니다.
저승사자가 차갑게 말했습니다. "그대가 지낸 제사는 허례허식이었고, 절에 낸 시주는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었소. 양반의 체면이라는 것도 결국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오." 저승사자는 두 장부를 나란히 들어 보였습니다. "보시오. 그대 아내의 선행 장부는 빛으로 가득하지만, 그대의 장부는 어둠으로 가득하오."
김 진사는 마지막 발악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승사자님, 저는 양반이고 그 여자는 그저 여편네일 뿐입니다.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지 않습니까? 남자가 여자보다 귀하고, 양반이 상놈보다 귀한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그는 여전히 세상의 신분 질서가 저승에도 적용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저승사자는 처음으로 얼굴에 변화를 보였습니다. 그것은 분노도 아니고 동정도 아닌, 깊은 실망과도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그대는 아직도 모르는구려. 저승에는 양반도 없고 상놈도 없소. 남자도 여자도 없소. 오직 그 사람이 평생 행한 선과 악만이 있을 뿐이오."
저승사자가 손을 들자, 두 장부가 공중에 떠올랐습니다. 박씨 부인의 선행 장부에서는 찬란한 금빛이 뿜어져 나왔고, 김 진사의 악행 장부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그대는 평생을 욕심으로 살았고, 그대 아내는 평생을 베풂으로 살았소. 그대는 제 살 길만 찾았고, 그대 아내는 남의 살 길을 먼저 생각했소."
저승사자가 계속 말했습니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그대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을 구하기 위해 평생 그대를 헌신적으로 섬긴 아내를 팔아넘기려 한다는 것이오. 그대에게는 부부의 정도 없고, 사람의 도리도 없소. 오직 제 목숨만이 소중할 뿐이오."
김 진사는 이제야 자신이 엄청난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울부짖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미쳤습니다! 제 아내는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제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저승사자가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그대의 후회는 진심이 아니오. 그저 죽음이 두려워서 하는 말일 뿐이오. 진정한 후회라면 그대가 살아있는 동안 해야 했소. 그대가 아내를 구박할 때, 백성들을 착취할 때, 약자를 괴롭힐 때, 그때 후회했어야 했소."
방 안의 붉은 불빛들이 점점 더 거세게 일렁였습니다. 그것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김 진사를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김 진사는 비명을 질렀지만, 소리는 방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습니다. 저승사자가 친 결계 안에서는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승사자가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그대는 그대의 아내를 대신 데려가라고 했소. 하지만 저승의 법도는 명확하오. 장부에 적힌 이름은 반드시 데려가되, 그 사람의 선행과 악행에 따라 갈 곳이 정해지는 것이오." 저승사자가 쇠사슬을 풀었습니다. "그대의 아내는 아직 저승에 올 때가 아니오. 그 분은 앞으로도 이십 년을 더 살며 선행을 베풀 운명이오. 하지만 그대는..."
저승사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쇠사슬이 김 진사의 목을 감았습니다. 차갑고 무거운 쇠사슬의 감촉에 김 진사는 온몸이 얼어붙었습니다. "안 됩니다!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하지만 저승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쇠사슬을 잡아당겼습니다.
※ 남편의 최후와 아내의 구원
쇠사슬에 묶인 김 진사의 혼이 육신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묘한 감각이었습니다. 마치 무거운 옷을 벗어던지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몸이 바닥에 축 늘어진 채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창백한 얼굴, 반쯤 뜬 눈, 굳어가는 손가락. 그제야 그는 정말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공포와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저승사자가 김 진사의 혼을 이끌고 문 밖으로 나가려 할 때, 갑자기 옆방의 문이 열렸습니다. 박씨 부인이 잠에서 깬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남편의 방으로 달려왔습니다. 평생을 함께 살아온 사람의 본능이었을까요. 뭔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그녀는 감지했던 것입니다. 방문을 열자, 남편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여보! 여보!" 박씨 부인이 남편에게 달려가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김 진사의 몸은 이미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맥을 짚어보았지만,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박씨 부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녀는 평생 자신을 구박하고 학대한 남편이었지만, 그래도 이십삼 년을 함께 산 반려자였습니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든 사람이었습니다.
저승사자는 박씨 부인의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혼이 된 김 진사도 아내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는 아내가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내가 저렇게 구박했는데도 저 여자는 나를 위해 울고 있구나.' 그제야 김 진사는 자신이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자신 같은 못난 사람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함께 해준 사람이 곁에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박씨 부인은 울면서도 남편의 몸을 정성스럽게 뉘이고, 이불을 덮어주고, 촛불을 밝혔습니다. 그녀의 손길은 떨렸지만 정성스러웠습니다. 그리고는 정화수를 떠다 놓고 남편의 혼이 편히 가기를 빌었습니다. "여보, 이승에서 맺힌 한이 있거든 모두 풀고 가세요. 저승길이 험하지 않기를 빕니다." 그녀의 순수한 정성에서 다시 파란 빛이 피어올랐습니다. 그 빛은 방 안을 부드럽게 감싸며 따뜻한 기운을 퍼뜨렸습니다.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보시오, 김 진사. 저것이 진정한 사람의 도리요. 그대의 아내는 그대가 자신을 팔아넘기려 한 것도 모른 채, 그대의 명복을 빌고 있소." 김 진사는 더욱 큰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만약 자신이 살아 있었다면, 만약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내를 하늘처럼 모시고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후회는 항상 너무 늦게 찾아오는 법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박씨 부인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여보, 당신이 평생 저를 힘들게 했지만, 그래도 저는 당신과 함께한 세월이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부디 저승에서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빕니다. 그리고 다음 생에는 더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시길..." 그녀의 진심 어린 기도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당신이 저를 때릴 때도, 욕할 때도, 저는 당신이 언젠가는 변하리라 믿었습니다. 비록 이승에서는 그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저승에서는 편안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녀의 기도에 방 안의 파란 불빛들이 더욱 밝게 빛났습니다. 저승사자가 놀라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박씨 부인의 선행이 너무나 커서, 그 공덕이 죽은 남편에게까지 미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습니다. 저승사자가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혼을 거두었지만, 이렇게까지 순수한 선행을 쌓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저승사자가 장부를 다시 펼쳤습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 진사의 악행 장부에서 일부 붉은 글씨가 사라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내의 공덕이 남편의 죄를 덜어주고 있었습니다. 저승의 법칙에는 이런 조항이 있었습니다. 극히 선한 사람의 공덕은 그 가족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그대는 운이 좋소, 김 진사. 그대의 아내는 그대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덕을 쌓은 분이오. 그 분의 공덕 일부가 그대에게 나누어지니, 그대는 가장 무거운 벌은 면하게 되었소." 김 진사는 감사와 후회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는 혼이 되어서도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저승사자가 계속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대가 저지른 악행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오. 그대는 저승에서 속죄의 시간을 가져야 하오. 그리고 그대가 다음 생을 받을 때는, 그대가 착취했던 백성으로 태어나 고난을 겪어야 할 것이오." 이것이 저승의 법칙이었습니다. 선한 자는 복을 받고, 악한 자는 벌을 받되, 그 정도는 평생의 행실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완전한 용서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단죄도 없었습니다.
김 진사가 마지막으로 아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저승사자님, 제가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저승사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제 아내가 앞으로의 삶을 편히 살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제 재산을 모두 그녀에게 남기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입니다."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그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오. 그대의 아내는 앞으로 그대의 재산으로 더 많은 선행을 베풀게 될 것이오. 그것이 곧 그대의 공덕이 될 것이니, 저승에서의 벌이 조금은 가벼워질 것이오."
※ 마을에 전해진 교훈
다음날 아침, 마을 사람들은 김 진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놀랐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했던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숨을 거둔 것입니다.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이는 갑자기 화병이 났을 것이라 했고, 어떤 이는 하늘의 벌을 받은 것이라 했습니다. 또 어떤 이는 평소 행실이 좋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수근거렸습니다.
장례는 박씨 부인이 주관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생전에 모았던 재산의 일부를 내어 정성스럽게 장례를 치렀습니다. 상여가 나가는 날,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헌신적인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그토록 구박받으면서도 끝까지 아내의 도리를 다하는 모습에 모두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어떤 노인은 말했습니다. "저런 여인이 진정한 열녀로다. 남편이 복이 없어서 저런 아내의 귀함을 몰랐구나."
장례를 마치고 사십구재를 지내는 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 진사의 위패 앞에 놓인 촛불이 바람도 없는데 계속 흔들리더니, 갑자기 꺼졌다가 다시 켜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절의 스님이 이를 보고 말했습니다. "망자의 혼이 무언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합니다. 이는 흔치 않은 일입니다." 스님은 독경을 하며 망자의 혼이 편히 가기를 빌었습니다.
그날 밤, 박씨 부인의 꿈에 남편이 나타났습니다. 김 진사는 꿈속에서 아내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여보, 내가 평생 당신을 괴롭혔소. 나는 정말 못난 사람이었소. 당신은 내게 과분한 사람이었소." 그는 자신이 저승사자 앞에서 아내를 팔아넘기려 했던 일까지 모두 고백했습니다. "나는 죽음이 두려워 당신을 대신 저승으로 보내려 했소. 하지만 저승사자는 나의 악행을 모두 알고 있었소."
김 진사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당신의 선행이 얼마나 큰지 나는 몰랐소. 당신이 평생 베푼 공덕이 이 못난 남편까지 구해주었소. 당신의 공덕 덕분에 내가 가장 무거운 벌은 면하게 되었소."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제 나는 저승에서 내가 지은 죄를 속죄해야 하오. 하지만 당신 덕분에 그 길이 조금은 덜 험할 것이오."
박씨 부인은 꿈속에서도 남편을 용서했습니다. "당신이 그런 잘못을 했다는 것이 슬프지만, 그래도 이제라도 뉘우치셨으니 다행입니다. 저승에서는 편히 쉬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습니다. 평생을 그래왔듯이, 그녀는 남편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김 진사의 혼이 말했습니다. "당신의 공덕으로 내가 큰 벌을 면했소. 고맙소, 정말 고맙소. 부디 앞으로의 삶을 행복하게 사시오. 그리고 내 재산으로 더 많은 선행을 베푸시오. 그것이 나의 죄를 덜어주는 길이오."
꿈에서 깬 박씨 부인은 모든 것이 명확하게 이해되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죽음이 단순한 급사가 아니라 저승의 법도에 따른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평생 베푼 선행이 결국 자신뿐 아니라 남편까지 구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눈물을 닦으며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남편의 부탁대로 더 많은 선행을 베풀어야겠구나. 그것이 남편의 저승길을 편하게 하는 길이겠지.'
박씨 부인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꾼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물론 남편이 자신을 팔아넘기려 했던 부분은 빼고, 저승사자가 사람의 선행과 악행을 기록한다는 것과 그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는 교훈만을 전했습니다. "저승사자는 장부를 들고 다니며 우리의 모든 행실을 기록한다고 합니다. 작은 선행도, 작은 악행도 모두 적혀 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승에는 양반도 상놈도 없고, 남자도 여자도 없다고 합니다. 오직 그 사람이 평생 쌓은 선행과 악행만이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박씨 부인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크게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특히 부유한 양반들은 자신들의 행실을 돌아보며 부끄러워했고, 가난한 백성들은 비록 가난해도 선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 후로 박씨 부인은 남편의 재산을 물려받아 더욱 큰 선행을 베풀었습니다. 마을에 서당을 세워 가난한 아이들을 가르쳤고, 겨울마다 무료 급식소를 열어 굶주린 이들을 먹였습니다. 또한 병든 이들을 위한 약방을 운영하며 많은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봄이면 씨앗을 나눠주고, 여름이면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가을이면 추수를 도왔습니다. 그녀의 선행은 마을을 넘어 인근 고을까지 소문이 났습니다.
그녀의 나이 육십팔에 이를 때까지 이십 년 동안, 그녀는 쉼 없이 선행을 베풀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박 보살이라 불렀고, 아이들은 그녀를 할머니 부처님이라 불렀습니다. 그녀가 지나가면 사람들은 절을 했고, 그녀의 집 앞에는 그녀에게 감사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박씨 부인이 세상을 떠나던 날,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임종을 지켰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로웠습니다. 마치 편안한 잠에 빠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녀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 방 안에 은은한 빛이 가득 찼다고 합니다. 마을의 한 어린아이가 말했습니다. "저기 하얀 옷 입은 분이 할머니를 모시러 왔어요. 그분 얼굴이 정말 밝고 따뜻해 보여요." 사람들은 그것이 저승사자임을 알았지만, 그 모습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경상도 지방에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었습니다. 첫째, 아무리 지위가 높고 재산이 많아도 선행을 쌓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 둘째, 겉으로 보이는 신분이나 성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마음과 행실이라는 것. 셋째,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며, 오직 평생의 업보만이 저승길을 결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남편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아내를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유한 양반들은 자신의 재산을 쌓는 것만큼이나 선행을 베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백성들은 비록 가난해도 선하게 사는 것이 진정한 부자가 되는 길임을 배웠습니다. 계서야담에 기록된 이 이야기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400자)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저승사자 앞에서 아내를 팔아넘기려 한 남편' 이야기는 계서야담에 전해지는 권선징악의 교훈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욕심과 이기심은 결국 자신을 파멸로 이끌고, 선행과 베풂은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까지 구원한다는 깊은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후손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이야기를 통해 작은 선행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더 흥미로운 조선시대 야담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