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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사자가 놓친 한 명의 영혼 , 죽음마저 막지 못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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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300자 내외)

    죽음의 순간, 저승사자의 눈을 피한 한 영혼. "아직은 안 돼 아내와의 약속을"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간절한 미련이, 저승의 법도를 어기고 이승을 맴돕니다. 영혼을 쫓는 저승사자와, 마지막 약속을 지키려는 영혼의 숨 막히는 추격. 과연 그는 저승사자를 따돌리고 아내에게 마지막 선물을 전할 수 있을까요?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영혼을 데려가야 할 저승사자가 강력한 미련(未練)으로 인해 놓친 한 영혼. 저승과 이승 사이에서 길을 잃은 영혼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삶의 미련으로 인해 떠나지 못하는 영혼과 그를 쫓는 저승사자의 대립. 죽음의 의미와 삶에 대한 집착, 그리고 마지막 선택의 순간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다시금 돌아보게 합니다.

    ※ 가난한 부부의 약속

    옛날 옛적, 조선 어느 산골 마을에 마음씨 착한 이서방이라 불리는 사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비록 가진 것은 없었으나,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 없었습니다. 그에게는 볕이 잘 드는 초가삼간과, 평생을 함께해 온 지어미, 옥분(玉分)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슬하에 자식은 없었습니다. 하늘이 점지해 주시지 않아 젊은 시절 애를 태우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세월 속에 두 사람의 정은 더욱 단단해져 있었습니다. 가난 속에서도 서로를 지극히 아끼며 살아왔지요. 옥분이는 솜씨가 좋아 삯바느질로 겨우 쌀을 구했고, 이서방은 척박한 밭을 일구어 콩과 조를 거두었습니다. 그마저도 넉넉지 않아 끼니를 거를 때가 부지기수였지만,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서로를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유난히 하늘이 맑았습니다. 가을볕이 따사롭게 마당을 비추었습니다. 옥분이가 마당에 앉아 낡은 멍석 위에서 헤진 옷을 깁고 있자, 이서방이 곰방대를 털며 넌지시 물었습니다. "여보.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오?" 옥분은 바늘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내 얼굴을 붉혔습니다. "아! 잊을 뻔했네. 세월 참 우리가 혼례를 올린 지 꼭 스무 해째가 되는 날이구려." "허허 그렇지 벌써 스무 해라" 이서방은 옥분의 거칠어진 손을 바라보았습니다. 젊은 시절 곱기만 하던 손은, 이제 삯바느질과 밭일로 마디마디가 굵어지고 터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손만큼이나 옥분의 머리도 초라했습니다. 다른 아낙들은 명절이면 은비녀, 옥비녀 자랑하기 바빴건만, 옥분은 스무 해 동안 자신이 젊은 시절 산 복숭아나무로 직접 깎아 만든 낡은 나무 비녀 하나만을 꽂고 살았습니다. 그 비녀는 이미 닳고 닳아 반들반들 윤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여보." "예, 서방님." "내 내일 장에 다녀오리다." "장은 왜 또 쌀 떨어졌슈? 어제 꾸어 온 조 한 줌 남았는데 그걸로 죽 쑤어 먹으면 되는데"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이서방은 헛기침을 했습니다. "내 당신에게 비녀 하나 못 해준 것이 평생 한이었소. 스무 해 전 혼례 올릴 때 내 꼭 은비녀 하나 사주겠다 약조했는데 그걸 여태 못 지켰구려 내일 내 반드시 은으로 만든 고운 비녀 하나 장만해 오겠소. 스무 해 동안 고생만 시킨 이 못난 놈의 성의라 생각하고 받아주시오" 옥분의 눈에 물기가 어렸습니다. "아이고, 서방님 무슨 비녀요 그 돈 있으면 쌀 한 말을 더 사서 따뜻한 밥 한 끼 지어 드시지요 저는 이 나무 비녀도 족합니다" "됐소! 내 평생 소원 딱 하나 들어준다 셈 치시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지어미 머리에 은비녀 꽂아줄 테니 그리 아시오." 이서방은 그렇게 큰소리를 쳤지만 사실 돈이 없었습니다. 땡전 한 푼 없었습니다. 그는 그날 밤 아내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잠든 아내의 거친 손을 한 번 쓸어보고는 조용히 헛간으로 갔습니다. 헛간에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유일한 재산, 손때 묻은 연장들이 가지런히 걸려있었습니다. 자귀, 끌, 대패 모두 아버님의 손때가 묻어 자식처럼 아끼던 것들이었습니다. 그는 그것들을 쓸어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아버님 죄송합니다. 이 불초자식이 아버님이 물려주신 연장을 팔아 계집 장신구를 사려 합니다 허나 아버님 옥분이가 저 때문에 스무 해 동안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제 가슴이 미어집니다. 비록 자식 하나 안겨주지 못한 못난 저인데 불평 한 마디 없이 따라준 지어미입니다. 옥분이의 웃는 얼굴 한 번 보는 것이 제게는 이 연장보다 중합니다 부디 용서 하십시오" 그는 연장 꾸러미를 단단히 챙겼습니다.

    ※ 비극적인 죽음과 놓친 영혼

    다음 날 아침, 이서방은 연장 꾸러미를 지고 이른 새벽길을 나섰습니다. 옥분은 "조심히 다녀오라"며 주먹밥 하나를 쥐여 주었지만, 남편의 지게 속에 아버지의 연장이 들어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장터는 시끌벅적했습니다. 이서방은 푸줏간에서 흘러나오는 고기 굽는 냄새도, 색 고운 비단 가게에서 외치는 호객꾼의 소리도 애써 외면한 채, 오직 대장간으로 향했습니다. "이거 얼마나 쳐줄 수 있겠소?" 늙은 대장장이는 연장을 보더니 혀를 찼습니다. "허 이거 물건일세. 강철이 제대로 올랐어 이 정도 연장이면 요즘 보기 드문데 이걸 왜 파시오? 이거 하나면 평생을 먹고 살 기술인데" "됐고 돈이나 주시오 급히 쓸 데가 있소." 이서방은 연장을 넘기고 엽전 두 냥을 손에 쥐었습니다. 쌀 서 말을 살 수 있는 큰 돈이었습니다. 그는 평생 만져본 적 없는 묵직한 돈 꾸러미를 품에 안고도 쌀가게가 아닌, 곧장 장신구 가게로 달려갔습니다. "비녀 비녀 하나 주시오. 가장 곱고 튼튼한 은비녀로 주시오." 가게 주인이 이서방의 행색을 보고 무시하려다, 그가 내민 엽전 꾸러미를 보고 화색이 돌아 몇 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옥비녀도 있었고 자개 비녀도 있었지만, 이서방의 눈에는 오직 하나만 보였습니다. "이 이것으로 하겠소." 그는 한참을 고르고 골라, 작고 소담한 매화 송이가 아주 섬세하게 새겨진 은비녀 하나를 샀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옥분이의 수수한 얼굴과 꼭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엽전을 다 쓰고 나니 주먹밥 하나 살 돈도 남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천하를 얻은 듯 부유했습니다. '옥분이가 이걸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그 나무 비녀 대신 이걸 꽂으면 얼마나 고울까' 그는 비녀를 붉은 비단 주머니에 넣어 품 속에 소중히 감추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산길에 올랐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이서방은 좁은 산길을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산바람이 몹시 차가웠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먹물처럼 어두워지더니 찬 바람과 함께 후드득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이런 산신령님이 노하셨나" 이서방은 품 속의 비녀가 젖을까 싶어 옷깃을 더욱 여몄습니다. 빗줄기는 금세 장대비로 변했습니다. 천둥이 치고 번개가 내리쳤습니다. 산길은 순식간에 흙탕물로 변해 미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가 마지막 고개를 넘으려던 찰나. '아차!' 빗물에 불어난 바위 틈을 뛰어넘다가 그만 발을 헛디디고 말았습니다. "으 억!" 그의 몸이 비탈길 아래로 굴러떨어졌습니다. '쿵!' 하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그의 머리가 날카로운 바위에 부딪혔습니다. "옥 분 아 비 비녀" 이서방의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고요해졌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서방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차가운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이서방 이서방 일어날 시간이다."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습니다. 머리의 통증도 사라졌습니다. '내가 살았나?' 그가 몸을 일으키자, 비에 젖은 자신의 육신이 바위 틈에 끔찍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 이게 어찌 된" 바로 그때, 그의 앞에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한 사내가 나타났습니다. 하얀 창호지처럼 낯빛이 희고, 검은 도포에 갓을 쓴 사내 '월직(月直)' 저승사자였습니다. 월직은 손에 든 명부(名簿)를 펼쳐보았습니다. "이서방 향년 마흔 아홉. 명(命)이 다하였으니 가자." "무 무슨 소리요 나는 가야 하오! 아내가 옥분이가 기다린단 말이오!" "시끄럽다. 법도대로 따르라." 월직이 이서방의 영혼을 향해 쇠사슬을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서방의 영혼이 '스르르' 흐려지며 월직의 시야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 어 어디 갔느냐!" 월직은 당황했습니다. 명부에는 분명 이곳에서 명을 거두라 되어 있는데, 영혼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이 이럴 수가 명부에 없는 일이다!" 이서방 역시 놀랐습니다. 저승사자가 자신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자, 그의 손에는 은비녀 하나가 이승의 것이 아닌 영롱한 빛을 내며 쥐어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승에 떨어진 비녀가 아니라, 그의 간절한 '미련(未練)'이 만들어낸 영혼의 비녀였습니다. '옥분이에게 이것을 전해야 한다' 그 일념 하나가 너무도 강하여, 그 미련의 빛이 저승사자의 눈을 가려버린 것입니다. "옥분아!" 이서방은 저승사자를 뒤로 한 채, 자신도 모르는 힘에 이끌려 아내가 있는 집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 이승을 맴도는 영혼

    이서방의 영혼은 산 비탈길을 단숨에 내달렸습니다. 이상하게도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습니다. 빗물도 느껴지지 않았고, 발이 땅에 닿는 감각도 없었습니다. 그는 마치 바람처럼, 혹은 연기처럼 산길을 빠져나왔습니다. '옥분아 옥분아 내가 간다 비녀를 가지고 간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아직 깨닫지 못했습니다. 아니, 깨닫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저 늦었다는 조급함과 아내를 만날 설렘 뿐이었습니다. 저 멀리 자신들의 초가집이 보였습니다. 굴뚝에서는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았습니다. 비가 와서 불을 지피지 못한 모양이었습니다. '쯧쯧 저 바보 나 기다리느라 저녁도 못 차렸구나' 이서방은 닫힌 사립문 앞에 섰습니다. "여보! 옥분아! 나 왔소! 문 좀 열어주시오!" 그는 평소처럼 아내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이상하다 어디 갔나 추운데 마루에 앉아있나" 그는 사립문을 밀었습니다. '스르륵' 그의 손이 나무로 만든 사립문을 그대로 통과해 버렸습니다. "! 이 이게 무슨 조화냐!" 이서방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반투명하게 비치는 자신의 손. 그는 그제야 산비탈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자신의 육신과, 자신을 '명(命)이 다했다' 부르던 그 하얀 얼굴의 사내, 저승사자의 목소리를 떠올렸습니다. "아 아 아니야 나는 죽지 않았어 옥분이에게 비녀를 주어야 한단 말이다! 이것은 필시 꿈일 게야 내가 크게 다쳐 헛것을 보는 것이다!" 그는 다급한 마음에 문짝을 통과해 마당으로 들어섰습니다. 옥분은 방 안도 아닌 비 맞는 툇마루에 넋이 나간 사람처럼 걸터앉아 있었습니다. "서방님 서방님 비가 이리 오는데 어디 계시오 날이 저물었는데" 그녀는 울고 있었습니다. 이서방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습니다. "옥분아 나 여기 있소! 여기 왔단 말이오! 왜 나를 보지 못하오!" 그가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팔은 옥분의 몸을 그대로 통과했습니다. 옥분은 그 순간, 알 수 없는 지독한 한기를 느낀 듯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으 추워라 아이고 갑자기 왜 이리 뼛속까지 시린 게냐 필시 서방님께 무슨 일이 생긴 게야" 옥분이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서방은 절망했습니다. "아 안 돼 옥분아 울지 마오 제발 나를 좀 보오!" 그는 자신이 가져온 비녀를 떠올렸습니다. 그의 영혼의 손에는 여전히 매화 송이가 새겨진 은비녀가 들려 있었습니다. '그래 이것 이것만 전해주면 옥분이도 알아줄 게야 내 마음을 알아줄 게야' 그는 비녀를 옥분의 무릎 위에 놓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비녀 또한 옥분의 무릎을 통과해 툇마루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아니, 떨어진 것이 아니라 마루 바닥을 그대로 통과해 흙바닥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 아아 아아아!" 이서방은 소리 없는 절규를 내질렀습니다. 그는 자신이 완벽한 '유령' '영혼'이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아내 곁에 있되, 아내에게 닿을 수 없는 존재.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비 맞으며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곁에서, 함께 비 맞는 영혼이 되어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저승사자의 추적

    한편, 이서방이 사라진 산길 고개. 저승사자 월직(月直)은 난감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수천 년 저승 경력 동안 이런 경우는 처음 겪었습니다. "이 이럴 수가 명부에 적힌 영혼이 증발하다니" 그는 자신이 데려가야 할 영혼을 '놓친' 것입니다. 이것은 염라대왕께 보고도 할 수 없는 중대한 실수였습니다. '만약 이대로 영혼을 찾지 못하면 명부의 질서가 어긋난다. 이승에도, 저승에도 속하지 못한 영혼은 결국 떠도는 악귀(惡鬼)가 될 터' "아니야 실수가 아니다 분명 무언가 있다" 월직은 이서방이 사라진 자리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그는 공기 중에 남아있는 미세한 '기운'을 더듬었습니다.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그 희미한 기운 "이 냄새는 '미련(未練)'이다 아주 지독하고 강력한 미련의 냄새야" 저승사자에게 인간의 미련은 각기 다른 냄새로 느껴졌습니다. 재물에 대한 미련은 역한 쇠비린내가 났고, 권력에 대한 집착은 피 냄새가 났으며, 원한(怨恨)은 썩은 유황 냄새가 났습니다. 그런 악취 나는 미련들은 무겁고 끈적거려 쇠사슬로 묶기 오히려 쉬웠습니다. 하지만 이서방이 남긴 냄새는 그런 것들과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그것은 비 온 뒤 맑게 개인 날 풍기는 은은한 꽃 향기 같기도 하고, 잘 마른 은(銀)에서 나는 깨끗하고 시원한 향 같기도 했습니다. "허어 이토록 맑은 미련이라 이 미련이 너무도 강하고 순수하여, 저승의 법도를 일시적으로 가려버렸구나. 영혼 자체가 미련의 덩어리가 되어 내 눈을 피한 게야. 참으로 어리석고도 놀라운 힘이다." 월직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법도는 법도. 놓친 영혼은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 그는 이서방이 남긴 그 '은비녀'의 향기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저승사자에게 그것은 이승의 사냥개가 피 냄새를 쫓는 것과 같았습니다. 월직은 눈을 감았습니다. 그의 영적인 시야에, 희미한 은빛 실선(實線)이 이서방이 달려간 길을 따라 이어져 있었습니다. "집으로 갔구나 어리석은 인간." 월직은 땅을 박차고 바람처럼 산길을 내려갔습니다. 그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차가운 한기가 서렸습니다. 이서방의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월직은 잠시 멈추었습니다. 집 안에서 이서방의 영혼이 발산하는 그 맑은 미련의 향기가 더욱 강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과 뒤섞여, 살아있는 여인(옥분)의 애절한 슬픔과 그리움의 냄새 또한 느껴졌습니다. 두 기운이 서로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지만, 이승과 저승의 벽에 막혀 닿지 못하고 맴돌고 있었습니다. "쯧 가엾은 것들 하지만 산 자는 살고 죽은 자는 가야 하는 법. 저리 미련이 강하게 남아있으면 산 자에게도 해가 된다." 월직은 담장을 넘어 마당으로 들어섰습니다.

    ※ 영혼과의 대면

    월직이 마당으로 들어서자, 집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습니다. 툇마루에서 비통하게 울고 있던 옥분이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듯한 지독한 한기(寒氣)에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아 아 정말 이상하다 심장까지 얼어붙는 듯 춥구나" 하지만 옥분은 저승사자 월직의 형상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그저 밤비가 내리는 공허한 마당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서방의 영혼은 달랐습니다. 자신을 잡으러 온 죽음의 사자. 그 존재의 등장에, 그는 필사적으로 아내의 곁을 지키려 했습니다. "오 오지 마시오! 내 아내 곁에 오지 마시오!" 월직의 눈에, 이번에는 이서방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아내를 지키려는 그 간절함이 오히려 그의 영체(靈體)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 것입니다. "이서방. 늦었다. 이미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저 여인은 산 자요, 너는 죽은 자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한 곳에 있으니 음양(陰陽)의 법도가 어지러워지는 것이다. 저 여인이 시름시름 앓는 것을 보고 싶으냐? 가자." 월직은 쇠사슬을 꺼내 들었습니다. '철커덕' 쇠 부딪히는 소리가 이서방의 영혼을 울렸습니다. 그 소리에 이서방은 공포에 질렸지만,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안 됩니다! 아직은 안 됩니다! 내가 약속을 했단 말이오! 스무 해 만에 처음으로 지어미에게 비녀 하나 사주기로 약속을 했소!" 이서방은 자신의 영혼이 들고 있는 그 은비녀를 월직의 눈 앞에 내밀었습니다. "보시오! 이것 이것 하나만 전해주게 해주시오 이것만 옥분이 손에 쥐여주면 나 여한 없이 따라가겠소 제발 부탁이오!" 월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 한숨에 빗방울이 잠시 얼어붙는 듯했습니다. "어리석은 인간아. 그것은 네놈의 미련이 만들어낸 허상(虛像)이다. 네놈의 기억일 뿐, 이승의 물건이 아니거늘 어찌 산 자에게 전한단 말이냐. 그것은 네가 저승길을 가면서 스스로 버려야 할 '짐' 일 뿐이다." "아니오! 허상이 아니오! 이것은 내 진심이오! 내 평생의 약속이란 말이오!" 이서방의 영혼이 미련의 빛으로 더욱 밝게 타올랐습니다. 그는 저승사자 앞을 가로막고 아내 옥분을 지키듯 두 팔을 벌렸습니다. "싫소! 이 비녀를 전하기 전에는 단 한 발짝도 뗄 수 없소! 나를 강제로 데려가려거든 차라리 이 자리에서 소멸시켜 주시오!" 저승사자 월직은 난감했습니다. 영혼이 이토록 강하게 저항하면 강제로 쇠사슬을 묶어 끌고 갈 수도 있었지만, 이서방처럼 '맑은' 미련을 가진 영혼을 강제로 끌고 가면, 그 미련이 풀리지 않아 결국 저승에서도 구천을 떠도는 원귀(怨鬼)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염라대왕께 원귀를 하나 더 만들어 갔다고 보고할 수는 없지 게다가 이런 맑은 한(恨)은 풀어주지 않으면 그 독이 산 자에게 옮겨간다. 저 여인의 명(命)도 위태로워질 수 있어 쯧' 월직은 자신이 '놓친' 영혼 하나 때문에 골치가 아파졌습니다. 그는 이서방을 노려보다가, 다시 툇마루에서 넋을 잃고 울고 있는 옥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서방의 손에 들린 그 영롱한 '미련의 비녀'를 바라보았습니다.

    ※ 저승사자의 선택

    저승사자 월직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는 수천 년 동안 수만 가지의 미련을 보아왔습니다. 용상(龍床)에 대한 미련, 황금 궤짝에 대한 미련, 갓 태어난 자식에 대한 미련, 혹은 원수에 대한 복수심 그 모든 미련은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한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혼, 이서방의 미련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남겨진 아내의 기쁨, 그 '약속' 하나에 묶여 있었습니다. 그 미련은 너무도 맑고 깨끗하여, 쇠사슬로 더럽히기가 망설여질 정도였습니다. "어리석기는 하나 참으로 딱하구나. 스무 해 동안 은비녀 하나" 월직이 나지막이 읊조렸습니다. "제발 사자님 단 한 번만 기회를 주시오 제발" 이서방이 무릎을 꿇고 애원했습니다. 월직은 결심했습니다. "법도를 어기는 것이다." " " "저승의 사자가 이승의 일에 관여하는 것은 중죄다. 염라대왕의 노여움을 사 나 또한 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사자님!" "허나 네놈의 그 지독한 미련이 풀리지 않으면, 너는 구천을 떠도는 원귀가 될 것이고 저 여인 또한 네 영혼에 붙들려 평생을 고통 속에 살 것이다. 그것 또한 저승이 바라는 바는 아니다." 월직은 손에 들었던 쇠사슬을 '철커덕' 소리 나게 거두었습니다. "딱 한 번이다. 이승의 물건을 내가 직접 만질 수는 없다. 이승의 법도는 이승의 것으로 풀어야 하는 법. 하지만 저승의 바람을 일으켜 길을 터줄 수는 있지." 월직은 이서방에게 물었습니다. "네놈의 육신이 있는 곳이 어디냐. 네놈의 미련이 담긴 그 진짜 은비녀는 어디에 있느냐." "저 저쪽 산 고개 중턱 비탈길 바위 틈입니다! 제가 굴러 떨어진 곳입니다!" "좋다. 아직 네 영혼과 육신의 연(緣)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으니 가능할 것이다. 가자." 월직은 바람처럼 다시 산길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이서방의 영혼도 희망을 안고 그 뒤를 따랐습니다. 그들은 이서방의 차가운 육신이 쓰러진 바위 틈에 도착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이서방의 품 속에서 떨어져 나온 은비녀가 빗물에 젖어 흙과 나뭇잎 사이에 반쯤 묻혀 빛도 없이 버려져 있었습니다. "저 저것입니다! 저 비녀입니다!" 월직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는 은비녀를 만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위에 손을 뻗어 저승의 기운을 불어 넣었습니다. "까악 까악" 바로 그때, 근처 소나무 가지에서 밤 비를 피해 자고 있던 까마킁 한 마리가 그 기운에 놀라 푸드덕거렸습니다. 월직이 그 까마귀를 향해 나지막이 명령했습니다. "저것을 물어라. 저 은빛 물건을 물어라. 그리고 저 아래 불빛이 새어 나오는 집 마당에 가져다 놓아라. 그 여인 앞에 떨어뜨려라." 까마귀는 마치 홀린 듯, 바위 틈으로 내려와 흙 속에 박힌 은비녀를 '탁' 하고 부리로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비를 뚫고 이서방의 집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자 이제 가서 마지막을 보아라. 그리고 그 어리석은 미련을 끊어내라."

    ※ 약속의 이행

    이서방의 영혼과 월직이 집 마당에 도착했을 때, 옥분은 여전히 툇마루에 앉아 넋 나간 얼굴로 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서방님 어디 계시오 날이 이리 저물었는데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 흑 흑" 그녀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얼굴을 무릎에 파묻으려던 그 순간. "까악! 까악!" 칠흑 같은 밤하늘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요란하게 울며 마당 위로 빙빙 돌기 시작했습니다. "저 저 새는 또 왜 저리 울어 불길하게" 옥분이 젖은 얼굴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까마귀가 툇마루 가까이 낮게 날아오더니, 옥분의 발 앞에 무언가 '툭' 하고 떨어뜨리고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 ?" 옥분은 자신의 발치에 떨어진 물건을 내려다보았습니다. 흙탕물이 잔뜩 묻어 있었지만 달빛 없는 어둠 속에서도 유난히 반짝이는 물건. "이 이것은?" 옥분은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집어 들었습니다. 흙을 닦아 내자, 차가운 감촉과 함께 매화 송이가 새겨진 은비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 아 아" 옥분은 비녀를 보고 숨이 멎는 듯했습니다. 이것은 어제 남편이 처음으로 약속했던 바로 그 은비녀였습니다. "서방님! 서방님! 이걸 사셨군요 이걸 사신 거였어" 그녀는 까마귀가 사라진 하늘을 보며 목놓아 울었습니다. "이 비 속을 이걸 전해주려고 그랬소 흑 흑 고맙소 고맙소 서방님" 옥분은 그 차가운 비녀를 자신의 가슴에 꼭 끌어안았습니다.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지 못했다는 절망감과 동시에, 그가 죽음의 순간까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에 기묘한 안도감과 감사함이 뒤섞여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서방의 영혼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비녀를 끌어안고 우는 아내. 하지만 그녀의 울음소리는 더 이상 절망이 아니라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이해'의 울음이었습니다. 남편의 마음을 온전히 전해 받은 것입니다. 이서방은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그 영롱했던 영혼의 비녀가 스르르 빛을 잃고 안개처럼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바위 그 지독했던 미련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옥분아 부디 부디 잘 살아 주오" 이서방의 영혼이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습니다. 마당 한구석에는 저승사자 월직이 갓을 깊이 눌러쓴 채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서방은 월직 앞으로 다가가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고맙소, 사자님." 월직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고개를 한번 끄덕였습니다. "가자. 갈 길이 멀다." "예." 이서방의 영혼은 더 이상 이승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가장 소중한 약속을 지킨 자의 평화로운 마음으로, 묵묵히 저승사자 월직의 뒤를 따라 안개 자욱한 저승길로 걸어 들어갔다고 합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저승사자가 놓친 영혼' 이야기, 어떠셨나요?죽음의 순간에도 아내와의 작은 약속 하나를 잊지 못했던 이서방.그 간절하고 순수한 미련이 저승사자의 눈을 가리고, 마침내는 저승의 법도까지 움직였습니다.무섭기만 한 존재로 알았던 저승사자가, 때로는 이처럼 인간의 진심 앞에서 마지막 자비를 베풀기도 하는 모양입니다.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사랑은 그 경계조차 넘어설 수 있다는 따뜻한 옛 이야기였습니다.재미있게 들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여러분의 따뜻한 관심은 저희에게 큰 힘이 됩니다.그럼, 저희는 더욱 흥미진진한 옛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편안한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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