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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사자가 문 앞에서 돌아섰다… 주인을 살린 개 한 마리의 소름 돋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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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300자 이상)

    조선 숙종 말년, 경상도 어느 산골 마을에 한 사내가 살았습니다. 평생 남의 것을 탐하고, 형제의 재산을 빼앗고, 이웃의 곡식을 훔쳐온 자였지요. 그런 사내에게 어느 날 밤, 저승사자가 찾아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사내의 집 마당에 묶여 있던 누렁이 한 마리가 미친 듯이 짖어대는 바람에, 저승사자가 대문을 넘지 못한 겁니다. 저승에서 온 사자가 개 한 마리를 두려워하다니, 도대체 그 개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요? 그 개는 왜 목숨을 걸고 주인을 지켰으며, 저승사자는 왜 하필 그 밤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을까요? 오늘 이야기, 끝까지 들으시면 등골이 서늘해지다가도 눈시울이 붉어지실 겁니다. 사람보다 의리 있었던 개 한 마리와, 그 개조차 끝내 막지 못한 업보의 무게,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1: 어느 날 장터에서 굶주린 누렁이를 발견하고

    옛날, 그러니까 숙종 임금이 보위에 계시던 말년의 일이다. 경상도 깊은 산골, 봉화 땅 어디쯤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골짜기를 따라 실개천이 흐르는, 스무 가구 남짓한 외진 곳이었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정이 있고 온기가 있는 법이건만, 이 마을엔 유독 사람들이 이름조차 입에 올리기 꺼리는 자가 한 명 있었다.

    '오늘도 저놈이 밭머리에 서서 남의 땅을 노려보고 있구나.'

    박치만. 나이 쉰을 갓 넘긴 사내였다. 키가 장대같이 크고 어깨가 떡 벌어졌으되, 그 큰 몸집만큼이나 욕심도 컸다. 아니, 욕심이 크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그 사내의 욕심은 바닥을 모르는 우물과도 같아서, 아무리 채워도 채워도 늘 허기진 짐승처럼 더 많은 것을 탐했다.

    "형님, 아버지 유언이 그랬다니까요. 이 윗밭은 원래 나한테 주기로 한 거라고요."

    "치만아, 아버지가 언제 그런 말씀을 하셨냐. 유언장에 분명히 적혀 있지 않느냐."

    "그 유언장, 형님이 고쳐 쓴 거 아니오? 내가 모를 줄 알았소?"

    이것이 십 년 전의 일이었다. 박치만에게는 다섯 살 위의 형 박치문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남긴 전답 삼천 평, 유언장에는 형에게 이천 평, 아우에게 천 평으로 명백히 적혀 있었다. 그러나 박치만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우라는 이유로 적게 받는 것이 분하고 억울했던 것이다. 그는 관가에 소장을 넣고, 이웃에게 거짓 증언을 부탁하고, 별의별 수단을 다 부려 결국 형의 몫까지 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천하에 못된 놈아, 네가 사람이냐!"

    형수가 대문 앞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저주를 퍼부었지만, 박치만은 코웃음 한 번 치고 돌아섰다. 그 뒤로 형 내외는 마을을 떠났고, 소식이 끊겼다가 이듬해 겨울, 형이 객지에서 병으로 죽었다는 흉보가 날아들었다.

    '형이 죽었다고? 흥, 그것도 제 팔자지.'

    마을 사람들은 그때부터 박치만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치만은 개의치 않았다. 사람의 정따위 없어도 땅이 있고 곡식이 있으면 그만이라 여겼다. 삼천 평 논밭에서 거두어들이는 쌀과 보리는 해마다 곳간을 채웠고, 박치만은 홀로 그 곳간을 지키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해 가을이었다. 박치만이 봉화 장터에 나갔다가, 장터 어귀 버드나무 아래에서 이상한 것을 보았다. 누렇고 더러운 덩어리가 나무 밑동에 웅크리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 보니 개였다. 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바싹 마른 누렁이 한 마리가 힘없이 꼬리를 바닥에 늘어뜨린 채 떨고 있었다.

    "쯧, 꼴 좋다."

    박치만은 지나치려다 멈칫했다. 개가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는데, 그 눈이 이상했다. 슬프다거나 불쌍하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맑았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잃고도 탁해지지 않은, 이상하리만큼 맑은 눈이었다.

    '......뭐야, 이놈은.'

    박치만은 자기도 모르게 품에서 장터에서 사 먹으려던 떡 한 덩이를 꺼내 개 앞에 놓았다. 개는 떡을 허겁지겁 먹어치우더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평생 남에게 무언가를 베풀어 본 적이 없는 사내가, 난생처음 제 것을 내어준 순간이었다.

    "에잇, 뭐 하는 짓이야."

    투덜거리면서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박치만은 그 누렁이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의 것은 무엇이든 빼앗으면서, 떠돌이 개 한 마리에게는 밥을 내어주다니.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 2: 박치만이 이웃 노인의 전답 문서를 사기로 빼앗는 악행을 저지름.

    누렁이가 박치만의 집에 들어온 뒤, 묘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반쯤 죽어가던 개가 사흘 만에 벌떡 일어서더니, 열흘이 지나자 털에 윤기가 흐르고, 한 달이 되니 우람한 체구에 눈빛이 형형해졌다. 보통 개가 아니었다. 덩치는 송아지만 했고, 울음소리는 우렁차서 한 번 짖으면 골짜기가 울렸다.

    "저 개 좀 보게. 박치만이네 누렁이, 장터에서 주워 온 거라며?"

    "아무렴. 거의 죽어가던 놈인데, 글쎄 저렇게 컸어."

    "흥, 주인을 닮아서 욕심이 많은 게지. 밥을 얼마나 퍼먹였으면."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렸지만, 실상은 달랐다. 누렁이는 밥을 많이 먹지 않았다. 주인이 주는 만큼만 먹고, 남은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대신 하루 종일 마당 한가운데 떡하니 앉아서, 대문 쪽을 노려보았다. 마치 무언가를 지키고 있다는 듯이.

    '이놈이 뭘 그리 보는 거야.'

    박치만도 처음에는 이상하게 여겼다. 그러나 이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개가 집을 지키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 아닌가. 오히려 홀로 사는 처지에 듬직한 놈이 하나 생겨서 속이 편했다.

    그런데 누렁이에게는 한 가지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 밤마다, 꼭 자시(子時)쯤이 되면 대문을 향해 낮게 으르렁거렸다.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누렁이는 목덜미 털을 곤두세우고 어둠의 한 점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박치만이 밖에 나가 살펴보아도 아무것도 없었다.

    "미친 놈, 뭘 보고 짖는 거야. 시끄럽게."

    그래도 누렁이는 멈추지 않았다. 새벽이 되어 첫닭이 울어야 비로소 으르렁거림을 거두고 마당에 엎드렸다.

    그 무렵, 박치만은 또 하나의 흉한 일을 꾸미고 있었다. 마을 어귀에 홀로 사는 최 노인이 있었는데, 슬하에 자식이 없고 나이 칠십이 넘어 기력이 쇠한 양반이었다. 그런데 이 노인이 가진 전답이 마을에서 가장 기름졌다. 실개천 바로 옆이라 물 대기가 좋고, 땅이 검어서 무엇을 심어도 풍년이었다.

    '저 늙은이가 죽으면 땅은 관에서 거둘 테고, 그 전에 내가 손을 써야지.'

    박치만은 최 노인을 찾아갔다. 손에 막걸리 한 동이와 고기 한 보따리를 들고서.

    "어르신, 요즘 기력이 많이 떨어지셨다면서요. 제가 고깃국이라도 끓여 드리려고 왔습니다."

    "아니, 치만이가 웬일이냐. 네가 나한테 다 와 주고."

    최 노인은 경계하면서도, 외로운 처지에 찾아오는 사람이 반가웠다. 박치만은 사흘에 한 번씩 찾아가 말벗이 되어주고, 장작을 패주고, 지붕의 이엉도 갈아주었다. 한 달, 두 달 정성을 들이자 최 노인은 마음을 열었다.

    "치만아, 네가 이리 잘해 주니 고맙구나. 세상에 이런 효자가 또 있을까."

    "어르신, 말씀을 다 하십니다. 당연한 건데요."

    '이 늙은이, 한 달만 더 구슬리면 되겠군.'

    속마음은 이러했다. 박치만은 석 달째 되는 날, 슬며시 입을 열었다.

    "어르신, 다름이 아니오라, 요즘 제가 어르신 전답 관리도 좀 도와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혹시 앞으로도 제가 맡아서 관리해 드리면 어떨는지요. 문서로 해두면 나중에 탈이 없을 테니."

    "문서라? 어떤 문서 말이냐?"

    "뭐, 별거 아닙니다. 그냥 위임장 같은 거지요. 어르신 편하시라고요."

    최 노인은 글을 몰랐다. 박치만이 내민 문서에 떨리는 손으로 수결을 했는데, 그것은 위임장이 아니라 전답 양도 문서였다. 기름진 논 이천 평이 고스란히 박치만의 것이 된 것이다.

    "고맙습니다, 어르신. 편히 계십시오."

    '바보 같은 늙은이, 이렇게 쉬울 줄이야.'

    박치만이 씩 웃으며 최 노인의 집을 나서는데, 대문 밖에서 누렁이가 서 있었다. 줄을 끊고 따라온 것이었다. 누렁이는 주인을 올려다보며 길게 한 번 울었다. 기쁜 울음이 아니었다. 슬픈 울음이었다. 마치 주인이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왜 이래, 이놈아."

    박치만은 누렁이의 눈을 마주치다가 괜히 고개를 돌렸다. 가슴 한쪽이 묘하게 쓰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 3: 박치만의 수명이 다하여 저승사자 셋이 파견됨

    이 무렵, 이승에서 한참 떨어진 곳, 사람의 발길이 닿을 수 없는 저 아래 깊은 어둠 너머에서는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저승. 염라대전의 넓은 마당에는 언제나 음산한 바람이 불었다. 하늘이라 할 것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아래, 붉은 등불 수백 개가 줄지어 대전까지 이어져 있고, 그 길 위로 망자들의 행렬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대전 안, 높디높은 법좌 위에 염라대왕이 앉아 있었다. 얼굴은 산만 한 바위를 깎아 놓은 듯 험하고 무거웠으며, 눈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위엄이 흘러나왔다. 그 앞에 거대한 장부책이 펼쳐져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생사부, 이승 만물의 수명이 적힌 저승의 명부였다.

    염라대왕의 손가락이 장부의 한 줄에서 멈추었다.

    "박치만. 경상도 봉화, 나이 쉰셋. 수명이 다했구나."

    대왕의 목소리가 대전을 울렸다. 그 소리에 마당에 도열해 있던 저승사자 셋이 고개를 조아렸다.

    "사자들아, 이 자의 명이 오늘 자시로 끊겼다. 가서 데려오너라."

    "분부 받들겠습니다."

    셋 중 선두에 선 자는 수염이 허옇고 눈매가 날카로운 노사자(老使者)였다. 저승사자로 오백 년을 복무한 노련한 자였다. 그 뒤에 선 자는 체구가 장대하고 얼굴에 살기가 서린 중사자(中使者), 삼백 년 경력의 무관 출신이었다. 그리고 맨 끝에 선 자는 아직 얼굴에 앳된 기운이 남아 있는 막내 사자였다. 이번이 첫 임무였다.

    '드디어 내 첫 호송이다. 실수 없이 해내야 한다.'

    막내 사자의 마음속에 긴장이 서렸다. 노사자가 돌아보며 말했다.

    "막내야, 첫 임무라 긴장이 되겠지만, 어려울 것 없다. 우리가 가면 대문을 열고 들어가서 망자의 이름을 부르면 된다. 그러면 혼이 저절로 몸에서 빠져나온다."

    "예, 형님. 그런데 혹시 거부하면 어찌합니까?"

    "거부? 허허, 수명이 다한 자가 어찌 거부를 하겠느냐. 우리가 이름을 부르는 순간, 몸과 혼의 끈은 끊어진다. 이승의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지."

    "그렇다면 우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까?"

    노사자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오백 년 세월 동안 딱 한 번, 임무에 실패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없다. 아무것도 없다."

    중사자가 옆에서 무뚝뚝하게 끼어들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빨리 가자. 자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셋은 저승의 대문을 나섰다. 저승과 이승 사이, 칠흑 같은 경계의 길을 걸었다. 그 길은 안개가 자욱했고, 발밑에서는 알 수 없는 신음 소리가 올라왔다. 수명이 다하지 않았으나 원한을 품고 떠도는 혼들의 소리였다.

    "형님, 이번 망자는 어떤 자입니까?"

    "생사부에 적힌 바로는, 형의 재산을 빼앗고 노인을 속여 전답을 가로챈 자다. 악업이 두텁구나."

    "그런 자라면 지옥행이겠군요."

    "그건 대왕께서 정하실 일이다. 우리는 데려가기만 하면 된다."

    막내 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재촉했다. 이승의 냄새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흙냄새, 풀냄새, 그리고 살아 있는 것들의 온기. 저승의 차가운 공기에 익숙한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셋의 발이 경상도 봉화, 그 산골 마을의 땅을 밟았다. 자시가 코앞이었다.

    ※ 4: 누렁이가 귀신을 감지하고 미친 듯이 짖어댐

    산골 마을의 밤은 깊었다. 달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고, 바람 한 줄기 없이 고요했다. 너무도 고요해서, 마치 세상 모든 것이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았다.

    저승사자 셋이 박치만의 집 앞에 섰다. 돌담 너머로 초가지붕이 보였고, 마당 한쪽에 누렁이가 엎드려 있었다. 잠든 것처럼 보였다.

    "저것이 박치만의 집이다. 들어가자."

    노사자가 앞장서서 대문에 손을 뻗었다. 저승사자의 손은 이승의 어떤 문도 열 수 있다. 나무 문이든, 쇠 빗장이든, 성벽이든. 영(靈)의 힘 앞에 물질의 장벽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엎드려 있던 누렁이가 벌떡 일어섰다. 아무 소리도 없었고, 아무 기척도 없었건만, 개는 정확히 저승사자 셋이 서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목덜미의 털이 뿌리부터 곤두섰다.

    "......!"

    노사자의 손이 멈추었다. 누렁이의 눈이 어둠 속에서 금빛으로 빛났다. 그것은 보통 개의 눈이 아니었다. 이승의 어떤 짐승에게서도 볼 수 없는, 영기(靈氣)를 품은 눈이었다.

    그리고 누렁이가 짖었다.

    그 소리는 단순한 개 짖는 소리가 아니었다. 땅이 울리고, 공기가 찢어지고, 저승사자 셋의 몸을 꿰뚫는 듯한 굉음이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걸쳐 있는 사자들의 영체가 흔들렸다. 마치 종루의 큰 종을 귀 옆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이, 이게 무슨!"

    중사자가 한 발 물러섰다. 삼백 년 동안 단 한 번도 물러선 적 없는 자가.

    "개다! 고작 개 한 마리가 뭐가 무섭다고!"

    중사자가 다시 대문을 향해 나아가려 했으나, 누렁이가 두 번째 짖음을 토해냈다. 이번에는 더 강했다. 사자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다시피 밀려났다.

    노사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니, 이미 죽은 자의 얼굴이 더 창백해질 수 있다면, 그렇게 되었다. 오백 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단 한 번, 임무에 실패했던 그 밤.

    "......축생도(畜生道)에서 온 놈이 아니다."

    "예? 형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개, 전생에 사람이었다. 그것도 큰 덕을 쌓은 자였다. 덕의 기운이 환생 뒤에도 남아서, 저렇게 영기를 내뿜는 것이다."

    막내 사자가 눈을 크게 떴다.

    "개가 전생에 사람이었다고요?"

    "윤회는 단순하지 않다, 막내야. 전생에 큰 덕을 쌓았으나 한 가지 죄로 축생도에 떨어진 혼이 있다. 그런 혼은 짐승의 몸을 입고도 영기를 잃지 않는다. 저 개가 바로 그런 놈이다."

    누렁이가 세 번째 짖었다. 이번에는 길게, 처절하게. 마치 이승과 저승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우는 것 같았다. 그 짖음 속에는 슬픔이 있었다. 주인을 향한, 목숨을 건 슬픔이.

    '주인은 나쁜 사람이다. 그걸 안다. 하지만 나를 살려주었다. 그 한 가지로 충분하다.'

    누렁이의 금빛 눈에 눈물이 맺혔다. 개도 우는 것인가. 아니, 저것은 개가 아니라 혼이 울고 있는 것이었다.

    "물러서라."

    노사자가 낮은 목소리로 명했다.

    "형님! 물러서다니요. 대왕의 명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어기는 것이 아니다. 저 영기를 뚫고 들어가면 우리의 영체가 흩어진다. 사자가 흩어지면 이승에 떠돌아야 한다. 그것이 더 큰 문제다."

    중사자가 이를 악물었으나, 노사자의 판단에 반박할 수 없었다. 오백 년의 경험이 말하는 것이었다.

    "돌아간다. 대왕께 사실대로 아뢰자."

    셋은 뒤를 돌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누렁이는 사자들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짖음을 멈추지 않았다. 온몸이 땀으로 젖고, 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마지막 힘을 짜낸 짖음이었다.

    그리고 첫닭이 울었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방 안에서 박치만이 뒤척이다 일어났다. 온몸이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무서운 꿈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으으, 이놈의 누렁이. 또 밤새 짖어댄 거야?"

    마당에 나가 보니 누렁이가 대문 앞에 쓰러져 있었다. 숨은 쉬고 있었으나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 박치만이 물을 떠다 주자 누렁이는 힘없이 혀를 내밀어 물을 핥았다.

    "미친놈, 대체 뭘 보고 이 난리야."

    박치만은 알지 못했다. 이 밤, 자신의 목숨이 어디까지 갔다 왔는지를.

    ※ 5: 뒤늦게 뉘우치며 빼앗은 땅을 돌려주고 마을에 선행을 베풀기 시작

    그 밤 이후, 박치만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잠을 자면 꿈을 꾸었는데, 보통 꿈이 아니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붉은 등불이 줄지어 선 길이 보였고, 그 길 끝에 거대한 전각이 서 있었다. 전각 안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위엄을 가진 누군가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박치만, 네 죄를 알겠느냐."

    그 목소리가 울릴 때마다 박치만은 온몸이 얼어붙었다. 대답하려 해도 입이 열리지 않았고, 도망치려 해도 발이 땅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눈앞에 장부책이 펼쳐지는데, 거기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온갖 악행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형의 재산을 빼앗은 죄, 형을 객사하게 한 죄, 최 노인을 속여 전답을 가로챈 죄, 이웃의 곡식을 훔친 죄, 품삯을 떼먹은 죄......

    끝이 없었다. 장부를 넘겨도 넘겨도 자신의 죄가 이어졌다. 그리고 장부의 마지막 장에 붉은 글씨로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수명 진(壽命 盡). 지옥행(地獄行).

    "으아악!"

    박치만이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온몸이 땀에 젖어 옷이 쩍쩍 달라붙었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같은 꿈이 사흘 연속 이어졌다. 나흘째도, 닷새째도. 밤마다 저승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고, 그때마다 붉은 글씨가 점점 선명해졌다.

    '이건......꿈이 아니야. 내가 정말 죽을 뻔한 거야.'

    박치만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음을 두려워했다. 아니,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었다. 죽은 뒤의 벌이었다. 그 장부에 적힌 자신의 죄를 보는 순간, 박치만은 깨달았다. 이승에서 아무리 잘 먹고 잘 살아도, 저승의 장부에는 모든 것이 적히고 있었다는 것을.

    엿새째 되는 밤, 박치만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당에 나왔다. 누렁이가 여전히 대문 앞에 앉아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보는 순간, 문득 깨달음이 왔다. 이 개가 매일 밤 짖어대던 것이 무엇을 향한 것이었는지.

    "누렁아."

    개가 돌아보았다. 맑은 눈이 달빛 아래 빛났다.

    "너, 나를 지켜준 거냐?"

    누렁이가 꼬리를 한 번 흔들었다. 박치만의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쉰 평생, 남의 눈물은 수없이 만들었으되 자신이 눈물을 흘려본 적은 없는 사내였다.

    "이 못난 놈을......네가 왜......"

    박치만은 그 밤을 꼬박 새웠다. 그리고 동이 트자마자 최 노인의 집으로 달려갔다.

    "어르신, 어르신!"

    "뭐, 뭐야. 이 이른 아침에 웬일이냐."

    "어르신, 제가 큰 죄를 졌습니다."

    박치만은 최 노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품에서 전답 양도 문서를 꺼내 노인 앞에 놓았다.

    "이 문서, 어르신을 속여서 받은 겁니다. 위임장이 아니라 양도 문서였습니다. 어르신 땅을 제가 훔친 겁니다."

    최 노인의 주름진 얼굴에 당혹과 분노, 그리고 슬픔이 차례로 지나갔다.

    "치만아......네가 정녕."

    "죽을죄를 졌습니다. 때려주십시오."

    최 노인은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일어나거라. 사람이 잘못을 알았으면 그걸로 반은 갚은 거다."

    박치만은 그 길로 관아를 찾아가 문서를 무효로 해달라 청했고, 최 노인의 전답은 본래 주인에게 돌아갔다. 마을 사람들은 기가 막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박치만이 남의 것을 돌려주다니,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박치만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형에게 빼앗은 삼천 평 중 이천 평의 문서를 찾아 형수를 수소문했다. 형수는 이웃 고을에서 삯바느질로 근근이 살고 있었다. 박치만이 찾아가 땅문서를 내밀자, 형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문서를 들여다보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아이고, 아이고. 서방님, 이 땅이 돌아왔어요."

    박치만은 형수 앞에 이마가 땅에 닿도록 절을 올렸다. 형수가 퍼붓는 욕을 다 받았다. 그것이 마땅했다.

    돌아오는 길, 박치만은 이상하게 몸이 가벼웠다. 곳간이 비고 땅이 줄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가슴속의 짐이 내려간 기분이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보니, 누렁이가 마당 한쪽에 누워 헐떡이고 있었다. 코가 마르고, 눈에 힘이 없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살이 쪽 빠져 갈비뼈가 드러나 있었다.

    "누렁아? 누렁아, 왜 이러냐!"

    박치만이 달려가 개를 안았다. 누렁이는 힘없이 꼬리를 한 번 흔들었다. 장터에서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맑은 눈으로 주인을 올려다보며.

    ※ 6: 막내 사자가 염라대왕의 새 명부를 확인하니 수명이 십 년 연장되어 있음

    그로부터 석 달이 흘렀다. 박치만은 사람이 달라져 있었다. 남은 천 평 논에서 거둔 곡식의 반을 마을 형편이 어려운 집에 나누어 주었고, 품삯을 떼먹었던 일꾼들을 찾아다니며 밀린 삯을 갚았다.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면서도, 서서히 박치만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누렁이는 나날이 쇠약해져 갔다. 한때 송아지만 하던 덩치가 반으로 줄었고, 우렁차던 울음소리는 가느다란 신음으로 바뀌었다. 밥도 거의 먹지 못했다. 박치만이 최상의 고깃국을 끓여 주어도 혀끝으로 핥기만 할 뿐이었다.

    "누렁아, 먹어야지. 응? 먹어야 힘을 쓰지."

    '주인님, 괜찮습니다. 제 할 일은 거의 다 했으니까요.'

    그 밤이 왔다.

    다시 자시. 하늘에 달이 없고 바람이 멎은, 석 달 전 그 밤과 똑같은 밤이었다.

    저승사자 셋이 다시 마을 어귀에 나타났다. 이번에는 사뭇 달랐다. 노사자의 표정에 비장함이 서려 있었고, 중사자는 양손에 쇠사슬을 들고 있었다. 막내 사자도 더 이상 앳된 기색이 아니었다. 석 달 사이 다른 임무를 여러 번 수행하며 단단해진 얼굴이었다.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는다."

    노사자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염라대왕의 진노가 있었다. 저승사자가 개 한 마리에게 물러났다는 사실에 대전이 발칵 뒤집어졌고, 대왕은 직접 사자들의 영력을 강화하는 부적을 내려주었다.

    셋이 박치만의 집 앞에 섰다. 대문 안을 살폈다. 누렁이가 있었다. 그러나 석 달 전의 누렁이가 아니었다. 뼈만 남은 몸으로 간신히 엎드려 있는,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같은 모습이었다.

    "저 개, 영기가 거의 다 소진되었군."

    노사자가 중얼거렸다. 석 달 전 그 밤, 누렁이가 쏟아낸 영기는 전생의 공덕으로 쌓아올린 것이었다. 그것을 한 번에 모두 토해낸 것이다. 주인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개의 몸이 감당할 수 없는 영기를 억지로 내뿜었으니, 그 대가로 수명이 깎여 나간 것이었다.

    "들어간다."

    노사자가 대문에 손을 대었다. 그 순간, 누렁이가 고개를 들었다. 금빛이었던 눈은 이제 흐릿했다. 그러나 그 흐릿한 눈 속에 아직 불씨 하나가 남아 있었다.

    누렁이가 일어서려 했다. 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시도 끝에 간신히 일어섰다. 그리고 입을 벌렸다.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이 갈라지고 성대가 찢어져 있었다. 석 달 전 그 밤의 짖음이 남긴 상처였다. 누렁이는 소리 없이 입을 벌리고 또 벌렸다. 온몸이 경련하듯 떨리며 마지막 한 방울의 힘을 짜내려 했다.

    "......가엾구나."

    노사자가 잠깐 멈칫했다. 오백 년 세월 동안 수만의 혼을 거두었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그때 누렁이의 목에서 가느다란 소리가 새어 나왔다. 짖음이라 할 수도 없는, 바람 빠지는 것 같은 희미한 소리. 그러나 그 소리에 실린 것은 석 달 전과 같은, 아니 그보다 더 깊은 무엇이었다. 몸이 부서져도 지키겠다는, 뼈가 가루가 되어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혼의 울부짖음이었다.

    노사자의 발이 멈추었다. 부적의 힘으로 강화된 영체가 멈춘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 멈춘 것이었다. 중사자가 물었다.

    "형님, 왜 멈추십니까. 이번에는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잠깐."

    노사자가 품에서 생사부 사본을 꺼내 펼쳤다. 박치만의 이름이 적힌 줄을 찾았다. 그리고 눈이 크게 떠졌다.

    "이것이......"

    글씨가 변해 있었다. 석 달 전에는 분명 '수명 진(壽命 盡)'이라 적혀 있었는데, 지금은 다른 글씨가 그 위에 덧씌워져 있었다.

    선행참작(善行參酌). 수명연장 십 년(壽命延長 十年).

    "대왕께서 수명을 고치셨다."

    막내 사자가 놀라 물었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한 번 정해진 수명을 바꾸다니."

    "드물다. 극히 드물지만, 있다. 이승에서 악업을 참회하고 선행으로 돌이킨 자에 한하여, 대왕께서 직접 수명을 고치시는 경우가. 박치만이 석 달 동안 쌓은 선행이 장부에 올랐구나."

    노사자가 생사부를 접었다. 그리고 누렁이를 내려다보았다. 개는 여전히 네 다리를 떨며 서 있었다. 소리 없는 짖음을 계속하고 있었다.

    "우리가 데려갈 혼은 박치만이 아니다."

    "그러면?"

    "저 개다."

    막내 사자의 눈이 커졌다.

    "저 개의 수명이 다했다. 전생의 공덕을 모두 소진하고, 육신의 기력도 한계에 이르렀다. 저 개는 알고 있다. 오늘 밤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그러면서도 주인을 지키려고 서 있는 것이다."

    누렁이의 흐릿한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다리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꺾이며, 개가 마당에 쓰러졌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밤공기를 가르고 울렸다. 그 소리에 방 안의 박치만이 벌떡 일어났다.

    ※ 7: 정성껏 장사를 지내고 남은 십 년을 선행으로 살다 편안히 눈을 감음

    박치만이 맨발로 마당에 뛰어나왔다.

    "누렁아!"

    누렁이가 마당 한가운데 쓰러져 있었다. 숨이 가늘게 붙어 있었으나, 눈빛이 꺼져가고 있었다. 박치만이 달려가 개를 안아 올렸다. 한때 송아지만 하던 녀석이 지금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누렁아, 누렁아. 이러면 안 돼. 일어나, 응?"

    누렁이가 마지막 힘을 짜내 고개를 돌렸다. 흐릿한 눈으로 주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눈은 석 달 전보다, 아니 장터에서 처음 만났던 그날보다 더 맑았다. 모든 영기를 다 소진하고 남은, 혼 그 자체의 빛이었다.

    '주인님. 이제 안심입니다. 당신의 수명은 돌아왔습니다.'

    누렁이가 꼬리를 한 번 흔들었다. 아주 약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그리고 누렁이가 길게 한 번 울었다. 석 달 만에, 성대가 찢어진 목에서 나온 울음이었다. 가느다랗고 처절했지만, 그 울음은 산을 넘고 골짜기를 타고 마을 전체에 퍼졌다. 잠들어 있던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잠에서 깨어났다. 어디선가 개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먹먹한 걸까. 마을 사람들은 이불 속에서 까닭 모를 눈물을 흘렸다.

    울음이 끝났다. 누렁이의 꼬리가 천천히 내려갔다. 눈이 감겼다.

    "누렁아......누렁아!"

    대답이 없었다. 박치만의 품 안에서, 누렁이는 숨을 거두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주인의 품에 안겨서, 주인의 얼굴을 보며.

    박치만의 입에서 짐승 같은 울음이 터져 나왔다. 형의 재산을 빼앗을 때도, 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울지 않던 사내가, 개 한 마리의 죽음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내가 죽어야 할 놈인데! 나 같은 놈이 죽어야 하는데! 왜 네가, 왜 네가 대신......"

    밤새 울었다. 동이 트고, 해가 뜨고, 다시 해가 지도록 울었다.

    마을 어귀 양지바른 언덕에 누렁이의 무덤을 만들었다. 사람의 무덤처럼 봉분을 높이 쌓고, 앞에 돌을 세웠다. 돌에는 서투른 글씨로 네 글자를 새겼다. 의견충혼(義犬忠魂). 의로운 개, 충성스러운 혼이라.

    마을 사람들은 처음에 개 무덤에 봉분을 만드는 박치만을 이상한 눈으로 보았으나, 누렁이의 이야기가 퍼지면서 하나둘 무덤 앞에 와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람도 하기 어려운 충절을 개가 해냈다는 소문은 봉화를 넘어 안동, 영주까지 퍼져 나갔다.

    저승에서는 이 일이 어떻게 되었을까. 누렁이의 혼을 거두어 간 저승사자 셋은 그 혼을 염라대전으로 호송했다. 염라대왕이 직접 누렁이의 전생 장부를 펼쳐 보았다. 전생에 이 개는 사람이었다. 이름 없는 스님이었는데, 평생 중생을 위해 헌신했으나 단 한 가지, 절의 재물을 사사로이 쓴 죄로 축생도에 떨어진 자였다.

    그러나 개의 몸으로 환생하여서도 주인을 위해 전생의 공덕을 모두 바쳤으니, 이 충심은 축생도의 업보를 다 갚고도 남는 것이었다. 염라대왕이 판결했다. 이 혼은 다음 생에 사람으로 태어나되, 큰 복을 받으리라.

    막내 사자가 누렁이의 혼을 환생문까지 호송하며 물었다.

    "다음 생에는 무엇이 되고 싶습니까?"

    누렁이의 혼이 돌아보며 웃었다. 개의 모습이 아닌, 온화한 스님의 모습으로.

    그리고 박치만. 그 뒤로 십 년을 더 살았다. 누렁이가 지켜준 십 년이었다. 그 십 년 동안 박치만은 한 번도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았다. 남은 논 천 평을 부지런히 농사지어 반은 제 양식으로, 반은 마을의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었다. 봄이면 누렁이 무덤에 꽃을 심고, 가을이면 첫 수확의 곡식을 무덤 앞에 올렸다.

    "누렁아, 올해도 풍년이다. 네 덕분이야."

    십 년 뒤, 박치만은 예순셋의 나이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지막 밤, 꿈에서 저승의 길이 보였는데 이번에는 무섭지 않았다. 붉은 등불 대신 따스한 빛이 길을 비추고 있었고, 그 길 위에 누렁이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서 있었다.

    '잘 살았구나, 주인님.'

    맑은 눈. 금빛 눈. 세상 모든 것을 잃고도 탁해지지 않던 그 눈이 박치만을 맞이했다.

    옛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의 업보는 반드시 돌아오지만, 참회의 문도 또한 열려 있는 법이라고. 그리고 때로는 말 못 하는 짐승이 사람보다 더 깊은 의리를 품고 있으니, 세상의 모든 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봉화 땅 그 마을 어귀의 양지바른 언덕, 의견충혼이라 새겨진 돌 앞에는 봄이면 이름 모를 들꽃이 해마다 피어나, 바람에 흔들리며 한 마리 충견의 넋을 달래었다 한다.

    이것이, 저승사자가 찾아왔으되 집안의 개가 짖어 들어오지 못한 사연이요, 그 개가 목숨으로 지킨 주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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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이야기, 어떠셨습니까. 말 못 하는 짐승이 제 목숨을 바쳐 주인을 살린 이 사연, 가슴 한쪽이 먹먹해지지 않으셨는지요. 업보는 반드시 돌아오되, 참회하면 길이 열린다는 옛사람들의 가르침을 되새기게 됩니다.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알림 설정까지 부탁드립니다. 야담광장, 다음 이야기에서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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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photorealistic cinematic scene set in a dark traditional Korean Joseon-era rural village at midnight. In the foreground, a large powerful golden-furred Korean Jindo dog stands fiercely in a dirt courtyard in front of an old wooden gate, teeth bared, fur bristling, glowing golden eyes piercing through the darkness. Behind the gate, three shadowy ethereal figures in tall black traditional Korean gat hats and dark flowing robes loom ominously in blue-gray mist, their faces obscured by supernatural shadow. Faint eerie red lantern light glows behind the ghostly figures. The thatched-roof hanok house is dimly visible in the background. Dramatic chiaroscuro lighting with moonlight breaking through heavy clouds. Atmosphere of supernatural tension and confrontation between the loyal guardian dog and the death reapers. Hyper-detailed, moody color grading with deep blacks, cold blues, and warm amber on the dog. 16:9 aspect ratio, photorealistic, no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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