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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의 끝이라던 남자에게 저승사자가 보낸 마지막 선물 스물다섯 과부가 ‘평생 모시겠다’며 찾아온 이유 (조선시대 선행보답 설화 각색)

    태그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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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영상 도입부용)

    "여러분, 조선 시대에도 저승사자가 실수를 했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평생 홀로 살아온 50대 노총각 박서방의 기막힌 인생 역전기입니다. 가난하고 못생겼지만 착한 마음씨 하나로 살아온 그에게, 어느 날 저승사자가 찾아왔습니다. '당신 명이 다했소.' 하지만 박서방은 저승사자를 정성껏 대접했고, 그 마음에 감동한 저승사자는 명부에서 그의 이름을 지워버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스물다섯 젊은 과부가 박서방의 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제가 당신을 평생 모시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황당하지만 가슴 뭉클한, 착한 이에게 주어지는 기적 같은 인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영상 설명란 (디스크립션)

    조선 시대, 평생 홀로 살아온 50대 노총각이 저승사자의 실수(?)로 20대 젊은 과부와 부부의 연을 맺게 되는 황당하면서도 감동적인 야담입니다. 착한 마음씨 하나로 살아온 사람에게 찾아온 기적 같은 인연과, 나이를 초월한 진실한 사랑 이야기. 시니어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감동과 웃음을 선사합니다.

    ※ 50대 노총각의 한숨

    내 이름은 박덕칠, 올해 나이 쉰다섯입니다. 사람들은 나를 박서방이라 부르지요. 평생을 홀로 살았습니다. 장가를 못 간 게 아니라, 갈 수가 없었지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혼자 살다 보니, 중매를 설 사람도 없었고, 무엇보다 이 못난 얼굴에 가난한 살림살이로는 누가 시집을 오겠습니까.
    산골 마을 끝자락, 허름한 초가집 한 채가 내 보금자리였습니다. 지붕은 여기저기 새고, 벽은 갈라져 있었지만, 그래도 비바람만 막아주면 그만이었지요. 대들보는 세월의 무게에 휘어져 있었고, 문짝은 삐걱거리며 소리를 냈습니다. 마당 한쪽엔 우물이 있었는데, 그 우물물이 제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아침이면 그 우물에 비친 제 얼굴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지요.
    매일 아침이면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습니다. 등에 지게를 지고 산길을 오르내리는 일이 제 일과였습니다. 나무를 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팔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오후엔 마을 사람들 일을 거들어주며 한 끼 얻어먹곤 했습니다. 품삯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냥 도와주었습니다. 돈이 없어도, 배고파도, 남 돕는 일이 좋았습니다. 누군가 "고맙네, 박서방" 하고 웃어주는 그 한마디가 제게는 큰 위로였습니다.
    "박서방, 오늘도 수고했네. 우리 집 담장 쌓아준 것 정말 고맙네."
    마을 이장님이 보리밥 한 덩이를 쥐어주며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두 손으로 받아 허리를 굽실거리며 인사했지요.
    "고맙습니다, 이장님. 덕분에 오늘도 굶지 않겠습니다. 담장 쌓는 일쯤이야 저한테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장님은 제 어깨를 두드리며 웃으셨습니다.
    "자네는 정말 착한 사람이야. 언젠가 복 받을 거야."
    저는 그 말에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복이요? 쉰다섯까지 혼자 살아온 제게 무슨 복이 남아 있을까요. 하지만 겉으로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하하, 그러면 좋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혼자 밥을 먹는데, 문득 쓸쓸함이 밀려왔습니다. 어두운 방 안, 혼자 앉아 보리밥을 씹는 제 모습이 벽에 비친 그림자로 보였습니다. 주름진 얼굴, 백발이 성성한 머리, 굽은 등. 어느새 저도 노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손등에는 노인 반점이 생겼고, 무릎은 날씨가 흐리면 쑤셨습니다.
    "아, 이 나이 되도록 장가 한 번 못 가보고… 죽을 때도 혼자 죽겠구나. 아무도 제사 지내줄 사람도 없고, 무덤 앞에 꽃 한 송이 놓아줄 사람도 없겠지."
    한숨을 쉬며 밥을 다 먹고, 저는 마루에 나가 앉았습니다. 달이 밝았습니다. 둥근 보름달이 하늘 높이 떠 있었고, 그 달빛이 마당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마을 저 아래쪽에선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군가의 집에서 잔치가 벌어지는 모양이었지요. 아마 혼례잔치일 겁니다. 풍물소리와 축하하는 사람들의 함성이 바람을 타고 여기까지 들려왔습니다.
    저는 무릎을 꼭 껴안고 달을 바라보았습니다. 달님은 저를 내려다보며 무어라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박덕칠, 너는 왜 그리 외롭게 사느냐'고.
    "나도 한 번쯤은… 따뜻한 사람과 함께 살아보고 싶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잘 잤소?' 하고 물어봐 줄 사람, 저녁에 돌아오면 '수고했소' 하고 맞아줄 사람.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한여름인데도 소름이 돋을 만큼 차가운 바람이었지요. 주변의 풀잎들이 바람에 흔들렸고, 나뭇가지가 삐걱거렸습니다. 저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대문 앞에 누군가 서 있었습니다. 키가 훤칠하고, 하얀 도포를 입은 사내였습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은 섬뜩할 정도로 차가웠습니다. 달빛에 비친 그의 모습은 마치 그림자처럼 보였습니다.
    "누… 누구시오? 이 밤중에 무슨 일이시오?"
    그 사내는 천천히 마당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발소리가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땅 위를 떠다니듯 걸어왔지요. 풀잎도 밟히지 않았고, 흙먼지도 일지 않았습니다.

    ※ 저승사자의 방문

    그 사내가 제 앞에 멈춰 섰습니다. 달빛 아래 그의 얼굴이 또렷이 보였습니다. 사람의 얼굴이긴 했지만, 어딘가 이승 사람 같지 않았습니다. 피 한 방울 없이 창백한 얼굴,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눈빛. 그의 눈동자는 검었지만 그 속에 무언가 깊은 것이 숨어 있는 듯했습니다.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의 세월을 본 듯한 그런 눈빛이었지요.
    저는 벌벌 떨며 물었습니다.
    "혹시… 저승사자… 이십니까?"
    그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갑게 울렸습니다.
    "그렇소. 나는 저승에서 망자의 혼을 거두러 오는 사자요. 박덕칠, 당신의 명이 다했소. 나를 따라오시오. 오늘 밤 자시(子時)가 당신이 이승을 떠날 시간이오."
    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습니다. 아, 드디어 내 차례가 왔구나. 평생 외롭게 살다가, 혼자 죽는구나. 아무도 제 죽음을 슬퍼하지 않겠지. 마을 사람들은 '아, 박서방이 죽었구나' 하고 말할 뿐이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눈물을 닦으며 일어섰습니다.
    "알겠습니다. 갈 준비를 하겠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제가 이 집을 정리하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루에 앉았습니다. 그는 다리를 모으고 단정하게 앉아 저를 지켜보았습니다. 저는 방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평생 아껴두었던 깨끗한 도포를 꺼내 입었지요. 비록 오래되고 낡았지만, 그래도 제게는 가장 좋은 옷이었습니다. 옷고름을 매며 손이 떨렸습니다.
    그리고 방을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초라한 방이지만, 제 평생의 보금자리였습니다. 저 구석에는 어머니가 쓰시던 바느질 도구가 있었고, 벽에는 아버지가 쓰시던 낡은 갓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제 영영 떠나는구나 싶으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바느질 도구를 쓰다듬으며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이제 저도 그쪽으로 갑니다. 거기서 뵙겠습니다."
    방에서 나와 저는 부엌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승사자도 사람처럼 배가 고프지 않을까? 먼 길을 왔는데, 허기질 수도 있지 않을까?' 저는 부엌 한쪽에 남아 있던 쌀을 꺼냈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쌀이었지만, 그래도 밥 한 그릇은 지을 수 있었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밥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저승사자가 이상한 듯 고개를 돌려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무엇을 하는 거요?"
    "예, 저승사자님께서 먼 길을 오셨는데… 빈손으로 보내드릴 수 없지 않습니까? 보잘것없지만, 밥 한 그릇이라도 드시고 가시라고요. 저승까지 가는 길이 멀다고 들었습니다. 허기진 채로 가시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저승사자의 얼굴에 처음으로 표정이 스쳤습니다. 놀라움 같은 것이었지요. 그는 잠시 말없이 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다면… 고맙게 받겠소. 수백 년 동안 이 일을 했지만, 나를 위해 밥을 지어주는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오."
    저는 정성껏 밥을 지었습니다. 비록 보리쌀이 섞인 밥이었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습니다. 불 조절을 잘해서 밥알이 설익지 않도록 신경 썼지요. 밥을 짓는 동안, 저는 남아 있던 된장으로 국도 끓였습니다. 마당 한쪽에서 자라던 호박을 따서 넣었지요. 호박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파도 썰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김치를 꺼내 소반에 정갈하게 차렸습니다. 수저도 깨끗이 닦아서 놓았습니다.
    "저승사자님, 진지 드십시오. 변변찮은 음식이지만 정성은 담았습니다."
    저는 소반을 마루로 들고 나와 저승사자 앞에 조심스럽게 놓았습니다. 저승사자는 소반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는 말이 없었습니다. 그저 밥그릇과 국그릇, 그리고 김치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입에 안 맞으시면… 남기셔도 됩니다. 제가 요리 솜씨가 없어서요."
    저승사자가 천천히 수저를 들었습니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습니다. 천천히 씹더니, 국을 한 모금 마셨습니다. 그의 얼굴에 또 다른 표정이 스쳤습니다. 이번엔… 슬픔 같은 것이었습니다. 눈가에 물기가 어리는 것 같았지요.
    "이 맛… 오래간만이오. 정말 오래간만에… 이렇게 따뜻한 밥을 먹어보는구려."
    저승사자가 나직이 중얼거렸습니다.

    ※ 정성스런 대접

    저승사자가 수저를 내려놓자, 저는 재빨리 주전자에 물을 끓여 차를 내왔습니다. 집에 남아 있던 보리차였지만, 정성껏 우려냈지요. 물이 끓으면서 보리 향이 은은하게 퍼졌습니다. 저는 찻잔에 차를 따르며 김이 오르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너무 뜨거우면 안 되니까, 잠시 식혔다가 저승사자에게 건넸습니다.
    저승사자는 그 차를 받아 천천히 마셨습니다. 한 모금 마시고, 찻잔을 내려다보고, 또 한 모금 마셨습니다. 그리고는 찻잔을 내려놓고 저를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았습니다.
    "박덕칠, 당신은 참으로 이상한 사람이오."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신의 명이 다해 죽으러 가는 판에, 나를 대접하다니. 보통 사람들은 울고불고 살려달라 애걸하거나, 도망치려 하거나, 아니면 벌벌 떨며 무서워하기 바쁜데… 당신은 나를 먹이고 있소. 나를 위해 정성껏 밥을 짓고, 차까지 내오다니. 이런 사람은 처음 보오."
    저는 머리를 긁적이며 수줍게 웃었습니다.
    "저승사자님도 사람 아니십니까? 아, 아니 사람은 아니시지만… 어쨌든 먼 길을 오셨는데, 배고프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야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가기 전에 좋은 일 하나 더 하고 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어머니께서 그러셨습니다. '덕칠아, 사람은 마지막까지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요. 그래서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선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승사자는 한참을 저를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습니다. 처음 보는 그의 미소였습니다. 차가웠던 얼굴에 따뜻함이 스며드는 것 같았지요.
    "당신 같은 사람은 정말 처음 보오. 내가 저승사자 노릇을 한 지 몇백 년이 되었지만, 이렇게 나를 대접해준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두려워하고, 피하려 하고, 원망하지. 하지만 당신은… 나를 손님처럼 대하는구려."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저승사자님도 일을 하시는 분이시잖습니까. 힘든 일이시겠지요. 죽어가는 사람들을 매일 데려가는 일이… 외로우시지 않습니까?"
    저승사자의 눈빛이 흔들렸습니다. 그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달이 여전히 밝게 떠 있었습니다.
    "외롭지… 매우 외롭소. 나는 산 자도 아니고 죽은 자도 아니오. 그저 그 사이에 있는 존재일 뿐.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누구도 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지 않소. 그저 두려워하고 원망할 뿐이지."
    저는 저승사자의 말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도 평생 외로웠지만, 저승사자는 저보다 훨씬 더 외로운 존재였던 것입니다.
    "저승사자님, 힘드시겠습니다. 그래도 오늘 제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고맙소, 박덕칠. 당신의 그 마음… 잊지 않겠소."
    저승사자는 한숨을 쉬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낡은 책이었습니다. 표지엔 '생사부(生死簿)'라고 적혀 있었지요. 가죽으로 만들어진 듯한 그 책은 오래되어 보였고, 곳곳에 얼룩이 져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는 그 책을 펼쳤습니다. 수많은 이름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한자로 적힌 이름들, 그리고 그 옆에 생년월일과 사망 시간이 적혀 있었지요.
    그는 한참을 책장을 넘기더니, 한 곳에서 멈췄습니다. 손가락으로 한 줄을 짚으며 말했습니다.
    "박덕칠… 여기 당신 이름이 있소. '박덕칠, 생년 1571년, 사망 1626년 7월 15일 자시.' 오늘이 바로 당신이 떠날 날이오."
    저는 목을 길게 빼고 그 책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정말로 제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붓글씨로 또박또박 적힌 제 이름을 보니 실감이 났습니다. 아, 정말 오늘이 제 마지막 날이구나.
    "아… 정말 제 차례가 맞군요. 어쩔 수 없지요. 타고난 팔자니까요."
    저는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저승사자가 갑자기 품속에서 붓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제 이름 위에 쓱쓱 선을 그어버렸습니다. 먹으로 제 이름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며 외쳤습니다.
    "저, 저승사자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명부를 함부로 고치시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당신 이름을 지우는 거요. 당신은 오늘 죽지 않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승사자는 책을 덮으며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박덕칠, 당신 같은 착한 사람이 이렇게 외롭게 죽는 건 너무 억울하오. 당신은 평생 남을 도와주고, 베풀고, 선하게 살았소. 그런데 아무도 당신 곁에 없이 혼자 죽는다는 건… 하늘도 가만두지 않을 일이오."

    ※ 명부에서 지워진 이름

    저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저승사자가 명부를 고쳤다고요? 제 이름을 지웠다고요? 이게 꿈인가 싶어 뺨을 꼬집어봤지만, 아팠습니다. 현실이었습니다. 저는 다시 저승사자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저승사자님, 하지만 이러시면 저승에서 벌을 받으시는 거 아닙니까? 명부를 함부로 고치는 건 큰 죄라고 들었습니다."
    저승사자는 손을 내저으며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걱정 마시오. 내가 감당하겠소. 당신 같은 사람을 그냥 데려갈 수는 없소. 내 마음대로 명부를 고치는 건 큰 잘못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눈감아주겠소. 저승에 가서 벌을 받는다 해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오."
    "하지만…"
    "박덕칠, 당신은 더 살아도 되오. 아니, 더 살아야 하오. 당신처럼 착한 사람이 세상에 더 있어야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법이오."
    저승사자는 생사부를 다시 펼쳐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제 이름 옆에 새로운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봐요, 여기. '수명 연장 20년.' 당신은 앞으로 20년을 더 살 거요. 75세까지는 살 수 있소."
    저는 너무 기뻐서 저승사자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저승사자님! 20년이나요? 제가 20년을 더 산다고요?"
    저승사자는 제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습니다. 그의 차가운 손이 제 따뜻한 손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는 작게 미소 지었습니다.
    "그렇소. 20년이오. 그동안 행복하게 사시오."
    저는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습니다. 쉰다섯에 죽을 뻔했다가, 일흔다섯까지 살 수 있게 되다니. 20년이라는 시간이 제게 주어졌습니다. 저는 눈물을 닦으며 물었습니다.
    "저승사자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아니오, 당신은 이미 충분히 했소. 나를 대접해준 것만으로도 고맙소. 하지만 박덕칠, 한 가지 더 해줄 게 있소."
    "예? 더요? 뭔가요?"
    저승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당을 거닐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하얀 도포자락이 바람에 펄럭였습니다. 달빛 아래 그의 모습은 마치 신선 같았습니다.
    "박덕칠, 당신이 평생 가장 원했던 것이 뭐요? 솔직하게 말해보시오."
    저는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따뜻한 사람과 함께 사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장가를 가서, 아내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웃고, 함께 늙어가는 것이요. 아침에 일어나면 '잘 잤소?' 하고 물어봐 줄 사람, 저녁에 돌아오면 '수고했소' 하고 맞아줄 사람.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요."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소원도 이뤄줄 것이오. 박덕칠, 곧 당신에게 인연이 찾아올 거요. 절대 놓치지 마시오. 그 인연은 하늘이 당신에게 내린 선물이오."
    "인연이라니… 이 나이에, 이 꼴에 무슨 인연이 있겠습니까? 저는 쉰다섯 노총각인데요."
    저승사자는 제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습니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오? 진정한 인연에는 나이도, 외모도, 재산도 상관없소. 중요한 건 마음이오. 당신의 착한 마음이 그 인연을 불러올 것이오. 그건 하늘이 정하는 것이니, 당신은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오. 명심하시오. 곧 당신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날 것이오. 그 여인을 잘 맞이하시오."
    "여인이라니요? 정말입니까?"
    "그렇소. 내가 직접 그 인연을 주선하겠소. 그것이 당신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오."
    저승사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마당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저는 황급히 따라가며 물었습니다.
    "저승사자님, 정말 가시는 겁니까? 조금 더 계시다 가시지요."
    "아니오, 이제 가야 하오. 내 할 일은 다 했으니까. 다른 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소."
    "그럼… 다시 뵐 수 있을까요?"
    저승사자는 대문 앞에서 멈춰 서서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처음 왔을 때의 차가운 표정과는 달리, 이제는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20년 후에 다시 만나게 될 거요, 박덕칠. 그때는 당신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거요. 그리고 당신은 행복하게 웃으며 나를 맞이하겠지. 나는 그때 당신의 행복한 얼굴을 보며 기뻐할 것이오. 그때까지 건강하게 사시오. 그리고 그 인연을 소중히 여기시오."
    저승사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대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몇 걸음 걷더니, 바람처럼 사라졌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저는 대문 앞에 서서 한참을 그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방금 일어난 일이 꿈만 같았습니다.
    저는 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웠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20년을 더 살 수 있다니. 그리고 인연이 찾아온다니. 저는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습니다.
    "과연 어떤 인연이 찾아올까? 정말 여인이 올까? 이 늙은이에게?"
    그날 밤, 저는 오랜만에 편안하게 잠들었습니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안도감과, 앞으로 올 행복에 대한 기대감이 뒤섞여 달콤한 잠이 찾아왔지요. 꿈속에서 저는 누군가와 함께 웃고 있었습니다.

    ※ 젊은 과부의 등장

    그날 이후로 저는 더욱 열심히 살았습니다. 20년을 더 산다는 희망이 생기니, 몸에 힘이 솟았지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산에 나무를 하러 갔고, 마을 사람들 일도 전보다 더 열심히 도왔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갑자기 젊어진 것 같다며 신기해했습니다.
    "박서방, 요새 무슨 좋은 일 있나? 얼굴에 윤기가 흐르는데?"
    "하하, 그냥 건강해진 것 같습니다."
    저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저승사자가 한 말을 되새겼습니다. '곧 인연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두 달이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저승사자가 농담을 한 건 아닐까?
    그러던 어느 가을날이었습니다. 저는 평소처럼 산에서 나무를 하고 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 등에 나무 한 짐을 지고 마을로 향하는데, 마을 어귀에서 낯선 여인을 보았습니다. 스물다섯쯤 되어 보이는 젊은 여인이었는데, 흰 치마저고리를 입고 보따리 하나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
    '저 여인은 누구지? 이 마을 사람이 아닌데…'
    저는 궁금해서 그 여인에게 다가갔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얼굴이 창백하고 눈가가 붉었습니다. 울었던 모양이었지요. 저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실례지만… 어디서 오셨습니까? 이 마을에 무슨 일이라도…"
    여인이 저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그 눈빛에는 깊은 슬픔과 동시에 간절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옥분이라고 합니다. 저, 박덕칠 어르신을 찾아왔는데요…"
    저는 깜짝 놀라 나무 짐을 내려놓았습니다.
    "제가 박덕칠입니다만… 저를 찾아왔다고요? 무슨 일이십니까?"
    옥분이란 여인은 저를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절을 했습니다.
    "박덕칠 어르신, 제발 저를 거두어주십시오. 저는 갈 곳이 없습니다."
    "예? 무슨 말씀을…"
    저는 황급히 그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옥분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웃 마을에서 살았습니다. 스무 살에 시집을 갔는데, 남편이 병으로 일 년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댁에서는 제가 재수 없다며 내쫓았고, 친정은 가난해서 저를 받아줄 형편이 못 됩니다. 그래서 저는 죽으려고 했습니다."
    "죽으려고요?!"
    "예… 강에 몸을 던지려는데, 갑자기 흰 도포를 입은 사내가 나타났습니다. 그분이 저를 말리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마을에 가면 박덕칠이라는 분이 계시다. 그분에게 가면 살 길이 열릴 것이다'라고요."
    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흰 도포를 입은 사내라니… 그건 분명 저승사자였습니다. 저승사자가 이 여인을 제게 보낸 것이었습니다. '인연이 찾아올 것'이라던 그 약속이 이루어진 것이었지요.
    "그래서… 당신은 여기까지 온 겁니까?"
    "예. 저는 그분 말씀을 믿고 이 마을을 찾아왔습니다. 어르신, 제발 저를 거두어주십시오. 저는 아무 일이나 하겠습니다.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뭐든 하겠습니다. 그저 살 곳만 주십시오."
    옥분은 다시 제 앞에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습니다. 저는 어찌할 바를 몰라 손을 비비며 말했습니다.
    "아니, 그게… 저는 혼자 사는 노총각인데, 젊은 아씨를 집에 들이면 마을 사람들이 뭐라 하겠습니까…"
    "그럼…"
    옥분이 고개를 들어 저를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그 눈빛은 진지했습니다.
    "제가 어르신의 아내가 되겠습니다."
    "뭐… 뭐라고요?!"
    저는 너무 놀라 뒤로 휘청거렸습니다. 이 젊은 여인이 제 아내가 되겠다고요? 저는 쉰다섯 노총각인데, 스물다섯 젊은 여인이 제 아내가 되겠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아니, 아씨. 저는 당신보다 서른 살이나 많습니다. 늙고 못생기고 가난한 놈인데, 어떻게…"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저는 그저 따뜻한 사람과 함께 살고 싶을 뿐입니다. 그 흰 도포 입은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박덕칠은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니, 그와 함께라면 행복할 것'이라고요. 저는 그 말을 믿습니다."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가슴이 쿵쾅거렸습니다. 이게 정말 현실인가 싶었습니다. 저승사자가 정말로 저에게 인연을 보내준 것이었습니다.

    ※ 노총각과 과부의 혼례

    저는 옥분을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렸습니다.
    "박서방이 젊은 여자를 데려왔대."
    "쉰다섯 노총각이 무슨 염치로…"
    "저 여자도 참, 늙은이한테 시집을 오다니."
    하지만 저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옥분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마을 이장님을 찾아가 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이장님, 저희 혼인을 허락해주십시오."
    이장님은 깜짝 놀라셨지만, 제 진심을 보시고는 허락해주셨습니다.
    "박서방, 자네 평생 혼자 살았으니, 이제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살게. 내 증인이 되어주겠네."
    그렇게 우리는 간소하게 혼례를 올렸습니다. 화려한 혼례복도, 잔치도 없었습니다. 그저 마을 사람 몇 명을 모시고, 절을 올리고, 술 한 잔씩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옥분이 신부 옷을 입고 제 앞에 앉았을 때, 저는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평생 꿈도 못 꾼 일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옥분도 수줍게 웃으며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어르신, 아니… 서방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요, 제가 잘 부탁드려야지요. 옥분, 고맙소. 이 늙은이에게 와줘서…"
    그날 밤, 우리는 함께 방에 들었습니다. 서먹했지만, 옥분은 제 곁에 앉아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서방님, 걱정 마세요. 저는 진심으로 서방님과 함께 살고 싶어서 온 겁니다."
    "고맙소, 옥분. 나도 당신을 잘 모시겠소."
    우리는 그렇게 부부가 되었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았지만, 서로를 아끼는 마음은 진실했습니다.

    ※ 황혼의 행복

    그로부터 20년이 흘렀습니다. 저는 이제 일흔다섯이 되었고, 옥분은 마흔다섯이 되었습니다. 우리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지만,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옥분은 저를 극진히 모셨고, 저는 옥분을 아꼈습니다.
    어느 가을날 저녁이었습니다. 저는 마루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옥분이 차를 가져와 제 옆에 앉았습니다.
    "서방님, 차 드세요."
    "고맙소, 옥분."
    저는 차를 마시며 옥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녀의 머리에도 흰머리가 섞여 있었고, 얼굴에도 주름이 생겼지만,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옥분, 나와 함께 살아서 후회하지 않소?"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저는 서방님 덕분에 행복합니다."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저는 알았습니다. 저승사자가 왔다는 것을.
    대문 앞에 흰 도포를 입은 사내가 서 있었습니다. 20년 전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저는 웃으며 일어났습니다.
    "옥분, 잠시 손님을 맞이해야겠소."
    저는 대문으로 나가 저승사자를 맞이했습니다. 저승사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박덕칠, 20년 만이오. 약속대로 다시 왔소."
    "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행복했소?"
    "예, 덕분에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20년을 보냈습니다."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오. 이제 갈 시간이오."
    저는 고개를 끄덕이고 집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옥분이 마루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옥분도 눈물을 흘리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옥분, 고맙소. 당신 덕분에 행복했소."
    저는 저승사자를 따라 걸었습니다. 뒤돌아보니 옥분이 대문 앞에 서서 저를 배웅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절을 올렸습니다.
    저승사자와 함께 걸으며, 저는 물었습니다.
    "저승사자님, 옥분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걱정 마시오. 그녀도 행복하게 살다가, 때가 되면 당신을 만나러 갈 것이오. 저승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요."
    "그렇습니까? 그럼 다행입니다."
    저는 편안한 마음으로 저승사자를 따라갔습니다. 뒤돌아보니 옥분이 여전히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를 향해 미소 지었습니다.
    "고맙소, 옥분. 다음 생에서 또 만나자구려."
    그렇게 저는 저승으로 향했습니다. 후회는 없었습니다. 평생 착하게 살았고, 마지막 20년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했으니까요. 저승사자 덕분에, 저는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박덕칠 어르신의 이야기 어떠셨습니까? 평생 혼자 외롭게 살았지만 착한 마음씨 하나로 살아온 노총각에게, 저승사자가 준 기적 같은 선물. 명부에서 이름을 지우고, 20년의 시간과 젊은 아내를 선물로 준 이야기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착하게 사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복이 온다는 것을요. 비록 늦더라도, 하늘은 선한 사람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가난하든 부자든,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오늘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조선 야담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좋아요와 구독, 알림 설정 부탁드립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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