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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 저승사자를 설득한 의리남 (출처: 패관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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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300자 내외):
"이봐요 사자님, 내 목숨은 가져가도 좋은데 이 편지 한 장만 전하게 1시간만 주시오!" 저승사자 앞에서 목숨 구걸이 아닌 '시간 협상'을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뒤로 미룬 조선 최고의 의리남 이 서방! 그의 진심에 감동한 저승사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죽음의 문턱에서 피어난 뜨거운 우정과 저승의 법도까지 바꿔버린 놀라운 보상의 비밀! 지금 그 기막힌 사연이 시작됩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조선 시대의 기이한 기록들을 모은 '패관잡기'에 실린 실제 야담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저승사자에게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딱 1시간의 유예를 요청한 이 서방의 사연을 담았습니다. 단순한 우정을 넘어, 죽음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인간의 존엄과 신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감동적인 대본입니다. 우리 어르신들께 웃음과 눈물, 그리고 인생의 깊은 울림을 전해드립니다.
※ 세상 둘도 없는 의리남 이 서방과 갑작스럽게 찾아온 검은 그림자
아이고, 어르신들! 글쎄 말입니다. 옛날 저 한양 성곽 아래 어느 조용한 마을에 이 서방이라는 사내가 살았더랬죠. 이 양반이 누군고 하니, 동네 사람들은 다들 입을 모아 '조선 최고의 의리남' 혹은 '미련한 곰탱이'라고 불렀습니다. 왜냐고요? 이 양반은 자기 배가 곯아서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천둥처럼 들려도, 이웃집 친구가 굶고 있다는 소문만 들리면 제 솥에 안친 밥을 몽땅 퍼다가 주는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제 옷은 다 헤어져서 살갗이 보일지언정, 남의 눈물 닦아주는 데는 제 도포 자락도 아끼지 않는, 참으로 가슴이 뜨거운 사내였단 말입니다.
특히나 이 서방에게는 목숨보다 소중한 친구 김 서방이 있었습니다. 둘은 코흘리개 시절부터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콩 한 쪽도 반으로 나누어 먹던 사이였지요. "이보게 이 서방, 우리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한 마을에 살며 같이 늙어 가세나." "암, 그러구말구. 자네가 아프면 내가 업고 달릴 것이고, 내가 죽으면 자네가 내 관을 들어주게나." 이런 실없는 소리를 하며 우정을 쌓아온 세월이 벌써 수십 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습니다. 아지랑이가 아른아른 피어오르고, 담장 너머 개나리가 노란 기지개를 켜는 평화로운 오후였지요. 이 서방은 툇마루에 걸터앉아 짚신을 꼬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장날이니, 김 서방네 들러서 장 구경이나 가자고 해야겠구먼." 하며 흥얼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마당 한가운데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인데, 마치 누가 머리 위에서 시커먼 천을 확 덮어버린 것처럼 사방이 어둑어둑해지더니, 뼈 속까지 시린 찬바람이 쌩하니 불어오는 겁니다.
이 서방이 "아니, 이게 웬 조화인가?" 싶어 고개를 드는데, 아뿔싸! 마당 한가운데에 키가 훌쩍 크고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푸른 빛이 도는 사내 하나가 서 있는 겁니다. 검은 갓을 눈썹 위까지 깊게 눌러쓰고, 소매가 땅에 닿을 듯 긴 검은 도포를 입었는데, 그 주위로 안개 같은 검은 기운이 일렁일렁하는 게 아니겠어요? 이 서방은 본능적으로 알았습니다. '아, 올 것이 왔구나. 저분이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저승사자님이시구나.'
사자가 품속에서 하얀 명부 한 권을 슥 꺼내더니,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이 서방의 이름을 부릅니다. "한양 땅 이 서방아, 네 명줄이 오늘 여기서 다하였으니 군소리 말고 나를 따르라." 그 목소리가 어찌나 무거운지 마당에 있던 닭들도 숨을 죽이고, 흔들리던 나뭇잎도 딱 멈춰버렸습니다. 이 서방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사람이 태어났으면 가는 법도 있는 법이지.' 그는 짚신을 가지런히 내려놓고 무릎을 털며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르신들. 그 순간 이 서방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품속에 넣어둔 서찰 한 장이었지요. 그것은 친구 김 서방의 가문을 몰락시키려는 간신들의 음모가 담긴 증거 문건이었습니다. 이 서방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로 뛰어 겨우 구해낸 것인데, 이걸 전해주기로 한 약속이 바로 오늘 저녁이었단 말입니다. '내가 지금 그냥 가버리면 김 서방은 억울하게 죽을 것이고, 그 집안 어린 자식들은 길거리로 나앉겠구나!' 이 서방은 자신의 죽음보다 친구가 당할 비극이 더 두려워졌습니다. 그는 저승사자의 서늘한 기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평생 한 번도 부려본 적 없는 용기를 내어 입을 뗐습니다. "잠깐만요, 사자님! 내가 가긴 갈 텐데,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소!"
※ "딱 한 시간만!" 목숨을 건 저승사자와의 아슬아슬한 협상
어르신들, 저승사자 앞에서 감히 "잠깐만요!"를 외치는 인간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사자는 갓 아래 가려진 시퍼런 눈을 부릅뜨며 호통을 쳤습니다. "어허! 인간의 법도가 가소롭구나. 저승의 명령은 추호의 오차도 없는 법. 네 놈이 살고 싶어 발버둥을 치는구나!" 사자가 쇠사슬을 짤랑거리며 다가오는데, 그 소리만 들어도 혼백이 달아날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서방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자의 앞길을 가로막고 무릎을 꿇으며 바닥을 벅벅 긁었습니다.
"사자님! 내 살고 싶어 구걸하는 게 아닙니다! 나 같은 놈이야 오늘 가나 내일 가나 매한가지지만, 저기 저 아랫마을 사는 내 친구 놈은 살려야겠소! 이 서찰 한 장이면 그 집 가문이 사는데, 내가 이걸 품고 저승에 가면 나는 저승 가서도 친구 볼 면목이 없어 지옥 불에 스스로 뛰어들 것 같소!" 이 서방은 가슴을 쾅쾅 치며 호소했습니다. "사자님도 저승에서 큰일을 하시는 분이니 신의가 무엇인지 알 것 아니오? 내가 친구와 맺은 마지막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딱 한 시간만... 아니, 해가 저 산마루를 넘을 때까지만 시간을 빌려주시오!"
사자는 기가 막혔습니다. 수천 년 동안 수억 명의 영혼을 데려갔지만, 하나같이 "살려달라", "억울하다", "돈을 줄 테니 봐달라"며 비루하게 구는 놈들뿐이었는데, 이 사내는 제 목숨은 뒷전이고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사자의 옷소매를 붙잡고 늘어지는 게 아니겠어요? 사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차가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흥, 인간의 우정이란 게 얼마나 가벼운데 목숨을 건단 말이냐. 네가 도망이라도 가면 내 신세가 어찌 될 줄 알고?"
그러자 이 서방이 마당에 떨어진 낫을 집어 제 팔뚝을 살짝 그으며 피를 냈습니다. "사자님, 내가 약속한 시간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내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저승 개들의 먹이로 주셔도 좋소! 사나이 이 서방, 평생 의리 하나로 살았는데 마지막을 거짓으로 끝낼 순 없소. 사자님도 내 기개를 믿고 딱 한 번만 자비를 베풀어 주시오!" 이 서방의 눈빛은 죽음의 공포보다 더 강렬한 빛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그 진심 어린 눈물과 핏방울에, 피도 눈물도 없다던 저승사자의 마음도 아주 조금 일렁이기 시작했지요.
사자는 한참 동안 이 서방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마침내 쇠사슬을 거두어들였습니다. "좋다. 네 놈의 미련한 의리가 가상하여 내 명부를 잠시 덮어두마. 하지만 명심해라. 정확히 일 시진, 즉 한 시간이다.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기 전까지 네가 이 마당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나는 네 친구뿐만 아니라 그 집안 식구들 영혼까지 몽땅 거두어 갈 것이다. 알겠느냐?" 사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 서방은 대답할 겨를도 없이 마당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고맙소! 내 반드시 돌아오겠소!" 그는 짚신 끈이 끊어지라 뛰기 시작했습니다.
마당 한가운데 홀로 남은 저승사자는 뒷짐을 진 채 서서히 멀어져 가는 이 서방의 뒷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과연 돌아올까? 죽음의 문턱을 벗어난 인간이 제 발로 다시 죽으러 올 것인가..." 사자는 갓을 고쳐 쓰며 한숨 같은 연기를 내뱉었습니다. 자, 어르신들! 이제부터 이 서방의 피 말리는 질주가 시작됩니다. 제 목숨을 담보로 친구를 구하러 가는 그 길, 과연 이 서방은 무사히 편지를 전하고 저 무서운 사자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최후의 질주, 친구에게 가는 길
어르신들, 상상을 한번 해보십시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의 이 서방이, 저승사자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그 시퍼런 칼날 같은 시간 속에서 산길을 달리고 있습니다. 신발 끈은 아까 마당에서 죽어라 고쳐 맸다지만, 비포장 흙길에 돌부리는 왜 그리도 많은지... "헉, 헉, 김 서방...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간다! 내가 죽어도 이 편지는 살려야 한다!" 입안은 벌써 바짝바짝 타 들어가서 단내가 폴폴 풍기고, 폐부는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는데 이 서방은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무릎 관절은 삐걱거리며 비명을 지르고,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파 오지만 그 걸음걸음이 천근만근이라도 여기서 멈추면 내 친구 집안이 망한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지요.
저 멀리 가파른 고갯마루가 보이는데, 평소 같으면 쉬엄쉬엄 담배 한 대 피우며 넘었을 그 길이 오늘따라 천 리 길, 만 리 길처럼 멀게만 느껴집니다. 가시넝쿨이 도포 자락을 낚아채서 "북!" 소리를 내며 옷이 찢어지고, 그 가시가 연약한 살갗을 긁어 붉은 피가 배어 나오는데도 이 서방은 아픈 줄도 몰랐습니다. 아니, 아플 틈이 없었지요. "아이고, 하느님 맙소사! 제발 이 늙은 다리에 힘 좀 주십시오! 이 편지만 전하면 내 당장 사자님 따라가서 지옥 불에라도 들겠나이다!" 이 서방은 마음속으로 천지신명께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가 한 줄기 쏟아지는 게 아니겠어요? 길은 순식간에 진흙탕이 되어 발이 푹푹 빠지는데, 이 서방이 그만 빗물에 미끄러져 언덕 아래로 데굴데굴 구르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진 이 서방. 진흙 범벅이 된 얼굴로 간신히 눈을 뜨는데, 저 멀리 나무 사이로 검은 안개 같은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습니다. 마치 사자가 갓을 고쳐 쓰며 "시간이 다 되어간다, 이놈아" 하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지요. 이 서방은 손톱이 빠져라 땅을 짚고 다시 일어났습니다. "안 된다... 내가 여기서 쓰러지면 김 서방네 식구들은 다 죽는다! 내 영혼이 산산조각 나더라도 갈 곳은 가야 해!"
이 서방은 진흙을 털어낼 시간도 아까워 그대로 다시 뛰었습니다. 짚신 한 짝은 이미 진흙탕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맨발로 날카로운 자갈길을 밟는데, 발바닥에 박히는 돌멩이 통증보다 가슴을 짓누르는 약속의 무게가 더 무거웠습니다. 어르신들, 이게 바로 사내의 의리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도 친구의 누명을 벗길 편지 한 장을 가슴팍에 꼭 안고, 빗물과 땀방울이 뒤섞여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도 오직 친구의 집만 생각하며 달리는 그 모습... 저 멀리 친구 김 서방네 집 대문이 보이기 시작할 때, 이 서방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살았다... 이제 다 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는 마지막 남은 기력까지 쥐어짜며 대문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 닫힌 대문을 두드리는 절박한 손길, 그리고 마지막 편지 한 장
드디어 김 서방네 대문 앞에 도착한 이 서방. 온몸은 진흙과 피로 얼룩져서 마치 물에서 갓 건져 올린 생쥐 꼴인데,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말도 제대로 안 나옵니다. "쾅! 쾅! 쾅! 김 서방! 김 서방, 안에 있는가! 문 좀 열어보게! 제발 빨리 좀 나오게!" 이 서방은 주먹이 터져라 대문을 두드려댔습니다. 한참 뒤, 안에서 부스스한 차림의 김 서방이 등불을 들고 나오며 묻습니다. "아니, 이 밤중에... 아니, 이 사람아! 이 서방! 이게 대체 무슨 꼴인가? 어디서 강도라도 만난 건가? 얼굴이 왜 이리 흙투성이야!" 김 서방이 깜짝 놀라 친구를 붙잡으려는데, 이 서방은 그 손을 뿌리치고 품속에서 젖지 않게 꽁꽁 싸둔 편지를 꺼내 김 서방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었습니다.
"묻지 말고... 헉, 헉... 지금 당장 이 편지를 들고 한양 사또 댁으로 가게. 이 안에 자네 가문의 결백을 증명할 서찰이 들어있네. 내일 아침이면 포졸들이 들이닥칠 테니, 지금 당장 떠나야 하네! 알겠는가? 자네 식구들 목숨이 이 종이 한 장에 달렸단 말이네!" 이 서방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떨렸지만, 그 눈빛만큼은 어느 때보다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김 서방은 영문도 모른 채 편지를 받아들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아니, 이보게 이 서방. 대체 무슨 일인데 이리 급하게... 일단 들어와서 물이라도 한 잔 마시게나. 자네 발이 온통 피칠갑이잖나! 내 당장 의원을 불러오겠네!"
하지만 이 서방은 친구의 손을 세차게 흔들며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대문 밖 저 멀리 어둠 속에서, 시계추처럼 정확하게 다가오는 서늘한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죠. 약속한 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김 서방, 자네와 친구로 지낸 세월... 참으로 행복했네. 자네가 내 친구여서 나는 참으로 든든했어. 부디 몸 건강히, 가문을 잘 지키게나. 나는 이제 가야 할 곳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네.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고 당장 사또 댁으로 가야 하네!" 김 서방은 친구의 말투가 마치 유언처럼 들려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가긴 어딜 간단 말인가? 이 밤중에, 이 몰골로! 이보게!"
이 서방은 친구의 손을 한 번 꽉 쥐었다가 이내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미련 없이 뒤를 돌아 다시 어두운 산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서방! 이 서방! 같이 가세!" 뒤에서 친구가 목놓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습니다. 친구와의 약속을 지켰으니, 이제는 저승사자와의 약속을 지킬 차례였으니까요. 의리라는 것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과 맺은 결심을 끝까지 지키는 것임을 이 서방은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절뚝거리는 발걸음으로 다시 숲속을 향하는 이 서방의 뒷모습 위로, 차가운 달빛이 부서져 내렸습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 기다리고 있을 저승사자에게 제 목숨을 온전히 바치는 일뿐이었습니다. "사자님, 내가 가오... 약속을 지키고 내가 돌아가오!"
※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한 이 서방의 처절한 복귀와 사자의 감동
어르신들, 편지를 전하고 다시 제 집 마당으로 돌아오는 이 서방의 몰골을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아까 친구네 집으로 달려갈 때보다 몸은 열 배, 스무 배로 더 무거워졌습니다. 이제는 약속을 지켰으니 긴장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도 이상할 게 없는데, 이 서방은 절뚝거리는 다리를 질질 끌며 다시 그 험한 고갯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사자님... 내가 가오... 조금만 기다려 주시오... 내가 늦으면 사자님이 곤란해지시지 않겠소..." 이 서방은 갈라진 목소리로 혼잣말을 내뱉으며 어둠 속을 헤치고 나갔습니다. 빗물에 젖은 도포 자락은 진흙을 잔뜩 머금어 마치 쇳덩어리를 매달고 걷는 듯했지요. 하지만 이 서방의 눈빛만큼은 어느 때보다 맑고 결연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고갯마루를 넘을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와 가슴을 쥐어뜯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이미 제 목숨은 저승사자의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지요.
"아이고, 내 다리야. 조금만 더 버텨다오. 사자님과의 약속을 어기면 사람이 아니지." 이 서방은 찢어진 짚신마저 벗어 던지고 맨발로 자갈길을 밟았습니다. 날카로운 돌 끝이 발바닥을 사정없이 찔러 피가 배어 나왔지만, 그 통증조차 친구를 살렸다는 안도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저 멀리 자기 집 사립문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마당 한가운데에 아까보다 더 짙고 차가운 어둠이 웅크리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바로 저승사자였습니다. 사자는 뒷짐을 진 채 달빛 아래 미동도 않고 서 있었지요. 마치 태고부터 그 자리에 서 있었던 석상처럼 말입니다. 이 서방은 마지막 남은 기력을 쥐어짜 마당으로 비틀거리며 들어섰습니다. "헉, 헉... 사자님! 내... 내가 돌아왔소! 늦지... 늦지 않았소?" 이 서방은 마당 한복판에 그대로 고꾸라졌습니다. 가슴은 터질 듯 들썩이고, 입에서는 단내가 폴폴 풍기는데, 그의 손은 마당 흙바닥을 짚으며 사자의 발치까지 필사적으로 기어갔습니다. 사자는 품속에서 해시계를 슥 꺼내 쳐다보더니, 갓 아래 가려진 시퍼런 눈을 가늘게 떴습니다. 정확히 한 시간이 되는 찰나, 모래시계의 마지막 모래알이 떨어지는 순간이었거든요.
사자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수만 년 동안 수조 명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했지만,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를 얻고도, 제 발로 다시 죽음의 자리로 돌아온 인간은 정말이지 처음이었으니까요. 사자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이 서방의 피칠갑이 된 발과 진흙 범벅이 된 손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손을 뻗어 이 서방의 어깨를 잡았습니다. "정말 돌아왔구나. 도망칠 기회가 분명히 있었을 텐데, 어찌하여 이리 미련하게 돌아왔느냐? 목숨보다 귀한 것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이 서방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미소 지었습니다. "도망치면... 내 친구 가문도 망하고, 사자님과의 신의도 망하는 것 아니오. 사나이 이 서방, 평생 의리 하나로 살았는데 마지막 길을 비겁하게 끝낼 순 없소. 자, 이제 가십시다. 내 약속을 지켰으니 이제 정말 여한이 없소." 사자의 그 차가운 눈매가 아주 찰나였지만, 인간의 온기를 머금은 듯 부드럽게 휘어지는 것을 이 서방은 보았습니다. 사자는 말없이 이 서방의 혼백을 명부의 힘으로 낚아챘습니다. 하지만 평소 죄인들을 다루듯 거칠게 쇠사슬을 휘두르지 않았지요. 마치 평생을 고생한 귀한 손님을 모시듯, 사자의 검은 도포 자락이 이 서방의 영혼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습니다. "가자. 네 놈의 그 미련한 의리가 저승의 법도마저 흔들었으니, 이제 염라대왕님 앞에 가서 네가 한 일을 똑똑히 증언해 주마."
※ 염라대왕 앞에 선 이 서방, 저승을 뒤흔든 의리의 목격담
자, 이제 장면은 바뀌어 으리으리하고 서늘한 저승 법정입니다! 어르신들, 저기 저 멀리 산더미 같은 의자에 앉아 수염을 휘날리며 눈에서 불을 뿜는 분이 계시니, 바로 저승의 주인 염라대왕님이시죠. 대왕님은 거대한 명부를 툭툭 치며 호통을 치고 계셨습니다. "어허! 이 사자 놈아, 왜 이렇게 시간이 지체되었느냐? 명부에 적힌 시간보다 한 시진이나 늦지 않았느냐! 저승의 법도는 일 분 일 초의 오차도 허용치 않거늘, 감히 네 놈이 직무를 유기한 것이냐!" 대왕님이 책상을 '탕!' 하고 내리치자 법정의 기둥들이 흔들리고, 주변의 잡귀들이 벌벌 떨며 엎드렸습니다. 그때 이 서방을 데려온 사자가 무릎을 꿇고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대왕님, 노여움을 거두어 주십시오. 이 영혼은 예사 영혼이 아니옵니다. 소신이 수천 년간 영혼을 거두었으나, 이토록 신의가 깊은 자는 처음 보았나이다. 이 자의 의리가 너무나 가상하여 소신이 잠시 명부의 시간을 멈추고 자비를 베풀었나이다."
염라대왕의 눈썹이 꿈틀했습니다. "사자가 자비를 베풀다니,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냐! 저승 법도가 장난인 줄 아느냐! 당장 그 연유를 대라!" 대왕님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지자, 사자는 차분하게 이 서방이 했던 일을 하나하나 고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의 가문을 살리기 위해 제 목숨을 담보로 협상을 한 사연, 빗속에서 피투성이가 된 맨발로 산길을 달렸던 처절한 질주, 그리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음의 자리에 스스로 돌아온 그 기막힌 의리까지 말이죠. 이야기를 듣던 염라대왕의 부릅뜬 눈이 점점 가늘어지더니, 옥좌에서 몸을 앞으로 슥 내미셨습니다. "허어, 정말 그런 인간이 있단 말이냐? 죽음의 공포가 눈앞에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제 발로 죽으러 돌아왔다고?" 대왕님은 흥미롭다는 듯 이 서방의 영혼을 빤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이 서방은 대왕님의 그 압도적인 위엄 앞에서도 고개를 당당히 들고 조용히 입을 뗐습니다. "대왕님, 저는 그저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했을 뿐입니다. 친구가 억울하게 죽는 꼴을 보고 저승에 온들, 제가 무슨 낯으로 조상님들을 뵙겠습니까? 약속은 목숨보다 무거운 법이라 배웠습니다. 이제 약속을 지켰으니 대왕님의 어떤 처분도 달게 받겠습니다." 이 서방의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한 방울의 비굴함도 섞여 있지 않았습니다. 그 꼿꼿한 기세에 저승의 차가운 공기가 일순간 훈훈하게 변하는 듯했지요. 저승 법정에는 잠시 무거운 정적이 흘렀습니다. 염라대왕은 수염을 '쓰윽, 쓰윽' 만지며 깊은 고민에 빠지셨습니다. 저승의 법도는 바위처럼 엄격하지만, 지극한 신의는 하늘의 법도까지 움직이는 법 아니겠습니까? 대왕님은 옆에 서 있는 판관에게 명부를 가져오라 명하셨습니다. "어디 보자... 이 서방의 수명이 정말 여기까지더냐?"
판관이 명부를 샅샅이 뒤지더니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습니다. "아이고, 대왕님! 이 서방의 의리가 너무 깊어 하늘의 별자리가 움직였나 봅니다. 명부에 적힌 수명보다 이 사내의 세상에 남긴 공덕이 훨씬 더 크게 쌓여 있사옵니다! 이런 의리남을 지금 데려오는 것은 천지의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라 사료되옵니다! 또한 이 사자가 시간을 내어준 것도, 이 서방의 공덕이 그만큼 쌓였기에 하늘이 도운 것이옵니다." 대왕님은 허허허 웃으며 옥좌를 내리치셨습니다. "그렇지! 의리 있는 놈은 저승에서도 대접받아야 마땅하지! 내 오늘 저승의 법도를 잠시 접어두고 인간의 신의에 상을 주겠노라! 이놈아, 네 친구 김 서방도 네 덕분에 목숨을 구했으니, 너희 둘의 우정이 기특해서라도 내가 그냥 보낼 수는 없겠구나!" 염라대왕의 눈빛이 이제는 무서운 심판관이 아니라, 인자한 어르신의 그것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 "다시 살려 보내라!" 하늘이 감동해 내린 놀라운 수명 보너스와 해피엔딩
염라대왕님은 호탕하게 웃으시더니 손에 든 황금 붓을 휘둘러 명부에 빨간 줄을 슥슥 그으셨습니다. "이 서방아, 똑똑히 듣거라! 네 놈의 그 미련한 의리가 저승의 문을 다시 열었노라. 친구를 살리기 위해 제 발로 돌아온 그 마음이 기특하고 가상하여, 내 특별히 네 수명을 삼십 년 더 연장해주마! 또한 네 친구 김 서방도 네 덕분에 목숨을 구했으니, 너희 둘이 이승에서 남은 생을 친형제보다 더 뜨겁게 의지하며 살도록 하여라! 이것은 대왕이 내리는 상이자 명령이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법정 바닥에서 눈부신 금빛이 솟구치더니 이 서방의 영혼을 감싸 안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대왕님! 정말 고맙습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이 서방의 감사 인사가 멀어지며 그는 다시 따뜻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눈을 번쩍 떠보니, 이 서방은 자기 집 툇마루 아래 차가운 흙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몸은 비에 젖어 축축하고 으슬으슬했지만, 터질 듯 아팠던 가슴은 온데간데없고 온몸에 새로운 활력이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 내가... 내가 정말 살아있는 건가?"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제 뺨을 세게 찰싹 때려보니, 아릿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분명한 생시였습니다! 손을 짚고 일어나 마당을 보니 아까 그 무서운 사자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새벽닭이 홰를 치며 아침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사립문이 거칠게 열리며 누군가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뛰어 들어왔습니다. 바로 친구 김 서방이었지요! "이 서방! 이 사람아! 자네가 준 편지 덕분에 사또께서 음모를 눈치채시고 우리 가문의 누명을 벗겨주셨네! 우리가 살았어! 그런데 자네는 괜찮은 건가? 아까 그 길로 쓰러진 줄 알고 내가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르네!" 김 서방은 친구를 붙잡고 아이처럼 엉엉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 서방은 친구의 손을 꽉 잡으며 허허 웃었습니다. "걱정 말게나, 김 서방. 내 저승사자님하고 염라대왕님하고 아주 기막힌 협상을 좀 하고 왔네. 우리 이제 삼십 년은 더 같이 술잔 기울이며 늙어갈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네!" 두 사내는 쏟아지는 빗속에서 서로를 껴안고 한참을 웃고 또 울었습니다. 그날 이후 이 서방은 정말로 삼십 년을 더 건강하게 살았고, 김 서방은 높은 관직에 올라 이 서방의 가문을 평생 친동생처럼 보살펴주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세월이 흘러도 이 이야기를 전하며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사람이 의리가 있으면 저승사자도 길을 비켜주고, 염라대왕도 감동해서 명줄을 늘려주는 법이다"라고 말이죠. 이 서방이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 다시 저승을 찾았을 때, 염라대왕님이 그를 반갑게 맞으며 "어허, 의리남 오셨는가!" 하고 반겨주셨다는 소문도 있답니다.
어르신들, 오늘 이야기 어떠셨습니까? 죽음 앞에서도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려 했던 이 서방의 그 뜨거운 마음... 우리 어르신들도 평생을 살아오며 지켜온 소중한 인연들이 한두 분쯤은 계시지요? 그분들과의 약속, 그리고 신의가 결국 우리 인생을 가장 빛나게 만드는 보석입니다. 이 서방처럼 멋진 의리남의 기운을 듬뿍 받아, 오늘 밤 우리 어르신들도 아주 기분 좋고 행복한 꿈 꾸시길 바랍니다. 곁에 있는 소중한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전하는 그런 따뜻한 밤 되시길 이 이야기꾼이 간절히 빌어봅니다. 자, 이제 저는 다음 보따리를 챙기러 이만 물러갑니다!
유튜브 엔딩 멘트
우리 어르신들, 오늘 "저승사자에게 1시간을 협상한 의리남 이 서방" 이야기, 가슴 뜨겁게 들으셨나요? 제 목숨보다 친구와의 약속을 소중히 여긴 그 진심이 결국 저승의 법도까지 바꿔버렸네요. 역시 인생에서 가장 남는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닌,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나눈 '신의'인 것 같습니다.
오늘 밤은 생각나는 친구분이나 소중한 인연이 있다면, 마음속으로나마 따뜻한 안부 인사를 건네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 서방의 의리가 여러분의 삶에도 큰 복이 되어 돌아오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오늘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좋아요'로 이 이야기꾼의 보따리에 응원을 보태주세요. 어르신들의 따뜻한 댓글 한 줄이 저에게는 염라대왕님의 수명 선물보다 더 귀한 기쁨입니다. 저는 다음에 더 배꼽 빠지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이 서방처럼 활기차고, 만복이 가득한 날 되시길 바랍니다. 어르신들,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