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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와 거래한 의원 - 생명을 담보로 한 약속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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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립션:
조선 최고의 의술을 가진 청운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저승사자와 거래합니다. 10년 동안 어떤 병이든 고칠 수 있는 능력을 얻는 대신, 10년 후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살리고 싶었던 이는 다름 아닌 자신의 아내였습니다. 목숨을 건 의원의 마지막 선택이 시작됩니다.
1 실력 없는 의원의 좌절
한양 거리 구석진 곳에 자리 잡은 조그만 약방. 청운은 또 다시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제 고치려 했던 아이가... 결국..."
전해 듣는 소식에 청운의 어깨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스승에게 배운 의술로는 부족했습니다. 아무리 약재를 연구하고, 밤새워 의서를 읽어도 사람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여보, 또 밤새 깨어있었군요."
아내 숙원이 따뜻한 미역국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나 같은 의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것 같소. 내 손에서 몇이나 죽어갔는지..."
"당신은 최선을 다했잖아요. 그걸로 충분해요."
하지만 청운의 마음속 상처는 깊어만 갔습니다.
그날 밤, 우연히 들른 주막에서 한 노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승사자와 거래한 의원이 있었다더군. 어떤 병이든 고칠 수 있었다는..."
청운의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평소라면 허황된 소리라 넘겼을 이야기가, 그날따라 유난히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 의원은 어디서 저승사자를 만났다던가요?"
"북악산 아래 폐사 터에서... 보름달이 뜨는 밤에..."
청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마침 오늘이 보름날이었습니다.
"여보, 잠깐 다녀오겠소."
"이 밤에 어딜..."
하지만 청운의 발걸음은 이미 북악산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환자들의 신음 소리,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자책이 그의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2 저승사자와의 첫 만남
북악산 폐사 터, 달빛만이 가득한 밤이었습니다. 무너진 대웅전 앞에 청운이 홀로 서있었습니다.
"과연... 이런 곳에 저승사자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의원님께서 찾으시는 분이... 접니까?"
차가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습니다. 돌아보니 검은 갓을 쓴 사내가 서 있었습니다.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저승사자?"
청운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그리 절실하시기에 이런 밤에 저를 찾으셨나요?"
저승사자의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친근했습니다.
"더 이상... 제 무능함으로 사람들을 죽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하..."
저승사자가 웃었습니다. 그 웃음소리가 폐사 터를 맴돌았습니다.
"인명은 재천이라 했거늘, 의원님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시는군요."
"그렇다면 하늘이 주신 능력이 부족한 저는... 그저 사람들이 죽어가는 걸 지켜봐야 합니까?"
저승사자가 천천히 걸어왔습니다. 달빛이 그의 발자국 위로 쏟아졌습니다.
"능력을 원하신다면...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거래라니요?"
"의원님의 생명을 담보로... 10년간 어떤 병이든 고칠 수 있는 능력을 드리죠."
청운의 심장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제 생명이요?"
"그렇습니다. 10년 후,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달빛이 구름에 가려졌다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저승사자의 손이 달빛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습니다.
3 위험한 거래의 시작
달이 구름에 가려진 그 순간, 저승사자가 붓을 꺼냈습니다.
"계약서를 써야 할 텐데..."
먹이 없는데도 붓끝에서 검은 글씨가 흘러나왔습니다.
"잠깐... 그 전에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청운이 입을 열었습니다.
"10년 후에 제 목숨을 가져간다고 하셨는데... 그동안 제가 살린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저승사자가 붓을 멈추고 청운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의 목숨은 그대로입니다. 당신이 바꾼 운명은 바뀐 대로 흘러가지요."
"그렇다면..."
청운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좋습니다. 계약하죠."
저승사자의 붓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허공에 검은 글씨가 떠올랐습니다.
'첫째, 청운에게 10년간 어떤 병도 고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둘째, 10년 후 보름달이 뜨는 밤, 청운의 목숨을 가져간다.
셋째, 이 계약은 어떤 방법으로도 파기할 수 없다.'
"이제 당신의 피가 필요합니다."
저승사자가 청운의 손가락을 찔렀습니다.
한 방울의 피가 계약서에 떨어지자, 글씨들이 불처럼 타오르더니 사라졌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명의입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바람처럼 흩어졌습니다.
"운명을 바꾸는 일에는... 항상 대가가 따르는 법이니까요."
달이 다시 밝게 비추었을 때, 폐사 터에는 청운 홀로 서 있었습니다. 그의 손끝에서 이상한 기운이 맴돌고 있었습니다.
4 신의의 손을 얻다
다음 날 아침, 청운의 약방 문을 다급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의원님! 제발 살려주세요! 우리 아이가..."
젊은 아버지가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아이를 안고 들어왔습니다.
청운은 잠시 망설였습니다. 어제의 일이 꿈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맥을 짚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이의 몸 안을 흐르는 기운이 마치 강물처럼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이건..."
청운의 손끝에서 따뜻한 기운이 퍼져나갔습니다.
"아이가 열병으로 심장이 약해져 있군요. 게다가 폐에도 물이 차있습니다."
청운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침착하게 약재를 골랐습니다. 그의 손끝이 닿는 약재마다 은은한 빛을 내었습니다.
"이 약을 먹이세요. 그리고..."
청운이 아이의 가슴에 손을 얹었습니다.
순간 아이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습니다. 숨소리가 편안해지더니,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아이가... 아이가 숨을 편히 쉽니다!"
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이제 곧 깨어날 겁니다."
청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가 눈을 떴습니다.
"아버지..."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아이를 아버지가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청운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습니다. 저승사자와의 거래는 분명 현실이었습니다. 이제 그의 손은 생명을 살리는 신의의 손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저승사자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운명을 바꾸는 일에는 항상 대가가 따르는 법이니까요.'
5 죽어가는 자들을 살리는 명의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청운의 약방은 북적였습니다. 죽어가던 자들이 살아났다는 소문이 퍼진 것입니다.
"듣자 하니 중풍으로 쓰러진 장씨를 살리셨다지요?"
"아니오, 그보다 더한 일도 있다오. 칠일열로 죽어가던 어린아이를..."
대기하는 사람들 사이로 피 흘리는 젊은이를 부축한 노인이 허둥지둥 들어왔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산적들에게 칼을 맞았습니다!"
청운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빨리 안으로 모시시오."
상처를 살피는 순간, 그의 눈에 죽음의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아직 삼 년은 더 살아야 할 목숨인데...'
청운의 손끝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군요. 상처가 아무는 게 보입니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놀라 외쳤습니다.
"신의의 손이다!"
"부처님의 화신이시다!"
하지만 청운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때마다, 자신의 남은 시간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여보, 또 과하게 일하시는 거 아닌가요?"
숙원이 걱정스레 물었습니다.
"괜찮소.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은 것 같으니..."
청운은 아내에게 미소 지었습니다.
그날 밤, 달빛 아래서 청운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습니다. 열 손가락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빛이자, 자신의 남은 시간을 재촉하는 빛이었습니다.
6 소문난 의원이 되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한양 도성 안에서 가장 큰 약방의 주인이 된 청운은 창가에 서서 길게 늘어선 행렬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대감마님께서 오셨습니다!"
제자가 다급히 달려와 알렸습니다.
"명의라 하더니, 과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감이 놀란 눈으로 약방 안을 둘러보았습니다.
"소인, 아직 부족한 의원일 뿐입니다."
청운은 겸손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허면, 우리 대비마마의 병환도..."
"대비마마라니, 그것은 감히..."
하지만 그때였습니다. 멀리서 울리는 종소리에 청운의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저승사자와의 계약 이후, 그는 누군가의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 종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대감마님, 먼저 대비마마의 증세를 말씀해 주시지요."
진맥을 하는 순간, 청운은 알았습니다. 대비의 수명이 이미 다했다는 것을. 이제 그가 손을 쓴다면 자연의 이치를 크게 거스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아, 이건..."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명의라 불리우는 자네도 고치기 어려운가?"
대감의 눈빛이 날카로워졌습니다.
청운은 잠시 고민했습니다. 자신의 명성을 위해 대비를 살려야 할까, 아니면 하늘의 이치를 따라야 할까.
"소인... 능력이 부족하여..."
그 순간 대감의 안색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청운은 마음을 굳혔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운명을 바꾸었기에, 이번만큼은 하늘의 뜻을 따르기로 한 것입니다.
7 아내의 병환
청운이 약방에서 늦은 진료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였습니다. 집 안에서 다급한 하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마님께서 갑자기 피를 토하시고..."
청운은 가슴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달려가 방문을 열자, 숙원이 창백한 얼굴로 누워있었습니다. 이불 위로 붉은 핏자국이 선명했습니다.
"여보..."
숙원의 목소리가 실처럼 가늘었습니다.
청운이 황급히 맥을 짚었습니다. 그 순간,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습니다. 익숙한 종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아니... 아니야...'
그의 특별한 능력으로 본 숙원의 몸 안은 이미 죽음의 그림자로 가득했습니다. 폐가 썩어들어가고 있었고, 심장은 점점 멎어가고 있었습니다.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요."
청운은 떨리는 손으로 약재를 골랐습니다.
"여보, 그만하셔도..."
"안 돼요! 내가... 내가 고칠 수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약을 써도 숙원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청운의 신의의 손이 처음으로 무력해진 순간이었습니다.
"당신 덕분에... 행복했어요."
숙원이 미소 지었습니다.
"아니, 아직... 아직 끝나지 않았어!"
청운은 밤새 숙원의 곁을 지켰습니다.
'제발... 저승사자님... 어디 계십니까...'
마음속으로 간절히 외쳤지만, 대답은 없었습니다.
달빛이 창문을 비추고, 새벽이 다가올 때까지 청운은 아내의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8 마지막 시한이 다가오다
저승사자와의 계약이 끝나기까지 이제 한 달이 남았습니다. 청운은 아내의 병상 곁을 지키며 밤을 새웠습니다.
"이제 곧 보름달이 뜰 텐데..."
창가에 기대어 하늘을 보던 청운의 귓가에 저승사자와의 계약 내용이 맴돌았습니다.
숙원의 기침 소리가 점점 거칠어졌습니다. 그녀의 숨소리는 마치 깨어질 듯한 유리잔 같았습니다.
"물..."
숙원이 희미한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물을 따르던 청운의 손이 떨렸습니다. 달력에 그어놓은 마지막 날짜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진 시간은 보름... 하지만 아내는 일주일을 넘기기 힘들 것 같은데...'
청운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습니다. 한때는 그토록 찬란했던 신의의 빛이 이제는 희미하게 깜빡일 뿐이었습니다.
"여보, 걱정 마세요. 제가... 제가 반드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멀리서 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번엔 더욱 선명하고 가까웠습니다. 마치 죽음이 바로 곁에 있다고 알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야... 아직 시간이 남았어..."
청운은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 북악산으로 향했습니다.
달빛이 흐릿한 밤이었습니다. 그가 폐사 터에 도착했을 때, 이미 저승사자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의원님."
9 저승사자와의 재회
폐사 터에서 마주선 두 사람. 달빛이 저승사자의 검은 갓을 비추었습니다.
"계약을 바꿀 수는 없을까요?"
청운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계약은 이미 피로 맺었습니다.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저승사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친근했지만, 단호했습니다.
"제 목숨을... 더 일찍 가져가시면 안 될까요?"
"무슨 말씀을..."
"제 아내가 죽어갑니다. 이제 제게 남은 시간도 얼마 없으니... 그 시간을 아내에게 주고 싶습니다."
저승사자가 잠시 침묵했습니다. 달빛이 구름에 가려지고 찬바람이 불었습니다.
"의원님... 그동안 수많은 사람의 운명을 바꾸셨죠. 그때마다 전 경고했습니다. 운명을 바꾸는 데는 대가가 따른다고."
"그럼 제가 바꾼 운명들 때문에... 아내가..."
청운의 눈에 절망이 스쳤습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면, 다른 곳에서 생명이 사라지죠. 그것이 바로 균형입니다."
저승사자가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를 하나 드리죠."
청운의 눈이 빛났습니다.
"정말 제 남은 시간을 아내에게..."
"아니요. 단 하루를 드리겠습니다. 그 하루 동안 아내의 운명을 바꾸실 수 있다면..."
10 목숨을 건 마지막 선택
저승사자가 내민 것은 낡은 모래시계였습니다.
"이 모래가 다 떨어지면, 하루가 끝납니다. 그리고..."
"그리고?"
"하루 안에 아내의 운명을 바꾸지 못하면, 당신과 아내... 두 사람 모두의 목숨을 가져가야 합니다."
청운의 손이 떨렸습니다. 모래시계를 받아들자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이것이 마지막 거래입니다. 받으시겠습니까?"
"...받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청운은 아내의 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숙원은 이제 거의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여보, 조금만 기다려요..."
청운은 모든 의서를 펼쳐놓고 밤새워 읽기 시작했습니다.
모래시계의 모래는 끊임없이 떨어졌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청운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이 약도 아니야... 이것도...'
수백 가지 약재를 시도했지만, 숙원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여보... 이제 그만..."
숙원이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안돼요! 내가... 내가 반드시..."
그때 청운은 문득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살려낸 모든 사람들... 그들의 운명을 바꾼 대가가 이렇게 돌아온 것이라면...
모래시계의 모래가 절반도 채 남지 않았을 때, 청운은 마지막 결심을 했습니다.
"이제 알 것 같아요..."
11 아내를 위한 희생
해가 뜨기 직전, 청운은 마지막 약을 준비했습니다. 모래시계의 모래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여보, 마지막 약입니다."
청운의 손이 떨렸습니다.
"이제 그만... 당신도 지쳤잖아요..."
숙원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니에요. 이번엔 다를 거예요."
청운은 약그릇을 들었지만, 숙원에게 건네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여보, 뭘..."
"이제 알았어요.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나눌 수 있는 거였어요."
청운은 약을 삼켰습니다. 순간 그의 온몸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그가 만든 것은 독약이었습니다.
"당신이 살린 많은 사람들... 그들의 운명을 바꾼 대가로 제가 병들었다면..."
숙원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내 목숨으로 당신의 운명을 바꾸는 거예요. 내가 가진 마지막 시간까지, 모두 당신에게 주는 거예요."
신비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청운의 몸에서 붉은 빛이 피어올라 숙원의 몸을 감쌌습니다. 그녀의 창백했던 얼굴에 점차 혈색이 돌아왔습니다.
"안 돼요... 이러시면..."
"괜찮아요. 의원은 생명을 살리는 게 본분이니까..."
모래시계의 마지막 모래알이 떨어지기 직전, 청운은 마지막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제야... 진정한 의원이 된 것 같아요..."
12 저승사자의 결정
동이 틀 무렵, 저승사자가 청운의 방에 나타났습니다. 숙원은 눈물로 남편의 차가워진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가... 저를 위해..."
숙원의 흐느낌 소리가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울렸습니다.
저승사자는 조용히 청운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평화로운 미소가 서려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위해 거래를 청했지만... 자신의 목숨을 내어준 이는 처음이오."
저승사자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습니다. 창밖으로 비치는 아침 햇살이 그의 검은 갓을 비추었습니다.
"이제 두 분의 운명은 하나가 되었소. 나눈 목숨은 나눈 대로 이어질 것이오."
숙원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었습니다. 창밖에서 새가 지저귀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마을 사람들은 이상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달 밝은 밤이면 청운의 옛 약방에서 불빛이 보인다고.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이 있을 때면, 그 불빛이 찾아와 생명을 구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청운 부부가 나눈 운명이 아직도 이어져, 그들의 사랑이 지금도 생명을 살리고 있다고.
저승사자는 가끔 그 불빛을 바라보며 미소 짓습니다.
"과연 운명이란...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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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저승사자와 거래한 의원 - 생명을 담보로 한 약속' 이야기였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며 진정한 의원의 길을 선택한 청운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다음 편에서는 '저승사자를 속인 꾀쟁이 할머니'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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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저승사자를 속인 꾀쟁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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