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저승사자와 돌아오지 못할 길

    태그 (20개)

    #조선시대전설, #저승사자, #환생이야기, #조선야담, #한국전래동화, #시니어콘텐츠, #오디오드라마, #전통이야기, #저승길, #영혼이야기, #조선시대생활, #민담, #교훈이야기, #생과사, #운명, #전설속지혜, #따뜻한이야기, #힐링콘텐츠, #옛날이야기, #한국문화

     

    후킹멘트 (200자)

    조선시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은 젊은 선비가 저승길에서 만난 것은 바로 저승사자였습니다! 하지만 이 저승사자는 뭔가 달랐어요. "네 수명이 아직 남았구나"라며 다시 살려보내려 하는데, 과연 이 선비는 무사히 이승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생과 사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신비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 후기, 경기도 어느 마을에서 실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갑작스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선비 학봉이 저승길에서 만난 저승사자와의 놀라운 만남을 그린 신비로운 전설입니다. 죽음과 삶의 의미, 그리고 인간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깊이 있는 이야기로, 우리 조상들이 생각했던 죽음관과 내세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시니어 여러분께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줄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 선비 학봉의 갑작스런 죽음

    조선 숙종 때의 일입니다. 경기도 어느 산골마을에 학봉이라는 스물아홉 살의 선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학봉은 어려서부터 총명하기로 소문난 인재였습니다. 열 살 때부터 천자문을 떼고, 열다섯에는 사서삼경을 모두 외울 정도로 학문에 뛰어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학봉이는 분명 과거에 급제해서 훌륭한 관리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했습니다.
    학봉의 집은 그리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부모님께서 아들의 학업을 위해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는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학비를 마련하셨고, 어머니는 길쌈과 바느질로 생활비를 보탰습니다. 학봉도 부모님의 은혜를 알기에 밤낮으로 공부에만 매진했습니다. 추운 겨울밤에도 호롱불을 켜고 책을 읽었고, 더운 여름에도 부채질 한 번 하지 않고 글공부에 열중했습니다.
    그런 학봉에게는 꿈이 하나 있었습니다. 과거에 급제해서 벼슬을 얻은 다음, 부모님을 한양으로 모셔다가 편안하게 모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제가 꼭 급제해서 두 분을 떵떵거리며 모시겠습니다." 학봉이 이렇게 말할 때마다 부모님은 기특하다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그해 봄, 드디어 학봉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떠날 날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며칠 전부터 아들의 길 떠날 준비를 정성껏 해주셨습니다. 새 버선에 깨끗한 갓, 그리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노잣돈까지 챙겨주셨습니다. "학봉아, 몸조심하고, 무리하지 말거라. 급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네 건강이 더 소중하단다." 어머니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씀하셨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머니. 제가 꼭 좋은 소식 들고 돌아오겠습니다." 학봉은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고 길을 떠났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 나와서 학봉을 배웅해 주었습니다. "학봉이, 꼭 급제해서 돌아와라!" "우리 마을의 자랑이 되거라!" 온 마을이 학봉의 성공을 기원해 주었습니다.
    한양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했습니다. 며칠을 걸어야 하는 먼 길이었지만, 학봉은 꿈에 부풀어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길가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며, 과거에 급제한 후의 일들을 상상하며 즐겁게 걸었습니다. "급제하면 제일 먼저 부모님께 안부편지를 써 드려야지. 그리고 고향에 돌아가서 마을 사람들에게도 인사드리고..."
    하지만 한양까지 가는 길 중간에 큰 강이 하나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나룻배를 타고 건너는 곳이었는데, 마침 며칠 전에 큰 비가 와서 강물이 불어나 있었습니다. 나룻배는 위험하다며 운행을 중단한 상태였습니다. 학봉은 며칠을 기다려볼 수도 있었지만, 과거 시험 날짜가 촉박했습니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 기다리면 시험에 늦을 텐데..." 학봉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때 강 상류 쪽에서 물이 비교적 얕아 보이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저기라면 건널 수 있을 것 같은데." 학봉은 용기를 내어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다른 나그네들은 "위험하니까 기다리는 게 좋겠네"라고 말렸지만, 학봉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학봉은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린 다음 조심스럽게 강을 건드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물이 무릎까지밖에 오지 않아 안전해 보였습니다. "다행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건널 수 있어." 하지만 강 중간쯤에서 갑자기 발밑의 돌이 미끄러졌습니다. "앗!" 학봉이 균형을 잃고 물에 빠지는 순간, 거센 물살이 그를 휩쓸어 버렸습니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학봉은 필사적으로 소리쳤지만, 불어난 강물의 힘은 너무 셌습니다. 물을 많이 마신 학봉은 점점 의식을 잃어갔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죄송합니다..." 이것이 학봉이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과거 급제의 꿈도, 부모님을 모시겠다는 다짐도 모두 차가운 강물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물에 빠진 학봉을 발견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의 일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강가에서 학봉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습니다. "아, 이 젊은 선비가 왜 이런 일을..."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며 학봉의 고향으로 부고를 전했습니다.

    ※ 저승길에서 만난 저승사자

    학봉이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 자신이 이상한 곳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방이 온통 안개로 자욱하고, 발밑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길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하늘은 회색빛이었고, 해도 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희미한 빛만이 어디선가 스며들어 주변을 흐릿하게 비추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여기가 어디지? 분명히 물에 빠졌는데..." 학봉은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강물에 빠져 의식을 잃었던 것까지는 분명히 기억났습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은 전혀 다른 곳에 서 있었습니다. 옷도 젖지 않았고, 몸에 상처 하나 없었습니다. "혹시 꿈인가? 아니면 누군가 구해줘서 이곳에 데려온 건가?"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키가 매우 크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었습니다. 얼굴은 하얗고, 눈은 깊숙이 들어가 있어서 마치 해골 같아 보였습니다. 그 사람의 손에는 긴 쇠사슬이 들려 있었고, 걸을 때마다 쇠사슬이 땅에 끌리며 쨍그랑쨍그랑 소리를 냈습니다.
    학봉은 본능적으로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저, 저분은 누구실까?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그 검은 옷의 사나이가 학봉 앞에 서더니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학봉이로구나. 내가 너를 데리러 왔다." 그 목소리는 마치 지하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저, 저를 데리러 오셨다고요? 누구시길래..." 학봉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검은 옷의 사나이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나는 저승사자다. 죽은 자들의 영혼을 저승으로 안내하는 것이 나의 임무지. 그리고 너는 이미 죽었다."
    "죽었다고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는 살아있어요!" 학봉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습니다. 저승사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네가 아무리 부정해도 소용없다. 너는 강물에 빠져 익사했다. 너의 시신은 이미 발견되었고, 장례 준비도 하고 있을 것이다."
    학봉은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 저는 정말 죽은 건가요? 부모님은... 부모님은 어떻게 되시는 건가요?" 저승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이미 이승의 일이다. 죽은 자는 이승에 미련을 두어서는 안 된다. 자, 이제 나를 따라오거라."
    저승사자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학봉은 어쩔 수 없이 뒤따라 걸었습니다. 그런데 걸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계속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부모님께서 얼마나 슬퍼하실까? 아들이 과거도 보지 못하고 이렇게 죽어버렸으니..." 눈물이 나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앞에 거대한 강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 강은 이승의 강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물이 검은색이었고, 물 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손들이 위로 뻗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강가에는 커다란 배 한 척이 있었고, 그 배를 젓는 사람은 얼굴이 해골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저것이 삼도천이다.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강이지." 저승사자가 설명했습니다. "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면 완전히 저승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다시는 이승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학봉은 섬뜩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검은 강물과 해골 뱃사공의 모습이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저승사자님, 제가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학봉이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무엇을 묻고 싶으냐?" "저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부모님을 모셔야 하고, 과거에도 급제해야 하는데... 정말 다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저승사자는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습니다. "죽음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누구든지 한번 죽으면 반드시 저승으로 가야 한다. 이것이 천지의 이치이며, 바꿀 수 없는 법칙이다." 그러면서 저승사자는 품에서 두꺼운 책을 꺼냈습니다. "이것은 생사부라고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생년월일과 사망 일시가 적혀 있지."
    저승사자가 책장을 넘기며 학봉의 이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김학봉... 김학봉... 어? 이상하다." 갑자기 저승사자의 표정이 변했습니다. 무표정하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저승사자는 다시 한번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학봉아, 네 이름이 김학봉이 맞느냐?" "네, 맞습니다." "나이는 스물아홉?" "네, 맞습니다." 저승사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사부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해..."

    ※ 잘못된 죽음의 발견

    저승사자는 계속해서 생사부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분명히 김학봉이라고 적혀 있는데... 어? 이게 무슨..." 갑자기 저승사자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습니다. 그동안 무표정하기만 했던 얼굴에 당황과 놀라움이 역력히 드러났습니다.
    "이럴 수가! 이런 실수가 있을 수 있나!" 저승사자가 소리쳤습니다. 학봉은 무슨 일인지 몰라 두려워하며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왜 그러세요?" 저승사자는 생사부를 학봉에게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학봉아, 큰일 났다. 네가 죽을 때가 아니었구나!"
    "네? 무슨 말씀이세요?" 학봉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저승사자는 한숨을 깊게 쉬며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생사부를 보니 너의 원래 수명은 일흔여덟 살까지다. 지금 스물아홉이니까 아직 오십 년 가까이 더 살아야 하는 것이었어."
    학봉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럼 제가 잘못 죽은 건가요?" "그렇다. 여기 생사부에 김학봉이라는 이름이 두 명 적혀 있다. 한 명은 너고, 다른 한 명은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이야. 그 사람은 오늘 죽을 예정이었는데, 내가 실수로 너를 데려온 것 같다."
    저승사자는 계속해서 생사부를 확인했습니다. "또 다른 김학봉은... 아, 여기 있다. 경상도 안동에 사는 김학봉, 나이 쉰아홉 세. 이 사람이 오늘 죽을 예정이었구나. 그런데 이름이 같아서 내가 착각을 한 것 같다."
    학봉은 기가 막혔습니다. "그럼 저는 억울하게 죽은 건가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네요!" 저승사자도 난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정말 미안하다. 이런 실수는 처음이야. 하지만 문제는 너의 육체는 이미 죽었다는 거야. 비록 실수였지만 이미 죽은 몸을 다시 살려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소리 같은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저승사자! 당장 여기로 올라와라!" 저승사자는 깜짝 놀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아, 염라대왕님의 부르심이다. 분명 이 일 때문일 거야." 저승사자는 학봉에게 말했습니다. "잠깐 여기서 기다려라. 내가 염라대왕님께 이 사정을 말씀드리고 올게."
    저승사자가 사라진 후, 학봉은 혼자 남겨졌습니다. 삼도천 강가에 홀로 서서 검은 강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정말 황당한 일이다. 실수로 죽다니... 그럼 나는 다시 살 수 있는 건가?" 마음 한편으로는 희망이 생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했습니다.
    한참 후에 저승사자가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더욱 심각해져 있었습니다. "학봉아, 염라대왕님을 뵙고 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를 다시 살려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조건이라고요? 어떤 조건인가요?" 학봉이 급하게 물었습니다. 저승사자는 천천히 말했습니다. "첫째, 네가 이승으로 돌아가면 원래 살았던 몸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 몸은 이미 죽었으니까 말이다. 대신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서 살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몸이라고요?" "그렇다. 마침 지금 이승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하나 있다. 그 사람의 몸에 네 영혼이 들어가서 사는 것이다. 이것을 환생이라고 한다." 학봉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저는 다른 사람이 되는 건가요?"
    "영혼은 네 것이지만, 몸은 다른 사람의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가족과 신분을 그대로 이어받게 된다. 네 원래 부모님은 네가 죽은 것으로 알고 계실 것이고, 너는 새로운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학봉은 크게 고민에 빠졌습니다. 살 수는 있지만 부모님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제 부모님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저는 다시는 부모님을 뵐 수 없는 건가요?"
    "그것이 두 번째 조건이다. 너는 새로운 삶을 살되, 절대로 과거의 일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네가 김학봉이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해서는 안 되고, 옛 부모님을 찾아가서도 안 된다. 만약 이 약속을 어기면 즉시 저승으로 끌려와야 한다."
    이것은 정말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살 수는 있지만 사랑하는 부모님과는 영원히 이별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학봉은 한참 동안 고민했습니다. "저승사자님, 제가 조금 더 생각해볼 시간을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다.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릴 수는 없다. 지금 이승에서 죽어가는 그 사람이 완전히 죽기 전에 결정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 기회도 사라진다." 저승사자는 모래시계 하나를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이 모래가 다 떨어지기 전에 결정해야 한다. 대략 한 시진 정도의 시간이다."
    학봉은 삼도천 강가에 앉아서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 다시 살아날 기회

    모래시계의 모래가 절반쯤 떨어졌을 때, 학봉은 마음을 정했습니다. 부모님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그래도 살아있어야 언젠가는 다른 방법으로라도 부모님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승사자님, 결정했습니다. 다시 살겠습니다."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현명한 선택이다. 그럼 이제 환생할 몸의 주인을 알려주마." 저승사자가 다시 생사부를 펼쳐 보였습니다. "지금 한양에 박문수라는 삼십 세 남자가 있다. 그는 무과에 급제한 무관인데, 오늘 밤 갑작스런 병으로 죽을 예정이다. 네가 그의 몸에 들어가서 살게 될 것이다."
    "박문수라고 하셨나요? 무관이면 저와는 전혀 다른 삶이겠네요." 학봉이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한다. 너는 문관을 꿈꾸던 선비였지만, 이제는 무관의 삶을 살아야 한다. 박문수의 가족들이나 동료들에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저승사자는 계속해서 설명했습니다. "박문수는 의정부에서 일하는 당상관이다.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고, 아내와 두 자녀가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박문수는 암행어사로 임명받을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암행어사요?" 학봉의 눈이 커졌습니다. 암행어사는 임금의 밀명을 받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탐관오리를 적발하는 중요한 직책이었습니다. "네가 박문수가 되면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고 위험한 일이다.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일이지."
    학봉은 두려움과 동시에 설렘을 느꼈습니다. 비록 자신이 꿈꾸던 문관의 길은 아니었지만, 암행어사라는 것은 백성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그럼 제가 백성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다. 하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더욱 엄숙해졌습니다. "너는 박문수로 살아야 한다. 김학봉이었던 과거는 완전히 잊어야 해. 특히 네 고향 마을 근처에는 절대 가면 안 된다. 만약 옛 부모님을 만나거나, 네가 김학봉이었다는 것을 누구에게든 밝히면 즉시 저승으로 끌려와야 한다."
    학봉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겠습니다.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자꾸 올라왔습니다. 저승사자는 학봉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가족을 사랑하고, 새로운 임무에 충실하다 보면 점차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저승사자가 품에서 작은 구슬 하나를 꺼냈습니다. 그 구슬은 은은한 푸른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혼백구슬이다. 네 영혼의 정수가 담겨 있지. 이것을 박문수의 몸에 넣으면 너는 박문수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학봉은 그 신비한 구슬을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그럼 이제 바로 가는 건가요?" "그렇다. 하지만 그 전에 네게 마지막으로 보여줄 것이 있다." 저승사자가 손을 흔들자 갑자기 공중에 커다란 거울 같은 것이 나타났습니다. 그 거울 속에는 학봉의 고향 마을 모습이 비쳐 보였습니다.
    거울 속에서 학봉의 부모님이 아들의 시신 앞에서 통곡하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학봉아, 왜 이렇게 갔니? 어머니가 뭘 잘못했기에..." 어머니는 가슴을 치며 울고 계셨고, 아버지는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계셨습니다. 학봉은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효도도 제대로 못하고 이렇게 떠나게 되어서..." 학봉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저승사자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것이 네가 치러야 할 대가다. 다시 살 수 있지만, 이런 아픔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지."
    거울은 곧 사라졌고, 저승사자는 학봉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기회다. 정말로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겠느냐?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꿀 수 있다." 학봉은 잠시 망설였지만, 곧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닙니다. 비록 부모님과 이별해야 하지만, 살아서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좋다. 그럼 이제 출발하자." 저승사자는 혼백구슬을 학봉의 이마에 대었습니다. 순간 학봉의 몸이 푸른 빛으로 둘러싸이며 점점 투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박문수로서의 새로운 삶을 잘 살아가거라. 그리고 기억해라. 진정한 효도는 형태를 바꿔서라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 삶과 죽음 사이의 선택

    학봉의 의식이 다시 돌아왔을 때, 자신이 전혀 다른 곳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비단 이불이 덮여 있었고, 방 안에는 값비싼 가구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자신의 몸이 완전히 달라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손을 들어 보니 전보다 크고 단단해져 있었고, 팔에는 무술을 연마한 흔적인 굳은살들이 있었습니다.
    "여보, 정신이 드셨나요?" 곁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학봉이 고개를 돌려보니 서른 정도 되어 보이는 아름다운 여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여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갑자기 쓰러지셔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학봉은 당황했습니다. 이 여인이 박문수의 아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전혀 낯선 사람이었습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어색하게 말했습니다. "아, 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목소리도 전과 달라져 있었습니다. 더 굵고 깊은 목소리였습니다.
    "아버지!" 그때 어린 아이 둘이 방으로 뛰어들어왔습니다. 열 살 정도 된 남자 아이와 일곱 살 정도 된 여자 아이였습니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우리 너무 무서웠어요!" 아이들이 학봉의 품에 안기며 울먹였습니다.
    학봉은 더욱 당황했습니다. 이 아이들은 박문수의 자녀들이었지만, 자신에게는 전혀 모르는 아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과 걱정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조심스럽게 아이들을 안아주며 말했습니다. "괜찮다. 아버지는 괜찮아."
    며칠이 지나면서 학봉은 박문수의 삶에 점차 적응해 나갔습니다. 박문수의 집에는 많은 서류와 책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을 통해 박문수의 생활과 업무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박문수는 정말로 뛰어난 무관이었고, 임금의 신임을 받는 충신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박문수의 아내인 숙희가 남편의 변화를 눈치채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보, 요즘 좀 이상해요. 말투도 다르고, 행동도 예전과 달라졌어요. 혹시 병 때문에 그런 건가요?" 숙희가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학봉은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저승사자가 경고했던 대로 정체가 드러나면 안 되는데, 벌써 의심을 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 그냥 병을 앓고 나서 몸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숙희의 의심 어린 눈빛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더 큰 시험은 며칠 후에 찾아왔습니다. 의정부에서 사람이 와서 말했습니다. "박 대감님, 임금님께서 부르십니다. 중요한 임무가 있다고 하시는데요." 학봉은 긴장했습니다. 드디어 암행어사 임무를 받게 된 것 같았습니다.
    궁에 들어가서 임금을 알현한 학봉은 또 다른 충격을 받았습니다. 임금이 말했습니다. "박문수, 너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기고자 한다. 경기도 지역에 탐관오리들이 많다는 소문이 있다. 특히 네 고향인 파주 지역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니, 네가 가서 조사해 보거라."
    학봉은 깜짝 놀랐습니다. 파주는 자신의 고향과 매우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만약 그곳에 가게 되면 옛 부모님을 만날 위험이 있었습니다. 저승사자와의 약속을 어기게 될 수도 있었습니다. "전하, 혹시 다른 지역은 안 될까요?"
    임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왜 그러느냐? 네가 그 지역 출신이라서 더 잘 알 것 아니냐?" 학봉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습니다. 거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위험을 무릅쓸 수도 없었습니다.
    "전하, 소신이 병을 앓고 난 후 기억이 좀 흐릿해져서..." 학봉이 어렵게 말했습니다. 임금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천천히 회복하면서 임무를 수행하거라. 하지만 이 일은 매우 중요하다.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으니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날 밤 학봉은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고향 근처에 가야 한다는 것은 옛 부모님을 만날 위험이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암행어사의 임무를 거절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박문수로서의 의무였고, 백성들을 위한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부모님을 만나면 안 되는데, 그렇다고 임무를 포기할 수도 없고..." 학봉은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때 문득 저승사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진정한 효도는 형태를 바꿔서라도 계속될 수 있다."
    학봉은 깨달았습니다. 비록 직접 부모님을 모실 수는 없지만, 박문수로서 백성들을 위해 일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탐관오리들을 물리치고 백성들을 구하는 것은 부모님도 기뻐하실 일이었습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효도는 이것이다. 박문수로서 충실하게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도우는 것." 학봉은 마음을 굳혔습니다.

    ※ 새로운 삶의 시작

    며칠 후, 학봉은 박문수의 신분으로 경기도로 떠났습니다. 암행어사의 표식인 마패와 어사화를 몰래 지니고, 평범한 선비 복장을 하고 길을 떠났던 것입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고향이 가까워질수록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졌지만, 임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파주 지역의 한 마을이었습니다. 그곳에서 학봉은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수령이 백성들에게 무리한 세금을 거두어들이고 있었고, 가난한 농민들은 울며불며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수령님, 제발 좀 봐주세요. 흉년이 들어서 먹을 것도 없는데 어떻게 세금을 내겠습니까?"
    "시끄럽다! 세금은 반드시 내야 하는 것이다. 못 내면 집을 팔든지 땅을 팔든지 해라!" 수령은 매우 포악했습니다. 학봉은 의분을 느꼈습니다. 이런 탐관오리 때문에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학봉은 며칠 동안 그 지역을 돌아다니며 수령의 악행을 자세히 조사했습니다. 장부를 위조해서 세금을 빼돌리고, 뇌물을 받고 죄인을 풀어주고, 심지어 백성들의 딸을 강제로 첩으로 삼는 일까지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모두 기록해서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하던 중에 학봉은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고향 마을에서 김학봉이라는 선비가 죽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 과거 보러 가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니..."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들으며 학봉의 가슴은 아팠습니다.
    그리고 더욱 가슴 아픈 소식도 들렸습니다. "그 집 부모님들이 아들 잃고 얼마나 슬퍼하시는지 몰라. 어머니는 아예 밥도 못 드시고 계신다던데..." 학봉은 부모님이 너무 걱정되었지만, 약속 때문에 가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학봉은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암행어사의 권한을 이용해서 그 지역 수령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지역에 김학봉이라는 선비의 부모님이 계신다고 들었다. 그분들이 힘들어하고 계시니, 관에서 특별히 쌀과 생필품을 지원하도록 하라."
    수령은 어리둥절했지만 암행어사의 명령을 거부할 수는 없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즉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학봉은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부모님께 도움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몇 달 후, 학봉의 활약으로 경기도 지역의 탐관오리들이 모두 처벌받았습니다. 포악한 수령들은 파면되고 유배를 떠났으며, 억울하게 고통받던 백성들은 해방되었습니다. 임금은 학봉의 공로를 크게 칭찬했습니다. "박문수, 네가 아니었다면 그 백성들이 언제까지 고통받았을지 모른다. 정말 훌륭한 일을 해냈구나."
    그 후로도 학봉은 박문수로서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암행어사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탐관오리를 처벌하고, 억울한 백성들을 구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온 힘을 다했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박문수의 가족들과도 진정한 정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아내 숙희는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학봉이 더욱 따뜻하고 의로운 사람이 된 것을 보며 오히려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여보, 요즘 더욱 멋있어 보여요. 백성들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아이들도 아버지가 영웅이라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학봉은 꿈에서 저승사자를 다시 만났습니다. "학봉아, 아니 이제는 박문수라고 해야겠구나. 어떠냐, 새로운 삶이?" 저승사자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승사자님,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이 삶이 정말 의미 있다고 느껴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학봉이 대답했습니다.
    "그래, 너는 진정한 효자다. 비록 형태는 바뀌었지만, 너의 효심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네 부모님도 하늘에서 자랑스러워하고 계실 것이다." 저승사자의 말에 학봉은 눈물이 났습니다.
    그 후로 학봉은 박문수로서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온 힘을 다했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천수를 다하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진정한 사랑과 효도는 형태를 바꿔서라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학봉은 자신의 삶으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조선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박문수 암행어사의 진짜 이야기였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400자 내외)

    여러분, 오늘의 저승사자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은 선비 학봉이 박문수로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때로는 인생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를 맞이할 때가 있지만, 그 속에서도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깊은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죽음과 삶, 이별과 만남, 그리고 운명과 선택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믿었던 환생과 업보의 세계관도 엿볼 수 있었고요. 다음 주에는 '저승사자의 검은 두루마리' 이야기로 또 다른 신비로운 세계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소중한 시간 함께해주셔서 감사하고, 구독과 좋아요 잊지 마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