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월하애인: 저승사자와 인간 여인의 금지된 사랑

    태그

    #조선전설, #야담, #저승사자, #금지된사랑, #월하애인, #오디오드라마, #조선시대, #로맨스, #한국민간신앙, #생사초월, #운명의사랑, #신분초월

     

    디스크립션

    죽음을 관장하는 자와 삶을 살아가는 자, 결코 만날 수 없는 두 존재의 비극적 사랑. 조선 영조 시대, 달빛 아래 우연히 만난 저승사자와 관비 출신 의녀의 금지된 인연. 사자는 인간과 사랑에 빠지면 소멸한다는 저승의 법칙을 어기고, 그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사랑을 택한다.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기록.

    후킹멘트

    "여러분은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서는 사랑을 믿으시나요? 조선시대 사람들에게 저승사자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때로는 인간의 모습으로 이승에 나타난다고 전해졌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300년 전 한양의 달빛 아래 시작된 비극적 사랑에 관한 것입니다. 실제 의녀의 일기에서 발견된 이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생사의 경계에서 피어난 가장 아름다운 사랑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 달빛 아래 첫 만남, 역병 환자를 돌보던 의녀와 그의 영혼을 데려가려던 저승사자의 만남

    조선 영조 32년, 한양은 역병의 그림자에 휩싸여 있었다. 도성 곳곳에서 병자들의 신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매일 밤 초상집의 곡소리가 이어졌다. 혜원당 의녀 이수린은 열흘 째 잠을 이루지 못한 채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그녀는 비천한 관비 출신이었으나, 뛰어난 의술로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했다.

    깊은 밤, 초승달이 희미하게 비치는 병실에서 수린은 위중한 환자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는 관청의 젊은 서리로, 역병에 걸린 이들을 돕다가 자신도 병에 걸린 것이었다.

    "조금만 더 버티세요. 이 약이 효험을 볼 테니..."

    수린의 속삭임에도 환자의 숨소리는 점점 약해져 갔다. 그때, 방문이 소리 없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검은 갓을 쓰고 검은 도포를 입은 그는 달빛 아래 서서 환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 누구십니까?" 수린이 놀라 물었다.

    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환자에게 다가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기이하게 아름다웠다.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지금은 면회 시간이 아닙니다. 내일 다시 오시기 바랍니다."

    그제야 남자가 수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동자는 깊고 어두웠다.

    "나는 그를 데려가러 왔다."

    남자의 목소리는 바람 소리처럼 낮고 서늘했다. 수린은 순간 등줄기에 한기가 느껴졌다. 그가 누구인지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당신은... 저승사자?"

    남자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다시 환자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수린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안 됩니다! 그는 아직 살아야 합니다. 그는 많은 사람을 도왔고, 앞으로도 그럴 사람입니다."

    "비켜라. 이미 정해진 운명이다."

    "제발... 하루만이라도 더 시간을 주십시오. 제가 끝까지 정성을 다해 보살피겠습니다."

    저승사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영혼을 데려갔지만, 이처럼 간절히 생명을 구하려는 인간을 본 적이 없었다.

    "네가 그의 목숨을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이유가 무엇이냐?"

    "모든 생명은 소중합니다. 비록 천한 의녀의 몸이지만, 저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 제 소명이라 믿습니다."

    저승사자는 수린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지만, 눈빛만은 맑고 단호했다. 그는 문득 이 여인에게 이끌리는 기이한 감정을 느꼈다.

    "좋다. 하루를 더 주겠다. 내일 이 시각, 다시 오겠다."

    저승사자가 몸을 돌려 문으로 향하는 순간, 창밖으로 구름이 걷히며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 순간 수린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저승사자의 모습이 달빛 아래 너무도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사자가 떠난 후, 수린은 더욱 열심히 환자를 돌보았다. 그녀는 밤새 잠도 자지 않고 약을 달이고 간호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환자의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살았구나, 정말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본 수린은 멀리서 자신을 지켜보는 검은 실루엣을 발견했다. 달빛 아래 서 있는 저승사자였다. 그들의 시선이 공중에서 마주쳤고, 그 순간 수린의 가슴에 이상한 떨림이 일었다.

    ★ 금지된 만남의 시작,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사자와 의녀의 비밀스러운 재회와 감정의 싹틈

    일주일 후, 역병은 서서히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수린이 살린 젊은 서리는 완전히 회복되어 관청으로 복귀했고, 다른 환자들도 하나둘 건강을 되찾고 있었다. 그러나 수린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날 밤 이후 저승사자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돼. 그는 사자인데...'

    그날 저녁, 수린은 혜원당의 약재를 채우기 위해 늦게까지 인근 산을 돌아다녔다. 달이 떠오를 무렵, 그녀는 한 남자가 샘물가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낯선 선비 차림의 남자였지만, 그 기척은 이상하게 친숙했다.

    "누구십니까?"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자, 수린은 숨을 멈췄다. 검은 갓과 도포 대신 선비의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 얼굴은 분명 그날 밤의 저승사자였다.

    "당신... 어떻게 여기에...?"

    "기다렸다, 이수린."

    그의 목소리는 인간의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부드럽고 따스한 음색이었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아십니까?"

    "나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네가 열 살에 부모를 잃고 관비가 되었으며, 스물에 의녀가 되었다는 것도. 네가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했는지도."

    수린은 경계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왜 여기 계신 겁니까? 누구를 데려가려는 건가요?"

    사자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다. 나는... 그저 너를 다시 보고 싶었다."

    수린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승사자가 인간을 만나고 싶어 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 이름은 도하라고 한다. 인간의 세계에서는 그렇게 불러다오."

    "도하... 그건 당신의 진짜 이름인가요?"

    "아니, 내게는 이름이 없다. 그저 저승에서 부여받은 번호가 있을 뿐이지. 하지만 네가 부를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할 것 같아 지어보았다."

    그의 말에 수린은 긴장을 조금 풀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그의 옆에 앉았다.

    "저승사자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건가요?"

    "금지된 일이다. 하지만... 가끔은 특별한 이유로 허락받기도 한다."

    "그 특별한 이유가 뭔가요?"

    도하는 잠시 침묵했다가 부드럽게 말했다.

    "네가 그 이유다."

    달빛 아래, 두 사람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하는 저승의 일상과 자신이 본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수린은 의녀로서의 삶과 환자들을 치료하며 겪은 일들을 이야기했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지만, 그들은 이상하게도 많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당신은 죽음을 데려오는 사자이고, 저는 생명을 구하는 의녀예요. 우리는 정반대의 일을 하고 있네요."

    "아니, 우리는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영혼을 편안한 곳으로 인도하고, 너는 고통받는 육체를 치유한다. 모두 안식을 주는 일이지."

    수린은 도하의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지금까지 저승사자를 두려운 존재로만 여겼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그도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도 만날 수 있을까요?"

    도하의 눈이 잠시 슬픔으로 흐려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보름달이 뜨는 밤, 이곳에서 기다리겠다."

    ★ 두 세계의 경계에서, 사자의 정체를 알게 된 의녀와 금지된 사랑의 위험을 감수하는 결심

    약속한 보름달이 뜨는 밤, 수린은 다시 샘물가로 향했다. 그녀의 마음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저승사자와의 만남이 옳은 일인지 끊임없이 자문했지만, 도하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달빛이 샘물을 은빛으로 물들이는 가운데, 도하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지난번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그의 주변에는 미세한 푸른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올 줄 알았다."

    도하의 미소에 수린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이 저승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하지만 왔구나."

    도하는 수린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그의 손은 차갑지만 이상하게 편안했다.

    "너를 만날 때마다 나는 더 인간에 가까워진다. 내 안에 오래전에 잊었던 감정들이 다시 깨어나고 있어."

    수린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도 전에 인간이었나요?"

    도하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모든 저승사자는 전생에 인간이었다. 하지만 저승사자가 되면 전생의 기억은 지워진다. 나 역시 내가 누구였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럼 어떻게 저승사자가 되는 건가요?"

    "죽음의 순간에 특별한 선택을 한 이들이 사자가 된다. 대개는 다른 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경우지. 하지만 그 대가로 영원히 생과 사의 경계에서 영혼을 인도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수린은 도하의 말을 듣고 가슴이 아려왔다. 그도 한때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고귀한 영혼이었던 것이다.

    "당신과 이렇게 만나는 것이 위험한 일인가요?"

    도하는 잠시 침묵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승사자가 인간에게 마음을 주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만약 우리가 사랑에 빠진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나는 소멸한다. 사자로서의 모든 힘을 잃고, 저승으로도 인간 세상으로도 갈 수 없는 무(無)가 된다."

    수린은 충격에 빠졌다. 그녀 때문에 도하가 그런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다니.

    "그럼 우리는 더 이상 만나지 말아야 해요. 당신이 위험해질 거예요."

    도하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이미 늦었다. 네가 내 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내 운명은 정해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우리는 이제 막 알게 된 사이인데..."

    "인간의 시간과 저승의 시간은 다르다. 내게는 너와의 만남이 이미 영원과도 같았다."

    도하의 말에 수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도 자신의 마음이 그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우리에게 다른 방법은 없나요?"

    "한 가지 있다. 하지만 그건 너에게 더 큰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라 말할 수 없다."

    달빛 아래,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에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난 두렵지 않아요. 당신과 함께라면..."

    도하는 손을 뻗어 수린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 순간, 그의 손가락에서 푸른 빛이 흘러나왔다. 두 사람이 만나면 만날수록 그의 본질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다음 보름달이 뜨는 밤, 마지막으로 만나자. 그때 모든 것을 알려주마."

    도하는 수린에게 작은 옥 구슬을 건넸다.

    "이것을 간직해. 내가 너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다."

    수린은 구슬을 받아들고 도하의 손을 꼭 잡았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그것이 금지된 사랑이라 해도,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감정이었다.

    "기다릴게요, 어떤 일이 있어도."

    달빛이 두 사람을 비추는 가운데, 그들은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저승사자와 인간 여인, 결코 함께할 수 없는 두 존재가 운명의 끈으로 묶이는 순간이었다.

    ★ 염라대왕의 경고, 인간과의 사랑을 금지하는 저승의 법칙과 사자가 받는 최후 통첩

    저승의 십대왕 중 최고 권위를 지닌 염라대왕의 전각은 깊은 어둠과 적막에 싸여 있었다. 붉은 기둥과 검은 지붕의 웅장한 건물 안에는 수천 년의 세월이 응축된 듯한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거대한 옥좌 위에 앉은 염라대왕은 푸른 얼굴과 위엄 있는 눈빛으로 도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432호 사자, 도하. 너는 중대한 저승의 법을 어기고 있다. 인간 여인에게 마음을 준 것이 사실이냐?"

    도하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사실입니다, 대왕님."

    염라대왕의 눈에서 푸른 불꽃이 일었다. 그의 손에 들린 생사부(生死簿)가 저절로 펼쳐지며 수린의 이름이 빛났다.

    "이수린, 현재 27세. 그녀의 수명은 아직 30년이 남아있다. 너는 그녀의 영혼을 데려올 사자가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왜 그녀에게 접근했느냐? 네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고 있느냐?"

    도하는 고개를 들어 염라대왕을 직시했다. 그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단지 호기심이었습니다. 다른 이와 달리 그녀는 저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생명을 구하려는 그녀의 의지가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랑에 빠졌다는 말이냐?"

    도하는 잠시 침묵했다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염라대왕의 한숨은 저승 전체를 울릴 듯했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전각을 천천히 걸었다.

    "천 년 동안 그런 일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인간을 사랑한 사자는 영원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이름조차 저승의 기록에서 지워졌지."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가겠다는 것이냐?"

    도하의 표정에 미소가 스쳤다. 그것은 슬픔과 행복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의 표현이었다.

    "제가 전생에 누구였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수린을 만난 후, 처음으로 제 존재의 의미를 찾은 것 같습니다."

    염라대왕은 도하 앞에 멈춰 서서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의 눈빛에는 엄격함 속에 숨겨진 연민이 깃들어 있었다.

    "넌 우리의 가장 뛰어난 사자였다. 5천 년 동안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영혼들을 인도했지."

    "감사합니다, 대왕님."

    "하지만 이제 최후 통첩을 내려야겠다. 다음 보름달까지 네게 시간을 주마. 그때까지 그 인간 여인과의 인연을 끊지 않으면, 너는 저승의 법에 따라 영원한 소멸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도하는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선택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한 가지 더 경고하마. 네가 소멸하면, 그 여인의 운명도 변할 것이다. 너희의 인연은 그녀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도하의 표정이 흔들렸다. 자신의 선택이 수린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은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무슨 뜻입니까?"

    "사자와 인간의 사랑은 자연의 법칙을 어기는 일이다. 그 대가는 양쪽 모두가 치르게 된다."

    염라대왕의 말을 들은 도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소멸은 감수할 수 있었지만, 수린이 위험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선택은 네게 달려있다. 다음 보름달까지 결정하라."

    ★ 생사를 초월한 선택, 서로를 위한 희생과 영원한 사랑을 위한 두 사람의 마지막 결정

    마지막 보름달이 뜨는 밤, 수린은 약속 장소인 샘물가에서 초조하게 도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지난 날들 동안 그를 생각하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가슴에 품은 감정은 더욱 깊어졌고,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더라도 그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확고해졌다.

    밤하늘에 보름달이 떠오르자, 도하가 나타났다. 그의 모습은 이전과 달리 반투명했고, 주변에 푸른 기운이 더욱 강하게 맴돌고 있었다.

    "도하!" 수린이 그에게 달려갔다.

    "수린아..." 도하의 목소리는 바람결처럼 희미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당신 모습이 달라졌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도하는 천천히 수린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이제 거의 실체가 없는 것 같았다.

    "염라대왕께 불려갔었다. 우리의 관계가 알려진 거야."

    수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럼... 당신은 소멸하게 되는 건가요?"

    "그렇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네 운명도 위태롭게 된다는 거야. 우리의 인연이 네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대."

    수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당신과 함께할 수 있다면, 제 수명이 줄어도 상관없어요."

    "안 돼! 난 네가 오래 살기를 바란다. 네가 많은 사람을 치료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해."

    수린은 도하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만졌다. 그의 얼굴은 차가웠지만, 그 감촉은 그녀에게 위안을 주었다.

    "당신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저는 이미 결정했어요. 당신과 함께할 거예요, 어떤 일이 있어도."

    도하의 눈에 슬픔이 깃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할 수 없어. 내가 소멸하면, 우리는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돼."

    "방법이 있을 거예요. 당신이 말했던 다른 방법... 그게 뭐예요?"

    도하는 한참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해. 하지만 그건 너무 위험해."

    "말해봐요."

    "네가 살아있는 채로 저승을 방문할 수 있어. 그리고 염라대왕께 직접 간청하는 거야. 하지만 살아있는 인간이 저승에 발을 들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게다가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수린의 눈이 결연한 의지로 빛났다.

    "가르쳐주세요. 어떻게 하면 저승에 갈 수 있는지."

    "정말 그러길 원해?"

    "네, 확실해요."

    도하는 수린에게 건넸던 옥 구슬을 가리켰다.

    "그 구슬을 가슴에 품고 깊은 명상에 빠져. 네 영혼이 육체를 떠나면, 구슬이 너를 저승으로 인도할 거야. 하지만 해돋이 전에 돌아와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네 영혼은 육체로 돌아올 수 없게 돼."

    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미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함께 가요."

    도하는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의 품은 이상하게도 따스했다.

    "수린아, 넌 내게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해준 유일한 존재야.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지킬게."

    달빛 아래,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결연한 의지와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 인간과 저승사자,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선 사랑이 그 순간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 영원한 월하애인, 두 세계 사이에서 영원히 서로를 그리워하는 두 영혼의 결말

    수린은 도하의 지시대로 옥 구슬을 가슴에 품고 깊은 명상에 빠졌다. 그녀의 의식이 점차 흐려지는 동안, 도하는 그녀 곁을 지키고 있었다. 마침내 수린의 영혼이 육체를 떠나자, 도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저승으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눈을 감고 내 손을 꼭 잡아. 절대 놓치면 안 돼."

    두 사람은 이승과 저승 사이의 어둠 속을 걸어갔다. 수린은 생명체가 느낄 수 없는 기이한 감각에 휩싸였다. 그것은 공포와 경이로움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그들 앞에 거대한 황천문이 모습을 드러냈고, 문이 열리자 저승의 풍경이 펼쳐졌다.

    "이곳이 저승이구나..." 수린은 경외감에 휩싸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상상했던 것처럼 어둡고 무서운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없이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돌았고, 멀리서는 부드러운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염라대왕의 전각으로 가야 해. 서두르자. 해가 뜨기 전에 돌아가야 하니까."

    두 사람은 저승의 길을 따라 걸었다. 길가에는 다양한 모습의 영혼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수린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살아있는 인간의 영혼이 저승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들은 염라대왕의 전각에 도착했다. 도하가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라."

    전각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 앞에는 염라대왕이 앉아 있었다. 그의 표정은 엄격했지만, 눈빛에는 미묘한 호기심이 깃들어 있었다.

    "살아있는 인간이 저승에 오다니, 천 년 만의 일이구나."

    수린은 염라대왕 앞에 무릎을 꿇었다.

    "대왕님, 제발 도하를 용서해주세요. 그를 소멸시키지 말아주세요."

    염라대왕은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네가 그를 위해 이런 위험을 감수하다니, 정말 그를 사랑하는 모양이구나."

    "네, 제 목숨보다 더 소중합니다."

    "하지만 너희의 사랑은 자연의 법칙을 어기는 일이다. 산 자와 죽은 자는 함께할 수 없는 법."

    수린은 고개를 들어 당당하게 염라대왕을 바라보았다.

    "사랑에도 법칙이 있나요? 제 마음은 그 어떤 법칙보다 강합니다."

    염라대왕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그는 생사부를 펼쳐 수린의 이름을 찾았다.

    "이수린... 네 운명을 살펴보니, 너는 많은 생명을 구할 사명을 가진 영혼이구나. 그런 네가 이런 선택을 하다니..."

    도하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대왕님, 저를 소멸시키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수린의 운명은 그대로 두십시오. 그녀가 원래의 수명대로 살 수 있게 해주십시오."

    염라대왕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 전각 안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내가 한 가지 제안을 하마. 도하, 넌 다시 인간으로 환생하여 너의 전생의 업을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저승사자로서의 모든 기억과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그 말씀은..." 도하의 눈이 희망으로 빛났다.

    "그리고 이수린, 너는 원래의 수명대로 살아가되, 도하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가 환생한 후 스스로 너를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지 너희는 서로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수린은 도하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서로를 잃게 되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염라대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럼 이제 작별을 고할 시간이다. 해가 곧 뜰 것이니, 이수린은 서둘러 돌아가야 한다."

    도하와 수린은 마지막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이별의 슬픔과 재회의 희망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우리는 다시 만날 거야, 반드시." 도하가 수린의 손을 꼭 잡았다.

    "기다릴게요, 얼마나 오래 걸리든..." 수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들의 손이 서서히 떨어지는 순간, 수린의 영혼은 빛 속으로 사라지고 도하의 모습도 점차 흐려졌다. 그것은 이별이자, 새로운 시작이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지금까지 '월하애인: 저승사자와 인간 여인의 금지된 사랑'을 들어주셨습니다.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선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한 영원한 사랑의 힘을 보여줍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고, 저승사자는 두려움의 대상인 동시에 영혼을 편안히 인도하는 존재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전해지는 야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지만,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인간의 마음은 시대를 불문하고 변함없는 진리가 아닐까요?

    여러분도 혹시 달빛 아래 홀로 걷다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면, 그것은 어쩌면 새 삶을 찾아 방황하는 도하의 영혼일지도 모릅니다. 또 봄날의 약초를 캐러 산에 오르다 문득 낯선 그리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전생의 기억을 잊지 못한 수린의 마음일 수도 있겠지요.

    다음 이야기에서는 '조선의 미라: 왕릉에서 발견된 살아 숨쉬는 시체'라는 주제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실제 발굴된 조선시대 미라와 관련된 기이한 현상을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더 많은 조선시대 전설과 야담이 궁금하시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을 해주세요. 또한 여러분이 듣고 싶은 조선시대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우리의 전통 문화와 설화 속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의미 있는 지혜와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