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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의 검은 두루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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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200자)
조선 영조 때, 한 저승사자가 실수로 검은 두루마리를 떨어뜨렸습니다. 그 안에는 죽을 운명인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우연히 두루마리를 주운 선비가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을 때 벌어진 기묘한 일들! 과연 운명은 바꿀 수 있을까요?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시대 야담집에 전해지는 저승사자와 인간의 만남을 그린 신비로운 이야기입니다. 죽음의 명단이 담긴 검은 두루마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사건! 운명과 자유의지, 그리고 선행의 힘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시니어 여러분께서 편안하게 들으실 수 있도록 감동적이고 교훈적으로 구성했습니다.
※ 검은 두루마리가 인간세상에 떨어지다
영조 대왕이 다스리던 조선 후기, 한양에서 멀지 않은 양주 땅에는 고요한 산골 마을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신비로운 존재들이 항상 그들 곁을 지나다니고 있었습니다.
바로 저승사자들이었지요. 이들은 염라대왕의 명을 받아 정해진 때가 되면 인간들의 혼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들은 보통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고, 오직 죽음을 앞둔 사람이나 특별한 영력을 가진 사람만이 그들을 볼 수 있었지요.
그날도 검은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저승사자 하나가 양주 땅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무상귀였지요. 무상귀는 저승사자 중에서도 경험이 많고 신중한 편이었지만, 그날따라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왜냐하면 가지고 있는 검은 두루마리에 적힌 이름들이 모두 젊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달에 데려가야 할 사람들이 모두 젊구나... 아직 살날이 많아 보이는데..." 무상귀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습니다. 물론 저승사자로서 염라대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지만, 때로는 인간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했지요.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더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상귀는 서둘러 가까운 정자로 피했지요. 그런데 정자로 가는 길에 발을 헛디디면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바람에 품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검은 두루마리가 땅바닥에 떨어져 버렸지요.
"아, 큰일이다!" 무상귀가 급히 두루마리를 찾으려 했지만, 빗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바람까지 불어서 두루마리가 어디로 날아갔는지 알 수가 없었지요.
그 검은 두루마리에는 앞으로 한 달 안에 죽을 운명인 사람들의 이름과 죽을 날짜, 그리고 죽는 방법까지 자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건이었지요. 이것이 없으면 누구를 언제 데려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무상귀는 온 산을 뒤지며 두루마리를 찾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비는 점점 더 세게 내렸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지요. 결국 무상귀는 하는 수 없이 저승으로 돌아가서 상관에게 보고해야 했습니다.
"무상귀야, 네가 두루마리를 잃어버렸다고?" 저승 판관이 크게 놀라며 물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비 때문에 미끄러져서..." 무상귀가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습니다.
"이것은 큰 문제다. 그 두루마리가 인간의 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 아니냐? 당장 찾아와야 한다!"
무상귀는 다시 인간세상으로 내려가 밤새도록 두루마리를 찾아 헤맸습니다. 하지만 빗물에 휩쓸려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지요.
한편, 그 검은 두루마리는 빗물에 떠밀려 산 아래 개울로 흘러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개울물을 따라 이리저리 굴러가던 두루마리는 마침내 마을 근처의 작은 다리 아래에 걸려 멈추었지요.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해가 떠올랐고,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습니다. 비는 그치고 맑은 하늘이 펼쳐졌지요.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씩 일어나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한 선비가 아침 산책을 하며 다리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이학사였지요. 이학사는 마흔 살이 넘은 중년의 선비로, 과거에 몇 번 도전했지만 계속 낙방해서 지금은 마을에서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고 있었습니다.
이학사는 평소 독서를 좋아했고, 특히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연구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또한 마음이 착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자주 도와주곤 했지요. 가난한 집 아이들은 돈을 받지 않고 가르쳐 주기도 했고, 병든 사람이 있으면 약값을 대신 내주기도 했습니다.
"어? 저것은 무엇인가?" 이학사가 다리 아래에서 검은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두루마리 같았지요. 이학사는 다리 아래로 내려가서 그것을 주워 올렸습니다.
※ 선비 이학사가 두루마리를 줍다
"누가 떨어뜨린 것일까? 중요한 문서인 것 같은데..." 이학사는 두루마리를 펼쳐보기로 했습니다. 혹시 주인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두루마리를 펼치는 순간, 이학사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안에는 이상한 글씨로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는데, 그 글씨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각 이름 옆에 날짜와 함께 '물에 빠져 죽음', '병으로 죽음', '사고로 죽음' 같은 무시무시한 내용들이 적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대체 무엇인가? 설마 사람들이 죽을 날을 예언한 것인가?" 이학사는 손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학사는 급히 두루마리를 다시 말아서 품속에 넣었습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지요. 그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에는 부인 김씨와 열다섯 살 된 아들 이철수, 그리고 열두 살 된 딸 이순이가 있었지요.
"여보, 벌써 산책에서 돌아오셨어요? 얼굴이 왜 그렇게 창백해요?" 부인 김씨가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조금 피곤해서..." 이학사는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부인의 예리한 눈을 속일 수는 없었습니다.
이학사는 서재로 들어가서 다시 한번 두루마리를 펼쳐보았습니다. 명단을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스무 명 정도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대부분 이 지역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이학사가 아는 사람들도 몇 명 있었지요.
"김 대장장이... 삼월 초아흐레... 화재로 사망." 이학사가 또 다른 이름을 읽어보았습니다. 김 대장장이는 마을에서 농기구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건강해 보이고 아직 젊었습니다.
"박 주막집 주인... 삼월 십이일... 심장마비로 사망." 박 주막집 주인도 이학사가 가끔 들르는 곳의 주인이었습니다. 그 역시 별다른 병이 있어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이학사는 점점 더 불안해졌습니다. 만약 이 두루마리가 진짜라면, 이 사람들이 정말 죽게 된다는 말인가요?
그때 갑자기 문밖에서 "이학사 선생님, 계세요?" 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학사가 나가보니 마을의 한 농부가 급하게 달려온 것이었습니다.
"무슨 일이세요?" 이학사가 물었습니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김 대장장이 집에 불이 났어요!" 농부가 헐떡이며 말했습니다.
이학사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습니다. 두루마리에 적힌 대로라면 김 대장장이가 화재로 죽는다고 되어 있었는데, 정말 불이 났다니!
"김 대장장이는 어떻게 됐나요?" 이학사가 급하게 물었습니다.
"다행히 이웃들이 빨리 발견해서 구해냈어요. 화상을 좀 입긴 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대요."
이학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더욱 큰 의문이 들었지요. 두루마리에는 김 대장장이가 화재로 사망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는 살아났다는 것입니다.
"혹시 이 두루마리의 예언이 틀릴 수도 있는 것인가?" 이학사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저녁, 이학사는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불안해서 밥맛이 없었지요.
"아버지, 왜 밥을 안 드세요?" 딸 순이가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아, 그냥 배가 별로 안 고파서..." 이학사가 대답했습니다.
부인 김씨가 이학사의 이마에 손을 대어보며 말했습니다. "여보, 열은 없는 것 같은데 얼굴색이 안 좋아요. 혹시 어디 아픈 데라도 있어요?"
그날 밤, 이학사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두루마리 생각만 났기 때문이지요. 그는 일어나서 다시 한번 두루마리를 펼쳐보았습니다.
달빛 아래에서 보니 그 글씨들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것을 발견했지요. 김 대장장이의 이름 옆에 있던 '화재로 사망'이라는 글씨가 흐려져 있었습니다.
"어? 이상하다. 분명 아까는 선명했는데..." 이학사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부분만 마치 누군가 지운 것처럼 흐릿해져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이학사는 깨달았습니다. 혹시 김 대장장이가 죽지 않았기 때문에 글씨가 흐려진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 두루마리는 정말 사람들의 운명을 기록한 것이고, 운명이 바뀌면 글씨도 바뀌는 것일까요?
이학사는 더욱 자세히 다른 이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몇몇 이름들 옆의 글씨가 조금씩 바뀌어 있었습니다. 어떤 것은 날짜가 미뤄져 있고, 어떤 것은 죽는 방법이 바뀌어 있었지요.
"그렇다면... 혹시 운명은 바꿀 수 있는 것인가?" 이학사의 눈에 희망의 빛이 떠올랐습니다.
※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 이학사
이학사는 두루마리를 더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명단을 하나씩 읽어 내려가던 그가 갑자기 멈추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눈을 의심했지요.
그 명단 한가운데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학사... 삼월 십오일... 급병으로 사망." 이학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보았습니다. 삼월 십오일이라니, 바로 오늘로부터 열흘 후였습니다.
이학사는 급히 두루마리를 다시 말아서 품속에 넣었습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지요.
"이것은 분명 장난이야. 누군가 나를 놀리려고 만든 가짜 문서일 거야." 이학사는 스스로를 달래려 했지만, 그 두루마리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과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글씨는 범상치 않았습니다.
이학사는 밤새 고민한 끝에 계획을 세웠습니다. 두루마리에 적힌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가서 그들이 죽지 않도록 도와주기로 한 것이지요. 만약 정말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자신의 운명도 바꿀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이학사는 박 주막집으로 향했습니다. 주막집은 마을 입구에 있어서 지나가는 나그네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었지요.
"어서 오세요, 이학사 선생님!" 박 주막집 주인이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오늘은 무슨 일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이학사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설마 "당신이 사흘 후에 심장마비로 죽는다고 예언서에 나와 있어요"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요.
"그냥... 안부 인사차 들렀어요. 요즘 몸은 괜찮으세요?" 이학사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다만 요즘 가슴이 좀 답답하긴 한데, 나이 들어서 그런가 봐요." 박 주인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이학사는 깜짝 놀랐습니다. 가슴이 답답하다니, 혹시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증상이 있으시면 의원에게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의원이 있는데 소개해드릴까요?" 이학사가 제안했습니다.
결국 박 주인은 이학사의 권유를 받아들여 의원에게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학사는 직접 박 주인을 의원에게 데려가서 진찰을 받게 했지요.
의원이 진찰해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이 양반, 심장에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어요."
박 주인이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요? 그냥 조금 답답한 것뿐인 줄 알았는데..."
의원이 약을 지어주며 말했습니다. "다행히 일찍 발견해서 치료할 수 있어요. 이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무리하지 마세요."
이학사는 박 주인의 약값까지 대신 내주었습니다. 박 주인이 고마워하며 거듭 인사했지요.
"선생님 덕분에 큰 병을 미리 발견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학사는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밤에 다시 두루마리를 확인해보니, 과연 박 주인의 이름 옆에 있던 '심장마비로 사망'이라는 글씨가 흐려져 있었습니다.
"역시 운명은 바꿀 수 있구나!" 이학사는 희망에 찼습니다.
다음 날에는 다른 사람을 도우러 갔습니다. 두루마리에는 '최 과부 - 삼월 이십일 - 강에 빠져 사망'이라고 적혀 있었지요. 최 과부는 마을에서 빨래일을 해서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과부였습니다.
이학사는 최 과부를 찾아가서 말했습니다. "최 서방댁, 요즘 강에서 빨래하실 때 조심하세요.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불어나 위험할 수 있어요."
"걱정해 주셔서 고맙지만, 빨래를 안 할 수도 없고..." 최 과부가 난처해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겠어요." 이학사는 마을 부자들을 설득해서 최 과부가 강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빨래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학사는 하나씩 하나씩 두루마리에 적힌 사람들을 도와주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학사는 점점 더 확신을 갖게 되었지요. 정말로 운명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정작 자신의 운명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두루마리에는 여전히 '이학사 - 삼월 십오일 - 급병으로 사망'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학사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보기도 하고, 의원에게 가서 몸을 점검받아보기도 했지요. 하지만 의원은 "아주 건강하다"고 했습니다.
"급병이라면 갑자기 생기는 병일 텐데,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학사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중 이학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도울 때마다 그들의 운명이 바뀌었다는 것이었지요. 그렇다면 혹시 자신도 다른 사람을 더 많이 도우면 운명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학사는 더욱 열심히 선행을 베풀기 시작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쌀을 나누어 주고, 병든 사람들을 돌보아 주고, 공부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글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 죽음을 피하려는 노력들
"정말 내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것인가?" 이학사는 절망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운명은 바꿀 수 있었는데, 왜 자신의 운명만은 그대로일까요?
이학사는 마지막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혹시 집을 떠나 멀리 가면 운명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부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며칠 동안 멀리 다녀올 일이 생겼어요."
부인 김씨가 놀라며 물었습니다.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요즘 계속 이상하시더니..."
"아, 그냥 친구를 만나러 가는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학사는 거짓말을 했지만, 부인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이학사는 서둘러 짐을 꾸려서 멀리 떠났습니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두루마리에 적힌 운명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거든요.
한양에서 하루 걸음 거리에 있는 친척집에 도착한 이학사는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갑자기 복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아, 배가 아프다..." 이학사가 신음하며 일어났습니다. 혹시 이것이 두루마리에 적힌 '급병'의 시작인가 하고 두려워했지요.
하지만 다행히 친척집 아주머니가 끓여준 생강차를 마시니 복통이 가라앉았습니다. "어젯밤에 찬 음식을 드셔서 그런 것 같아요"라고 아주머니가 말했지요.
이학사는 안도했지만, 동시에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멀리 도망가도 운명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지요.
그날 오후, 이학사는 집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했습니다. 가족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었거든요. 만약 정말 죽게 된다면, 혼자 멀리서 죽는 것보다는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서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이학사를 본 부인은 깜짝 놀랐습니다. "여보, 벌써 돌아오셨어요? 얼굴이 왜 그렇게 창백해요?"
"괜찮아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 이학사는 애써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날 밤, 이학사는 가족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혹시 정말 죽게 될지도 모르니 마지막 인사를 해두고 싶었거든요.
"여보, 아이들아..." 이학사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차마 진실을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서 말이지요.
대신 이학사는 평소보다 더 다정하게 가족들을 대했습니다. 부인의 손을 잡아주고, 아들과 딸을 품에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했지요.
"아버지, 오늘 왜 이렇게 다정하세요?" 딸 순이가 웃으며 물었습니다.
"그냥... 너희들이 소중해서 그래." 이학사가 눈물을 참으며 대답했습니다.
다음 날은 삼월 십사일이었습니다.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지요. 이학사는 하루 종일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들과 함께 책을 읽고, 딸과 함께 꽃구경을 하고, 부인과 함께 장을 보러 나갔지요.
"여보, 오늘 왜 이렇게 저희와 많은 시간을 보내세요? 평소에는 서재에서 책만 읽으셨는데..." 부인이 의아해했습니다.
"그냥...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학사가 진심으로 말했습니다.
그날 저녁, 이학사는 마지막으로 두루마리를 확인해보았습니다. 자신의 이름은 여전히 선명하게 적혀 있었고, 내일이 바로 그 날이었습니다.
이학사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죽음이 두렵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도운 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었거든요.
"내가 죽더라도, 내가 도운 사람들은 살 수 있었잖아.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어." 이학사는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방 안에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더니, 검은 옷을 입은 낯선 사람이 나타난 것입니다.
※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당신이... 혹시 저승사자인가요?" 이학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다. 나는 무상귀라고 한다. 너를 찾아온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이학사의 얼굴이 새파래졌습니다. "혹시 저를 데려가러 오신 건가요?"
무상귀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다. 나는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을 찾으러 왔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이요?"
무상귀가 이학사의 품을 가리켰습니다. "바로 그 검은 두루마리 말이다. 그것은 원래 내 것이었다."
이학사는 깜짝 놀라서 두루마리를 꺼냈습니다. "이것이 당신 것이었다고요?"
"그렇다. 며칠 전 비 오는 날에 실수로 떨어뜨린 것이다. 그런데 네가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었구나."
이학사가 당황하며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몰래 보게 되었는데... 그런데 정말 이것 때문에 사람들의 운명이 바뀌는 것인가요?"
무상귀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사실 그 두루마리는 단순히 예정된 운명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각 사람의 현재 상태와 행동에 따라 계속 변하는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사람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사람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네가 다른 사람들을 도운 것도 그들의 운명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그들이 더 조심하고 건강을 돌보게 만든 것이다."
이학사가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제 운명도..."
"너의 운명 역시 마찬가지다. 네가 지금까지 베푼 선행들이 너의 운명을 바꾸고 있다."
무상귀가 두루마리를 펼쳐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 이상하다. 네 이름 옆의 글씨가..."
이학사가 급히 들여다보니, 자신의 이름 옆에 있던 '급병으로 사망'이라는 글씨가 흐릿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글씨가 나타나기 시작했지요.
'이학사 - 팔십 세 - 수명을 다하여 평안히 가다'
이학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루마리를 바라봤습니다. "이... 이게 정말인가요?"
무상귀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가 베푼 선행의 힘이 너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구하려는 네 마음과 행동이 하늘을 감동시킨 것이지."
"그렇다면 저는 죽지 않는 건가요?"
"그렇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하지만 기억해라. 운명은 계속 변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이학사는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상귀가 두루마리를 되돌려 받으며 말했습니다. "이제 이것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이 너무 오래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 물건이거든."
"네, 물론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될까요?"
"무엇이 궁금하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제가 도운 사람들 말입니다."
무상귀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들도 모두 네가 바꾼 새로운 운명을 살게 될 것이다. 네 덕분에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되었지."
이학사는 정말 기뻤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구한 것도 좋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 더욱 기뻤거든요.
"그런데 왜 저만 이 두루마리를 볼 수 있었던 건가요?"
"너에게는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는 진정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법이지."
무상귀가 일어서며 말했습니다. "이제 나는 가야겠다. 그리고 너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착하게 살아가거라."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무상귀가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참, 그리고 이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마라. 누가 믿겠느냐?"
※ 착한 일의 놀라운 힘
다음 날인 삼월 십오일이 밝았습니다. 원래라면 이학사가 죽을 운명이었던 날이지요. 하지만 이학사는 건강하게 일어나 평소와 같은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은 이학사가 왜 그렇게 기뻐하는지 이상해했습니다. "여보, 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요?" 부인이 물었습니다.
"그냥... 오늘이 특별히 좋은 날 같아서요." 이학사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물론 진짜 이유는 말할 수 없었지만요.
그날부터 이학사는 더욱 열심히 선행을 베풀기 시작했습니다. 저승사자 무상귀의 말을 잊지 않았거든요. 운명은 계속 변할 수 있으니 계속 선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요.
이학사는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더욱 정성을 다했습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물론이고, 배우고 싶어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무료로 글을 가르쳐 주었지요.
또한 마을에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앞장서서 도와주었습니다. 홀로 사는 할머니의 집을 고쳐드리기도 하고, 병든 사람들을 돌봐드리기도 했습니다.
몇 달이 지난 후,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학사가 도왔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좋은 소식을 가져온 것입니다.
박 주막집 주인은 심장 치료를 받은 후 완전히 건강해졌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새 생명을 얻었어요"라며 눈물을 흘리며 감사 인사를 했지요.
최 과부는 집에서 하는 빨래일이 잘 되어서 생활이 안정되었습니다. "선생님이 도와주신 덕분에 위험한 강에 가지 않아도 되게 되었어요"라고 기뻐했습니다.
김 대장장이도 화재 사고 후 더욱 조심하게 되어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었습니다. "그 일 이후로 더욱 조심하게 되었어요. 정말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라고 말했지요.
이학사가 무료로 가르쳤던 아이들 중에서는 과거에 급제하는 아이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아니셨다면 저는 공부할 기회도 없었을 것입니다"라고 고마워하는 제자들이 많았지요.
이런 일들을 보면서 이학사는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베푼 선행이 돌고 돌아서 더 큰 선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말이지요.
몇 년이 지나자, 이학사의 명성은 멀리까지 퍼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와서 가르침을 받으려 했지요. 하지만 이학사는 결코 교만해지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겸손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어느 날, 이학사는 우연히 무상귀를 다시 만났습니다. 무상귀는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이학사는 몰라볼 정도로 밝고 건강해져 있었지요.
"오랜만이구나, 이학사." 무상귀가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아, 무상귀님! 정말 반갑습니다." 이학사도 기뻐하며 인사했습니다.
"네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 훌륭하게 살았구나."
"다 무상귀님 덕분입니다. 그때 가르침을 주지 않으셨다면..."
무상귀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다. 모든 것은 네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단지 기회를 준 것뿐이지."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저처럼 두루마리를 본 사람이 또 있나요?"
무상귀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가끔 있다. 하지만 너처럼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한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자신의 운명만 바꾸려고 하거든."
"그렇군요. 저는 정말 운이 좋았나 봅니다."
"운이 아니라 마음이 좋았던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아가거라."
무상귀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참, 네 수명이 또 늘어났다. 지금처럼 살면 백 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이학사는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인가요?"
"선행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계속 기억해라."
그 후로도 이학사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는 전설 같은 존재가 되었지요. "이학사 선생님처럼 착하게 살면 오래 산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이학사는 죽기 전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도왔고, 그의 제자들도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착하게 살았습니다. 그렇게 선행의 고리는 계속 이어져 나갔지요.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전해져 내려오며,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과 행동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진정한 마음이 결국 자신에게도 복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말이지요.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의 저승사자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이학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소중한 진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진정한 마음이 결국 자신에게도 가장 큰 복이 된다는 것을 말이지요.
우리 조상들은 이런 지혜로운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선행의 힘이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지, 그리고 진정한 행복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에서 온다는 귀중한 교훈을 전해주었지요.
다음 시간에는 '저승사자가 들려준 인생의 비밀'이라는 더욱 신비롭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저승사자가 직접 들려주는 인생의 참된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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