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승사자의 마지막 임무

저승사자의 마지막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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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간 영혼을 거두어 온 저승사자가 마지막 임무를 받습니다. 하지만 그 영혼은 '금지된 영혼'이었고, 그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게 됩니다. 저승과 이승 사이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선택의 이야기.

후킹멘트

"이 이야기는 단순한 저승사자 이야기가 아닙니다. 천 년의 시간 동안 차갑게 식어있던 한 저승사자의 마음이, 마지막 임무를 통해 인간성을 되찾게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01. 천 년 묵은 저승사자의 마지막 임무 부여

저승의 어둠 속에서 한 저승사자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까마귀 날개처럼 검은 도포 자락이 바람에 흔들렸고, 그의 손에 들린 생사부는 천 년의 무게를 품고 있었습니다.

"무진아."

염라대왕의 부름에 저승사자 무진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실수 없이 영혼을 거두어 온 그였습니다.

"마지막 임무를 내리겠다."

무진의 창백한 얼굴에 미세한 흔들림도 없었습니다. 그저 묵묵히 염라대왕의 말씀을 기다렸을 뿐입니다.

"이번 영혼은... 특별하다."

염라대왕이 건넨 생사부에는 단 한 줄의 글씨만이 쓰여 있었습니다.
'금기의 꽃이 피는 날, 금지된 영혼을 거두라.'

"금지된 영혼이라 하셨습니까?"

천 년 만에 처음으로, 무진의 목소리에 의문이 실렸습니다.

"그렇다. 이 영혼은 애초에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영혼이다. 그리고 네가 마지막으로 거두어야 할 영혼이기도 하지."

저승의 찬바람이 불었습니다. 무진의 도포 자락이 더욱 거세게 흔들렸습니다.

"이승과 저승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금지된 영혼이 이승에 더 오래 머무를수록 두 세계의 균형이 깨어질 것이다."

무진은 생사부를 품에 넣었습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갑고 공허했지만, 가슴 한켠에서 낯선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임무를 수행하고 오겠습니다."

무진이 저승문을 향해 걸어갈 때, 염라대왕의 마지막 말이 그의 등 뒤를 따라왔습니다.

"무진아... 이번 임무는 네 운명도 바꾸게 될 것이다."

02. 금지된 영혼의 발견과 첫 만남

한양 깊은 밤, 무진은 금기의 꽃이 피어있다는 산길을 걸었습니다.
달빛 아래로 이상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이 모두 거꾸로 피어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로구나."

무진이 죽장을 들어 올리자,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었습니다. 그의 앞에 한 여인이 서 있었습니다. 하얀 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입은 여인은 달빛처럼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오셨군요, 저승사자님."

여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한 안도감이 묻어났습니다.

"네가 금지된 영혼이란 말이냐?"

"그렇다고들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제가 왜 금지된 영혼인지 모릅니다."

무진은 생사부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이상했습니다. 여인의 이름과 수명이 적혀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있었던 것입니다.

"이름이..."
"저는 이름이 없습니다. 제게 이름을 지어주실 수 있나요?"

천 년 동안 무진은 수많은 영혼을 거두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이름 없는 영혼이라니. 그것도 자신의 운명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영혼이라니.

"지금 당장 너를 데려가야 한다."

무진이 죽장을 들어 올렸을 때였습니다. 여인의 손에서 이상한 빛이 번쩍였고, 그 순간 무진의 머릿속에 낯선 기억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꽃이 가득한 들판... 누군가와 함께 걷고 있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웃음소리...

"이건..."

무진이 흔들리는 걸음을 겨우 잡았습니다. 천 년 동안 잊고 있었던 감정들이 조각조각 떠올랐다가 사라졌습니다.

"당신도 보셨나요? 제가 매일 밤 꾸는 꿈을..."

여인의 말에 무진은 차갑게 대답했습니다.

"허상일 뿐이다. 이제 가자."

하지만 여인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직... 아직 제가 해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

03. 영혼의 특별한 비밀 발견

무진은 여인을 쫓아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꾸로 핀 꽃들이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 하나둘 피어났습니다.

"멈추시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

여인이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들 앞에는 낡은 산사가 있었고, 그 안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저승사자님, 잠시만 이곳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무진은 망설였습니다. 임무 수행 중 영혼의 요청을 들어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이미 산사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산사 안에는 스님 한 분이 고요히 앉아있었습니다. 그의 앞에는 오래된 경전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오셨군요, 저승사자님."

스님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을 이었습니다.

"그 영혼이 왜 금지되었는지 아십니까?"

무진의 눈이 미세하게 떨렸습니다.

"이 경전에는 천 년 전의 이야기가 적혀있습니다. 저승과 이승의 경계에서 태어난 영혼에 관한 이야기지요."

스님이 경전을 넘기자, 그 안에서 한 장의 그림이 나왔습니다. 하얀 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입은 여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이것은..."

"그렇습니다. 이 영혼은 천 년 전부터 존재했던 겁니다. 저승과 이승을 이어주는 '경계의 꽃'을 지키는 영혼이지요."

여인이 조용히 말을 이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건 오직 하나... 누군가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갑자기 무진의 죽장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저승사자들이 접근하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그들이 왔군요."
"누구입니까?"
"금지된 영혼을 쫓는 검은 저승사자들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완전히 소멸시키려 할 것입니다."

스님의 말에 무진의 표정이 처음으로 변했습니다. 그의 차가운 눈동자에 한 줄기 감정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04. 저승사자의 내면적 갈등 시작

검은 안개가 산사를 감싸기 시작했습니다.
무진은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여인의 손을 잡고 뒷문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왜... 왜 저를 돕는 건가요?"

무진 자신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습니다. 천 년 동안 한 번도 어기지 않았던 저승의 법도를, 왜 지금 어기려 하는 것인지.

"검은 저승사자들이 오고 있다!"

스님의 외침과 함께 산사 주변으로 까마귀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검은 저승사자의 눈이었습니다.

"이쪽으로..."

무진이 여인을 이끌고 깊은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여인의 손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기운이 무진의 차가운 몸을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환영처럼 스치는 기억들.
꽃이 만발한 봄날, 누군가와 나누었던 약속.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기다릴게요..."

"멈추시오."

검은 저승사자 셋이 그들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무진 차사, 당신은 천 년 동안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었소. 지금 이 어리석은 선택이 당신의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오."

무진의 마음속에서 처음으로 혼란이 일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천 년의 의무가, 다른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감정이 그를 흔들었습니다.

"저승사자님... 저를 보세요."

여인이 무진의 얼굴을 마주 보았습니다. 그 순간 무진의 눈에 비친 것은 단순한 금지된 영혼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찾은 것 같은 낯선 감정이 그를 덮쳤습니다.

"나는... 나는..."

무진의 손에서 죽장이 떨어졌습니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의 물결이 일렁였습니다.

"어리석은 짓을 멈추시오. 당신도 알지 않소? 저승사자는 감정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검은 저승사자들이 서서히 다가왔습니다. 그들의 죽장에서는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고, 주변의 꽃들이 하나둘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선택하시오. 당신의 천 년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이 금지된 영혼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것인가."

무진의 가슴 속에서 처음으로 뜨거운 것이 솟구쳤습니다. 그것은 천 년 동안 얼어붙어 있던 그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소리였습니다.

05. 과거 기억의 조각들이 되살아남

검은 저승사자들의 포위 속에서, 무진의 머릿속에 기억이 홍수처럼 밀려들었습니다.

천 년 전, 그도 한 명의 인간이었습니다.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고 도망친 병사였죠. 그를 구한 것은 한 여인이었습니다. 경계의 꽃을 지키는 무녀.

"이 꽃들이 시들면, 저승과 이승의 경계가 무너져요."
"그걸 왜 혼자서 지키고 있소?"
"운명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에요."

무진의 눈앞에 그날의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꽃이 가득한 들판에서 나눈 약속,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맹세.

"기다릴게요. 전쟁이 끝나고 돌아오실 때까지..."

하지만 그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저승사자가 되는 것을 선택했죠. 그 과정에서 모든 기억을 잃었던 것입니다.

"당신이... 당신이 그날의..."

여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녀 역시 기억을 되찾은 것이었습니다.

"천 년이 지났지만, 나는 당신을 기다렸어요. 이 꽃밭에서..."

검은 저승사자들이 더욱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

그때 무진의 손에서 죽장이 갑자기 밝은 빛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차가운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이제 기억났소. 내가 왜 당신을 찾아야만 했는지..."

06. 금지된 영혼을 쫓는 다른 저승사자들

어둠 속에서 검은 저승사자들의 죽장이 일제히 땅을 쳤습니다. 순간 대지가 갈라지며 검은 안개가 솟구쳤습니다.

"마지막 기회다, 무진. 비켜서라."

무진은 여인을 등 뒤로 숨기며 자신의 죽장을 들어올렸습니다. 그의 죽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검은 안개를 가르기 시작했습니다.

"천 년 동안 나는 저승의 법을 지켰소. 하지만 그 법이 잘못되었다면?"

"감히 저승법에 도전하느냐!"

첫 번째 검은 저승사자가 공격해 들어왔습니다. 죽장과 죽장이 부딪히자 번개가 치듯 섬광이 일었습니다.

"넌 이미 인간이 아니다! 감정 따위를 가질 자격이 없어!"

두 번째 저승사자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무진의 움직임은 더욱 날카로워졌습니다. 그의 죽장이 그리는 궤적마다 빛이 타올랐습니다.

"당신... 힘이 약해지고 있어요."

여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무진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감정을 되찾을수록 저승사자의 힘은 약해지고 있었지만, 그의 의지만큼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물러나시오. 더 이상 피하지 않겠소."

무진의 죽장이 하늘을 가리켰습니다. 순간 달빛이 쏟아져 내리며 거꾸로 피어있던 꽃들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경계의 문이 열리고 있다!"

검은 저승사자들이 당황한 틈을 타, 무진은 여인의 손을 잡고 꽃밭 한가운데로 뛰어들었습니다. 꽃들이 만드는 빛의 소용돌이 속으로...

"멈춰라! 이러다 너도 소멸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무진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의 모습이 점점 투명해져 갔지만, 손만은 여전히 여인의 손을 단단히 잡고 있었습니다.

07. 예기치 못한 진실의 발견

빛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진과 여인은 이상한 공간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그곳은 저승도 이승도 아닌, 그 경계에 있는 곳이었습니다.

"여기가..."
"경계의 정원이구나."

끝없이 펼쳐진 꽃밭, 그리고 그 중앙에는 거대한 나무가 서 있었습니다. 나무의 한쪽은 시들어 있었고, 다른 한쪽은 생기 있게 피어있었습니다.

"드디어 돌아왔구나, 무진아."

깊은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나무 아래에서 한 노인이 걸어 나왔습니다.

"당신은..."
"나는 이 경계를 지키는 수호자다. 그리고 너희 둘을 천 년 동안 지켜봐 왔지."

노인은 나무를 가리켰습니다.

"이 나무는 생사의 나무라 하여, 이승과 저승의 균형을 잡아주는 존재였다. 하지만 천 년 전, 인간들의 욕심으로 전쟁이 일어났고 나무는 상처를 입었지."

"그래서 제가..."
"그래. 네가 나무를 지키는 무녀가 된 것이다. 그리고 무진은..."

"나는 왜 저승사자가 된 것입니까?"

노인의 눈에 따뜻한 빛이 어렸습니다.

"네가 스스로 선택했다.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천 년의 시간을 저승사자로 보내기로 한 것이지."

무진의 눈이 커졌습니다. 자신이 저승사자가 된 것은 운명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하지만 이제 나무가 죽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너희가 필요한 것이다. 서로를 향한 순수한 사랑만이 이 나무를 살릴 수 있으니까."

갑자기 검은 안개가 정원으로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검은 저승사자들이 쫓아온 것입니다.

"시간이 없다. 선택해라. 이제 너희의 진정한 운명을..."

08. 저승법을 어기고 영혼을 숨기는 선택

검은 안개가 경계의 정원을 점점 뒤덮어갔습니다.
생사의 나무가 서서히 시들어가기 시작했고, 검은 저승사자들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습니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
"저승법을 어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무진은 순간 자신의 도포를 벗어 여인의 어깨에 둘렀습니다. 도포에 깃든 저승사자의 기운이 그녀를 숨겨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을 찾지 못하게 할 테니..."
"하지만 당신은 어떻게..."

무진의 모습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승사자의 힘을 포기한다는 것은 곧 소멸을 의미했습니다.

"이제야 기억났소. 내가 왜 저승사자가 되었는지... 당신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였소."

생사의 나무 아래에서 노인이 지팡이를 들어올렸습니다.

"아직 기회가 있다. 나무에게 너희의 진심을 보여주어라."

무진과 여인은 손을 맞잡고 나무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천 년의 기다림, 잃어버린 기억, 그리고 다시 찾은 사랑... 그들의 이야기가 나무에 닿자 시들어가던 가지에 새싹이 돋기 시작했습니다.

"멈춰라! 저승법을 거스를 수는 없다!"

검은 저승사자들이 죽장을 휘둘렀지만,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그들의 공격을 막아섰습니다.

"법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영원하다."

노인의 말과 함께 정원 전체가 밝은 빛으로 가득 찼습니다. 검은 안개가 걷히고, 시들었던 꽃들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진의 몸이 투명해져가는 순간에도, 그의 눈빛만은 더욱 선명하게 빛났습니다.

09. 저승차사들과의 결정적 대결

생사의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점점 강해졌습니다.
그러나 검은 저승사자들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저승의 법도는 절대적이다! 죽어라!"

세 명의 검은 저승사자가 동시에 죽장을 휘둘렀습니다. 검은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무진과 여인을 향해 몰려왔습니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

그때였습니다. 무진의 몸에서 갑자기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습니다. 천 년 동안 쌓아온 저승사자의 모든 힘이 한순간에 폭발한 것입니다.

"안 돼요! 그렇게 하면 당신은..."
"괜찮소. 이것이 내가 선택한 운명이오."

무진의 몸이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육신이 완전히 소멸하려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건..."

생사의 나무가 갑자기 크게 울리며 가지를 뻗어 무진을 감쌌습니다. 나무의 생명력이 그의 육신을 붙잡은 것입니다.

"불가능한 일이다!"
"저승법에 어긋나는..."

검은 저승사자들이 외쳤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졌습니다. 대신 멀리서 다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제 됐다, 물러가거라."

염라대왕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폐하, 하지만 저승법이..."
"법은 인간을 위한 것이지, 인간이 법을 위한 것이 아니다."

염라대왕의 말에 검은 저승사자들은 마지못해 물러났습니다. 생사의 나무 아래에서 무진의 몸이 다시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너희는 더 이상 저승사자도, 금지된 영혼도 아니다. 이 경계의 정원을 지키는 새로운 수호자가 될 것이다."

10.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 깨달음

경계의 정원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생사의 나무는 이제 완전히 생기를 되찾았고, 주변의 꽃들도 더욱 화려하게 피어났습니다.

"이제 모든 기억이 돌아왔구나."

무진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습니다. 더 이상 차갑지 않았습니다. 천 년 동안 얼어있던 그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소.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걸..."

여인이 무진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들의 손이 맞닿은 곳에서 따스한 빛이 퍼져나갔습니다.

"저승사자로 있는 동안, 수많은 영혼을 보았소. 그들이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그때마다 내 마음 한켠이 흔들렸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했소."

"그래서 금지된 영혼을 찾으라는 마지막 임무를..."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그것은 임무가 아닌 선물이었다. 너희가 서로를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무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천 년 만의 첫 눈물이었습니다.

"이제 알겠소. 내가 왜 그토록 많은 영혼을 보내야 했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배우기 위해서였구나."

생사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작은 꽃잎들을 흩뿌렸습니다. 그 꽃잎들은 마치 축복처럼 두 사람의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곳의 새로운 수호자가 된 거군요."
"그래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우리는 영혼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수 있을 거예요."

무진은 처음으로 진정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더 이상 차가운 저승사자가 아닌, 따뜻한 수호자로서의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11. 운명에 맞서는 최후의 선택

평화로워 보였던 경계의 정원에 갑자기 어둠이 몰려왔습니다.
생사의 나무가 크게 흔들렸고, 멀리서 불길한 천둥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슨 일이..."
"균형이 깨져가고 있어."

노인의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지려 하는구나. 새로운 수호자가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누군가가 희생해야 한다."

무진과 여인은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둘 중 하나는 자신의 영혼을 바쳐 경계를 지켜야 했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안 돼요! 이번엔 제가..."

둘이 동시에 말했습니다. 하지만 무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습니다.

"나는 이미 천 년을 살았소. 하지만 당신은..."
"당신도 이제 막 진정한 삶을 찾으셨잖아요."

그때 생사의 나무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건..."

나무가 둘을 향해 가지를 뻗었고, 그들의 몸이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무가... 우리의 영혼을 하나로 만들고 있어요."
"둘이 하나가 되어 경계를 지키라는 뜻이구나."

노인이 미소 지었습니다.

"사랑은 하나이되 둘이요, 둘이되 하나니... 이보다 완벽한 수호자가 어디 있겠는가."

무진과 여인의 몸이 완전히 빛으로 변했습니다. 그 빛은 생사의 나무와 하나가 되어 정원 전체를 밝혔고, 무너져가던 경계가 다시 단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영원히 함께..."

두 영혼이 하나가 되어 나무에 스며들었습니다. 더 이상 저승사자도, 금지된 영혼도 아닌,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 것입니다.

12.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결말

세월이 흘러 이승과 저승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경계의 정원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생사의 나무는 더욱 크고 강하게 자라났습니다.

"저승사자님..."

한 어린 영혼이 정원을 찾아왔습니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아이였습니다.

"두렵구나..."

그때 나무에서 따뜻한 빛이 내려왔고, 그 빛 속에 두 개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한 명은 도포를 입은 저승사자의 모습이었고, 다른 하나는 하얀 저고리를 입은 여인이었습니다.

"괜찮아, 이리 오렴."

아이는 두려움을 잊고 그들에게 다가갔습니다. 놀랍게도 이승에서의 마지막 순간, 홀로 있었던 자신의 곁에 이 따뜻한 빛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습니다.

"우리가 너를 지켜주었단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

이제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영혼들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차가운 저승사자 대신 따뜻한 빛이 그들을 인도했고, 두려움 대신 평화가 그들을 감쌌습니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게 슬퍼요..."
"진정한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단다. 우리처럼..."

생사의 나무는 계절에 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습니다. 그 꽃은 이승에 희망이 되었고, 그 열매는 저승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깊은 밤, 달빛이 나무를 비출 때면 두 연인의 모습이 보인다고. 천 년의 기다림 끝에 하나가 된 저승사자와 무녀의 모습이...

그들의 사랑은 이제 영원한 전설이 되어,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엔딩멘트

"금지된 영혼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은 저승사자의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운명과 선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