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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사자의 붉은 부채, 생명을 담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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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저승사자, 생명, 모정, 희생, 운명, 효심, 인과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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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죽음을 다스리는 저승사자의 손에는 반드시 하나의 붉은 부채가 쥐어져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 붉은 부채에는 인간의 생명이 담겨 있으며, 그 부채를 펼치는 순간 죽음과 생명의 경계가 갈린다고 한다.

    01

    조선 후기, 한양 도성 밖 작은 마을의 가난한 초가집. 병석에 누운 어머니를 간호하던 열세 살 소녀 단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등잔불 아래 어머니의 창백한 얼굴이 더욱 초췌해 보였지요.

    "어머니, 죽 좀 드셔보세요..." 단비가 조심스레 어머니의 머리를 들어올렸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힘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습니다. 단비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지요.

    이틀 전에도, 사흘 전에도 마을의 명의들이 다녀갔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지요. "이제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수밖에..." 의원들의 말이 단비의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어머니의 숨소리는 날이 갈수록 약해져만 갔습니다. 밤이면 더욱 심해져서, 숨소리를 듣기 위해 단비는 귀를 바짝 대고 있어야 했지요. 때로는 어머니의 숨소리가 멈춘 것 같아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도 했습니다.

    "단비야..." 어머니가 희미한 목소리로 불렀습니다. "이제 그만 누워있거라. 너도 며칠째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하지만 단비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전 괜찮아요, 어머니. 어서 약을 드셔요." 식은땀을 흘리며 단비는 또다시 약을 달이기 시작했습니다. 귀한 약재들은 이미 다 떨어졌지만, 주변에서 캔 들풀이라도 달여드리고 싶었던 것이지요.

    창밖으로 달빛이 스며들었습니다. 단비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으로 빌었습니다. '제발... 제발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어린 소녀의 간절한 기도가 달빛 속으로 녹아들어갔지만, 하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02

    달빛이 가득한 밤, 단비는 우연히 마을 무당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약초를 찾아 깊은 산속을 헤매다 지친 단비는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희미한 불빛을 따라갔지요. 그곳에서 마을 아낙들이 무당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들이 가진 붉은 부채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하더구나." 무당의 목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울렸습니다. "그 부채에는 생명을 담을 수 있다지.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고 하더구나..."

    단비는 숨을 죽이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당의 말에 따르면, 저승사자들은 붉은 부채로 죽어가는 이의 영혼을 거두어 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부채에는 생명의 기운을 담을 수도, 또 다른 이에게 넘겨줄 수도 있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무당이 목소리를 낮추었습니다. "저승사자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은 큰 죄악이야. 그 벌로 영원히 저승과 이승 사이를 떠돌게 된다고 하더구나..."

    다른 아낙들은 무서워하며 자리를 피했지만, 단비의 눈은 이상한 빛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를 살릴 수 있다면...' 그녀의 마음속에 작은 희망의 씨앗이 자라나기 시작했지요.

    돌아오는 길, 달빛은 더욱 밝아져 있었습니다. 단비는 마치 하늘이 자신에게 길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승사자의 붉은 부채... 그것은 위험하고 무서운 것이었지만, 단비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단비의 작은 주먹이 굳게 쥐어졌습니다. 그녀는 결심했습니다. 저승사자가 어머니를 데리러 오는 그날, 반드시 그 부채를 손에 넣으리라고.

    03

    단비는 저승사자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어머니의 방 앞에서 밤새 꼿꼿이 앉아 지키기를 며칠... 단비의 눈에는 점점 다크서클이 짙어갔지만, 그녀는 절대 잠들지 않으려 했습니다.

    "조금만 더 버텨요, 어머니..." 단비는 방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어머니의 가쁜 숨소리를 들으며 손톱을 앙다물었습니다.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나빠져만 갔고, 이제는 물 한 모금도 넘기기 힘들어하셨지요.

    열흘째 되는 밤, 마침내 보름달이 떴습니다. 무당의 말에 따르면, 저승사자들은 주로 달이 가장 밝은 보름날 영혼을 거두러 온다고 했지요. 단비는 평소보다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렸습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주변의 공기가 차가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이 바람 한 점 없는데도 달그락거렸고, 마당의 봉숭아 꽃잎이 이유 없이 떨어져 내렸지요.

    "웬 아이가 이 밤중에..." 어둠 속에서 깊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단비는 숨을 죽였습니다. 검은 도포를 입은 키 큰 사내가 마당에 서 있었지요. 그의 손에는 붉은 빛을 내뿜는 부채가 들려있었습니다.

    저승사자는 천천히 어머니의 방으로 걸어갔습니다. 그의 발걸음에는 소리가 없었고, 달빛 아래로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지요. 단비의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이제 곧... 이제 곧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단비는 마음속으로 되뇌었습니다. 그녀의 작은 손이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만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했습니다.

    04

    저승사자가 방문 앞에 섰습니다. 그의 키는 처마에 닿을 듯 컸고, 검은 도포자락이 달빛 아래서 은은하게 빛났지요. 그가 천천히 붉은 부채를 들어올렸습니다.

    단비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습니다. 이제 저승사자가 부채를 펼치면 어머니의 혼이 빠져나올 것입니다. 그러면 더 이상 방법이 없어지겠지요. '지금이야...' 단비는 숨을 고르며 달려나갈 타이밍을 노렸습니다.

    "이제 가실 시간입니다..."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한밤중의 정적을 갈랐습니다. 그가 부채를 천천히 펼치기 시작했고, 붉은 빛이 주변을 물들이기 시작했지요.

    바로 그때였습니다. 단비가 마치 작은 화살처럼 튀어나왔습니다. 저승사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 열세 살 소녀가 이토록 대담한 행동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겠지요.

    "안 돼요!" 단비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작은 손이 부채를 낚아챘습니다. 순간 찬란한 붉은 빛이 마당 전체를 비추었고, 저승사자의 놀란 외침이 밤하늘을 울렸습니다.

    "감히 네가!" 저승사자가 손을 뻗었지만, 단비는 이미 달빛 속으로 달아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손에는 붉은 부채가 꼭 쥐어져 있었지요. 부채에서는 이상한 온기가 전해져 왔고, 달빛 아래서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를 살릴 수 있어..." 단비는 숨을 헐떡이며 달렸습니다. 뒤에서는 저승사자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발목을 휘감았지만, 단비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멈출 수 없었습니다.

    05

    달빛이 비치는 숲속 바위 위에 단비가 멈춰 섰습니다.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붉은 부채가 들려있었지요. 간신히 저승사자를 따돌렸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부채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붉은 비단에 금실로 수놓아진 글자들이 보였습니다. "생명을 얻으려는 자, 먼저 생명을 바쳐라..." 달빛 아래서 글자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빛났지요.

    "무슨 뜻이지...?" 단비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부채에서 갑자기 붉은 안개가 피어올랐고, 그 안개 속에서 무수한 영혼들의 모습이 비쳤습니다.

    "살려주세요..." "제발 더 살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은 어쩌나..." 영혼들의 애절한 목소리가 단비의 귓가에 울렸습니다. 그들은 모두 생명을 구하려다 부채의 힘에 희생된 이들이었지요.

    단비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부채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려면, 다른 누군가의 생명이 대가로 바쳐져야 한다는 것을. 그것도 자발적인 희생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그래서 무당님이 그렇게 위험하다고 하셨던 거구나..." 단비의 손이 떨렸습니다.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니... 이것은 단비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잔인한 진실이었습니다.

    달빛이 구름에 가려지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멀리서 저승사자의 발걸음 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지요. 단비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부채를 돌려주고 모든 것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생명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어머니를 살릴 것인가.

    06

    단비가 떨리는 손으로 부채를 펼쳤습니다. 순간 찬란한 붉은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그녀의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수많은 생명의 불꽃이 반딧불처럼 떠다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각각의 불꽃은 서로 다른 빛깔과 크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것은 밝게 타오르고 있었고, 어떤 것은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지요. 마치 별들이 내려와 춤추는 것 같았습니다.

    "이게 다... 마을 사람들의 목숨이구나..." 단비는 천천히 깨달았습니다. 저기 크게 타오르는 붉은 불꽃은 건강한 장정의 것일 테고, 희미하게 깜빡이는 푸른 불꽃은 병든 이의 것일 터. 그중에서 가장 약하게 타오르는 보랏빛 불꽃 하나가 단비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어머니..." 단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것이 어머니의 생명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지요. 너무나 약해져서 금방이라도 꺼질 것만 같은 불꽃이었습니다.

    단비가 조심스레 손을 뻗자, 불꽃들이 그녀의 손가락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따뜻했지만 뜨겁지는 않았고, 그 속에서 생명들의 속삭임이 들려왔습니다. 아이의 웃음소리, 노인의 한숨 소리, 젊은이의 희망찬 목소리가 뒤섞여 있었지요.

    "이걸로 어머니를 살릴 수 있어..." 단비의 마음이 다급해졌습니다. 하지만 곧 두려움이 밀려왔지요. 이 불꽃들 중 하나를 꺼트려야 어머니의 불꽃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은 곧 누군가의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07

    단비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눈앞에서 반짝이는 생명의 불꽃들을 바라보며,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갔지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야 한다니... 그것은 너무나 잔인한 선택이었습니다.

    "혹시... 나쁜 사람의 목숨이라면..." 단비는 잠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지요. 마을에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어떻게 남의 생명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요?

    밝게 타오르는 불꽃 하나가 단비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속에는 어린 아이의 웃음소리가 담겨있었지요. "이 아이에게도 가족이 있겠지... 이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또 다른 불꽃 속에서는 늙으신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손주들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그 목소리에는 삶의 따뜻함이 가득했지요. "모든 생명은 이렇게 소중한 거구나..."

    "하지만 어머니는..." 단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어머니의 희미한 생명의 불꽃이 점점 더 약해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달빛이 구름에 가려지고 어둠이 깊어졌습니다. 단비의 마음속에서는 두 가지 목소리가 계속해서 싸웠습니다. 어머니를 살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 다른 이의 생명을 앗아서는 안 된다는 양심이...

    08

    "그만하거라."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단비가 놀라 돌아보니, 저승사자가 어느새 그녀의 곁에 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과는 다른 모습이었지요. 위압적인 기운은 사라지고, 달빛처럼 차분한 눈빛으로 단비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도망가실 생각은 마시오. 이미 충분히 도망쳤잖소." 저승사자가 단비 곁에 천천히 앉았습니다. 그의 검은 도포자락이 밤바람에 살랑거렸지요. "이제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저는... 저는 그저 어머니를..." 단비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습니다.

    "알고 있다오. 그 마음이 진실하기에 내가 여기 온 것이니..." 저승사자의 목소리에는 깊은 연민이 담겨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대가 모르는 것이 있소. 생명이란 것은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라오."

    저승사자는 손을 뻗어 한 생명의 불꽃을 가리켰습니다. "보시오. 이 불꽃이 꺼진다면, 이 사람과 연결된 모든 이들의 불꽃도 함께 어두워질 것이오. 부모는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아내는 남편을 잃은 상실로, 자식들은 아버지를 잃은 고통으로..."

    달빛이 두 사람을 비추었고, 주변의 생명의 불꽃들이 마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조용히 맴돌았습니다. 단비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지요.

    "그래서 저는... 어머니를 그냥 보내야 하나요?" 단비의 떨리는 목소리에 저승사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09

    "모든 생명은 서로 이어져 있단다." 저승사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습니다. "마치 거미줄처럼... 한 곳을 건드리면 줄 전체가 흔들리는 것처럼 말이야."

    저승사자가 손을 휘저으자 생명의 불꽃들이 하나로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금빛 실처럼 반짝이는 선들이 각각의 불꽃을 연결했고, 마치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아름다운 무늬를 그렸지요.

    "보렴. 이 청년의 불꽃은 어머니의 불꽃과 이어져 있고, 또 그의 아내와 자식들의 불꽃과도 연결되어 있지.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시킨다면, 그 슬픔은 끝없이 이어질 거야."

    단비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다른 이의 목숨을 앗아간다면, 그것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과 같은 아픔을 안겨주는 일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단비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그럼 전 그저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걸 지켜봐야 하나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가요?"

    저승사자는 잠시 침묵했습니다. 그의 눈빛이 달빛처럼 깊어졌지요. "때로는 보내는 것도 사랑이란다. 마지막 순간을 평온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것... 그것도 너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야."

    달빛이 구름 사이로 스며들었고, 생명의 불꽃들이 부드럽게 춤추었습니다. 단비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지만, 그 눈물은 이전과는 달랐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깊은 이해와 받아들임이 담겨 있었지요.

    10

    달이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 단비는 천천히 일어섰습니다. 그녀의 손에 들린 부채가 달빛에 붉게 빛났고, 주위의 생명의 불꽃들이 부드럽게 맴돌았지요.

    단비가 어머니의 희미한 생명불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제는 그 불꽃이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약하고 희미하지만, 그 안에 담긴 따뜻함과 사랑이 느껴졌지요. 지금까지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살아온 시간들, 그 모든 순간이 이 작은 불꽃 속에 담겨있었습니다.

    "어머니..." 단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눈물은 달랐습니다. 두려움이나 절망이 아닌, 깊은 이해와 사랑이 담긴 눈물이었지요.

    저승사자는 묵묵히 단비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그의 눈빛에는 기다림이 담겨있었지요. 마치 단비가 스스로 어떤 깨달음을 얻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이제 알겠어요..." 단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머니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른 분의 생명을 앗아가는 건... 그건 어머니도 원치 않으실 거예요."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달빛이 구름 사이로 스며들었고, 생명의 불꽃들이 마치 단비의 말에 동의하듯 반짝였습니다. 단비의 손에서 붉은 부채가 천천히 떨어졌고, 저승사자가 조용히 그것을 주워들었지요.

    11

    "제 목숨을 바칠게요.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단비의 결연한 목소리가 밤하늘에 울렸습니다. 저승사자는 깊은 눈빛으로 단비를 바라보았고, 그의 입가에 슬픈 미소가 어렸습니다.

    "그대는 아직 어리구나. 하지만 그 마음만은 어른보다 더 성숙하오." 저승사자가 천천히 손을 들어올리자, 주변의 생명불들이 더욱 밝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전 정말 진심이에요. 제가 대신 죽을 수만 있다면..." 단비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자신의 죽음이 두려웠지만, 어머니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고 있다오. 그대의 효심이 진실하기에 하늘도 감동했을 터. 보시오..." 그가 가리킨 곳을 보니, 어머니의 희미했던 생명불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어찌된 일인가요?" 단비의 눈이 커졌습니다. 저승사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습니다. "그대의 효심이 하늘을 움직인 것이오. 다른 이의 생명을 앗아가려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려 한 그 마음이..."

    달빛이 구름 사이로 쏟아져 내렸고, 붉은 부채가 은은한 빛을 내뿜었습니다. 저승사자의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어려 있었지요. "이제 돌아가시오. 그대의 어머니 곁으로... 이번만큼은 하늘이 특별한 은총을 내리셨으니..."

    12

    그날 이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단비의 어머니는 마치 악몽에서 깨어난 것처럼 병석에서 일어났고, 혈색이 점점 돌아오기 시작했지요.

    "이상하구나..." 마을의 의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분명 치료가 불가능하다던 병이 하룻밤 사이에 나았으니까요. 하지만 단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자신이 보았던 생명의 불꽃들과, 저승사자의 따뜻한 미소를...

    어머니는 더욱 건강해졌고, 단비도 무사했습니다. 저승사자의 붉은 부채가 단비의 효심에 감동해 스스로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었다는 소문이 마을에 퍼졌지요.

    이후로 단비는 달이 밝은 밤이면 마당에 나와 하늘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가끔 멀리서 검은 도포 자락이 스치는 것 같기도 하고, 붉은 부채의 빛이 반짝이는 것도 같았지요. 하지만 그것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 저기 봐요. 달이 참 예쁘죠?" 단비는 이제 어머니와 함께 달을 보며 미소 짓습니다. 그들은 모릅니다. 저승사자가 가끔 멀리서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도 저승의 어딘가에는 붉은 부채가 있다고 합니다. 진정한 효심 앞에서는 저승의 법도마저 떨린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 부채는 영원히 사랑과 희생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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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어린 소녀의 순수한 효심이 저승의 법도마저 움직인 이야기... 진정한 사랑은 때로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저승사자의 붉은 부채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누군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그런 사랑이 있지 않을까요?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조선 시대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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