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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의 선물 -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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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저승사자, #마지막소원, #효심, #모정, #생사, #운명, #희생, #저승길, #가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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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순조 시대, 병든 어머니를 홀로 모시는 열여섯 소녀 숙이는 자신을 데리러 온 저승사자에게 마지막 소원을 빈다. 단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그녀의 순수한 효심에 감동한 저승사자는 24시간의 시간을 선물한다. 그러나 그 시간은 결코 평범한 하루가 아니었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모녀의 이야기.
1.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는 숙이
"어머니, 이 죽 한 숟가락만 더 드셔요..."
숙이가 병든 어머니의 입가에 죽을 떠다 준다. 여름날의 뜨거운 열기가 낡은 문짝 사이로 스며든다.
"숙아... 이제 그만..."
어머니의 마른 손이 숙이의 손을 밀어낸다. 한 달째 계속되는 고열로 어머니의 얼굴은 창백하기만 하다.
"안 돼요. 조금만 더 드셔야..."
숙이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열여섯 나이에 홀어머니를 간호하는 것이 힘들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원망의 그림자도 없다.
"아버지가 떠나신 뒤로 네가 고생이..."
어머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침이 터져 나온다. 숙이는 급히 어머니의 등을 두드린다.
"어머니, 제발..."
그때 마당에서 이상한 바람이 불어온다. 한여름인데도 차가운 기운이 방안을 휩쓴다.
"이상하다..."
숙이가 문밖을 살피려는데, 갑자기 까마귀 한 마리가 처마에 앉아 울기 시작한다.
까악- 까악-
"저런 날에 까마귀라니..."
옆집 할머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중얼거린다.
"좋지 않은 조짐이야..."
숙이는 까마귀를 쫓으려 마당으로 나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까마귀는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숙이를 빤히 바라본다.
"이상한 날씨에... 이상한 까마귀까지..."
숙이의 가슴이 불안하게 뛴다. 어머니의 기침 소리가 다시 들리자 그녀는 급히 방으로 돌아간다.
"어머니, 약을 다려야 하는데... 돈이..."
숙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마지막 약값으로 쓸 돈마저 어제 어머니의 미음을 사는 데 써버렸다.
저녁 노을이 초가지붕을 물들이고, 까마귀는 여전히 처마 끝에서 숙이를 바라보고 있다. 이제 곧 그녀의 운명이 바뀌려 하고 있음을, 아무도 모른 채.
2. 저승사자의 등장
해가 저물고 달이 떠오를 무렵, 숙이는 우물가에서 물동이를 채우고 있었다. 그때였다.
"네가 이수숙이란 아이냐?"
차가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온다. 숙이가 돌아보니, 검은 도포를 입은 젊은 남자가 서 있다.
"누... 누구신지..."
숙이의 목소리가 떨린다. 달빛에 비친 남자의 모습이 어딘지 섬뜩하다.
"나는 네가 알 필요 없다."
남자가 한 걸음 다가선다.
"다만 네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리러 왔을 뿐."
"시간이요...?"
숙이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처마 끝의 까마귀가 다시 울음을 터뜨린다.
"그래. 너는 오늘 밤..."
남자의 말이 이어지려는 순간, 방안에서 어머니의 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안 돼요!"
숙이가 급히 물동이를 들고 방으로 달려가려 하자, 남자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다.
"피할 수 없다."
남자... 아니,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차갑다.
"이미 정해진 운명이니..."
"하루만... 하루만 더 시간을 주세요."
숙이가 무릎을 꿇는다.
"어머니 병환이 이리 심하신데..."
달빛이 두 사람 사이로 쏟아진다. 저승사자의 눈에 이상한 빛이 스친다.
"네 어머니는..."
"제발요..."
숙이의 눈물이 달빛에 반짝인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잘 모시고 싶어요."
까마귀가 다시 한 번 울음을 터뜨리고, 저승사자의 표정이 흔들린다. 운명의 시간이 저승사자의 발걸음을 붙잡은 것일까.
3. 마지막 소원을 비는 숙이
"마지막 소원이라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숙이의 눈물 젖은 목소리에 저승사자가 발걸음을 멈춘다.
"소원이라..."
저승사자의 차가운 눈빛이 흔들린다.
"네가 바라는 게 뭔지 이미 알고 있다."
달빛이 더욱 밝아지며 마당을 비춘다. 어머니의 기침 소리가 간간이 들려온다.
"단 하루만..."
숙이가 저승사자의 도포자락을 붙잡는다.
"하루만 더 어머니를 모시게 해주세요."
"규칙을 어길 순 없다."
저승사자가 차갑게 말한다.
"하지만..."
그의 말이 이어지려는 순간, 방안에서 '쿵'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
숙이가 방으로 달려가려 하자, 저승사자가 그녀의 팔을 잡는다.
"잠깐..."
저승사자의 눈빛이 달라진다.
"스물네 시간을 주마."
"정말인가요?"
숙이의 눈이 커진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저승사자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한다.
"내일 이 시각이 되면, 반드시 나와 함께 가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숙이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약속하겠습니다."
달빛 아래 까마귀가 날아가고, 저승사자의 모습도 흐려진다. 숙이는 급히 방으로 달려가 쓰러진 어머니를 일으킨다.
"이제...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위한 효도를 해야겠어요."
숙이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달빛에 반짝인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단 하루뿐.
4. 24시간의 약속
"어머니, 저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숙이가 어머니의 이불을 여미며 속삭인다. 동이 트기 시작하는 하늘에 마지막 별들이 반짝인다.
"이 시간에 어딜..."
어머니가 기침을 하며 말한다.
"장터에 가야해요. 오늘은 약을 꼭 지어와야..."
숙이는 말끝을 흐린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단 하루뿐임을 어머니는 모른다.
"저승사자님..."
숙이가 마당에 서서 부른다. 달빛 속에서 저승사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정말 24시간을 주긴 했지만..."
저승사자가 말을 잇는다.
"넌 이미 저승에 불려간 몸. 함부로 다른 이들과 말해선 안 된다."
"하지만 어머니의 약은..."
"그건 네 선택이다."
저승사자의 눈빛이 깊어진다.
"하지만 네가 남들과 대화를 나누는 순간, 시간은 그 자리에서 끝난다."
숙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말없이 약재를 구하고, 말없이 어머니를 모시는 수밖에 없다.
"이제 열두 시진이 남았다."
저승사자가 하늘을 가리킨다.
"해가 저 자리로 돌아올 때, 나는 너를 데리러 올 것이다."
숙이는 묵묵히 장터로 향한다. 그녀의 뒤를 따르는 저승사자의 모습이 달빛에 번졌다가 사라진다.
아침 해가 떠오르며 마을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숙이는 이제 더 이상 다른 이들과 말을 나눌 수 없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단단한 결심이 서려있다.
마지막 24시간, 그녀의 침묵의 효도가 시작된다.
5. 어머니를 위한 마지막 효도
"아가씨, 약재 사려면 어서 와보슈!"
"이 약재가 좋다니까!"
상인들의 외침이 장터를 가득 메우지만, 숙이는 입을 다문 채 약재들을 살핀다.
'어머니의 기침에는 도라지와 생강...'
숙이가 약재 값을 계산하려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며 저승사자가 나타난다.
"조심하거라."
저승사자가 속삭인다.
"저기 건너편에서 네 이름을 부르는 이가 있다."
숙이가 고개를 돌리니 이웃집 할머니가 손을 흔들고 있다. 숙이는 급히 고개를 숙이고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열 시진이 남았다."
저승사자의 말에 숙이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장터를 벗어나 골목길로 들어서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숙아! 너 정말 숙이 맞니?"
친구 월이였다. 숙이는 눈물을 참으며 그대로 지나친다.
"네 마음을 알겠다."
저승사자가 그녀의 곁을 걷는다.
"하지만 이것이 네가 선택한 길이니..."
숙이의 품에 안긴 약재들이 달빛에 은은히 빛난다. 마지막 효도를 위해 그녀는 오늘 하루, 세상과의 대화를 포기해야만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승사자는 처음으로 숙이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다. 차가운 그의 손길에도 따뜻함이 묻어난다.
마을 어귀에 다다르자 멀리서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 정오가 되었음을 알리는 소리다. 이제 숙이에게 남은 시간은 단 반나절뿐.
6. 예상치 못한 반전
"어머니, 약을 달였어요..."
숙이가 정성스럽게 달인 약을 어머니의 입가로 가져간다. 대낮의 뜨거운 햇살이 방을 가득 비춘다.
"어머... 이걸 어디서..."
어머니가 놀란 눈으로 약그릇을 바라본다. 값비싼 약재들이 든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숙이는 말없이 미소만 짓는다. 응답하는 순간 남은 시간이 사라질 것을 알기에.
"이 아이가... 대체 어디서..."
어머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마당에서 바람이 일고 저승사자가 나타난다.
"여섯 시진."
저승사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숙이의 귓가에 울린다.
숙이는 약그릇을 내려놓고 어머니의 등을 두드린다.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 순간을, 그녀는 깊이 새기려 하듯 천천히 움직인다.
"이상하구나..."
어머니가 중얼거린다.
"약을 먹고 나니 몸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은데..."
저승사자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임무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이렇게 지극한 효심이라니..."
그의 중얼거림을 숙이만이 들을 수 있었다.
햇살이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숙이는 묵묵히 어머니의 병수발을 이어간다. 말 한마디 없이도 전해지는 그녀의 효심이 방안을 따뜻하게 채운다.
이제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저승사자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며, 숙이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7. 어머니의 상태 악화
"으아악!"
갑자기 들려오는 어머니의 비명에 숙이가 급히 방으로 달려간다. 노을이 방안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가..."
어머니가 가슴을 부여잡고 신음한다.
"가슴이... 가슴이..."
숙이는 달려가 어머니를 부축하려 하지만, 저승사자가 그녀의 어깨를 잡는다.
"이제 세 시진..."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떨린다.
"그리고 네 어머니의 수명도..."
숙이의 눈이 커진다. 어머니마저 오늘 돌아가신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말해야 해... 어머니를 살려야...'
숙이의 입술이 떨린다. 하지만 말을 하는 순간 남은 시간은 사라지고, 어머니의 마지막을 지킬 수 없게 된다.
"아가... 네가 오늘 왜 말이 없는지..."
어머니가 힘겹게 말을 잇는다.
"이제 알 것 같구나..."
숙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어머니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계셨던 걸까.
"내 딸이... 이렇게까지..."
어머니의 숨이 점점 약해진다.
저승사자가 명부를 꺼내든다. 이수숙과 그녀의 어머니, 두 개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있다.
붉은 노을이 점점 짙어지고, 숙이는 말 한마디 없이 어머니의 손을 꼭 잡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의 효심은 침묵으로 빛나고 있었다.
8. 저승사자의 고민
"네가... 네가 네 목숨을 던져서라도..."
저승사자가 침묵을 깬다. 그의 차가운 눈빛이 처음으로 흔들린다.
"어머니를..."
숙이가 입을 연다. 이제는 더 이상 침묵이 의미가 없었다.
"어머니를 대신해 저를 데려가실 수는 없나요?"
저승사자가 명부를 펼친다. 달빛이 그의 손끝을 비추고, 숙이의 이름이 붉게 빛난다.
"이건 규칙에 어긋나..."
저승사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머니의 신음 소리가 더욱 커진다.
"제발..."
숙이가 저승사자의 도포자락을 붙잡는다.
"어머니는 아직 더 사셔야 해요. 저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전 어머니 없이는..."
달빛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까마귀가 다시 날아와 처마 끝에 앉는다.
"명부의 규칙은 어길 수 없다."
저승사자가 차갑게 말한다.
"하지만..."
그가 명부를 다시 펼친다. 이번에는 다른 페이지를 넘기더니, 붓을 꺼낸다.
"내가 처음으로... 규칙을 어기려 한다."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떨린다.
"너의 효심이... 나의 오랜 삶을 흔들어놓았구나."
붓끝이 명부 위를 스치고, 숙이의 이름 옆에 무언가가 적힌다.
달빛이 더욱 밝아지며, 어머니의 숨소리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간다.
"이제 됐다..."
저승사자가 명부를 덮는다.
"오늘 밤, 나는 처음으로 실수를 저질렀다."
9. 숙이의 결단
"저승사자님..."
숙이가 저승사자를 바라본다. 달이 거의 정점에 다다랐다.
"네 이름 옆에 특별한 표식을 남겼다."
저승사자가 명부를 다시 펼친다.
"'지극한 효심으로 인한 수명 연장'이라고..."
"그럼 저는..."
"너와 네 어머니, 둘 다 살게 될 것이다."
저승사자의 눈에서 이상한 빛이 번쩍인다.
"하지만 그 대가로 나는..."
까마귀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고, 저승사자의 모습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한다.
"저승사자님, 당신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나는 이제 인간 세상을 떠나 황천길의 문지기로 좌천될 것이다."
그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온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네 효심이... 내 오랜 업보를 씻어주었으니..."
달빛이 갑자기 밝아지더니, 어머니의 방에서 신음 소리가 멎는다.
"어머니!"
숙이가 방으로 달려가보니, 어머니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고 있었다.
"이상하구나..."
어머니가 천천히 눈을 뜬다.
"마치 긴 꿈에서 깨어난 것 같구나..."
저승사자의 모습은 이제 달빛 속으로 완전히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마지막 미소만이 남아있다.
"너희 모녀의 인연이...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구나..."
10. 저승사자의 선택
"이상하지 않나요, 어머니?"
숙이가 완쾌된 어머니와 마당에 앉아 달을 바라본다.
"그날 이후로 어머니 병환이 깨끗이 나으시고..."
"그래..."
어머니가 미소 짓는다.
"그날 밤 이상한 꿈을 꾸었단다. 검은 도포를 입은 젊은이가 나타나..."
숙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날의 기억이 선명히 떠오른다.
"저승사자라고 했던가..."
어머니의 말에 숙이가 놀라 고개를 든다.
"어머니도 보셨어요?"
"모든 걸 지켜보았단다."
어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네가 나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으려 했다는 것도..."
달빛이 두 모녀를 비추고, 멀리서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린다.
"저승사자님은 어떻게 되셨을까요..."
숙이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때, 마당에 이상한 바람이 불며 종이 한 장이 날아온다. 숙이가 집어들어 보니 명부의 한 페이지였다.
'이수숙, 효심으로 인한 수명 연장.
그녀의 어머니, 딸의 효심으로 병고 치유.
담당 저승사자, 황천길 문지기로 좌천되어 새 삶을 시작하다.'
"저승사자님..."
숙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달빛 아래, 까마귀가 날아가고 종이는 바람에 흩어진다. 모녀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11. 뜻밖의 선물
"여기가 황천길의 입구입니다."
문지기가 된 저승사자가 새로 온 영혼들을 맞이한다. 그의 모습은 예전의 위엄 대신 소박한 미소를 띠고 있다.
"저승사자님..."
익숙한 목소리에 그가 고개를 든다. 마을 할머니가 된 숙이가 그 앞에 서있다.
"아, 그때 그 아이로군..."
저승사자의 눈빛이 따뜻해진다.
"팔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구나."
"은혜를 갚으러 왔습니다."
숙이가 절을 하려하자 저승사자가 말린다.
"갚을 은혜는 없다. 오히려 네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으니..."
그가 황천길을 가리키며 말을 잇는다.
"이곳에서 수많은 영혼을 맞이하며, 나는 인간의 마음을 배웠다."
"어머니는 제가 떠난 뒤에도 오래 사셨어요."
숙이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때 저승사자님이 아니었다면..."
"네 효심이 모든 것을 바꾼 거야."
저승사자가 미소 짓는다.
"자, 이제 가보거라. 네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실 테니."
황천길 끝에서 밝은 빛이 비친다. 그곳에서 누군가가 손을 흔들고 있다.
"어머니!"
숙이가 달려가려는 순간, 저승사자가 마지막으로 말한다.
"고맙다... 네 덕분에 나도 진정한 마음을 알게 되었으니..."
달빛이 황천길을 비추고, 모녀의 재회와 저승사자의 미소가 어우러진다.
12. 새로운 시작
"누추하지만 들어오시지요."
황천길 문지기가 된 저승사자가 자신의 거처로 숙이와 그녀의 어머니를 안내한다. 달빛이 비치는 작은 초가는 생전 그들이 살던 집과 똑같이 생겼다.
"이곳은..."
숙이가 놀란 눈으로 주위를 살핀다.
"내가 팔십 년 동안 준비한 선물이다."
저승사자가 미소 짓는다.
"이제 이곳이 당신들의 영원한 보금자리가 될 것이오."
"저승사자님..."
어머니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이런 은혜를..."
"은혜라뇨. 나는 그저..."
저승사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와 앉는다. 팔십 년 전 그날의 까마귀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차가운 저승사자가 아니오."
그가 따뜻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당신들이 가르쳐준 인간의 정을 느끼며, 이곳에서 지친 영혼들을 위로하는 것이 내 새로운 소임이 되었소."
달빛이 초가를 비추고, 세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로 어우러진다. 효심이 만들어낸 기적은 이렇게 영원한 인연이 되어 이어져 갔다고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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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승사자의 선물 -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 이야기' 어떠셨나요?
이 이야기는 조선시대 전해 내려오는 여러 저승사자 설화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특히 효심이 지극한 이에게 저승사자도 마음을 움직였다는 이야기들이 많았죠.
우리 선조들은 저승사자를 단순히 무서운 존재로만 여기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인간의 정에 감동하고,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선한 영혼을 돕는 존재로 그렸죠.
이는 죽음조차도 인간의 진심 어린 마음 앞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도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