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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본 세상은 이랬단다

황금 인생 21 2025. 10. 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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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에서 본 세상은 이랬단다 , 죽은 할머니 손주 찾아와

    태그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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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300자 내외)

    죽은 지 사흘째 되던 날, 할머니가 돌아왔습니다. 저승길을 가다가 손주 얼굴이 너무 보고 싶어 잠깐 돌아온 것이었지요. 할머니는 손주에게 저승에서 본 것들을 하나하나 들려주었습니다. 저승사자의 모습, 삼도천을 건너는 법, 염라대왕 앞에 서는 순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죽기 전에 꼭 해두어야 할 일들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알려준 저승의 비밀은 단순한 귀신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실이었지요. 오싹하면서도 뭉클한, 그리고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조선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저승사자 이야기를 재구성했습니다. 죽은 할머니가 손주에게 찾아와 저승에서 경험한 일들을 들려주며,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교훈을 전합니다. 단순한 귀담이 아닌, 우리 조상들이 생각했던 사후세계관과 삶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입니다. 무섭지만 따뜻하고, 슬프지만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시니어 세대에게는 공감을, 젊은 세대에게는 조상에 대한 이해를 선사하는 의미 있는 이야기입니다.

    ※ 할머니의 죽음

    1920년대 어느 시골 마을, 김씨 할머니는 여든한 살의 나이로 평온하게 눈을 감았습니다. 오랜 병환 끝에 맞이한 죽음이었지만, 할머니의 얼굴은 고요했습니다. 마치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편안해 보였지요. 임종을 지킨 가족들은 슬펐지만, 할머니가 고통 없이 가셨다는 것에 위안을 받았습니다. 맏아들이 할머니의 눈을 감겨드리고, 며느리가 수의를 입혔으며, 손주들은 울먹이며 할머니의 손을 잡았습니다.
    장례는 전통 방식대로 삼일장으로 치러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조문을 왔고, 상여가 준비되었으며, 집안은 상을 당한 분위기로 가득했습니다. 영정 앞에는 향이 피워졌고, 밤낮으로 누군가가 할머니를 지켰습니다. 특히 막내 손주인 열다섯 살 순이는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가 살아생전 가장 아꼈던 손녀였거든요. 순이는 할머니가 해주시던 이야기들, 따뜻한 손길, 다정한 목소리가 그리워 계속 울었습니다.
    삼일째 되는 날 밤이었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할머니를 산소에 모시고 가야 했습니다. 가족들은 마지막 밤을 지키며 영정 앞에 모여 앉았습니다. 큰아들은 아버지가 묻힌 산소 옆자리를 이미 준비해두었고, 작은아들은 상여를 점검했으며, 며느리들은 발인 후 나눠줄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지요.
    하지만 순이만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녁때부터 묘한 기운이 느껴졌거든요. 뭔가 할머니가 아직 완전히 떠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영정 앞에 앉아 있으면 할머니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고, 가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순이는 어른들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슬픔에 지쳐 정신이 이상해진 거라고 생각할까 봐요.
    밤이 깊어지자 가족들은 하나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어른들은 건넛방에서, 아이들은 안방에서 눈을 붙였지요. 하지만 순이는 잠들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 생각이 자꾸만 났고,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못 드린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순이는 조용히 일어나 영정이 모셔진 대청으로 나갔습니다. 촛불이 흔들리고 있었고, 향 냄새가 진하게 풍겼습니다.
    순이는 할머니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할머니, 정말 가시는 거예요? 저를 두고요? 할머니가 안 계시면 저는 어떡해요? 누가 저한테 옛날이야기를 해주고, 누가 저를 꼭 안아주나요? 순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촛불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순이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대청 한쪽 어둠 속에서 뭔가가 천천히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희미한 형체였는데, 점점 선명해졌습니다. 순이는 비명을 지르려다 입을 막았습니다. 그 형체는 다름 아닌 할머니였으니까요. 죽은 할머니가 거기 서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생전과 똑같은 모습이었습니다. 흰 한복을 입고, 은빛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주름진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계셨습니다. 다만 몸이 약간 투명해 보였고, 발이 땅에서 살짝 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는 순이를 보며 손짓했습니다. 놀라지 말라는 듯이. 순이는 온몸이 얼어붙었지만, 이상하게도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할머니였으니까요.
    할머니가 입을 열었습니다. 목소리는 생전보다 더 맑고 부드러웠습니다. 순아, 할매가 왔다. 깜짝 놀랐지? 미안하구나. 하지만 네 얼굴이 너무 보고 싶어서 잠깐 돌아왔단다.

    ※ 돌아온 할머니

    순이는 할머니를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꿈인가 싶어 볼을 꼬집어봤지만 아팠습니다. 현실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정말로 돌아오신 것입니다. 순이는 일어나 할머니께 다가가려 했지만, 할머니가 손을 들어 말렸습니다. 가까이 오지 마라. 할매는 이미 저승 사람이라 너한테 해로울 수도 있단다. 그냥 거기 앉아서 할매 이야기를 들어라. 순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할머니는 대청 한구석에 조용히 앉으셨습니다. 아니, 앉으신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바닥에 닿지 않고 공중에 떠 계신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는 먼 곳을 바라보듯 눈을 가늘게 뜨고 말씀을 시작하셨습니다. 순아, 할매가 숨을 거둔 지 사흘째 되는 날이지? 할매는 지금 저승으로 가는 중이란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간 건 아니고, 삼도천을 건너기 전이라 잠깐 이승에 돌아올 수 있었어. 저승사자님께 사정사정해서 한 시진만 시간을 받았단다.
    순이는 눈물을 닦으며 물었습니다. 할머니, 저승은 어떤 곳이에요? 무섭지 않으세요? 할머니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하셨습니다. 무섭진 않더구나. 처음에는 좀 놀랐지만 말이야. 할매가 숨을 거두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더라. 그리고 까만 옷을 입은 두 사람이 나타났지. 바로 저승사자들이었어. 키가 아주 크고, 얼굴은 하얗고, 눈빛은 차가웠단다. 처음 봤을 때는 놀랐는데, 그 사람들이 말하더구나. 김씨 할매, 이제 갈 시간이라고.
    할머니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셨습니다. 저승사자들은 생각보다 친절했다고 했습니다. 무섭게 굴지 않았고, 오히려 할머니가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설명해주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저승사자를 따라 집을 나섰는데, 신기하게도 가족들이 할머니를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순이 네가 울고 있는 모습도 봤고, 네 큰아버지가 장례 준비하는 것도 봤는데, 아무도 할매를 못 보더구나. 할매가 아무리 불러도 들리지 않았어. 그때 저승사자가 말하더라. 이제 할매는 이승 사람이 아니라고, 산 사람과는 통할 수 없다고.
    저승사자들은 할머니를 데리고 저승길로 향했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한 마을길이었지만, 점점 풍경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더니, 주변이 희뿌옇게 변했다고 하지요. 그리고 저 멀리 큰 강이 보였습니다. 바로 삼도천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강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강물은 시커멓고, 물소리는 으스스했으며, 강 건너편은 아득히 멀어 보였다고 합니다.
    강가에는 많은 혼령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할머니처럼 막 죽은 사람들도 있었고, 이미 오래전에 죽은 듯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모두들 불안한 표정으로 강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할머니는 그중에서 아는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이웃집 박 씨 아주머니였습니다. 할머니가 반가워하며 다가가자, 박 씨 아주머니도 할머니를 알아봤습니다.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박 씨 아주머니는 할머니에게 저승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습니다.
    박 씨 아주머니는 말했습니다. 이 강을 건너면 저승이고, 염라대왕님께 심판을 받게 된다고. 생전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천당에 갈 수도, 지옥에 갈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긴장했습니다. 자신이 과연 좋은 곳에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거든요. 박 씨 아주머니는 할머니를 위로했습니다. 할매님은 평생 선하게 사셨으니 걱정 마시라고, 분명 좋은 곳에 가실 거라고.
    할머니는 순이에게 말했습니다. 순아, 할매가 지금 그 강을 건너기 직전이란다. 한 번 건너면 다시는 이승에 못 와. 그래서 마지막으로 네 얼굴이 보고 싶어서 저승사자님께 사정을 했지.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셨는데, 할매가 꼭 손녀한테 해줄 말이 있다고 하니까 한 시진만 허락해주시더라. 그래서 이렇게 왔단다.
    순이는 눈물을 흘리며 물었습니다. 할머니, 그럼 이제 정말 못 만나는 거예요? 영영 못 보는 거예요? 할머니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렇단다, 순아. 할매는 이제 저승 사람이 되는 거야.

    ※ 삼도천을 건너며

    할머니는 깊은 숨을 쉬고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순아, 할매가 삼도천 강가에 섰을 때, 거기는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단다. 젊은 사람도 있고, 늙은 사람도 있고,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있더구나. 모두들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어. 강에는 여러 개의 다리가 놓여 있었는데, 다리마다 모양이 달랐단다. 어떤 다리는 금으로 만든 것처럼 화려하고 튼튼해 보였고, 어떤 다리는 은빛으로 빛나며 아름다웠지. 하지만 어떤 다리는 삐걱거리는 나무다리였고, 어떤 다리는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는 줄다리였단다.
    저승사자가 설명해주더구나. 생전에 선하게 살고 덕을 많이 쌓은 사람은 좋은 다리를 건너고, 악하게 살거나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은 험한 다리를 건너야 한다고. 할매는 가슴이 두근거렸어. 과연 할매는 어떤 다리를 건너게 될까 걱정이 되었거든. 생각해보면 할매가 완전히 착하게만 산 것도 아니었으니까. 젊었을 때 시어머니한테 한두 번 말대꾸한 적도 있고, 이웃과 다툰 적도 있고, 가끔 남의 흉을 본 적도 있었단다.
    드디어 할머니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승사자가 할머니를 어느 다리로 안내할지 결정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지요. 저승사자는 두루마리를 펼쳐 할머니의 일생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김씨 할매, 그대는 평생 자식들을 잘 키웠고, 남편을 잘 모셨으며, 이웃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았구나. 비록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마음만큼은 선했도다. 그대는 은빛 다리를 건너도록 하라.
    할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금빛 다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괜찮은 다리였으니까요. 할머니는 은빛 다리로 향했습니다. 다리는 생각보다 튼튼했고, 은은하게 빛났습니다. 할머니가 다리를 건너기 시작하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리를 걷는 동안 할머니의 일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던 것입니다.
    먼저 보인 것은 할머니가 젊었을 때였습니다. 스무 살에 시집을 가서 낯선 시댁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던 모습이 보였습니다. 시어머니는 엄했고, 시누이들은 까다로웠으며, 할 일은 산더미 같았지요. 하지만 할머니는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일했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들일을 나갔습니다. 손이 부르트고 허리가 아파도 참았습니다.
    다음으로 보인 것은 자식들을 키우던 모습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아들 셋, 딸 둘을 낳아 키웠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이었지만, 할머니는 자식들만큼은 굶기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자신은 굶더라도 아이들에게 밥을 먼저 주었고, 추운 겨울에도 아이들을 따뜻하게 재우려고 자신의 이불을 덮어주었습니다. 아이가 아프면 밤새 간호했고, 아이가 슬퍼하면 함께 울어주었습니다.
    또한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던 모습도 보였습니다. 할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고 성격이 급하셨지만, 할머니는 참고 견뎠습니다. 할아버지가 화를 내도 받아주었고, 할아버지가 외박을 해도 기다렸습니다. 할아버지가 병들었을 때는 지성으로 간호했고, 마지막 임종을 지켰습니다.
    이웃들과의 관계도 보였습니다. 할머니는 이웃이 어려울 때 쌀을 꾸어주었고, 누가 아프면 문병을 갔으며, 경사가 있으면 함께 기뻐했습니다. 물론 가끔 다투기도 했지만,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살았습니다.
    할머니는 다리를 건너며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습니다. 후회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더 잘해줄 걸, 남편에게 더 다정하게 대할 걸, 이웃에게 더 친절할 걸. 하지만 동시에 뿌듯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완벽하지는 않았어도 진심으로 살았으니까요.
    다리를 다 건너자 저승이 나타났습니다. 할머니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어둡고 무서운 곳이 아니라, 은은한 빛이 감도는 고요한 곳이었습니다.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이제 염라대왕님을 뵐 차례다. 긴장하지 마라. 그대는 죄가 많지 않으니 크게 걱정할 것 없다.
    할머니는 순이에게 말했습니다. 순아, 할매가 그 다리를 건너며 깨달은 게 있단다. 인생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거야. 중요한 건 얼마나 완벽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진심으로 살았느냐 하는 거란다. 할매는 가난했고, 배움도 없었고, 때로는 실수도 많이 했어. 하지만 가족을 사랑했고, 이웃을 아꼈고, 최선을 다해 살았단다.

    ※ 염라대왕 앞에서

    할머니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순아, 삼도천을 건너니 거대한 전각이 나타났단다. 명부전이라고 하더구나. 그 앞에는 수많은 혼령들이 줄지어 서 있었어. 모두들 염라대왕님을 뵙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지. 할매도 그 줄에 섰단다. 앞에 선 사람들이 하나씩 들어갔다가 나오는 게 보였어. 어떤 사람은 환한 빛에 싸여 나왔고, 어떤 사람은 어두운 안개에 둘러싸여 나왔단다. 할매는 점점 더 긴장이 되었지.
    드디어 할머니 차례가 되었습니다. 전각 안으로 들어서니 정말 장엄한 광경이 펼쳐졌다고 합니다. 높은 옥좌에 염라대왕이 앉아 계셨는데, 그 위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하지요. 옥좌 옆에는 커다란 거울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업경대였습니다. 사람의 일생을 낱낱이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떨리는 마음으로 엎드려 절을 올렸습니다.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전각에 울려 퍼졌습니다. 김씨 할매, 고개를 들어라. 할머니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습니다. 염라대왕은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고 합니다. 엄숙하고 위엄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따뜻했다고 하지요. 염라대왕이 말했습니다. 그대의 일생을 살펴보았다. 완벽하지는 않았으나, 선한 마음으로 살았도다. 이제 업경대를 보며 그대의 삶을 스스로 돌아보라.
    업경대가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거울 속에 할머니의 일생이 펼쳐졌습니다. 삼도천 다리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자세하고 선명했습니다. 좋은 일들도 보였고, 부끄러운 일들도 보였습니다. 할머니가 자식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던 모습, 아픈 이웃을 돌보던 모습, 남편의 손을 잡고 함께 늙어가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화를 내던 순간, 거짓말을 했던 순간, 남을 질투했던 순간도 보였습니다.
    특히 한 장면이 할머니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40년 전쯤, 이웃집 아주머니가 할머니에게 쌀을 꾸러 왔을 때였습니다. 할머니 집에는 쌀이 충분히 있었지만, 할머니는 없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나중에 자신이 부족할까 봐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 아주머니는 결국 다른 집에서 쌀을 얻어 갔지만, 할머니에게 실망했었지요. 업경대는 그때 아주머니의 슬픈 표정까지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할머니는 염라대왕 앞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죄송합니다, 대왕님. 제가 너무 이기적이었습니다. 그때 쌀을 꾸어드렸어야 했는데. 염라대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래, 그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하지만 그대는 그 후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도다. 그 일을 후회하며 이후로는 어려운 이웃을 더 많이 도왔지 않더냐.
    업경대는 그 이후의 장면들을 보여주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일 이후로 누가 도움을 청하면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쌀을 꾸어주고, 반찬을 나눠주고, 아픈 사람을 돌봐주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염라대왕이 말했습니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잘못을 깨닫고 나아지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대는 그렇게 살았도다.
    염라대왕은 잠시 생각하더니 판결을 내렸습니다. 김씨 할매, 그대는 평생 선한 마음으로 살았고, 가족을 사랑했으며, 이웃을 도왔다. 비록 실수도 있었고 부족함도 있었으나, 진심만큼은 거짓이 없었도다. 그대는 편안한 곳으로 가도록 하라. 고통 없이 쉴 수 있는 곳에서 후손들을 지켜보며 지내도록 하라.
    할머니는 감사의 절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일어서려는 순간, 할머니는 염라대왕께 한 가지 부탁을 드렸습니다. 대왕님,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제가 사랑하는 손녀가 있습니다. 순이라고 합니다. 그 아이한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가고 싶은데, 잠깐만 이승에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염라대왕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안 된다. 이미 저승 사람이 된 자가 이승으로 돌아가는 것은 규칙에 어긋난다. 할머니는 애원했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한 시진만, 아니 반 시진만이라도 좋습니다. 손녀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염라대왕은 할머니의 간절함을 보고 잠시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좋다. 특별히 한 시진만 허락하겠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다.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 할머니의 당부

    할머니는 순이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순아, 할매가 염라대왕님 앞에 섰을 때 깨달은 게 있단다. 우리가 살아있을 때 정말 중요한 게 뭔지 말이야.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자리에 오르고, 좋은 집에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저승에 가면 그런 건 아무 의미가 없더구나. 업경대는 네가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를 보여주지 않아. 네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으로 살았는지를 보여주지.
    할머니는 순이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가까이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저 멀리서 손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순아, 할매가 너한테 당부하고 싶은 게 몇 가지 있단다. 첫째는 효도란다. 네 부모님을 잘 모셔라. 지금은 네가 어려서 부모님이 널 돌봐주지만, 나중에 부모님이 늙으시면 네가 돌봐드려야 해. 그때 귀찮다고 하지 마라. 부모님이 너를 키울 때 얼마나 힘드셨는지 생각해봐라. 밤새 너를 안고 달래고, 아플 때 간호하고, 배고플까 봐 먼저 먹이고. 그 은혜를 잊으면 안 된단다.
    할머니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할매도 시어머니를 모셨단다. 쉽지 않았어. 시어머니는 까다로우셨고, 할매한테 자주 화를 내셨지. 하지만 할매는 참고 잘 모셨어. 왜냐하면 그분이 내 남편을 낳아주시고 키워주셨으니까. 그 은혜가 있었기에 네 아버지가 있고, 네가 있는 거란다. 그런 마음으로 모시니까 나중에는 정이 들더구나. 시어머니도 할매를 딸처럼 아끼셨어. 돌아가실 때 할매 손을 꼭 잡고 고맙다고 하셨단다. 그때 할매는 깨달았어. 효도는 의무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걸.
    둘째는 형제자매를 아끼라는 것이었습니다. 순아, 너한테는 오빠가 둘, 언니가 하나 있지? 지금은 가끔 싸우고 다투겠지만, 형제자매만큼 소중한 사람은 없단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바로 형제자매야. 서로 아끼고 도우며 살아라. 할매도 동생이 둘 있었는데, 어릴 때는 자주 싸웠어. 하지만 커서는 서로 의지하며 살았단다. 동생이 어려울 때 도와주고, 할매가 어려울 때 동생들이 도와주고. 그렇게 평생을 함께했지.
    셋째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순아, 세상을 혼자 살 수는 없단다. 이웃과 함께 사는 거야. 이웃이 어려울 때 도와주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해주고, 슬플 때 위로해주는 거야. 그렇게 살면 나중에 네가 어려울 때 이웃이 너를 도와줄 거야. 할매가 살면서 깨달은 건, 나눔은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거야. 네가 베푼 만큼 돌아온단다.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꼭 돌아와.
    넷째는 정직하게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순아, 거짓말하지 마라. 비록 당장은 거짓말로 모면할 수 있어도, 결국에는 들키게 되어 있어. 그리고 업경대는 모든 걸 다 본단다. 숨길 수가 없어. 정직하게 살면 떳떳하게 살 수 있고, 떳떳하게 살면 마음이 편안하단다. 할매도 가끔 거짓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불편했어. 차라리 솔직하게 말할 걸 하고 후회했지.
    다섯째는 감사하며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순아, 가진 게 적다고 불평하지 마라. 지금 네가 가진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 많단다. 건강한 몸, 사랑하는 가족, 따뜻한 집, 먹을 수 있는 밥. 이 모든 게 당연한 게 아니야. 할매가 저승에서 보니까, 어떤 사람들은 제대로 살지도 못하고 죽었더구나. 너는 지금 살아있고, 건강하고, 가족이 있잖니.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축복이란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는 가장 중요한 말을 했습니다. 순아, 후회 없이 살아라. 할매가 가장 후회하는 게 뭔지 아니?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하지 못한 거야. 네 할아버지한테도, 네 아버지한테도, 너한테도. 할매는 마음속으로는 사랑했지만, 입 밖으로 자주 말하지 않았어. 창피하기도 하고, 굳이 말 안 해도 알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그게 후회가 되더구나.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이런 말들을 아끼지 마라. 하고 싶을 때 해라. 나중에 하려고 하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어.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순아, 할매가 너한테 사랑한다는 말 많이 못 해줬지? 이제라도 말하고 싶구나. 할매는 너를 정말 많이 사랑한단다. 네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너는 할매한테 가장 소중한 보물이야. 그리고 고맙다. 할매를 웃게 해줘서. 할매 마지막까지 지켜줘서. 정말 고맙단다.

    ※ 새벽이 오다

    할머니는 부드럽게 웃으며 순이를 바라봤습니다. 그래, 할매도 알고 있단다. 네 마음을. 그리고 순이야, 슬퍼하지 마라. 할매는 이제 편안한 곳으로 가는 거야. 더 이상 아프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은 곳으로. 거기서 네 할아버지도 만나고, 먼저 간 친구들도 만날 거야. 그리고 하늘에서 너를 지켜볼 거란다. 네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훌륭하게 자라는 모습을 다 볼 거야.
    할머니는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창밖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습니다. 새벽이 오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시간이 다 되어가는구나. 할매가 이제 가봐야겠다. 더 있고 싶지만, 약속한 시간이 있어서. 저승사자님들이 기다리고 계실 거야. 순이는 일어나 할머니께 다가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다시 손을 들어 말렸습니다. 가까이 오면 안 된단다. 할매는 이미 저승 사람이라 너한테 해로울 수 있어.
    순이는 울면서 물었습니다. 할머니, 정말 다시는 못 만나요?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어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가끔 꿈에 나타날 수도 있지. 하지만 자주는 못 올 거야. 저승에도 규칙이 있거든. 함부로 이승에 올 수 없단다. 하지만 네가 할매를 그리워할 때, 할매를 생각할 때, 할매는 하늘에서 너를 보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외롭지 않을 거란다.
    할머니는 순이에게 마지막 부탁을 했습니다. 순아, 할매가 한 말들을 네 식구들한테도 전해주렴. 네 아버지한테, 어머니한테, 오빠들과 언니한테. 할매가 마지막으로 당부한 것들을 다 전해줘. 효도하라고, 서로 사랑하라고, 정직하게 살라고, 감사하며 살라고. 그리고 후회 없이 살라고. 이게 할매가 저승에서 배운 인생의 지혜란다.
    순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습니다. 꼭 전할게요, 할머니. 모두에게 다 전할게요. 그리고 할머니가 하라는 대로 살게요. 효도하고, 형제들 아끼고, 이웃 사랑하고, 정직하게 살고, 감사하며 살게요. 후회 없이 살게요. 약속할게요.
    할머니는 흐뭇하게 웃었습니다. 그래, 우리 순이가 참 착하구나. 할매는 네가 자랑스럽단다. 그리고 순아, 할매가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해줄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죽음은 끝이 아니야. 그냥 다른 곳으로 가는 거란다. 이승에서의 삶이 끝나면, 저승에서의 삶이 시작되는 거지. 그러니까 죽음이 무섭다고 생각하지 마라. 다만 후회 없이 살면 돼. 그러면 할매처럼 떳떳하게 저승길을 갈 수 있을 거야.
    바깥에서 닭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이 완전히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모습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순아, 이제 정말 가봐야겠다. 할매를 잊지 마라. 할매도 너를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사랑한다, 우리 순이. 건강하게 잘 자라라. 행복하게 살아라. 할머니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습니다.
    순이는 할머니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저 눈물을 흘리며 외쳤습니다. 할머니!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할머니도 편히 쉬세요! 할머니의 형체가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마디가 들렸습니다. 사랑한다, 순아. 그리고 바람처럼 할머니는 사라졌습니다.
    순이는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울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촛불은 여전히 타고 있었고, 향 냄새가 진했으며, 할머니 영정은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꿈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할머니가 다녀간 걸까? 순이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할머니의 목소리와 말씀들은 너무나 선명했습니다.
    아침이 되었습니다. 가족들이 하나둘 일어나 대청으로 모였습니다. 오늘은 할머니를 산소에 모시고 가는 날이었습니다. 큰아버지가 순이를 보고 물었습니다. 순아, 너 혹시 밤새 여기 있었니? 눈이 퉁퉁 부었구나. 순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네, 할머니가... 할머니가 다녀가셨어요.
    가족들은 순이의 말을 듣고 의아해했습니다. 무슨 소리냐고, 꿈 꾼 거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순이는 할머니가 한 말씀들을 차근차근 전했습니다. 저승사자를 만난 이야기, 삼도천을 건넌 이야기, 염라대왕 앞에 선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부하신 말씀들까지. 처음에는 믿지 않던 가족들도 순이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점점 귀를 기울였습니다.
    순이의 아버지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머니... 마지막으로 그런 말씀을 남기고 가셨구나. 효도하라고, 서로 사랑하라고. 나는... 나는 제대로 효도도 못했는데. 순이는 아버지의 손을 잡았습니다. 할머니는 아버지가 효자라고 하셨어요. 비록 완벽하지 않았어도, 진심으로 모셨다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셨어요.
    가족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할머니의 말씀대로 살겠다고. 서로 사랑하고, 이웃을 아끼고, 정직하게 살고, 감사하며 살겠다고. 후회 없이 살겠다고.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죽은 할머니가 돌아와 알려준 저승의 비밀'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이 이야기는 조선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여러 야담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죽음을 끝이 아니라 다른 시작으로 봤습니다. 그리고 저승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쳤지요.
    할머니가 순이에게 당부한 다섯 가지, 기억하시나요? 효도하기, 형제자매 아끼기, 이웃 사랑하기, 정직하게 살기, 감사하며 살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후회 없이 살기. 이것은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실천해야 할 삶의 지혜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언젠가 저승길을 갈 날이 옵니다. 그날이 왔을 때 떳떳하게 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 후회 없이 삽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고마운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미안한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말합시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 지금 이 순간에 말입니다.
    오늘 밤은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조용히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다음 시간에도 의미 있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립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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