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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사자에게 붙잡힌 사람 - 산사람이 저승에 끌려간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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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200자)
조선 후기, 한 건장한 사내가 갑자기 쓰러져 숨이 끊어졌습니다. 그런데 저승에 도착하자 저승사자가 "이상하다, 네 이름이 명단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알고 보니 동명이인 때문에 산 사람을 잘못 데려온 것! 하지만 이미 저승에 온 이상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다는데... 과연 이 사내는 어떻게 다시 이승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요? 실제 조선시대 야담집에 기록된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 후기에 실제 벌어졌다고 전해지는 저승에서의 특별한 사건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동명이인으로 인해 잘못 저승에 끌려간 산 사람이 겪은 기이한 경험을 그렸습니다. 저승의 모습과 저승사자들의 업무, 그리고 이승으로 다시 돌아오기 위한 조건들을 통해 조선시대 사람들의 저승관과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당시 야담집에 상세히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어르신들께서 즐겨 들으시던 전통 설화의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갑작스럽게 쓰러진 장사 이철수
조선 후기, 지금의 경상도 안동 지방에 이철수라는 사내가 살고 있었습니다. 나이는 서른다섯 살로, 마을에서 손꼽히는 힘센 장사였지요. 키도 크고 어깨도 넓어서 소 한 마리 정도는 혼자서도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철수는 농사도 잘 짓고 성격도 좋아서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무거운 짐이 있으면 이철수를 찾았고, 집짓기나 우물 파기 같은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이철수가 나서서 도와주곤 했지요.
"이철수만 있으면 열 사람이 안 부럽다."
마을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정도로 든든한 존재였습니다. 이철수도 자신의 힘을 자랑스러워했고, 남을 도와주는 일을 즐거워했습니다.
그런 이철수에게는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끔씩 이상한 꿈을 꾸곤 했다는 것입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타나서 자신을 어디론가 데려가려 한다는 꿈이었지요.
"이상한 꿈이야. 맨날 검은 옷 입은 사람들이 나와서 나를 잡아가려 해."
이철수가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하면, 아내는 항상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런 소리 하지 마요. 불길한 꿈 이야기는 입에 담지도 마세요."
하지만 이철수는 "꿈은 꿈일 뿐이야. 나처럼 건강한 사람이 무슨 일이 있겠어?"라고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그해 가을,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철수는 평소와 다름없이 논에서 벼를 베고 있었습니다. 날씨도 맑고 몸도 건강했지요. 점심때가 되어 아내가 가져온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다른 농부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즐겁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농사는 정말 잘 되었네. 벼이삭이 이렇게 고개를 숙일 정도로 무거우니..."
이철수가 이렇게 말하며 벼 한 포기를 베려고 몸을 숙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어?"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꼈습니다. 평생 어지럽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던 이철수였는데, 갑자기 세상이 빙빙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네..."
이철수가 중얼거리며 손으로 이마를 짚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머리는 전혀 아프지 않았습니다. 다만 눈앞이 흐려지면서 점점 정신이 몽롱해졌지요.
"철수야, 괜찮냐?"
옆에서 함께 일하던 마을 사람이 이철수의 이상한 모습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아니, 좀 이상... 해..."
이철수가 이렇게 말하다가 그만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뒤로 넘어지면서 눈을 감았습니다.
"이철수야! 이철수야!"
마을 사람들이 놀라서 이철수를 흔들어 깨우려 했지만, 이철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숨을 확인해 보니 숨도 쉬지 않고 있었습니다.
"큰일 났다! 이철수가 갑자기 죽었어!"
마을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렇게 건강하던 이철수가 갑자기 죽다니, 누구도 믿을 수 없었거든요.
이철수의 아내가 달려와서 남편을 붙잡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여보! 여보! 정신 차려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하지만 이철수는 완전히 숨이 끊어진 상태였습니다. 마을의 나이 많은 어른들이 와서 확인해 봐도 분명히 죽은 것이 맞았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네. 병든 기색도 없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될 줄이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이철수 같은 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은 몰랐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슬퍼하며 이철수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장례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철수의 시신을 집으로 모셔다가 수의를 입히고 빈소를 차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와서 조문을 했고, 이철수의 아내와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철수의 시신이 다른 죽은 사람들과는 달랐다는 것입니다. 죽은 지 하루가 지났는데도 몸이 차갑지 않았고, 얼굴도 살아있을 때와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네. 죽은 사람 얼굴이 이렇게 멀쩡할 수가 있나?"
"정말 그러네. 마치 잠자는 것 같아."
하지만 분명히 숨도 쉬지 않고 맥박도 뛰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이철수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틀째 되는 날, 장례를 치르기 위해 관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이철수의 몸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으음..."
"어? 지금 뭔 소리 났나?"
가족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또다시 신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으으음..."
"철수야! 철수야!"
아내가 달려가서 이철수의 얼굴을 살펴보니, 눈꺼풀이 살짝 떨리고 있었습니다.
※ 저승으로 끌려간 억울한 영혼
이철수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순간, 그의 혼은 몸에서 빠져나와 이상한 경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논에 쓰러진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다만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다는 느낌만 들었지요.
"어? 이게 무슨 일이지?"
이철수가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어둠 속에서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혼자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앞뒤로 다른 사람들도 줄을 서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한 것은 그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모두 얼굴이 창백하고 눈이 초점을 잃은 채 멍하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 같았지요.
"여기가 어디지?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야?"
이철수가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들을 인도하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키가 크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의 얼굴은 보통 사람과는 달랐습니다. 무시무시하면서도 엄숙한 기운이 느껴졌지요.
"저승사자..."
이철수는 어릴 때부터 들어온 이야기들을 떠올렸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사자가 와서 저승으로 데려간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그럼 나는 죽은 건가? 하지만 나는 아무 병도 없었는데..."
이철수는 당황했지만, 일단 다른 사람들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그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거든요.
한참을 걸어가니, 앞에 거대한 강이 나타났습니다. 강물은 검푸른 색이었고, 그 위에는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저것이 삼도천인가 보구나."
삼도천은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강이라고 들었던 이철수였습니다. 강가에는 큰 배가 하나 있었고, 그 배에는 하얀 수염을 기른 뱃사공이 서 있었습니다.
"자, 모두 배에 타라."
저승사자가 말하자, 앞에 서 있던 영혼들이 하나씩 배에 올라탔습니다. 이철수도 다른 사람들을 따라 배에 올라탔지요.
배가 강을 건너는 동안, 이철수는 주변을 살펴보았습니다. 다른 영혼들은 모두 멍한 표정으로 앞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철수만 유독 정신이 또렷했습니다.
'이상하네. 다른 사람들은 왜 저렇게 멍해 보이지? 나는 왜 정신이 이렇게 맑지?'
이철수는 의아했지만, 일단 조용히 있기로 했습니다.
강을 건너니 저승이 나타났습니다. 거대한 성문이 있었고, 그 위에는 '저승문'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성문 양쪽에는 무시무시한 귀신들이 지키고 서 있었지요.
성문을 지나니 넓은 광장이 나타났습니다. 그곳에는 많은 관리들이 앉아 있었고, 큰 장부들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자, 하나씩 앞으로 나와라. 이름을 확인하겠다."
한 관리가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영혼들이 하나씩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김서방, 나이 육십이세, 경상도 대구..."
"맞습니다. 이쪽으로 가시오."
이런 식으로 하나씩 확인을 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이철수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다음!"
이철수가 앞으로 나가자, 관리가 장부를 들여다보며 물었습니다.
"이름이 뭐냐?"
"이철수입니다."
"나이는?"
"서른다섯입니다."
"사는 곳은?"
"경상도 안동입니다."
관리가 장부를 이리저리 뒤져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이상하네... 이철수... 이철수..."
한참 동안 장부를 뒤져보던 관리가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야! 이거 이상한데? 이철수라는 이름이 오늘 명단에 없어!"
그 소리를 들은 다른 관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뭐라고? 명단에 없다고?"
"그럼 이 사람은 왜 여기 있는 거야?"
"저승사자들을 불러!"
잠시 후, 이철수를 데려온 저승사자들이 나타났습니다.
"너희들, 이 사람을 어디서 데려왔느냐?"
"경상도 안동에서 데려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명단에 안동의 이철수는 없다. 확인해 봐라."
저승사자들이 자신들의 명단을 확인해보더니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어? 정말 이상합니다. 분명히 명단에 있었는데..."
"다시 잘 봐라!"
저승사자 중 하나가 명단을 자세히 보더니 깜짝 놀랐습니다.
"아! 큰일 났습니다! 여기 보시오. 이철수가 두 명입니다!"
"뭐라고?"
"하나는 경상도 안동의 이철수 서른다섯 세, 또 하나는 전라도 광주의 이철수 서른다섯 세입니다. 우리가 잘못 데려온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순간, 모든 관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동명이인 때문에 실수를 한 거구나!"
"그럼 이 사람은 아직 죽을 때가 아닌 거네!"
이철수는 이 상황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럼 저는 잘못 온 건가요? 저는 아직 죽지 않은 건가요?"
관리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다. 너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니다. 저승사자들이 실수를 한 것이다."
"그럼 저를 다시 이승으로 보내주세요!"
이철수가 간절히 부탁했지만, 관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 저승사자의 실수와 혼란
이철수의 간절한 부탁을 들은 관리는 깊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참 난감한 일이 생겼구나. 저승사자들이 이런 실수를 하다니..."
그러자 이철수를 데려온 저승사자들이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습니다. 저승에서는 이런 실수를 하면 큰 벌을 받는다고 들었거든요.
"죄송합니다! 저희가 명단을 잘못 봤습니다!"
"이름이 같고 나이도 같아서 헷갈렸습니다!"
저승사자들이 사죄하자, 관리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사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미 이 사람은 삼도천을 건넜고 저승에 발을 들여놓았다. 저승의 법에 따르면 한 번 들어온 영혼은 함부로 내보낼 수 없어."
이 말을 들은 이철수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저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닌데..."
"그것이 문제라고 하는 거다. 네가 아직 죽을 때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이미 저승에 온 이상 우리도 어쩔 수 없다."
관리가 다른 동료들과 의논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경우가 전에도 있었나?"
"몇 번 있었지. 하지만 매우 드문 일이야."
"그때는 어떻게 했지?"
"염라대왕님께 직접 보고를 드려야 해."
이 대화를 듣고 있던 이철수는 염라대왕이라는 이름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승의 왕이라고 들었던 그 분을 직접 만나게 된다니...
"좋다. 일단 이 사람을 별실에 대기시키고, 염라대왕님께 보고드리자."
관리의 지시에 따라 이철수는 따로 마련된 방으로 안내되었습니다. 그 방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편안했습니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라. 염라대왕님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이철수 혼자 남겨진 후,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방 안에는 창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 창문으로 저승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창밖을 내다보니 정말 신기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건물들, 하늘을 나는 사람들, 그리고 땅 위를 걸어가는 무수히 많은 영혼들...
"정말 저승이구나..."
이철수는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집에 있는 아내는 얼마나 슬퍼하고 있을까,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때 문이 열리면서 한 관리가 들어왔습니다.
"이철수, 염라대왕님께서 너를 직접 만나보겠다고 하신다."
"네?"
"따라와라. 하지만 예의를 지켜야 한다. 염라대왕님은 저승의 왕이시니까."
이철수는 떨리는 마음으로 관리를 따라갔습니다. 긴 복도를 지나 거대한 문 앞에 도착했는데, 그 문은 용이 새겨진 웅장한 문이었습니다.
"들어가거라."
문이 열리자 어마어마하게 큰 방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 방 한가운데 높은 의자에 앉아 계신 분이 바로 염라대왕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은 생각했던 것보다 무섭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애로운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었지요. 하지만 그 눈빛에서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지혜가 느껴졌습니다.
"네가 이철수구나."
"네, 그렇습니다."
"참 곤란한 일이 생겼다. 저승사자들이 실수를 했구나."
염라대왕이 앞에 놓인 두꺼운 책을 펼쳐보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보니 네 수명은 아직 40년이나 남아 있구나. 그런데 동명이인인 전라도 광주의 이철수와 헷갈려서 너를 잘못 데려온 것이다."
"그럼 저를 다시 보내주실 수 있나요?"
"그것이 문제다. 저승의 법은 엄격해서 한 번 들어온 영혼을 함부로 내보낼 수 없다. 하지만..."
염라대왕이 잠시 생각하시더니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 저승에서 본 놀라운 광경들
염라대왕이 제시한 조건을 듣기 전에, 이철수는 저승의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염라대왕께서 "어차피 기다려야 하니 저승이 어떤 곳인지 구경해 보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안내를 맡은 것은 저승사자 김판서였습니다. 그는 이철수를 잘못 데려온 것에 대해 미안해하며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이철수 씨,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실수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지요."
이철수의 너그러운 마음에 김판서는 더욱 고마워했습니다.
첫 번째로 간 곳은 '선인촌'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이승에서 착하게 살았던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었지요.
"와..."
이철수는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선인촌은 마치 천국 같았습니다.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고, 맑은 개울이 흐르며, 곳곳에서 은은한 음악이 들려왔습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밝고 평화로웠습니다.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아름다운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저분들은 이승에서 어떻게 사셨길래 저렇게 행복해 보이나요?"
"모두 남을 위해 살았던 분들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거나, 부모님께 효도했거나, 아니면 의로운 일을 했던 분들이지요."
김판서의 설명을 들으며 이철수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았나?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았나?'
두 번째로 간 곳은 정반대였습니다. '악인촌'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는데, 이곳은 정말 무시무시했습니다.
캄캄하고 추웠으며, 곳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고통스러워 보였습니다.
"저분들은 왜 저렇게 고생하고 계신가요?"
"이승에서 나쁜 일을 많이 했던 분들입니다. 남의 것을 훔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부모님께 불효했던 분들이지요."
이철수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내가 만약 나쁘게 살았다면 저곳에 있어야 했겠구나...'
세 번째로 간 곳은 가장 신기한 곳이었습니다. '기록관'이라는 곳이었는데, 이곳에는 이승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기록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이승의 모든 일을 볼 수 있습니다."
김판서가 큰 거울 같은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거울에는 이철수의 마을이 보였습니다.
"어? 저기 우리 마을이네요!"
거울 속에서 이철수는 자신의 집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자신의 시신 앞에서 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모여서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었지요.
"아내가 저렇게 슬퍼하고 있구나..."
이철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빨리 돌아가서 아내를 안심시켜 주고 싶었습니다.
그때 거울에 또 다른 장면이 나타났습니다. 전라도 광주에 사는 또 다른 이철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중병을 앓고 있었고, 가족들이 둘러싸고 간병하고 있었습니다.
"저분이 진짜 죽을 예정이었던 이철수군요."
"그렇습니다. 저희가 그분을 데려와야 했는데, 이름이 같아서 실수를 한 것입니다."
네 번째로 간 곳은 '심판소'였습니다. 이곳에서는 새로 온 영혼들이 이승에서 한 일들에 따라 어디로 갈지 결정되고 있었습니다.
이철수는 심판받는 영혼들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죽으면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심판을 받는구나. 그럼 나도 언젠가는...'
마지막으로 간 곳은 '환생대기소'였습니다. 이곳은 다시 이승으로 태어날 영혼들이 기다리는 곳이었습니다.
"저분들은 다시 이승으로 가시는 건가요?"
"네, 다만 전생의 기억은 모두 지워집니다. 그리고 전생에 한 일에 따라 어떤 환경에서 태어날지 정해지지요."
이철수는 저승의 체계적인 시스템에 놀랐습니다. 모든 것이 공정하고 질서정연하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 이승으로 돌아가는 조건
염라대왕 앞에 다시 선 이철수는 저승 구경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마음을 아신 염라대왕께서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저승을 둘러보니 어떠했느냐?"
"정말...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승에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사후가 이렇게 달라지는 줄 몰랐습니다."
"그래, 모든 사람은 자신이 한 일에 따라 그에 맞는 대가를 받는 법이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살아왔느냐?"
이철수가 잠시 생각해보니, 자신이 그리 나쁘게 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도왔고, 부모님께 효도했으며, 아내를 사랑했지요.
"저는... 그저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나쁜 일은 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가능하면 남을 도우려 했습니다."
"좋다. 그럼 이제 조건을 말해주겠다."
염라대왕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첫째, 너를 이승으로 돌려보내 주는 대신, 너는 앞으로 더욱 착하게 살아야 한다. 특히 어려운 사람들을 더 많이 도와야 한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둘째, 오늘 본 저승의 모습을 이승 사람들에게 전해야 한다. 착하게 살면 좋은 곳에 가고, 나쁘게 살면 고생한다는 것을 알려주어라."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더욱 진지해졌습니다.
"너는 이승으로 돌아가서 30년을 더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30년 동안 매일 한 가지씩 선한 일을 해야 한다. 하루라도 빠뜨리면 즉시 다시 저승으로 와야 한다."
이 조건을 들은 이철수는 잠시 고민했습니다. 매일 선한 일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거든요.
"대왕님, 선한 일이라는 것이 꼭 큰 일이어야 하나요?"
"아니다. 작은 일이라도 상관없다. 길에서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는 것,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는 것, 슬픈 사람을 위로해 주는 것... 이런 것들도 모두 선한 일이다."
이철수는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 정도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꼭 그렇게 살겠습니다."
"좋다. 그런데 한 가지 더 있다."
염라대왕이 이철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이번 일을 통해 죽음이 무엇인지,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을 것이다. 그 깨달음을 잃지 말고 살아라."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 아내를 잘 사랑해라. 그 사람이 얼마나 너를 사랑하고 있는지 보았지 않느냐?"
기록관에서 본 아내의 모습을 떠올린 이철수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네, 아내를 더욱 사랑하겠습니다."
염라대왕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었습니다.
"좋다. 그럼 이제 너를 이승으로 보내주겠다. 하지만 기억하라. 약속을 어기면 즉시 다시 여기로 와야 한다."
"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때 김판서가 앞으로 나왔습니다.
"이철수 씨, 제가 이승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염라대왕이 큰 도장을 꺼내어 무언가에 찍었습니다.
"이것은 생사부에 다시 기록하는 것이다. 이제 너의 수명이 30년 연장되었다."
갑자기 이철수의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가거라. 그리고 약속을 잊지 말아라."
"감사합니다, 대왕님!"
이철수가 깊이 절을 하는 순간,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김판서가 옆에서 함께 날아가며 말했습니다.
"이철수 씨, 정말 운이 좋으셨어요.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거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둘은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 삼도천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배를 타지 않고 공중으로 강을 건넜지요.
삼도천을 건너니 다시 이승이 보였습니다. 멀리서 자신의 마을이 보였고, 집도 보였습니다.
"저기가 제 집입니다!"
"네, 이제 몸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김판서가 이철수를 집 앞에 내려주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약속 꼭 지키세요!"
"네, 꼭 지키겠습니다!"
※ 기적 같은 소생과 교훈
이철수가 자신의 시신이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갔을 때, 아내는 여전히 남편을 붙잡고 울고 있었습니다.
"여보... 어떻게 나를 두고 이렇게 갈 수가 있어요... 정말 깨어나세요..."
이철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빨리 깨어나서 아내를 안심시켜 주고 싶었지요.
이철수가 자신의 몸에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시신의 눈꺼풀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어? 지금 눈이 움직인 것 같은데..."
아내가 놀라서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때 이철수가 작은 신음소리를 냈습니다.
"으음..."
"여보! 여보!"
아내가 소리치자, 마당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달려왔습니다.
"어떻게 된 거야?"
"이철수가 깨어나는 것 같아!"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이철수가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어... 여기가 어디지?"
이철수가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켜 앉았습니다.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말이지요.
"여보! 정말 살아났어요!"
아내가 남편을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분명히 죽었는데..."
"기적이야, 기적!"
이철수는 몸을 움직여 보니 전혀 이상한 곳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전보다 더 건강해진 것 같았지요.
"나는... 나는 어떻게 된 거지?"
이철수가 이렇게 말하자, 사람들이 궁금해했습니다.
"철수야, 너 죽었다가 살아난 거야. 이틀 동안 숨도 안 쉬고 있었어."
"정말요?"
이철수는 저승에서의 일들을 떠올렸습니다. 그 모든 일이 꿈이 아니라 실제였던 것입니다.
며칠 후, 이철수는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여러분, 제가 죽었다가 살아나면서 저승을 다녀왔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이철수가 너무 생생하게 이야기하자 점점 믿게 되었습니다.
"저승에는 정말 선인촌과 악인촌이 있었습니다. 이승에서 착하게 살면 좋은 곳에 가고, 나쁘게 살면 고생하는 곳에 가더군요."
"정말이냐?"
"네, 제가 직접 봤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착하게 사세요."
이 이야기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이철수는 염라대왕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일 선한 일을 실천했습니다.
어떤 날은 길에서 넘어진 할머니를 일으켜 드렸고, 어떤 날은 가난한 집에 쌀을 갖다 주었습니다. 또 어떤 날은 싸우는 사람들을 말려서 화해시키기도 했지요.
이철수의 변화를 본 마을 사람들도 하나둘씩 착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전체가 따뜻하고 평화로워졌지요.
특히 이철수는 아내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저승에서 본 아내의 슬픈 모습을 잊을 수 없었거든요.
"여보, 사랑해요."
"갑자기 왜 그래요?"
"죽었다 살아나고 보니,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어요."
이철수 부부는 더욱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30년 후, 이철수는 염라대왕과의 약속대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족들이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이철수가 충분히 행복하게 살다가 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철수가 다시 저승에 도착했을 때, 염라대왕이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잘했다, 이철수. 30년 동안 약속을 잘 지켰구나."
"감사합니다, 대왕님."
"이번에는 선인촌으로 가거라. 네가 마땅히 있을 곳이다."
이철수는 행복한 마음으로 선인촌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먼저 간 부모님들이 기다리고 계셨거든요.
이 이야기는 그 후로도 마을에서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착하게 살면 좋은 일이 있고, 죽어서도 좋은 곳에 간다는 교훈과 함께 말이지요.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동명이인 때문에 잘못 저승에 끌려간 이철수의 기이한 경험담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괴담이 아니라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승에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사후의 삶이 결정된다는 것, 그리고 매일매일 작은 선행이라도 실천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이철수처럼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도우며, 매일 조금씩이라도 착한 일을 하며 사신다면 어떨까요? 삶이 더욱 의미 있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욱 값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였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저승길에서 만난 뜻밖의 인물이라는 제목으로 또 다른 흥미진진한 저승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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