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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모가 저승사자와 말싸움으로 수명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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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400자 이상)

    저승사자가 데리러 왔는데, 말싸움으로 되돌려 보낸 여자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조선 어느 장터 골목, 국밥 한 그릇에 인생을 걸고 살아온 주모 김덕심. 새벽별 보고 일어나 밤늦도록 뼈가 으스러지게 일만 하던 그녀 앞에 어느 날 밤, 시커먼 도포 자락의 저승사자가 나타납니다. 명부에 적힌 이름, 향년 쉰두 살. 그러나 이 여인은 달랐습니다. 눈물로 빌지 않았고, 무릎 꿇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국자를 들고 저승사자 앞을 가로막아 섰지요. 억울하면 말로 해야지, 죽어서 뭘 하겠느냐고. 그녀의 혀끝에서 시작된 전무후무한 저승과의 협상. 국밥 한 그릇에 저승사자의 마음이 흔들리고, 쇠사슬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독한 입담이 염라대왕의 법도마저 뒤흔듭니다. 오늘 밤, 이불 속에 깊이 파묻혀 들어보세요. 죽음 앞에서도 할 말 다 하는 조선 최강의 주모 이야기. 한번 들으면 끝까지 놓을 수 없습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이내)

    조선 장터의 국밥집 주모 김덕심. 쉰두 살, 명부에 이름이 올랐건만 그녀는 저승사자 앞에서 국자를 들었다. 외상값도 못 받고 죽을 수 없다는 기막힌 논리, 국밥 한 그릇으로 저승사자의 마음을 녹이고, 강림도령의 쇠사슬마저 풀어버린 조선 최강의 입담. 죽음도 피해 가는 주모의 통쾌한 말싸움, 지금 시작합니다.


    1단계: 첫 장면 (오프닝 이미지)

    해가 장터 위로 벌겋게 솟아오르기도 전에 골목 끝 국밥집 굴뚝에서는 벌써 하얀 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솥뚜껑을 들어 올리자 구수한 사골 냄새가 장터 바닥을 기듯 퍼져 나갔고, 그 냄새에 이끌린 사내들이 하나둘 어슬렁거리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국밥집 주모 김덕심은 허리에 행주를 질끈 동여매고 솥 앞에 떡 버티고 서서 국자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놈의 장터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구나.' 아침부터 국밥값을 떼먹으려는 놈이 슬금슬금 문 쪽으로 빠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덕심의 눈이 번뜩였다. "야 이놈아! 어디 감히 국밥값을 떼먹고 도망을 쳐? 네놈 뱃속에 들어간 국밥이 쌀 한 톨에 땀방울이 서 말인데, 그걸 공짜로 처먹겠다고? 당장 이리 안 와? 오늘 돈 없으면 네놈 입고 있는 그 낡아빠진 저고리라도 벗어놓고 가란 말이다!" 덕심의 고함에 도망치던 사내가 움찔 멈춰 서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돌아왔다. 장터 사람들은 이 광경이 익숙한 듯 낄낄거리며 구경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화상들 뒷바라지나 하고 앉았나.' 덕심은 돌아온 사내에게 국밥 한 그릇을 다시 퍼주며 국자를 겨눠 보였다. 구석에서 기웃거리는 칠성이에게도 한마디가 날아갔다. "칠성이 너는 왜 또 기웃거려? 외상값 갚을 돈 없으면 설거지라도 하라고 했지! 내 목소리가 작아서 안 들리냐? 이 장터 바닥에서 내 목소리 안 들리는 놈은 귓구멍 막힌 놈밖에 없어!" 장터의 사내들은 덕심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에 꼼짝을 못 했다. 거친 입담이었지만 그 안에는 묘한 정이 배어 있었다. 국밥을 퍼줄 때 살짝 더 얹어주는 손, 외상을 갚지 못하는 놈에게도 결국은 한 그릇 내어주는 그 손. "자, 줄 서! 줄 안 서면 국물도 없다!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먹고 정신 차려서 돈 벌어 올 생각들은 안 하고, 허구한 날 술타령이야. 내가 아주 속이 터져서 못 산다, 못 살아!" 장터의 아침은 그렇게, 덕심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열리고 있었다.


    2단계: 주제 제시 (Theme Stated)

    국밥 한 솥이 바닥을 드러낼 무렵, 칠성이가 이를 쑤시며 능글맞은 소리를 던졌다. "주모, 그 성질머리면 염라대왕도 혀를 내두르고 돌려보내겠소." 덕심이 국자를 탁 내려놓으며 눈을 부라렸다. "흥, 말이라고 하냐? 암, 내가 누구냐. 조선 팔도에서 말로 져본 적 없는 김덕심이다." 장터 사내들이 또 한번 웃음을 터뜨렸지만 덕심의 눈빛은 진지했다. "저승 문턱? 웃기고 있네. 저승사자가 와도 내 할 말 다 하기 전에는 절대 못 데려가. 내가 억울해서 어떻게 죽어. 이놈의 외상값 다 받기 전에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못 간다고." 칠성이가 껄껄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아이고 주모, 저승사자도 주모 앞에선 쩔쩔매겠소." 덕심은 콧방귀를 뀌며 쏘아붙였다. "내가 죽으면 귀신 돼서라도 너희 술상 엎으러 올 줄 알아라. 그러니까 염라대왕 핑계 대지 말고, 살아 있을 때 내 비위 잘 맞춰. 알았냐? 그래야 국물이라도 좀 더 주지." '웃어라, 웃어. 내가 죽기라도 하면 너희들 잔칫날이겠지. 꿈 깨라. 나는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아서 너희들을 볶아 먹을 거다.' 누구도 이 말이 진짜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덕심 자신조차도. 그저 장터의 흔한 농담이었고, 내일도 모레도 똑같이 반복될 하루의 일부일 뿐이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바람결에 실려 온 듯 차가운 기운이 장터 끝자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무도 느끼지 못했다. 다만 덕심의 등 뒤에서 불쑥 소름이 돋았다가 사라졌을 뿐이다. "말 나온 김에 칠성이 너 외상값 언제 갚을 거야? 저승 가서 갚을래? 어?" 장터에 웃음이 번졌고, 덕심은 대수롭지 않게 솥 앞으로 돌아섰다.


    3단계: 설정 (Set-Up)

    장터의 소란이 잦아들고 빈 그릇들을 거둬 들이면, 국밥집에는 덕심 혼자만 남았다. 새벽닭이 울기도 전에 일어나 뼈를 고아 육수를 내고, 깍두기를 버무리고, 무를 썰고 파를 다듬는 일이 매일같이 되풀이되었다. '내 신세가 처량하기도 하지.' 남편이란 작자는 젊어서부터 노름판을 전전하다 빚더미만 남기고 먼저 세상을 떴다. 장례를 치를 돈도 없어 이웃에게 꾸었고, 그 빚이 또 다른 빚을 불렀다. 하나 있는 아들 덕수는 아비를 닮았는지 철이라곤 손톱만큼도 없어 허구한 날 사고만 쳤다. 술을 마시면 행패를 부렸고, 벌어 온 돈은 한 푼도 집에 들이지 않았다. '이놈의 빚은 갚아도 갚아도 줄지를 않네.' 등잔불 아래에서 허리를 폈다. 요즘 들어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핑 돌았다. 국밥을 퍼 담다가도 눈앞이 아찔해져 솥을 부여잡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체했나. 어제 급하게 삼킨 찬밥이 얹혔나 보네. 소화제나 한 알 털어 넣어야지.' 덕심은 저고리 매듭을 풀어 바람을 넣었다. 땀에 젖은 속저고리 사이로 가슴께의 살결이 드러났다. 한때는 장터 사내들의 시선을 끌었던 풍만한 몸이었지만, 세월과 고된 노동이 그 위에 거친 주름을 새겨 넣었다. 덕심은 저고리를 여미며 한숨을 삼켰다. '아픈 것도 사치야, 사치. 내가 누우면 아들 놈은 굶어 죽고, 빚쟁이들은 들이닥칠 텐데.' 어둑한 부엌 한켠에 걸린 남편의 낡은 두루마기가 눈에 들어왔다. 볼 때마다 속이 뒤집어졌지만 차마 버리지는 못했다. 미운 정이란 게 그런 것이었다. '덕심아, 정신 차리자. 국밥 팔아서 빚 갚고, 아들 장가는 보내야 할 거 아니냐.' 칼이 도마 위를 내리치는 소리가 고요한 밤 부엌에 탁, 탁, 탁 울려 퍼졌다.


    4단계: 사건 발생 (촉발)

    그날 밤은 유난히 달이 밝았다. 장사를 끝내고 상을 닦고 있는데 국밥집 문 앞에 시커먼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키가 칠 척은 되어 보이는 사내가 검은 도포 자락을 늘어뜨리고 서 있었다. 얼굴은 갓 아래로 깊이 숨겨져 있었고, 그 주위로 안개인지 기운인지 모를 것이 서렸다. '웬 시커먼 놈이 문 앞에 서 있네.' 덕심은 행주를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누구여! 영업 끝났어! 밥 먹고 싶으면 내일 오라니까!" 사내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우물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듯 낮고 서늘했다. "김덕심. 향년 오십이 세. 갈 때가 되었소." 덕심의 손에 들린 행주가 멈추었다. "뭐라고? 이 양반이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너 뭐 하는 놈이야?" "저승사자라 하오. 오늘 자시 전까지 이승의 인연을 정리하시오." 덕심의 눈이 치켜 올라갔다. "허, 기가 막혀서. 야! 네가 저승사자면 나는 옥황상제 할미다! 어디서 분장하고 와서 사람을 놀려? 지금 장난칠 기운 없으니까 썩 꺼져!" 사내가 품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펼쳤다. 붉은 먹으로 김덕심이라는 이름과 생년월일, 사망 일시가 또렷이 적혀 있었다. 덕심이 두루마리를 낚아채듯 잡아 들고 등잔불 가까이 가져갔다. 글씨가 사람의 손으로 쓴 것이 아니었다. 먹물이 스스로 흐른 듯 매끄럽고 기이한 필체. 종이에서 은은한 한기가 올라왔다. '이건 사람이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래도 덕심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봐요, 양반. 내가 지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이야. 죽을 시간도 없다고! 멀쩡한 사람한테 와서 죽는 타령이야? 내가 만만해 보여?" 국자를 집어 들어 사내를 향해 겨누었다. "국자로 정수리를 확 때려버리기 전에 당장 안 나가?"


    5단계: 고민 (망설임)

    저승사자가 물러서지 않았다. 차가운 눈빛이 등잔불 아래에서 흔들림 없이 덕심을 바라보고 있었다. 덕심은 국자를 든 채 명부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이름, 생년월일, 본관까지 틀림없었다. 손끝에서 한기가 올라왔다. '가만, 이거 진짜 명부네. 내 이름이랑 생년월일이 딱 박혀 있어.' 그 순간 가슴 한복판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나 진짜 죽는 거야? 이렇게 허무하게?' 국자를 쥔 손이 떨렸다. "안 돼, 말도 안 돼.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데, 밥 한 끼 제대로 못 챙겨 먹고 일만 하다가 가라고? 억울해서 못 가! 절대 못 가!" 목소리가 떨렸지만 음량만은 죽지 않았다. '내가 지금 가면 우리 아들은 누가 거둬. 빚쟁이들이 들이닥쳐서 살림을 다 뜯어갈 텐데.' 저승사자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덕심은 놓치지 않았다. "칠성이 놈한테 받을 외상값이 얼만데! 그거 다 못 받고 가면 내가 억울해서 구천을 떠도는 악귀가 될 거야. 진짜야! 이봐요 저승 양반, 나 못 가요. 배 째라 그래요. 당신이 내 인생 책임질 거야? 아니잖아! 그러니까 못 간다고!" 저승사자는 대답 없이 명부를 천천히 말아 품에 넣으며 한 발짝 다가섰다. 덕심은 물러서지 않았다. 두 눈에 눈물이 고였지만 한 방울도 떨어뜨리지 않았다. '울긴 뭘 울어. 김덕심이 눈물을 보이면 그날로 끝이야.'


    6단계: 2막 진입 (새 세계로 들어감)

    어색한 침묵이 국밥집을 채웠다. 등잔불이 흔들리며 두 사람의 그림자가 벽 위에서 일렁거렸다. 덕심은 국자를 내려놓고 저승사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검은 도포 아래 감춰진 체구는 생각보다 마른 편이었고, 창백한 얼굴 위로 깊은 피로가 서려 있었다. '죽음을 관장하는 놈도 지칠 수 있다는 거야?' 덕심은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일단 거기 좀 앉아 봐요. 서 있지 말고. 먼 길 오느라 배고플 거 아녀. 저승길도 식후경이라는데, 뜨끈한 국밥이나 한 그릇 하고 얘기합시다." 저승사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것은 명부에 없는 상황이었다. 천 년 동안 영혼을 거두어 왔지만 망자가 밥을 차려주겠다고 나서는 경우는 없었다. 덕심은 아직 식지 않은 솥에서 국밥을 퍼 담아 상 위에 탁 놓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구수한 사골 냄새가 사내의 코끝을 휘감았다. "숟가락 잡아요. 안 먹으면 내가 억지로 먹일 거야." 저승사자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수백 년 동안 누군가에게 밥 한 그릇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어색하게 숟가락을 집어 든 사내가 국물을 한 모금 떠 넣자, 얼어붙은 듯한 표정에 미세한 균열이 갔다. 덕심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됐다, 물꼬가 트였어.' "그래, 맛있지? 이제 배도 좀 채웠으니 내 얘기 좀 들어 봐요. 내가 왜 지금 죽으면 안 되는지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따져볼 테니까. 들어보고 타당하다 싶으면 좀 봐줘요. 우리 서로 윈윈하자고." 덕심은 상 건너편에 딱 앉아 손가락을 꼽기 시작했다. "첫째! 내 나이가 쉰둘인데, 요즘 세상에 환갑도 못 넘기고 가는 게 말이 돼요? 이거 명부 업데이트 안 된 거 아니에요? 행정 착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봅니다. 둘째! 내가 낸 세금이 얼만데 저승에서 나한테 해 준 게 뭐가 있어요? 이렇게 갑자기 데려가는 건 부당 처사지! 안 그래요?"


    7단계: B 이야기 (감정 줄거리)

    국밥 한 그릇이 비워지고 덕심은 저승사자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사내의 눈빛에는 차가움 이면에 무언가 서글픈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가만 보니 당신, 말하는 게 영 어설프네. 우물쭈물하고 눈도 못 마주치고. 사연이 있어 보이는데?" 저승사자의 숟가락이 멈추었다. 오래된 침묵이 깨지듯 사내의 입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생전에 입이 짧아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했소. 누명을 썼는데 해명 한번 못 하고 끌려가 곤장을 맞다가 죽었소." 덕심의 표정이 변했다. '아이고, 답답한 양반.' 가슴팍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사내자식이 배에 힘을 딱 주고 질러야지, 그렇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니까 무시를 당하지!" 덕심이 벌떡 일어나 저승사자의 손을 잡아 끌었다. 사내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하지만 덕심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거친 온기에 그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저승사자는 잠시 덕심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갈라지고 굳은살이 박인 손이었지만, 그 안에서 뜨거운 생명의 열기가 전해져 왔다. 수백 년 동안 잊고 있던 감각이었다. "나를 봐요. 내가 목소리 크고 할 말 다 하니까 이 험한 장터 바닥에서 살아남은 거야. 말이라는 건 뱉는 게 아니라 꽂는 거야. 상대방 가슴팍에 팍 하고 박히게! 자, 따라 해 봐." 덕심이 가슴을 탁 쳤다. 저고리 안으로 풍만한 가슴이 출렁이며 사내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 덕심은 개의치 않고 목청을 돋웠다. "나는 억울하다!" 저승사자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억울하다." "더 크게! 배꼽 아래에서 끌어올려!" "나는 억울하다!" 사내의 목소리가 한 뼘만큼 커졌다. 덕심이 등짝을 탁 쳤다. "그래, 그거야! 한 번 더!" "나는 억울하다!!" 국밥집 벽이 울릴 만큼 커진 목소리에 저승사자 자신이 놀란 듯했다. 눈가가 붉어졌다. 수백 년 만에 제 목소리를 제대로 낸 것이었다. 덕심이 빙그레 웃었다. "당신도 참 기구한 팔자다. 나 같은 스승 만난 걸 행운으로 알아요. 내가 말싸움의 기술을 전수해 줄 테니까, 잘 배워 둬. 저승 가서 써먹으라고."


    8단계: 재미 구간 (볼거리)

    덕심의 입이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가 지금 죽으면 안 되는 이유 셋째!"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저승법 어딘가에 채권 회수 보장권이라는 거 없어요? 내가 이승에서 받을 돈이 수두룩빽빽한데, 이걸 다 포기하고 가라는 건 재산권 침해야! 염라대왕한테 직접 민원 넣겠소! 탄원서 쓸 종이 가져와 봐요!" 저승사자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덕심을 바라보았다. 명부를 들고 온 이래 이토록 당당하게 법리를 따지는 망자는 천 년에 한 번도 없었다. 덕심은 멈추지 않았다. "넷째! 우리 아들 장가 문제야. 저승에서도 인구 감소가 골칫거리라면서요? 내가 살아서 아들 장가보내고 손주를 낳게 하면 저승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거 아녀? 계산기 두드려 봐요, 딱 나온다고!" 덕심은 흥이 올라 상을 탁탁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럴 때마다 저고리 안쪽으로 가슴이 찰랑거렸고, 저승사자는 자꾸만 시선을 돌려야 했다. '산 사람의 열기란 이런 것이었나.' 죽은 뒤로 잊고 있던 생명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덕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섯째, 여섯째를 줄줄이 쏟아냈다. "다섯째, 내 국밥 맛을 이을 사람이 없어. 이 맛이 사라지면 장터 사내들이 기력을 잃고 쓰러질 거야. 그러면 저승이 더 바빠지지! 여섯째, 나는 아직 한 번도 편히 쉬어 본 적이 없소. 한 번쯤 따뜻한 방에 누워서 아무 걱정 없이 잠들어 보고 죽고 싶단 말이오!" 저승사자의 입꼬리가 자기도 모르게 실룩거렸다. "웃었지? 지금 웃었어! 당신도 내 말이 맞다는 거잖아. 인정하면 편해요. 어때, 반박할 수 있으면 해 봐요! 반박 못 하면 내 말이 맞는 거야!" 덕심은 손바닥을 탁 치며 눈을 빛냈다. "유예해 줘요, 당장! 도장 찍어!"


    9단계: 중간 전환점 (미드포인트)

    저승사자의 고개가 아주 미세하게, 그러나 분명히 끄덕여졌다. 덕심이 두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봤어! 방금 고개 끄덕인 거 분명히 봤다고! 그럼 이제..." 그 순간 국밥집 문짝이 벽에 부딪히도록 벌컥 열렸다. 찬바람이 칼날처럼 밀고 들어왔고, 그 바람과 함께 들이닥친 사내는 아까의 저승사자와는 차원이 달랐다. 키가 팔 척은 족히 되어 보였고, 검은 갓 아래로 드러난 눈빛이 서릿발처럼 날카로웠다. 허리에는 검은 쇠사슬이 또아리를 틀듯 감겨 있었다. 국밥집 안의 온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뭘 꾸물대느냐. 명부에 적힌 시각이 코앞인데 아직도 이승에서 국밥이나 먹고 앉았느냐." 강림도령이라 불리는 사내의 목소리에 국밥집 벽이 울렸다. 덕심의 등줄기에 소름이 쫙 끼쳤다. '아이고, 인상 더러운 거 보소. 이놈은 레벨이 다르구나.' 강림도령이 허리에 감긴 쇠사슬을 풀어 들었다. 보통 쇠가 아니었다. 닿기도 전에 뼛속까지 시린 기운이 밀려왔다. 하지만 덕심은 물러서지 않았다. "야! 말로 하자, 말로! 사람 몸에 쇠사슬을 감는 게 어디 있어! 이거 인권 유린이야!" 덕심이 저승사자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저승 양반, 뭐라고 말 좀 해 봐요! 당신이 나 좀 변호해 주라고!" 저승사자가 입을 열려다 강림도령의 눈초리에 주눅 들어 입을 다물었다. '아이고, 나 진짜 끌려가는 거야? 협상 다 끝났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강림도령의 쇠사슬이 뱀처럼 덕심의 팔목을 향해 뻗어왔다. 차가운 쇠가 살갗에 닿는 순간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이거 놔! 놓으라고!"


    10단계: 위기 압박 (악재가 몰려옴)

    쇠사슬이 덕심의 팔목을 감아들었다. 차가운 쇠의 감촉이 살 속으로 파고드는 듯했고, 온몸에서 온기가 빠져나갔다. 덕심은 발버둥을 쳤다. "이거 놔! 나 아직 할 말 남았어! 우리 아들, 우리 아들 밥은 챙겨줘야 한다고!" 그때 국밥집 문 밖에서 비틀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덕수였다. 술에 절어 눈이 풀린 채 문턱을 넘어 들어온 아들은 어머니의 상황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저승사자도 강림도령도 덕수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듯했다. 그저 술기운에 흐물거리며 아궁이 옆에 주저앉을 뿐이었다. "어무이, 돈 좀 줘. 내일 갚을게." 덕심의 심장이 쥐어짜이는 것 같았다. '이 놈아, 지금 눈에 뵈는 게 없냐. 어미가 끌려가는데 돈 타령이야.' 분노와 슬픔이 뒤섞여 목구멍을 막았다. 덕수의 저고리가 한쪽으로 흘러내려 앙상한 어깨가 드러나 있었다. 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은 것이 역력했다. '내가 없으면 저 놈은 당장 내일 굶어 죽을 텐데.' 덕심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평생 누구 앞에서도 눈물을 보인 적 없는 여자였다. 그 독한 년이 아들 하나 때문에 무너지고 있었다. "강림도령 양반, 제발 한 번만 봐줘요. 저 놈이 사람 구실 할 때까지만이라도 살게 해 달라고요. 네?" 목소리가 갈라졌다. 국자 대신 무릎이 바닥에 닿으려 했다. 평생 누구에게도 꿇은 적 없는 무릎이었다. 강림도령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명부의 시각은 어길 수 없소. 자비를 구할 곳은 여기가 아니오." '피도 눈물도 없는 양반들아. 자식 둔 부모 마음이 어떤지 알기나 해.' 덕심의 울음이 국밥집 안을 가득 채웠다. "으흐흑, 불쌍한 내 새끼..."


    11단계: 최악의 순간 (모든 게 끝난 듯)

    결국 끌려 나왔다. 국밥집 문턱을 넘으니 몸이 붕 뜨는 기분이 들었고, 발밑의 흙바닥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뒤를 돌아보았다. 등잔불이 아직 켜진 국밥집 안에서 덕수가 아궁이 옆에 쓰러져 코를 골고 있었다. 어미가 저승으로 끌려가는 줄도 모르고. '이렇게 가는구나.' 가슴에 칼이 박히는 것 같았다. 바람이 불어왔다. 장터의 냄새가 실려 왔다. 국밥 끓이는 구수한 냄새, 깍두기의 매콤한 냄새, 사내들의 땀 냄새. '이것이 마지막이구나.' 그 냄새들이 세상에서 제일 그리운 향이 되었다. 평생 새벽별 보고 일어나서 밤늦도록 뼈가 으스러지게 일만 했다. 따뜻한 밥 한 끼를 마음 편히 앉아서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남편 복도 없고 자식 복도 없고 수명 복까지 없다니. '억울해. 너무 억울해서 눈을 못 감겠어.' 장터의 불빛이 점점 작아졌다. 어둠이 덕심을 삼키기 시작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이승의 소리가 멀어졌다. 개 짖는 소리, 귀뚜라미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주막 깃발이 펄럭이는 소리. 전부 사라지고 있었다. "덕수야, 엄마가 미안하다. 빚만 남겨주고 가서 미안해. 밥 굶지 말고... 술 좀 줄이고..." 목소리가 바람에 흩어졌다. 덕심은 마지막으로 장터 쪽을 돌아보았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턱 끝에서 뚝 떨어졌다. '염라대왕도 무심하시지. 나 같은 게 뭐라고 이렇게 급히 데려가나.'


    12단계: 영혼의 밤 (깊은 절망)

    어둠 속에서 저승사자는 앞서 걷는 강림도령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고개를 떨군 채 끌려가는 덕심을. '저 여인의 울음소리가 귓속에서 맴돈다.' 수백 년 전 자신이 죽던 날의 기억이 겹쳐졌다. 관아 마당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말 한마디면 살 수 있었는데, 그 한마디가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아 곤장 아래에서 숨이 끊어졌다. 그때의 한이 저승사자라는 직책으로 이어졌고, 수백 년 동안 영혼을 거두는 일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저 여인은 다르다. 살려고 발버둥 치고, 억울하면 소리치고, 해야 할 말을 전부 했다.' 그것이 부러웠다. 아니, 부러운 것을 넘어 가슴 한복판이 뜨거워졌다. 덕심이 잡아 주었던 손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갈라지고 굳은살이 박힌 거친 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생명의 열기는 수백 년 만에 느낀 따스함이었다. '이대로 끌려가게 두면 저 여인도 나처럼 한 맺힌 귀신이 되겠지. 안 된다.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저승사자는 걸음을 멈추었다. 배꼽 아래에서 힘을 끌어올렸다. 덕심이 가르쳐 준 대로. "도령님! 멈추십시오!" 강림도령의 발이 멈추었다. 뒤를 돌아보는 차가운 눈빛 앞에서 저승사자는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말을 이었다. "이 여인의 말이 맞습니다. 아직 이승에서 정산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한 맺힌 영혼을 데려가면 저승의 질서가 흐트러집니다. 제 직책을 걸고 청합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목소리가 어둠 속에 울려 퍼졌다. 저승사자 자신도 놀랄 만큼 크고 단단한 목소리였다. 덕심이 고개를 들어 저승사자를 바라보았다. 눈물에 젖은 눈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13단계: 3막 진입 (다시 일어섬)

    덕심의 눈에 다시 불꽃이 피어올랐다. 저승사자의 외침을 들은 순간, 꺼져가던 몸속의 기운이 벌떡 일어났다. '저승 양반이 나 때문에 목을 걸었어.' 코끝이 찡해졌지만 지금은 울 때가 아니었다. "그래! 저 양반 말이 맞아! 내가 지금 가면 억울해서 악귀가 될 건데, 악귀가 뭔지 알아? 산 사람 해코지하고 저승 법도를 어지럽히는 존재야!" 덕심의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쇠사슬에 묶인 팔목이 아팠지만 개의치 않았다. "내 성질머리 알잖아! 국밥 한 그릇에도 목숨 거는 여자가 악귀가 되면 염라대왕 상투를 잡을 수도 있어!" 강림도령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덕심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 걸음 다가섰다. "차라리 기회를 줘요. 딱 삼 년! 삼 년만 더 주면 아들 장가보내고, 빚 다 갚고, 내 발로 걸어서 웃으면서 갈게. 깔끔하지? 너네도 실적 올리고 나도 한 풀고, 이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아니야!" 덕심은 쇠사슬을 찰랑거리며 강림도령 코앞까지 다가갔다. 바람에 저고리가 흩날려 목덜미의 땀방울이 달빛에 번들거렸다. 강림도령의 시선이 찰나 흔들렸다가 돌아갔다. "당신도 계산기 두드려 봐요. 나 같은 독종을 악귀로 만드는 것보다, 삼 년 뒤에 순순히 데려가는 게 훨씬 이득이잖아! 저승의 치안 유지 비용 절감에 업무 효율 향상까지, 이건 완벽한 거래야!" 강림도령이 처음으로 말문이 막혔다. 천 년 동안 저승의 일을 해 왔지만 이토록 당당하게 흥정하는 망자는 처음이었다. 덕심이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던졌다. "어때? 콜?"


    14단계: 결말 (클라이맥스 해결)

    강림도령의 표정에 균열이 가고 있었다. 덕심은 놓치지 않았다. '흔들리네, 흔들려. 이 판은 내가 이긴다.' "됐어, 서서 얘기하지 말고 우리 주막으로 돌아갑시다. 앉아서 편하게 마무리해요." 쇠사슬에 묶인 채 덕심이 앞장서서 걸었다.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이끄는 모양새였다. 국밥집으로 돌아오자 덕심은 아직 솥에 남아 있던 국밥을 두 그릇 퍼냈다. 하나는 강림도령 앞에, 하나는 저승사자 앞에 놓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세 사람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쌌다. "먹어 봐요. 식기 전에. 맛없으면 내가 당장 따라갈 테니까." 강림도령은 국밥을 내려다보았다. 서릿발 같던 눈빛이 김 속에서 미세하게 풀려갔다. 숟가락을 들어 한 술 떠 넣었다. 사골의 깊은 맛이 혀를 감싸고, 무와 파의 단맛이 뒤를 이었다. 천 년 동안 잊고 있던 이승의 맛이었다. 숟가락이 멈추었다. 한참을 말없이 국물을 들여다보았다. 덕심이 조용히 물었다. "어때요? 죽이지? 이 맛을 두고 날 데려가면 당신이 후회할 텐데?" 강림도령이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삼 년은 안 되오." 덕심의 얼굴이 잠깐 굳어졌다. 하지만 강림도령은 말을 이었다. "외상값을 전부 회수할 때까지만 봐주겠소. 단, 하루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그 즉시 소환하겠소." 덕심의 얼굴에 환한 빛이 번졌다. "됐어! 그거면 됐어! 내가 누구요, 조선 팔도 최강의 채권 회수자 김덕심이오! 한 푼도 안 남기고 다 받아낼 테니 두고 봐요!" 강림도령이 쇠사슬을 풀었다. 차가운 쇠가 떨어져 나가자 팔목에 온기가 돌아왔다. 덕심은 쇠사슬 자국이 난 팔목을 쓸어보며 저승사자를 바라보았다. 저승사자가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마워요, 저승 양반. 당신이 목을 걸어준 덕분이야. 나 진짜 열심히 살다가 약속대로 갈게." 눈물이 맺혔지만, 이번에는 웃고 있었다.


    15단계: 마지막 장면 (파이널 이미지)

    해가 장터 위로 다시 떠올랐다. 국밥집 굴뚝에서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구수한 냄새가 골목을 가득 채웠다. "자, 줄 서요 줄 서! 오늘도 국밥이 끝내주게 끓었습니다!" 덕심의 목소리가 장터를 울렸다. 예전보다 한결 우렁찼다. 칠성이가 어슬렁 다가오자 덕심이 눈을 부라렸다. "돈 가져왔지? 외상값 갚아! 나 죽으면 저승사자한테 다 이른다고 했잖아!" 칠성이가 헤헤 웃으며 동전 주머니를 내밀었다. 국밥집 한쪽에서는 낯선 사내가 서툰 손놀림으로 그릇을 나르고 있었다. 검은 도포 대신 짧은 저고리를 입은 저승사자였다. 덕심이 소리쳤다. "거기 알바생! 굼뜨게 움직이지 말고 서빙 좀 빨리 해! 저승사자 체면이 있지, 그렇게 느려 터져서야 원!" 저승사자가 쩔쩔매며 그릇을 날랐다. 어색했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어때, 여기서 일하니까 저승보다 재밌지? 말하는 법도 배우고, 사람 사는 맛도 알고. 우리 같이 열심히 해서 빚 갚고 떵떵거리자고!" 부엌 쪽에서 덕수가 무를 썰고 있었다. 서툴지만 진지한 얼굴이었다. 덕심이 잠깐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저 녀석이 드디어 칼을 잡았네.' 눈가가 촉촉해지려는 것을 참으며 다시 솥 앞에 섰다. "자, 여러분! 국밥 드시고 힘내세요! 죽지 말고 살아서 돈 법시다!" 장터에 웃음꽃이 피었고, 국밥 김 사이로 덕심의 목소리가 하늘 끝까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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