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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살리고 싶다면 뜨겁게

황금 인생 21 2025. 11. 1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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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살리고 싶다면 뜨겁게 , 저승사자 아내에게 전한 금기 『어우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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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약 300자)

"부인, 오늘 밤 서방님의 몸을 불덩이보다 뜨겁게 만드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일 아침 그는 차가운 주검이 될 것이오."
금슬 좋기로 소문난 양반가 부부에게 닥친 청천벽력 같은 죽음의 예고. 꿈속에 나타난 저승사자는 남편을 살릴 수 있는 기묘하고도 은밀한 비법 하나를 일러줍니다. 그것은 바로 남편의 진기(眞氣)가 단 한 순간도 식지 않게 하는 것. 죽음의 문턱에서 펼쳐지는 부부의 가장 처절하고도 뜨거운 마지막 밤. 과연 아내는 저승사자와의 내기에서 이겨 남편을 살려낼 수 있었을까요? 어우야담에 숨겨진 기이하고도 관능적인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디스크립션 (약 300자)

남부러울 것 없는 잉꼬부부였던 선비 이생과 부인 민씨. 어느 날 밤, 민씨의 꿈에 검은 도포를 입은 저승사자가 나타나 이생의 수명이 다했음을 알립니다. 사색이 된 부인이 애원하자, 저승사자는 남편을 살릴 유일한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것은 저승의 음기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밤새도록 남편의 양기를 북돋워야 한다는 것.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남편을 살리기 위해 아내가 선택한 뜨거운 헌신과 사랑의 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야담을 넘어, 운명마저 거스르는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줍니다.

※ 남부러울 것 없는 부부의 깊은 밤

한양 땅 명륜동, 달빛이 유난히도 고요하게 내려앉은 기와집 안방에는 은은한 난초 향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젊은 선비 이생과 그의 아내 민씨가 사는 곳으로, 두 사람의 금슬은 동네방네 소문이 자자하여 지나가는 개미조차 부러워할 정도였습니다. 이생은 글공부에 매진하면서도 밤이 되면 오직 부인만을 바라보는 다정다감한 사내였고, 부인 민씨 또한 빼어난 미색에 지혜까지 겸비하여 이생을 하늘처럼 받들었습니다. 그날 밤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니 오히려 평소보다 더욱 짙고 농밀한 밤이었습니다. 촛불이 일렁이며 두 사람의 그림자를 벽에 길게 드리웠고, 방 안은 두 사람의 숨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이생은 부인 민씨의 머릿결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속삭였습니다. 부인, 오늘따라 그대의 살결이 백옥보다 더 희고 곱구려. 내 이리 고운 사람을 얻었으니 전생에 나라를 구했음이 틀림없소. 이생의 손길이 민씨의 어깨를 타고 부드럽게 흘러내렸습니다. 민씨는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으나, 그녀의 눈빛 또한 지아비를 향한 깊은 연정으로 촉촉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서방님도 참, 달이 밝아 그리 보이는 것입니다. 어서 주무시지요. 내일 일찍 서당에 나가셔야 하지 않습니까. 민씨의 말류에도 이생은 그녀를 품에 안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이생의 뜨거운 체온이 얇은 저고리 너머로 전해지자 민씨의 몸도 서서히 달아올랐습니다. 두 사람은 마치 세상에 오직 둘만 남은 것처럼 서로를 탐닉하고 보듬었습니다. 창호지 문 너머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마저 그들의 사랑을 축복하는 듯 노래하였습니다. 이생의 입술이 민씨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그녀는 얕은 신음과 함께 몸을 떨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정욕이 아니었습니다. 서로의 영혼을 확인하고, 서로가 살아있음을 감사하는 신성하고도 아름다운 의식이었습니다. 한바탕 뜨거운 비바람이 지나간 후, 이생은 곤히 잠들었고 민씨는 잠든 남편의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평온하게 오르내리는 남편의 가슴팍에 귀를 대고 그 심장 소리를 듣는 것, 그것이 민씨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큰 행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평화로운 심장 소리가 곧 멈출 것이라고는, 그 순간 민씨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달빛이 구름 뒤로 숨고, 불길한 바람이 문풍지를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민씨의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며 그녀 또한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치기 직전의 바다처럼, 너무나도 고요하고 완벽했던 그 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운명의 장난은 언제나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장 잔인한 얼굴로 찾아오는 법이니까요.

※ 꿈속에 나타난 저승사자

민씨가 잠이 든 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짙은 안개가 자욱한 낯선 길 위에 서 있었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서늘한 냉기가 뼈속까지 파고들었습니다. 이건 꿈이야, 분명 꿈일 텐데 민씨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지만 발걸음은 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안개를 가르고 뚜벅뚜벅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이내 검은 갓을 쓰고 검은 도포를 휘날리는, 창백하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사내가 그녀 앞에 섰습니다. 그의 눈은 깊은 우물처럼 검었고, 입술은 핏기 없이 서늘했습니다. 바로 저승사자였습니다. 민씨는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승사자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민씨 부인, 그대의 남편 이생의 명이 다하였다. 내일 밤 자시(子時), 내가 그를 데리러 갈 것이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 민씨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저승사자의 옷자락을 붙잡고 애원했습니다. 그럴 리 없습니다! 제 서방님은 아직 젊고 건강하십니다. 어찌 벌써 데려가려 하십니까!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차라리 저를 데려가세요! 그녀의 눈물은 옥구슬처럼 떨어져 저승사자의 신발을 적셨습니다. 저승사자는 귀찮다는 듯 옷자락을 빼내려 했으나, 민씨의 절규는 너무나 처절하여 차가운 저승의 존재마저 잠시 멈칫하게 만들었습니다. 남편 없이는 저도 살 수 없습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민씨가 머리를 찧으며 빌고 또 빌자, 저승사자는 잠시 침묵하더니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본래 명부의 일은 거스를 수 없는 법. 허나, 그대의 정성이 갸륵하여 내 한 가지 기회를 주마. 기회라는 말에 민씨가 번쩍 고개를 들었습니다. 저승사자는 몸을 숙여 민씨의 귓가에 은밀하게 속삭였습니다. 내일 밤, 내가 당도할 때까지 네 서방의 몸을 불덩이처럼 뜨겁게 유지하거라. 저승의 기운은 차가운 것을 좋아하고 뜨거운 것을 싫어하니, 만약 자시가 지날 때까지 그의 몸에 양기(陽氣)가 넘쳐흘러 내가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뜨겁다면, 나는 그를 데려가지 못할 것이다. 민씨는 그 말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리지 못해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저승사자는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며 덧붙였습니다. 단순히 이불을 덮어주는 것으로는 어림없다. 네가 가진 모든 음기(陰氣)를 다하여 남편의 양기를 북돋워야 한다. 찰나의 순간이라도 그의 몸이 식거나 정신을 잃는다면, 그 즉시 내 쇠사슬이 그의 목을 감을 것이다. 명심해라. 죽음을 이기는 것은 오직 치열한 생명의 열기뿐이다. 말을 마친 저승사자는 다시 안개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가지 마세요!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민씨가 손을 뻗어 그를 잡으려 했지만, 잡히는 것은 차가운 허공뿐이었습니다. 멀어지는 저승사자의 뒷모습을 보며 민씨는 깨달았습니다. 내일 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그것은 단순히 남편을 간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온몸을 던져, 자신의 생명을 깎아서라도 남편의 생명 불꽃을 태워야 하는, 생애 가장 격렬하고도 처절한 밤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안개가 걷히고 민씨의 의식이 수면 위로 떠 오를 때까지, 저승사자의 마지막 말은 귓가에 쐐기처럼 박혀 맴돌았습니다. '뜨겁게 하라. 죽음이 범접하지 못하도록.'

※ 잠에서 깬 아내의 전율

"헉!" 민씨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고, 심장은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듯 요동쳤습니다.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개꿈이라 치부하기에는 저승사자의 서늘한 눈빛과 목소리가 너무나 생생했습니다. 옆을 돌아보니 남편 이생은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 모르고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규칙적으로 들리는 남편의 숨소리가 이렇게나 사무치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민씨는 떨리는 손을 뻗어 남편의 뺨을 어루만졌습니다. 따뜻했습니다. 아직은, 따뜻했습니다. 하지만 내일 밤이 지나면 이 온기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민씨는 입술을 꽉 깨물었습니다. '안 돼, 절대 그리 둘 수는 없어.' 그녀는 저승사자의 말을 되뇌었습니다. 자시(子時)가 지날 때까지 남편의 몸을 불덩이처럼 뜨겁게 유지하라. 그것은 곧 남편의 몸 안에 있는 생명의 기운, 즉 양기(陽氣)가 잠시도 꺼지지 않게 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선비인 남편은 평소 몸이 차고 기력이 약한 편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저승의 음기를 이겨내려면, 외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민씨의 눈빛이 결연하게 빛났습니다. 그녀는 알고 있었습니다. 남녀가 합일하여 서로의 기운을 주고받을 때, 인간의 몸은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고 생명력은 절정에 달한다는 것을. 음(陰)인 자신이 장작이 되어 양(陽)인 남편이라는 불꽃을 태워야 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쾌락을 위한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죽음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맞서기 위해 쌓아 올리는 방파제이자,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성스러운 제의였습니다. 민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창밖을 보았습니다.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주어진 마지막 날일지도 모를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을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습니다. 오늘 하루, 남편을 황제처럼 모시고, 그의 기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밤이 오면, 부끄러움 따위는 모두 던어버리고 오직 남편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요부가 되어야 했습니다. 설령 자신의 진기가 다 빠져나가 백발노인이 되거나 목숨을 잃는다 해도 상관없었습니다. 서방님만 살릴 수 있다면 민씨는 자고 있는 남편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속으로 맹세했습니다. '내 오늘 밤, 당신을 죽음의 신조차 데려가지 못할 만큼 뜨겁게 사랑하겠습니다. 이 목숨이 다 타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만은 지키겠습니다.'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은 두려움이 아닌, 비장한 각오의 증거였습니다.

※ 운명의 밤을 위한 준비

아침 해가 완전히 떠오르자, 민씨는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처럼 비장한 각오로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녀의 움직임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이생이 잠에서 깨어 부스스한 눈으로 아내를 찾았을 때, 민씨는 이미 단장을 마치고 부엌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부인, 오늘따라 어찌 이리 일찍 일어나셨소?" 이생의 물음에 민씨는 애써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오늘은 서방님께 드릴 특별한 보양식을 준비하려 합니다. 어젯밤 꿈자리가 사나워, 서방님 건강이 염려되어 그러니 그리 아셔요." 그녀는 남편을 안심시키고 곧장 장터로 향했습니다. 장터의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민씨의 귀에는 오직 저승사자의 경고만이 들려왔습니다. 그녀는 가장 먼저 약재상으로 달려갔습니다. "주인장, 사람의 기력을 단숨에 끌어올리고, 꺼져가는 불씨도 살린다는 귀한 약재가 무엇입니까? 값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가장 좋은 것으로 주십시오." 그녀는 백 년 묵은 산삼 뿌리와 녹용, 그리고 양기를 북돋아 준다는 음양곽과 야관문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습니다. 그리고는 어물전으로 가서 펄떡거리는 장어를 샀습니다. 꿈틀거리는 장어의 생명력을 보며, 그녀는 그것이 남편의 힘이 되기를 간절히 빌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민씨는 쉴 틈도 없이 부엌에 들어박혔습니다. 약탕관에 약재를 넣고 달이는 동안, 그녀는 끊임없이 기도를 올렸습니다. '천지신명시여, 조왕신이여, 부디 이 약에 신통력을 불어넣어 주소서. 이 한 그릇이 제 남편의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오늘 밤 저승사자의 손길을 뿌리칠 갑옷이 되게 하소서.' 약탕관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 속에 그녀의 간절한 염원이 녹아들었습니다. 정성을 다해 장어를 굽고, 부추를 무치고, 찹쌀로 밥을 지었습니다. 온 집안에 구수하고 진한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이생은 영문도 모른 채, 그저 아내가 차려준 진수성찬을 받고 감동하여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부인, 내 평생 왕후장상이 부럽지 않소. 오늘이 무슨 날이라도 되는 게요?" 이생이 묻자 민씨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짐짓 태연하게 술 한 잔을 따랐습니다. "서방님과 함께하는 매일이 제게는 잔칫날이지요. 어서 드셔요. 국물 한 방울도 남기시면 아니 됩니다." 민씨는 남편이 음식을 삼키는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습니다. 음식이 식도를 넘어 위장으로 들어가고, 그것이 소화되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상상을 했습니다. 남편의 창백했던 안색에 조금씩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하자, 그제야 민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민씨의 마음은 다시금 조급해졌습니다. 그녀는 안방 아궁이에 장작을 가득 채워 넣었습니다. 방바닥이 절절 끓어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커다란 나무통에 따뜻한 물을 채우고 향기로운 쑥과 박하 잎을 띄웠습니다. "서방님, 목욕물을 데워 놓았습니다. 오셔서 땀을 좀 푹 내시지요." 민씨는 남편을 욕조에 앉히고, 직접 소매를 걷어붙였습니다. 하얀 김이 자욱한 욕실 안, 민씨의 손길이 남편의 등을 타고 부드럽게 흘러내렸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몸 구석구석을 씻기며, 그의 근육 하나하나, 혈관 하나하나를 깨우듯 정성스럽게 어루만졌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목욕이 아니었습니다. 죽음을 맞이하기 전의 정화(淨化)가 아니라, 생명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였습니다. "부인, 오늘따라 손길이 참으로 묘하구려." 이생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평소와 달리 과감하고 끈적한 아내의 손길에 이생의 몸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민씨는 대답 대신 남편의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습니다. "가만히 계셔요, 서방님. 오늘은 제가 다 해드릴 것입니다."

목욕을 마친 이생을 먼저 방으로 들여보낸 후, 민씨는 거울 앞에 앉았습니다. 그녀는 평소 즐겨 입던 수수한 무명옷을 벗어던졌습니다. 장롱 깊숙한 곳에서, 혼례 때 입었던 붉은 비단 속적삼을 꺼냈습니다. 얇고 투명한 붉은 비단은 그녀의 하얀 살결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입술에 붉은 연지를 찍고, 머리를 풀어헤쳤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여인은 현모양처 민씨가 아니었습니다. 남편을 홀려 생명을 불어넣을 매혹적인 여인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창호지 문 틈새를 꼼꼼히 점검했습니다. 차가운 저승의 바람이 바늘구멍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문풍지를 덧바르고 문고리를 단단히 걸어 잠갔습니다. 방 안은 아궁이의 열기와 촛불의 온기, 그리고 민씨가 내뿜는 비장한 열기로 후끈했습니다.
밤의 장막이 완전히 내려앉고,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약속된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민씨는 야관문주가 담긴 술병과 찻잔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붉은 옷을 입은 아내의 자태에 이생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촛불 아래 일렁이는 아내의 모습은 선녀 같기도 하고, 요괴 같기도 했습니다. 민씨는 떨리는 손을 감추며 남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마치 주문을 걸듯 단호하고도 애절하게 말했습니다. "서방님, 약조해 주십시오. 오늘 밤은 저를 믿고 제 모든 것을 받아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절대 절대 잠드시면 아니 됩니다. 밤이 지나고 새벽 닭이 울 때까지, 저와 함께 이 뜨거운 밤의 끝을 보셔야 합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애원과 유혹, 그리고 살리고자 하는 절박함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이생은 영문도 모른 채, 그저 아내의 기묘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촛불이 크게 흔들리고, 두 사람의 운명을 건 긴 밤이 시작되려는 찰나였습니다.

※ 해가 지고 시작된 사투

자시(子時)가 가까워오자 방 안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하지만 그 정적을 깬 것은 민씨의 과감한 손길이었습니다. 아궁이의 열기로 뜨거워진 방바닥보다 더 뜨거운 것은 민씨의 눈빛이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옷고름을 풀며,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아니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남편을 탐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수줍음 많던 아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부부의 정을 나누는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죽음이라는 거대한 적 앞에서, 남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기를 자처한 여인의 신성한 의식이자 처절한 몸부림이었습니다. 민씨는 이생의 품에 깊이 파고들어 그의 입술을 찾았고, 그의 몸 구석구석을 애무하며 잠들어 있던 감각들을 하나하나 깨웠습니다. 손끝이 닿는 곳마다 불꽃이 튀는 듯했습니다. "서방님, 뜨거워지셔야 합니다. 더 더 뜨겁게" 그녀의 속삭임은 단순한 사랑의 밀어가 아닌, 생명을 향한 주문과도 같았습니다. 이생은 아내의 적극적인 태도에 처음에는 놀랐으나, 곧 그녀가 내뿜는 뜨거운 열기와 알 수 없는 비장함에 휩쓸려갔습니다. 두 사람의 몸이 얽히고설키며 격렬한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민씨는 자신의 안에 있는 모든 기운, 뼛속 깊은 곳에 숨겨진 생명의 근원까지 끌어모아 남편에게 불어넣었습니다. 음(陰)인 자신의 몸을 장작으로 삼아 양(陽)인 남편의 몸에 불을 지피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남편의 피부는 붉게 달아올랐고, 그녀의 숨결이 닿는 곳마다 생명의 맥박이 세차게 뛰었습니다. 방 안은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와 살이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타오르는 촛불의 일렁임으로 가득 찼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생은 지쳐갔습니다. 쾌락도 쾌락이었지만, 아내가 요구하는 열기는 평범한 사람의 체력을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이생이 숨을 헐떡이며 잠시 눈을 감으려 하자, 민씨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그를 흔들었습니다. "아니 됩니다! 서방님, 제발 눈을 뜨십시오! 주무시면 안 됩니다! 저를 보십시오, 제발!" 그녀는 남편의 뺨을 감싸고 다시 입을 맞추며 그의 정신을 붙잡았습니다. 이생은 아내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았습니다. 그 뜨거운 눈물방울이 자신의 가슴에 떨어지자, 식어가던 정신이 다시 번쩍 들었습니다. '부인이 왜 이리 애절한가. 왜 이토록 간절한가.' 그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아내의 그 간절함에 보답해야 한다는 본능으로 다시 힘을 냈습니다.

민씨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진기(眞氣)가 남편에게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현기증이 일고 눈앞이 아득해졌지만, 그녀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 지금 멈추면, 저 문밖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는 저승사자가 들어올 것이 뻔했습니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땀방울이 빗물처럼 쏟아져 내려 그녀의 하얀 등과 남편의 가슴을 적셨습니다. 그 땀은 단순한 땀이 아니라, 그녀의 생명이 녹아내린 액체였습니다. "서방님, 사랑합니다. 제가 다 드릴 테니 부디 살아만 주십시오." 민씨는 고통과 쾌락, 두려움과 사랑이 뒤섞인 신음을 토해내며 남편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습니다. 이생의 몸이 용광로처럼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의 피부는 붉게 상기되었고,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방 안의 공기마저 데우고 있었습니다. 민씨는 탈진할 것 같은 몸을 억지로 움직였습니다. 남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혈관 속의 피가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것은 죽음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허락하지 않는, 가장 강력한 생명의 방벽이었습니다. 밤은 깊어만 갔고, 방 안은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찜통처럼, 아니 화산의 분화구처럼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습니다. 민씨는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도 오직 한 가지만을 생각했습니다. '더 뜨겁게, 더 뜨겁게 저승의 냉기가 감히 범접하지 못하도록.'

※ 문밖까지 당도한 저승사자

한밤중, 자시(子時)를 알리는 종소리가 멀리서 희미하게, 그러나 불길하게 울려 퍼질 무렵이었습니다. 세상 만물이 숨을 죽인 깊은 밤, 이생의 집 마당에는 서늘하다 못해 살을 에는 듯한 냉기가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달빛조차 구름 뒤로 숨어버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마당의 개들이 짖음을 멈추고 꼬리를 내린 채 구석으로 숨어들었습니다. 끼이익 닫혀 있던 대문이 바람 한 점 없는데도 저절로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검은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저승사자가 소리 없이 마당에 들어섰습니다. 그의 발이 닿는 곳마다 풀들이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아 말라죽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망자의 이름을 적은 붉은 명부인 적부(赤簿)와, 영혼을 묶을 차가운 쇠사슬이 들려 있었습니다. 저승사자의 눈은 오직 안방 문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이생, 때가 되었다. 명이 다하였으니 나오너라." 그의 목소리는 작았으나, 마치 천둥처럼 공간을 울리는 힘이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는 망설임 없이 대청마루로 올라서 안방 문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이제 문을 열고 저 안에 있는 사내의 이름을 세 번 부르기만 하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방문을 열려던 저승사자의 손이 허공에서 멈칫했습니다. 그는 흠칫 놀라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습니다. 문틈 사이로, 그리고 창호지 너머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아궁이에 불을 많이 때서 나오는 열기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생명력이 극한으로 치솟아 만들어낸, 순수한 양기(陽氣)의 폭풍이었습니다. 방 안에서는 여전히 두 남녀의 거친 숨소리와 서로를 갈구하는 소리, 살과 살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생명의 마찰음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는 미간을 찌푸렸습니다. 저승의 존재인 그는 음습하고 차가운 기운에는 강했지만, 이토록 강렬하고 뜨겁게 타오르는 생명의 기운, 즉 '양기' 앞에서는 힘을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기운은 마치 태양의 조각을 방 안에 가둬둔 것처럼 맹렬했습니다.

저승사자는 억지로 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으려 했습니다. "치이익!" 마치 달궈진 인두에 닿은 것처럼, 저승사자의 창백한 손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손을 거두었습니다. "허 지독하구나. 한낱 여인의 독기가, 아니 그 사랑이라는 것이 이토록 무섭단 말인가." 그는 방 안을 꿰뚫어 보듯 노려보았습니다. 그의 눈에 비친 방 안의 광경은 기이했습니다. 아내 민씨는 거의 혼절 직전의 상태였지만, 남편을 붙잡은 손만은 절대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등에서는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그녀의 영혼은 촛불처럼 타들어가며 남편의 영혼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목숨을 건 결계였습니다. '데려갈 테면 데려가 보라. 내 목숨을 밟고 지나가라.' 그녀의 무언의 외침이 문밖까지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저승사자는 혀를 찼습니다. 이생의 몸은 죽음의 그림자가 깃들기에는 너무나 뜨겁고 활기찼습니다. 지금 저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갔다가는, 저승사자인 자신의 영혼마저 저 뜨거운 양기에 화상을 입을 지경이었습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자시(子時)를 지나 축시(丑時)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저승의 법도상 정해진 시간을 넘기면 망자를 데려갈 수 없었습니다. 또한, 이렇게 생명력이 충만한 상태의 영혼은 명부의 명단에 올릴 수 없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저승사자는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 한숨이 하얀 입김이 되어 허공에 흩어졌습니다. "이생의 명이 오늘이 아니었던가 보구나. 여인의 지독한 정성이 하늘의 명부마저 고쳐 쓰는구나." 저승사자는 씁쓸하면서도 기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는 품에서 적부를 꺼내 이생의 이름 위에 붉은 줄을 그었습니다. '보류'. 그리고는 조용히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방 안의 두 사람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서로의 품에서 기절하듯 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방 안의 열기만은 새벽이 올 때까지 식을 줄을 몰랐습니다.

※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찾아온 아침

"꼬끼오! 꼬끼오!" 새벽의 정적을 깨고 힘찬 닭의 울음소리가 마을 곳곳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며 아침 햇살이 창호지 문을 뚫고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방 안의 공기는 여전히 훈훈했지만, 간밤의 치열했던 사투의 흔적으로 묘한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이생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습니다. 온몸이 두드려 맞은 듯 뻐근하고 근육 하나하나가 비명을 지르는 듯했지만,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맑고 개운했습니다. 마치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고, 온몸에 새로운 피가 도는 듯한 활력이 느껴졌습니다. 그는 간밤의 일이 꿈만 같았습니다. 아내와의 그토록 격렬하고도 절박했던 사랑이라니 평소의 얌전했던 아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옆을 돌아보았습니다. "부인, 잘 주무셨소? 간밤에는 제가 너무"
그러나 말을 잇던 이생은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으악! 부, 부인! 이게 어찌 된 일이오!" 그의 옆에 누워 있는 민씨의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칠흑같이 검고 윤기 나던 민씨의 머리카락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하얀 서리가 내린 듯, 아니 백설이 뒤덮인 듯 새하얗게 변해버린 백발의 여인이 누워 있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수십 년의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듯한 모습. 이생의 비명에 민씨가 부스스 눈을 떴습니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다 현기증을 느끼며 비틀거렸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변한 줄도 모르고, 가장 먼저 떨리는 손을 뻗어 남편의 가슴에 손을 얹었습니다. 쿵, 쿵, 쿵. 심장이 힘차게 뛰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체온, 혈색이 도는 붉은 입술. 살아있었습니다. 남편이 살아있었습니다. 저승사자와의 내기에서 이긴 것이었습니다.

"아 서방님" 민씨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이생은 떨리는 손으로 아내의 백발을 어루만지며 오열했습니다. "도대체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게요. 나 같은 놈이 무엇이라고 이 고운 머리카락을 다 잃으셨소 어찌 하룻밤 사이에 이리 변하실 수가 있단 말이오!" 민씨는 그제야 자신의 어깨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줌을 쥐어보았습니다.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 그것은 그녀의 생명력이, 그녀의 젊음이 남편에게로 옮겨간 증거였습니다. 민씨는 씁쓸함 대신 옅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비록 모습은 늙어버린 듯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고 성스러워 보였습니다. 그것은 헌신이 만들어낸 숭고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서방님, 울지 마십시오. 서방님께서 살아 계시니, 이깟 머리카락이 대수겠습니까. 제 목숨을 잃는다 해도 서방님을 지킬 수만 있다면 저는 몇 번이고 그리할 것입니다." 민씨는 그제야 지난밤 꿈속의 저승사자와 겪었던 일, 그리고 남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해야만 했던 일들을 털어놓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이생은 아내를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아내가 생명력을 깎아 먹는 고통을 감내했음을, 그 뜨거운 밤이 단순한 쾌락이 아닌 목숨을 건 제사였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부인, 내 평생 당신을 업고 다니리다. 내 남은 목숨은 당신이 준 것이니, 이제 당신을 위해 살겠소."
그 후, 이생은 약속대로 백발이 된 아내를 평생토록 지극정성으로 모셨다고 합니다. 비록 민씨의 머리카락은 다시 검어지지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백발을 보고 흉보는 대신 '사랑으로 죽음을 이긴 성스러운 징표'라며 칭송했습니다. 두 사람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아니, 이미 파뿌리가 된 머리를 맞대고, 덤으로 얻은 삶을 감사하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어우야담에 전해집니다. 이생과 민씨의 집 앞을 지날 때면, 사람들은 여전히 그날 밤의 기적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한, 뜨겁고도 위대한 사랑의 힘을 말입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남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버린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 그리고 그 뜨거운 사랑 앞에서는 저승사자조차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가슴 뭉클한 감동과 함께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어쩌면 부부의 인연이란 이승과 저승의 경계마저 허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머리는 하얗게 셌지만, 남편을 바라보는 부인의 눈빛만은 영원히 청춘이지 않았을까요? 오늘 밤은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손을 꼭 잡고 잠드시는 건 어떨까요?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은 더 재미있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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