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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외로움 속 하룻밤 대화

황금 인생 21 2025. 11. 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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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외로움 속 하룻밤 대화… 죽음의 문턱에서 마지막 인연 『청구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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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Hooking Statement)

여러분은 살면서 잊지 못할 단 하나의 대화를 가지고 계십니까? 여기 조선시대, 고을 원님을 지낸 한 선비가 있습니다. 그는 늙고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마주친 한 여인과 인생의 깊은 대화를 나눕니다.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단지 마음과 마음이 통했던 하룻밤의 인연. 선비는 그 만남을 평생의 위로로 간직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선비가 삶의 마지막 길, 저승을 향해 걸을 때, 그 길목에서 기적처럼 다시 만난 여인이 있었으니... 과연 그 여인은 누구이며, 이 은밀하고도 신비로운 인연은 어떻게 선비의 마지막 여정을 빛나게 했을까요? 지금부터 외로웠던 노년의 대화가 저승길을 밝힌 기막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디스크립션 (Description)

『청구야담』에 실린 조선시대 한 선비의 기이하고도 감동적인 야담. 노년에 접어들어 외로움을 느끼던 선비가 길을 잃고 헤매다 만난 신비로운 여인과의 하룻밤 깊은 대화. 이 만남은 선비의 삶에 깊은 위안을 주었고, 그는 수십 년간 그 여인을 잊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숨을 거둘 때, 저승의 문턱에서 다시 마주친 그 여인의 정체는 바로 저승사자였습니다. 평생의 외로움을 달래준 단 하룻밤의 은혜로운 인연이, 선비의 두려운 마지막 길을 어떻게 따뜻하게 감싸주었을까요? 삶과 죽음을 초월한 아름다운 인연의 힘을 통해, 진정한 인간적인 교감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이야기입니다. 시니어 여러분께 깊은 위로와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 주인공 박 원님의 노년과 쓸쓸한 일상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조선 후기의 문헌 『청구야담』에 전해지는 한 기이한 인연에 관한 것입니다. 때는 조선 숙종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기에 박 원님이라 불리던 한 선비가 있었습니다. 그는 젊어서 과거에 급제하고 몇 고을의 원님을 지낼 정도로 출세가도를 달렸지만, 벼슬에서 물러난 뒤에는 고향에 돌아와 홀로 남았습니다. 자식들은 이미 장성하여 각자 살림을 나갔고, 부인도 일찍 세상을 떠났기에, 늙은 선비의 집은 마치 텅 빈 동굴처럼 쓸쓸한 기운만이 감돌았습니다. 명절이 되어 자식들이 찾아와 잠시나마 북적일 때를 제외하고는, 그의 노년은 깊은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는 늘 생각했습니다. "이 텅 빈 삶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이 외로움은 끝내 나를 따라 저승까지 가겠구나."
어느 해 가을, 박 원님은 답답한 마음에 홀로 여행길에 나섰습니다. 세상 구경이라도 하며 묵은 회포를 풀고자 했지만, 낯선 길은 오히려 그의 마음을 더 헤매게 만들었습니다. 산과 들이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들어 절경을 이루었으나, 그 아름다움조차 그의 쓸쓸함을 이겨낼 수는 없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 길을 잘못 든 박 원님은 인적이 드문 산골짜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사방이 어둠에 잠기기 시작했고, 찬 바람이 불어와 나뭇가지들을 흔들었습니다. 길은 점점 험해졌고, 이제는 정말 큰일 났다 싶을 때, 저 멀리 숲속에서 희미한 등불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등불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뜻밖에도 작고 단출하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오두막집 한 채였습니다. 박 원님은 용기를 내어 문밖에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리 늦은 시각에 실례가 많소. 혹시 이 외진 곳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 있겠소?"
잠시 후, 안에서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더니, 스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단정하고 고운 용모의 여인 하나가 촛불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여인은 놀란 기색도 없이 박 원님을 바라보더니, 차분하고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 깊은 산중에 어찌 홀로 길을 잃고 오셨습니까. 어르신께서 원하신다면 하룻밤 묵어 가시는 것이야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박 원님은 그 여인의 목소리가 너무나 맑고 고와서, 순간 험한 길을 걸어온 피로를 잊는 듯했습니다. 그는 여인에게 거듭 감사를 표하며 집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오두막집 안은 밖에서 보는 것처럼 단출했으나, 정갈함이 돋보였고, 방 한쪽에는 책 몇 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그는 여인에게 자신의 이름이나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여인 또한 박 원님에게 그의 정체를 묻지 않았습니다. 그저 길 잃은 노인과 외딴집 여인으로서 마주 앉았을 뿐입니다.

※ 집주인 여인과의 만남

박 원님은 여인이 차려준 소박한 저녁 식사를 대접받으며 잠시 허기를 달랬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둘은 촛불 아래 마주 앉았습니다. 방 안은 고요했고, 창밖으로는 산짐승의 울음소리가 가끔 들려왔습니다. 박 원님은 평소 같으면 낯선 여인과 단둘이 있는 것이 부담스러웠겠지만, 이 여인에게서는 왠지 모를 편안함과 깊은 기품이 느껴졌습니다. 여인은 잠자코 앉아 있다가, 먼저 잔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먼 길을 오시느라 몸이 고단하실 텐데, 무슨 깊은 생각에 잠겨 계신 듯합니다. 세상살이가 고단하신지요."
박 원님은 그 질문에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벼슬살이를 할 때도, 고향에 돌아와서도, 그 누구도 자신의 속마음을 이토록 조용하고 깊게 헤아려 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외로움과 삶의 회한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허허, 나이가 들면 그저 모든 것이 고단해지는 법이지요. 젊었을 때는 세상의 영달을 쫓아 바쁘게 살았고, 늙어서는 남은 세월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방황합니다. 자식들은 이미 제 삶을 찾아 떠났고, 남은 것은 텅 빈 집과 늙은 육신뿐. 이 모든 것이 마치 봄날의 꿈결처럼 허망하게 느껴지오."

여인은 박 원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더니,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는 맑은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어르신, 사람의 삶이란 홀로 와서 홀로 가는 것이 본래의 모습이 아닐까요. 젊었을 때는 곁에 사람이 많아도 결국 그들의 몫이 따로 있는 법이고, 늙어서 홀로 남는 것은 오히려 세상의 인연으로부터 잠시 자유로워지는 때일 수도 있습니다. 어르신께서 느끼시는 고독은 어쩌면 덧없는 세상사에 매이지 않고, 진정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귀한 스승일지도 모릅니다. 홀로 계시다고 슬퍼하지 마십시오. 세상의 모든 생명은 결국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온전히 홀로 존재합니다."
박 원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스무 살 남짓한 젊은 여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마치 수십 년을 도를 닦은 고승의 법문처럼 깊고도 명쾌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여인의 깊은 통찰력에 감탄하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대 말은 참으로 비범하오. 세상의 이치를 이토록 깊게 깨달았으니, 그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며, 어찌하여 이 깊은 산골에서 홀로 지내는 것이오?"

여인은 미소를 지을 뿐,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이 산골에 잠시 머물고 있는 이름 없는 사람일 뿐입니다. 어르신께서 궁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세상의 이치란 굳이 많은 책을 읽어야만 깨닫는 것은 아니더군요.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통할 때, 진정한 지혜가 오가는 법입니다."
그날 밤, 박 원님은 여인과 밤을 새워가며 인생의 본질, 사람의 도리, 그리고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깊고도 은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인의 이야기는 박 원님의 노년의 외로움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었고, 그의 복잡했던 마음을 맑게 씻어주는 듯했습니다. 그는 난생처음으로, 자신의 신분이나 지위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순수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깊은 교감을 경험했습니다.

※ 여인에게 은혜의 표시를 남기고 아쉬운 이별을 하다

깊은 대화 속에서 어느덧 창밖이 희미하게 밝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박 원님은 여인의 지혜와 따뜻한 마음에 깊이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습니다.
"이름 모를 여인이여, 그대와의 하룻밤 대화는 내가 지난 수십 년간 벼슬길에서 얻지 못했던 깨달음과 위로를 주었소. 늙고 지친 나그네에게 이 외로운 밤을 따뜻하게 밝혀주었으니, 이 은혜를 어찌 잊을 수 있겠소. 나는 곧 다시 길을 떠나야 하나, 그대의 깊은 뜻을 평생 잊지 않겠소."
박 원님은 품속에서 귀하게 여기던 작은 은자 한 닢을 꺼내 여인의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습니다. 이 은자는 그가 특별히 아끼던 것으로,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 여인이 홀로 살아가는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이것은 내가 작은 성의를 표하는 것이니, 부디 거절하지 말고 받아 주시오. 그대가 이 은자를 유용하게 쓴다면,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할 것이오."
여인은 그 은자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는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르신의 따뜻한 마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 은자는 어르신의 순수한 정을 담은 것이니, 함부로 쓰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다만, 저를 위해 염려해주시는 것은 고마우나, 저는 이 산중에서 사는 것이 이미 저의 운명이고, 외롭지 않습니다. 어르신께서는 부디 이 하룻밤의 대화를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시고, 남은 여생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여인은 끝내 자신의 이름이나 사는 곳에 대해 더 이상 알려주지 않았고, 박 원님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습니다. 그는 여인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하고, 밝아오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오두막을 나섰습니다. 문을 나서는 순간, 박 원님은 왠지 모를 아쉬움과 함께 다시는 이 여인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에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여인은 문 앞에 서서 그를 향해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고, 그 미소는 마치 새벽의 이슬처럼 맑고 깨끗했습니다.
박 원님은 오두막을 떠나 다시 길을 찾았습니다. 놀랍게도 그가 길을 나선 후로는 더 이상 헤매지 않고 순조롭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내내, 그의 마음속에는 그 여인의 맑은 목소리와 깊은 통찰이 메아리쳤습니다. 외로움으로 가득 찼던 그의 노년의 여행은, 이제 그 여인과의 하룻밤 만남 덕분에 깊은 위로와 깨달음으로 채워졌습니다. 그는 그날 이후,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과거의 집착과 회한을 버리고, 남은 시간을 고요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비록 단 하나의 대화였지만, 그것은 그의 남은 생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는 수십 년간 그 여인을 잊지 못하고, 때때로 그 산골 오두막의 방향을 바라보며 깊은 사색에 잠기곤 했습니다.

※ 노년에 접어들어 삶을 정리하다

그 신비로운 만남 이후로 수십 년의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박 원님은 여인이 일깨워준 대로, 마음의 평안을 얻고 고요한 노년을 보냈습니다. 젊었을 때의 명예욕과 늙어서의 고독감은 희미해졌고, 매 순간을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그는 늘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나의 외로운 길에 등불이 되어준 그 여인의 은혜를 잊지 말고, 세상에 덕을 쌓으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 산골짜기 오두막과 이름 모를 여인의 모습만큼은 세월이 흘러도 그의 기억 속에서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게 남아 있었습니다. 박 원님은 그 여인의 신비로운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깊은 깨달음과 영적인 기품을 보았을 때, 그녀는 결코 평범한 인간일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가끔 그 여인이 혹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아니었을까, 아니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녀에게 주었던 은자 한 닢이 혹시 그녀의 어려운 삶에 작은 도움이 되었을까, 그리고 그 여인도 자신과의 하룻밤 대화를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하곤 했습니다.
그는 혹시라도 그 여인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을까 염려하여, 자신의 하인들을 시켜 그 지역을 몇 번이고 찾아보게 했습니다. 그는 하인들에게 정확한 위치와 오두막의 모습을 자세히 설명하며 반드시 찾아보라고 당부했습니다. 하인들은 주인님의 간절한 부탁에 따라 깊은 산골 구석구석을 수소문하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깊은 산골까지 수소문하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뒤져도, 그 여인이 살았다는 오두막집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오두막은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길을 안내해 줄 만한 주변 사람도 없었고, 사람들은 그런 외딴집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결국 꿈이었나... 아니, 꿈이라고 하기에는 그 대화가 너무도 생생하고, 내 삶을 바꾸어 놓았는데..." 박 원님은 깊은 회한에 잠겼습니다. 그는 그 여인의 존재가 단순한 사람이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그녀는 그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잠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특별한 인연, 어쩌면 그를 시험하거나 인도하기 위해 잠시 인간의 모습을 빌린 존재였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 하룻밤의 만남과 대화를 자신이 평생 쌓은 덕행에 대한 하늘의 보답이라고 생각하며, 더욱 겸손하고 선하게 살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집에 작은 불단을 마련하고, 비록 이름은 알지 못하나 그 여인의 평안을 빌며 매일 밤 향을 피웠습니다.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갔고, 박 원님의 육신은 점점 쇠약해졌으며, 마침내 병석에 눕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 왔음을 알았지만, 여인과의 대화 덕분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에게는 한 가지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내가 저승으로 가는 길에, 혹시라도 그 여인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 신비로운 인연이 내 마지막 길을 조금이라도 밝혀주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었습니다. 그의 외로웠던 노년의 마지막 위로는 오직 그 여인의 기억뿐이었습니다.

어느 날 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박 원님은 섬뜩한 냉기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방 안은 희미한 달빛만 비추고 있었는데, 방 한가운데에 키가 크고 창백한 얼굴을 한 남자가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서 있었습니다. 그의 모습은 공포스러웠지만, 박 원님은 놀라기보다 숙명을 받아들이듯 고요했습니다.
"박 아무개, 이제 때가 되었으니, 나와 함께 가야 한다. 이승의 미련을 버리고, 나를 따르라."
목소리는 낮고 무서웠지만, 박 원님은 직감적으로 그가 저승사자임을 알았습니다. 그는 두려웠지만, 여인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겠소. 이 늙은 몸이 세상에 미련을 둘 것이 무엇이 있겠소. 갑시다. 부디 순조롭게 이끌어 주시오."
저승사자는 아무 말 없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고, 박 원님은 쇠약한 몸을 이끌고 그를 따라나섰습니다. 집을 나서는 순간, 그의 눈에는 더 이상 평소 보던 세상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은 온통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사방에서는 알 수 없는 스산한 바람 소리만 들려왔습니다. 저승사자가 앞장섰고, 박 원님은 그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 걸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여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 저승사자를 따라 어둠의 길을 걷기 시작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박 원님은 저승사자를 따라 걷고 또 걸었습니다. 땅은 울퉁불퉁하고,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오직 저승사자의 검은 그림자만이 그의 눈에 희미하게 잡힐 뿐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낯선 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두려움이 그의 전신을 짓눌렀지만, 박 원님은 이를 악물고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저승사자가 앞장서는 속도는 박 원님의 쇠약한 몸이 따라가기에는 버거웠으나, 그는 자신의 마지막 길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일념으로 간신히 버텼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언젠가는 이 길을 걸어야 하는 법. 두려워하지 말자. 그 여인의 말이 옳았다. 삶이란 결국 홀로 가는 것이다." 그는 속으로 되뇌며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그의 육신은 점점 한계를 맞고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는 한마디 말도 없이 묵묵히 앞장섰습니다. 마치 달리는 듯한 그의 발걸음은 냉정하고 무심하여, 마치 살아있는 인간의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존재 같았습니다. 박 원님은 숨이 턱에 차오르기 시작했고, 심장이 터질 듯 뛰었습니다. 그는 겨우 목소리를 짜내어 저승사자를 불렀습니다.

"사자님, 잠시... 잠시만 쉬어갈 수 없겠소? 이 늙은 몸이 더 이상 따라가기가 힘이 듭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당신의 뒤를 놓치고 말 것입니다."
저승사자는 박 원님의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저승길은 쉴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망자(亡者)의 영혼은 미련 때문에 잠시도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빨리 가야 합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곳에서 머뭇거리면 험한 영혼들이 망자를 노릴 수도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십시오."
박 원님은 절망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길 위에서 쓰러져 영영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의 눈앞은 아득해졌고, 정신은 점점 혼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공포가 다시 그의 영혼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저승사자의 뒤를 놓치고 영원히 어둠 속을 헤매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그가 거의 쓰러지기 직전, 그의 눈에 저 멀리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 하나 다가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빛은 촛불처럼 작고 연약했지만, 이 지독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마치 한 줄기 희망처럼 밝게 느껴졌습니다. 그 빛은 흔들림 없이 점점 가까워졌고, 박 원님은 그 빛을 들고 걸어오는 사람의 형체를 겨우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여인이었습니다. 곱고 단정한 한복 차림의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손에 등불을 들고, 조심스럽지만 확신에 찬 걸음으로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마침내 박 원님과 저승사자의 사이에 멈춰 섰고, 그 순간 주변을 휘감던 차가운 기운이 잠시나마 누그러지는 듯했습니다.
저승사자는 여인을 보자 처음으로 걸음을 멈추고, 여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박 원님은 등불의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그 여인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노안을 의심할 수 없었습니다. 그 얼굴은 수십 년 전, 산골 오두막에서 그와 인생을 논했던 바로 그 여인의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그녀의 아름답고 맑은 모습은 세월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채, 신비로운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 그녀가 과거 그 외딴집의 여인임을 알게 되다

등불을 든 여인은 바로 박 원님이 평생 잊지 못했던 그 산골 오두막의 여인이었습니다. 박 원님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이, 저승사자가 여인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습니다.
"선배님, 어찌 이 먼 길까지 직접 나오셨습니까. 이 망자는 제가 명부까지 모시고 가는 중이었습니다. 혹여 제가 불찰을 저질렀습니까?"
저승사자의 말에 박 원님은 더욱 충격을 받았습니다. '선배님'이라니! 이 여인이 저승사자라니! 그렇다면 이 여인은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저승의 사자, 즉 저승사자였던 것입니다. 여인은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저승사자에게 말했습니다.
"수고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망자, 박 아무개는 나와 오래전부터 갚을 인연이 있는 분입니다. 그대에게서 박 원님을 인계받아 내가 직접 명부(冥府)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대는 이제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십시오. 이 망자는 내가 책임지고 인도하겠습니다."

저승사자는 여인의 말에 더 이상의 질문 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순식간에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박 원님 앞에는 따뜻한 등불을 든 여인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여인은 박 원님을 향해 잔잔하고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수십 년 전, 외로웠던 노년의 밤에 그에게 위로가 되었던 바로 그 미소였습니다.
"어르신, 드디어 다시 뵙습니다. 이토록 힘든 길을 홀로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토록 쇠약해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박 원님은 벅차오르는 감동과 놀라움, 그리고 알 수 없는 안도감에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겨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 그대는 정녕 그때 그 오두막의 여인이 맞소? 그리고 저승사자라니... 도대체 어찌 된 일인 것이오? 인간의 몸으로 어찌 저승의 일을 맡을 수 있단 말이오?"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등불을 박 원님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내밀었습니다. 등불 빛이 그의 지친 얼굴을 따뜻하게 비추었습니다. 그 따스함에 박 원님은 비로소 깊은 안정을 찾았습니다.
"예, 어르신. 저는 그때 그 여인이 맞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승사자의 임무를 맡고 있는 존재입니다. 어르신께서 수십 년 전에 제게 주셨던 은자 한 닢을 기억하십니까? 그때 저는 이미 저승사자의 임무를 시작하기 위해 이 세상에 잠시 내려와 있던 영혼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인연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마지막 인간적인 정을 정리해야 했기에 그 외딴곳에서 홀로 지냈던 것입니다. 세상의 미련을 끊고, 차가운 저승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준비였습니다."

여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고독한 사연과 깊은 뜻이 담겨 있었습니다.
"어르신께서 저에게 건네주신 그 은자는, 단순한 돈의 가치를 넘어섰습니다. 그것은 홀로 외로이 세상의 마지막 정을 떼려던 저에게, 인간의 진정한 따뜻한 정과 위로를 건네준 '은혜'였습니다. 그때 어르신께서는 저의 신분을 묻지도 않으시고, 단지 늙고 외로운 나그네의 진심 어린 마음으로 저와 인생의 깊은 대화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 하룻밤의 대화와 정성이, 제가 이 저승의 고독하고 냉정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큰 힘이 되었고, 저의 영혼을 외롭지 않게 지탱해 주었습니다. 제가 받은 그 정성 어린 은혜를,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 은혜를 갚아야만, 저의 다음 단계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박 원님은 눈물을 글썽이며 여인의 말을 경청했습니다. 그의 외로운 노년의 마음을 달래려 했던 작은 행동이, 이렇게 놀라운 인연으로 돌아왔다니, 그는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단지 외로움을 달래고자 했던 나의 하룻밤 대화가, 그대에게 은혜가 되었다니... 나의 삶은 헛되지 않았소. 고맙소. 정말 고맙소."

※ 저승길을 무사히 인도하다

여인, 즉 저승사자는 미소를 지으며 박 원님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녀의 손은 따뜻한 등불의 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어르신, 이제 제가 어르신이 주신 은혜를 갚을 차례입니다. 저승의 길은 본래 두렵고 외로운 길이지만, 제가 이 등불을 들고 어르신의 마지막 길을 따뜻하게 인도해 드리겠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저를 믿고 편안한 마음으로 따라오십시오."
박 원님은 여인의 따뜻한 손을 잡았습니다. 그녀의 손길은 차갑지 않았고, 오히려 살아있는 사람의 온기보다 더 포근하고 신뢰감이 느껴졌습니다. 여인은 박 원님의 쇠약한 걸음에 맞추어 지극히 천천히, 정성껏 걸었습니다. 그녀가 든 등불은 어둠을 완전히 몰아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박 원님의 발밑을 환하게 밝혀주었고, 그의 주변에 알 수 없는 낯선 그림자들이나 험한 기운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신비로운 힘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박 원님에게 명부까지 가는 길을 상세하고 자상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저승의 무서운 고통이나 심판에 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오히려 저승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좋은 인연, 그리고 다음 생에 대한 희망과 평안의 이야기들을 속삭여 주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수십 년 전, 박 원님의 외로운 밤을 위로해 주었던 바로 그 목소리였습니다.
"어르신, 인간의 삶은 마치 긴 길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험난한 고개도 넘어야 하지만, 결국 끝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길 위에서 어떤 마음으로 누구와 대화하고 진정한 정을 나누었는지입니다. 어르신께서 베풀었던 그 작은 정성과 따뜻한 대화가, 이 저승길에서 어르신의 가장 든든하고 밝은 등불이 된 것입니다. 인간의 순수한 마음이 곧 천상의 복이 되는 법이니, 어르신께서는 참으로 복을 많이 지으신 분입니다."
박 원님은 여인과 함께 걷는 내내, 평생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여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고맙소. 이 늙은 몸의 어리석은 질문 하나만 더 들어주시오. 그렇다면, 나의 다음 생은 어떻게 될 것 같소? 다시 이 외로운 삶을 반복하지는 않을지..."

여인은 멈춰 서서 박 원님의 두 손을 잡고 깊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이미 이 세상에 쌓을 덕과 정을 모두 쌓으셨습니다. 외로운 삶 속에서도 남에게 따뜻한 위로를 베풀 수 있는 마음을 가지셨으니, 다음 생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평안하고 복된 삶을 살게 되실 것입니다. 부디 걱정 마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 길의 끝을 향해 가십시오. 이제 모든 미련을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마침내, 저 멀리 명부의 문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여인은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박 원님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올렸습니다. 그녀는 박 원님에게 마지막으로 깊은 절을 올렸습니다.
"어르신, 이제 저의 인도는 여기까지입니다. 부디 안녕히 가십시오. 어르신께서 제게 주신 은혜는 이로써 모두 갚았습니다. 다음 생에서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인연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원합니다."
박 원님은 눈물을 흘리며 그녀의 손을 놓았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그녀에게 감사하며 명부의 문을 향해 벅찬 마음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문이 닫히기 직전, 그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여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등불을 높이 들고 박 원님의 영혼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길을 밝혀 배웅해 주고 있었습니다.

유튜브 엔딩 멘트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청구야담』 속 박 원님과 저승사자의 이야기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아름다운 인연의 힘을 보여줍니다. 외로움 속에서 베푼 진심 어린 따뜻한 대화와 작은 은자 한 닢의 정성. 박 원님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고자 했을 뿐이지만, 그 순수한 마음이 저승사자에게는 잊지 못할 은혜가 되어, 가장 두려워해야 할 마지막 길을 가장 따뜻한 배웅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세상의 모든 인연은 헛되지 않으며, 우리가 베푼 작은 친절과 따뜻한 말이 언젠가는 가장 필요한 순간에 우리에게 돌아와 빛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오늘 하루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귀한 하루이기를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또 다른 흥미롭고 감동적인 조선시대 야담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은 저희 채널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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