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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 앞에선 저승사자 갓을 벗었다

황금 인생 21 2026. 10. 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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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년을 사잣밥 차려온 노파 앞에 저승사자가 갓을 벗었다

동짓날마다 고갯마루 바위에 흰밥 한 그릇을 올린 지 서른 해, 정작 제 밥은 늘 죽이었던 노파가 숨을 거두던 날 검은 도포 셋이 나란히 와 갓을 벗고 절을 올렸다지요. 밥 한 그릇의 값이 얼마인지 그날 마을이 알았더랍니다. 〈출처 계열: 학산한언·청구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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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

찬 바람이 뼈를에는 동짓날 밤이면, 자신은 멀건 시래기죽으로 주린 배를 채우면서도 고갯마루 찬 바위 위에 하얀 쌀밥 세 그릇과 짚신 세 켤레를 꼬박꼬박 차려놓던 가난한 노파가 있었습니다. 무려 서른 해 동안이나 이어진 그 기이한 정성을 보고 마을의 욕심쟁이 부자는 미친 노파라며 침을 뱉고 조롱했지요. 그러던 어느 눈보라 치는 겨울날, 노파가 홀로 쓸쓸히 숨을 거두자 초라한 초가집 마당으로 검은 도포를 입은 사내 셋이 나란히 걸어 들어와 일제히 검은 갓을 벗고 큰절을 올립니다! 과연 서른 해 동안 바친 사잣밥 한 그릇의 값은 얼마였을까요? 저승사자마저 눈물 흘리게 한 감동과 통쾌한 역전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1: 동짓날 밤의 하얀 쌀밥 세 그릇과 구두쇠 조 영감의 비웃음

조선 후기, 강원도 첩첩산중의 박달재라는 험한 고갯마루 아래에 작은 산골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추위가 매섭다는 동짓날 저녁, 마을 어귀의 다 쓰러져가는 외딴 초가집 굴뚝에서 가느다란 연기 한 줄기가 피어올랐습니다.

그 집의 주인은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의 강 할멈이었습니다. 할멈의 부엌 아궁이 위에는 작은 무쇠솥 두 개가 나란히 걸려 있었는데, 기이하게도 두 솥에서 끓고 있는 음식은 천지 차이였습니다. 왼쪽의 큰 솥에서는 거친 보리쌀 몇 알에 시래기만 수북이 넣은 멀건 죽이 끓고 있었고, 오른쪽의 작은 솥에서는 일 년에 한 번 구경하기도 힘든 눈부시게 하얀 이팝, 즉 햅쌀밥이 구수한 김을 내뿜으며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강 할멈은 굽은 허리를 펴고 솥뚜껑을 열어 하얀 쌀밥을 정성스럽게 푸기 시작했습니다. 혹여나 밥알 하나라도 떨어질세라 손을 부들부들 떨며 놋그릇 세 개에 고봉으로 밥을 담아낸 할멈은, 자기 입에는 쌀알 하나 넣지 않고 침만 꼴깍 삼켰습니다.

'오냐, 올해도 밥이 참으로 곱고 찰지게 잘 지어졌구나. 이 추운 동짓날 밤에 머나먼 황천길을 오가시느라 얼마나 배가 고프고 발이 시리실꼬. 어서 식기 전에 고갯마루로 모셔다드려야지.'

할멈은 자신의 저녁 끼니로 멀건 시래기죽 한 사발을 훌훌 마셔 배를 채운 뒤, 하얀 쌀밥 세 그릇과 맑은 정화수 세 잔, 그리고 소금 한 종지를 소반 위에 정갈하게 차렸습니다. 그리고 방 구석에서 지난 가을 내내 손끝이 갈라지도록 정성껏 삼아둔 튼튼한 새 짚신 세 켤레를 꺼내어 보자기에 소중히 감쌌습니다.

할멈이 무거운 소반을 머리에 이고 짚신 꾸러미를 옆구리에 낀 채 대문을 나설 때였습니다. 마침 마을에서 가장 큰 부자이자 지독한 구두쇠로 악명 높은 조 영감이 털배자에 가죽신을 신고 하인 돌쇠를 앞세운 채 고갯길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조 영감은 동짓날을 맞아 이웃 고을에서 빚돈을 거두어 오던 길이었습니다.

"어이구, 저기 저 미친 강 할망구 또 나오네! 영감님, 저 노인네 머리에 인 것 좀 보십시오. 지 입에는 시래기죽도 겨우 우겨넣는 주제에, 또 귀신 먹으라고 하얀 쌀밥을 해 이고 갑니다요!"

하인 돌쇠가 낄낄거리며 손가락질을 하자, 조 영감은 걸음을 멈추고 코웃음을 치며 강 할멈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이보게, 강 할멈! 할멈은 나이를 일흔이나 쳐먹고도 아직도 그 허황된 미신에서 깨어나지를 못했는가? 아니, 세상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저승사자가 어디 있다고 아까운 백미를 세 그릇씩이나 퍼서 산짐승 밥으로 갖다 바친단 말인가!"

조 영감이 지팡이로 땅바닥을 탁탁 치며 혀를 찼습니다. 강 할멈은 무거운 소반을 인 채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습니다.

"조 영감님, 평안히 다녀오셨습니까요. 미신이라 하셔도 어쩔 수 없지요. 소인이 서른 해 전부터 마음먹고 해오던 일이라, 제 숨이 붙어 있는 한은 멈출 수가 없사옵니다."

"에끼, 이 답답하고 어리석은 노인네야! 그렇게 쌀이 남아돌면 내년부터는 내가 빌려준 보리쌀 반 가마니 이자나 제때 갚을 것이지! 지난번에 내가 자네 움막집 터를 담보로 보리쌀을 빌려준 것이 벌써 석 달 전이야. 이번 달 그믐까지 쌀로 못 갚으면 당장 저 초가집을 헐어버리고 할멈을 길바닥으로 내쫓을 줄 알란 말이야!"

조 영감은 소반 위에 놓인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을 보자 괜히 배가 아프고 심술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는 지팡이 끝으로 할멈의 옆구리에 낀 짚신 꾸러미를 툭 찌르며 비아냥거렸습니다.

"흥, 지 발에 신은 짚신은 뒤축이 다 닳아빠져 맨살이 다 보이는데, 누구 신기겠다고 새 짚신은 세 켤레씩이나 꼬박꼬박 삼아 바치는지! 오늘 밤에 저 고갯마루에 밥 차려놓기만 해봐라. 저승사자가 와서 먹는 게 아니라, 우리 집 사냥개나 풀어놓아 다 쳐먹게 할 테니! 에이, 재수 없는 할망구 같으니라고, 퉤!"

조 영감은 할멈의 발치에 가래침을 뱉고는 거드름을 피우며 마을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찬 바람에 할멈의 해진 무명 치맛자락이 서글프게 흔들렸지만, 할멈은 조금도 원망하는 기색 없이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다시 박달재 고갯마루를 향해 한 걸음씩 발을 옮겼습니다.

※ 2: 서른 해 전의 아픈 기억과 짚신에 얽힌 할멈의 자비심

박달재 고갯마루로 올라가는 산길은 눈이 얼어붙어 미끄럽고 가팔랐습니다. 스무 살 젊은 장정도 오르기 숨찬 그 고갯길을, 일흔 줄의 노파가 머리에는 밥상을 이고 지팡이에 의지해 오르자니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거친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습니다.

그러나 강 할멈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서른 해 전, 그러니까 자신이 마흔 살이 되던 해의 그 시리고 아팠던 동짓날 밤을 떠올렸습니다.

그 시절 강 할멈에게는 성실하고 마음씨 착한 남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열 살배기 외아들이 있었습니다. 비록 살림은 가난했으나 세 식구가 오순도순 모여 앉으면 부러울 것이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 해 겨울, 지독한 기근이 들어 먹을 것이 떨어지자 남편은 아들의 동지 팥죽이라도 한 그릇 끓여 먹이겠다며 눈보라를 뚫고 산 너머 장터로 나무를 팔러 갔습니다.

하지만 밤이 깊도록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어린 아들이 아버지를 마중 나가겠다며 몰래 집을 나섰고, 뒤늦게 이를 안 강 할멈이 고갯마루로 달려갔을 때는 이미 남편과 아들이 박달재 큰 바위 아래에서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차갑게 얼어 죽어 있었습니다. 남편의 품속에는 아들에게 먹이려 산 붉은 팥 한 줌이 쏟아져 있었고, 두 부자의 짚신은 눈길에 다 찢어져 발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지요.

하루아침에 하늘 같은 남편과 금쪽같은 자식을 모두 잃은 강 할멈은 그 바위 위에서 사흘 밤낮을 피눈물을 흘리며 통곡했습니다.

'나도 따라 죽어야지. 내 새끼와 내 서방이 저 추운 황천길을 발이 시려 어찌 걸어간단 말인가.'

할멈이 바위 아래 절벽으로 몸을 던지려던 그날 밤, 피로와 슬픔에 지쳐 잠시 깜빡 잠이 든 할멈의 꿈속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어두운 황천길 위로 검은 도포를 입고 검은 갓을 쓴 저승사자 세 명이 자신의 남편과 아들을 데리고 걸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섭게만 생각했던 저승사자들은 뜻밖에도 지치고 고단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중 한 사자가 자신의 도포를 벗어 추위에 떠는 어린 아들의 어깨에 덮어주며 동료 사자에게 나직이 말했습니다.

"이보게, 오늘 밤은 동짓날이라 이승과 저승의 문이 가장 멀리 열리는 날이 아닌가. 삼천리 황천길을 쉬지 않고 걸어왔더니 내 다리도 천근만근이고, 짚신 바닥이 다 뚫려 발바닥에서 피가 나는구먼.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른데, 이승 사람들 가운데 우리 같은 저승 길손들에게 따뜻한 물 한 모금 내어주는 이가 아무도 없으니 참으로 서글픈 일일세."

그러자 다른 사자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습니다.

"그러게나 말이네. 우리가 좋아서 사람 목숨을 거두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하늘의 명을 받아 밤낮없이 눈보라 속을 걷는 것인데,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보면 저주하고 소금만 뿌려대니 어디 가서 찬 밥 한 술 얻어먹겠는가. 어서 가세나, 그래도 이 착한 부자는 우리가 업어서라도 극락길 입구까지는 데려다주어야지."

꿈에서 깨어난 강 할멈은 멍하니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랬구나. 내 남편과 내 새끼를 데려간 저승사자님들도, 알고 보면 밤낮없이 험한 길을 걸으며 고생하는 가엾은 길손들이셨구나. 내 자식을 업어다 주신 그분들의 발이 저리 시리고 배가 고프시다는데, 살아남은 이 어미가 되어 슬퍼만 하고 있을 수가 없지.'

그날 이후로 강 할멈은 죽으려던 마음을 거두고, 해마다 동짓날 밤이면 박달재 고갯마루의 그 넓적한 바위 위에 하얀 쌀밥 세 그릇과 새 짚신 세 켤레를 차려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남의 집 밭을 매주고 삯바느질을 하여 한 톨 두 톨 모은 귀한 쌀이었습니다.

"영감, 그리고 내 아들 돌이야. 저승사자님들이 이 따뜻한 밥을 잡수시고 새 짚신을 갈아 신으시면, 저승에서 우리 영감과 돌이도 덜 외롭고 편안하게 지내겠지. 부디 사자님들, 이 늙은이의 작은 정성을 거두어 잡수시고 먼 길 다치지 말고 평안히 다녀오시옵소서."

할멈은 고갯마루 바위 위에 흰 무명천을 깔고, 아직 김이 남아 있는 밥그릇 세 개와 짚신 세 켤레를 나란히 놓은 뒤, 얼어붙은 바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정성껏 세 번 절을 올렸습니다.

신기하게도 지난 스물아홉 해 동안, 할멈이 밤에 밥과 짚신을 놓고 내려갔다가 이튿날 새벽에 올라와 보면 밥그릇은 누군가 깨끗이 비운 듯 텅 비어 있었고, 새 짚신 세 켤레는 온데간데없었으며 그 자리에 바닥이 다 닳아빠진 헌 짚신 세 켤레만이 가지런히 놓여 있곤 했습니다. 산짐승이 먹었다면 그릇이 나뒹굴고 밥풀이 흩어져 있어야 마땅하건만, 그릇은 설거지라도 한 듯 정갈하게 포개져 있었지요.

그것이 바로 강 할멈이 온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 속에서도 무려 서른 해 동안이나 이 공양을 멈추지 않은 이유였습니다.

※ 3: 마지막 동짓날의 공양과 차가운 방바닥에 쓰러진 노파

서른 번째 동짓날 밤의 사잣밥을 바치고 산에서 내려온 강 할멈은, 그날 밤부터 그만 심한 몸살과 기침을 앓으며 차가운 구들장 위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일흔 평생을 굶주리며 험한 일만 해온 노구가 매서운 동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수명의 끝에 다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나 섣달그믐날이 밝았습니다. 온 마을 집집마다 떡을 치고 전을 부치며 새해를 맞이할 준비로 분주했지만, 강 할멈의 초가집 아궁이에는 사흘째 불씨가 꺼져 방 안이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할멈은 얇은 홑이불을 덮고 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대문 짝이 부서져라 걷어차이는 소리와 함께 구두쇠 조 영감과 하인 돌쇠가 마당으로 우르르 들이닥쳤습니다.

"이보라, 강 할망구! 오늘이 약속한 섣달그믐날이다! 내가 빌려준 보리쌀 반 가마니에 이자까지 쳐서 백미 한 가마니를 당장 내놓아라!"

조 영감의 카랑카랑한 고함 소리에, 강 할멈은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간신히 일으켜 방문을 열고 마루 끝으로 기어 나왔습니다. 할멈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고, 입술은 파랗게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조 영감님... 콜록, 콜록! 보시다시피 소인이 병이 깊어 사흘째 물 한 모금 못 넘기고 누워 있사옵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시어 봄에 산나물이라도 캐서 갚을 수 있도록 말미를 조금만 더 주시옵소서."

"말미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말미야! 당장 오늘 밤에 죽을지 내일 아침에 죽을지도 모르는 송장 같은 노인네한테 내가 무슨 돈을 더 기다려준단 말이냐! 돌쇠야, 저 방 안에 들어가서 쌀이든 놋그릇이든 돈 될 만한 것은 싹 다 뒤져서 들고 나와라!"

"예, 영감님!"

돌쇠가 신발을 신은 채로 할멈을 거칠게 밀치고 방 안으로 들어가 살림살이를 마구 뒤집어엎었습니다. 그러나 방 안에는 찌그러진 뚝배기 몇 개와 해진 옷가지 말고는 쌀 한 톨 없었고, 오직 동짓날 고갯마루에서 거두어 온 '바닥이 닳아빠진 헌 짚신 세 켤레'와 놋그릇 세 개만이 벽장 속에 고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영감님, 쌀은 개뿔도 없고 웬 거지 같은 헌 짚신 짝하고 놋그릇 세 개만 있습니다요!"

"뭐야? 에이, 괘씸한 노인네 같으니라고! 이 놋그릇 세 개는 내가 이자 값으로 가져가고, 이 더러운 짚신 짝은 아궁이에나 처넣어 버려라! 그리고 내일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 일꾼들을 데려와 이 초가집을 싹 밀어버릴 테니, 오늘 밤 안으로 당장 내 땅에서 기어 나가거라!"

조 영감이 돌쇠가 들고 나온 헌 짚신 세 켤레를 빼앗아 마당 눈밭 위로 사정없이 내던지고는, 가죽신 발로 짚신을 짓밟았습니다. 강 할멈은 마루 아래로 굴러떨어지며 눈밭에 엎드려 그 헌 짚신들을 품에 끌어안았습니다.

"안 됩니다, 영감님! 그 놋그릇은 가져가셔도 좋으나, 이 짚신만큼은 서른 해 동안 귀한 손님들께서 남겨주신 징표이오니 제발 짓밟지 말아 주시옵소서..."

"하하하! 귀한 손님은 무슨!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내일 아침까지 안 나가고 버티면 멍석에 말아 강물에 던져버릴 테니 알아서 해라! 가자, 돌쇠야!"

조 영감은 할멈이 쓰던 놋그릇 세 개를 챙겨 들고는 의기양양하게 대문을 나섰습니다.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마당에 홀로 남겨진 강 할멈은, 흙 묻은 헌 짚신 세 켤레를 가슴에 꼭 품은 채 간신히 방 안으로 기어 들어왔습니다. 몸을 움직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지만, 할멈의 얼굴에는 이상하리만치 평온하고 맑은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이제 내 평생의 숙원도 다 이루었고, 서른 해 동안 사자님들께 따뜻한 밥 한 끼씩은 대접해 드렸으니 여한이 없구나. 영감, 돌이야... 이제 이 어미도 곧 당신들 곁으로 갈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구려.'

할멈은 헌 짚신을 머리맡에 가지런히 두고는 조용히 두 눈을 감았습니다. 잠시 후, 할멈의 거칠던 숨소리가 잦아들더니 이내 고요하게 멎어버렸습니다. 서른 해 동안 오직 남을 위해 밥을 짓고 짚신을 삼았던 가난한 노파가, 섣달그믐날 밤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는 차가운 방바닥에서 쓸쓸히 숨을 거둔 것이었습니다.

※ 4: 초가집 마당에 나타난 검은 도포 삼 형제와 갓을 벗은 큰절

강 할멈의 숨이 멎은 지 반 식경쯤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갑자기 몰아치던 매서운 눈보라가 거짓말처럼 뚝 그치더니, 박달재 고갯마루 쪽에서부터 오색구름과 함께 은은한 연꽃 향기가 마을로 흘러내려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적막한 눈길 위로, 사박사박 눈 밟는 소리를 내며 키가 구 척은 되어 보이는 건장한 사내 세 명이 나란히 걸어 내려왔습니다. 그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칠흑같이 검은 비단 도포를 입고 머리에 검은 갓을 쓰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들의 발에는 강 할멈이 열흘 전 동짓날 밤에 바쳤던 바로 그 튼튼한 새 짚신이 신겨 있었습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염라대왕의 명을 받고 이승의 망자를 거두러 다니는 저승사자 삼 형제, 강림도령과 해원맥, 이덕춘이었습니다.

그들이 강 할멈의 쓰러져가는 초가집 사립문 앞에 이르자, 사나운 호랑이도 벌벌 떨게 만든다는 수석 저승사자 강림이 걸음을 멈추고 뒤따르는 두 사자에게 엄숙하고도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우님들아, 드디어 우리가 서른 해 동안이나 따뜻한 밥과 새 짚신의 은혜를 입은 강 씨 할머님의 집 앞에 당도하였구나. 비록 이승의 눈으로는 보잘것없는 초가삼간이나, 우리 저승사자들에게는 삼천리 황천길에서 유일하게 주린 배를 채우고 언 발을 녹여주던 극락 궁전보다 더 귀한 곳이다. 모두 예를 갖추어라!"

"예, 형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저승사자 삼 형제는 초가집 마당 한가운데에 일렬로 나란히 서더니, 저승에서도 염라대왕 앞이 아니면 절대 벗지 않는다는 검은 갓을 두 손으로 정중하게 벗어 가슴에 품었습니다. 그리고 차가운 눈밭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방문을 향해 이마가 땅에 닿도록 세 번 큰절을 올렸습니다.

"할머님! 서른 해 동안 동짓날마다 베풀어주신 그 따스한 공양의 은혜를 입은 저승 차사 삼 형제가 할머님을 모시러 왔사옵니다. 부디 평안히 나오시옵소서!"

저승사자들이 갓을 벗고 큰절을 올리는 순간, 방 안에서 막 몸을 빠져나온 강 할멈의 맑은 혼백이 화들짝 놀라 마루로 걸어 나왔습니다.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요! 꿈에서 뵈었던 높으신 사자님들이 어찌 이 천한 늙은이에게 이리 큰절을 올리시옵니까! 어서들 일어나시옵소서, 소인이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강림 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자하고도 깍듯한 미소를 지으며 할멈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의 눈가에는 뜨거운 물기가 맺혀 있었습니다.

"할머님, 무슨 말씀을요. 세상 사람들은 모두 저희를 죽음의 사자라 하여 두려워하고 침을 뱉었으나, 오직 할머님 한 분만이 자신은 멀건 죽을 드시면서도 저희의 시린 발과 주린 배를 걱정하여 삼십 년 세월을 하루같이 공양해 주셨습니다. 할머님이 지어주신 그 하얀 쌀밥 한 그릇과 짚신 한 켤레가 저희 삼 형제의 얼어붙은 가슴을 얼마나 뜨겁게 녹여주었는지 모릅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아랫마을 구두쇠 조 영감의 아흔아홉 칸 기와집 쪽에서 요란한 풍악 소리와 함께 껄껄거리는 웃음소리가 밤공기를 가르고 들려왔습니다. 조 영감이 섣달그믐을 맞아 동네 유지들을 불러 모아놓고 술잔치를 벌이며 강 할멈에게서 빼앗아 온 놋그릇 세 개를 자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하하! 여러분, 내 앞에 놓인 이 놋그릇 세 개 좀 보시오! 저 산 밑에 사는 미친 강 할망구가 삼십 년 동안 저승사자한테 밥 차려주던 그릇인데, 내가 오늘 빚 대신 뺏어 와서 개밥 그릇으로 쓰려고 내놓았소이다! 저승사자가 있긴 어디 있단 말이오, 다 내가 복이 많아 내 재물이 되는 것이지!"

그 오만방자한 목소리가 초가집 마당까지 들려오자, 온화하던 강림 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무섭게 일그러지며 두 눈에서 시퍼런 불꽃이 튀었습니다.

"저런 천인공노할 놈을 보았나! 감히 우리 삼 형제가 서른 해 동안 공양을 받던 신성한 그릇을 빼앗아 개밥 그릇이라 능멸하고, 하늘이 내린 대자대비의 보살 같은 할머님을 길바닥으로 내몰려 하다니! 해원맥아, 덕춘아! 할머님을 모시고 가기 전에 저 무도한 조가 놈의 죄부터 다스려야겠다!"

"예, 형님! 마침 내일 새벽 인시에 잡아갈 이 고을 망자 명단에 저 조가 놈의 이름이 올라와 있사옵니다! 몇 시간 일찍 잡아간들 염라대왕께서도 오히려 칭찬하실 것이옵니다!"

저승사자 삼 형제는 바람처럼 몸을 날려 단숨에 조 영감의 기와집 마당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잔칫상을 벌이고 있던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으나, 술잔을 들고 설치던 조 영감의 눈에만 갑자기 시커먼 도포를 입은 거대한 저승사자 세 명이 똑똑히 보였습니다.

"허, 헉! 다, 당신들은 누구야! 어째서 내 발밑에 있던 강 할망구의 새 짚신을 신고 있는 것이냐!"

조 영감이 기겁을 하며 뒤로 나자빠지자, 강림 사자가 붉은 명부를 펼쳐 들고 우렁찬 목소리로 호통을 쳤습니다.

"네 이놈, 조가야! 평생 가난한 백성들의 피눈물을 짜내어 배를 불린 것도 모자라, 감히 저승 차사들의 은인이신 강 할멈의 사잣밥 그릇을 빼앗고 짓밟아? 네놈이 그토록 저승사자가 보고 싶다 하였으니, 오늘 밤 당장 염라대왕 앞으로 끌고 가 무간지옥의 불구덩이에 처넣어 주마!"

해원맥이 무쇠 사슬을 휙 던져 조 영감의 목을 감아채자, 조 영감은 "억!"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술상을 엎으며 그 자리에서 숨이 턱 멎어버렸습니다. 잔치에 모였던 사람들은 조 영감이 갑자기 급살을 맞아 쓰러지자 혼비백산하여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에 바빴습니다.

※ 5: 염라대왕의 분노와 서른 해 사잣밥의 값을 치른 기적의 심판

저승사자 삼 형제는 쇠사슬에 묶여 질질 끌려가는 조 영감과는 정반대로, 강 할멈의 혼백은 황금으로 장식된 구름 가마에 정중히 태우고 자기들이 직접 가마채를 메어 저승의 시왕전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황천길을 지나는 내내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평소 같으면 칼산과 불바다로 가득했을 저승길이, 강 할멈의 가마가 지나가자 길 양옆으로 하얀 연꽃이 만발하고 선녀들이 내려와 꽃비를 뿌리는 극락의 꽃길로 변한 것입니다.

마침내 저승의 최고 법정인 시왕전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승의 지엄한 군주인 염라대왕이 면류관을 고쳐 쓰고는, 높은 옥좌에서 직접 걸어 내려와 시왕전 계단 아래까지 마중을 나와 있었던 것입니다!

"어이구, 대왕마마! 어찌 옥좌에서 내려오시어 이 천한 늙은이를 맞이하시옵니까!"

강 할멈이 가마에서 내려 황급히 바닥에 엎드리려 하자, 염라대왕이 직접 두 손으로 할멈을 부축해 일으키며 껄껄 웃었습니다.

"하하하! 강 씨 할멈, 고개를 드시구려! 내 저승을 다스린 지 수천 년이 되었으나, 오늘처럼 기쁘고 반가운 손님은 처음이오. 우리 저승의 차사들이 이승에 내려갈 때마다 찬 바람을 맞으며 주린 배를 움켜쥐고 돌아오는 것이 내 늘 가슴 아팠는데, 할멈이 서른 해 동안이나 자비로운 마음으로 내 부하들에게 따뜻한 흰밥과 새 짚신을 베풀어주었으니, 할멈이야말로 내 저승 전체의 대은인이 아니겠소!"

염라대왕은 최 판관에게 명하여 강 할멈의 명부와 선행 공덕부를 가져오게 했습니다. 판관이 두꺼운 황금빛 장부를 펼치자, 그 안에서 눈부신 서기가 솟구쳐 올라 시왕전 천장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대왕마마, 강 씨 노파의 공덕을 계산해 보았사옵니다. 노파가 서른 해 동안 바친 쌀밥이 모두 아흔 그릇이요, 정성껏 삼아 바친 짚신이 모두 아흔 켤레에 달하옵니다. 하오나 이는 부자가 남는 재물로 베푼 것이 아니오라, 자신은 시래기죽을 먹고 헌 짚신을 신으면서 제 살을 깎아 베푼 지극한 보시이옵기에, 저승의 법도로 따지면 밥 한 그릇이 황금 천 냥이요, 짚신 한 켤레가 수명 일 년의 공덕에 해당하옵니다!"

최 판관의 우렁찬 보고에 염라대왕은 무릎을 탁 치며 감탄했습니다. 그러더니 시왕전 구석에 쇠사슬에 묶여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구두쇠 조 영감을 매섭게 노려보았습니다.

"저기 묶여 있는 조가 놈의 죄상은 어떠한가!"

"예! 저 조가 놈은 이승에서 만석의 재물을 쌓아두고도 단 한 톨의 쌀도 이웃에게 베푼 적이 없으며, 고리대금으로 스물세 가정을 파탄 내었사옵니다. 게다가 어제는 강 할멈의 사잣밥 그릇을 빼앗고 할멈을 길바닥으로 내몰아 숨지게 한 대역죄를 저질렀사옵니다!"

"네 이놈! 들어보니 백 번을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이로구나!"

염라대왕이 호통을 치자 시왕전 기둥이 우르르 흔들렸습니다. 조 영감은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대왕마마, 살려주십시오! 소인이 눈이 멀어 큰 죄를 지었사옵니다! 이승에 두고 온 제 아흔아홉 칸 기와집과 논밭 만 마지기를 전부 강 할멈에게 바칠 테니 제발 지옥불만은 면하게 해주십시오!"

"시끄럽다! 네놈의 더러운 재물은 네가 바치지 않아도 이미 하늘의 뜻에 따라 주인이 바뀌었느니라! 여봐라, 나찰들은 당장 저 조가 놈의 혀를 뽑고 영원히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는 아귀지옥 가장 깊은 곳으로 던져 넣어라!"

옥졸들이 울부짖는 조 영감을 끌고 사라지자, 염라대왕은 다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강 할멈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강 할멈의 옆에 조용히 서 있던, 삼십 년 전 세상을 떠났던 할멈의 남편과 아들의 혼령을 앞으로 불러내었습니다.

"할멈, 보시구려. 할멈이 서른 해 동안 차사들에게 공양한 덕분으로, 할멈의 남편과 아들은 이미 저승에서 가장 높은 천상 극락의 선관(仙官)으로 임명되어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소이다."

"아이고, 영감! 내 아들 돌이야!"

강 할멈은 눈부신 선관의 옷을 입고 늠름한 청년이 된 아들과 남편의 손을 붙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편과 아들은 할멈에게 큰절을 올리며 말했습니다.

"어머니, 어머니께서 베푸신 그 크나큰 자비와 공덕 덕분에 저희는 극락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하오나 대왕마마의 말씀이, 어머니께서는 아직 이승에서 누리셔야 할 아흔 줄의 복록이 삼십 년이나 더 남아 계신다고 합니다. 부디 이승으로 돌아가시어, 평생 고생만 하신 그 몸으로 부귀영화를 다 누리시고 훗날 백수를 채운 뒤에 저희 곁으로 오시옵소서."

염라대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매 속에서 신비한 금빛 여의주 하나를 꺼내어 강 할멈의 가슴에 대어주었습니다.

"자, 강 할멈! 서른 해 동안 우리 저승 차사들을 먹여 살린 밥값과 짚신 값을 이제 내가 제대로 치러드리리다. 할멈에게 남은 수명 삼십 년을 더해주고, 굽은 허리와 어두운 눈을 쉰 살 장년의 건강한 몸으로 되돌려줄 것이오! 그리고 조가 놈이 평생 긁어모은 만석의 재물을 모두 할멈의 몫으로 돌려놓을 터이니, 이승으로 돌아가 가난하고 불쌍한 백성들을 배불리 먹이며 만석꾼 대보살로 평안히 사시구려! 강림아, 할멈을 이승으로 정중히 모셔다드려라!"

※ 6: 관 속에서 걸어 나온 회춘한 할멈과 밥 한 그릇이 일군 만석꾼 마을

이승에서는 그사이 정월 초하룻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간밤에 구두쇠 조 영감이 자기 집 잔칫상 앞에서 갑자기 급살을 맞아 죽었다는 소식에 온 마을이 술렁거렸습니다. 조 영감에게는 자식도 없고 일가친척도 없던 터라, 고을 관아에서 아전들과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장례 문제를 의논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동네의 마음씨 착한 젊은 농부 몇 명이 정월 초하루 세배라도 드릴 겸 강 할멈의 초가집을 찾았다가, 방 안에서 숨을 거둔 채 싸늘하게 식어 있는 할멈을 발견하고는 눈물을 흘리며 통곡했습니다.

"아이고, 우리 마을에서 제일 마음씨 고운 강 할머님께서 간밤에 아무도 모르게 돌아가셨구나! 그 지독한 조 영감 놈이 어제 와서 행패를 부리더니, 그만 한을 품고 가셨네그려."

"비록 할머님이 남기신 돈은 한 푼 없지만, 우리가 십시일반 볏짚과 널빤지라도 모아서 양지바른 곳에 따뜻하게 묻어드리세."

마을 청년들이 정성껏 할멈의 시신을 닦아 새 무명옷을 입히고 소나무 관에 모시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따스한 햇살 한 줄기가 초가집 방 안으로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더니, 방 안에 향기로운 매화 향기가 가득 퍼졌습니다.

그러더니 놀랍게도, 싸늘하게 식어 있던 강 할멈의 시신에서 붉은 화기가 돌기 시작하더니, 하얗던 백발이 순식간에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으로 변하고, 깊게 패었던 주름살이 팽팽하게 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쿨럭! 아, 아이고... 내가 꿈을 꾸었나..."

강 할멈이 두 눈을 번쩍 뜨더니, 평생 기역 자로 굽어 있던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일흔 살의 노파가 아니라, 기운이 넘치고 얼굴이 복스럽게 빛나는 쉰 살 안팎의 정정한 중년 부인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회춘한 것이었습니다!

"어, 어매! 강 할머님이 살아나셨다! 아니, 살아나신 정도가 아니라 이십 년은 젊어지셨어! 허리도 펴지고 머리도 까매지셨네!"

방 안에 있던 마을 청년들이 기절초풍하며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그런데 기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강 할멈의 머리맡에 놓여 있던 그 낡고 닳아빠진 '헌 짚신 세 켤레'가 눈부신 빛을 내뿜더니, 순식간에 번쩍거리는 순금 덩어리 세 개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게다가 그 옆에는 조 영감이 어제 빼앗아 갔던 놋그릇 세 개가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는데, 그 그릇 안에는 쌀알 모양의 하얀 은자(銀子)가 수북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세상에, 이게 무슨 조화 속이람! 헌 짚신이 황금 덩어리로 변했어! 저승사자님들이 삼십 년 사잣밥 값을 황금으로 갚아주셨구나!"

마을 사람들이 마당으로 몰려들어 만세를 부르며 경탄을 금치 못할 때, 고을 사또와 이방이 관아 포졸들을 거느리고 강 할멈의 초가집 마당으로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사또는 강 할멈 앞에 정중히 예를 갖추며 놀라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강 씨 노인장, 참으로 신기한 일이 벌어졌소이다! 간밤에 내 꿈에 검은 도포를 입은 저승사자 세 분이 나타나시어, '욕심쟁이 조 영감은 죄가 무거워 우리가 데려갔으니, 주인 없는 조 영감의 아흔아홉 칸 기와집과 논밭 만 마지기 문서는 모두 삼십 년 공덕을 쌓은 강 씨 할멈에게 넘겨주어라! 만약 어기면 네놈의 목도 베어갈 것이다!'라고 엄명을 내리셨소! 그리하여 내가 날이 밝자마자 조 영감의 전 재산 문서를 가지고 달려온 것이오!"

사또가 두 손으로 받쳐 든 비단 보자기 속에는 조 영감의 집 문서와 땅문서, 그리고 곳간 열쇠 꾸러미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강 할멈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뜨거운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비로우신 저승사자님들, 그리고 염라대왕마마... 이 미천한 늙은이가 그저 밥 한 그릇, 짚신 한 켤레 올렸을 뿐인데 이토록 산 같은 은혜를 내려주시다니요."

그날로 아흔아홉 칸 큰 기와집의 새 주인이 된 강 할멈은, 가장 먼저 조 영감의 비밀 금고를 열어 가난한 마을 사람들이 조 영감에게 진 모든 빚문서를 마당 한가운데에서 불태워버렸습니다. 그리고 곳간 문을 활짝 열어 굶주리던 이웃들에게 쌀과 보리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할멈은 황금으로 변한 짚신 한 짝을 팔아 박달재 고갯마루 아래에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크고 따뜻한 무료 주막을 짓고, 길 가는 나그네와 보부상들에게 평생 공짜로 뜨거운 국밥과 짚신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물론 해마다 동짓날 밤이면 고갯마루 바위 위에 하얀 쌀밥 세 그릇과 새 짚신 세 켤레를 올리는 일도 결코 잊지 않았지요. 서른 해 동안 변치 않았던 가난한 노파의 작은 밥 한 그릇이, 저승사자마저 갓을 벗고 절하게 만들었으며 온 고을을 굶주림 없는 극락으로 바꾸어 놓은 기적을 일구어냈던 것입니다.

그 후로 회춘한 강 할멈은 병치레 한 번 없이 마을 사람들의 어버이로 추앙받으며 무려 백세까지 만수무강을 누렸고, 마지막 날에는 다시 찾아온 저승사자 삼 형제의 호위를 받으며 웃는 얼굴로 편안히 극락세계로 떠나갔다고 전해집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자기 입에는 멀건 죽을 넣으면서도, 추운 밤길 걸어가는 저승사자들을 위해 서른 해 동안 따뜻한 흰밥과 새 짚신을 올렸던 강 할멈의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나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푼 작은 밥 한 그릇의 정성이 결국 하늘을 감동시키고 만석의 복으로 돌아왔다는 참으로 따뜻하고 통쾌한 옛이야기였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꼭 부탁드리고요. 오늘 밤도 복스럽고 평안한 꿈 꾸시길 바랍니다. 저는 다음 시간에도 더욱 재미난 옛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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