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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소원 들어준 저승사자

황금 인생 21 2025. 10. 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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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소원 들어준 저승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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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300자 내외)

"착하게만 살다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김 서방. "제 아내와 아들이 굶어 죽습니다! 제발" 그는 차가운 저승사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한다. 과연 저승의 법도보다 진한 아버지의 사랑이, 얼음 같은 저승사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망자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저승사자의 기이한 하룻밤 동행!"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조선시대, 가난하지만 누구보다 정직했던 김 어달. 그는 늙은 노모와 아내, 어린 아들을 둔 채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이대로는 못 갑니다. 처자식이 굶어 죽습니다." 저승사자에게 매달린 그의 마지막 소원은, 바로 숨겨둔 산삼의 위치를 아내에게 알려주는 것. 망자의 소원을 들어준, 눈물겹지만 따뜻한 저승사자 이야기."

※ 찢어지는 가난, 그러나 굳건한 행복

옛날 옛적 조선 어느 두메산골에 김 어달 이라는 사내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어수룩하고 착하기만 한지 제 몫 하나 제대로 못 챙긴다 하여 '어달'이라 불렸지요. 그 이름처럼 그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자 애썼지만, 세상은 그런 그에게 지독한 가난만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의 집은 마을에서도 가장 후미진 비탈길 끝,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볏짚 이엉 지붕의 흙집이 전부였습니다. 겨울 찬바람은 썩은 문틈 사이로 휭휭 울부짖으며 들어왔고, 쌀독은 바닥을 보인 지 이미 오래였습니다. 그의 집에는 늙고 병든 노모와 그보다 더 착한 아내 순덕이,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다섯 살 배기 아들 돌쇠가 있었습니다.
어달은 매일 새벽 별을 보며 지게를 지고 산에 올라 나무를 해 왔습니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일해 장터에 내다 팔면 겨우 거친 잡곡 한 줌을 손에 쥘 수 있었지요. 그마저도 노모의 약값으로 반이 나가고 나면, 남는 것은 멀건 죽을 끓여 온 식구가 겨우 입술만 축이는 정도였습니다.
"어머니 약 드실 시간입니다. 오늘은 장터에서 운이 좋아 쌀 한 톨을 얻어 미음을 쑤었으니 조금만 드셔 보십시오." "쿨럭 쿨럭 됐다 이 늙은 어미 입에 들어갈 것이 무어 있겠느냐. 그 한 톨 아껴 우리 강아지 돌쇠 입에 넣어주거라 쿨럭" 늙은 노모는 기침을 하면서도 제 입보다는 손자의 배를 먼저 걱정했습니다.

아내 순덕은 그런 시어머니의 등을 쓸어 내리며 애써 웃어 보였습니다. "어머님 걱정 마세요. 서방님이 오늘도 늦게까지 짚신을 꼬아 내일 장에 내다 팔 것입니다. 그럼 쌀을 살 수 있을 게예요." 그녀의 손은 스무 살 꽃다운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거칠었습니다. 찬물에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느라 손마디 마디가 굵어졌고, 틈 사이사이는 쩍쩍 갈라져 붉은 피가 맺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달은 단 한 번도 제 신세를 한탄하거나 남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가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돌쇠야! 이 아비 좀 보거라! 어흥!" 그는 짚으로 호랑이 탈을 만들어 쓰고는 아들 돌쇠를 웃겨주곤 했습니다. "까르르 아버지 호랑이 아니다! 아버지 바보!" 다섯 살 아들의 그 청명한 웃음소리 그것이 어달에게는 천 냥 금보다, 만석꾼의 재산보다 더 귀한 보물이었습니다.

그의 선함은 마을에서도 유명했습니다. 작년 가을, 그 끔찍했던 흉년에 옆집 황 영감이 병으로 쓰러졌을 때, 당장 제 집 쌀독도 비어 있었건만 어달은 하나 남은 박을 따서 죽을 쑤어 황 영감의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아니 김 서방 자네도 굶는 처지에 이게 무슨" "이웃끼리 나누어 먹어야지요. 얼른 드시고 기운 차리십시오. 그래야 내일 제 지게라도 고쳐 주시지요. 허허허."
그렇게 가난했지만 행복했고, 정직했지만 고단했던 삶. 어달은 그저 이 작은 행복이 오래 오래 이어지기만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하늘이 있다면 내 이 착한 처자식 굶기지는 않으시겠지' 그는 매일 밤 정화수를 떠놓고 비는 대신, 굳은살 박인 제 손을 내려다보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 갑작스러운 죽음, 찢어지는 한

칼바람이 살을 에는 듯한 늦가을 어느 날이었습니다. 노모의 기침 소리가 밤새 더욱 심해졌습니다. "쿨럭 쿨럭 피 피가" 노모가 토해낸 가래에 붉은 피가 섞여 나왔습니다. 어달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의원을 부를 돈은 없었습니다. 순덕이가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습니다. "서방님 이러다 어머님 큰일 나시겠습니다"
"안 안되오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약재를!" 어달은 동이 트기도 전에 지게를 지고 미친 듯이 산으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땔감을 평소보다 두 배, 세 배로 해 와야 했습니다. 그래야 읍내 약방에서 비싼 약재 한 첩이라도 끊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 산의 지리를 훤히 꿰뚫고 있었습니다. '남들은 무서워서 못 가는 곳 그래, 저 절벽 위에 늙은 소나무 군락이 있지. 그곳에 가면 마른 솔가지가 지천일 게야.' 그는 평소에는 위험해서 가지 않던 남쪽 절벽으로 향했습니다.

절벽은 아찔했습니다. 발 한번 잘못 디디면 천 길 낭떠러지였습니다. 하지만 어달의 눈에는 노모의 피 섞인 기침 소리만 맴돌 뿐, 두려움 따위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 저 가지 저 가지만 꺾으면!" 그는 아찔한 절벽 끝에 뿌리를 내린 늙은 소나무에 위태롭게 올라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그가 발을 디딘 늙은 가지가 '우두둑!' 하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 어달은 중심을 잃었습니다. "어 어머니!" 그가 마지막으로 외친 이름. 그의 몸은 짚단처럼 가볍게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이내 절벽 아래 뾰족한 바위 위로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떨어졌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으 으" 어달은 신음 소리와 함께 눈을 떴습니다. "아 아프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습니다. "아 나무를 하다 떨어졌구나 아이고 어서 일어나야 약값을" 그는 몸을 일으키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습니다. "어라?"

그가 몸을 일으켜 흙을 털고 섰는데, 저 아래 바위 위에 누군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 '김 어달'이었습니다. "이 이게 무슨 일인가 내 내가 왜 저기 누워!"
그때, 저 멀리서 아내 순덕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서방님! 서방님! 점심 드시라고 가져왔! 으아아아악! 서방니이이이이임!" 순덕이가 남편의 참혹한 시신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습니다. 뒤따라온 아들 돌쇠가 "아버지! 아버지!" 하고 울부짖으며 시신에 매달렸습니다.
"순덕아! 돌쇠야! 나 여기 있소! 나 여깄다니까!" 어달은 아내와 아들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부둥켜 안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아내의 어깨를 그대로 통과해 버렸습니다. "아 안돼 이럴 리가 없어!"
그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죽었음을.
"안 돼 이대로는 안 돼!" 그의 영혼(넋)이 절규하기 시작했습니다. "순덕아 돌쇠야 내가 내가 없으면 이 겨울을 어찌 나려고 늙으신 어머니는 또 어찌! 안 돼애애애애애!" 그는 제 시신에 매달려 우는 아내와 아들을 보며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짙은 안개 같은 '한(恨)'이 그의 영혼을 휘감기 시작했습니다.

※ 얼음처럼 차가운 저승사자

김 어달이 자신의 죽음을 깨닫고 절망하며 울부짖던 바로 그 순간. 그가 떨어져 죽은 절벽 아래의 공기가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들리던 바람 소리, 새 소리, 심지어 아내와 아들의 울음소리마저 저 멀리 다른 세상의 소리처럼 아득하게 멀어져 갔습니다. 정적.
그리고 그 정적 속으로 '스으윽' 하고 안개 속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습니다. 검은 도포 갓 역시 검은 색 얼굴은 백지장(白紙張)처럼 하얗고 입술은 먹물처럼 검었으며, 그 눈은 천 년 묵은 우물 속처럼 깊고 차가웠습니다. 그 존재가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주위의 온도가 뚝 떨어지는 듯 살을 에는 한기(寒氣)가 몰아쳤습니다. 저승사자였습니다.
저승사자는 울부짖는 어달의 영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허리춤에 찬 명부(冥府)를 펼쳐 들었습니다. "" 그는 명부와 바위에 쓰러진 어달의 시신, 그리고 절규하는 어달의 영혼을 차례로 덤덤하게 훑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마른 뼈 마디가 부딪히는 듯한 그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조선국 강원도 김 어달. 향년 서른 아홉. 명이 다 하였으니 염라대왕의 명을 받들어 넋을 거두러 왔노라." "!" "가자. 때가 되었다."

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세상의 그 어떤 호통보다도 단호하고 거역할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어달의 영혼은 저도 모르게 그 위엄에 짓눌려 뒷걸음질 쳤습니다. "시 싫소 못 갑니다!"
"못 가다니." 저승사자의 미간이 아주 살짝 찌푸려졌습니다. 그것은 노여움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명(命)이 다 하였으니 가는 것은 이치(理致)요, 법도(法度)다. 너의 명은 오늘 이곳, 이 소나무 절벽에서 끝이 났다. 어서 가자. 저승길이 멀다."
저승사자가 손에 든 쇠사슬을 '절그렁' 하고 흔들었습니다. 그 쇠사슬 소리에 어달의 영혼은 발이 묶인 듯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보 보지 못했소!" 어달이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습니다. "내 처자식이 저리 울고 있소! 내가 오늘 나무를 해서 쌀을 사 가지 못하면 내 노모는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오! 저 어린 아들은 당장 내일 아침 굶을 것이란 말이오! 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어찌 이리 무심하단 말이오!"

"무심한 것은 내가 아니라 하늘의 이치다." 저승사자가 차갑게 대꾸했습니다. "죽음 앞에 사정 없는 망자 없고, 울지 않는 유족 없더냐. 너의 사정은 딱하나, 너도 그 수억 명 중 하나일 뿐이다. 법도는 법도. 어서 가자." 저승사자가 어달의 영혼을 향해 쇠사슬을 던지려 했습니다.
어달은 공포에 질렸지만 이대로 끌려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저승사자의 발 앞에 엎드렸습니다. "차사님! 차사님! 제발 제발 단 하루만 아니, 단 한 시진(時辰)만이라도 시간을 주시오!"
"어리석은 놈. 죽은 자가 산 자의 땅에서 무엇을 한단 말이냐. 네가 그리 애통해 한다고 죽은 몸이 살아 돌아오며, 빈 쌀독이 채워지더냐." 저승사자는 어달의 영혼을 귀찮다는 듯 밀어내려 했습니다.

※ 삶을 구걸하지 않는 김 어달

"차사님!" 어달은 떨어져 나가는 대신, 더욱 필사적으로 저승사자의 차가운 도포 자락을 붙잡았습니다. 저승사자의 옷자락은 만 년 묵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어달은 놓지 않았습니다. "제 목숨을 살려달라 구걸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저승사자의 손이 멈칫했습니다. 그의 차가운 눈이 처음으로 어달의 영혼을 제대로 응시했습니다.
"저도 압니다. 제 명(命)이 다 하였음을 압니다. 이 억울한 죽음 받아들이겠습니다. 당신을 따라 저승길 가겠습니다. 하오나 이대로는 못 갑니다! 이 발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어달의 목소리는 울부짖음에서 피를 토하는 듯한 애원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는 말이 없었습니다. 그는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영혼을 거두었지만, '죽은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망자는 흔치 않았습니다. 대부분은 '억울하다', '살려달라', '아직 못 간다'며 발버둥 치거나 저주를 퍼붓기 마련이었습니다.
"나를 살려달라는 것이 아니오. 어차피 죽은 목숨인 줄 아오. 허나 나에게는 이승에 갚아야 할 빚이 있소."

"빚이라?" 저승사자의 눈이 가늘어졌습니다. 저승에서 '빚'이란 단순히 재물 이상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그것은 '업(業)'과 연결된 무거운 굴레였습니다. "네놈의 명부를 보니 남에게 빚을 진 것은 없고, 오히려 네놈이 받지 못한 빚만 잔뜩 쌓여 있더구나. 떼인 돈, 억울하게 빼앗긴 땅 그런 것들 말이냐?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께서 공평하게 판결해 주실 터이니 걱정 말거라."
"아닙니다! 차사님!" 어달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런 하찮은 빚이 아니옵니다! 처자식에 대한 빚이옵니다! 아비로서, 지아비로서 늙은 노모 봉양하고 처자식 굶기지 않겠다던 그 약속! 그 약조를 지키지 못하고 어찌 이 눈을 감고 저승길에 오른단 말이옵니까!" 그의 절규에는 삶에 대한 미련이 아니라, 지아비로서의 무거운 책임감, 그 '한(恨)'이 응어리져 서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어찌 하겠다는 것이냐. 이미 죽은 네가 밭을 갈 것이냐, 나무를 할 것이냐. 아니면 네 처자식 손이라도 한번 잡아주길 바라느냐. 부질없는 짓이다."
"딱 한 번만 제 아내의 꿈에 나타나게 해주시오!"
저승사자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법도에 어긋나는 요구였습니다.

"지난 여름 장마가 지기 전, 약초를 캐러 이 산 깊은 곳에 들었다가 거북 모양을 한 거대한 바위를 발견했소. 산 전체의 정기(精氣)가 모이는 듯한 영험한 곳이었습니다. 그 거북바위 머리 밑 이끼 낀 곳을 무심코 파 보았는데 그곳에서 산삼(山蔘) 세 뿌리를 보았소! 옥황상제님이 도우셨는지 실로 영험한 삼(蔘)이었습니다. 뿌리 하나하나가 사람 팔뚝만 하고 잔뿌리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었지요."
"허나 소인 욕심 부리지 않았습니다.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노모가 정녕 위급하시거나 우리 돌쇠 입에 풀칠조차 못하게 될 때 그때 캐려 하고 잎으로 다시 덮어두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어달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습니다. "차사님 그 산삼 세 뿌리만 있으면 내 처자식 이 혹독한 겨울을 나고도 남소. 밭 한 뙈기라도 사고 우리 돌쇠 입에 쌀밥 넣어줄 수 있단 말이오! 제발 제 아내 순덕이 꿈에 단 한 번만 들어가 그 위치만 알려주게 해주시오. 그것만 확인하면 소인 지금 당장 차사님을 따라 저 구천을 떠도는 한이 있더라도 군말 없이 따르겠소! 제발 이 마지막 소원 하나만 들어주시오!"
저승사자는 말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법도를 어기는 일이었습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는 엄격한 것. 죽은 자가 산 자의 일에 관여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그것은 하늘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승사자의 일은 단순히 망자의 넋을 거두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망자의 '한'을 풀어 편안히 저승으로 인도하는 것 그것 또한 그의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이토록 깊은 한을 품은 채 데려간다면, 망자는 구천을 떠도는 원귀(怨鬼)가 될 것이고 그것 또한 저승의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었습니다. 망자의 '한'이 너무나도 사사롭지 않고 '정(情)'에 기반한 것이라 저승사자는 수천 년 만에 처음으로 망설였습니다. '염라대왕께서 아시면 크게 노하실 터 허나'

※ 저승사자의 기이한 동행

저승사자는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애원하는 김 어달의 젖은 영혼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습니다. 그의 눈은 여전히 만 년 묵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으나, 그 깊은 심연 속에서 아주 미세한 파문(波紋)이 이는 듯했습니다. 수천 년 동안 수억 명의 망자를 거두면서 그는 온갖 종류의 '한(恨)'을 보아왔습니다. 재물에 대한 한, 권력에 대한 한,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한 하지만 이 사내의 한은 달랐습니다. 제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죽는 그 순간까지 처자식 밥그릇을 챙기려 하는 그 지독한 '정(情)'에서 비롯된 한. 그것은 저승사자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의 감정이었으나, 그 절절함만큼은 그의 차가운 심장마저 미세하게 흔드는 듯했습니다. '기이한 놈이로다. 죽음 앞에서 이토록 무력한 인간들이 어찌하여 저런 질긴 정(情)으로 얽혀 있는가 염라대왕께서 늘 인간의 정이 가장 무섭다 하시더니'
저승사자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마치 망부석(望夫石)이라도 된 듯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절벽 아래서는 순덕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습니다. 그 소리가 어달의 영혼을 더욱 고통스럽게 옭아매는 듯했습니다. 어달은 더 이상 애원하지 않고, 그저 저승사자의 옷자락을 붙잡은 채 피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좋다." 얼마나 지났을까. 저승사자가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어달은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예 예?"

"법도(法度)를 어길 수는 없다." 저승사자는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였습니다. "네놈을 이승에 머물게 할 수는 없느니라. 죽은 자의 영혼이 산 자의 땅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재앙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는 엄격해야 한다."
어달의 얼굴이 다시 절망으로 물들려던 찰나, 사자가 말을 이었습니다. "허나 네놈의 한(恨)이 이토록 깊고 그 연유가 '사(私)'가 아닌 '정(情)'에 있으니 이대로 끌고 가면 네놈은 필시 저승길에서 원귀(怨鬼)가 되어 구천을 떠돌 터. 그리되면 너를 데려가는 나 또한 염라대왕님께 문책을 당할 것이다. 망자의 한을 풀어 편안히 인도하는 것이 또한 저승의 법도이니라."
"네놈의 아내가 지금 너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울다 지쳐 잠시 혼절(昏節)하려 한다. 그 얕은 잠 그 꿈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겠다."
"아 차사님! 고맙 고맙습니다!"

"단 조건이 있다." 저승사자의 얼음 같은 눈이 번뜩였습니다. "네놈이 꿈속에서 딴짓을 할지 모르니 나 또한 그 꿈에 동행할 것이다. 네놈이 산삼의 위치 외에 단 한 마디라도 이승의 법도를 어지럽히는 말을 하거나, 한 식경(食頃, 밥 먹는 시간, 약 30분) 안에 돌아오지 못하면 그 즉시 네놈의 영혼을 이 쇠사슬로 묶어 발설지옥(拔舌地獄)으로 끌고 갈 것이다. 또한 네 아내의 기억 속에서 너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릴 것이다. 네 아들과 네 어미는 네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여기게 될 것이다. 그리 할 테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차사님! 무슨 조건이든 따르겠습니다! 산삼 산삼의 위치만 알리고 바로 돌아오겠습니다! 절대 다른 말은 않겠습니다!" 어달은 땅에 머리가 닿도록 절을 했습니다.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시간이 없다. 네 아내의 혼(魂)이 육신을 떠나기 직전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라." 저승사자는 어달의 시신 곁에서 실신한 듯 창백하게 쓰러진 순덕을 가리켰습니다. "가자."
저승사자가 검은 도포 자락을 '휙' 하고 휘날리자, 세상이 순식간에 바뀌었습니다. 울부짖던 바람 소리,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 순덕의 희미한 숨소리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짙은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습니다. 어달의 영혼과 저승사자의 모습이 순식간에 절벽 아래에서 사라졌습니다. 마치 한바탕 꿈처럼

※ 꿈속의 아내, 마지막 선물

이곳은 순덕의 꿈속이었습니다. 현실의 그 끔찍한 절벽 아래가 아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날씨는 화창한 봄날 뒷동산 진달래꽃과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꽃밭이었습니다. 새 소리가 지저귀고 따스한 햇살이 내려쬐는 평화로운 풍경. 순덕이 처음 어달에게 시집오던 날 가마를 타고 넘었던 그 고갯길 같았습니다.
순덕은 꿈속에서 소복이 아닌 고운 시집올 때의 그 노란 저고리 붉은 치마를 입고 있었습니다. 얼굴도 십 년은 더 젊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넋이 나간 듯 슬픔에 잠겨 하염없이 울고 있었습니다. "서방님 서방님 어디 계세요 저 혼자 두고 어디 가셨어요 이 꽃길 혼자 어찌 가라고"
"순덕아 여보"
그때, 저 꽃밭 너머에서 어달이 걸어 나왔습니다. 꿈속의 어달은 피투성이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장가들던 날 입었던 가장 깨끗한 푸른 도포 차림이었습니다. 얼굴에는 인자하고 따뜻한 미소가 어려 있었습니다. 마치 살아생전 가장 건강하고 행복했던 모습 그대로.

"서방님!" 순덕이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게 꿈이 아닙니까? 당신 살아 돌아오셨군요! 으흐흑 제가 제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당신 없는 세상이 너무 무섭고 막막해서" 순덕이 달려와 어달의 품에 와락 안겼습니다. 어달은 그녀를 꽉 껴안았습니다. 꿈속이었지만 아내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그의 차가운 영혼이 잠시나마 온기를 되찾는 듯했습니다.
"순덕아 내 말이 길지 않소. 잘 들으시오." "나는 가야 하오. 이미 명이 다 하였소. 하늘의 부름을 받았으니 거역할 수 없구려." "안됩니다! 서방님! 가지 마세요! 저와 돌쇠는 어찌 살라고! 어머님은 또 어찌! 제발 우리 두고 가지 마세요!" 순덕이 다시 울부짖으려 했습니다.
"쉬이 울지 마시오." 어달이 아내의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울기만 하면 앞이 보이지 않소. 정신을 차리고 내 말을 들으시오. 시간이 없소."
이 모든 광경을 꿈 한편 거대한 소나무 그늘 아래서 저승사자가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의 얼음 같은 눈동자는 두 남녀의 애절한 작별에도 아무런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그는 그저 법도를 어기지 않는지 감시할 뿐이었습니다.

"내가 당신과 돌쇠를 위해 선물을 남겼소."
"선물이라니요? 이 마당에 무슨"
"뒷산 남쪽 거북바위 알지 않소? 당신과 내가 처음 만나 정을 나누고 우리 돌쇠를 가졌던 그 바위 말이오." "예 기억합니다. 어찌 잊겠습니까"
"그 바위 머리 밑 유난히 이끼가 짙게 낀 곳을 호미로 파보시오. 깊이 파지 않아도 되오. 딱 한 자(尺)만 파면 될 것이오."
"거기에 내가 우리 식구 겨울 나려고 숨겨둔 것이 있소. 아주 귀한 것이오. 하늘이 내게 점지해 주신 것이지." 어달은 '산삼'이라는 말 대신 '귀한 것'이라 둘러댔습니다. 저승사자의 눈치를 살피며. "부디 그것으로 밭 한 뙈기라도 사고 우리 늙으신 어머니 약 한 첩 더 해드리고 우리 돌쇠 올 겨울 굶기지 마시오. 알겠소?"

"서방님 서방님 으흑 그런 것이 있었으면 진작 말씀하시지"
"내 욕심 부리지 않으려 했소 정녕 필요할 때 쓰려 했거늘 이렇게 가게 될 줄이야 시간이 없소. 순덕아 부디 굳세게 사시오. 당신은 강한 사람이오. 늙으신 어머니 잘 부탁하오. 그리고 우리 돌쇠 나처럼 어수룩하게 키우지 말고 똑똑하고 야무지게 글공부도 시키고 넓은 세상 보게 키워주시오 나는 늘 당신과 돌쇠 곁을 맴돌며 지켜볼 것이오"
어달의 몸이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꽃잎처럼 흩날리는 듯했습니다. "서방님! 안돼요! 가지 마세요! 서방니이이이임!" 순덕이 그의 옷자락을 잡았지만, 어달의 모습은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스르르 사라져 버렸습니다.
"가자. 시간이 다 되었다." 꿈 저편 소나무 그늘 아래서 저승사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이승의 기적, 편안한 저승길

"서방니이이이임!" '헉!' 순덕이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꿈 꿈이었어" 차가운 숲 속 공기. 그리고 제 무릎 위에 싸늘하게 식어있는 남편의 시신. 끔찍한 현실이 그녀를 덮쳤습니다. 꿈속의 따스함은 온데간데없고, 절망적인 한기만이 온몸을 감쌌습니다. 그녀는 다시 절망하며 울부짖었습니다. "아 꿈이었구나 그저 헛된 꿈이었어 서방님은 돌아오지 않아"
하지만 꿈속 남편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생생했습니다. '거북바위 머리 밑 귀한 것' "거북바위" 그녀는 홀린 듯 일어섰습니다. 온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그녀를 이끌었습니다. '혹시 혹시 정말로? 서방님이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 그녀는 울면서 절벽을 기어 올라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가는 길에 몇 번이고 넘어지고 굴렀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흙투성이가 된 채 집에 도착한 그녀는, 외양간 구석에 처박혀 있던 녹슨 호미 하나를 집어 들고는, 다시 미친 듯이 뒷산 남쪽 거북바위로 향했습니다.
거북바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수줍게 정을 나누었던 그 바위. "거북바위 머리 밑 유난히 이끼가 짙게 낀 곳" 그녀는 남편이 알려준 그 자리를 찾았습니다. 정말 그곳만 유난히 푸른 이끼가 융단처럼 깔려 있었습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호미질을 시작했습니다. '제발 제발 서방님 제발!'

'툭.' 호미 끝에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걸렸습니다. 흙 냄새와는 다른 진한 풀 향기, 약초 향기가 코를 찔렀습니다. 그녀가 손으로 흙을 파헤치자 젖은 흙 속에서 잎으로 감싸인 하얀 뿌리가 드러났습니다. 산삼(山蔘)이었습니다. 그것도 아이 팔뚝만 한 아주 큰 산삼 세 뿌리가 마치 삼형제처럼 나란히 누워 있었습니다.
"아 아 아아" 순덕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산삼을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그것은 꿈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이 그녀와 아들을 위해 남겨둔 마지막 선물이었습니다. "서방님 고맙소 고맙소 이리 어리석은 나를 두고 가시면서까지 우리 식구 걱정을 으흐흑" 그녀는 울었지만, 그 눈물은 더 이상 절망의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남편의 사랑을 확인한 감사와 희망의 눈물이었습니다.
한편, 이승의 그 시각. 절벽 아래 남편의 시신 곁. 김 어달의 영혼은 저승사자와 함께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거북바위로 미친 듯이 달려가는 아내의 뒷모습. 그리고 마침내 산삼을 발견하고 오열하는 아내의 모습을.

어달의 영혼은 더 이상 울지 않았습니다. 그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던 그 깊고 검은 '한(恨)'의 그림자가 씻은 듯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따뜻하고 편안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됐다 이제 됐다 순덕이가 찾았구나" 그는 아내를 향해 마지막 눈길을 주었습니다. '순덕아 돌쇠야 부디 행복하게 살아다오 나는 늘 당신과 돌쇠 곁을 맴돌며 지켜볼 것이오'
그리고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묵묵히 자신을 기다려 준 저승사자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깊이 허리를 숙여 절을 올렸습니다. "차사님 감사합니다. 이 은혜 저승에 가서라도 잊지 않겠습니다. 이제 소인 아무 미련 없습니다."
저승사자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얼음장 같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누그러진 듯도 했습니다. 어쩌면 그 역시 수천 년 만에 처음으로 '인간의 정(情)'이라는 것에 감동했는지도 모릅니다. "너의 한(恨)은 풀렸다. 이승의 법도도 지켜졌고, 저승의 법도도 지켜졌다."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가자. 저승길이 멀다."
"예. 차사님." 김 어달은 더 이상 이승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편안한 얼굴로 저승사자의 뒤를 따랐습니다. 두 영혼은 그렇게 아침 햇살 속으로 스르르 사라졌습니다. 그 후, 순덕은 그 산삼 세 뿌리를 팔아 넉넉한 밭을 사고, 늙은 시어머니를 정성껏 봉양했으며, 아들 돌쇠를 아비의 바람대로 똑똑하고 야무지게 키워 훗날 큰 인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년 남편의 기일이 되면, 거북바위 앞에 가장 좋은 약주 한 잔을 올리며 그 마지막 사랑을 기렸다고 전해집니다.

유튜브 엔딩 멘트

오늘 밤, 스르륵 잠드는 조선 야담 '망자의 소원을 들어준 저승사자' 이야기, 어떠셨나요?
죽음의 문턱에서도 처자식을 먼저 걱정했던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그 애절한 마음에 법도를 어기지 않는 선에서 마지막 배려를 베푼 저승사자의 모습이 가슴 한편을 따뜻하게 합니다.

어쩌면 죽음이란 끝이 아니라, 이승에 남은 이들을 위한 마지막 사랑을 전하는 또 다른 기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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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다음에도, 더욱 흥미롭고 따뜻한 옛이야기를 가지고 작가님들의 편안한 밤을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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