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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밤 찾아온 저승사자와 친구된 조선 노인

황금 인생 21 2025. 5. 1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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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찾아온 저승사자와 친구된 조선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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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200자 이상):

매일 밤, 죽음을 데리러 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가져온 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조선의 외딴 초가집에 홀로 사는 늙은이. 그의 곁을 찾아온 검은 그림자, 저승사자. 차가운 낫 대신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고, 묵묵한 침묵 대신 서툰 대화를 건네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두 존재는 세상 가장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우정을 쌓아간다. 대체 왜 저승사자는 그의 목숨을 거두지 않는가? 이 특별한 밤의 손님이 감춘 비밀은 무엇일까?

디스크립션 (300자 이상):

깊은 산골,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듯한 조선의 한 마을. 김갑수 노인은 굽이굽이 세월을 견디며 홀로 생의 마지막 언저리를 살고 있다. 어느 날 밤, 그의 적막한 삶에 불청객이 찾아온다. 검은 도포에 창백한 얼굴, 싸늘한 기운을 풍기는 이. 바로 망자의 혼을 거두는 저승사자였다. 노인은 이제 때가 되었음을 직감하고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만, 저승사자는 이상하게도 그의 목숨을 거두지 않는다. 그저 매일 밤 같은 시간에 찾아와 묵묵히 노인의 곁에 앉아있을 뿐이다. 처음엔 두려움과 혼란으로 가득했던 밤들은 점차 기묘한 일상으로 변해간다. 노인은 이 침묵의 방문객에게 말동무가 되어주고, 저승사자 또한 인간 세상의 작은 온기에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한다. 삶의 지혜를 담은 노인의 이야기와 죽음의 세계를 오가는 저승사자의 존재가 서로에게 스며들며, 예상치 못한 교감이 피어난다. 이 특별한 우정은 노인의 마지막 여정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그리고 저승사자가 매일 밤 노인을 찾아온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삶과 죽음, 고독과 교감, 그리고 인간 존재의 가치에 대한 깊은 사유를 따뜻하고 서정적인 시선으로 담아낸 이야기.

※ 죽음의 그림자

깊은 산골, 어둠이 짙게 깔린 밤. 낡은 초가집의 작은 안방에 등잔불 하나가 겨우 온기를 내고 있다. 여든이 훌쩍 넘은 김갑수 노인은 이불 위에 앉아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약탕기를 만지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과 삶의 고단함이 서려 있었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는 마른기침을 몇 번 터뜨리더니 쓰게 웃었다. 이제 정말 갈 때가 된 모양이라고, 이놈의 몸뚱이가 영 말을 듣지 않는다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약탕기에서 뽀얀 김이 피어올랐다. 조심스레 약그릇에 약을 따르려던 그의 손이 떨렸다. 몇 방울이 바닥에 튀었다. 에고, 이것도 힘에 부치니... 그는 약그릇을 들고 천천히 목으로 넘기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등잔불 심지가 파르르, 요란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방 안의 온도가 순식간에 뚝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한겨울에 맨몸으로 서 있는 듯한 싸늘한 기운이 순식간에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노인은 들고 있던 약그릇을 떨어뜨릴 뻔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문을 닫았는데 바람이 들어오나? 혼잣말처럼 물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방 한쪽 구석, 유난히 어둠이 짙게 뭉쳐 있는 곳에 멈췄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형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검은 도포 자락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는 신기하게도 들리지 않았지만, 시각적으로는 분명 움직이고 있었다. 창백하리만큼 흰 얼굴,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 바로 망자의 혼을 거둔다는 저승사자였다. 키는 장대했고 검은 도포는 그의 몸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손에는 익숙한 검은 낫 대신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노인의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80평생 이야기로만 들어왔던 죽음의 존재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손에 들고 있던 약그릇이 맥없이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약물이 사방에 튀었다. 그리고 방 안에는 노인의 거칠고 떨리는 숨소리만이 가득 찼다. 아... 아... 노인은 뒷걸음질 치려 했지만 몸이 돌처럼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금방이라도 멎을 것 같았다. 등잔불 빛에 희미하게 비친 저승사자의 얼굴은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을 만큼 차갑고 무표정했다. 저승사자가 천천히, 소리 없이 노인에게 다가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노인에게는 죽음의 발소리처럼 들렸다. 저승사자가 노인의 바로 앞에 섰다. 그의 그림자가 노인을 완전히 덮었다. 노인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끝이구나. 길고 길었던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이렇게 찾아왔구나. 가족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 인사를 하려 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낫으로 베거나, 손을 내밀거나, 차가운 말 한마디조차 들리지 않았다. 저승사자는 그저 가만히 노인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노인은 감았던 눈을 조심스레 떴다. 저승사자의 눈동자가 자신을 향해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 시선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미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그것은 당장 데려가겠다는 위협적인 기운보다는, 마치 지켜보고 있다는 쪽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찰나 같기도, 영원 같기도 한 순간이 지나갔다. 저승사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노인을 응시하고 있었다. 노인의 두려움은 여전했지만, 동시에 극심한 혼란이 밀려왔다. 왜... 왜 나를 데려가지 않는 거지? 무엇을 기다리는 거지? 그때, 저승사자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왔을 때처럼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검은 도포 자락이 어둠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었다. 차가웠던 기운도 서서히 옅어졌다. 등잔불 심지는 다시 안정을 찾았고, 풀벌레 소리도 제자리를 찾았다. 방 안에는 깨진 약그릇과 튀어 버린 약물, 그리고 떨리는 노인의 거친 숨소리만이 남았다.

노인은 한참 동안 얼어붙은 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저승사자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길고 고통스러운 숨을 내쉬었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는 살아 있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이유도 모른 채 되돌아온 것이다.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그는 깨진 약그릇 조각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심장은 여전히 거세게 뛰고 있었지만, 두려움과 함께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감정이 그의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왜... 왜 나를 데려가지 않았지? 그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정말 저승사자가 맞을까? 수많은 질문들이 늙은 노인의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다. 긴 밤이, 더욱 길게 느껴졌다.

※ 기묘한 익숙함

날이 밝았지만, 김갑수 노인은 어제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아 있거나 집 주변을 서성였다. 어젯밤의 일이 꿈이었을까 생각했지만, 깨진 약그릇 조각들과 가시지 않는 몸의 한기가 현실임을 증명했다. 그는 두려움과 함께, 다시 밤이 찾아오는 것을 극도로 불안해했다. 밤이 깊어지자 노인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등잔불을 평소보다 더 밝게 켜고 방 중앙에 앉았다. 어젯밤 저승사자가 나타났던 방 한쪽 구석을 자꾸만 흘긋거렸다. 심장이 자꾸만 쿵쾅거렸고,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 놀랐다. 오지 마라... 제발 오늘은 오지 마라... 그는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고, 어젯밤과 똑같은 시간에 이르렀을 때였다.

어제처럼, 갑자기 방 안의 기온이 뚝 떨어졌다. 등잔불 심지가 파르르 떨리고, 그림자들이 길게 늘어났다. 어둠이 뭉쳐있는 한쪽 구석에서, 어제와 똑같은 검은 형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도포의 저승사자였다. 노인은 다시금 온몸이 경직되었지만, 어제만큼 극심한 공황 상태에 빠지지는 않았다. 두려움은 여전했지만, 거기에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체념과, 왜 다시 온 거지? 하는 기묘한 궁금증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떨리는 시선으로 저승사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저승사자는 어제와 똑같이 소리 없이 걸어와 노인의 앞에 섰다. 여전히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 손,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는 차가운 얼굴. 그는 어제 섰던 그 자리에 정확히 멈춰 섰다. 그리고는 어제처럼, 가만히 노인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마른침을 삼켰다. 어제처럼 아무 말 없이 그저 서 있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오늘은 기필코 나를 데려가려고 온 것인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등잔불 빛만이 흔들리고 있었다. 저승사자는 미동도 없었다. 노인은 떨리는 숨을 겨우 고르고,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당신... 어... 어제 왔던 그...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저승사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서 노인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 노인은 그의 무표정함에 당황했지만, 동시에 어떤 답답함과 절박함이 치밀어 올랐다. 왜 아무 말도 없는 거지? 왜 나를 데려가지 않는 거지?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용기를 짜내며 물었다. 왜... 왜 다시 오셨소? 어제는 그냥 가시더니... 오늘은... 오늘은 나를 데려가려 하시오...?

저승사자는 노인의 말에 아주 미세하게, 거의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고개를 기울이는 듯했다. 그것이 질문을 들었다는 표시인지, 다른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노인은 답답함에 혼잣말처럼 말을 이어갔다. 죽을 때가 되면... 가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 아니겠소... 나도 이제 살 만큼 살았고... 미련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때가 되면 순응해야 한다는 것을 아오...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의 고생,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웠던 기억, 아내를 먼저 보내고 홀로 남은 쓸쓸함, 세월이 흘러 몸이 쇠약해지는 서러움까지. 마치 눈앞의 저승사자에게 자신의 삶을 해명이라도 하려는 듯, 그는 두려움 속에서도 이야기를 쏟아냈다. 자식들은 다들 제 살길 찾아 떠난 지 오래고... 이 외딴 곳에 홀로 남아... 찾아오는 이 하나 없소... 친구들도 다 먼저 가고... 이제 정말 나 혼자만 남았는데... 씁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그러니 당신이 오신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지... 그런데 왜... 왜 가만히 보고만 있는게요...? 차라리 어서 데려가든지... 이리 밤마다 찾아와서...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 한숨을 쉬었다. 대체 무슨 연유요...?

노인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저승사자의 표정을 살폈지만,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마치 돌부처처럼 그 자리에 서서 묵묵히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듣고는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무의미한 소음으로 여기는 것일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말을 계속하는 동안 노인의 두려움은 조금씩 옅어지는 듯했다. 죽음의 사자 앞에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기묘한 상황 속에서, 그는 오히려 자신이 살아있음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저승사자의 침묵이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이제는 어떤 종류의 경청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는 무언가 반응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을 멈추지 않았다. 젊을 적에는 말이지... 참 앞만 보고 살았소... 돈 벌고... 가족 먹여 살리고... 바쁘게 살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산 것은 아닌가... 이제 와서 후회도 되고 말이오... 당신 눈에는 그런 것들이 다 보이는가? 이 늙은이의 살아온 세월... 후회와 미련들... 다 보이는 것이오...?

노인은 숨을 몰아쉬었다. 목이 칼칼했다. 등잔불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고, 저승사자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켰다. 방 안은 노인의 이야기 소리와 그의 거친 숨소리, 그리고 저승사자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무거운 공기로 가득했다. 대답 없는 대화가 밤 깊도록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어제처럼.

저승사자는 어떤 예고도 없이, 왔을 때처럼 소리 없이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등잔불은 다시 안정을 찾았고, 차가웠던 기운도 물러났다.

노인은 다시 혼자 남았다. 하지만 어제 밤과는 달랐다. 두려움은 여전했지만, 혼란과 함께 기묘한 감정이 더해졌다. 저승사자는 다시 나타났고, 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갔다. 왜? 왜 나를 데려가지 않고 매일 밤 찾아와 그저 지켜보고만 가는 것일까? 노인은 등잔불을 응시했다. 답을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기묘한 방문객이 내일 밤에도 다시 올 것이라는 예감. 그리고 그 예감은 두려움과 함께, 아주 미미하게... 그를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느낌을 동반하고 있었다.

※ 삶과 죽음의 간극

어제 밤, 저승사자는 다시 왔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갔다. 노인 김갑수는 두려움 속에서도 기묘한 익숙함을 느끼고 있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덜 떨리는 손으로 등잔불을 켰다. 그의 곁에는 작은 다과상과 찻잔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올까? 또 올까? 불안과 함께 이제는 묘한 기다림마저 느껴졌다.

어김없이 같은 시간, 어둠이 짙어지며 차가운 기운이 방 안을 감쌌다. 등잔불 심지가 파르르 떨리고, 방 한쪽 구석의 어둠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검은 도포의 저승사자가 소리 없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어제와 똑같은 모습.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 장대하고 검은 형체. 그는 익숙한 듯 노인의 앞에 섰다. 노인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노인은 이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의 극심한 공포는 느끼지 않았다. 여전히 두려웠지만, 그보다는 이 기묘한 상황에 대한 의문과 아주 작은 호기심이 더 커져 있었다.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다과상의 찻잔 하나를 들어 올렸다.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이었다. 그는 찻잔을 저승사자를 향해 내밀었다.

노인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지만, 어제보다는 훨씬 차분했다. "오시느라... 추우셨을 텐데... 차라도 한잔 하시지요..." 저승사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저 노인과 그의 손에 들린 찻잔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노인의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차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그저 무시하고 서 있을 것인가?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던 침묵 끝에, 저승사자가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놀랍게도, 그의 길고 하얀 손이 천천히 움직여 노인이 내민 찻잔을 받아들었다. 검은 도포 자락 아래에서 나온 손은 기묘하게도 차갑게 빛나는 듯했다. 찻잔이 저승사자의 손에 들리는 순간, 노인은 저도 모르게 숨을 헙 들이켰다. 차가운 죽음의 사자가, 따뜻한 인간의 차를 받아든 것이다.

저승사자는 찻잔을 들고 노인 앞에 서서 가만히 찻잔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느리게, 찻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작게, 아주 작게 차를 마시는 소리)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아주 낮은, 사그라지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고맙다."

노인은 귀를 의심했다. 방금... 방금 저승사자가... 말을 한 것인가? 게다가 고맙다고?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들었다. 차가운 목소리였지만, 단어는 분명했다. 그의 눈이 커졌다.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별말씀을... 아니...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매일 밤 저를 찾아오시는 겁니까...?" 저승사자는 찻잔을 내려놓고 다시 노인을 응시했다. 대답 대신, 아주 짧은 침묵이 흘렀다. 노인은 그 침묵 속에서 무언가를 읽으려 애썼다.

저승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짧고 간결한 말이었다. "때가... 아직... 아니어서." 노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때가 아니어서? 그럼 왜 오는 거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그는 차마 더 캐물을 수 없었다. 저승사자의 존재감은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노인은 대신 다른 질문을 던졌다. 좀 더 일상적이고, 인간적인 질문. "이 산골은... 밤이 참 조용하지요... 저승에서 오신 곳도... 이리 조용한 밤입니까...?" 저승사자는 노인의 질문에 반응하는 듯했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등잔불 쪽으로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대답했다. "그곳엔... 밤도... 낮도 없다."

노인은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밤도 낮도 없는 곳이라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저 이 따뜻한 등잔불과, 조용한 밤과, 풀벌레 소리가 있는 이 세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어색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밤은 어제의 두려움과는 달랐다. 죽음의 사자와 인간 노인이 한 공간에 앉아, 차를 나누고 몇 마디 말을 주고받는 기묘한 광경. 침묵은 여전했지만, 그 침묵은 이제 두려움이 아닌, 서툰 교감으로 채워지는 듯했다. 저승사자는 찻잔을 비우고 다시 노인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왔을 때처럼 소리 없이, 천천히 어둠 속으로 몸을 돌렸다.

저승사자가 완전히 사라진 후, 노인은 한참 동안 그가 앉았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에 들었던 자신의 찻잔을 내려놓았다. 차는 식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알 수 없는 따뜻함과 놀라움으로 채워져 있었다. 저승사자가... 말을 했다. 그리고... 차를 마셨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두려운 존재만이 아니었다. 기묘하고, 이해할 수 없지만... 분명 자신에게 말을 건넨 존재였다. 이 특별한 밤의 방문객과의 관계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 묵은 인연

이제 저승사자의 방문은 더 이상 갑작스러운 공포가 아니었다. 매일 밤 같은 시간에 찾아와 노인의 곁에 묵묵히 앉아있는 그의 존재는 기묘한 일상이 되었다. 노인은 그의 방문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승사자는 여전히 말이 적었지만, 노인이 건네는 차를 마셨고, 때로는 짧은 대답이나 작은 고갯짓으로 반응했다. 그 짧은 반응들이 노인에게는 큰 의미였다.

그날 밤도 저승사자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차가운 기운과 함께 나타나 익숙한 자리에 앉았다. 노인은 능숙하게 차를 내어주었다. 저승사자는 말없이 차를 받았다. 이제는 차를 마시는 소리마저 이 기묘한 밤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노인은 자신의 지난 삶 이야기를 좀 더 깊이 풀어놓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인과의 만남. 그녀를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슬픔. 자식들을 키우느라 고생했던 기억들. 그리고 이 외딴곳에 홀로 남아 아내와 자식들을 그리워하는 마음까지. 그는 자신의 삶의 후회와 미련, 그리고 작지만 소중했던 행복들을 이야기했다. 저승사자는 그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어떤 판단이나 감정의 개입 없이, 그저 존재 자체가 거대한 경청이 된 듯했다.

노인은 아내 이야기를 할 때 목이 메었다. "내 아내가... 참 고왔는데... 나보다 먼저 갈 줄이야 누가 알았겠소... 병치레를 오래 하다가... 결국 내 품에서... 그렇게 눈을 감았는데..."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저승사자는 여전히 말없이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노인은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시선이 단순히 '망자를 지켜보는 자'의 시선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 안에 무언가... 아주 오래된 슬픔 같은 것이 배어 있는 듯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노인은 등잔불을 바라보았다. 저승사자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마치 자신의 오랜 생각을 읊조리듯 말했다. "모든... 헤어짐에는... 그만한... 무게가... 있지."

노인은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무게라니요...?"

저승사자는 노인의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하는 일, 즉 망자를 거두는 일에 대한 이야기였다. "세상에는... 수많은 영혼이 있지... 어떤 영혼은 순순히 따르고... 어떤 영혼은 필사적으로 매달리지... 미련이 많을수록... 붙잡는 손은... 더욱 강해지지..."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생과 사를 목격한 존재의 깊은 피로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노인은 물었다. "당신 눈에는... 그런 미련과 후회가... 다 보이는 것이오?" 저승사자는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끄덕였다. "보이지... 그리고... 느껴지지..." 그 말에 노인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자신의 삶의 온갖 감정들이, 이 차가운 저승사자에게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다니.

그때, 저승사자가 노인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며 말했다. "자네의 삶에서... 그날 밤의 일은... 쉬이 잊히지 않겠군..."

노인은 심장이 철렁했다. 그날 밤의 일? 어떤 날 밤을 말하는 거지? 그는 수많은 밤들을 살아왔다. 어떤 날 밤을 말하는 것일까? 저승사자가 자신의 어떤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일까? 그의 눈빛에 혼란과 의문이 가득 찼다. "그... 그날 밤이라니... 무슨 말씀을..."

저승사자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노인의 눈을 깊이 들여다볼 뿐이었다. 그 시선 속에서 노인은 알 수 없는 기시감과 함께, 자신과 저승사자 사이에 단순한 우연이나 임무 이상의 어떤 묵은 인연이 얽혀 있음을 직감했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실타래가 이제야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승사자는 잠시 후, 언제나 그랬듯이 소리 없이 몸을 일으켰다. 차가운 기운이 순식간에 옅어지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노인은 저승사자가 사라진 빈자리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날 밤이라니... 대체 어떤 날 밤을 말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저승사자가 그것을 알고 있는 거지? 자신은 왜 아직 이승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수많은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지만, 답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자신과 저승사자 사이의 이 기묘한 관계가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 관계 속에, 자신의 마지막과 관련된 어떤 깊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 두려움은 여전했지만, 이제는 그 비밀을 알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비밀의 열쇠는, 매일 밤 자신을 찾아오는 이 침묵의 방문객에게 달려 있을 터였다.

※ 임박한 헤어짐

시간이 흐르며 김갑수 노인의 몸은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 기침은 더욱 잦아졌고, 일어나 앉는 것조차 힘겨웠다. 식사량은 줄었고, 하루의 대부분을 누워 지냈다. 이제 정말 때가 가까워졌음을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매일 밤 찾아오는 저승사자의 발걸음은 여전했지만, 노인은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방문을 기다리는 마음마저 생겼다.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친구는 그뿐인 듯했다.

그날 밤도 저승사자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것도 이제는 익숙했다. 검은 그림자가 방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노인은 힘겹게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저승사자의 무표정한 얼굴은 그대로였지만, 노인은 그의 존재감에서 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느꼈다. 좀 더... 무겁고... 결연한 기운.

노인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밤은... 기운이 평소와 다르구려..." 그는 힘겹게 웃었다. "이제... 정말 때가 된 모양이오... 더 이상 버틸 힘이 남아있질 않소..."

저승사자는 노인의 말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그의 검은 눈동자가 노인을 떠나지 않았다. 노인은 숨을 고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동안... 당신이 매일 밤 찾아왔지만... 어째서인지... 저를 데려가지 않았소...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소... 당신은... 그날 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게지...?"

저승사자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수천 년의 시간이 담겨 있는 듯했다. "자네는... 아주 오래전... 잊고 있던 약조를 했지... 그 약조가 다할 때까지... 나는 기다려야 했다."

노인의 눈이 커졌다. 잊고 있던 약조라니? 어떤 약조를 말하는 것일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과거의 수많은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젊은 시절, 객지에서의 방황, 아내와의 만남,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아주 오래전, 캄캄한 밤, 죽음의 문턱에서 만났던 어떤 순간... 잊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하지만 깊은 무의식 속에 남아있던 기억의 파편이 떠올랐다. 생사의 기로에서 누군가에게 했던 간절한 약속... 혹은 자신도 모르게 얽히게 된 운명의 끈...

"약조라니... 어떤... 약조를 말하는 것이오...?" 노인은 힘겹게 물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저승사자는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그의 시선에는 어떤 연민 같은 것이 아주 희미하게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그는 나지막이 설명했다. 그 약조는 노인의 삶과 다른 이의 운명, 그리고 저승사자 자신의 임무가 복잡하게 얽힌 것이라고. 노인이 무심코 맺은 그 약조 때문에, 그의 목숨은 정해진 '때'보다 오래 유예되었으며, 자신은 그 약조가 완성되는 날까지 그를 지켜봐야 하는 임무를 받았다고. 그리고... 오늘 밤, 그 약조가 마침내 완성되었다고.

노인은 숨을 헐떡였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이 잊고 있던 아주 작은 순간, 혹은 간절했던 염원 하나 때문이었다니. 자신의 무심함이 이토록 긴 시간, 죽음의 사자와 자신을 묶어두었다니. 허탈함과 함께, 알 수 없는 숙명적인 감정이 밀려왔다.

저승사자는 노인 곁으로 조금 더 다가왔다. 예전처럼 압도적이고 차갑기보다는, 이제는 그저 묵묵히 마지막 길을 지키는 동반자 같았다. 그의 검은 도포자락에서 차가운 밤공기가 느껴졌다.

"약조는... 다 이루어졌소..." 저승사자가 말했다. "이제... 갈 때요..."

노인은 눈을 감았다. 두려움은 신기하게도 많이 사라져 있었다. 매일 밤 찾아와 곁을 지켜준 저승사자. 차가운 죽음의 사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려준... 가장 기묘하고도 따뜻한 친구였다. 그는 가늘게 떨리는 손을 들어 저승사자가 앉아 있는 쪽을 향해 더듬었다.

저승사자는 노인의 떨리는 손을 외면하지 않았다. 검은 도포 아래에서 그의 하얀 손이 나와 노인의 손 위로 아주 잠시 겹쳐졌다. 차가웠지만, 거부하는 기운은 아니었다. 그 작은 접촉 속에서 노인은 긴 세월의 고단함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노인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약조도, 기다림도... 그리고 삶도...

※ 새로운 시작

노인의 숨이 멎었다. 방 안에는 깊은 정적만이 감돌았다. 등잔불은 거의 꺼져가고 있었다. 저승사자는 노인의 곁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차가운 임무 수행자의 모습이 아닌,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친구의 마지막을 지키게 된 존재의 모습이었다.

노인의 몸은 미동도 없이 이불 위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방 안의 기운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마치 투명한 무언가가 몸에서 분리되어 나오는 듯한 느낌. 김갑수 노인의 영혼이 천천히 몸 위로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누워있는 육신을 내려다보았다. 익숙한 자신의 모습이지만, 더 이상 거기에 속박되어 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가볍고... 자유로운 느낌.

그는 고개를 돌려 저승사자를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 앉아있던 저승사자의 모습이 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여전히 검은 도포였지만, 그에게서 풍겨져 나오던 차가운 기운 대신, 알 수 없는 온화함이 느껴졌다. 그의 창백했던 얼굴도 이제는 죽음의 공포보다는 고요한 평온함이 깃든 듯했다. 그동안 자신을 찾아왔던 존재가 얼마나 외롭고 긴 시간을 홀로 보냈을까, 노인은 이제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저승사자가 천천히 일어섰다. 영혼이 된 노인의 눈높이에 맞춰 선 그는 노인의 영혼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긴 시간, 수많은 밤들을 함께 보내며 쌓은 교감은 이제 말이나 형태를 초월한 이해가 되어 있었다.

저승사자가 손을 내밀었다. 차가웠던 그의 손은 이제 따뜻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노인의 영혼이 자연스럽게 그 손을 잡았다. 저승사자의 손을 잡는 순간, 노인은 자신의 삶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후회와 미련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 행복했던 순간들, 작지만 소중했던 일상들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 모든 삶의 과정 끝에, 자신을 기다려준 이 기묘한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저승사자는 노인의 영혼의 손을 잡고 천천히 방을 나섰다. 바닥에 놓인 등잔불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는 마침내 스르륵 꺼졌다. 방 안은 완전히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낡은 초가집은 다시금 적막에 잠겼다.

노인의 영혼과 저승사자는 밤하늘을 향해 걸어 나갔다.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두 개의 형체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멀어져 갔다. 노인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삶은 그 초가집에 남겨진 육신과 함께 평화롭게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여정이 친구가 된 저승사자와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네, 오디오 드라마 <매일 밤 찾아온 저승사자와 친구된 조선 노인>의 이야기, 잘 들으셨나요?

조선의 한 외딴 초가집에서 펼쳐진, 늙은 인간과 죽음의 사자 사이의 기묘하고도 따뜻한 우정을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인연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셨기를 바랍니다. 김갑수 노인에게 저승사자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리고 저승사자는 왜 오랜 시간 노인 곁을 맴돌았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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