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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에 없는 착한 선비

황금 인생 21 2025. 11. 3.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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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에 없는 착한 선비, 하늘조차 거둬가지 못한 사연” 『청구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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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300자 내외)

조선시대, 갑자기 쓰러진 한 선비. 저승사자가 그의 혼을 데려가려는 순간, 명부를 본 저승사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습니다. "이럴 수가! 이 사람은 아직 데려갈 수 없는 사람이었구나!" 도대체 명부에 무엇이 적혀 있었길래 저승사자조차 놀라 혼을 돌려보냈을까요? 『청구야담』에 전해지는 실화를 바탕으로, 착한 마음과 효심이 어떻게 죽음마저 물리쳤는지 그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선행을 베푼 사람에게는 하늘도 저승사자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교훈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조선 후기 실학자들이 수집한 『청구야담』에 실린 실화입니다. 평생 선행을 베풀며 살아온 한 선비가 갑자기 죽을 고비를 맞았을 때, 저승사자조차 그를 데려갈 수 없었던 놀라운 이유가 밝혀집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 조상들이 믿었던 권선징악의 진리와, 선한 마음이 가진 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효심과 선행이 어떻게 운명까지 바꿀 수 있는지, 따뜻하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은 조선시대 이야기입니다. 어르신들께서 특히 좋아하실 만한 교훈과 감동이 가득한 내용입니다.

※ 갑자기 쓰러진 선비와 찾아온 저승사자

조선 정조 임금 시절의 일입니다. 경상도 안동 지방에 박선우라는 선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나이는 오십을 갓 넘긴 정도였고, 비록 과거에 급제하지는 못했지만 학식이 깊고 인품이 훌륭하여 고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작은 서당을 열어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며, 비록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해 가을, 어느 날 저녁이었습니다. 박선우는 평소처럼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사랑방에서 책을 읽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더니 숨쉬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박선우는 책을 내려놓고 가슴을 움켜쥐었습니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부인이 급히 달려와 남편을 흔들어 깨웠지만, 박선우는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숨은 겨우 쉬고 있었지만 의식이 없었습니다. 놀란 부인은 큰아들을 시켜 마을 의원을 급히 불렀습니다. 의원이 도착해 맥을 짚어보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습니다.
"맥이 아주 약합니다. 심장에 큰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제 의술로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하늘의 뜻에 맡길 수밖에 없겠습니다."
의원의 말에 가족들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박선우의 부인과 자식들은 그의 곁을 지키며 밤새 기도를 올렸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소식을 듣고 찾아와 걱정하며 함께 기도했습니다. 박선우는 평소 워낙 선행을 많이 베푼 사람이었기에,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의 회복을 간절히 바랐습니다.
한편 의식을 잃은 박선우는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방 안에 누워 있는 것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우는 가족들의 모습도, 걱정하는 이웃들의 모습도 모두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말을 걸어도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박선우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혼이 육신을 떠났다는 것을요.
바로 그때였습니다. 방 한쪽에서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내가 나타났습니다. 키가 크고 얼굴이 창백한 그들은 분명 저승사자였습니다. 한 저승사자가 손에 들고 있던 문서를 펼쳐보며 말했습니다.
"박선우, 맞는가? 경상도 안동 사는 오십이 세의 선비?"
박선우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승사자는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자네의 수명이 다했네. 우리를 따라 저승으로 가야 하네."
박선우는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떠나야 하는가 싶어 아쉬웠지만, 이것이 정해진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조용히 저승사자를 따라 나서려 했습니다.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자신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방을 나서려던 저승사자 중 한 명이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그는 다시 한 번 손에 든 명부를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다른 저승사자에게 급히 말했습니다.
"잠깐! 이거... 이 사람 명부를 다시 확인해 봐야겠네!"

※ 평생 선행을 베풀며 살아온 선비의 삶

저승사자가 명부를 확인하는 동안, 박선우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아이였습니다. 가난한 양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은 그에게 글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을 가르쳤습니다. 바로 사람 됨됨이와 선한 마음이었습니다.
박선우가 열 살 때의 일이었습니다. 겨울날 눈이 펑펑 내리는 날, 그는 길에서 쓰러진 거지 한 분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외면하고 지나갔지만, 어린 박선우는 자신이 입고 있던 두루마기를 벗어 거지에게 덮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데려가 따뜻한 밥을 대접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꾸짖기는커녕 오히려 칭찬하며 함께 거지를 돌보았습니다.
"선우야, 네가 오늘 한 일은 하늘이 다 보고 계신단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란다."
어머니의 가르침은 박선우의 평생 삶의 지침이 되었습니다. 그는 성장하면서도 늘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과거 공부를 하면서도 가난한 친구들에게 책을 빌려주고,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비록 자신은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지만, 그가 도운 친구 중 몇몇은 훌륭한 벼슬아치가 되었습니다.
결혼 후에도 박선우의 선행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는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는 학비를 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점심을 굶고 오는 아이가 있으면 자신의 집에서 밥을 먹이곤 했습니다. 부인은 남편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고 함께 도왔습니다.
어느 해 큰 흉년이 들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렸습니다. 박선우 집안도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는 곳간에 있던 쌀을 모두 꺼내 마을 사람들과 나누었습니다. 부인이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 식구들은 어떻게 먹고 살려고 그러십니까?"
박선우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오.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지 않소?"
신기하게도 그 후로 이웃들이 조금씩 음식을 가져다주었고, 박선우 가족은 굶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박선우의 선행에 감동하여 자신들이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눈 것이었습니다.
박선우는 또한 효자로 유명했습니다. 부모님이 연로하셨을 때, 그는 어떤 귀한 일이 있어도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드렸습니다. 부모님이 원하시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구해드리려고 애썼습니다. 한겨울에 어머니께서 생선이 먹고 싶다고 하시자, 박선우는 얼어붙은 강에 나가 한참을 기다려 물고기를 잡아왔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삼 년상을 극진히 모셨습니다. 묘소 옆에 움막을 짓고 지내며 매일 성묘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효심에 감동하여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또한 박선우는 동네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공정하게 중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오직 옳고 그름만을 따졌기에, 사람들은 그의 판단을 믿고 따랐습니다. 그가 중재한 사건은 백 건이 넘었지만, 한 번도 억울한 판단을 내린 적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박선우는 오십 평생을 선하게, 정직하게, 그리고 남을 위하며 살아왔습니다. 그의 선행은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고, 많은 이들이 그를 본받으려 했습니다.

※ 명부에 적힌 놀라운 기록

저승사자는 명부를 들여다보며 점점 더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는 여러 번 명부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저승사자에게 명부를 보여주며 급히 말했습니다.
"이걸 보게! 이 사람의 선행 기록이 어마어마하네! 이건... 이건 보통 일이 아닐세!"
다른 저승사자도 명부를 들여다보더니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명부에는 박선우가 평생 동안 행한 모든 선행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거지를 도운 일, 가난한 학생들을 가르친 일, 흉년에 쌀을 나눈 일, 부모님을 극진히 모신 일, 공정하게 분쟁을 해결한 일... 하나하나가 모두 금색 글씨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각각의 선행마다 그로 인해 구원받은 사람들의 이름이 함께 적혀 있었다는 것입니다. 박선우가 도운 거지는 그날 정말 얼어 죽을 뻔했는데 살아났고, 그가 가르친 가난한 학생들은 훌륭한 사람이 되어 또 다른 이들을 도왔으며, 그가 나눈 쌀로 수십 명이 목숨을 건졌다는 기록이 상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는 명부 끝부분을 보고 더욱 놀랐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박선우의 선행으로 인해 살아난 생명: 직접 도운 사람 이백삼십칠 명, 간접적으로 영향 받은 사람 일천오백여 명. 그의 가르침을 받고 선한 사람이 된 제자: 팔십삼 명. 그의 공정한 중재로 화해한 가족: 오십이 가구. 효심과 선행을 본받아 실천한 사람: 헤아릴 수 없음."
저승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것 봐! 여기 아래쪽에 특별 표시가 되어 있네!"
명부의 맨 아래에는 붉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이 사람의 양덕이 천지를 감동시킴. 수명이 다했으나 아직 세상에 할 일이 남아 있음. 함부로 데려갈 수 없음. 염라대왕의 직접 판결을 받을 것."
두 저승사자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습니다. 저승사자로 수백 년을 일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명부에는 그들이 한 선행과 악행이 적혀 있고, 그에 따라 수명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선우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그의 선행이 너무나 많고 깊어서, 명부에 특별 표시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첫 번째 저승사자가 박선우에게 다가와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박 선비,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명부를 확인해 보니 선비께서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십니다. 저희가 함부로 결정할 수 없는 분이십니다."
박선우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물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그저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입니다."
두 번째 저승사자가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평범하시다니요! 선비께서 평생 쌓으신 선행이 어찌 평범하겠습니까? 이렇게 많은 선행을 쌓은 분은 백 년에 한 분 나올까 말까 합니다. 저희는 선비를 염라대왕께 직접 모셔가야 합니다. 대왕께서 직접 판단하실 일입니다."
박선우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저승사자들의 태도가 처음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업무를 처리하듯 냉정했던 그들이, 이제는 존경심을 담아 자신을 대하고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들은 박선우를 정중하게 안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저승으로 가는 길에서도 박선우에게 특별한 배려를 했습니다. 보통의 죽은 혼들이 걸어가야 하는 험한 길이 아니라, 평탄하고 꽃이 피어 있는 길로 안내했던 것입니다.

※ 염라대왕 앞에 선 선비

저승으로 가는 길은 신비로웠습니다. 박선우는 저승사자들을 따라 구름 사이를 걷는 듯한 느낌으로 길을 갔습니다. 주변에는 다른 혼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두려워하며 울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선우가 지나가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길 양옆에 서 있던 다른 저승사자들이 그를 보고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습니다. 또한 지나가던 다른 혼들도 박선우를 보더니 고개를 숙이며 존경의 표시를 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혼들은 박선우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박선우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안내하던 저승사자에게 물었습니다.
"저들은 왜 저에게 인사를 하는 것입니까? 저는 저들을 알지 못하는데 말입니다."
저승사자가 존경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선비께서 생전에 도우신 분들입니다. 선비 덕분에 목숨을 구하거나 어려움을 극복한 이들이지요. 저승에서는 모든 것이 밝혀집니다. 생전에는 누가 자신을 도왔는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인연이 다 드러납니다. 저 혼들은 모두 선비님께 빚을 진 이들입니다."
박선우는 그제야 이해했습니다. 길가에 서서 인사하는 혼들 중에는 자신이 기억하는 얼굴도 있었고, 전혀 기억나지 않는 얼굴도 있었습니다. 어느 겨울날 도와준 거지, 무료로 가르쳤던 가난한 학생, 흉년에 쌀을 나눠준 이웃들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들보다 훨씬 더 많은 낯선 얼굴들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자신이 간접적으로 도운 사람들, 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준 사람들인 듯했습니다.
한 노인의 혼이 박선우에게 다가와 깊이 절을 하며 말했습니다.
"선비님, 저를 기억하십니까? 이십 년 전 한겨울에 길에서 쓰러진 거지였습니다. 선비님께서 저를 집으로 데려가 따뜻한 밥을 먹이고 옷을 입혀주셨지요. 그날 선비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저는 그 자리에서 얼어 죽었을 것입니다. 선비님 덕분에 십 년을 더 살았고, 그 기간 동안 손자의 얼굴도 볼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박선우는 그 노인을 기억해냈습니다. 자신이 열 살 때 도왔던 그 거지였습니다. 박선우가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그날 수많은 사람들이 저를 지나쳤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오직 선비님만이 어린 나이에도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그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가는 길마다 박선우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혼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박선우는 자신이 평생 한 일들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한참을 걷자 거대한 전각이 나타났습니다. 그곳이 바로 염라대왕이 계신 곳이었습니다. 전각 앞에는 수많은 저승사자들과 관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죽은 혼들을 심판하고, 다음 생을 결정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혼들은 두려운 얼굴로 심판을 기다리고 있었고, 어떤 혼들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박선우가 도착하자 전각 안에서 한 관리가 나왔습니다. 그는 화려한 관복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금빛 나는 문서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는 박선우를 보더니 공손히 절을 하며 말했습니다.
"박선우 선비님,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대왕께서 일찍부터 선비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박선우는 관리를 따라 전각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전각 내부는 장엄했습니다. 높은 천장에는 구름이 흐르는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벽면에는 수많은 명부들이 빼곡히 쌓여 있었습니다. 좌우로는 십 명의 판관들이 앉아 있었고, 각자 앞에는 심판을 기다리는 혼들의 명부가 쌓여 있었습니다. 전각 가장 안쪽 높은 곳에는 위엄 있는 모습의 염라대왕이 앉아 계셨습니다.
염라대왕은 박선우를 보자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일어서서 말했습니다.
"박선우 선비, 멀리서 오느라 고생이 많았소. 과인이 직접 그대를 보고 싶어 불렀소이다."
박선우는 공손히 절을 올렸습니다. 주변의 판관들과 관리들도 모두 일어나 박선우에게 예를 표했습니다. 이런 광경은 매우 드문 일이었습니다. 보통의 혼들은 두려움에 떨며 염라대왕 앞에 서지만, 박선우는 존경받으며 맞이를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 되돌려 보내야 할 사람

염라대왕은 박선우에게 자리를 권하며 말했습니다.
"편히 앉으시오. 과인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혼들을 심판해 왔소. 그 중에는 훌륭한 사람도 많았고, 악한 사람도 많았소. 하지만 그대처럼 순수하게 선을 베풀며 살아온 사람은 정말 드물었소. 백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분이시오."
염라대왕은 옆에 있던 관리에게 명부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관리가 금색으로 빛나는 명부를 공손히 펼쳤습니다. 그것은 박선우의 일생이 기록된 책이었습니다. 다른 혼들의 명부는 보통 검은 글씨로 쓰여 있었지만, 박선우의 명부는 금색 글씨로 가득했습니다.
"이것을 보시오. 이것이 그대의 일생이오. 여기 적힌 모든 선행들을 보시오. 열 살 때 거지를 도운 일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선을 베풀어 왔소. 그대가 도운 사람이 직접적으로만 이백삼십칠 명이오. 그들이 다시 다른 사람을 도운 것까지 합치면 수천 명에 이르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아시오?"
박선우는 명부를 보며 놀랐습니다. 자신이 한 작은 일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자신도 잊고 있었던 일들까지 빠짐없이 적혀 있었습니다. 길에서 만난 아이에게 떡 하나 사준 일, 비 오는 날 우산 없는 노인을 집까지 바래다준 일, 다친 개를 치료해 준 일까지도 모두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염라대왕이 계속 말했습니다.
"그대는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오. '나는 그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말이오. 하지만 그대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그 일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었는지 아시오? 그대는 모르시겠지만, 과인은 모든 것을 보고 있었소."
염라대왕은 명부의 한 페이지를 넘기며 보여주었습니다.
"여기를 보시오. 그대가 흉년에 나눈 쌀로 목숨을 건진 아이가 있소. 그 아이는 자라서 훌륭한 의원이 되었고, 일생 동안 삼백 명이 넘는 환자를 살렸소. 또 여기를 보시오. 그대가 무료로 가르친 가난한 학생이 있소. 그는 과거에 급제하여 청렴한 관리가 되었고, 한 고을의 백성 천여 명을 굶주림에서 구했소. 또 여기를 보시오. 그대가 공정하게 중재한 분쟁 덕분에 원수지간이 되는 것을 막은 두 가문이 있소. 그들은 화해하여 대대로 우의를 나누며 살았고, 함께 마을을 발전시켰소. 이 모든 것이 그대의 선행에서 비롯된 것이오."
박선우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신이 한 작은 선행들이 이렇게 큰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한 옆의 판관 하나가 일어서서 말했습니다.
"대왕마마, 이 선비의 명부에는 단 하나의 악행도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십 년을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남을 해친 적이 없고, 거짓말도 하지 않았으며, 욕심도 부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다른 판관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습니다. 염라대왕은 잠시 묵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박선우 선비, 사실 그대의 수명은 오늘로 다한 것이 맞소. 명부에 그렇게 적혀 있었소. 하지만 과인이 그대의 일생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이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을 알았소. 그대에게는 아직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소."
박선우는 고개를 들어 염라대왕을 바라보았습니다. 염라대왕이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그대가 가르친 제자들 중에 아직 어린 아이들이 많소. 그 아이들은 그대의 가르침이 더 필요하오. 그대가 없으면 그들 중 몇몇은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소. 또한 그대가 살고 있는 마을에는 삼 년 후 큰 수해가 닥칠 것이오. 그때 그대의 지혜와 덕망이 필요하오. 그대가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소. 무엇보다 그대의 부인과 자식들은 아직 그대가 필요하오. 특히 막내아들은 아직 어린데, 아버지의 가르침 없이는 바르게 자라기 어려울 것이오."
염라대왕은 옆의 관리에게 무언가 지시했습니다. 관리가 새로운 명부를 가져왔습니다. 염라대왕이 직접 붓을 들어 명부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과인이 특별히 그대의 수명을 연장하기로 했소. 원래 오늘이 마지막이었지만, 이십 년을 더 주겠소. 칠십까지 사시오. 그 기간 동안 그대는 더 많은 선을 베풀고, 더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고, 그대의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오."

※ 기적처럼 깨어난 선비와 그 후의 삶

박선우의 집에서는 가족들이 밤새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의원은 이미 손을 쓸 수 없다고 했고, 가족들은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부인과 자식들은 눈물을 흘리며 박선우의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큰아들은 아버지의 오른손을, 둘째 아들은 왼손을, 딸은 아버지의 발치에 앉아 치마폭으로 눈물을 닦고 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계속 찾아와 문안을 드렸습니다. 박선우가 평소 얼마나 선한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많은 이들을 도왔는지 이야기하며 함께 슬퍼했습니다. 어떤 노인은 박선우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이야기를 했고, 어떤 젊은이는 박선우 선생님께 배운 가르침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어린 학생들도 찾아와 선생님의 쾌유를 빌며 기도했습니다.
새벽이 되었습니다. 동쪽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수탉이 울고, 마을에는 아침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습니다. 가족들은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박선우의 손을 더욱 꽉 잡았습니다. 부인이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여보, 당신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었어요. 당신을 만난 것이 제 인생 최고의 축복이었어요. 저승에 가서도 부디 편안하시길 빕니다."
큰아들도 아버지의 다른 손을 잡으며 울먹였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아버지께 더 많이 배우지 못해 죄송합니다. 부디 편히 가십시오."
바로 그때였습니다. 박선우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작은 움직임이라 가족들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곧 박선우의 눈꺼풀이 떨리기 시작했고,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입술도 미세하게 움직이며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습니다.
"어... 어머!"
큰아들이 먼저 알아채고 놀라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부인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보았습니다. 다른 자식들도 급히 아버지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박선우는 천천히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가족들의 눈물 젖은 얼굴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창밖으로는 아침 햇살이 방 안으로 비쳐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내가... 살아있소? 집으로 돌아온 것이오?"
박선우가 약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부인이 울면서 대답했습니다.
"네, 여보! 당신이 깨어나셨어요! 오, 하늘이시여, 부처님이시여, 정말 감사합니다!"
방 밖에서 기다리던 동네 사람들도 소식을 듣고 급히 들어왔습니다. 모두들 놀라움과 기쁨으로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누군가 급히 의원을 부르러 달려갔습니다.
얼마 후 의원이 급히 달려왔습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박선우의 맥을 짚어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럴 수가! 어젯밤만 해도 거의 끊어질 듯 하던 맥이 이제는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맥이 이렇게 강하고 고른 것을 보니, 마치 젊은 사람의 맥 같습니다. 이것은... 이것은 하늘이 내린 기적입니다! 제 의술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며 서로 축하했습니다. 어떤 노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역시 선한 사람은 하늘이 돕는구나! 박 선비 같은 분이 이렇게 쉽게 가실 리가 없지! 하늘도 땅도 박 선비를 필요로 하는 거야!"
박선우는 며칠 동안 침상에서 쉬면서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그 동안 끊임없이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문병을 했습니다. 어떤 이는 죽을 준비하고, 어떤 이는 과일을, 어떤 이는 약재를 가져왔습니다. 모두들 박선우의 회복을 진심으로 기뻐했습니다.
일주일쯤 지나자 박선우는 완전히 회복했습니다. 그는 가족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저승에서 겪은 일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염라대왕을 만난 것, 자신의 명부를 본 것, 그리고 이십 년의 수명을 더 받은 것,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받은 것을 말했습니다.
가족들은 놀라움과 감동으로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인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여보, 당신이 평생 쌓은 선행이 이렇게 큰 복으로 돌아온 것이군요. 염라대왕님께서도 당신의 선행을 인정하셨다니,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선한 일을 하시며 사세요. 제가 옆에서 늘 돕겠습니다."
박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하겠소. 염라대왕께서 주신 이 귀한 시간을 결코 헛되이 쓰지 않겠소. 더 많은 사람들을 돕고, 더 많은 선을 베풀겠소."
회복한 후 박선우는 다시 서당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염라대왕이 약속한 대로, 박선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가 진심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누가 도움이 필요한지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학생이 숨기고 있는 고민도 알 수 있었고, 마을 사람들의 속마음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그는 더욱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박선우는 자신의 경험을 제자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저승에서 본 것, 염라대왕에게 들은 것, 그리고 선행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를 전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작은 선행 하나하나가 모두 기록됩니다. 그것이 쌓여서 우리의 운명이 됩니다. 여러분도 매일매일 작은 선행을 실천하십시오. 그것이 결국 여러분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사람들은 박선우의 이야기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가르침을 따라 선한 삶을 살기로 다짐했습니다. 마을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돕고, 나누고, 배려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선우의 부활이 마을 전체에 선한 영향을 미친 것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박선우는 염라대왕이 약속한 대로 정확히 이십 년을 더 살았습니다. 칠십 세가 되던 해, 그는 평온한 얼굴로 가족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이제 내가 갈 때가 된 것 같구나. 염라대왕께서 주신 시간을 모두 썼으니, 이제는 마음 편히 갈 수 있다. 너희들도 슬퍼하지 마라. 나는 행복한 삶을 살았고, 여한이 없다."
그날 밤, 박선우는 편안히 잠들듯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장례식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찾아와 애도했습니다. 그가 가르친 제자들, 그가 도운 사람들, 그리고 그의 선행에 감동받아 선한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청구야담』에 전해지는 박선우 선비의 이야기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교훈을 전해줍니다. 우리가 행하는 작은 선행 하나하나가 모두 기록되고 있으며, 그것이 결국 우리 자신에게 복으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박선우 선비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엄청난 부자였던 것도 아닙니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선행들을 매일매일 꾸준히 실천했을 뿐입니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아이들을 정성껏 가르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 이 모든 평범한 일들이 쌓여서 그의 운명을 바꾸었고, 심지어 죽음에서 돌아올 수 있는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오늘 이 이야기를 들으신 여러분도 주변을 한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없는지, 내가 베풀 수 있는 작은 선행은 없는지 말입니다. 그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복이 되고, 여러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도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조선시대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리며, 오늘 하루도 선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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