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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상, 반은 희고 반은 검은 저승사자의 이야기

황금 인생 21 2025. 5. 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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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반은 희고 반은 검은 저승사자의 이야기

태그(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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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200자)

"네가 보는 건 내 어느 쪽이냐?"
한쪽은 눈부시게 하얗고, 다른 쪽은 칠흑같이 검은 얼굴. 무상이라 불리는 특별한 저승사자가 나타났다. 선한 자에겐 흰 얼굴을, 악한 자에겐 검은 얼굴을 보인다는 그는 단순히 죽음을 전하는 자가 아니었다. 한 사람의 일생을 심판하고, 다음 생을 결정하는 무서운 존재. 과연 당신이 만난다면 무상의 어느 얼굴을 보게 될까?

디스크립션(300자)

조선시대 민간에는 특별한 저승사자에 대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무상(無常)'이라 불리는 이 저승사자는 얼굴의 반은 희고 반은 검은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죠. 단순히 죽은 자를 데려가는 일반 저승사자와 달리, 무상은 그 사람의 일생을 심판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선하게 산 사람에게는 하얀 얼굴을 보이며 편안한 죽음을 주었지만, 악하게 산 사람에게는 검은 얼굴을 보이며 고통스러운 최후를 맞게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회색빛 얼굴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는 선악이 뒤섞인 평범한 인간들에게 나타나는 모습이었죠. 무상의 이야기는 단순한 공포담이 아닙니다. 인간의 이중성과 삶의 무상함, 그리고 선악의 경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철학적인 설화입니다.

※ 고을 원님과 무상의 첫 만남

조선 중종 때, 경상도 어느 고을에 김원님이라는 사또가 있었습니다. 그는 겉으로는 청렴한 척했지만, 뒤로는 백성들의 재물을 착취하는 탐관오리였죠. 어느 날 밤, 김원님은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그는 어두운 숲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앞에 기이한 모습의 사내가 나타났죠. 얼굴의 왼쪽은 백지장처럼 하얗고, 오른쪽은 먹물처럼 검었습니다.

"너는 누구냐?" 김원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사내가 음침하게 웃었습니다. "나는 무상이다. 네 명이 다했으니 나를 따라오거라."

김원님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습니다. "무상? 저승사자란 말이냐? 아직 내 명이 다하지 않았다!"

무상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명부에는 네가 오늘 밤 죽는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무상은 잠시 말을 멈추고 김원님을 관찰했습니다. "네가 지금 보는 내 얼굴은 어느 쪽이 더 선명하냐?"

김원님은 무상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이상하게도 검은 쪽이 더 진하고 선명하게 보였죠.

"검은 쪽이... 더 잘 보인다."

무상이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역시 그렇구나. 너는 평생 악행을 저질렀다.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무고한 이들을 옥에 가두었지."

"그건... 그건 다 나라를 위해서였다!" 김원님이 변명했습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나는 모든 것을 안다. 네가 빼앗은 재물, 네가 죽인 목숨들, 네가 흘린 거짓 눈물까지."

꿈에서 깬 김원님은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습니다. '그저 꿈일 뿐이야.' 그는 자신을 위로했지만,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죠.

다음날, 김원님은 평소보다 더 많은 재물을 백성들에게서 거둬들였습니다.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욕심을 부렸죠. 그날 밤, 또다시 무상이 꿈에 나타났습니다.

"오늘은 정말 네 마지막 날이다." 무상의 검은 얼굴이 더욱 짙어 보였습니다.

김원님은 무릎을 꿇고 빌었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시오. 내가 가진 모든 재물을 바치겠소!"

무상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재물로 목숨을 살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기회를 주겠다."

"무엇이든 하겠소!"

"지금부터 새벽닭이 울 때까지, 네가 평생 해온 선행을 하나라도 떠올릴 수 있다면 목숨을 연장해주겠다."

김원님은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선행이라 할 만한 일이 떠오르지 않았죠. 평생을 탐욕과 악행으로 채운 그에게 선행의 기억은 없었습니다.

새벽닭이 울자, 무상이 일어섰습니다. "시간이 다 됐다. 이제 따라오거라."

그때 김원님의 어린 딸이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버지, 무서운 꿈을 꿨어요..."

김원님은 딸을 끌어안았습니다. 그 순간,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죠. 몇 년 전, 홍수로 집을 잃은 과부에게 쌀 한 가마를 준 일이 있었습니다. 비록 나중에 그 열 배를 거둬들였지만...

"하나... 하나 있소! 과부에게 쌀을 준 적이..."

무상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습니다. 흰 얼굴이 아주 조금 더 선명해진 것 같았죠.

"그것 하나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무상은 딸을 바라보았습니다. "이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

"그럼요! 딸은 내 목숨보다 소중하오!"

무상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습니다. "좋다. 한 가지 더 기회를 주겠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 욕심 많은 부자의 최후

같은 고을에 최부자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김원님보다 더한 수전노였죠. 곡식이 썩어도 굶주린 이웃에게 나눠주지 않았고,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어 많은 사람을 거리로 내몰았습니다.

어느 날, 최부자의 집에 걸인이 찾아왔습니다.

"주인어른, 사흘째 굶었습니다. 밥 한 그릇만 주십시오."

최부자는 걸인을 내쫓으며 소리쳤습니다. "게으른 놈! 일하지 않고 구걸이나 하다니. 썩 꺼져라!"

그날 밤, 최부자의 꿈에 무상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죠. 검은 얼굴이 아주 짙어서 거의 새까맣게 보였습니다.

"최부자, 네 명이 다했다."

최부자는 아무리 봐도 흰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온통 검은색뿐이었죠.

"당신이 그 유명한 무상이로군. 나에겐 재물이 많소. 얼마든지 바칠 테니 목숨을 연장해주시오."

무상이 차갑게 웃었습니다. "재물? 그것은 모두 남의 것을 빼앗은 것이 아니더냐?"

"그게 무슨 상관이오? 돈은 돈이지."

"너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구나. 내가 왜 이런 모습으로 나타났는지."

최부자가 의아해하자 무상이 설명했습니다. "나는 각 사람의 선악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인다. 선한 이에겐 흰 얼굴을, 악한 이에겐 검은 얼굴을. 너에게는 오직 검은 얼굴만 보이는구나."

"그럼 어떻게 해야 흰 얼굴을 볼 수 있소?"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선행을 베풀면 된다. 하지만 너에겐 그럴 시간이 없다."

최부자는 당황했습니다. "잠깐만! 나도 기회를 달라! 김원님처럼!"

무상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김원님은 적어도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너는? 네 마음속엔 오직 돈에 대한 욕심뿐이다."

최부자는 필사적으로 변명했습니다. "나도... 나도 가족이 있소! 아내와 자식들이..."

"정말 그들을 사랑하느냐? 아니면 네 재산을 이을 도구로 보느냐?"

최부자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그는 가족조차도 재산을 지키고 늘리는 수단으로만 여겼으니까요.

그때 갑자기 최부자의 작은아들이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버지, 밖에 할아버지가 쓰러져 계세요. 도와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최부자는 화를 냈습니다. "쓸데없는 참견 마라! 남의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아들이 슬픈 표정으로 나가자, 무상이 한숨을 쉬었습니다. "네 아들은 착한 마음을 가졌구나. 하지만 너는..."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시오!" 최부자가 울부짖었습니다.

무상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좋다.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 나가서 쓰러진 노인을 도와라. 그리고 네 창고를 열어 굶주린 이들에게 곡식을 나눠주어라."

최부자는 망설였습니다. 평생 모은 재산을 나눠주라니... 하지만 목숨이 달린 일이었죠.

"알겠소... 하지만 조금만 나눠주면 안 되겠소?"

무상의 검은 얼굴이 더욱 짙어졌습니다. "아직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구나. 이것이 정말 네 마지막 기회다."

최부자는 마지못해 밖으로 나갔습니다. 정말로 한 노인이 쓰러져 있었죠. 하지만 그는 노인을 그냥 지나쳤습니다. 대신 하인을 시켜 쌀 한 되만 가져오게 했죠.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는 중얼거렸습니다.

하지만 방으로 돌아왔을 때, 무상의 모습은 더욱 무시무시해져 있었습니다. 이제는 온몸이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죠.

"네 마지막 기회마저 놓쳤구나. 이제 정말 끝이다."

최부자는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습니다. 하지만 가슴의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죠. 그는 그날 새벽, 금은보화를 끌어안은 채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웃들이 그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최부자의 얼굴 반쪽이 새까맣게 변해 있었던 것이죠. 마치 무상의 검은 얼굴을 닮은 것처럼...

※ 효녀의 간절한 기도

최부자의 죽음으로 온 고을이 술렁거리던 때, 마을 변두리에는 박효녀라 불리는 처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열여덟 살의 그녀는 병든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있었죠.

"어머니, 약 드실 시간이에요." 박효녀가 정성껏 달인 약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병상에 누운 어머니는 딸을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효야, 네가 나 때문에 고생이 많구나. 시집도 못 가고..."

"무슨 말씀이세요. 어머니가 나으시는 게 제일 중요해요."

그날 밤, 효녀는 뒷산 약초를 캐러 갔습니다. 의원이 말하길, 산삼을 구하면 어머니의 병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했거든요. 깊은 산중에서 약초를 찾던 중,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졌습니다.

"이런 밤중에 여자 혼자 산에 오다니, 대담하구나."

효녀가 놀라 돌아보니, 기이한 모습의 사내가 서 있었습니다. 얼굴의 반은 희고 반은 검은... 바로 무상이었죠.

"저승사자님이신가요?" 효녀가 두려움 없이 물었습니다.

무상은 의외라는 듯 효녀를 바라보았습니다. "나를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는구나?"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무서울 게 없어요. 혹시... 혹시 저를 데리러 오신 건가요?"

무상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다. 난 너의 어머니를 데리러 왔다."

효녀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안 돼요! 어머니는 아직... 아직 더 사셔야 해요!"

그때 무상이 이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잠깐, 네가 지금 보는 내 얼굴은 어떤가?"

효녀가 무상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놀랍게도 흰 쪽이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검은 부분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죠.

"흰 쪽이... 훨씬 밝게 보여요."

무상의 표정이 부드러워졌습니다. "네 마음이 얼마나 깨끗한지 알 수 있구나. 평생을 어머니만 위해 살았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에요. 그보다 어머니를... 제발 데려가지 마세요!" 효녀가 무릎을 꿇고 애원했습니다.

무상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했습니다. "네 효성이 지극하구나. 하지만 정해진 운명을 바꾸기는 어렵다."

"그럼 저를 대신 데려가세요! 어머니는 아직 젊으세요. 저야 없어도..."

"네가 없으면 어머니가 얼마나 슬퍼하겠느냐?"

효녀는 눈물을 흘리며 간청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어머니를 살릴 수 있나요? 무엇이든 하겠어요!"

무상은 효녀의 진심에 감동한 듯했습니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말씀해 주세요!"

"이 산 정상에 천년 묵은 산삼이 있다. 그것을 구해 어머니께 드리면 병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뭐예요?"

"그 산삼을 지키는 산신령이 있다. 그리고 산삼을 얻으려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효녀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어떤 대가든 치르겠어요. 어머니만 살릴 수 있다면."

무상이 길을 가리켰습니다. "저 길을 따라가면 된다. 하지만 명심해라. 진정한 효심만이 산신령을 감동시킬 수 있다."

효녀는 망설임 없이 길을 나섰습니다. 무상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을 했죠.

"오랜만에 진정한 효녀를 만났구나. 저 아이라면..."

효녀가 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과연 커다란 바위 틈에서 붉은 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정말로 산삼이었죠. 하지만 손을 뻗는 순간, 천둥소리와 함께 산신령이 나타났습니다.

"감히 내 산삼을 훔치려 하는가!"

효녀는 무릎을 꿇고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산신령님. 하지만 어머니의 목숨이 달려 있어요. 제발 산삼을..."

"많은 이들이 욕심으로 이곳을 찾았다. 너도 다르지 않겠지."

"아니에요! 저는 어머니를 위해서... 정말 간절해요!"

산신령이 효녀를 시험하듯 물었습니다. "그럼 네 목숨과 바꾸겠느냐?"

효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네! 어머니가 사신다면 제 목숨쯤은!"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산신령의 무서운 얼굴이 온화하게 변했고, 주위에 따뜻한 빛이 퍼졌죠.

"오랜만에 진정한 효녀를 만났구나. 좋다, 산삼을 가져가거라."

※ 도둑과 성자의 기묘한 운명

효녀가 산삼을 구해 내려오던 길에, 칼을 든 산적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동네에서 이름난 도둑 강치였죠.

"어이, 아가씨! 그 산삼 이리 내놔라!"

효녀가 산삼을 꼭 껴안으며 말했습니다. "안 돼요! 이건 어머니 약이에요!"

"시끄럽고 내놓으라니까!" 강치가 칼을 휘두르려는 순간, 갑자기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습니다.

안개 속에서 무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더욱 기이한 모습이었죠. 강치를 바라볼 때는 검은 얼굴이, 효녀를 바라볼 때는 흰 얼굴이 더 선명했습니다.

"둘 다 오늘 밤이 운명의 갈림길이구나."

강치가 놀라 칼을 떨어뜨렸습니다. "저... 저승사자!"

"강치야, 네가 지금 무엇을 하려 했는지 아느냐?"

"그저... 그저 산삼이 탐나서..."

무상이 강치를 향해 돌아서자, 그의 검은 얼굴이 더욱 짙어졌습니다. "너는 평생 남의 것을 빼앗으며 살았다. 그리고 지금 한 효녀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으려 했지."

강치가 무릎을 꿇고 빌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목숨만은..."

그때 효녀가 놀라운 행동을 했습니다. 무상과 강치 사이에 끼어들며 말한 것이죠.

"저승사자님, 이 사람을 용서해 주세요. 분명 사연이 있을 거예요."

무상이 의아해했습니다. "이자가 너를 해치려 했는데도?"

"그래도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거잖아요."

강치는 효녀의 말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죠.

"아가씨... 왜 날 도와주시는 거요?"

효녀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늘 말씀하셨어요. 미운 사람일수록 더 사랑으로 대하라고."

그 순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무상의 얼굴에서 검은 부분이 조금 옅어진 것이죠. 마치 강치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 것처럼.

무상이 놀라며 말했습니다. "이것은... 처음 보는 일이다."

"무슨 일이신가요?" 효녀가 물었습니다.

"한 사람의 선한 행동이 다른 사람의 악한 마음을 바꾸고 있다. 강치의 운명이 변하고 있어."

강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저... 저도 원래는 이렇지 않았어요. 어머니가 병들었을 때, 약을 살 돈이 없어서... 그때부터 도둑질을 시작했는데..."

효녀가 산삼을 반으로 나누어 강치에게 건넸습니다. "이걸 가져가세요. 아직 어머니가 살아계신다면..."

"하지만 이건 아가씨 어머니..."

"반만 있어도 충분할 거예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정직하게 사세요."

강치는 산삼을 받아들고 통곡했습니다. 평생 처음으로 진정한 선의를 경험한 것이죠.

무상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했습니다. "오늘 나는 놀라운 것을 보았다. 효녀여, 네 선행이 한 영혼을 구원했구나."

그리고 강치를 향해 말했습니다. "너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겠다. 하지만 다시 악행을 저지른다면..."

강치는 고개를 들어 무상을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무상의 검은 얼굴이 많이 옅어져 있었죠. 이제는 회색빛에 가까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부터는 정직하게 살겠습니다!"

그날 이후, 강치는 도둑질을 그만두고 정직한 농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효녀의 어머니도 산삼 덕분에 병이 나았죠.

마을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며 말했습니다. "선한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보라고. 저승사자도 감동시키고, 도둑의 마음도 바꾸었으니."

무상은 이날의 일을 오래도록 기억했다고 합니다. 인간의 선한 마음이 만들어낸 기적을 목격한 특별한 날로.

※ 무상이 보인 회색 얼굴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고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무상이 회색 얼굴을 보였다는 것이죠.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그 중간의 빛깔이었다고 합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고을의 훈장 최선비였습니다. 그는 학문이 깊고 제자들을 잘 가르치기로 유명했지만, 한편으로는 고집이 세고 남의 잘못을 크게 나무라는 성격이었죠.

어느 봄날 밤, 최선비가 글을 읽다가 잠이 들었을 때, 방안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눈을 뜨자 무상이 서 있었죠.

"최선비, 네 시간이 왔다."

최선비는 놀랐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대가 무상이로군. 듣던 대로 기이한 모습이오."

무상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너는 내 얼굴이 어떻게 보이느냐?"

최선비가 자세히 보니, 무상의 얼굴은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회색빛이었습니다. 마치 먹물을 탄 물처럼 중간색이었죠.

"회색으로 보이는구려. 이게 무슨 뜻이오?"

무상이 잠시 망설이다가 설명했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다. 보통은 선한 자에게 흰색, 악한 자에게 검은색으로 보이는데... 너는 그 중간이구나."

최선비가 의아해했습니다. "중간이라니? 나는 평생 학문에 정진하고 제자들을 가르쳤소. 악한 일은 하지 않았는데."

"그렇다. 하지만 선한 일도 많이 하지 않았지. 너는 지식은 많으나 따뜻한 마음이 부족했다."

최선비는 발끈했습니다. "무슨 소리오! 나는 제자들에게 인의예지를 가르쳤다오!"

"가르치기만 했을 뿐, 실천하지 않았지. 기억나느냐? 작년 겨울, 추위에 떠는 거지가 서당 문 앞에 왔을 때를 ."

최선비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그... 그때는 수업 중이라..."

"넌 그를 내쫓았다. '게으른 자는 도와주지 않는다'며. 그 거지는 다음날 얼어 죽었지."

"나는... 나는 몰랐소."

무상이 계속 말했습니다. "또 기억나느냐? 제자의 아버지가 빚 때문에 곤경에 처했을 때, 넌 '자업자득'이라며 외면했지."

최선비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법도와 도리를 지켰을 뿐이오."

"법도와 도리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정은 어디 갔느냐? 그래서 네 얼굴에는 회색이 보이는 것이다. 완전히 선하지도, 완전히 악하지도 않은..."

그때 밖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최선비의 제자였죠.

"스승님! 스승님!" 제자가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습니다. "마을에 큰불이 났습니다! 이웃들이 모두..."

제자는 무상을 보고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말했죠.

"저승사자님이신가요? 제발 우리 스승님을 데려가지 마세요! 스승님은 좋은 분이세요!"

무상이 제자를 바라보았습니다. "네 스승이 좋은 사람이라고?"

"네! 비록 엄하시지만, 저희에게 글을 가르쳐 주셨어요. 그리고..." 제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습니다. "작년에 제가 학비를 못 낼 때, 스승님이 몰래 대신 내주셨어요."

최선비가 놀라서 제자를 보았습니다. "네가 어떻게 그걸..."

"알고 있었어요, 스승님. 그리고 거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스승님이 몰래 장례를 치러주신 것도요."

무상의 표정이 변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회색빛 얼굴이 조금 더 밝아지기 시작했죠.

"최선비, 네가 몰래 선행을 했구나?"

최선비가 쑥스럽게 말했습니다. "그건...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오. 남들에게 보이려고 한 게 아니라..."

무상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제 알겠다. 너는 겉으로는 엄격했지만, 속으로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구나. 단지 표현하는 법을 몰랐을 뿐."

제자가 계속 말했습니다. "스승님은 늘 저희 뒤에서 돌봐주셨어요. 아픈 제자의 약값도 대주시고, 가난한 집 아이들도 공짜로 가르치시고..."

무상의 회색 얼굴이 점점 더 밝아졌습니다. 이제는 거의 흰색에 가까워졌죠.

"놀랍구나. 겉모습과 속마음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 깨달음을 얻은 스님의 마지막

이야기는 고을 외곽의 작은 암자로 옮겨갑니다. 그곳에는 덕운 스님이라는 늙은 승려가 살고 있었죠. 평생을 수행에 정진한 그는 이제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 덕운 스님이 참선을 하고 있을 때, 암자 문이 저절로 열렸습니다. 들어온 것은 무상이었죠.

"스님, 때가 되었소."

덕운 스님은 눈을 뜨고 무상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죠. 무상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흑과 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투명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상이 당황했습니다. "스님... 내 얼굴이 보이시오?"

"보입니다. 동시에 보이지 않습니다. 흑과 백이 하나가 되어 있군요."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덕운 스님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무상님, 저는 오랜 수행 끝에 깨달았습니다. 선과 악은 사실 하나라는 것을.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고, 그림자가 있어야 빛을 알 수 있죠."

무상이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오?"

"인간은 누구나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죠. 무상님의 얼굴이 반은 희고 반은 검은 것도 그 이치 아니겠습니까?"

무상은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저... 정해진 대로 일할 뿐인데..."

덕운 스님이 일어섰습니다. "자, 이제 갈 시간이군요. 그런데 무상님, 하나 묻고 싶습니다."

"무엇이오?"

"무상님은 왜 그런 모습을 하고 계신가요? 스스로 선택하신 건가요?"

무상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답했습니다. "나도 모르오. 태초부터 이런 모습이었소. 하지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소. 내 모습은 인간의 본성을 비추는 거울인지도..."

덕운 스님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거울입니다. 서로를 비추며 살아가죠."

두 사람이 암자를 나서자,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새벽과 밤의 경계, 어둠과 빛이 만나는 시간이었죠.

"참 아름답습니다." 덕운 스님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무상도 함께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정말... 아름답구나."

"무상님, 혹시 이승과 저승의 경계도 이렇지 않을까요? 삶과 죽음이 만나는 곳도 이처럼 아름다울지도..."

무상은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습니다. 진짜 미소였죠. "스님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소."

덕운 스님이 합장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이제..."

"네, 갑시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갔습니다. 아침 햇살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가는 그들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였죠.

며칠 후, 제자 스님들이 덕운 스님이 입적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얼굴에는 평온한 미소가 머물러 있었고, 방에는 향기가 가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님이 남긴 마지막 글귀가 발견되었죠.

"흑백이 하나 되는 곳에서
삶과 죽음이 만나고
그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만난다"

마을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전하며 말했습니다. 무상도 사실은 우리와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고.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또 하나의 영혼일지도 모른다고.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은 무상이라는 특별한 저승사자의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반은 희고 반은 검은 그의 얼굴은 우리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거울이었죠.

흥미로운 것은 무상도 결국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였다는 점입니다. 효녀의 선행에 감동하고, 최선비의 숨겨진 선의를 발견하며, 덕운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깨달아갔죠.

이는 죽음을 관장하는 저승사자조차도 인간의 감정과 지혜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저승사자들도 한때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을지 모릅니다.

다음 시간에는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곡차 한 잔의 유혹: 저승사자를 홀린 인간 세상의 재미"라는 제목으로, 저승사자가 인간 세상의 음식과 놀이에 빠져든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막걸리 한 잔에 취하고, 윷놀이에 빠지며, 심지어 장터 구경까지 즐기게 된 저승사자! 무시무시한 죽음의 전령이 어떻게 인간 세상의 소소한 즐거움에 매료되었을까요?

과연 그는 임무를 잊고 인간 세상에 머물렀을까요? 아니면 결국 저승으로 돌아갔을까요? 궁금하시다면 다음 편도 꼭 시청해주세요.

좋아요와 구독, 알림 설정도 잊지 마시고요. 오늘도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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