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장례식에 나타난 양반
‘가족의 본심’과 놀라운 깨달음 , 자신의 장례식에 나타난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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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300자 내외)
"여보게, 자네 장례식에 자네가 참석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말도 안 된다고? 허허, 조선시대 어느 양반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네. 죽었다 깨어나 보니 자기 장례식장이더란 말이야. 그런데 그 양반, 거기서 뭘 봤는지 아나? 자식들 우는 모습? 아니지. 그보다 더 충격적인 걸 목격했다네. 오늘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인생의 진리를 깨달은 한 양반의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네. 명나라 때 기록된 『명엽지해』에 실린, 믿거나 말거나 신기한 이야기일세."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조선시대 한 양반이 갑자기 숨을 거두고, 사흘 뒤 장례를 치르는 날 기적처럼 깨어납니다. 그런데 그가 본 것은 놀랍게도 자신의 장례식 광경이었습니다. 저승사자를 따라 저승길을 걸으며 겪은 신비한 체험,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깨달은 인생의 진실. 명나라 시대 기록 『명엽지해』에 전해지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이 진정 소중한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워줍니다. 웃음과 눈물, 그리고 깊은 여운이 남는 저승사자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 양반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집안의 비통함
경상도 안동에 성품 좋기로 소문난 양반 한 분이 살았어요. 나이는 한 오십삼 세쯤 됐을까요? 집안도 제법 넉넉하고, 자식들도 네 명이나 두었는데 모두 효성이 지극했지요. 부인은 현숙하기로 이름났고, 집안 살림도 알뜰하게 잘 꾸려나갔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저 집 참 복 많이 받았네" 하고 부러워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 양반이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억!' 하고는 그대로 쓰러지고 만 겁니다. 아니, 그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냐고요? 저도 처음엔 안 믿었지요. 하지만 이게 실화라니까요!
그날 아침도 평소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양반은 닭 우는 소리에 눈을 떴어요. "음, 오늘도 날씨가 좋구만." 창문을 열고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셨지요. 마당에서는 부인이 벌써 일어나서 장독대를 살피고 있었고, 부엌에서는 며느리가 아침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세수를 하러 마루로 나왔어요. 대야에 물을 떠다 놓고, 수건도 옆에 걸어놓고, "아, 시원하다" 하며 얼굴에 물을 끼얹는데요. 갑자기 가슴이 '쿡' 하고 아프더래요. '어? 이게 뭐지?' 싶어서 가슴을 손으로 짚어봤는데, 그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겁니다.
"으윽..." 신음 소리가 저절로 나왔어요. 부인이 그 소리를 듣고 "여보, 무슨 일이오?" 하며 달려왔지요. 양반은 땀을 뻘뻘 흘리며 "가슴이... 가슴이 아파..." 겨우 말을 했습니다. 부인이 깜짝 놀라 "어머, 여보!" 하고 부축하려는 순간, 양반의 몸이 '휘청' 하더니 그대로 마루 바닥에 '퍽!' 하고 쓰러진 겁니다.
"여보! 여보!" 부인이 다급하게 불렀어요. 흔들어도 대답이 없어요. 뺨을 살짝 때려봐도 반응이 없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람!" 부인의 비명 소리에 온 집안이 발칵 뒤집혔지요.
맏아들이 제일 먼저 달려왔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외치며 흔들어봤지만 소용없었어요. 둘째, 셋째, 막내까지 모두 모여들었습니다. "아버지 눈이 감겨 있어!" "숨을 안 쉬시는 것 같아!" 자식들이 울부짖었지요.
"의원! 어서 의원을 불러!" 맏아들이 하인을 급히 보냈습니다. 하인이 헐레벌떡 뛰어가서 동네에서 제일 이름난 의원을 모셔왔어요. 그 의원이 양반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어봤습니다. 한참을 그러고 있더니,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흔드는 겁니다.
"이거... 어찌 된 일입니까?" 맏아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요. 의원이 한숨을 깊이 쉬고는 "맥이... 맥이 끊어졌습니다" 하고 말했지요. "뭐라고요?" 부인이 비명을 지르며 "그럴 리가 없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셨단 말이에요!" 하고 울부짖었습니다.
의원이 다시 한 번 확인해봤습니다. 귀를 가슴에 대보기도 하고, 눈꺼풀을 들춰보기도 했어요. 그리고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미...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하고 말했지요.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였습니다. 부인은 그 자리에서 "여보!" 하고 외치다가 '쿵' 하고 기절해버렸어요. 자식들은 "아버지! 아버지!" 하고 통곡하며 가슴을 쳤지요. 며느리들도, 손주들도, 하인들까지 모두 울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온 집안이 곡소리로 가득 찼어요.
이웃집에서도 그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냐?" 하며 달려왔습니다. "김 양반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답니다!" 소식이 퍼지자 온 동네가 술렁거렸어요. "아니, 어제만 해도 멀쩡하셨는데?" "그렇게 건강하신 분이 갑자기?"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지요.
장례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맏아들이 눈물을 훔치며 "아버지...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정성껏 모셔드려야 합니다" 하고 말했어요. 부랴부랴 상여를 준비하고, 염습할 물품들을 갖춰왔습니다.
염습을 하는 날, 온 가족이 모였어요. 부인은 정신을 차리고는 "내 손으로 마지막 옷을 입혀드려야지" 하며 비틀거리면서 일어났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양반의 몸을 씻기고, 새 옷을 입혀드렸지요. 그러면서도 계속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여보...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요? 그때 당신이 나한테 평생 함께하자고 했잖아요..."
빈소를 차렸습니다. 양반의 영정을 모시고, 향을 피우고, 제물을 차려놓았어요. 친척들한테 부고를 돌렸지요. "김아무개, 향년 오십삼 세로 별세하였기에 이에 알려드립니다." 부고장을 받은 친척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습니다.
사흘이 지났습니다. 장례를 치르는 날이에요. 상여가 대문 앞에 준비되고, 곡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 퍼졌어요.
※ 저승사자와의 만남, 억울한 호소
자, 이제부터가 진짜 이야기입니다. 귀 쫑긋 세우고 들으시라고요. 여러분, 사람이 죽으면 정말 끝일까요? 아니면 뭔가 다른 게 있을까요?
이 양반, 쓰러지고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말이에요, 어디가 캄캄한 겁니다. '이게 어디지?' 싶었어요. 눈을 떠보려 해도 눈꺼풀이 무거워서 안 떠져요. 움직이려 해도 몸이 천근만근 같아서 꿈쩍을 안 하고요.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왜 이러지?' 혼란스러웠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주변 소리는 다 들리는 거예요. 부인이 "여보! 여보!" 하고 부르는 소리, 자식들이 "아버지!" 하고 우는 소리, 의원이 "맥이 끊어졌습니다" 하는 소리까지. 다 또렷하게 들렸어요. '아니, 내 귀는 멀쩡한데 왜 몸이 안 움직이지?'
양반은 필사적으로 소리를 내보려고 했습니다. '여보! 나 여기 있소! 걱정 마시오!' 마음속으로는 크게 외쳤는데,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나왔어요.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해도 안 되고요. 답답하고 답답했지요.
부인이 기절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쿵!' 하고 쓰러지는 소리에 양반은 속으로 '여보! 정신 차리시오!' 외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자식들이 엄마를 부축하며 "어머니! 어머니!" 하고 부르는 소리, 집안이 발칵 뒤집히는 소리가 계속 들렸어요.
염습하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물로 몸을 씻기는데, 차가운 느낌이 살짝 들었어요. '아, 물이 차갑구나...' 새 옷을 입히는 느낌도 났고요. 부인이 우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습니다. "여보... 나를 두고 어찌 먼저 가시오..." 그 소리에 양반의 마음도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사흘을 보냈습니다. 계속 캄캄한 곳에 갇혀 있으면서, 주변 소리만 듣고 있었어요. 조문객들이 오는 소리, 친척들이 와서 위로하는 소리, "아이고, 좋은 분이 가셨네..." 하는 탄식 소리들이 끊임없이 들렸지요.
그러다가 사흘째 되는 날,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 뭐지?' 양반이 놀라서 정신을 바짝 차렸어요. 캄캄하기만 하던 게 점점 밝아지더니, 어느새 자기가 서 있는 게 느껴지는 겁니다. 몸도 움직일 수 있게 됐고요!
양반이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낯선 곳이었어요.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고, 길은 울퉁불퉁하고, 주변은 음산하기 그지없었지요. '여긴 어디람?'
그때였습니다. 저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는 게 보였어요. 키가 훤칠하게 크고, 얼굴은 하얗고, 눈은 번쩍번쩍 빛나고, 검은 옷을 입고, 손에는 긴 장부를 하나 들고 있는 사내였습니다. 딱 봐도 예사 사람이 아니에요. 주변 분위기부터가 싸늘했거든요.
그 사내가 양반 앞에 딱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양반을 훑어보더니, 차갑게 말했어요. "김아무개냐?" 목소리부터가 얼음장 같았지요. 양반은 덜덜 떨면서 "예... 예..." 하고 대답했습니다.
"따라오시오." 사내가 딱 잘라 말했어요. 양반은 '이 사람이 누구지?' 싶었지만, 물어볼 용기가 안 났어요. 그냥 따라가려다가,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니, 잠깐. 나는 죽은 게 아닌데?'
"저, 저기요!" 양반이 용기를 내서 불렀어요. 사내가 멈춰 서서 돌아봤습니다. "왜 그러시오?" "저는... 저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아침에 갑자기 쓰러지긴 했지만, 제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지요.
사내가 씩 웃었습니다. 비웃는 것 같았어요. "죽을 때가 아니라고? 그건 그대가 정하는 게 아니오." 그러고는 들고 있던 장부를 펼쳤습니다. "여기 보시오. 김아무개, 나이 오십삼 세, 남쪽 마을 거주, 오늘 오시(午時)에 수명이 다하기로 되어 있소. 그러니 따라오시오."
양반은 깜짝 놀랐습니다. "수명이 다했다고요? 아니,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단 말입니다!" 목소리가 커졌어요. 사내가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시끄럽소. 산 사람치고 할 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다들 그렇게 말하오. 하지만 수명은 하늘이 정한 것. 어서 따라오시오!"
"안 됩니다!" 양반이 소리쳤어요. "저는 아직 늙으신 어머니를 모셔야 하고, 막내아들 장가도 보내야 하고, 집안 제사도 지내야 합니다! 어찌 이렇게 갑자기 가란 말입니까!" 필사적으로 호소했지요.
사내가 차갑게 웃었습니다. "그런 건 산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오. 죽은 사람은 저승으로 가야 하오." 그러고는 양반의 소매를 휘 잡아끄는 겁니다. 힘이 장사더라고요! 양반이 버티려 해도 소용없었어요.
"나리! 나리! 제발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오!" 양반이 애원했지만, 사내는 꿈쩍도 안 했습니다. 그제야 양반은 깨달았어요. '아, 이 사람이 저승사자구나. 나를 데리러 온 거구나...'
※ 저승길 여정과 염라대왕 앞에 서다
자아, 염라대왕 앞에 섰습니다. 여러분, 염라대왕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십니까? 키는 장대 같고, 얼굴은 시커먼데 눈은 부릅뜨고 있고, 수염은 허리까지 내려오고, 입만 벌리면 천둥소리가 나는 것 같은 분이에요. 머리에는 면류관을 쓰고, 손에는 홀을 들고, 좌우에는 우락부락한 귀졸들이 쫙 늘어서 있는데, 그 위엄이란 것이 말이 아니었지요.
양반은 그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거든요. 염라대왕이 우렁찬 목소리로 "김아무개!" 하고 부르는데, 그 소리에 양반은 "예, 예!" 하고 대답하며 머리를 조아렸어요.
"네가 살아온 날들을 낱낱이 기록한 생사부를 펼쳐보겠다." 염라대왕이 손짓하자, 옆에 있던 판관이 커다란 장부를 펼쳤습니다. 그 장부가 얼마나 큰지, 펼쳐놓으니 방바닥 한가득 차는 거예요. 거기에는 양반이 태어난 날부터 죽은 날까지, 아니 죽었다고 여겨진 날까지의 모든 일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음... 오세 때 동네 아이 떡 빼앗아 먹은 일." 판관이 읽기 시작했어요. 양반은 '아, 그런 일도 다 기록되어 있구나!' 하며 식은땀을 흘렸지요. "열두 살 때 서당 훈장님께 거짓말한 일. 스물 살 때 과거 시험에서 부정행위 시도한 일..."
"잠깐!" 양반이 벌떡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건 오해입니다! 저는 부정행위를 하려던 게 아니라, 옆 사람이 떨어뜨린 붓을 주워주려던 것이었습니다!" 급하게 변명했지요. 염라대왕이 "흠..." 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양반을 쳐다봤어요. 그 눈빛에 양반은 또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판관이 계속 읽어 내려갔어요. "서른 살 때 길에서 넘어진 노인을 못 본 척한 일. 마흔 살 때 이웃집 담 너머 배를 훔쳐 먹은 일..." "그건 제가 배가 너무 고파서... 아니, 그것도 잘못입니다!" 양반은 계속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 나쁜 일만 적혀 있는 게 아니었어요. "열다섯 살 때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해준 일. 스물다섯 살 때 굶주린 거지에게 밥을 준 일. 서른다섯 살 때 병든 이웃을 극진히 간호한 일. 마흔다섯 살 때 고아 된 조카를 거둬 키운 일..." 좋은 일도 꽤 많이 적혀 있었어요.
염라대왕이 장부를 다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음, 선행과 악행을 따져보니, 그럭저럭 균형이 맞는구나. 큰 죄를 짓지도 않았고, 큰 공덕을 쌓지도 않았으니... 환생은 시켜주마. 다만 다음 생에는 좀 더 착하게 살도록 해라."
양반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휴, 지옥에는 안 가는구나!' 그런데 그때, 옆에서 다른 판관 하나가 뭔가를 발견하고는 "대왕님, 잠깐만요!" 하고 소리쳤어요. 뭔가 이상한 걸 찾은 모양이었지요.
※ 동명이인 오류 발견, 환생의 기회
"대왕님, 이거 좀 보십시오!" 판관이 황급히 다른 장부를 들고 왔습니다. 염라대왕이 그걸 받아 들고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뭐야, 이게?"
판관이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왕님, 저승사자가 잘못 데려온 것 같습니다. 오늘 데려와야 할 사람은 '북쪽 마을 김아무개'인데, 이 사람은 '남쪽 마을 김아무개'입니다. 이름이 똑같아서 착오가 생긴 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양반은 귀를 의심했습니다. 동명이인 때문에 잘못 데려왔다고요? 염라대왕도 당황한 표정으로 저승사자를 노려봤어요. "이놈! 어찌 된 일이냐!" 저승사자는 황급히 장부를 다시 확인하더니,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대왕님! 제가... 제가 실수를..."
양반은 이때다 싶어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대왕님! 그럼 저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목소리에 희망이 가득 담겼지요. 염라대왕이 난처한 표정으로 "그게... 그런 셈이긴 한데..." 하며 말끝을 흐렸어요.
"그런데 말이야..." 염라대왕이 턱을 쓸며 말했습니다. "문제가 하나 있어. 네가 이미 이승을 떠난 지 사흘이 지났거든. 네 몸은 지금 염습도 다 끝나고, 관에 들어가 있고, 오늘이 바로 장례 치르는 날이야. 상여가 곧 출발할 거란 말이지."
양반은 깜짝 놀랐습니다. "예? 벌써 사흘이나 지났습니까? 그럼 제 식구들이 얼마나 슬퍼했을까요..." 가슴이 미어졌어요. 부인의 울음소리, 자식들의 통곡 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것만 같았지요.
염라대왕이 손을 저었습니다. "그런 건 그렇고, 네가 돌아간다 해도 문제가 있어. 지금 네 몸은 사경을 헤매고 있거든. 혼은 여기 와 있고, 육신만 거기 있으니, 돌아간다 해도 깨어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양반은 필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대왕님, 제발 기회를 주십시오! 저는 아직 이승에서 할 일이 많습니다. 늙으신 어머니도 계시고, 어린 자식들도 있고, 아직 장가 못 간 막내아들도 있습니다. 제발, 제발 다시 살려주십시오!" 머리를 조아리고 또 조아렸어요.
염라대왕이 한참을 고민하더니,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허어... 이것도 다 인연이려니. 좋아, 특별히 기회를 주마. 하지만 조건이 있어." "무슨 조건이든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양반이 외쳤지요.
"네가 다시 살아나거든, 앞으로는 더욱 선한 일을 많이 하도록 해라. 남을 돕고, 덕을 쌓고, 착하게 살아라. 그리고 오늘 여기서 본 것, 경험한 것을 잊지 말고, 사람들에게 죽음이란 게 두려운 것만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걸 일러주거라."
"명심하겠습니다, 대왕님!" 양반은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 인사를 올렸습니다. 염라대왕이 옆에 있던 판관에게 명했어요. "이 사람 혼을 다시 이승으로 보내주거라. 서둘러라, 곧 장례가 시작될 테니."
판관이 양반의 팔을 잡았습니다. "자, 빨리 가십시다!" 그러고는 휙하고 소매를 휘두르는데, 양반의 몸이 둥둥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주변이 빙글빙글 돌고, 귀에서는 윙윙 소리가 나고, 눈앞이 하얗게 변하더니...
※ 자신의 장례식장에 나타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양반은 어디 익숙한 곳에 서 있었습니다. '어? 여기가 어디지?' 주변을 둘러보니,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바로 자기 집 대문 앞이었어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대문에는 흰 종이가 주렁주렁 붙어 있고, 마당에는 사람들이 가득했어요. 다들 흰옷을 입고, 곡을 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요.
'이게 무슨 일이람?' 양반이 가까이 다가가 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도 자기를 못 보는 거예요.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도 "어, 실례합니다" 하고 비켜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마치 자기가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았지요. '아, 그렇구나. 내가 아직 완전히 살아난 게 아니구나. 혼만 이곳에 온 거로구나.'
마당 한가운데에는 상여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앞에는... 오, 세상에! 관이 하나 놓여 있는데, 바로 자기가 들어가 있는 관이었어요. 양반은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내가 저 안에 누워 있단 말인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관 뚜껑 사이로 자기 얼굴이 살짝 보였어요. 창백하게 죽어 있는 자신의 모습이라니! 이 얼마나 기괴한 광경입니까!
"아이고, 아버지! 아버지!" 맏아들이 관 앞에서 엎드려 통곡하고 있었어요. 둘째 아들도, 셋째 아들도, 막내아들까지 모두 상복을 입고 울고 있었지요. 양반은 그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얘들아, 아버지가 여기 있다! 내가 살아났단다!' 소리쳐봤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어요.
부인은 안방에서 혼절해 있었습니다. 며느리들이 부축하며 "어머님, 정신 차리세요!" 하고 물을 떠다 드리고 있었어요. 부인이 겨우 정신을 차리더니 "여보... 당신 정말 가시는 거요? 나를 두고 어찌 먼저 가시오..." 하며 또 오열했습니다. 양반은 그 모습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여보, 내가 여기 있소. 곧 돌아갈 테니 조금만 기다리시오!'
친척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조문을 왔어요. "참 좋은 분이었는데..." "아직 젊으신데 어쩌다..." "아이고, 안됐네, 안돼..." 사람들이 하나같이 안타까워했지요. 양반은 그 말들을 들으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생각했구나. 내가 살아 있을 때는 몰랐는데...'
상주들이 절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조문객들이 줄지어 들어와 향을 피우고, 절을 하고, 위로의 말을 건넸어요. "상주 되셔서 얼마나 슬프시겠습니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양반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이게 바로 내 장례식이구나. 내가 죽으면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나를 보내주는구나.'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뒤쪽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저 양반, 살아생전에 우리한테 빌린 돈 안 갚았는데?" "맞아, 나도 쌀 한 가마니 빌려줬는데 못 받았어." "그러게 말이야. 착한 척했지만, 알고 보면 별로더라고." 양반은 깜짝 놀라 그쪽을 쳐다봤어요. 평소에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자기 뒤에서 그런 말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 가족들의 반응과 양반의 깨달음
양반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가... 내가 그렇게 살았단 말인가?' 자기는 평소에 남들한테 잘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빌린 돈도 제때 안 갚고, 약속도 지키지 않았던 거예요. 부끄러움이 밀려왔습니다.
계속 주변을 둘러봤어요. 큰아들이 둘째 아들한테 조용히 속삭이는 게 들렸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니까, 집안 재산 정리 어떻게 할 거야?" "글쎄, 우리끼리 잘 나눠야지. 막내는 아직 어리니까 좀 덜 줘도 되지 않을까?" 양반은 기가 막혔어요.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벌써 재산 이야기를 하다니!'
며느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머님은 우리가 모셔야 하는데, 누가 모실 거야?" "나는 싫어. 시어머니 모시기 힘들잖아." "그럼 돌아가면서 모시든지..." 양반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살아생전에는 효도한다고, 시부모 잘 모신다고 했던 며느리들이 이런 속마음을 갖고 있었다니!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었어요. 막내아들은 관 앞에서 꼼짝도 않고 앉아서,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저 아직 아버지한테 배울 게 많은데... 왜 이렇게 빨리 가세요..." 진심 어린 목소리였어요. 양반은 그 모습에 또 눈물이 났습니다. '막내야, 아버지가 미안하다. 너한테 더 많은 걸 가르쳐주지 못해서...'
부인도 안방에서 나와 비틀거리며 관 앞으로 왔습니다. 관을 쓰다듬으며 "여보...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요? 당신이 나한테 평생 잘해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그 약속, 지켜주세요. 다시 돌아와서 지켜주세요..." 하며 흐느꼈어요. 양반은 그 말에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여보, 내가 평생 잘해주지 못했소. 미안하오...'
장례 행렬이 출발하려는 참이었습니다. 상두꾼들이 상여를 들어 올리고, "어허, 어허!" 소리를 내며 발을 맞춰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관이 흔들흔들 움직였습니다. 양반은 그 뒤를 따라가며 생각했어요. '나는 어떻게 살았나? 진짜 착하게 살았나? 아니면 그냥 착한 척만 했나?'
염라대왕 앞에서 봤던 생사부가 떠올랐습니다. 그 안에 적혀 있던 수많은 일들. 좋은 일도 있었지만, 나쁜 일도 많았어요. 거짓말, 남 탓, 약속 어김, 게으름... 살아 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일들이, 죽고 나니 하나하나 다 기록되어 있더라고요.
'사람은 죽으면 끝이 아니구나. 살아 있을 때 한 행동들이 다 기록되고, 평가받는구나.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구나.' 양반은 깊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내가 만약 다시 살아난다면, 정말 다르게 살아야겠다. 진심으로 착하게, 정직하게, 남들을 도우며 살아야겠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관 속에서 소리가 들렸어요. "으음..." 작은 신음 소리였는데, 상여를 메고 가던 사람들이 멈칫했습니다. "지금 뭔 소리 안 들렸어?" "관 속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지요!
※ 그 후의 삶, 달라진 인생
"잠깐! 상여를 내려놓아!" 누군가 소리쳤습니다. 상여를 땅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어요. 사람들이 관 주위로 우르르 몰려들었지요. "정말 소리가 났어?" "설마 살아나는 건 아니겠지?" 수군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맏아들이 떨리는 손으로 관 뚜껑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어요. "아버지... 아버지?" 조심스럽게 불러봤지요. 그러자 관 속에서 또 소리가 났습니다. "으... 으음..." 이번에는 더 크게! 사람들이 "아!" 하고 놀라며 뒤로 물러섰어요.
뚜껑을 완전히 열어보니, 세상에! 죽었다고 생각했던 양반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더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아버지!" "여보!" 자식들과 부인이 동시에 소리쳤어요.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습니다.
양반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습니다. 사흘 동안 누워 있어서 몸이 뻣뻣했지만, 분명히 살아 있었어요! "물... 물 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지요. 며느리가 황급히 물을 떠다 드렸습니다. 꿀꺽꿀꺽 물을 마시고 나니, 정신이 좀 돌아왔어요.
"여보! 당신 정말 살아난 거요?" 부인이 얼싸안으며 울었습니다. "아이고, 정말... 정말 기적이야!" 양반은 부인을 토닥이며 "미안하오. 걱정 끼쳐서..." 하고 말했어요. 자식들도 "아버지!" 하며 달려와 껴안았지요. 그 순간만큼은 재산 타령도, 뒷말도 없었습니다. 그저 아버지가 살아났다는 기쁨뿐이었어요.
동네 사람들은 깜짝 놀라 수군거렸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죽었다 살아났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어떤 이는 무서워서 도망가기도 했고, 어떤 이는 신기해하며 계속 지켜봤어요. 의원도 달려와서 맥을 짚어봤는데, "이상하다... 분명히 맥이 끊어졌었는데... 지금은 멀쩡하네?"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지요.
양반은 힘겹게 관에서 나와 사람들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어요. "여러분, 제가 죽었다 살아났습니다. 그동안 저승에 다녀왔습니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며 술렁였지요. "저승에서 염라대왕을 만났고, 제 생사부를 봤습니다. 살아온 날들의 모든 행동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더군요."
양반은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차근차근 이야기했습니다. 저승사자를 만난 일, 염라대왕 앞에 선 일, 동명이인 때문에 잘못 잡혀온 일, 그리고 다시 살아날 기회를 얻은 일까지. 사람들은 숨죽이며 그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제 장례식을 봤습니다. 여러분이 우시는 모습도 봤고..." 양반은 잠시 말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어요. 뒤에서 수군거렸던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사람들은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였지요. "제가 살아생전에 여러분께 잘못한 일들도 떠올랐습니다. 빌린 돈 제때 안 갚은 것, 약속 지키지 못한 것... 정말 죄송합니다."
양반은 깊이 허리를 숙여 절했습니다. 사람들은 놀랐어요. 평소에 자존심 강하던 양반이 이렇게 사과하다니! "저는 이제 다르게 살겠습니다. 진심으로 착하게, 정직하게, 남을 도우며 살겠습니다. 이것이 저에게 주어진 두 번째 인생입니다."
그날부터 양반의 삶이 정말 달라졌습니다. 빌렸던 돈을 모두 갚았어요. 어려운 이웃을 도왔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며, 가족들에게 더 따뜻하게 대했지요. 특히 부인에게는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죽어봐야 알았소" 하며 매일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자식들에게도 말했어요. "재산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사느냐다. 너희도 착하게 살거라. 죽어서 부끄럽지 않게." 막내아들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큰 깨달음을 얻었지요. 나중에 그 아들이 훌륭한 선비가 되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흘러 양반이 정말로 세상을 떠날 때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수명이 다한 거였어요. 임종 직전, 양반은 가족들을 모아놓고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두렵지 않다. 저승사자가 오면 반갑게 맞이하겠다. 이번엔 떳떳하게 염라대왕 앞에 설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리고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가족들은 슬펐지만, 이상하게 평온했어요. 아버지가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유튜브 엔딩멘트
자아, 여러분. 오늘 이야기 어떠셨습니까?
죽었다 살아난 양반의 신기한 이야기였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뭘까요? 바로 이겁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순간이 다 기록된다는 것.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말이에요.
그리고 죽음은 끝이 아니라는 것. 우리가 어떻게 살았느냐가 죽은 뒤에도 평가받는다는 겁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착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도 가족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보세요. 이웃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어보세요.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저승에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재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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