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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가 인정한 참된 효자

황금 인생 21 2025. 12. 8.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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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조차 고쳐 쓴 효심! 저승사자가 인정한 참된 효자 『연려실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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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300자 내외)

"어르신들, 혹시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 믿으십니까? 여기, 죽어가는 어머니를 살리겠다고 겁도 없이 저승사자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아들이 있습니다! 아니, 산 사람도 벌벌 떤다는 그 저승사자를 만나서 대체 무슨 짓을 벌였길래 하늘에서 상까지 내려왔을까요? 오늘 이야기는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듣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끝내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통쾌한 기적! 저승 문턱에서 돌아온 어머니와 효자의 피말리는 하룻밤,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귀 쫑긋 세우시고 들어보세요!"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조선 역사서 『연려실기술』에 기록될 만큼 기이하고도 감동적인 효자 이야기입니다. 이름난 효자 '박 생원', 병석에 누운 노모를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약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것이었습니다. 캄캄한 밤, 산신령도 모른 척한다는 험한 산길을 뚫고 저승사자와 담판을 지으러 떠난 아들! 과연 그는 저승사자의 무시무시한 시험을 통과하고 어머니를 살려낼 수 있을까요? 오늘 밤, 여러분의 눈시울을 붉히고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최고의 효도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 갑작스러운 노모의 위독함과 백약이 무효한 절망적인 상황

아이고, 날씨가 어찌 이리 궂을까잉. 바람이 문풍지를 때리는 소리가 꼭 누가 밖에서 울고 있는 것맹키로 처량하구만요. 때는 바야흐로 조선 중기, 저기 경상도 산골짜기에 박 생원이라는 젊은이가 살고 있었는디, 이 양반이 소문난 효자여, 효자.

그런데 말이여, 사람 팔자라는 게 참 야속하지. 평소에 정정하시던 박 생원의 노모가 하루아침에, 정말이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덜컥 병석에 눕고 만 것이여. 그날도 박 생원은 산에서 나무 한 짐 해다가 마당에 내려놓고 "어무이, 저 왔어라!" 하고 방문을 활짝 열었는디, 아니 글쎄, 어무이가 윗목에 쓰러져서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거 아니겄어?

"어무이! 어무이! 정신 좀 차려보소! 이게 무슨 일이당가!"

박 생원이 놀라 자빠질 뻔하면서 어무이를 안아 일으키는데, 몸이 불덩이여, 불덩이. 마치 아궁이에 불을 땐 것처럼 뜨끈뜨끈한디, 손발은 또 얼음장처럼 차갑단 말이여. 이게 보통 병이 아닌 거지라.

그길로 박 생원이 십 리 밖 의원을 업고 뛰다시피 모셔왔어. 의원 양반이 진맥을 짚어보더니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혀를 차네?
"츠츠... 맥이 끊어질 듯 말 듯 하이. 이미 저승사자가 문지방을 넘었구만. 준비를 하는 게 좋겠네."

아이고, 이 말을 들은 박 생원 가슴이 어떻겄어? 억장이 무너지는 거지. 그래도 포기할 수가 있나. 좋다는 약은 다 구해다가 달이기 시작하는디, 그 정성이 말도 못 혀.

여러분, 약 달이는 거 보셨소? 그냥 불 때고 물 끓이는 게 아니여. 박 생원은 정화수 한 그릇 떠다가 장독대에 올려놓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먼저 빌고 나서 약탕관 앞에 앉아. 부채로 불길을 조절하는디, 불이 너무 세면 약 기운이 날아갈까, 너무 약하면 약이 안 우러날까, 땀을 뻘뻘 흘리면서 부채질을 멈추질 않아. 연기가 매워서 눈물이 줄줄 흐르는디, 그게 연기 때문인지, 어무이가 불쌍해서 우는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여.

"어무이, 이 약 드시고 털고 일어나셔야제. 내가 장가가는 것도 보고, 손주 놈 재롱도 봐야 할 거 아니여라..."

박 생원은 숟가락으로 약물을 떠서 호호 불어가며 어무이 입에 넣어드리는디, 목구멍이 부어서 그런지 약이 넘어가질 않고 주르륵 흘러내리네. 그걸 닦아내면서 박 생원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 밤새도록 어무이 손을 주무르고, 물수건으로 이마를 닦아주는데, 어무이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는겨. '가르랑, 가르랑...' 가래 끓는 소리가 마치 저승길 재촉하는 북소리처럼 들리니, 박 생원 눈앞이 캄캄해지지 않겄어?

그렇게 사흘 밤낮을 한숨도 못 자고 간호를 했어. 박 생원 눈은 퀭하니 들어가고 입술은 바싹 타서 터졌지. 그런데도 잠시 쉴 생각은커녕, 어무이 숨이 넘어갈까 봐 코밑에 손을 대보고, 가슴에 귀를 대보고 난리도 아니여. 동네 사람들이 와서 보고는 "아이고, 이러다 아들이 먼저 죽겄네. 효자도 좋지만 사람 좀 살고 봐야지" 하고 말려도 소용이 없어.

그러다 사흘째 되는 밤이었어. 어무이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허공을 향해 손을 휘젓는겨.
"오지 마라... 오지 마라... 우리 아들 놔두고 내가 어찌 가나... 저리 가라 이놈들아!"

아이고 맙소사, 이게 헛것이 보이는갑다. 죽을 때가 되면 저승사자가 보인다더니, 어무이 눈에 그 시커먼 사자들이 보였던 게지. 박 생원이 어무이 손을 꽉 잡고 울부짖어.
"어무이! 누가 왔소? 누가 어무이를 데려가려 하오! 내가 안 보낼 거구만! 절대 안 보내!"

그때였어. 박 생원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지. 마을 어귀 늙은 무당 할매가 지나가는 말로 했던 그 소리.
"이 앞산 넘어 '귀신 골짜기'에 가면...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영험한 기운이 있다더만. 근데 거긴 산 사람 들어가면 열에 아홉은 홀려서 죽어나오는 곳이라..."

박 생원은 그 말을 떠올리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잖여. 호랑이 굴이 아니라 지옥이라도 들어가야지. 어무이가 당장 숨이 넘어가는 판국인디!

박 생원은 부엌으로 달려가서 식칼 하나를 품에 딱 꽂고, 짚신 끈을 다시 단단히 동여매.
"어무이, 딱 한 시진만 버텨주소. 내 저승사자 멱살이라도 잡아서 어무이 살릴 방도를 구해 올 텡게!"

방을 나서는 박 생원의 등 뒤로 어무이의 희미한 신음 소리가 들려오고, 밖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는디... 아이고, 저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혼자서 어찌 갈까잉. 여러분, 박 생원의 이 무모한 효심, 과연 하늘에 닿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헛된 죽음이 될까요? 자, 이제 그 험한 산길로 한번 따라가 봅시다.

※ "귀신 골짜기"로 향하는 아들의 험난하고 공포스러운 여정

어우, 춥다 추워! 이야기만 듣는데도 뼛속까지 시리지 않소? 지금 박 생원이 걷고 있는 이 길은 말이여, 대낮에도 여우가 나오고 도깨비불이 춤을 춘다는 그 험한 '귀신 골짜기' 가는 길이여.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지, 달빛 하나 없는 그야말로 칠흑 같은 밤이지. 랜턴이 있어, 후레쉬가 있어? 그저 번쩍번쩍하는 번개 불빛에 의지해서 한 발 한 발 내디디는겨.

"헉... 헉... 어무이... 조금만... 조금만 기다리소..."

박 생원 꼴 좀 보소. 갓은 이미 날아가 버린 지 오래고, 도포 자락은 나뭇가지에 걸려 갈기갈기 찢어졌어. 얼굴이며 손등이며 가시덤불에 긁혀서 피가 배어 나오는디, 그따위 상처는 아픈 줄도 몰라. 오로지 머릿속엔 '어무이 살려야 한다'는 생각 하나뿐인겨.

산 중턱쯤 올라갔을까? 갑자기 발밑이 '쑥!' 하고 꺼지는 거라.
"으악!"
비에 젖은 진흙이 미끄러우니 어쩌겄어. 그 가파른 비탈길을 데굴데굴 구르는디, 바위에 부딪히고 나무 뿌리에 걸리고... 한참을 구르다 간신히 멈췄어. 온몸이 으스러지게 아프고 정신이 혼미한디, 박 생원은 "아이고 나 죽네" 소리 한번 안 해. 벌떡 일어나서 흙투성이가 된 옷을 털지도 않고 다시 위쪽을 쳐다봐.

"저기만 넘으면... 저 고개만 넘으면..."

그런데 말이여, 산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길을 내주나. 이제부터가 진짜여. 갑자기 어디선가 "부엉~ 부엉~"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숲속 여기저기서 파란 불꽃들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해. 도깨비불이지 뭐여! 그 불들이 박 생원 주위를 빙빙 돌면서 홀리려 드는겨. 보통 사람 같으면 거기서 기절초풍해서 거품 물고 쓰러졌을 거여.

근데 우리 박 생원, 담력이 아주 대단해. 품에 넣어둔 식칼 자루를 꽉 쥐고는 눈을 부릅뜨고 고함을 질러버려.
"이 요물들아! 비켜라! 나는 우리 어무이 살리러 가는 길이다! 귀신이건 도깨비건 내 앞길 막으면 가만 안 둔다!"

어찌나 서슬이 퍼런지, 그 도깨비불들이 흠칫해서 슬슬 물러나는 거 있지? 효심이라는 게 참 무서운 거여. 귀신도 알아보는 법이거든.

그렇게 한 고비를 넘기고, 드디어 목적지인 '귀신 골짜기' 입구에 도착했어. 여긴 분위기부터가 달라. 바람 소리가 '윙윙' 부는 게 아니라, 꼭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여자가 흐느끼는 소리 같기도 해. 등골이 오싹해지고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기운이 확 느껴지는 곳이지.

박 생원은 잠시 주춤했어. 여기서부터는 진짜 저승의 영역이나 다름없거든. 들어가면 살아서 나온 사람이 없다는 곳이여. 집에 있는 처자식 생각도 나고, 무엇보다 너무 무서워서 다리가 후들거려.
'내가 여기서 죽으면, 어무이는 누가 돌보나... 그냥 돌아갈까?'

하지만 그때, 귓가에 어무이의 가르랑거리던 숨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는겨. 박 생원은 입술을 꽉 깨물어서 피를 내. 정신 차리자고.
"내가 여기서 물러서면 자식이 아니다. 어무이가 나를 낳을 때 살을 찢는 고통을 참으셨는데, 내가 이깟 귀신 골짜기가 무서워서 도망을 쳐? 차라리 여기서 죽어서 귀신이 되어서라도 약을 구해가마!"

박 생원은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그 음산한 골짜기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안개는 자욱해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데, 어디선가 '달그락,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려와. 짐승 소리도 아니고, 바람 소리도 아니여. 마치 누군가 그릇을 달그락거리는 것 같은...

조금 더 들어가니 희미한 불빛이 하나 보여. 다 쓰러져가는 낡은 기와집 한 채가 덩그러니 서 있는데, 그 안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겨. 이 깊은 산중, 사람 그림자도 없는 곳에 불 켜진 집이라니. 이게 사람이 사는 집이겄어, 귀신 소굴이겄어?

박 생원은 침을 꼴깍 삼키고 그 집 마당으로 들어서.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처마 밑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는데, 방문 앞에 웬 신발 두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어. 근데 그 신발이... 옛날 관원들이 신는 목화(목이 긴 신발)인디, 흙 하나 안 묻고 새카만 것이 아주 기분 나쁘게 생겼단 말이여.

박 생원은 떨리는 손을 들어 방문 고리를 잡았어. 문고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워.
"계... 계십니까? 지나가는 과객인데... 위급한 환자가 있어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대답이 없어. 다시 한번 불렀지.
"계십니까!"

그때였어. 방 안에서 아주 낮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소리가 고막을 울리는 게 아니라 뱃속을 울리는 것 같아.
"산 사람이 올 곳이 아닌데... 제 발로 죽으러 왔구나. 들어오너라."

※ 깊은 산속 폐가에서 마주친 저승사자와의 조우

박 생원이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방문을 활짝 열었는디!
아이고, 방 안 풍경이 가관이여. 밖은 비바람이 몰아쳐서 난리 북새통인디, 방 안은 마치 딴 세상처럼 고요~하기만 혀. 윗목에 촛불 두 개가 켜져 있는데, 그 불빛이 파르스름한 게 영락없는 도깨비불 색깔이여.

그리고 그 아랫목에... 사람 형상을 한 두 놈이 앉아 있네?
하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커먼 옷을 입고 갓을 푹 눌러썼고, 또 하나는 소복처럼 하얀 옷을 입고 있는데, 둘 다 얼굴색이 창백하다 못해 투명해 보여. 이 두 양반이 뭘 하고 있느냐? 낡은 종이책 하나를 가운데 펴놓고 붓으로 뭔가 쓱쓱 긋고 있는디, 그 붓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눈이 안 보일 지경이여.

박 생원이 엉겁결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어. 본능적으로 안 거지. 이건 사람이 아니다. 산 사람이 뿜어내는 기운이 아니란 걸 말이여.
"저... 저기... 지나가는 과객이옵니다만..."

박 생원 목소리가 염소 새끼마냥 바들바들 떨려. 그러자 검은 옷 입은 사내, 그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저승사자가 고개를 천천히 들어. 갓 챙 아래로 드러난 눈빛이... 어우, 마치 숯불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는디, 그 눈이랑 딱 마주치자마자 박 생원은 숨이 턱 막혀버렸어.

"허허, 산 사람 냄새가 진동을 하는구만.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살이 붙은 놈이 들어와?"

목소리가 쇠를 긁는 것처럼 쇳소리가 나. 옆에 있던 하얀 옷 사자가 킬킬거리며 웃네.
"놔두게. 제 발로 찾아왔으니 수고를 덜었지 뭔가. 안 그래도 지금 이놈 집으로 가려던 참이었는데."

박 생원 귀가 번쩍 뜨이는겨. '이놈 집으로 가려던 참'이라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 집이라니요?"

검은 사자가 펴놓았던 책을 탁! 하고 덮으며 말해.
"네놈이 박 생원 아니냐? 네 어미 김 씨가 오늘 밤 해시(亥時-밤 9시~11시)에 명(命)이 다했다. 우리가 지금 그 영혼을 거두러 가는 길인데, 네놈이 마중을 나왔구나?"

아이고 맙소사! 진짜 저승사자였던 거여! 그것도 우리 어무이 잡으러 가는 저승사자를 딱 마주친 거지. 박 생원은 그 자리에서 사시나무 떨듯 떨며 머리를 바닥에 쾅쾅 찧기 시작해. 이마에서 피가 터져서 방바닥을 적시는디, 아픈 줄도 모르고 빌어.

"사자님! 저승사자님! 제발 우리 어무이 좀 살려주십시오! 평생 고생만 하신 분입니다! 이제 겨우 따뜻한 밥술이나 드시게 됐는데, 벌써 데려가시면 어떡합니까! 차라리 저를 데려가십시오! 제 목숨을 내놓겠습니다!"

박 생원의 울음소리가 방 안을 쩌렁쩌렁 울려. 하지만 저승사자가 어디 눈 하나 깜짝할 양반들인가? 검은 사자가 코웃음을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키가 팔 척은 되어 보여. 천장에 머리가 닿을 듯 말 듯 한 거구가 그림자를 드리우니 오줌을 지릴 판이여.

"시끄럽다! 사람의 명은 하늘에 있는 법! 네놈이 운다고 바뀔 것 같으냐? 썩 비키지 못할까!"

사자가 지팡이를 들어 바닥을 '쿵!' 찍는데, 집 전체가 지진 난 것처럼 흔들려. 박 생원은 그 서슬에 뒤로 나자빠졌다가, 다시 기어와서 사자의 바짓가랑이를 덥석 잡았어.
"못 가십니다! 절대로 못 가십니다! 가시려거든 제 시체를 밟고 가십시오! 어무이 살려주시기 전엔 한 발짝도 못 움직이십니다!"

※ 저승사자가 내린 끔찍하고도 기이한 시험

저승사자가 잡힌 다리를 털어내려고 발길질을 하는데, 박 생원이 거머리처럼 딱 달라붙어서 안 떨어져. 맞아도 안 놓고, 밟혀도 안 놓아. 입에서는 피가 주르륵 흐르는데 눈빛만은 형형하게 살아있어.

"허, 이놈 봐라? 독종일세 그려."
하얀 사자가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며 한마디 거들어.
"여보게, 시간도 늦었는데 그냥 이놈부터 먼저 데려갈까? 어미랑 아들이 한날한시에 가면 저승길 덜 외롭고 좋지 않겠나?"

그 말에 박 생원이 소리쳐.
"좋습니다! 어무이 대신 저를 데려가십시오! 제 목숨 장부에 올리고 어무이 이름은 지워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 기세에 검은 사자가 잠시 멈칫해. 수천 년 저승 차사 노릇 하면서 별별 놈 다 봤지만, 제 목숨을 이토록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놈은 드물거든. 검은 사자가 쭈그리고 앉아서 박 생원 눈을 뚫어져라 쳐다봐. 그 눈빛이 어찌나 차가운지 박 생원 속눈썹이 얼어붙을 지경이여.

"네놈, 진심이냐? 어미를 위해서라면 정말 죽어도 좋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거짓이면 벼락을 맞겠습니다!"

사자가 씨익 웃는데, 그 입 꼬리가 귀 밑까지 찢어져. 소름이 쫙 끼치는 웃음이지.
"좋다. 네 효심이 가상하니 내 특별히 기회를 주마. 하지만 공짜는 없는 법. 네놈의 그 효심이 '진짜'인지 내 시험을 해봐야겠다."

그러더니 사자가 품속에서 주먹만한 호리병 하나를 꺼내. 뚜껑을 여니까 시커먼 연기가 '피이익' 하고 올라오는데, 냄새가 아주 고약해. 썩은 시체 냄새 같기도 하고, 독사 냄새 같기도 하고, 맡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는 냄새여.

"이건 '망자(亡者)의 눈물'이라는 것이다. 지옥에 떨어진 죄인들이 흘린 피눈물을 모은 독주지. 한 방울만 혀에 닿아도 창자가 녹아내리고 뼈가 삭는 고통을 느낄 게다. 네가 이 한 병을 남김없이 다 마신다면, 네 어미의 명을 10년 연장해주마. 허나, 마시다가 뱉거나, 죽어버린다면... 네 어미는 물론이고 네놈 영혼까지 갈기갈기 찢어 지옥 불에 던질 것이다. 어떠냐, 하겠느냐?"

아이고, 어르신들! 이걸 어떻게 마셔! 냄새만 맡아도 기절할 판인데, 창자가 녹아내린다잖여. 이건 그냥 죽으라는 소리지. 옆에 있던 하얀 사자도 혀를 차.
"이보게,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이건 산 사람은 절대 못 견뎌."

그런데 말이여, 박 생원은 망설임이 없어.
"주시요! 그깟 독주, 어무이만 산다면 백 병이라도 마시겠소!"

박 생원이 사자 손에 들린 호리병을 낚아채듯 가져와. 손은 덜덜 떨리는데 눈에는 독기가 서렸어. 호리병 주둥이를 입에 갖다 대니까 역한 냄새가 코를 찔러. 구역질이 '우욱' 올라오는데, 박 생원은 어무이 얼굴을 떠올려. 나 키우느라 고생만 한 우리 어무이, 주름진 얼굴, 거친 손마디...

"어무이... 불효자 먼저 갑니다. 부디 만수무강하시오!"

박 생원이 눈을 질끈 감고 호리병을 입에 털어 넣어! '꿀꺽, 꿀꺽...'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듣는 사람 간장이 녹네 녹아. 박 생원 얼굴이 순식간에 시퍼렇게 질리고, 목에 핏대가 굵은 밧줄처럼 솟아올라.

"으으윽... 으허억..."
한 모금 넘길 때마다 박 생원이 바닥을 뒹굴어. 진짜로 창자가 꼬이는 것 같은가 봐. 입가에는 검은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눈은 뒤집혀서 흰자위만 보여. 그런데도! 그 호리병을 손에서 놓질 않아. 기어코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서 입에 넣는겨.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두 저승사자의 표정이... 점점 변하기 시작해. 처음엔 비웃던 표정이, 놀라움으로, 그리고 나중엔 경외심으로 바뀌는 거 아니겄어?
박 생원은 결국 빈 호리병을 바닥에 '탁' 내려놓고는, 피를 토하며 그대로 고꾸라져 버렸어. 몸이 활처럼 휘어지고 손발이 오그라드는데, 과연 박 생원은 이대로 죽는 것일까?

자, 독주를 마시고 쓰러진 박 생원!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저승사자들! 이 기막힌 상황에서 과연 어떤 반전이 일어날지, 하늘에서 상이 내려온다는 게 무슨 말인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미치겄쥬? 조금만 기다리쇼잉, 바로 이어서 갈 텡게!

※ 망설임 없는 아들의 희생과 저승사자의 정체 공개

박 생원이 바닥에 쓰러져서 몸을 비틀고 있는데, 어라? 이상한 일이 벌어져.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창자가 끊어질 듯 아프고 온몸이 불타는 것 같더니, 갑자기 뱃속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이 확 퍼지는겨. 마치 한겨울에 뜨끈한 아랫목에 누운 것처럼, 혹은 펄펄 끓인 곰국 한 사발 들이켠 것처럼 속이 훈훈해지면서 통증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거라.

박 생원이 ‘어? 내가 죽어서 저승에 왔나?’ 싶어서 슬며시 눈을 떴어. 근데 눈앞에 그 무시무시하던 저승사자 둘이 껄껄껄 웃고 있네? 그 웃음소리가 아까처럼 비웃는 게 아니라, 아주 호탕하고 시원한 웃음이여.

“허허허! 그놈 참, 배포 한번 두둑하구나! 내가 수천 년 동안 수많은 놈들을 시험해봤지만, 냄새만 맡고 도망간 놈이 태반이고, 마시는 척하다 뱉은 놈이 부지기수였는데… 네놈처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신 놈은 네가 처음이다!”

검은 사자가 무릎을 탁 치며 감탄을 해. 박 생원은 어안이 벙벙해서 몸을 일으키는데,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
“사… 사자님, 제가 안 죽었습니까? 그 독주는 대체…?”

하얀 사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해.
“이 맹추 같은 놈아. 그게 진짜 독주였으면 네놈은 벌써 뼈도 못 추렸지. 그건 ‘망자의 눈물’이 아니라, 천상에서 내려온 ‘감로수(甘露水)’라는 신비한 물이다. 효심이 지극한 자가 마시면 뼈가 튼튼해지고 수명이 늘어나지만, 불효자가 마시면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는, 말하자면 ‘효심 판별수’인 게지.”

아이고, 세상에! 그게 시험이었던 거여! 저승사자들이 박 생원의 효심을 시험해보려고 일부러 겁을 줬던 거지. 박 생원은 그제야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아 펑펑 울어. 죽다 살아나서 우는 게 아니여. 어무이 살릴 기회가 남았다는 안도감에 우는 거지.

“그럼… 우리 어무이는요? 약속대로 살려주시는 겁니까?”

검은 사자가 정색을 하고 고개를 끄덕여. 그러고는 품에서 붓을 꺼내들더니, 아까 그 낡은 저승 장부를 다시 펼쳐.
“박 생원의 모(母) 김 씨… 오늘 해시에 갈 명운이었으나, 그 아들의 효심이 하늘을 찌르고 땅을 울리니, 감히 우리가 데려갈 수가 없구나.”

사자가 붓에 먹물을 듬뿍 찍어서 장부에 적힌 이름을 쫙~ 긋는 게 아니라, 그 옆에다 뭔가를 새로 적어 내려가. 쓱싹쓱싹 붓 지나가는 소리가 어찌나 경쾌한지 듣는 사람 마음까지 시원해져.

“자, 보아라. 네 어미의 수명을 20년 더 늘려놓았다. 그리고 이건 너에게 주는 상이다.”
사자가 장부를 덮더니, 아까 그 빈 호리병을 박 생원에게 던져줘.
“이 병에 맺혀있는 물방울을 잘 모아서 가져가거라. 네 어미 입에 넣어주면, 씻은 듯이 나을 게다. 허나 명심해라! 날이 밝기 전에 집에 당도해야 한다. 닭이 울기 전에 도착하지 못하면 이 모든 것이 허사가 될 것이니라!”

“아이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박 생원은 사자들에게 절을 백 번은 했을 거여. 이마에 흙이 묻는 줄도 모르고 절을 하다가 고개를 딱 들었는데… 어라? 방금 전까지 앉아있던 사자들도, 그 낡은 기와집도 온데간데없고, 박 생원은 웬 바위 위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거 아니겄어? 밤안개만 자욱~하니 끼어 있고 말이여.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볼을 꼬집어보니 아파! 손에는 호리병이 들려 있고!

※ 하늘이 내린 처방전과 기적적인 어머니의 회생

박 생원이 산을 내려가는데, 이건 걷는 게 아니여.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이여. 아까 마신 감로수 덕분인지, 아니면 어무이 살린다는 기쁨 때문인지, 다리에 모터라도 단 것마냥 축지법을 쓰는 것 같아. 가시덤불이 있으면 훌쩍 뛰어넘고, 바위가 있으면 밟고 날아올라.

“어무이! 조금만 기다리소! 이 불효자, 약 구해 갑니다!”

달리는 박 생원 귀에는 바람 소리가 휭휭 스쳐 지나가는데, 그 소리가 꼭 어무이가 “아이고 내 새끼 장하다” 하는 소리처럼 들려. 하늘을 보니 동쪽 하늘이 거뭇거뭇해지면서 여명이 밝아오려고 해. 마음이 급해지지. 사자가 뭐라 그랬어? 닭 울기 전에 가야 한다고 했잖아.

산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쯤이었어. 저 멀리 마을 어귀에서 “꼬… 꼬…” 하는 소리가 들릴락 말락 해. 수탉 놈이 목청을 가다듬고 있는 거여!
“안 돼! 이놈의 닭아, 주둥이 닥쳐라! 아직은 안 된다!”

박 생원은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마을로 질주해. 대문이 저기 보여. 마당에 들어서는데, 바로 그때!
“꼬끼오

~

!!!”
마을 닭들이 일제히 울어 제끼는겨. 아슬아슬했어! 박 생원은 방문을 박차고 들어가면서 그 자리에 털썩 쓰러져.

방 안은 촛불이 거의 다 타서 가물가물한데, 어무이는 아까 나갈 때 그 자세 그대로 꼼짝도 않고 누워 있어. 얼굴을 보니 핏기가 하나도 없고, 가슴에 귀를 대보니 숨소리가 들릴 듯 말 듯 해. 늦은 건가? 내가 늦은 건가? 박 생원 손이 덜덜 떨려.

“어무이… 눈 좀 떠보소…”

박 생원은 저승사자가 준 호리병을 꺼내. 병 안을 들여다보니 투명한 물방울이 딱 세 방울 맺혀 있어. 박 생원은 떨리는 손으로 어무이 입을 벌리고, 그 귀한 물방울을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조심스럽게 떨어뜨려.

그러고는 숨을 죽이고 지켜봐. 1초가 1년 같고, 1분이 10년 같은 침묵이 흘러. 밖에는 아침 햇살이 창호지 문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방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해.
그때였어!

“으음……”
어무이 목구멍에서 아주 작은 신음 소리가 들리더니, 멈춘 듯했던 가슴이 크게 ‘후우욱’ 하고 부풀어 오르는 거라! 창백하던 얼굴에 홍시 같은 붉은 기운이 싹~ 돌기 시작해. 차갑던 손발에 온기가 돌고, 굳게 닫혀있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네?

“어무이! 어무이! 저 알아보시겠소? 저 박 생원입니다!”

어무이가 천천히 눈을 뜨는데, 그 눈동자가 병석에 눕기 전보다 더 맑고 초롱초롱해.
“아가… 배가 고프구나. 숭늉 한 그릇 다오.”

아이고 세상에! 사흘 밤낮 물 한 모금 못 넘기던 양반이 배가 고프다네! 박 생원은 “예! 예! 당장 대령합죠!” 하면서 부엌으로 뛰어가는데, 다리가 풀려 넘어져도 얼굴에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채로 실실 웃음이 나와. 미친놈처럼 보일지 몰라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미친놈이지.

그날 아침, 박 생원 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여느 때보다 더 힘차고 평화로워 보였어.

※ 나라에서 내린 상과 후대에 전하는 교훈

그 뒤로 어떻게 됐냐고? 말해 뭐해. 어무이는 그 감로수 세 방울 먹고 나서 20년을 더 사셨어. 그것도 그냥 산 게 아니라, 잔병치레 하나 없이 펄펄 날아다니셨지. 칠순 잔치 때 떡메를 직접 칠 정도로 정정하셨다니까.

이 소문이 어디까지 났겠어? 고을 사또 귀에 들어가고, 감사를 거쳐 한양 임금님 귀에까지 들어갔지.
“경상도 산골에 저승사자와 담판을 지어 어미를 살린 효자가 있다? 그 효심이 갸륵하도다!”

임금님이 감동해서 큰 상을 내리셨어. 쌀이며 비단이며 수레로 실어 보낸 건 기본이고, 박 생원 집 앞에 ‘효자 정려비(孝子 旌閭碑)’라고, 빨간 문을 딱 세워줬지. 요즘으로 치면 나라에서 훈장 주고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나온 거여.

박 생원은 그 후로도 어무이 돌아가시는 날까지 극진히 모셨어. 나중에 어무이가 진짜로 돌아가시던 날, 박 생원 꿈에 그 저승사자들이 다시 나타났다네. 이번엔 검은 옷이 아니라 화려한 꽃가마를 끌고 와서는,
“박 생원, 자네 덕분에 자네 어미가 천상으로 가게 되었네. 고맙네.”
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모셔갔다는구만.

어르신들, 이 이야기를 기록한 『연려실기술』에 보면 말이여, 효도는 흉내만 내도 복이 온다고 했어. 하물며 박 생원처럼 목숨 걸고 하는 효도에 하늘이 어찌 가만있겠어.

요즘 세상이 각박해서 부모 자식 간에 얼굴 붉히는 일도 많다지만, 그래도 핏줄 당기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거 아니겄소. 오늘 이 이야기 들으시고, 혹시라도 맘속에 맺힌 거 있는 분들은 스르르 푸시고, 자식들한테 전화 한 통, 아니면 부모님 산소에 소주 한 잔 올리는 마음 가져보시면 어떻겄소.

박 생원의 그 뜨거운 효심이, 오늘 밤 어르신들 가슴속에도 따끈한 아랫목처럼 훈훈하게 전해졌기를 바라면서, 조선 최고의 이야기꾼은 여기서 물러갑니다. 아따, 목이 타네. 막걸리 한 사발 하러 가야쓰겄소! 얼쑤!

[유튜브 엔딩 멘트]

"허허, 어르신들. 오늘 박 생원 이야기 어떠셨습니까? 저승사자도 감동시킨 효심, 참말로 대단하지 않나요? 듣다 보니 가슴 한구석이 찡하고, 눈시울이 붉어지진 않으셨는지요.
옛말 틀린 거 하나 없습니다. 부모님 살아생전 섬기기를 다하라는 말, 그게 다 나 잘되라고 하는 소리여요. 내가 부모한테 잘해야 내 자식도 보고 배우는 법이지요. 오늘 밤은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 혹은 멀리 있는 자식 생각하면서 따뜻한 잠 청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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