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와 맺은 계약의 대가
저승사자와 맺은 계약의 대가 , 죽은 선비가 다시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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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300자 내외)
조선시대, 갑자기 숨진 선비 앞에 나타난 저승사자. 그런데 이 선비, 죽기엔 너무 억울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늙은 어머니와 어린 자식을 두고 떠날 수 없다며 저승사자에게 사정하는데요. 저승사자가 내민 뜻밖의 제안! 과연 선비는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요?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벌어진 놀라운 실화.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이 뭉클해지는 조선시대 기담을 지금 들려드립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선시대에 실제로 전해 내려오는 저승사자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선 한 선비가 저승사자를 만나 벌이는 긴박한 거래.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효심과 가족애, 그리고 저승세계의 놀라운 규칙들까지. 우리 조상들이 믿었던 사후세계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듣다 보면 어느새 그 시대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생생한 이야기,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 갑작스러운 죽음과 혼란
조선 숙종 때의 일입니다. 한양 북촌에 김진사라는 선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마흔을 갓 넘긴 나이였지만, 아직 과거에 급제하지 못해 날마다 사서삼경을 끼고 살았지요. 김진사에게는 칠십이 넘은 늙은 어머니와 갓 열 살이 된 어린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아들을 낳다가 세상을 떠났고, 그 후로 김진사는 혼자서 늙은 어머니를 봉양하며 아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김진사는 새벽부터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촛불을 켜놓고 사서를 읽던 중이었지요. 밤새 글을 읽느라 눈이 침침했지만, 이번 과거에는 꼭 급제해서 어머니께 효도하고 아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 싶었습니다.
"아이고, 이 늙은이가 죽지도 못하고 자식만 고생시키는구나."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실 때마다 김진사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어머니,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제가 어머니를 모시는 것이 천륜이자 즐거움인데요. 이번 과거만 급제하면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뜻대로만 되지 않는 법입니다. 그날 아침, 김진사는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크읍!"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옆에서 공부하던 아들도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아들의 다급한 외침에 늙은 어머니가 비틀거리며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김진사는 이미 숨이 끊어진 뒤였습니다. 평소 몸이 약했던 데다가 과로가 겹쳐 심장이 멎어버린 것이었지요. 어머니는 아들의 시신을 붙들고 통곡했습니다.
"이 자식아! 네가 나보다 먼저 가면 어떡하느냐! 이 늙은이를 두고 어디를 가려고 그러느냐!"
열 살 아들도 아버지의 차가워진 손을 잡고 엉엉 울었습니다. 온 집안이 슬픔에 잠겼습니다. 이웃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달려왔고, 곧 상여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난한 집안이라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를 형편도 안 됐지만, 동네 사람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진사의 몸은 차갑게 식었지만, 얼굴빛만큼은 살아있는 사람처럼 혈색이 좋았습니다. 마치 깊이 잠든 것 같은 모습이었지요. 어떤 노인이 말했습니다.
"이상하구먼. 죽은 지 반나절이 넘었는데 시신이 전혀 굳지 않았어. 게다가 이 따뜻한 기운은 뭔가?"
마을의 다른 어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숨도 안 쉬고 맥박도 없는데 무슨 소용인가. 어서 염습을 하게."
하지만 김진사의 어머니는 이상한 예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잠깐만! 아직 장례를 치르지 마시오. 뭔가 이상합니다. 내 자식이 이렇게 갈 리가 없어요."
사람들은 노인의 슬픔에 겨운 헛소리려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완강했습니다.
"하루만, 하루만 더 기다려 봅시다. 제발 내 말을 들어주시오!"
동네 사람들은 어머니의 간곡한 청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김진사의 시신은 하루를 더 집안에 모셔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 순간 김진사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다는 것을요.
김진사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상한 곳에 서 있었습니다. 사방이 뿌옇게 흐릿한 안개로 뒤덮여 있었고, 발밑을 보니 자신의 몸이 희미하게 투명해 보였습니다. 김진사는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분명 책을 읽다가 가슴이 아프더니... 설마!"
바로 그때, 안개 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습니다. 키가 훤칠하고 얼굴은 창백했으며, 손에는 큰 장부 같은 것을 들고 있었습니다. 검은 갓을 쓴 그 사내는 김진사를 보더니 차갑게 말했습니다.
"김진사. 네 수명이 다했다. 나를 따라오너라."
※ 저승사자와의 대면
김진사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습니다. 눈앞의 사내가 바로 저승사자였던 것입니다. 김진사는 다급하게 소리쳤습니다.
"안 됩니다! 저는 아직 갈 수 없습니다!"
저승사자는 냉정하게 장부를 펼쳐 보이며 말했습니다.
"생사부에 기록된 대로 네 수명은 마흔둘 해였다. 이미 정해진 일이니 어쩔 도리가 없느니라.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순순히 따라오너라."
하지만 김진사는 뒤로 물러서며 거부했습니다.
"제게는 칠십이 넘은 늙은 어머니가 계십니다! 그리고 갓 열 살 된 아들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 죽으면 그들은 어찌 살란 말입니까!"
저승사자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정을 가진 자가 너 하나뿐이겠느냐? 모두가 살고 싶어 하고, 모두가 미련을 남기고 떠난다. 하지만 하늘이 정한 이치는 바꿀 수 없느니라."
김진사는 절박해졌습니다. 그는 저승사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습니다.
"사자님! 부디 제 사정을 들어주십시오. 저희 어머니는 이 세상에 저 하나만 믿고 사십니다. 자식보다 먼저 가는 슬픔을 어찌 겪게 하겠습니까? 그리고 제 아들은 어미도 없이 자랐습니다. 아비마저 잃으면 혼자 어찌 살겠습니까!"
저승사자가 처음으로 미세하게 표정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단호했습니다.
"네 심정은 이해하나 규칙은 규칙이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억지로라도 데려가겠다."
저승사자가 김진사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김진사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습니다.
"안 됩니다! 저는 갈 수 없습니다!"
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저승사자는 놀랐습니다. 보통 죽은 혼들은 자신의 힘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데, 이 선비는 어찌 된 일인지 강하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김진사의 효성과 부성애가 그만큼 강했던 것입니다.
"이놈! 감히 저승사자를 거역하느냐!"
저승사자가 화를 냈지만, 김진사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제가 거역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제 가족을 위해 싸우는 것뿐입니다! 사자님도 부모가 계시지 않았습니까? 자식을 둔 적이 없습니까?"
그 말에 저승사자가 잠시 멈칫했습니다. 사실 저승사자도 한때는 인간이었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희미했지만, 자신도 가족이 있었고 누군가를 사랑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너... 참으로 집요한 놈이로구나."
저승사자가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더니 조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좋다. 네 효성이 지극하니 염라대왕님께 직접 아뢰어 보겠다. 하지만 기대는 하지 마라. 대왕마마께서 허락하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진사는 한 줄기 희망에 매달렸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저승사자를 따라 어둡고 긴 길을 걸었습니다. 주변에는 수많은 혼령들이 저마다 울부짖으며 걷고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억울함을 호소했고, 어떤 이는 살려달라며 애원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혼령이 김진사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너는 뭔데 저승사자와 함께 걷느냐! 나도 살려달라! 나도 갈 수 없다!"
여러 혼령들이 김진사를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저승사자가 손을 휘둘러 그들을 물리쳤습니다.
"물러서라! 이 자는 대왕마마께 직접 아뢸 사안이다!"
혼령들이 두려워하며 물러섰지만, 그들의 원망 어린 눈빛이 김진사를 따라왔습니다. 김진사는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자신만 특별대우를 받는 것이 미안했지만, 지금은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때였습니다.
한참을 걸어가니 거대한 궁궐이 나타났습니다. 현세의 어떤 궁궐보다도 웅장하고 장엄했지만, 동시에 음산하고 두려운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궁궐 문 위에는 '염라전'이라는 큰 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곳이 염라대왕님께서 계시는 곳이로구나."
김진사의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과연 자신의 간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 염라대왕 앞의 재판
염라전 안으로 들어서자 김진사는 숨이 막힐 듯했습니다. 높은 옥좌 위에 염라대왕이 앉아 있었고, 그 위엄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주변에는 시왕들이 늘어서 있었고, 앞에는 거대한 거울이 있었습니다. 그 거울, 바로 업경대에는 죽은 자의 생전 모습이 고스란히 비치고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김진사 앞에 이미 수십 명의 혼령들이 줄지어 서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염라대왕이 위엄 있는 목소리로 한 혼령을 불렀습니다.
"박 아무개, 앞으로 나서라!"
한 중년 남자의 혼령이 떨며 앞으로 나섰습니다.
"생전에 이웃의 땅을 속여 빼앗고, 약한 자를 괴롭혔으니 지옥에 떨어져 벌을 받으리라!"
"대왕마마! 억울합니다! 제가 언제..."
하지만 업경대에는 그가 저지른 모든 악행이 낱낱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할 말을 잃고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저승 관리들이 그를 끌고 나갔습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혼령들의 재판이 계속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극락으로, 어떤 이는 지옥으로, 어떤 이는 다시 인간으로 환생하도록 판결받았습니다. 김진사는 떨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저승사자가 김진사를 앞으로 이끌었습니다.
"대왕마마, 이 자는 특별한 경우입니다. 생전 효성이 지극하여 직접 아뢰고자 데려왔습니다."
염라대왕이 김진사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어딘가 자비로움도 느껴졌습니다.
"한양의 김진사로구나. 네 수명이 다하여 이곳에 왔느니라. 생전에 지은 죄가 있는가?"
김진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대왕마마, 소인은 평생 정직하게 살았으며 남을 해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가난하여 어머니께 제대로 된 효도를 다하지 못한 것이 죄라면 죄입니다."
염라대왕이 업경대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거울에는 김진사의 일생이 펼쳐졌습니다. 추운 겨울날 자신의 옷을 벗어 어머니께 덮어드리는 모습,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도 어머니께 먼저 밥을 드리는 모습, 밤늦게까지 아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모습이 모두 보였습니다.
주변의 시왕들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염라대왕의 표정이 부드러워졌습니다.
"네 효성과 부성애는 참으로 칭찬할 만하구나. 생전에 악한 짓 하나 없이 바르게 살았으니, 다음 생에는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리라."
하지만 김진사는 무릎을 꿇고 간곡히 청했습니다.
"대왕마마! 다음 생이 아닙니다! 소인에게는 칠십이 넘은 늙은 어머니가 계십니다. 어머니는 소인 하나만 믿고 사십니다. 제가 죽으면 어머니는 자식보다 먼저 가는 슬픔을 겪게 됩니다. 천하에 이보다 더 큰 불효가 어디 있겠습니까!"
염라전이 조용해졌습니다. 염라대왕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네 심정은 이해하나, 생사부는 이미 정해진 것이라 함부로 바꿀 수 없다. 하늘의 이치를 어길 수는 없느니라."
김진사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애원했습니다.
"대왕마마! 소인의 아들은 아직 열 살밖에 안 됐습니다. 어미 없이 자라는데 아비마저 잃으면 고아나 다름없습니다. 부디 소인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아들이 장성할 때까지만, 어머니께서 편히 눈을 감으실 때까지만 시간을 주십시오!"
김진사의 목소리는 절절했고, 그 진심은 염라전 전체를 울렸습니다. 주변의 관리들도 모두 숙연해졌습니다. 심지어 다른 혼령들도 김진사를 동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염라대왕이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염라대왕이 옆의 판관과 무언가를 속삭이며 의논했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김진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네 효성과 진심은 천지를 감동시킬 만하구나. 하늘의 이치를 함부로 어길 수는 없으나... 특별히 길을 하나 열어주마."
김진사는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정말입니까, 대왕마마!"
염라대왕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며 엄숙하게 말했습니다.
"잠깐! 조건이 있느니라. 그리고 이 조건은 매우 엄격하니 잘 들어라."
※ 위험한 거래의 시작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염라전 전체에 울려 퍼졌습니다.
"너에게 삼 년의 시간을 주겠다. 삼 년 동안 어머니를 봉양하고 아들을 가르쳐라. 하지만 삼 년이 지나면 반드시 다시 이곳으로 와야 하느니라."
김진사는 기뻐하며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왕마마! 삼 년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염라대왕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습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조건을 다 듣거라. 만약 삼 년 후, 약속한 날에 스스로 이곳에 오지 않으면 너희 가족에게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다."
김진사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재앙이라 함은..."
염라대왕이 차갑게 말했습니다.
"네 어머니와 아들이 너를 대신해 저승으로 끌려올 것이다.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대가는 반드시 치러져야 하느니라. 이것이 하늘의 이치다."
김진사는 온몸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사랑하는 가족이 대신 죽는다는 것입니다.
"대왕마마, 그렇다면 소인이 약속을 지킨다면 가족은 안전한 것입니까?"
"그렇다. 네가 약속대로 삼 년 후 정확히 이곳에 온다면, 너의 어머니는 천수를 누릴 것이고 아들은 무탈하게 자랄 것이다. 하지만 하루라도 늦으면, 단 한 시진이라도 늦으면 네 가족은 즉시 목숨을 잃게 되리라."
김진사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삼 년이라는 시간은 짧았지만, 그 시간 동안 어머니께 효도하고 아들을 가르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그때가 되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약속을 어긴다면? 사랑하는 가족이 대신 죽게 됩니다.
옆에서 한 판관이 나서서 말했습니다.
"김진사, 잘 생각해라. 많은 이들이 이런 제안을 받고도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느니라. 살아 있다 보면 욕심이 생기는 법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또 다른 판관이 덧붙였습니다.
"차라리 지금 순순히 이곳에 남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그러면 최소한 네 가족은 오래 살 것이다. 하지만 이 거래를 받아들이면, 네 한 순간의 실수로 가족 모두가 죽을 수도 있느니라."
김진사는 손을 떨었습니다. 판관들의 말이 옳았습니다. 이것은 너무나 위험한 거래였습니다. 하지만 김진사는 결심했습니다.
"대왕마마, 소인은 이 거래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삼 년 후 정확히 약속된 날에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소인의 목숨을 걸고 맹세합니다!"
염라대왕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다. 네 각오를 보았다. 그렇다면 이것을 기억하거라. 삼 년 후, 오늘과 같은 날, 해가 지고 첫 별이 뜰 때 네 목숨이 다한다. 그 순간 저승사자가 너를 찾아갈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필요는 없다. 다만 저승사자가 왔을 때 순순히 따라오면 된다."
김진사가 물었습니다.
"만약 그 시간에 소인이 도망친다면 어찌 됩니까?"
염라대왕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습니다.
"도망칠 곳은 없다. 하늘 끝 땅 끝 어디를 가도 저승사자는 너를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네가 도망치려 한다면, 그 즉시 네 가족의 목숨이 끊어지리라. 명심하거라. 이 약속은 네 가족의 생명을 담보로 한 것이다."
김진사는 무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알겠습니다, 대왕마마.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염라대왕이 손을 들어 저승사자에게 명했습니다.
"이 자를 현세로 돌려보내라. 생사부에 삼 년 후 날짜를 기록해 두도록."
저승사자가 김진사에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따라오너라. 내가 너를 돌려보내주마. 하지만 명심해라. 삼 년 후 내가 반드시 찾아갈 것이니, 그때는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김진사는 마지막으로 염라대왕께 큰절을 올렸습니다.
"대왕마마의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김진사는 저승사자를 따라 다시 그 긴 길을 걸어 나왔습니다. 주변의 혼령들이 부러운 듯, 또 불안한 듯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안개가 걷히면서 점점 밝은 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곧 네 육신으로 돌아갈 것이다. 삼 년이다. 삼 년 후 나는 반드시 너를 찾아갈 것이니 그날을 잊지 마라."
"잊지 않겠습니다."
바로 그 순간, 김진사는 거센 바람에 휩쓸리듯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 기적의 부활
김진사의 집은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었습니다. 죽은 지 이틀째 되는 날, 동네 사람들은 더 이상 장례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르신, 이제 정말 장례를 치러야 합니다. 더 이상 미루면 시신이 상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노모는 눈물을 흘리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람들이 김진사의 시신을 관에 넣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으윽..."
관 속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귀를 의심했습니다.
"지금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았소?"
"내 귀가 이상한가..."
하지만 곧 더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크읍! 캑, 캑!"
관 속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온 것입니다!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소리쳤습니다.
"귀신이다!"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
하지만 김진사의 어머니는 재빨리 달려가 관 뚜껑을 열었습니다.
"내 아들이다! 내 아들이 살아 돌아왔다!"
관 속에서 김진사가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어머니... 여기가 우리 집입니까?"
"그렇다, 내 아들아! 네가 정말 살아 돌아왔구나!"
어머니는 아들을 껴안고 통곡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열 살 아들도 달려와 아버지를 붙들고 울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가 살아나셨어요!"
주변 사람들은 놀라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습니다. 어떤 이는 무릎을 꿇고 절을 했고, 어떤 이는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쳤습니다.
김진사는 천천히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들려주었습니다.
"제가 저승에 갔었습니다. 저승사자를 만났고, 염라대왕님 앞에서 재판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숨죽이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염라대왕님께서 저에게 삼 년의 시간을 주셨습니다. 삼 년 동안 어머니를 봉양하고 아들을 가르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김진사는 잠시 말을 멈췄습니다.
"삼 년 후에는 반드시 다시 저승으로 가야 합니다. 만약 약속을 어기면 제 가족이 대신 죽게 됩니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어떤 노인이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삼 년 후에 또다시 죽는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쁩니다. 이 삼 년 동안 어머니께 효도하고 아들을 가르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마을에는 곧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김진사가 귀신이 되어 돌아온 것 아닌가?"
"저승에서 온 자는 불길하다더라."
"삼 년 후에 또 죽는다니, 우리 마을에 재앙이 닥치는 것 아닌가?"
사람들은 점점 김진사 가족을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때 김진사의 효성을 칭찬하던 이웃들도 이제는 그를 꺼렸습니다. 심지어 아이들도 김진사의 아들을 '귀신 아들'이라고 놀렸습니다.
김진사는 가슴이 아팠지만 참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은 삼 년 동안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제가 매일 맛있는 음식을 해드리겠습니다."
"아들아, 네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 애미는 행복하다."
김진사는 아들에게도 더욱 열심히 글을 가르쳤습니다.
"아버지가 없어도 너는 훌륭하게 자라야 한다. 사람됨이 바르고, 학식이 높은 선비가 되거라."
아들은 눈물을 흘리며 물었습니다.
"아버지, 정말 삼 년 후에 가셔야 하나요? 방법이 없을까요?"
김진사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란다. 그것이 사람의 도리다. 아버지는 너에게 그것을 가르쳐주고 싶구나."
그렇게 김진사의 가족은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김진사는 마음 한구석에 항상 불안감을 품고 있었습니다. 과연 삼 년 후, 자신은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까?
※ 약속의 날
세월은 빠르게 흘렀습니다. 삼 년이라는 시간은 김진사에게는 너무나 짧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김진사는 최선을 다해 살았습니다.
어머니께는 매일 맛있는 음식을 해드렸고,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방에서 지내시도록 했습니다. 아들에게는 학문뿐 아니라 사람됨을 가르쳤습니다. 이웃이 그들을 외면해도, 김진사는 여전히 어려운 이웃을 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진사는 달력을 보다가 깨달았습니다. 내일이 바로 약속의 날이었습니다. 삼 년이 지난 것입니다.
김진사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잠든 얼굴을 보고, 아들의 방을 들여다보며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어머니는 이제 칠십셋이었지만 여전히 건강하셨고, 아들은 열셋이 되어 훌륭한 소년으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도망칠까?'
순간 그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저 먼 곳으로 가서 숨는다면? 하지만 곧 염라대왕의 경고가 떠올랐습니다. 자신이 도망치면 가족이 대신 죽게 됩니다.
'안 돼. 나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약속의 날 아침, 김진사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났습니다. 어머니께 아침 문안을 드리고, 아들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내 아들아, 이 애미가 너보다 먼저 가야 하는데..."
김진사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습니다.
"어머니, 소자는 행복했습니다. 이 삼 년 동안 어머니를 모실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십시오."
아들은 울면서 물었습니다.
"아버지, 정말 가셔야 하나요? 제가 아버지 대신 갈 수는 없나요?"
김진사는 아들을 꼭 껴안았습니다.
"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아버지는 자랑스럽구나. 하지만 안 된다. 너는 훌륭하게 자라서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 약속하거라."
"예, 아버지..."
해가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김진사는 마당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곧 첫 별이 뜰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저승사자가 올 것입니다.
주변 이웃들도 소문을 듣고 모여들었습니다. 어떤 이는 호기심으로, 어떤 이는 동정심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정말 저승사자가 올까?"
"삼 년 전 그 사람 말이 진짜였을까?"
해가 완전히 지고, 하늘에 첫 별이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찬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마당에 앉아 있던 김진사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나타났습니다.
저승사자였습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오직 김진사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삼 년이 지났다. 약속대로 나를 따라오너라."
김진사는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했지만, 참을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아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머니, 아들아, 건강하게 사시오. 저승에서도 두분을 지켜보겠습니다."
어머니는 통곡했고, 아들은 아버지를 향해 달려오려 했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그들을 막았습니다.
김진사는 저승사자를 따라 걸어갔습니다. 그의 모습은 점점 흐릿해지더니, 마침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마당에는 김진사의 육신만 쓰러져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정말로 저승사자가 나타나 김진사를 데려간 것입니다.
"놀라운 일이로다..."
"김진사는 정말 약속을 지켰구나."
그날 이후, 김진사의 이야기는 온 나라에 퍼졌습니다. 효성이 지극하여 저승에서 삼 년의 시간을 얻었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련 없이 떠난 선비의 이야기. 사람들은 김진사의 효심과 신의를 칭송했습니다.
김진사의 어머니는 그 후 몇 년을 더 사시다가 편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아들은 훌륭한 선비로 자라 마침내 과거에 급제했습니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룬 것입니다.
아들은 벼슬길에 나가서도 항상 아버지를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제 아버지는 죽음 앞에서도 약속을 지켰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람의 도리입니다."
그렇게 김진사의 이야기는 대대로 전해 내려와,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저승사자와 약속을 맺고 삼 년을 더 살았던 김진사의 이야기였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신의. 우리 조상들은 이런 가치들을 정말 소중히 여겼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약속을 가장 소중히 지키고 계신가요? 가족과의 약속, 친구와의 약속, 혹은 자신과의 약속. 오늘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문득 떠오르는 약속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다음 영상에서는 또 다른 재미있는 조선시대 이야기를 가져오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리고요.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