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감동한 마지막 밥상
“이 밥 한 그릇 먹고 가시오” 저승사자 감동한 마지막 밥상 『청구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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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300자 내외)
조선시대, 한 가난한 마을에 혼자 사는 칠십 노파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검은 옷을 입은 저승사자가 그녀를 데려가러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두려워하기는커녕 "이 밥 먹고 그냥 가게"라며 저승사자에게 밥상을 내옵니다. 저승사자는 당황했지만, 할머니의 담담한 태도와 정성스러운 밥 한 그릇 앞에서 묘한 감동을 받게 됩니다. 죽음 앞에서도 의연했던 한 할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그 배짱에 굴복한 저승사자의 뜻밖의 선택. 『청구야담』에 전해지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오늘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야담집 『청구야담』에 수록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어떤 이는 울부짖고, 어떤 이는 애원하며, 또 어떤 이는 분노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 할머니는 달랐습니다. 저승사자 앞에서도 당당하게 밥상을 차리고, 오히려 사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난했지만 품위를 잃지 않았고, 죽음 앞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았던 한 여인의 이야기. 옛 선조들의 지혜와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감동적인 전설입니다.
※ 가난하지만 당당한 김 할멈의 일상
조선시대,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산골 마을 이야기입니다. 그 마을 끝자락, 기와집도 아닌 초가집 한 채가 외롭게 서 있었습니다. 담장은 무너진 지 오래였고,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했습니다. 하지만 집 안은 달랐습니다. 비록 가난했지만 구석구석 깨끗하게 쓸려 있었고, 장독대의 항아리들은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이 집에는 칠십이 넘은 노파 한 분이 홀로 살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김 할멈이라 불렀습니다. 젊은 시절 남편을 일찍 여의고, 외아들마저 전염병으로 잃은 뒤로 수십 년을 혼자 살아왔습니다. 손자가 하나 있었지만, 그마저도 장가를 든 뒤 도회지로 나가 소식이 끊긴 지 오래였습니다.
김 할멈은 마을 사람들에게 품을 팔아 근근이 살아갔습니다. 봄에는 남의 집 밭을 매주고, 여름에는 김을 매고, 가을에는 추수를 도왔습니다. 손이 거칠어지고 허리가 굽었지만, 그녀는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을 시켜주는 사람들에게 늘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 나이에도 일할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누운 자리에서 밥을 얻어먹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마을 사람들은 김 할멈을 존경했습니다. 가난했지만 남의 물건을 탐하지 않았고, 늙었지만 남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김 할멈은 고집이 센 것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어느 가을날, 김 할멈은 품삯으로 받은 쌀 한 말을 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저녁 연기가 마을에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도착한 그녀는 먼저 우물가에서 세수를 하고, 정갈하게 머리를 빗었습니다. 그리고 부엌으로 들어가 쌀을 씻어 밥을 지었습니다. 가을 무와 된장으로 간단한 국을 끓이고, 여름에 담가둔 김치 한 접시를 꺼냈습니다. 비록 반찬은 변변치 않았지만, 그녀는 늘 정성스럽게 밥상을 차렸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김 할멈은 마당에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가을 하늘에는 별이 총총했습니다.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언젠가부터 밤이 되면 이상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뭔가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어딘가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김 할멈은 두렵지 않았습니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겪지 못한 일이 없었고, 이제 두려울 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때가 되면 가는 것이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등잔불을 켜고, 바느질 삯으로 받은 베 조각을 꺼냈습니다. 이것으로 마을 이장님 손자의 배냇저고리를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늙은 손은 더디었지만,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바느질을 이어갔습니다. 김 할멈은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장님께 모레까지 배냇저고리를 만들어주겠다고 했으니, 반드시 그 약속을 지켜야 했습니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바느질을 하던 김 할멈은 문득 피곤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아직 배냇저고리가 다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아직 끝내지 못했는데 잘 수는 없지." 김 할멈은 다시 바늘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시진, 두 시진이 흘러갔습니다.
※ 한밤중 찾아온 저승사자, "따라가시오"
밤이 깊어갔습니다. 마을은 고요했고, 개 짖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김 할멈은 여전히 바느질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등잔불이 크게 흔들리더니 방 안의 온도가 싸늘하게 변했습니다. 김 할멈은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문 앞에 누군가 서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문을 통과해 이미 방 안으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키가 훤칠하고 검은 도포를 입은 사내였습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은 깊고 차가웠습니다. 손에는 낡은 장부 같은 것을 들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긴 쇠사슬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기겁을 하고 소리를 질렀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 할멈은 바느질 도구를 천천히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오셨군요. 누군지 알겠습니다."
검은 도포의 사내, 바로 저승사자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영혼을 데려갔지만, 이렇게 담담하게 자신을 맞이하는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대부분은 울부짖거나 애원했고, 어떤 이들은 도망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노파는 마치 예상했던 손님을 만난 것처럼 평온했습니다.
저승사자는 장부를 펼쳐 확인했습니다. "김씨 성을 가진 칠십삼 세의 부인, 맞습니까?"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지만, 어딘가 위엄이 서려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김씨 집안의 며느리로 들어와 칠십삼 해를 살았습니다."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장부를 덮었습니다. "당신의 수명이 다했습니다. 저를 따라가셔야 합니다. 지금 당장 일어나십시오."
김 할멈은 저승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바느질감을 집어 들었습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부터 끝내야겠습니다. 이장님께 모레까지 이 배냇저고리를 만들어주기로 약속했거든요."
저승사자의 눈빛이 날카로워졌습니다. "무슨 소리요? 당신의 수명이 다했다고 했습니다. 지금 당장 따라가야 합니다. 저승의 법도는 그 누구도 어길 수 없소."
"그건 알겠는데요." 김 할멈은 태연하게 바늘을 움직이며 말했습니다. "이승에도 법도가 있습니다. 약속은 지켜야 하는 법이지요. 이장님은 제가 가난하다고 무시하지 않고 늘 잘 대해주셨습니다. 그분 손자 배냇저고리를 약속대로 만들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승사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수천 년 저승사자 노릇을 하면서 이런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배냇저고리 타령을 하다니. "노파, 정신이 온전하시오? 지금 당신은 죽음 앞에 서 있습니다. 배냇저고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게 중요하지요." 김 할멈은 저승사자의 말을 자르며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제가 죽고 나면 이 배냇저고리를 누가 완성하겠습니까? 이장님은 저만 믿고 계신단 말입니다. 약속을 어기고 가는 것은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저승사자는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쇠사슬을 흔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늙은이가 지금 저승사자를 우롱하는 것이오?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강제로 끌고 갈 것이오!"
"그러시든지요." 김 할멈은 전혀 겁먹지 않은 채 여전히 바느질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끌려가더라도 이 바늘은 놓지 않을 겁니다. 저승길에 가면서도 이 배냇저고리는 완성할 테니까요."
바느질에 몰두한 노파의 모습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신념이었고, 약함이 아니라 강단이었습니다.
※ "이 밥 먹고 가게" - 할머니의 황당한 제안
저승사자와 김 할멈의 신경전이 한참 이어졌습니다. 저승사자는 협박도 하고 회유도 했지만, 김 할멈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이어가는 그녀의 손길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또 흘렀습니다. 저승사자는 점점 초조해졌습니다. 장부에 적힌 시각이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정해진 시각까지 영혼을 데려가지 못하면 저승에서 큰 문책을 받게 됩니다. 저승사자도 나름의 규율이 있었고, 그 규율을 어기는 것은 큰 죄였습니다.
"노파!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그때였습니다. 김 할멈이 마침내 바늘을 놓았습니다. 저승사자는 속으로 안도했습니다. 드디어 정신을 차린 모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김 할멈의 다음 행동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다 끝났습니다!" 김 할멈은 완성된 배냇저고리를 들어 보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제 이장님께 드리기만 하면 되겠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김 할멈은 저승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당신, 저승사자라고 했지요?"
"그렇소. 이제야 정신을 차렸소? 그럼 어서..."
"잠깐만요." 김 할멈은 손을 들어 저승사자를 제지했습니다. "밤새도록 여기 서 계셨으니 시장하지 않으십니까? 저승사자라고 배가 안 고프겠습니까?"
저승사자는 황당했습니다. "무, 무슨 소리를..."
"아침밥이나 먹고 가시지요." 김 할멈은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어제 받은 쌀로 밥을 지어놨습니다. 된장국에 김치 한 접시면 든든하게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이, 이 사람이!" 저승사자는 어이가 없어 소리를 질렀습니다. "지금 농담하는 것이오? 당신은 죽음 앞에 서 있단 말이오!"
"알고 있습니다." 김 할멈은 부엌에서 밥그릇을 꺼내며 태연하게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죽으러 가는 길도 배를 채우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승길이 멀다는데, 굶어서야 되겠습니까?"
저승사자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죽음 앞에서 울부짖거나, 살려달라고 애원하거나, 아니면 체념하고 순순히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죽으러 가기 전에 밥을 먹자고 제안하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김 할멈은 밥을 푸면서 계속 말했습니다. "당신도 밤새 일하느라 고생했을 텐데, 빈속에 일하기는 힘들지 않습니까? 저승사자도 사람 아닙니까? 아니, 사람이 아니더라도 일하는 자는 먹어야 하는 법입니다."
"노파! 정신 차리시오!" 저승사자는 점점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저승사자가 밥을 먹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왜 말이 안 됩니까?" 김 할멈은 이제 상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신도 이 땅을 밟고 서 있고, 말도 하고, 쇠사슬도 들고 다니지 않습니까? 그럼 밥도 먹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저승사자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상하게도 노파의 논리에는 묘한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엌에서 풍겨오는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저승사자의 코를 자극했습니다. 저승사자도 한때는 인간이었습니다. 죽어서 저승사자가 되었지만, 인간이었을 때의 감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 다 차렸습니다." 김 할멈은 상을 방 한가운데 내놓으며 말했습니다. "이 밥 먹고 그냥 가시지요. 빈속에 먼 길 가면 힘듭니다."
저승사자는 황당함을 넘어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묘한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모두들 저승사자를 두려워하고 피하려고만 했지, 이렇게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 저승사자의 분노와 할머니의 배짱 대결
저승사자는 밥상을 노려보았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 구수한 된장국, 빨갛게 익은 김치가 소박하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가난한 집의 밥상이었지만, 정성만큼은 가득했습니다. 저승사자는 고개를 저으며 쇠사슬을 바닥에 내리쳤습니다.
"이 고집불통 노파! 지금 저승사자를 시험하는 것이오? 당신의 수명은 이미 다했소.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소!"
"시간을 끄는 게 아닙니다." 김 할멈은 저승사자 맞은편에 앉으며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손님이 오셨으니 대접하는 것뿐입니다. 제가 비록 가난하지만, 손님 대접하는 법도는 알고 있습니다."
"손님이라니! 나는 당신을 데려가러 온 저승사자요!" 저승사자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습니다. "어서 일어나 나를 따르시오. 이것이 마지막 경고요!"
김 할멈은 저승사자를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전혀 없었습니다. "저승사자님, 화내지 마시고 잠깐 제 말을 들어보시지요. 저는 칠십삼 년을 살았습니다. 그동안 남편을 잃고, 아들을 잃고, 손자마저 떠나보냈습니다. 굶주림도 겪었고, 추위도 겪었고, 온갖 고생을 다 했습니다."
저승사자는 잠시 말을 멈추고 노파의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 한 번도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았습니다. 제 힘으로 벌어먹고, 제 손으로 밥을 지어 먹었습니다. 남의 것을 탐내지도 않았고, 약속을 어긴 적도 없습니다. 그렇게 떳떳하게 살아왔습니다." 김 할멈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났습니다. "이제 제가 죽는다고 하셨지요? 좋습니다. 갈 때가 되면 가야지요. 하지만 제 방식대로 갈 겁니다."
"당신 방식이라니, 그게 무슨..."
"밥을 먹고 가는 겁니다." 김 할멈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평생 아침밥을 거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아무리 힘들어도, 아침은 꼭 먹고 일을 나갔습니다. 그게 제 원칙이었습니다. 죽으러 가는 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밥을 먹고 갈 겁니다."
저승사자는 노파의 고집에 점점 더 화가 났습니다. 장부를 펼쳐 흔들며 소리쳤습니다. "여기 보시오! 당신의 수명은 오늘 인시에 끝난다고 적혀 있소! 이미 정해진 일이오! 이것은 하늘의 명이고, 저승의 법도요!"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김 할멈은 여전히 태연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의 명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도리도 중요한 법입니다. 저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다하고 가려는 것뿐입니다."
"도리? 지금 무슨..." 저승사자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당신도 한때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김 할멈은 조용히 말했습니다. "저승사자가 되기 전에는 이 땅을 밟고 살았던 사람이었겠지요. 그렇다면 알 것 아닙니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저는 죽는 순간까지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그게 제 마지막 소원입니다."
저승사자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노파의 말에는 묘한 힘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논리가 아니라 신념이었고, 변명이 아니라 철학이었습니다. 저승사자는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영혼을 봐왔지만, 이렇게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김 할멈은 숟가락을 집어 들며 말했습니다. "당신도 고생했을 테니 함께 드시지요. 혼자 먹기는 뭣하지 않습니까?"
"내가 왜..." 저승사자는 거절하려 했지만, 김 할멈은 이미 된장국을 한 술 떠서 입에 넣고 있었습니다.
"음, 오늘따라 국이 잘 됐네요." 김 할멈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무가 잘 익어서 달콤합니다. 당신도 드셔보시지요. 세상에 공짜로 먹는 밥만큼 맛있는 것도 없습니다."
저승사자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밥 맛을 평가하다니. 하지만 동시에 묘한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이 노파는 정말로 두렵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두려움을 이겨낸 것일까? 저승사자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저승사자님, 서 있지만 마시고 앉으시지요." 김 할멈은 건너편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서서 구경만 하시면 제가 밥맛이 안 납니다. 함께 앉아 계시는 것만으로도 좋으니, 앉으십시오."
저승사자는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리듯, 저승사자는 천천히 밥상 앞에 앉았습니다. 쇠사슬을 바닥에 내려놓고, 장부를 옆으로 치워놓았습니다.
"그렇지요. 그렇게 앉으셔야지요." 김 할멈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밥은 편안하게 앉아서 먹어야 합니다."
저승사자는 밥상을 내려다보았습니다.
※ 밥상 앞에서 흔들리는 저승사자의 마음
밥상을 사이에 두고 김 할멈과 저승사자가 마주 앉아 있었습니다. 밖에서는 새벽닭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곧 동이 틀 시간이었습니다. 김 할멈은 천천히 밥을 먹고 있었고, 저승사자는 그저 밥상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왜 안 드십니까?" 김 할멈이 물었습니다. "식기 전에 드셔야 맛있는데 말입니다."
"나는... 저승사자요. 밥을 먹을 수 없소." 저승사자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습니다.
"먹을 수 없는 게 아니라 안 먹는 것 아닙니까?" 김 할멈은 예리하게 지적했습니다. "당신도 한때는 사람이었다고 했지요? 그렇다면 먹을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안 먹기로 한 것뿐이지요."
저승사자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김 할멈의 말이 맞았습니다. 저승사자가 된 뒤로 먹지 않기로 스스로 정했을 뿐,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필요가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습니다.
"제가 이 나이 먹도록 배운 게 하나 있습니다." 김 할멈은 김치를 한 점 집으며 말했습니다.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배가 고프니까 먹는 것도 있지만, 함께 밥을 먹으면 마음이 통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원수지간도 밥 한 끼 같이 먹으면 풀린다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무슨 원수요?" 저승사자가 물었습니다.
"원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구도 아니지 않습니까?" 김 할멈이 빙그레 웃었습니다. "당신은 저를 데려가려 하고, 저는 아직 갈 준비가 안 됐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밥을 같이 먹으면, 조금은 마음이 통하지 않겠습니까?"
저승사자는 노파의 말에 묘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 노파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오히려 저승사자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는 천천히 숟가락을 집어 들었습니다. 손이 떨렸습니다. 수천 년 만에 처음 하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렇지요. 그렇게 하시는 겁니다." 김 할멈은 격려하듯 말했습니다.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서두를 것 없습니다."
저승사자는 조심스럽게 밥을 한 숟가락 떴습니다. 하얀 쌀밥이었습니다.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습니다. 그 순간, 저승사자의 눈이 커졌습니다. 밥알이 입안에서 부서지면서 은은한 단맛이 퍼졌습니다. 수천 년 동안 잊고 있던 감각이었습니다. 저승사자는 그대로 멈춰 섰습니다.
"어떻습니까? 맛이 괜찮지요?" 김 할멈이 물었습니다.
저승사자는 천천히 밥을 삼켰습니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의 감촉이 생생했습니다. 그리고 뱃속으로 들어가면서 따뜻함이 퍼져나갔습니다. 이것이 밥을 먹는다는 것이었구나. 이것이 살아있다는 느낌이었구나. 저승사자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국도 드셔보십시오." 김 할멈은 된장국을 권했습니다. "제가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것입니다. 작년 가을에 담갔으니 이제 제법 맛이 들었을 겁니다."
저승사자는 국을 한 숟가락 떠서 마셨습니다. 구수한 된장 맛과 달큰한 무의 맛이 입안에 퍼졌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국물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면서, 가슴속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승사자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습니다.
"맛있지요?" 김 할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제가 칠십삼 년을 살면서 터득한 비법입니다. 된장국은 끓이는 사람의 마음이 들어가야 맛있습니다. 정성껏 끓이면 재료가 변변치 않아도 맛있는 법입니다."
저승사자는 눈을 떴습니다. 김 할멈을 바라보았습니다. 주름진 얼굴, 거친 손, 구부정한 허리. 하지만 그 눈빛만은 맑고 또렷했습니다. 저승사자는 깨달았습니다. 이 노파가 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지. 이 노파는 평생을 떳떳하게, 정직하게, 성실하게 살아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죽음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승사자는 계속해서 밥을 먹었습니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세 숟가락. 김 할멈도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밥을 먹었습니다. 밖에서는 동이 트기 시작했고,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하루가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 저승사자는 숟가락을 내려놓았습니다. 김 할멈도 밥을 다 먹었습니다. 두 사람은 잠시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는 배가 부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니, 배만 부른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해진 것 같았습니다.
"고맙소, 노파." 저승사자가 처음으로 감사의 말을 했습니다. "수천 년 만에 밥을 먹어봤소. 이렇게 맛있는 밥은 처음이오."
"별말씀을요." 김 할멈은 겸손하게 대답했습니다. "보잘것없는 밥상인데 맛있게 드셔주시니 제가 고맙지요. 자, 이제 배도 부르셨으니, 가시지요."
저승사자는 김 할멈을 바라보았습니다. "정말 가시겠소?"
"당연하지요." 김 할멈은 태연하게 대답했습니다. "약속은 지켜야 하는 법입니다. 당신이 저를 데려가러 왔으니, 따라가야지요. 다만 밥을 먹고 가고 싶었을 뿐입니다."
저승사자는 긴 침묵 끝에 천천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 삼 년 뒤, 저승사자가 다시 찾아온 날
"아니오."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아직 가면 안 되겠소."
김 할멈은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제 수명이 다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저승사자는 장부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뭔가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당신 같은 사람은 더 살아야 하오. 당신처럼 떳떳하게 산 사람이 더 오래 살아야 세상이 바로 서는 법이오."
"하지만 저승의 법도가..." 김 할멈이 말했습니다.
"저승의 법도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도리도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소?" 저승사자는 김 할멈의 말을 되돌려주었습니다. "당신이 저에게 가르쳐준 것이오. 원칙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사람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오."
저승사자는 장부에 뭔가를 적고는 덮었습니다. "삼 년을 더 드리겠소. 삼 년 뒤에 다시 오겠소. 그때는 순순히 따라오시오."
"삼 년이요?" 김 할멈은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렇소. 그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시오. 손자에게 편지도 쓰고, 이장님 손자가 크는 것도 보고, 마을 사람들하고도 더 이야기를 나누시오." 저승사자는 일어서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삼 년 뒤에는 이 밥을 또 먹여주시오. 그때는 제가 먼저 청하겠소."
김 할멈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시지요. 삼 년 뒤에 다시 밥을 지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더 맛있게 준비해놓겠습니다."
저승사자는 쇠사슬을 집어 들고 문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다 문턱에서 멈춰 서서 뒤돌아보았습니다. "노파, 한 가지 물어도 되겠소?"
"물으십시오."
"정말 두렵지 않았소? 죽음이 두렵지 않았소?"
김 할멈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습니다. "두렵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더 두려운 것이 있었습니다. 떳떳하지 못하게 살다가 가는 것, 약속을 어기고 가는 것,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가는 것이 더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밥을 먹고 가고 싶었습니다. 사람답게, 제 방식대로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었습니다."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훌륭하오. 당신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오."
그렇게 말하고 저승사자는 사라졌습니다. 마치 안개처럼 스르르 사라져버렸습니다. 김 할멈은 빈 방을 바라보며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날 아침, 김 할멈은 이장님 댁으로 갔습니다. 완성된 배냇저고리를 전해주었습니다. 이장님은 크게 기뻐하며 감사해했습니다. 김 할멈은 흡족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약속을 지켰다는 뿌듯함이 가슴을 채웠습니다.
그렇게 삼 년이 흘렀습니다.
김 할멈은 그 삼 년 동안 건강하게 살았습니다. 여전히 마을 사람들의 일을 도왔고, 손자에게 편지를 썼고, 이장님 손자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삼 년이 되던 어느 가을밤, 김 할멈은 정성껏 밥을 지었습니다. 새로 담근 된장으로 국을 끓이고, 잘 익은 김치를 꺼내놓았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예상대로 저승사자가 나타났습니다. 삼 년 전과 똑같은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표정은 달랐습니다. 차갑지 않고, 따뜻했습니다.
"오셨습니까?" 김 할멈이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약속대로 왔소." 저승사자가 대답했습니다.
"밥을 준비해놓았습니다." 김 할멈은 밥상을 내놓았습니다. "삼 년 전보다 더 맛있게 만들었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밥상 앞에 마주 앉았습니다. 그리고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이번에는 저승사자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었습니다. 김 할멈도 천천히 밥을 먹었습니다.
밥을 다 먹고, 김 할멈이 말했습니다. "이제 정말 갈 준비가 됐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다 했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다 만났습니다. 이제는 편안히 갈 수 있겠습니다."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가시지요. 이번에는 편안한 길이 될 것이오."
김 할멈은 일어섰습니다. 저승사자도 함께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둘은 함께 문을 나섰습니다. 마을은 고요했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했습니다. 김 할멈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집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은 삶이었습니다." 김 할멈이 중얼거렸습니다.
"훌륭한 삶이었소." 저승사자가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저승길로 떠났습니다. 김 할멈의 집에는 아침 햇살이 비쳐들기 시작했습니다. 부엌에는 아직도 밥 냄새가 은은하게 남아 있었고, 밥상에는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며칠 뒤, 마을 사람들이 김 할멈의 집을 찾았습니다. 김 할멈은 방에서 편안한 얼굴로 돌아가셔 있었습니다. 그 얼굴에는 고통이나 두려움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만족스러운 미소가 어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밥상에는 두 사람 분의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수군거렸습니다. "할멈께서 누구와 함께 식사를 하신 걸까?" 하지만 아무도 그 답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일은 마을에 전설로 남았습니다. 저승사자에게 밥을 먹이고, 삼 년의 시간을 더 얻은 할머니의 이야기.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고, 끝까지 사람의 도리를 지켰던 할머니의 이야기.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떳떳하게 살면, 죽음도 두렵지 않은 법이지."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이야기 어떠셨습니까? 저승사자도 굴복시킨 김 할멈의 배짱,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은 단순한 용기가 아닙니다. 떳떳하게 살아온 사람의 당당함입니다. 김 할멈은 가난했지만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았고, 늙었지만 약속을 지켰으며, 죽음 앞에서도 사람의 도리를 잊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승사자조차도 그녀를 존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매일매일 정직하게, 성실하게, 약속을 지키며 살아간다면, 언젠가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 김 할멈처럼 당당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리며, 다음 시간에는 더 재미있는 조선시대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떳떳한 하루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