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실수로 데려간 스님
대반야경 마지막 열 글자 남기고 저승 끌려간 스님, 명부 착오로 생매장된 기막힌 실화 같은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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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오프닝 내레이션)
여러분, 저승사자가 사람을 잘못 잡아간 적이 있다는 거 아십니까? 신라 서라벌 남산 자락, 삼십 년을 밤잠 줄여가며 대반야경 육백 권을 베끼던 스님이 하나 있었습니다. 마지막 경전, 마지막 줄, 딱 열 글자만 더 쓰면 평생의 서원이 완성되는 바로 그 순간, 검은 갓을 쓴 저승사자 두 놈이 방문을 박차고 들어왔습니다. 다짜고짜 팔을 낚아채더니 "염라대왕의 부름이오, 어서 갑시다!" 스님이 아무리 열 글자만 쓰게 해달라고 사정해도 소용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저승에 도착하니 염라대왕이 명부를 보더니 벼락같이 호통을 칩니다. "이 멍청한 놈들아! 데려올 놈은 술주정뱅이 건달 선율이지, 이 덕망 높은 스님이 아니란 말이다!" 글자가 비슷해서 사람을 잘못 잡아온 겁니다. 그래서 돌려보내 주기로 했는데, 문제는 스님의 몸이 이미 관에 들어가 땅속에 묻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관 속에서 눈을 뜬 스님, 과연 살아서 나올 수 있었을까요? 끝까지 들어보십시오.
※ 1단계: 첫 장면 (오프닝 이미지)
신라의 도읍 서라벌, 남산 자락 깊숙한 곳에 작은 절이 하나 있었다. 기와 한 장 변변치 못한 절이었지만, 이 절에는 밤낮없이 불을 밝히는 방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선율 스님의 방이었다. 스님은 평생의 과업으로 삼은 대반야경 육백 권 필사를 위해, 뼈만 남은 손가락으로 붓을 꼭 쥐고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써 내려가고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붓끝이 종이에 닿는 사각거리는 소리와 나지막한 염불 소리만이 적막한 산사를 채웠다. 촛불이 흔들릴 때마다 스님의 그림자가 벽 위에서 춤을 추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부처님 앞에서 절을 올리는 것 같았다. 스님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로로 인해 광대뼈가 툭 튀어나오고 눈두덩이가 꺼져 해골처럼 괭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눈빛만큼은 갓 태어난 아이처럼 맑고 깊었다. 세상의 욕심이라곤 한 톨도 섞이지 않은, 오직 중생을 향한 자비만이 담긴 눈이었다. 절 마당으로 나가보면 더욱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마당 한쪽에는 걸인 예닐곱이 따뜻한 햇살 아래 코를 골며 낮잠을 자고 있었고, 처마 밑에는 다리를 저는 산토끼 한 마리가 스님이 발라준 약초 찜질을 한 채 웅크리고 있었다. 담장 위에는 까치 가족이 줄지어 앉아 있었고, 부엌 앞에는 주인 잃은 검둥개 한 마리가 밥그릇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이 모든 생명이 스님에게 얻어먹고 보살핌을 받는 식구들이었다. 스님은 자신의 끼니를 덜어 이 생명들을 먹이고, 자신의 잠자리를 줄여 이 생명들을 재웠다. 마을 사람들은 말했다. 저 스님은 부처님이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틀림없다고.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혀를 차며 말했다. 저러다 제 명에 못 죽는다고. 그 말이 씨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모든 것이 고요하고 성스러운 풍경. 하지만 이 밤이 지나면, 이 평화로운 산사에 저승의 바람이 불어닥치게 된다. 그리고 선율 스님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살아 있는 몸으로 저승길에 오르게 될 터였다.
※ 2단계: 주제 제시
잠시 붓을 내려놓고 뻣뻣한 어깨를 두드리던 선율 스님에게 어린 동자승 하나가 쪼르르 달려왔다. 절에서 함께 사는 일곱 살배기 동자승 해맑이였다. 이 녀석은 이름처럼 해맑은 것은 좋은데 입이 거침없어 스님의 속을 뒤집어 놓는 재주가 있었다. 해맑이가 방문 앞에 턱 걸터앉더니 대뜸 물었다. "스님, 스님! 이렇게 밤새도록 뼈 빠지게 경전을 베끼면 부처님이 쌀이라도 주십니까? 아니면 황금이라도 주십니까? 어제 마을에서 김 좌수네가 소 한 마리 팔아서 쌀 열 가마니를 사왔다던데, 스님은 경전 육백 권 베껴도 쌀 한 가마니도 못 받잖아요." 여간 당돌한 질문이 아니었다. 다른 스님이었으면 회초리가 날아갔을 말이었다. 하지만 선율 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아이의 빡빡 밀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허허, 이 녀석아. 부처님은 돈은 안 주신단다. 경전을 천 권 만 권 베껴도 쌀 한 톨 안 떨어진다." "그러면 뭐 하러 밤새 그 고생을 하는 거예요? 손가락도 다 닳아서 피가 나잖아요." 스님은 자신의 굳은살 박이고 갈라진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나직이 말했다. "해맑아, 잘 들어라. 황금은 아무리 많아도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쌀도, 소도, 기와집도 다 썩어 없어진다. 하지만 남을 위해 쓴 이 마음, 중생을 살리겠다는 이 마음은 죽어서 저승에 가도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재산이란다. 그것이 바로 덕이니라.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는 곳간이 넉넉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다. 이 스님이 경전을 베끼는 것은 그 마음을 글자에 담아 후세에 전하려는 것이야. 내가 죽은 뒤에도 이 경전을 읽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것이 부처님이 주시는 가장 큰 보시가 아니겠느냐." 해맑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곱 살짜리가 이해하기엔 너무 깊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스님의 눈가에 맺힌 따뜻한 눈물을 보며 해맑이는 뭔가를 느낀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님은 다시 붓을 집어 들었다. 촛불 아래 비친 스님의 미소는 그 어떤 황금 불상보다 빛나고 있었다.
※ 3단계: 설정 (준비)
선율 스님은 서라벌 일대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덕망 높은 고승이었다. 하지만 존경받는 고승의 주머니 사정은 딱하기 그지없었다. 경전을 만드는 종이값, 먹값, 붓값에 살림이 거덜 나다시피 했다. 대반야경 한 권을 베끼려면 상등 한지가 수십 장 필요했고, 먹은 송연묵 중에서도 가장 곱게 갈린 것만 써야 했으니, 그 비용만 해도 보통 가정의 한 달 생활비를 훌쩍 넘었다. 스님은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정작 자신의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아침에 죽 한 그릇을 쑤면 반은 걸인에게 나눠주고 반은 검둥개에게 주었으며, 자신은 죽 솥바닥에 눌러붙은 누룽지를 긁어 물에 말아 한 끼를 때웠다. 승복은 기워 입고 또 기워 입어 원래 색이 무엇이었는지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어깨에는 솜이 빠져나와 있었고, 무릎에는 노란 천, 파란 천, 갈색 천이 형형색색 덧대어져 있어 누더기나 다름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꼴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아이고, 저 스님 좀 보소. 절 한 채를 지을 실력이 있으면서 자기 밥 한 그릇을 못 챙겨 먹으니, 부처님도 저런 제자는 불쌍하시겠다." "내가 작년에 쌀 한 말을 보시했더니 그것도 걸인들한테 다 나눠주고 자기는 풀죽을 쑤어 먹더라니까. 쯧쯧." 실제로 스님의 건강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다. 기침을 하면 가래에 피가 섞여 나왔고, 밤이면 관절마다 쑤시고 아파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해맑이가 "스님, 오늘은 좀 쉬세요"라고 하면 스님은 해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답하곤 했다. "해맑아, 사람의 목숨이란 게 아침 이슬 같은 것이란다. 해가 뜨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 그러니 한 글자라도 더 써야 해. 내 이 생명이 다하기 전에 반드시 이 경전을 완성하여 중생들에게 전해주리라. 그것이 이 못난 중의 마지막 소원이니라." 그것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었다. 세상을 향한 스님의 간절한 서원이었다. 스님은 오늘도 촛불을 켜고, 먹을 갈고, 붓을 쥐었다. 대반야경 오백구십구 권째가 완성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마지막 한 권만 마치면 평생의 서원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님은 몰랐다. 그 마지막 한 권을 완성하기 전에, 저승에서 불청객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 4단계: 사건 발생 (촉발)
달빛조차 숨죽인 깊은 밤이었다. 절 뒤편 산에서 부엉이가 울고, 계곡물 소리가 유난히 서글프게 들리는 밤. 선율 스님은 대반야경 마지막 권, 육백 번째 경전의 끝부분을 적고 있었다. 붓끝이 떨렸다. 손가락에 감각이 거의 없었지만 정신력 하나로 버티고 있었다. 마지막 장, 마지막 줄. 딱 열 글자만 더 쓰면 삼십 년 필사의 대업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스님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부처님, 드디어 해냈습니다. 이 못난 중이 드디어. 바로 그 찰나였다. 쾅! 방문이 벌컥 열렸다. 찬바람이 회오리처럼 방 안으로 밀려들어 촛불이 꺼질 뻔했다. 문 앞에 두 사내가 서 있었다. 검은 갓에 검은 도포를 입고, 손에는 쇠사슬을 든 자들이었다. 얼굴이 사람 같으면서도 사람이 아니었다. 피부가 잿빛이었고, 눈이 귀신불처럼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저승사자였다. "경주 남산 미타사의 선율 스님 되시오?" 앞에 선 키 큰 사자가 물었다. 스님이 대답하기도 전에 뒤에 선 땅딸막한 사자가 다짜고짜 스님의 팔을 낚아챘다. "염라대왕의 부름이오. 갈 길이 머니 어서 갑시다. 지체하면 우리가 혼이 나거든요." 스님은 기가 막혔다. "아, 아니! 잠깐만 기다려 주시오! 지금 딱 열 글자만 더 쓰면 삼십 년 작업이 끝나는데!" "명부에 적힌 시간은 오늘 자시 정각이오.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소." "그래도 그렇지, 열 글자요! 열 글자! 한 줄도 아니고 열 글자만!" "안 됩니다." 사자들은 무자비했다. 스님의 양팔을 잡아끌었다. 그 순간, 스님의 영혼이 육체에서 쑥 빠져나왔다. 마치 젖은 옷에서 몸이 빠져나오듯, 영혼이 쑥 하고 분리되는 기묘한 감각이었다. 스님은 자신의 몸이 책상 위로 푹 고꾸라지는 것을 보았다. 쥐고 있던 붓이 힘없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먹물이 미완성된 경전 위로 튀어 검은 얼룩이 번져갔다. 삼십 년의 정성이 담긴 마지막 장이 먹물에 더럽혀지는 순간이었다. 스님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아아! 내 경전이! 내 경전이!" 하지만 사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님의 영혼을 질질 끌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방 안에는 촛불만이 가물가물 흔들리고, 책상 위에는 숨이 끊긴 듯한 스님의 육체만이 남았다. 해맑이가 새벽녘에 방문을 열고 비명을 질렀다. "스님! 스님! 일어나세요! 스님이 돌아가셨어요!"
※ 5단계: 고민 (망설임)
저승으로 가는 황천길은 멀고도 험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길이었다. 좌우로는 시커먼 안개가 자욱했고, 발밑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음 소리가 올라왔다. 선율 스님은 두 저승사자에게 양팔이 잡힌 채 질질 끌려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사자님들, 제발 사정 좀 봐주시오. 내가 경전을 다 못 썼단 말이오! 삼십 년을 바친 작업이 딱 열 글자 앞에서 멈춘 거요! 열 글자! 딱 열 글자만 쓰면 되는데!" 키 큰 사자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이보시오 스님, 우리도 딱한 건 알지만 명부에 적힌 대로 데려갈 뿐이오. 우리가 마음대로 시간을 늘렸다가는 우리 목이 날아가오." "그러면 딱 반나절만! 아니, 한 시진만! 한 시진이면 열 글자 쓰고도 남소!" 땅딸막한 사자가 끼어들었다. "스님, 억울하시면 염라대왕님께 가서 직접 따지시오. 우리한테 따져봤자 소용없소. 우린 말단 사자라고요." 스님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혹시 도망칠 길이 없나 살폈다. 하지만 황천길은 일직선이었다. 뒤를 돌아보면 이승으로 돌아가는 빛줄기가 아득히 멀어지고 있었고, 양옆은 깎아지른 절벽이었다. 설령 도망친다 해도 갈 곳이 없었다. 스님은 속으로 절망했다. 부처님, 어찌하여 이 못난 중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겁니까. 삼십 년을 바쳤습니다. 밤잠을 줄이고, 끼니를 거르고, 손가락이 닳도록 붓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열 글자를 앞에 두고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그때 저 멀리 앞쪽에서 거대한 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삼도천이었다. 검푸른 물이 소리 없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 물속에 수많은 형체가 얼핏얼핏 비쳤다. 미처 이승의 미련을 놓지 못한 영혼들이 물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스님은 그 광경을 보며 등골이 서늘해졌다. 저 강을 건너면 정말로 끝이다. 이승으로 돌아갈 길이 영영 사라지는 것이다. "스님, 배 탑시다." 사자가 강가에 매여 있는 조각배를 가리켰다. 스님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 강을 건너면 경전은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는다. 삼십 년이 물거품이 된다. 하지만 사자들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스님을 배에 태우고 노를 저었다. 차가운 물보라가 스님의 얼굴을 적셨다.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길이었다.
※ 6단계: 2막 진입 (새 세계로 들어감)
삼도천을 건너자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안개가 걷히고 거대한 궁궐이 나타났다. 기둥은 흑옥으로, 지붕은 검은 기와로 덮여 있었으며, 문 앞에는 소머리를 한 장수와 말머리를 한 장수가 창을 들고 서 있었다. 우마졸이었다. 사자들이 스님을 데리고 궁궐 안으로 들어가자 넓디넓은 심판의 전각이 나타났다. 정면에 높디높은 보좌가 있었고, 그 위에 산처럼 거대한 덩치의 염라대왕이 앉아 있었다. 얼굴은 사자처럼 위엄 있었고, 눈은 횃불처럼 타올랐다. 손에는 사람 키만 한 붓을 들고 명부를 훑어보고 있었다. 스님이 끌려오자 염라대왕이 명부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선율... 선율... 경주 남산..." 대왕의 두꺼운 손가락이 명부 위를 따라갔다. 한참을 훑어보던 대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이내 눈이 번쩍 뒤집혔다. "이 멍청한 놈들아!" 벼락같은 호통이 전각을 뒤흔들었다. 기둥이 울리고 바닥이 진동했다. 사자 두 명이 납작 엎드렸다.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게냐! 내가 데려오라고 한 놈은 남산 밑 고양주막에서 날마다 술타령이나 하면서 행인의 주머니를 터는 건달 선율이지, 이 덕망 높은 미타사의 선율 스님이 아니란 말이다! 한자가 다르잖아, 한자가! 건달은 璿律이고 스님은 善律이야! 이름만 같으면 다 같은 사람이냐 이 돌대가리들아!" 키 큰 사자가 벌벌 떨며 변명했다. "대, 대왕님, 명부의 글씨가 너무 작아서 한자를 잘못 읽었습니다..." "너희 눈에 구멍이 뚫려 있냐! 작년에도 김씨 성 가진 농부를 잘못 잡아왔다가 돌려보내지 않았느냐! 또! 또 이 짓이야!" 염라대왕은 명부를 탁자에 내리치며 분노했다. 탁! 소리에 전각 안의 귀졸들이 일제히 움츠러들었다. 선율 스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생사를 관장한다는 저승에서도 이런 황당한 행정 착오가 일어나다니. 스님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이승의 관청이 서류를 잘못 떼는 것은 봤어도, 저승에서 사람을 잘못 잡아오는 것은 처음 보는구나. 기가 차다 못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 7단계: B 이야기 (감정 줄거리)
염라대왕은 노기를 가라앉히고 스님에게 쩜쩜 혀를 차며 말했다. "스님, 정말 미안하게 되었소. 우리 직원들이 일을 이 모양으로 하니 원. 뭐, 온 김에 저승 구경이나 좀 하고 가시구려. 어차피 되돌아가는 문을 여는 데 시간이 좀 걸리니, 그동안 내가 친히 안내해 드리리다." 염라대왕 직접 안내라니, 스님은 거절할 수도 없었고 솔직히 호기심이 일기도 했다. 대왕의 뒤를 따라 저승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천상으로 가는 길목에 이르렀을 때 스님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환하게 빛나는 길 위에 수많은 영혼이 모여 있었는데, 스님이 나타나자 그 영혼들이 일제히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인 것이다. 스님은 어리둥절했다. "이분들이 누구시오?" 염라대왕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스님이 이승에서 베풀었던 이들이오. 스님이 밥을 나눠주었던 걸인들, 상처를 치료해 주었던 짐승들, 그리고 스님의 경전을 읽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던 사람들이오. 이들의 감사와 기도가 모여 스님을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오." 한 노인의 영혼이 앞으로 나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스님, 제가 굶어 죽기 직전에 스님이 주신 죽 한 그릇 덕분에 석 달을 더 살고 손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리를 절던 토끼의 영혼이 스님의 발치에 달려와 비볐다. 검둥개의 영혼이 꼬리를 흔들었다. 스님은 무릎이 꺾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것들아... 너희가 여기서 이러고 있었구나..." 스님은 울먹이며 그들의 손을,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베푼 작은 밥덩이가, 하찮다고 여겼던 친절 하나가 결코 헛되지 않았구나. 한 끼를 거르며 걸인에게 준 죽 한 그릇이, 잠을 줄이며 토끼에게 발라준 약초가, 이렇게 빛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구나. 스님은 자신이 그토록 경전에 매달렸던 이유가 바로 이런 생명들을 사랑했기 때문임을 가슴 깊이 깨달았다. 글자가 아니었다. 먹과 붓이 아니었다. 그 글자에 담긴 마음, 그 마음이 닿는 생명들이 진짜 경전이었던 것이다.
※ 8단계: 재미 구간 (볼거리·핵심 장면들)
감동의 눈물을 닦은 것도 잠시, 스님을 이승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염라대왕이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스님, 문제가 하나 있소. 원래 이승으로 편하게 보내는 환생문이 있는데, 하필이면 지금 수리 중이오. 저승에도 시설 보수 공사가 있거든." "그러면 어떻게 돌아갑니까?" "음... 지옥을 통과하는 지름길이 있기는 한데, 좀 고약하오. 똥물 지옥과 칼산 지옥과 불못 지옥을 차례로 지나야 하오." 사자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들조차 가기 싫어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선율 스님은 덤덤했다. "허허, 중생이 있는 곳이라면 지옥인들 못 가겠습니까. 가봅시다." 첫 번째 관문은 칼산 지옥이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산처럼 솟아 있는 곳을 맨발로 걸어야 했다. 사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겁을 먹었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첫발을 내딛었다. 칼날이 발바닥을 찔렀다. 분명 아팠을 터인데 스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걸음을 옮기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이거 발바닥 지압이 절로 되는구려. 이승에서는 돈 주고 해야 하는데 저승에서는 공짜로 해주니 고맙소." 사자들이 입을 떡 벌렸다. "스, 스님, 안 아프십니까?" "아프고말고. 하지만 중생의 고통에 비하면 이까짓 게 뭐겠소." 두 번째 관문은 똥물 지옥이었다. 이것은 상상을 초월했다. 온갖 오물이 가득한 끈적끈적한 늪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그 냄새가 어찌나 지독한지 코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키 큰 사자가 첫 발을 담그자마자 "으웩!" 하고 구역질을 했다. 땅딸막한 사자는 아예 걸음을 멈추고 울상을 지었다. "저 못 가겠습니다.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스님은 코를 틀어막고 엉금엉금 늪을 건너면서 큰 소리로 염불을 외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그 염불 소리에 똥물 속에서 벌을 받던 귀신들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경을 들었다. 어떤 귀신은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고, 어떤 귀신은 합장을 했다. 스님이 지나간 자리만 오물이 갈라지며 길이 생겼다. 사자들이 허겁지겁 그 뒤를 따랐다. "이야, 스님 따라가면 냄새가 덜하다!" 세 번째 관문인 불못 지옥에서는 펄펄 끓는 기름 가마솥 사이를 지나야 했다. 사자들은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다. 키 큰 사자는 옷자락에 불이 붙어 "아이고 뜨거!" 하며 엉덩이를 두들기고, 땅딸막한 사자는 기름에 미끄러져 자빠지기를 세 번이나 반복했다. 정작 스님은 가사 자락을 여미고 두 손 모아 염불하며 묵묵히 걸어갔다. 마치 꽃밭을 거니는 것처럼 평온한 표정이었다. 사자들은 뒤에서 헐떡이며 수군거렸다. "형님, 저분이 사람 맞소?" "중이 아니라 부처님 아닌가 몰라."
※ 9단계: 중간 전환점 (미드포인트)
우여곡절 끝에 세 개의 지옥을 통과한 스님과 사자 일행은 마침내 이승으로 통하는 출구에 도착했다. 거대한 돌문이 하나 서 있었고, 그 문 너머로 이승의 빛이 아련하게 비치고 있었다. 저승에서의 긴 여정이 끝나가는 순간이었다. 염라대왕이 직접 나와 스님의 손을 잡았다. 처음 만났을 때 노기등등하던 대왕의 얼굴에 진심 어린 존경이 서려 있었다. "선율 스님, 본래 명부에 적힌 스님의 수명은 오늘까지였소. 하지만 우리의 실수로 스님을 잘못 데려온 것이니, 내 특별히 수명을 십오 년 더 늘려드리겠소." 스님의 눈이 번쩍 뜨였다. "십오 년이라 하셨소?" "그렇소. 십오 년이면 경전을 마저 완성하고도 남을 것이오." 스님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부처님이시여, 감사합니다. 경전을 마칠 수 있는 시간을 주셨습니다. 스님은 대왕 앞에 큰절을 올렸다. "대왕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이승에 돌아가면 반드시 경전을 완성하고, 남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중생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리다." 염라대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 가지 더. 스님이 저승에서 보고 들은 것을 이승의 사람들에게 전해 주시오. 선한 일을 쌓으면 저승에서도 빛나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악한 일을 저지르면 똥물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그것을 알면 조금이라도 착하게 살지 않겠소."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돌문이 천천히 열렸다. 눈부신 빛이 쏟아졌다. 스님은 감사의 합장을 올리고, 빛 속으로 힘차게 걸어 들어갔다. 이제 눈만 뜨면 다시 이승이다. 다시 붓을 잡을 수 있다. 다시 경전을 완성할 수 있다. 스님의 가슴이 뛸 듯이 부풀었다. 모든 것이 해결된 듯 보였다.
※ 10단계: 위기 압박 (악재가 몰려옴)
"헉!" 선율 스님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살아 돌아왔다. 영혼이 육체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기쁨은 찰나에 불과했다. 눈앞이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손을 뻗어보니 차갑고 거친 나무판자가 손끝에 닿았다. 위로도 나무, 옆으로도 나무. 좁디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 관이었다. 관 속이었다. 스님이 저승에 다녀오는 사이 이승에서는 이미 사흘이 지나 있었다. 해맑이가 스님의 죽음을 발견하고 통곡했고, 마을 사람들이 달려와 장례를 치렀다. 스님의 육체는 관에 넣어져 절 뒤편 산기슭에 묻혀 있었던 것이다. 관 뚜껑은 대못 여섯 개로 단단하게 박혀 있었고, 관 위로는 흙이 두텁게 쌓여 있었다. 스님은 공포에 질렸다. 뼈만 남은 주먹으로 관 뚜껑을 쳤다. 쿵, 쿵, 쿵. 하지만 못이 박힌 참나무 뚜껑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보시오! 밖에 누구 없소! 나 살아 있소! 여기 사람 있단 말이오!" 스님은 목이 터져라 소리 질렀다. 하지만 두꺼운 나무와 흙에 막혀 그 소리가 밖으로 나갈 리 만무했다. 관 안의 공기는 한정되어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산소가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살아서 돌아왔건만, 이번에는 생매장을 당해 죽게 생긴 것이다. 저승사자의 행정 착오로 억울하게 잡혀갔다가, 이승에서는 장례까지 치러져 관 속에 갇히다니. 이보다 더 기막힌 일이 세상에 있을까. 스님은 다시 관 뚜껑을 두드렸다. 쿵, 쿵. 손톱이 부러지고 손가락 끝에서 피가 났다. "부처님... 이것이 또 다른 시험입니까. 저승의 지옥을 지나왔는데 이승에서 또 지옥을 겪으라는 겁니까."
※ 11단계: 최악의 순간 (모든 게 끝난 듯)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관 안의 공기가 점점 희박해졌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가 타는 것 같았고,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스님은 더 이상 관을 두드릴 힘도 없었다. 손톱은 모두 빠져 있었고, 손가락 끝은 피투성이였다. 마지막 저항마저 소용없었다. 결국 이렇게 끝나는가. 저승에서 십오 년을 더 받아왔건만, 관 속에서 질식해 죽으면 무슨 소용인가. 경전은 영영 미완성으로 남는 것인가. 삼십 년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것인가. 스님은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해맑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스님 밥이 맛있다며 밥풀을 묻히고 웃던 그 아이. 걸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죽 한 그릇에 합장하며 고마워하던 그 사람들. 다리를 절던 토끼, 꼬리를 흔들던 검둥개. 이 모든 인연이 여기서 끊어지는 것인가. 스님은 저항을 멈추었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두 손을 가슴 위에 모았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숨으로 나직이 염불을 시작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입술만 달싹거렸다. 하지만 스님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고 맑았다.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스님이 평생 지켜온 신앙이었다.
※ 12단계: 영혼의 밤 (깊은 절망)
바로 그 시각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 무렵, 한 늙은 여인이 산기슭의 새 무덤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양 손에 떡 보따리와 과일 광주리를 든, 주름 가득한 얼굴의 보살이었다. 스님이 평생 아끼며 공양했던 서라벌의 늙은 보살, 덕순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스님의 무덤 앞에 떡과 과일을 내려놓고 두 손을 모았다. "스님, 이 할미가 왔습니다. 스님이 좋아하시던 송편이에요. 이승에서 못 드셨으니 저승에서라도 드시라고..." 할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때였다. 땅속 깊은 곳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탁... 탁... 탁... 할머니의 손이 멈추었다. 귀를 기울였다. 바람 소리인가. 아니다. 분명 무덤 속에서 무언가가 두드려지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가느다란 목소리 같은 것이 섞여 있었다. 할머니의 등골에 소름이 쫙 돋았다. "아이고머니나!" 할머니는 벌떡 일어서 뒷걸음질 쳤다. "귀, 귀신이야! 스님 귀신이 나타났어!" 할머니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도망치려 했다. 설마 죽은 사람이 살아났을 리가 있나. 귀신이 곡하는 거지. 그래, 귀신이 틀림없어. 할머니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스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가 저물어가는 저녁 햇살과 함께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 13단계: 3막 진입 (다시 일어섬)
바로 그때였다. "멍! 멍! 멍멍멍!" 어디선가 개 한 마리가 미친 듯이 짖으며 달려왔다. 검둥개였다. 스님이 매일 밥을 나눠주던 바로 그 주인 없는 검둥개. 검둥개는 무덤 위에 올라서서 앞발로 미친 듯이 흙을 파기 시작했다. 파고 또 파고, 발톱이 닳도록 파헤쳤다. 코를 땅에 박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더욱 격렬하게 땅을 긁었다. 꼬리를 세우고 하늘을 향해 길게 울부짖었다. 아우우! 그 소리가 산기슭에 메아리쳤다. 덕순 할머니가 걸음을 멈추었다. 돌아보니 스님이 키우던 검둥개가 무덤 위에서 필사적으로 땅을 파고 있었다. 개의 발톱에서 피가 흘러 흙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할머니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저게 그냥 귀신 소동이 아니다. 검둥이가 저러는 것은 무덤 속에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혹시... 혹시 정말로... 할머니는 뛰었다. 늙은 다리로 산을 내려가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이보게들! 미타사 스님 무덤에서 소리가 나! 검둥이가 무덤을 파고 있어! 제발 와서 파보게!" 마을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할머니, 죽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나요."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지! 만에 하나 살아 있으면 어쩔 거야!" 할머니의 간곡한 호소에 장정 대여섯이 곡괭이와 삽을 들고 산으로 올라갔다. 무덤에 도착하니 검둥개는 여전히 미친 듯이 땅을 파고 있었다. 장정들이 삽을 들어 흙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한 삽, 두 삽. 흙이 걷히자 관 뚜껑이 드러났다. 모두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한 장정이 떨리는 손으로 관 뚜껑의 못을 빼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마지막 못이 빠지는 순간, 장정이 관 뚜껑을 번쩍 들어 올렸다. 눈부신 저녁 햇살이 어둠을 뚫고 관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 14단계: 결말 (클라이맥스 해결)
관 뚜껑이 열리자 안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으... 눈이 부시구나..." 선율 스님이 두 눈을 찡그리며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흙먼지 범벅이 된 얼굴, 피투성이 손가락, 해골처럼 말라비틀어진 몸. 하지만 두 눈은 살아 있었다. 또렷하고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악! 귀신이다!" 장정들이 기겁을 하고 뒤로 나자빠졌다. 삽이 날아가고 곡괭이가 굴러갔다. 제 덩치를 잊은 장정 하나는 뒤에 선 사내를 밀치며 도망치려다 둘이 함께 나뒹굴었다. 스님은 관 가장자리를 붙잡고 에구에구 하며 몸을 일으켰다. 사흘을 굶고 관 속에서 산소가 부족한 상태로 버텼으니 온몸에 힘이 없었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옷에 묻은 흙먼지를 탁탁 털어내며 빙그레 웃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오. 내 아직 할 일이 남아서 말이오. 염라대왕님이 십오 년 더 살라고 돌려보내 주셨거든." 장정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덕순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벌러덩 주저앉으며 대성통곡을 했다. "아이고 스님! 아이고 부처님! 살아 계셨구나!" 검둥개는 관에서 나온 스님에게 달려들어 얼굴을 핥았다. 스님은 검둥개를 끌어안으며 울었다. "이놈아... 네가 나를 살렸구나. 네가 이 못난 중을 구해줬어." 스님은 부축을 받아 절로 돌아왔다. 해맑이가 달려오다 스님을 보고 넋이 나간 듯 멈춰 섰다. 그러고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스님의 품에 안겼다. "스님! 스님 죽은 줄 알았어요! 흑흑." "이 녀석, 이 스님이 그리 호락호락 죽을 줄 알았느냐. 허허." 스님은 씻지도, 밥을 먹지도 않고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는 사흘 전 먹물이 번진 경전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스님은 떨리는 손으로 먹을 갈았다. 새 붓에 먹을 적셨다. 그리고 중단되었던 대반야경 육백 번째 경전의 마지막 구절을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다. 방 안은 고요했다. 붓끝이 종이에 닿는 사각사각 소리만이 울렸다. 마지막 글자가 찍히는 순간, 스님의 입에서 나직한 염불이 흘러나왔다. "나무아미타불." 그 순간, 창밖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맑은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름 모를 향기로운 꽃잎이 절 마당에 소리 없이 내려앉았고, 은은한 향기가 온 산사에 진동했다. 마을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했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 하늘에서 꽃이 내리는구나." 선율 스님은 완성된 경전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고요히 미소 지었다. 삼십 년의 서원이 마침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 15단계: 마지막 장면 (파이널 이미지)
그로부터 십오 년이 흘렀다. 미타사는 더 이상 작은 절이 아니었다. 선율 스님이 저승에서 돌아온 이야기가 서라벌 전역에 퍼지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스님이 완성한 대반야경 육백 권은 신라의 국보로 지정되었다. 스님은 남은 세월 동안 경전을 사람들에게 읽어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했다. 선한 일을 쌓으면 저승에서도 빛나는 길이 열린다는 것, 작은 밥덩이 하나도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진짜 부자는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라는 것을. 해맑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 청년이 되었고, 스님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불경을 필사하는 제자가 되었다. 검둥개는 늙어서 이빨이 다 빠졌지만 여전히 절 마당에서 꼬리를 흔들며 스님의 곁을 지켰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이었다. 단풍이 온 산을 물들인 아름다운 날. 스님은 법당 앞 마당에서 경전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절 대문 밖 먼 길 끝에서 검은 갓을 쓴 두 사내가 서 있었다. 이번에는 실수가 아니었다. 정확히 십오 년이 지난 것이었다. 스님은 읽던 경전을 덮었다. 평생 함께한 붓을 가지런히 놓았다. 검둥개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해맑이의 어깨를 토닥였다. "스님, 어디 가세요?" 해맑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스님은 환하게 웃었다. "가야 할 때를 아는 것도 수행이란다, 해맑아. 울지 마라. 이 경전 속에 내가 다 들어 있으니." 스님은 신발을 가지런히 신었다. 십오 년 전 사자들에게 억지로 끌려가던 그때와는 달랐다.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했다. 마치 소풍을 떠나는 아이처럼. 사자들이 합장하며 인사했다. "스님, 이번에는 맞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했습니다." 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미련 없이 다 이루었으니, 이제 기쁘게 갑시다. 아, 그런데 이번엔 환생문 수리는 끝났소?" "네, 끝났습니다." "그거 다행이구려. 또 지옥을 통과하라면 이 늙은 뼈가 버틸지 모르거든. 허허허." 스님의 웃음소리가 단풍 물든 산에 울려 퍼졌다. 사자들도 따라 웃었다. 세 사람의 뒷모습이 노을빛 속으로 천천히 작아져 갔다. 절 마당에서는 검둥개가 길게 한 번 울었고, 해맑이는 스승이 남긴 붓을 가슴에 안고 고요히 눈물을 흘렸다. 바람이 불어 경전의 페이지가 살랑살랑 넘어갔다. 스님은 떠났지만, 육백 권의 경전 속에 담긴 스님의 마음은 천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터였다.
YouTube 엔딩
여러분, 저승사자의 실수로 황천길에 끌려갔다가 살아 돌아온 선율 스님. 참 황당하고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였습니다. 스님이 평생을 바쳐 베낀 경전도 대단하지만, 저는 스님에게 밥 한 끼 얻어먹고 무덤을 파헤쳐 스님을 구해낸 그 검둥개가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작은 정성이 큰 기적을 만든 것이지요. 혹시 오늘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 기회가 있다면, 주저하지 마십시오. 그것이 언젠가 당신을 살리는 손이 될지 모르니까요. 만복야담, 오늘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A peaceful Buddhist temple in Silla, Seorabeol. An old monk, Seon-yul, is tirelessly transcribing Buddhist scriptures in a small room. His fingers are calloused, and his face looks exhausted but serene. Outside, beggars and animals are resting peacefully in the temple courtyard.)**
A young novice monk asks Seon-yul a question while he rests. Seon-yul smiles gently, pointing at his heart. The atmosphere is warm and enlightening.)**
Seon-yul looks worried as he checks his empty rice jar. Villagers gossip about him, worried he might die soon from overwork. Despite his poor health, Seon-yul continues writing with determination.)**
Nighttime. Two Grim Reapers wearing black traditional hats (Gat) and dark robes suddenly appear in Seon-yul's room. They grab Seon-yul's soul just as he is about to write the last part of a scripture. The brush falls to the floor.)**
Seon-yul is being dragged along the road to the underworld (Hwangcheon-gil). He pleads with the Grim Reapers to let him finish his work. The Reapers look indifferent. They arrive at the River of Three Crossings (Samdocheon).)**
The court of King Yeomra (Yama). The King looks at his ledger with a confused expression, then scolds the Grim Reapers. Seon-yul stands nervously before the throne. The atmosphere is tense but slightly comical.)**
King Yeomra apologizes and shows Seon-yul around the underworld. Seon-yul sees the souls of animals and beggars he helped praying for him. He is deeply moved, realizing his kindness was not in vain.)**
Seon-yul travels through Hell to return to the living world. He crosses a mountain of knives and a river of filth. Instead of being scared, he chants Buddhist prayers, calming the demons. The Grim Reapers struggle to keep up with him, creating a funny scene.)**
Seon-yul arrives at the exit to the living world. King Yeomra grants him extended life to finish his work. Seon-yul bows in gratitude and dives into his own grave. A moment of seeming victory.)**
Inside a dark, cramped coffin. Seon-yul wakes up in his physical body, but realizes he is buried underground. The coffin lid is nailed shut. He struggles to breathe. Panic sets in.)**
Seon-yul is losing consciousness due to lack of oxygen. He stops banging on the coffin. He feels despair, thinking he will never finish the scripture. He starts chanting a final prayer.)**
Above ground, an old woman passes by Seon-yul's grave. She hears a faint sound from underground. She looks scared and is about to leave. Inside the grave, Seon-yul is fading away.)**
A dog barks furiously at the grave and starts digging. The old woman stops and gathers villagers. They start digging up the grave with shovels. Light breaks through the coffin lid.)**
The coffin opens, and Seon-yul sits up, dusting off his clothes. Villagers look terrified but relieved. Seon-yul rushes back to the temple, grabs his brush, and finishes the scripture. Magical flowers fall from the sky.)**
15 years later. Seon-yul is very old but looks happy. He is reading the finished scripture to people. He sees the Grim Reapers again in the distance. He smiles, puts down his brush, and puts on his shoes, ready to 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