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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울린 사랑 이야기

황금 인생 21 2025. 12. 3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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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울린 사랑 이야기 , 신분의 벽에 갈라진 사랑 (계서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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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400자)

"여보게, 월향아... 내가 이제 가네..."
팔십 노인이 임종 직전, 평생을 함께한 아내가 아닌 다른 이름을 부르며 눈을 감았습니다. 그 순간, 노인의 혼을 데리러 온 저승사자마저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계서야담에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한 선비가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분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그녀는 다른 곳으로 팔려갔습니다. 선비는 평생 그녀를 잊지 못한 채 다른 여인과 결혼해 살았습니다.
60년의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선비. 그의 임종을 지키던 저승사자는 노인의 마지막 소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과연 저승사자는 노인에게 어떤 선물을 주었을까요?
웃음보다는 눈물이, 기쁨보다는 애틋함이 가득한 조선시대 사랑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시대 계서야담에 전해지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신분의 차이로 첫사랑과 이루어질 수 없었던 선비가 60년 동안 그녀를 가슴에 품고 살다가, 임종 직전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세상을 떠납니다. 그의 혼을 데리러 온 저승사자마저 눈물을 흘렸다는 이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인간의 깊은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조선시대 야담 속에 숨겨진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를 만나보세요.

※ 노인의 임종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조선 후기, 계서야담에 전해 내려오는 실화입니다. 경상도 어느 시골 마을에 팔십이 넘은 노인 한 분이 계셨습니다. 젊은 시절 과거에 급제해 벼슬도 지냈고, 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분이었지요. 자손도 번창해서 아들 셋에 손주만 열 명이 넘었습니다. 주위에서 보기엔 복 많은 노인이었습니다.
그해 가을, 노인은 병을 얻어 자리에 눕게 되었습니다. 의원을 불러 약을 썼지만 차도가 없었습니다. 노인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요. 방 안에는 노인의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손주들이 모두 모여 있었습니다. 모두들 눈물을 흘리며 노인의 손을 잡았습니다.
노인의 아내는 일흔다섯의 할머니였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노인과 함께 해온 지 육십 년이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노인의 손을 꽉 쥐고 말했습니다. "영감, 정신 차리시우. 나 여기 있소이다. 당신 여편네가 곁에 있으니 걱정 마시구려." 하지만 노인의 의식은 점점 흐려져 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노인이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저기... 저기 보이는구나..." 자식들이 물었습니다. "아버지, 무엇이 보이십니까?"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저승사자... 저승사자가 나를 데리러 왔구나..."
방 안의 사람들은 모두 숙연해졌습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사람이 죽을 때 저승사자가 혼을 데리러 온다고 믿었습니다. 노인의 눈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노인은 숨을 헐떡이며 말을 이었습니다.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주시게... 내가... 할 말이 있네..." 노인은 가족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아내를, 자식들을, 손주들을 천천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보게들... 내 평생... 불효했네... 특히 당신..." 노인은 아내를 바라보았습니다.
"영감, 무슨 말씀이십니까? 당신은 좋은 남편이었소이다."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지만, 노인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네... 나는... 평생... 다른 사람을 가슴에 품고 살았네..." 방 안이 조용해졌습니다. 모두들 노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노인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아닌, 육십 년 전 헤어진 여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월향아... 내가 이제 가네... 너를 만나러... 가네..." 노인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습니다. "미안하다... 지키지 못한 약속... 미안하다..." 그리고 노인은 평화로운 얼굴로 눈을 감았습니다. 마지막 숨을 거둔 것입니다.
방 안에 남은 가족들은 어리둥절했습니다. 월향이라니? 그게 누구란 말입니까? 노인의 아내도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임종 직전 노인의 얼굴에는 젊은 사람처럼 평화롭고 행복한 미소가 번져 있었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무언가를 드디어 만난 사람처럼요.

※ 저승사자의 등장

노인의 혼은 천천히 육신을 떠나 공중으로 떠올랐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자신의 시신이 보였고, 그 주위에서 우는 가족들이 보였습니다. 노인은 이상하게도 슬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육십 년 동안 가슴에 품고 살았던 무게가 마침내 벗겨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가실 시간입니다."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노인이 돌아보니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키가 크고 얼굴은 창백했지만, 결코 무섭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딘지 모르게 온화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당신이 저승사자십니까?" 노인이 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당신의 혼을 저승으로 안내하러 왔습니다." 저승사자는 공손하게 대답했습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겠습니다. 가지요." 두 사람은 천천히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래로 마을이 점점 작아졌고, 산과 들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한참을 날아가던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노인장,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무엇이든 물으시게." "임종 직전에 부르셨던 월향이란 분은 누구십니까? 부인의 이름은 정씨 부인이신데, 왜 다른 이름을 부르신 겁니까?"
저승사자의 질문에 노인은 잠시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쉬며 말을 시작했습니다. "월향이... 그 아이는 내 평생의 첫사랑이었네. 육십 년 전 일이지만,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지."
"첫사랑이라... 그분과는 어떻게 되신 겁니까?" 저승사자가 물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저승사자는 이 노인의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혼을 저승으로 인도했지만, 임종 직전 첫사랑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처음 보았기 때문입니다.
노인은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스물셋 되던 해였네. 과거 공부를 하느라 한양에 머물고 있었지.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기생집에 갔다가 월향이를 처음 만났네. 그 아이는... 참 아름다웠어. 얼굴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노래도 잘하고, 시도 잘 짓고, 무엇보다 마음씨가 곱더군."
"처음엔 그저 기생이려니 했지. 하지만 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점점 빠져들었네. 그 아이도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았어. 우리는 만날 때마다 시를 주고받았고, 달빛 아래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지."
노인의 목소리에는 그리움이 묻어났습니다. 육십 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감정은 여전히 생생했습니다. "석 달 정도 그렇게 만났을까. 나는 월향이에게 청혼을 했네. '내가 과거에 급제하면 당신을 속량해서 정식으로 아내로 맞이하겠소.' 라고 말이지. 월향이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어."
"하지만..." 노인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더군. 내가 과거 공부에 집중하느라 한 달쯤 월향이를 못 만났을 때였네. 월향이가 있던 기생집 주인이 그 아이를 다른 곳에 팔아버린 거야."
"북쪽 어느 부자 양반에게 첩으로 팔려갔다고 했네. 내가 달려갔을 때는 이미 월향이는 떠나고 없었어. 나는 미칠 것 같았지. 월향이를 찾으려고 북쪽까지 갔지만,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네."
저승사자는 조용히 노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노인이 쓸쓸하게 웃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지. 신분도 재산도 없는 가난한 선비였으니까.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고, 부모님이 정해주신 여인과 결혼을 했네."
"부인에게는 잘해드렸습니까?" 저승사자의 질문에 노인은 잠시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최선을 다했네. 아내로서 존중했고, 예를 다했지. 하지만..." 노인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했다고는 말할 수 없네. 내 가슴 한편에는 언제나 월향이가 있었으니까."

※ 젊은 날의 첫사랑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월향이란 분과의 추억을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차피 저승으로 가는 길, 마지막으로 그녀를 떠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월향이를 처음 본 날을 기억하네. 친구가 기생집에 가자고 했을 때, 사실 내키지 않았어. 나는 과거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었거든. 하지만 친구가 워낙 졸라서 마지못해 따라갔지."
"기생집에 들어서자마자 가야금 소리가 들려왔네. 맑고 아름다운 소리였어. 소리를 따라가니 작은 방에서 한 처자가 가야금을 타고 있더군. 그 아이가 바로 월향이었네."
노인의 눈에는 그날의 장면이 또렷이 떠올랐습니다. "월향이는 스물한 살이었어. 하얀 저고리에 노란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달빛 같은 피부에 까만 눈동자가 참 아름다웠지.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그 아이의 눈빛이었네. 슬프면서도 맑은, 참 묘한 눈빛이었어."
"월향이가 노래를 불렀네. '산은 높고 물은 깊어 임 계신 곳 모르겠네...' 라는 노랫말이었지. 그 순간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네. 그저 이 아이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친구들이 술을 권했지만 나는 술잔을 들지 않았네. 대신 월향이에게 물었어. '처자는 시를 좋아하시오?' 월향이가 고개를 끄덕이더군. '네, 시를 좋아합니다만, 배움이 짧아 잘 짓지는 못합니다.' 라고 대답했지."
"나는 즉석에서 시 한 수를 지었네. '달빛 아래 가야금 소리 들리니, 세상 근심 모두 잊겠네. 이 밤이 길어 새지 않으면, 영원히 그대 곁에 머물고 싶네.' 라고 말이야. 월향이가 얼굴을 붉히며 웃었어.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나는 알았네. 이 아이를 사랑하게 될 거라는 걸."
"그날 이후로 나는 자주 그 기생집을 찾았네. 친구들은 내가 과거 공부는 내팽개치고 기생한테 빠졌다고 놀렸지. 하지만 상관없었어. 월향이를 만나는 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일이었으니까."
"우리는 함께 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네. 월향이는 비록 기생이었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어. '저도 글을 좀 더 배우고 싶어요. 세상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곤 했지. 나는 월향이에게 사서삼경을 가르쳐주었고, 월향이는 내게 음악을 가르쳐주었네."
"어느 날 밤이었네. 달이 유난히 밝던 날이었어. 월향이가 조용히 말했지. '나리, 저 같은 천한 몸을 좋아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 아닙니까?' 나는 월향이의 손을 잡았네."
"'월향아, 나는 진심이네. 내가 과거에 급제하면 당신을 속량해서 정식 부인으로 맞이하겠네. 신분이고 뭐고 상관없어. 당신이 내 평생의 반려자가 되어주게.' 월향이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어. '나리를 믿겠습니다. 저도 나리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라고 말이지."
"그날 밤 우리는 하늘의 달을 보며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맹세했네. 백년해로, 금슬이 좋은 부부가 되자고 약속했지. 나는 정말 행복했어. 과거에 급제해서 월향이와 함께 살 미래를 상상하며 잠들곤 했네."
저승사자는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수백 년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들었지만, 이렇게 순수하고 깊은 사랑 이야기는 드물었습니다.

※ 이별의 날

노인은 계속 이야기를 이었습니다. "그렇게 석 달이 흘렀네. 나는 과거 시험을 한 달 앞두고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한 달간 월향이를 만나지 못했지. 매일 편지는 주고받았지만, 직접 보지는 못했어. 그게... 그게 화근이었네."
"시험을 마치고 기쁜 마음으로 월향이를 만나러 갔을 때였네. 기생집 문이 굳게 닫혀 있더군. 이상한 느낌이 들어 주인을 찾았지. 주인은 나를 보자 민망한 표정을 지었어. '나리, 월향이는 이제 여기 없습니다.' 라고 하더군."
"내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네. '무슨 소리요? 월향이가 어디 갔단 말이오?' 주인은 눈을 피하며 대답했어. '북쪽 평안도의 부자 양반에게 팔려갔습니다. 큰돈을 주고 사갔으니, 이제 그 양반의 첩이 되었을 겁니다.'"
"나는 주인의 멱살을 잡았네. '당신이 팔았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소! 내가 속량하겠다고 했잖소!' 주인이 말했지. '나리는 가난한 선비 아니십니까? 언제 돈을 마련하실지 기약도 없고. 저도 장사를 해야 먹고 사는데, 좋은 가격에 사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네. 월향이... 내 월향이가... 다른 사람에게 팔려갔다니... 믿을 수가 없었어. 주인에게 어디로 갔는지 물었지만, 정확한 곳은 모른다고 했네. 그저 평안도 어딘가라고만 했어."
"나는 미친 사람처럼 북쪽으로 향했네. 돈도 별로 없었지만 그딴 건 상관없었어. 월향이만 찾을 수 있다면... 하지만 평안도는 넓었고,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막막했지."
"석 달 동안 이 마을 저 마을을 헤맸네. 기생집마다 찾아가 월향이를 아냐고 물었지. 부자 양반의 집마다 찾아가 수소문했어. 하지만 아무도 월향이를 아는 사람이 없었네. 혹시 이름을 바꿨을지도 몰라서 외모를 자세히 설명했지만 소용없었어."
"돈도 떨어지고 몸도 지쳐갔네. 겨울이 되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 어느 날 밤, 낯선 마을의 주막에서 잠을 청하다가 꿈을 꿨네. 꿈에 월향이가 나타났어. 하얀 옷을 입은 월향이가 울면서 말했지."
"'나리, 저를 찾지 마세요. 저는 이미 다른 사람의 첩이 되었습니다. 나리는 나리의 길을 가세요. 과거에 급제하시고, 좋은 분과 혼인하세요. 그게 저의 바람입니다.' 나는 꿈속에서 소리쳤네. '안 돼, 월향아! 나는 너만을 사랑해! 너를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월향이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네. 꿈에서 깨어났을 때, 내 뺨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어. 그날 밤 나는 결심했네. 더 이상 월향이를 찾는 건 그 아이를 괴롭히는 일이라고. 이미 다른 사람의 첩이 된 상황에서, 내가 나타나면 그 아이만 곤란해질 거라고 생각했지."
"결국 나는 고향으로 돌아왔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서 말이야. 부모님은 걱정하시며 혼처를 알아보셨고, 나는 모든 걸 포기한 채 그저 부모님 말씀을 따랐네. 그렇게 정씨 부인과 결혼을 했어."
"혼례를 올리는 날, 신부의 얼굴을 보았을 때... 참 미안했네. 이 여인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첫날밤에 부인이 물었어. '서방님, 제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나는 대답하지 못했네. 대답할 수가 없었어."
저승사자는 조용히 물었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월향을 잊지 못하고 사신 겁니까?"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네. 부인에게는 최선을 다해 예를 갖췄고, 자식들도 잘 키웠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가정이었지.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언제나 월향이가 있었어."

※ 60년의 세월

노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습니다. "육십 년을 그렇게 살았네. 부인과의 사이에서 자식 셋을 낳았고, 벼슬도 했어. 남들이 보기엔 성공한 인생이었지. 하지만 나만은 알고 있었네. 내 삶에는 늘 무언가 빈 공간이 있다는 걸."
"부인은 좋은 사람이었어. 착하고 현숙했지. 나를 잘 받들었고, 시부모님도 잘 모셨네. 자식들도 잘 키웠고. 하지만 나는... 나는 진심으로 부인을 사랑할 수가 없었어.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네."
"밤마다 잠들기 전에는 월향이를 생각했어. 지금쯤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나를 잊었을까? 아니면 나처럼 기억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들이 끊이지 않았지."
"한번은 부인이 물었어. 결혼한 지 십 년쯤 되었을 때였나. '서방님, 혹시 제가 잘못한 게 있습니까? 왜 저를 멀리하십니까?'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네. 부인의 잘못이 아니었으니까. 전적으로 내 문제였어."
"세월이 흘러 사십이 되었을 때, 우연히 월향이 소식을 들었네. 어느 친구를 통해서였어. 월향이가 평안도 어느 양반의 첩이 되어 살고 있다는 얘기였지. 자식도 낳았고, 그런대로 살고 있다고 했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쁜 동시에 슬펐어. 월향이가 살아있다는 게 기뻤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게 슬펐지.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육십 년 전에 끝난 일인데."
"오십이 되던 해, 또 한 번 월향이 소식을 들었네. 월향이의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이었어. 자식들이 월향이를 모시고 산다고 했지. 나는 편지를 쓰고 싶었네. 지난 삼십 년 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전하고 싶었어. 하지만 쓸 수가 없었지."
"무슨 권리로 편지를 보내겠나? 나는 이미 다른 여인과 결혼해서 자식까지 둔 몸인데. 월향이에게 연락하는 건 그 아이를 힘들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네. 그래서 그냥... 그냥 마음속으로만 월향이를 그리워했어."
"육십이 되던 해, 부인이 편찮으셨네. 중병이었어. 임종을 앞두고 부인이 내 손을 잡고 말했지. '서방님, 저는 행복했습니다. 비록 서방님의 마음을 다 얻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함께한 시간들이 소중했습니다.'"
"나는 눈물이 났네. 부인은 알고 있었던 거야.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그런데도 평생을 참고 살았던 거지. '여보, 미안하오. 내가... 내가 잘못했소.' 부인은 고개를 저었어. '아닙니다. 제 운명이었을 뿐입니다. 다만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부인이 조용히 말했지. '서방님이 먼저 가시거든, 저승에서라도 그분을 만나세요. 그분을 사랑하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나는 부인을 꽉 껴안았네. 미안하고 고마웠어. 이렇게 이해심 깊은 사람을 평생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내 자신이 한심했지."
"부인이 돌아가신 후, 나는 홀로 이십 년을 더 살았네. 자식들이 곁에 있었지만, 마음은 늘 외로웠어. 밤마다 월향이를 생각했고, 부인에게 미안했고, 내 인생이 헛되게 느껴졌지."
"칠십이 되었을 때, 월향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네. 병으로 고생하다가 돌아가셨다고 했어. 그날 밤, 나는 혼자 술을 마시며 울었네. 이제는 정말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된 거야. 이승에서는 말이지."
"그로부터 십 년을 더 살았네. 팔십이 되도록 살았어. 자손들은 잘 자라주었고, 나를 잘 모셨지. 하지만 나는 늘 월향이를 그리워했네. 이승에서 만나지 못한 아쉬움,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한 미안함... 그런 감정들이 가슴속에 가득했어."
저승사자는 노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한참을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습니다. "노인장, 후회하십니까?"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네. 월향이를 더 적극적으로 찾지 못한 것, 부인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한 것... 많은 것들이 후회되네."

※ 저승사자의 눈물

저승사자는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면서 온갖 사연을 들었지만, 이렇게 애절하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저승사자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노인장..."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제가 수백 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당신의 사랑이... 당신의 그리움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노인은 놀라서 저승사자를 바라봤습니다. "저승사자께서 눈물을 흘리신다니... 제 이야기가 그렇게 특별합니까?" 저승사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특별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살면서 많은 것을 잊어버립니다. 첫사랑도, 젊은 날의 꿈도, 순수한 감정들도... 하지만 당신은 육십 년 동안 한 사람을 가슴에 품고 사셨습니다."
"그게... 좋은 일입니까?" 노인이 물었습니다. "부인에게는 미안한 일이었고, 제 삶도 행복하지 못했는데..."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사랑이란 원래 그런 겁니다. 행복하지만 아프고, 아름답지만 슬프지요. 당신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 순수함과 진실함은 세월이 지나도 빛바래지 않았습니다."
저승사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노인장, 제가 당신께 특별한 선물을 드리고 싶습니다." "선물이라니요?" "저승으로 가는 길은 보통 외롭고 쓸쓸합니다. 혼자서 긴 길을 걸어가야 하지요. 하지만 당신만큼은... 당신만큼은 월향을 만나고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노인의 눈이 커졌습니다. "월향이를? 만날 수 있단 말입니까?" 저승사자가 미소 지었습니다. "월향은 십 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이미 저승에서 환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통은 저승으로 온 혼들이 서로 만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특별히 주선해 드리겠습니다."
"정말입니까? 정말로 월향이를 만날 수 있습니까?" 노인의 목소리는 떨렸고,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저승사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짧은 시간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난 후에는 월향은 환생을 떠나고, 당신도 저승의 심판을 받으러 가셔야 합니다."
"상관없습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단 잠깐만이라도 월향이를 다시 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노인은 저승사자의 손을 잡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승사자는 방망이를 꺼내 허공에 무언가를 그렸습니다. 그러자 앞에 빛나는 문이 나타났습니다. "저 문 너머에 월향이 있습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노인은 떨리는 발걸음으로 문 앞에 섰습니다. 육십 년을 기다린 순간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넓은 들판이 펼쳐졌습니다. 들판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었고,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저 멀리 한 여인이 서 있었습니다.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이었습니다. 등을 보이고 서 있었지만, 노인은 단번에 알아봤습니다. 월향이었습니다. 육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저승의 월향은 스물한 살 그때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월향아..." 노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습니다. 여인이 천천히 돌아봤습니다. 까만 눈동자, 환한 미소... 노인의 기억 속 월향 그대로였습니다.
"나리..." 월향도 노인을 알아봤습니다. 노인도 저승에서는 스물셋의 젊은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서로를 바라봤습니다. 육십 년 만의 재회였습니다.

※ 마지막 만남

노인과 월향은 한참을 그렇게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고,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너무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습니다. 결국 월향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나리... 정말 나리이십니까?" 월향의 목소리는 육십 년 전 그대로였습니다.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였습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갔습니다. "그렇네, 월향아. 나일세. 박생일세."
두 사람은 마침내 서로를 껴안았습니다. 육십 년 동안 그리워했던 사람, 평생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사람, 이제야 다시 만난 사람... 월향이 노인의 품에서 울었습니다. "나리... 오래 기다렸습니다... 정말 오래 기다렸어요..."
"나도 그랬네, 월향아. 평생을 너를 기다렸어. 이승에서 만나지 못한 게 한이 되어 여기까지 왔네." 두 사람은 들판의 꽃밭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육십 년 전, 한양의 달밤 아래서 그랬던 것처럼요.
월향이 물었습니다. "나리는 어떻게 사셨습니까? 행복하셨나요?" 노인은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행복하지 못했네. 너를 잊을 수가 없었어. 다른 여인과 결혼했고, 자식도 낳고, 벼슬도 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언제나 네가 있었네."
월향도 고백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다른 사람의 첩이 되어 살았고, 자식도 낳았지만... 밤마다 나리를 생각했어요. 우리가 함께 보낸 그 석 달이 제 평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미안하네, 월향아. 내가 너를 지키지 못했어. 약속을 지키지 못했네." 노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월향이 노인의 손을 잡았습니다. "아닙니다, 나리. 나리 잘못이 아닙니다. 그게 우리의 운명이었던 거예요."
"하지만 만약 내가 더 빨리 과거에 급제했다면, 만약 내가 더 부지런히 돈을 벌었다면, 너를 속량할 수 있었을 텐데..." 월향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런 거 생각하지 마세요. 중요한 건 우리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두 사람은 한참을 손을 잡고 앉아 있었습니다. 옛날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웠던 마음을 나누고, 미안했던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저승사자가 다가왔습니다.
"죄송하지만, 이제 헤어질 시간입니다." 저승사자의 말에 두 사람은 아쉬워했습니다. "벌써입니까?" 저승사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월향은 이제 환생을 떠나야 하고, 노인장은 저승의 심판을 받으러 가셔야 합니다."
월향이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나리,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노인이 월향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습니다. "꼭 만나자, 월향아. 다음 생에서는 신분도 없고, 가난도 없고, 우리를 갈라놓는 그 어떤 것도 없는 곳에서 만나자."
"약속하세요, 나리." 월향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습니다. 노인도 새끼손가락을 걸었습니다. "약속하네, 월향아. 다음 생에는 꼭 함께하자. 헤어지지 말고, 평생을 함께 살자."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포옹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서로를 놓았습니다. 월향이 뒤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빛나는 문 쪽으로요. 노인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리쳤습니다.
"월향아! 사랑하네! 평생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영원히 사랑할 거네!" 월향이 돌아보며 웃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환하게 웃었습니다. "저도 사랑합니다, 나리! 다음 생에 꼭 다시 만나요!"
월향이 빛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노인은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월향이 사라진 곳을 바라봤습니다. 저승사자가 조용히 다가왔습니다. "노인장, 이제 가실 시간입니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가지요. 이제는 미련이 없습니다." 노인의 얼굴에는 평화로운 미소가 번져 있었습니다. 육십 년 동안 가슴에 품었던 한이 풀린 것 같았습니다.
"저승사자님, 감사합니다. 당신 덕분에 월향이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승사자가 미소 지었습니다. "아닙니다. 당신의 순수한 사랑이 저를 감동시켰고, 그래서 제가 도와드린 겁니다. 당신 같은 분은 드뭅니다."
두 사람은 함께 저승으로 향했습니다. 노인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었습니다. 더 이상 후회도, 미련도, 한도 없었습니다. 월향을 만났으니까요. 사랑한다고 말했으니까요. 다음 생을 약속했으니까요.
저승사자는 노인을 배웅하며 생각했습니다. '진정한 사랑이란 이런 것이구나. 이루어지지 못해도, 세월이 흘러도, 죽음도 끊을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구나.'
그날 이후로 저승사자는 달라졌다고 합니다. 혼을 인도할 때마다 좀 더 따뜻하게, 좀 더 정성껏 대했다고 하지요. 노인의 사랑 이야기가 저승사자의 마음까지 변화시킨 겁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조선시대 계서야담에 전해지는 이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보여줍니다. 노인은 육십 년 동안 첫사랑을 잊지 않았고, 그 진심이 저승사자마저 감동시켜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은 이루어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가슴에 품고 사는 그리움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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