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일 대신한 품팔이꾼
제가 대신 일하겠습니다 저승사자 일을 대신해주고 살아난 품팔이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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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영상 도입부용, 400자)
"여러분,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조선시대 실제 기록인 『패관잡기』에 전해지는 신기한 이야기입니다. 힘들게 품을 팔아 하루하루 살아가던 가난한 사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이 사내가 길을 가다가 지쳐서 쓰러진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 사람을 부축해서 집까지 데려다주고, 심지어 그 사람의 힘든 일까지 대신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의 정체가 바로 저승사자였습니다! 저승사자는 사내의 착한 마음씨에 감동해서, 명부에서 사내의 이름을 지워주었다고 합니다. 과연 이 품팔이꾼은 어떻게 저승사자를 도왔을까요? 그리고 정말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까요? 자, 그럼 지금부터 이 신비롭고도 따뜻한 이야기 속으로 함께 떠나보시겠습니까?"
영상 설명란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시대 『패관잡기』에 기록된 저승사자와 품팔이꾼의 실화. 가난하지만 착한 마음씨를 가진 품팔이꾼이 우연히 만난 지친 사람을 도와주고, 그의 힘든 일까지 대신해줍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저승사자였고, 감동한 저승사자는 명부에서 품팔이꾼의 이름을 지워주어 목숨을 구해줍니다. 선행이 가져온 기적 같은 이야기를 구수한 입담으로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죽음과 삶, 운명과 선택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담은 감동적인 조선시대 야담입니다.
※ 품팔이꾼의 고된 하루
자, 이야기는 조선 숙종 임금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울 성저십리 어귀에 성은 최(崔)요 이름은 득보(得寶)라는 사내가 한 명 살고 있었습니다. 이 사내가 나이는 서른다섯쯤 되었는데, 집안은 가난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최 득보는 품팔이꾼이었습니다. 아침에 일거리를 찾아다니다가, 누가 일손이 필요하면 하루 품삯을 받고 일을 해주는 사람이지요. 짐을 나르기도 하고, 밭을 갈기도 하고, 온갖 궂은일을 다 하는 겁니다.
어느 가을날 한낮, 최 득보가 등짐을 지고 비탈길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등에 진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땀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숨은 턱까지 차올랐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으으 무겁네"
하지만 이 사람, 불평은 안 했습니다. 오늘 이 일을 마치면 품삯으로 쌀 닷 되를 받기로 했거든요. 그 쌀이면 늙은 어머니랑 어린 자식들 일주일은 먹일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참자 어머니랑 애들 생각하면서"
한 시간쯤 걸어 드디어 목적지인 부잣집에 도착했습니다. 주인이 나와서 짐을 확인하더니 만족스럽게 쌀 닷 되를 내주었습니다.
"자네 참 힘이 좋구만. 다음에도 부르겠네."
"감사합니다, 나으리!"
최 득보는 쌀을 받아들고 기뻐했습니다. 비록 온몸은 쑤셨지만, 가족들 얼굴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늙은 어머니가 마당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득보야, 왔구나. 힘들었지?"
"아닙니다, 어머니. 쌀 닷 되를 받았습니다!"
어머니는 쌀을 보시고 눈물이 맺히셨습니다.
"고맙구나, 득보야"
최 득보는 비록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부자였습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성실하게 일하고, 남을 속이는 법이 없었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최 득보를 좋아했습니다.
"최 득보는 참 착한 사람이야. 가난해도 남 도울 줄 알고"
그날 저녁,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쌀로 지은 밥이 윤기가 자르르 흘렀습니다. 반찬은 보잘것없었지만, 가족이 함께 먹으니 꿀맛 같았습니다.
"아버지, 맛있어요!"
어린 아들이 웃었습니다. 최 득보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그래, 많이 먹어라."
식구들이 배불리 먹는 모습을 보니 오늘 하루의 고됨이 다 잊혀졌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최 득보는 내일 일거리를 찾으러 나갔습니다. 마을 어귀에 품팔이꾼들이 모이는 곳이 있었거든요. 거기 가면 일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최 득보가 어둑어둑한 길을 걸어가는데, 저 앞에서 누군가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게 보였습니다.
※ 길에서 만난 지친 사람
최 득보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중년쯤 되어 보이는 사내였습니다. 키는 훤칠한데 얼굴은 창백하고, 걸음걸이는 휘청거렸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힘들게 걷는 모습이 불쌍해 보였습니다.
"여보시오, 괜찮으시오?"
그 사내가 고개를 들어 최 득보를 봤습니다. 눈빛이 흐릿했습니다.
"아 괜찮소 그냥 좀 피곤할 뿐이오"
말을 마치자마자 그 사내가 휘청하더니 쓰러지는 겁니다! 최 득보가 황급히 달려가 부축했습니다.
"정신 차리시오!"
사내가 가까스로 눈을 떴습니다.
"미안하오 오늘 일이 너무 많아서 기운이 다 빠졌소"
"어디 사시오?"
"저기 저 언덕 너머 작은 집이"
사내가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언덕 너머로 희미하게 집이 보였습니다. 한 이십 리는 되어 보였습니다.
최 득보는 잠시 망설였습니다. 자기도 오늘 하루 종일 일해서 기진맥진한 상태였거든요. 하지만 이 사람을 여기 그냥 둘 수는 없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사람을 그냥 둘 순 없지."
최 득보가 사내를 부축해서 일으켰습니다. 사내는 거의 의식이 없어서 온몸의 무게가 최 득보에게 실렸습니다.
"으으 무겁네 하지만 참아야지"
최 득보는 사내를 겨우 업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천근만근이었습니다. 이미 하루 종일 일한 몸이라 기운이 없었거든요. 다리는 떨리고, 숨은 차올랐습니다.
십 리쯤 갔을까요?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아팠지만 꾹 참았습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옷이 흠뻑 젖었습니다. 발에는 물집이 터져서 피가 났습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 시간쯤 걸어 드디어 그 집에 도착했습니다. 작은 초가집이었습니다. 최 득보가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여보시오! 사람 있소?"
문이 열리더니 중년 부인이 나왔습니다. 부인이 쓰러진 사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영감!"
"부인께서 이분 아시오? 이분이 길에서 쓰러지셔서 모셔왔소이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최 득보는 사내를 방 안으로 옮겨 눕혔습니다. 부인이 물을 떠와서 사내에게 먹였습니다. 사내가 조금 정신을 차렸습니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최 득보는 손을 저었습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부인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나으리,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영감이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매일 이렇게 쓰러집니다"
"무슨 일을 하시는데 그렇게 힘드십니까?"
부인이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우리 영감은 저승사자입니다."
"예? 저, 저승사자요?"
최 득보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습니다. 저승사자라니!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예. 우리 영감은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명부에 적힌 사람들의 혼을 데려가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이 어지러워 죽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전염병도 돌고 그래서 일이 너무 많아 영감이 쓰러지기 일쑤입니다."
최 득보는 놀라움과 안타까움으로 저승사자를 바라봤습니다. 저승사자도 사람처럼 힘들어하는구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 "제가 대신 일하겠습니다"
최 득보는 한참을 저승사자를 바라보다가, 문득 결심을 했습니다. 이 사람이 이렇게 고생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부인, 제가 제가 영감께서 하시는 일을 좀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부인이 놀라서 최 득보를 쳐다봤습니다.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도 품팔이를 하는 사람입니다. 남의 일을 대신해주는 게 제 일이지요. 영감께서 너무 힘들어 보이시니, 제가 조금이라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저승사자 일을 어떻게 사람이 대신한단 말입니까!"
하지만 최 득보는 진지했습니다.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이든, 힘든 길을 걷는 일이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품삯은 필요 없습니다."
저승사자가 눈을 뜨고 최 득보를 바라봤습니다. 그의 눈빛에는 놀라움이 섞여 있었습니다.
"당신 정말 그럴 생각이시오?"
"예, 진심입니다."
저승사자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천천히 일어나 앉았습니다.
"좋소. 그럼 내일 하루만 나를 도와주시오. 내가 데려가야 할 혼이 스물세 명인데, 그중 멀리 사는 사람들을 당신이 대신 데려다주면 되겠소."
"예! 그리 하겠습니다!"
저승사자가 품에서 작은 책자를 꺼냈습니다. 생사부였습니다. 사람의 생사가 적혀 있는 명부였지요.
"이 명부를 보시오. 여기 적힌 사람들이 내일 죽을 사람들이오."
최 득보가 명부를 펼쳐봤습니다. 스물세 개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한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최득보(崔得寶) - 내일 술시(오후 5시)'
자기 이름이었습니다! 내일 술시에 죽는다고 적혀 있는 겁니다!
최 득보는 손이 떨렸습니다. 내일 내가 죽는다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최 득보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습니다. 자기 이름이 적혀 있다는 걸 들키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명부를 돌려줬습니다.
"알겠습니다. 내일 이 사람들을 데려가면 되는 거지요?"
"그렇소. 이 방울을 그 사람 앞에서 흔들면 혼이 몸에서 빠져나와 당신을 따라오게 될 것이오."
저승사자가 작은 방울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끈을 허리에 매시오. 그러면 저승길이 보일 것이오."
붉은 끈을 받았습니다. 최 득보는 조심스럽게 받았습니다.
"내일 새벽에 일을 시작하시오. 해가 지기 전에 모든 혼을 저승 입구까지 데려다주면 되오."
"알겠습니다."
최 득보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깊은 밤이었습니다. 가족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습니다. 잠든 어머니와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들여다봤습니다.
"어머니 아이들아 미안하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내일이면 자기는 죽게 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저승사자 일을 대신하는 동안, 나를 데려갈 저승사자가 없는 거 아닌가?'
희망이 생겼습니다. 혹시 내가 일을 열심히 하면 저승사자가 감동해서 명부를 고쳐줄지도 모른다. 아니, 설령 안 된다고 해도 마지막 하루는 선한 일을 하면서 보내고 싶었습니다.
※ 저승사자의 정체
다음 날 새벽, 최 득보는 일찍 일어났습니다. 저승사자에게 받은 방울과 끈을 챙겼습니다. 가족들에게는 "오늘 먼 곳에 일하러 간다"고만 말했습니다.
"득보야, 조심해서 다녀오너라."
"예, 어머니. 저녁에 돌아오겠습니다."
최 득보는 어머니께 깊이 절을 올렸습니다. 혹시 이것이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지만, 꾹 참았습니다.
집을 나선 최 득보는 붉은 끈을 허리에 맸습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눈앞에 희미한 길이 하나 보이는 겁니다. 붉은빛이 감도는 길이었습니다. 저승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오오 정말 보이는구나"
최 득보는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명부를 펼쳐서 첫 번째 사람의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박철수 - 남대문 근처 주막집 주인 - 새벽 인시(오전 3시)'
최 득보는 서둘러 남대문으로 향했습니다. 주막집을 찾아가니, 과연 주인 영감이 술에 취해서 쓰러져 있었습니다.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습니다.
최 득보는 방울을 꺼내 흔들었습니다. 딸랑딸랑. 그러자 주인 영감의 몸에서 희뿌연 혼이 스르륵 빠져나왔습니다.
"어 어디야, 여긴? 나는 분명 술을 마시다가"
혼이 된 주인 영감이 당황해했습니다. 최 득보가 공손히 절을 올렸습니다.
"영감님, 송구하오나 이제 가실 시간입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가, 가라니? 어디로?"
"저승으로 가십니다."
주인 영감의 혼이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이미 몸에서 빠져나온 상태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최 득보를 따라나섰습니다.
이렇게 해서 최 득보는 하나씩 혼을 모아나갔습니다. 두 번째는 병으로 죽은 노파, 세 번째는 사고로 죽은 젊은이, 네 번째는 출산 중에 죽은 산모 하나하나 혼을 거두며 저승길로 인도했습니다.
혼들은 최 득보를 따라 줄지어 걸었습니다. 열 명, 열다섯 명, 스무 명 점점 늘어났습니다. 최 득보는 그들을 이끌고 저승 입구로 향했습니다.
저승 입구는 깊은 산속에 있었습니다. 커다란 바위문이 서 있고, 그 앞에 문지기가 서 있었습니다. 문지기는 최 득보를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어? 자네는 누구인가? 저승사자가 아닌 것 같은데?"
"예, 저는 저승사자님의 일을 대신 해드리는 사람입니다. 오늘 스물세 명을 데려왔는데 아, 그런데 한 명이 빠졌습니다."
최 득보는 명부를 확인했습니다. 스물세 명 중 스물두 명을 데려왔습니다. 한 명이 빠진 겁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문지기가 명부를 확인하더니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이상하구만. 여기 '최득보'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어디 있나?"
"그게 그게"
최 득보는 말을 더듬었습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오."
뒤를 돌아보니 저승사자가 서 있었습니다! 어제 그 지친 모습이 아니라, 씩씩하고 위엄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저승사자님!"
최 득보가 놀라서 외쳤습니다. 저승사자가 최 득보에게 다가왔습니다.
"최 득보, 수고했소. 덕분에 나는 하루를 푹 쉴 수 있었소."
"그런데 저승사자님, 저는"
"네가 궁금한 게 많겠지. 사실 나는 어제 일부러 네 앞에 쓰러진 것이오."
"예?"
"네 마음씨를 시험해보고 싶었소. 과연 네가 남을 돕는 사람인지, 아니면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인지 말이오."
저승사자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네가 예상보다 훨씬 더 착한 사람이더구나. 남의 일을 대신해주겠다고 자원하다니"
※ 명부에서 이름 지우기
최 득보는 저승사자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시험이었다니 그럼 지금 자기를 데려가려는 건가?
"저승사자님 그럼 저는 이제"
"걱정 마시오. 내가 할 말이 있소."
저승사자가 품에서 생사부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펼쳤습니다. 최 득보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원래 하늘의 뜻에 따르면, 너는 오늘 술시에 죽어야 하오. 그것이 명부에 적힌 운명이지."
최 득보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역시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구나. 가족들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 아내, 아이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하지만 말이오"
저승사자가 말을 이었습니다.
"네가 보여준 선행은 예사롭지 않소. 자기도 힘든데 남을 도왔고, 심지어 저승사자의 일까지 대신해주었소. 이런 선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을 그냥 데려갈 수는 없소."
저승사자가 품에서 붓 하나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명부에 적힌 '최득보'라는 이름에 붓을 갖다 댔습니다.
"내가 지금부터 네 이름을 명부에서 지우겠소. 이것은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염라대왕께서도 선행을 베푼 사람에게는 관대하시지."
저승사자가 붓으로 '최득보'라는 이름을 쭉 그었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 이름이 스르르 사라지는 겁니다! 마치 물에 씻긴 것처럼 깨끗하게 지워졌습니다!
"자, 이제 네 이름은 명부에서 사라졌소. 너는 더 이상 오늘 죽을 운명이 아니오."
"저, 정말입니까?!"
최 득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저승사자를 바라봤습니다. 저승사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소. 너는 이제 이승으로 돌아가도 좋소. 그리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거라."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 득보가 땅에 엎드려 절을 올렸습니다.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저승사자가 최 득보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일어나시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해두겠소. 네가 앞으로도 착하게 살면, 하늘이 복을 내릴 것이오. 반대로 나쁜 짓을 하면, 다시 명부에 이름이 올라갈 것이오. 명심하시오."
"예! 명심하겠습니다! 평생 착하게 살겠습니다!"
"좋소. 그럼 이제 돌아가시오. 해가 지기 전에 이승으로 가야 하오."
저승사자가 최 득보를 저승 입구 밖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리고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잘 가시오, 최 득보.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만, 그때는 아주 먼 훗날이 되기를 바라오."
"저승사자님, 정말 고맙습니다!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최 득보는 깊이 절을 올리고, 붉은 끈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이승으로 돌아왔습니다. 저승에서 이승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습니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어두운 숲을 지나야 했습니다.
하지만 최 득보는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살았다! 내가 살았다! 가족들을 다시 볼 수 있다! 이 생각만으로도 기쁨이 가슴 가득 차올랐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무렵, 최 득보는 드디어 이승으로 돌아왔습니다. 자기 동네가 보였고, 자기 집이 보였습니다. 최 득보는 미친 듯이 달렸습니다.
"어머니! 얘들아! 내가 돌아왔다!"
집 대문을 박차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집 안이 울음바다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내가 울고 있었고, 아이들도 울고 있었습니다.
"어, 어머니? 무슨 일이십니까?"
"득보야! 네가 네가 살아있구나!"
어머니가 최 득보를 보고 깜짝 놀라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꼭 껴안았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왜 죽습니까?"
"아까 네가 밭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하더구나! 사람들이 널 업고 왔는데, 숨이 끊어진 줄 알았단다!"
최 득보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아, 명부에 적힌 시간이 술시였으니, 그 시간에 자기가 죽을 뻔했구나. 하지만 저승사자가 명부에서 이름을 지워줘서 살아난 거구나!
"어머니, 저 괜찮습니다! 제가 멀쩡하지 않습니까!"
"그래, 그래 네가 살아서 정말 다행이다"
어머니는 한참을 아들을 껴안고 울었습니다. 최 득보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렇게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다니, 정말 기적이었습니다.
※ 기적 같은 생환
그날 밤, 최 득보는 가족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해줬습니다. 저승사자를 만난 이야기, 일을 대신해준 이야기, 그리고 명부에서 이름이 지워진 이야기까지.
가족들은 입을 떡 벌리고 들었습니다.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냐"
"예, 어머니. 제가 저승사자님의 일을 도와드렸더니, 그분이 제 이름을 명부에서 지워주셨습니다."
어머니는 하늘을 우러러 두 손을 모았습니다.
"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제 아들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최 득보의 아내도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여보, 당신이 평소에 착하게 사셔서 이런 복을 받은 거예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사세요."
"그럼요. 저는 평생 착하게 살 겁니다. 저승사자님께 약속했으니까요."
다음 날부터 최 득보의 소문이 마을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이 있다는 소문, 그리고 저승사자의 일을 도와줬다는 소문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최 득보의 집으로 몰려왔습니다.
"최 득보, 정말 저승에 갔다 왔다는 게 사실이냐?"
"예, 사실입니다."
"저승이 어떻게 생겼더냐? 무섭더냐?"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슬픈 곳이었습니다. 죽은 혼들이 가족과 헤어지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최 득보는 자기가 본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래, 우리도 살아있을 때 잘해야 해. 죽으면 끝이니까"
"맞아. 가족들한테 잘하고, 남한테도 잘해야지."
며칠 후, 최 득보는 다시 품팔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라진 게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최 득보를 특별하게 대하기 시작한 겁니다.
"최 득보 나으리, 우리 집 일 좀 도와주시오. 품삯은 두둑히 드리겠소."
"최 나으리, 이거 받으시오. 쌀 한 가마니요."
사람들이 앞다투어 최 득보에게 일을 맡겼고, 품삯도 후하게 줬습니다. 최 득보는 당황했습니다.
"아니, 이렇게 많이 주시면"
"괜찮소. 나으리는 저승사자님의 은혜를 입은 분 아니시오? 그런 분께 당연히 잘해드려야지요."
덕분에 최 득보의 살림은 점점 나아졌습니다. 쌀독은 항상 가득 찼고, 옷도 새로 장만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아이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 득보는 교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겸손해졌고, 더욱 부지런해졌습니다. 그리고 자기보다 가난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저 집은 과부 혼자 사는데 먹을 게 없다던데? 우리 쌀 좀 갖다 드리자."
"저 할아버지는 병이 드셨다는데? 약값을 좀 도와드리자."
최 득보는 번 돈의 절반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썼습니다. 저승사자가 한 말을 잊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착하게 살면 하늘이 복을 내릴 것이다'라는 말을요.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최 득보가 돕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아지기 시작한 겁니다. 병든 사람은 건강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일거리를 찾고, 슬픈 사람은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최 득보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야. 저승사자님의 은혜를 받았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라 마음씨도 착해. 남 도울 줄 아는 사람이야."
※ 선행의 보답
세월이 흘렀습니다. 몇 년이 지나자 최 득보는 더 이상 품팔이꾼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가게를 하나 차려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장사가 잘 되어서 제법 넉넉하게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 득보는 여전히 겸손했고, 여전히 남을 도왔습니다. 가게에서 번 돈으로 마을에 우물을 하나 파주고, 다리도 하나 놓아주고, 가난한 아이들에게 공부도 가르쳐줬습니다.
어느 가을날이었습니다. 최 득보가 가게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낯선 손님 하나가 들어왔습니다. 중년의 사내였는데, 얼굴이 묘하게 익숙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찾으십니까?"
"최 득보 나으리 계십니까?"
"제가 최 득보입니다만"
그 사내가 방긋 웃었습니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최 득보는 깨달았습니다. 바로 그 저승사자였습니다!
"저, 저승사자님!"
"허허, 알아보셨구려. 오랜만이오."
저승사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최 득보는 황급히 저승사자를 안쪽 방으로 모셨습니다.
"저승사자님,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그냥 궁금해서 들렀소. 자네가 잘 살고 있는지 보고 싶었지."
저승사자가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깨끗하게 정돈된 가게, 웃으며 일하는 점원들, 손님들과 정겹게 이야기하는 최 득보의 모습
"허허, 정말 잘 살고 있구려. 나는 기쁘오."
"저승사자님 덕분입니다.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오. 그것은 자네 스스로 만든 복이오. 자네가 착하게 살았기에 하늘이 복을 내린 것이지."
저승사자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작은 책자였습니다. 생사부였습니다.
"이것을 보시오."
저승사자가 생사부를 펼쳤습니다. 거기에는 최 득보의 이름이 다시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랐습니다.
'최득보(崔得寶) - 팔십오 세, 자손만당, 복록쌍전'
"이, 이건"
"자네는 이제 팔십오 세까지 살 것이오. 그리고 자손도 많이 두고, 복도 많이 누릴 것이오. 이것이 하늘이 자네에게 내린 상이오."
최 득보는 눈물이 났습니다. 감사의 눈물이었습니다.
"저승사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나에게 고마워하지 마시오. 자네 스스로에게 고마워하시오. 자네가 착하게 살았기에 이런 복을 받은 것이니까."
저승사자가 일어섰습니다.
"나는 이만 가보겠소. 다음에 만날 때는 정말 오십 년 후가 되겠구려. 그때까지 건강하시오."
"저승사자님, 잠깐만요!"
최 득보가 저승사자를 붙잡았습니다.
"제가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저처럼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 많습니까?"
저승사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오. 안타깝게도 많지 않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만 생각하고, 남을 돕는 데는 인색하지. 하지만 자네 같은 사람이 있기에, 이 세상이 아직 희망이 있는 것이오."
"그럼 제가 더 열심히 선행을 베풀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 할까요?"
"그렇소! 바로 그것이오! 자네가 모범을 보이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 할 것이오. 선행은 전염되는 것이오. 좋은 일은 좋은 일을 낳지."
최 득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더욱 열심히 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돕겠습니다."
"좋소. 그럼 잘 있거라."
저승사자는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습니다. 연기처럼 스르르 사라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최 득보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앞으로 더욱 더 착하게 살겠다고, 더욱 더 많은 사람을 돕겠다고.
그날부터 최 득보는 더욱 적극적으로 선행을 베풀었습니다. 마을에 서당을 지어서 가난한 아이들이 공짜로 공부할 수 있게 했고, 추운 겨울에는 무료 급식소를 열어서 굶주린 사람들을 먹였습니다.
최 득보의 선행은 소문이 나서 다른 마을까지 퍼졌습니다. 그리고 다른 부자들도 최 득보를 본받아 선행을 베풀기 시작했습니다.
"최 득보처럼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더라."
"맞아. 우리도 남 좀 도와야지."
이렇게 해서 선행의 물결이 온 나라로 퍼져나갔습니다. 최 득보 한 사람의 선행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 겁니다.
최 득보는 저승사자의 말대로 팔십오 세까지 살았습니다. 자식도 많이 두었고, 손주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다가 편안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최 득보가 세상을 떠나는 날, 저승사자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최 득보, 이제 갈 시간이오."
"예, 알고 있습니다. 저승사자님, 오랜만입니다."
"허허, 자네는 변함이 없구려. 마지막까지 웃으며 맞이하는구나."
"저는 후회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가족들도 행복하고, 많은 사람들을 도왔으니까요."
"그래, 잘 살았소. 이제 나를 따라오시오. 저승에서도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오."
최 득보는 저승사자를 따라 저승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염라대왕 앞에 섰습니다. 염라대왕이 생사부를 펼쳐보더니 환하게 웃었습니다.
"최 득보, 자네는 참으로 훌륭한 삶을 살았소. 다음 생에는 더 큰 복을 누리게 해주겠소."
이렇게 해서 최 득보의 이야기는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그의 선행은 영원히 사람들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조선시대 『패관잡기』에 실제로 기록된, 저승사자의 일을 도와주고 목숨을 건진 품팔이꾼 최 득보의 이야기였습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바로 선행의 힘입니다. 작은 선행 하나가 자기 목숨을 구하고, 나아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지요.
여러분도 오늘 작은 선행을 하나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웃에게 인사하기, 길에서 쓰레기 줍기, 어려운 사람 도와주기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그 작은 선행이 모여서 큰 복이 되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최 득보처럼 우리도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댓글로 여러분의 선행 경험도 나눠주세요. 다음 시간에는 또 다른 재미있고 감동적인 조선시대 야담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