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삶이 천국의 문을 열다
염라대왕께 잘 말씀드리리다 , 정직한 삶이 천국의 문을 열다 『전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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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300자 내외)
"평생을 정직하게 살아온 한 노인... 어느 날 밤, 그의 집에 저승사자가 찾아옵니다. 수명이 다했으니 따라오라는 것이었지요. 노인은 담담히 받아들이고 저승사자를 따라나섭니다. 하지만 저승길을 가는 도중, 노인이 보여준 한결같은 정직함과 선한 마음에 저승사자조차 감동하게 됩니다. 결국 저승사자는 노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염라대왕께 제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평생 바르게 산 사람에게 찾아오는 아름다운 결말... 오늘은 조선시대 『전등록』에 전해지는,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조선시대 문헌 『전등록(傳燈錄)』에 기록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평생 정직하게 살아온 한 노인과 그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의 따뜻한 만남을 그렸습니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조차 타인을 배려하고, 약속을 지키려는 노인의 모습에 저승사자까지 감동받게 되는데요. 우리 조상들이 중요하게 여겼던 정직과 신의의 가치를 담은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시니어 세대 여러분께 특히 추천드리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야담입니다. 편안히 앉아 옛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 평생을 정직하게 살아온 노인
조선 중기, 전라도의 작은 마을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성은 박씨요, 이름은 득순이라 하였습니다. 나이는 일흔다섯... 당시로서는 매우 장수한 편이었지요. 노인은 평생을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습니다. 넓은 땅도 없고, 큰 재산도 없었지만, 그는 언제나 만족하며 살았습니다.
박득순 노인에게는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거짓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배운 가르침이었지요.
"득순아,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정직이니라. 가난해도 정직하고, 힘들어도 정직하면, 하늘이 너를 저버리지 않는단다."
노인은 평생 이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습니다.
젊은 시절, 노인은 한양에 장사를 갔다가 길에서 주머니를 하나 주운 적이 있었습니다. 열어보니 은자 백 냥이 들어 있었습니다. 당시 노인에게는 그야말로 천금과도 같은 돈이었습니다. 하지만 노인은 그 자리에서 하루 종일 기다렸습니다. 해가 질 무렵,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한 양반이 허둥지둥 달려왔습니다.
"혹시 이 근처에서 주머니를 보신 분 없습니까? 제발..."
노인은 주머니를 꺼내 건넸습니다.
"이것이오?"
양반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돈은 병든 어머니의 약값이었다고 했습니다. 양반은 노인에게 사례금을 주려 했지만, 노인은 완강히 거절했습니다.
"남의 것을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오. 사례는 필요 없소."
또 한 번은 이웃집 소가 노인의 밭을 짓밟아 농사를 망친 적이 있었습니다. 이웃은 가난한 과부였고, 그 소가 유일한 재산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노인에게 말했습니다.
"박 영감, 당연히 보상을 받아야지요. 소를 팔아서라도 물어내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노인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소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과부네가 그 소마저 잃으면 어찌 살겠소? 내 농사는 내가 다시 지으면 되오."
이처럼 노인은 평생을 정직하고 선하게 살았습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속이지 않았고, 어려움이 있어도 약속은 반드시 지켰습니다.
노인에게는 슬하에 아들 둘과 딸 하나가 있었습니다. 모두 출가하여 제 살림을 꾸리고 있었고, 노인은 늙은 아내와 단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자식들은 가끔 찾아와 노인을 봉양했고, 노인 부부는 비록 가난했지만 평온한 노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 노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십 년을 함께 산 반려자였습니다. 노인은 슬펐지만, 태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먼저 가서 기다리시오. 나도 곧 따라가겠소."
아내의 장례를 치른 후, 노인은 홀로 집에 남았습니다. 자식들이 함께 살자고 했지만, 노인은 거절했습니다.
"너희는 너희 살림이 있지 않느냐. 나는 이 집에서, 너희 어미와 함께 살던 이 집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구나."
그렇게 노인은 혼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노인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날마다 아내의 사진 앞에 밥을 올리고, 마치 아내가 옆에 있는 것처럼 말을 걸었습니다.
"영감, 오늘은 날씨가 참 좋소. 꽃이 피었으면 당신이 좋아했을 텐데..."
"오늘은 큰아들이 다녀갔소. 손주도 데리고 왔는데, 아이가 참 많이 컸소."
노인은 평온했습니다. 평생을 정직하게 살았고, 후회할 일이 없었습니다.
※ 한밤중에 찾아온 저승사자
그날은 유난히 달이 밝은 밤이었습니다.
노인은 평소처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마루에 앉아 달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고, 귀뚜라미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습니다.
"영감, 달이 참 밝구려. 우리 젊었을 적에도 이렇게 달 밝은 밤이면 함께 마루에 앉아 있곤 했지..."
노인은 혼잣말을 중얼거렸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박득순."
누군가 노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였습니다. 노인은 고개를 돌렸습니다.
마당에 한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키가 훤칠하고, 검은 도포를 입고 있었습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은 깊고 차가웠습니다. 하지만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엄숙하고 근엄한 느낌이었습니다.
노인은 천천히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누구시오?"
"나는 저승에서 왔소. 당신을 데리러 왔소."
저승사자...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놀라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담담한 얼굴이었습니다.
"그렇군요. 드디어 때가 된 것이군요."
저승사자는 노인의 반응에 약간 놀란 듯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을 보면 비명을 지르거나, 애원하거나, 도망치려 하는데, 이 노인은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맞이하듯 담담했습니다.
"두렵지 않소?"
"두려울 것이 무엇이 있겠소? 사람이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는 법... 저는 이미 일흔다섯을 살았고, 후회 없이 살았습니다. 이제 먼저 간 아내를 만나러 갈 수 있다니, 오히려 반갑기까지 합니다."
저승사자는 노인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데려갔지만, 이렇게 의연한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를 따라오시오."
"잠깐만 기다려 주시겠소?"
노인은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승사자는 마당에서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노인이 나왔습니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단정히 빗었습니다. 손에는 작은 보따리가 들려 있었습니다.
"이제 가도 되겠소."
"그 보따리는 무엇이오?"
"아내의 유품 몇 가지와 자식들에게 남길 편지입니다. 길에 들러 전해주고 싶소."
저승사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승길은 혼자 가야 하는 길이오. 산 사람에게 물건을 전할 수 없소."
"알고 있소. 하지만 자식들 집이 여기서 그리 멀지 않소. 잠깐만 들렀다 가도 되지 않겠소? 이승에서의 마지막 부탁이오."
노인의 눈빛은 간절했습니다. 저승사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소. 하지만 오래 머물 수는 없소."
"고맙소."
두 사람은 집을 나섰습니다. 달빛 아래, 노인과 저승사자는 나란히 걸었습니다. 노인의 걸음은 느렸지만, 저승사자는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길을 가던 중, 노인이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잠깐... 저기..."
앞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술에 취한 듯 길바닥에 드러누워 있었습니다. 마을의 젊은이였습니다.
노인은 다가가 그를 흔들었습니다.
"젊은이, 이러다 감기 들겠네. 일어나서 집으로 가게."
젊은이는 중얼거리며 일어났습니다. 노인은 그를 부축해 근처 집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저승사자는 말없이 지켜보았습니다. 자신을 따라 저승으로 가는 길인데도, 노인은 쓰러진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다시 길을 가던 중, 또 다른 일이 있었습니다. 길가에 묶여 있던 송아지가 줄이 풀려 도망가고 있었습니다. 노인은 송아지를 쫓아가 붙잡았습니다.
"어느 집 송아지인가..."
노인은 주위를 살펴보다가, 근처 집 울타리에 송아지를 다시 묶어두었습니다.
저승사자가 물었습니다.
"노인장, 지금 저승으로 가는 길이오. 왜 그런 일에 신경을 쓰시오?"
노인은 담담하게 대답했습니다.
"습관이오.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소. 죽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지 않겠소? 저 송아지가 잃어버리면 주인이 얼마나 애태울까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소."
저승사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 저승길에서 보인 노인의 마지막 부탁들
첫째 아들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노인은 문을 두드렸습니다. 밤이 깊었지만, 곧 불이 켜지고 큰아들이 나왔습니다.
"아버지? 이 밤중에 어인 일이십니까?"
"미안하구나. 너를 보고 싶어서 왔다."
큰아들은 아버지를 맞아들였습니다. 저승사자는 문밖에 서서 기다렸습니다. 그는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기에, 큰아들은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노인은 아들과 마주 앉았습니다.
"얘야, 아비가 할 말이 있어서 왔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노인은 보따리에서 편지 한 통을 꺼냈습니다.
"이것은 너희들에게 남기는 아비의 마지막 말이다. 크게 남겨줄 재산은 없지만, 이 글만큼은 꼭 읽어다오. 그리고 네 동생들에게도 전해주거라."
"아버지,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아버지는 아직 건강하시잖습니까."
노인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사람의 목숨은 알 수 없는 법이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는 것이니라."
노인은 편지를 아들의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일어섰습니다.
"이제 가봐야겠다."
"아버지, 오늘은 여기서 주무시고 가십시오."
"아니다. 집이 편하다. 괜찮다."
노인은 아들의 손을 꽉 잡았습니다.
"효도하며 살아라. 네 형제들과 우애 있게 지내고, 네 자식들에게도 정직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라. 그것이 아비가 너희에게 바라는 전부다."
"예, 아버지."
큰아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왠지 모르게 아버지의 말씀이 마지막 인사처럼 느껴졌습니다.
노인은 집을 나왔습니다. 저승사자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음은 둘째 아들의 집이오."
두 사람은 다시 걸었습니다. 둘째 아들의 집은 조금 더 멀리 있었습니다. 가는 길에 노인은 자꾸 멈춰 섰습니다.
길가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주워서 치웠고, 열린 대문을 보면 들어가 닫아주었습니다. 우물가에 놓인 두레박이 바르지 못하게 걸려 있으면 바로 고쳐놓았습니다.
저승사자는 묵묵히 따라가며 지켜보았습니다. 이 노인은 저승으로 가는 길에서도, 세상을 정돈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자신이 떠난 후에도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듯했습니다.
둘째 아들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역시 같은 방식으로 아들을 만나 편지를 전했습니다. 둘째 아들도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배웅했습니다.
마지막은 시집간 딸의 집이었습니다.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길을 가던 중, 노인은 한 집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올해 흉년이 들어 굶주리는 집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집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노인은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었지만, 노인이 가진 전부였습니다.
"이 돈을..."
노인은 그 집 문 앞에 주머니를 놓았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떠났습니다.
저승사자가 물었습니다.
"그 돈은 노인장의 장례비용으로 모아둔 것이 아니었소?"
"그렇소. 하지만 나는 이미 죽는 사람이 아니오? 죽은 사람에게 장례비용이 무슨 소용이겠소. 산 사람들이 굶어 죽는데, 그 돈이라도 보태야지요."
저승사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수백 년간 저승사자로 일해왔지만, 이런 사람은 처음 보았습니다.
마침내 딸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동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노인은 딸을 만나 마지막 편지를 전했습니다.
"아버지, 제발 오래오래 사세요."
딸이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고맙다, 얘야. 아비는 충분히 오래 살았다. 이제 너희 어미한테 가야지. 그이가 혼자 얼마나 외로웠겠느냐."
노인은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집을 나섰습니다.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이제 모든 일을 마쳤소. 이제 저승으로 가야 하오."
"알고 있소. 기다려줘서 고맙소."
두 사람은 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저승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었고, 길은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노인은 담담히 걸었습니다. 저승사자는 노인의 옆을 걸으며, 문득 입을 열었습니다.
"박득순 노인장..."
"무엇이오?"
"나는 수백 년간 수많은 사람들을 저승으로 데려갔소. 하지만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이오."
노인은 빙그레 웃었습니다.
"별일 아닌데 무슨 말씀을..."
"아니오. 당신은 특별하오. 죽음 앞에서도, 저승으로 가는 길에서도, 당신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정직하고 선했소. 염라대왕님께... 제가 잘 말씀드리겠소."
노인은 저승사자의 손을 잡았습니다.
"고맙소. 그대도 수고가 많소."
저승사자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 저승사자가 본 노인의 참된 인품
안개를 헤치고 한참을 걷자, 앞에 거대한 문이 나타났습니다.
저승문이었습니다. 검은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에는 용과 봉황이 조각되어 있었고, 문 앞에는 두 명의 문지기가 창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저승사자 나리, 오셨습니까?"
문지기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인을 이끌고 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문을 지나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넓은 광장이 있었고, 수많은 혼령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두 이승에서 저승으로 넘어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울고 있었고, 어떤 이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또 어떤 이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는 노인을 다른 줄로 안내했습니다.
"노인장, 이쪽으로 오시오. 일반 혼령들과는 다른 곳으로 가야 하오."
"왜 그렇소?"
"당신처럼... 특별한 경우는 염라대왕님께서 직접 보시오."
노인은 저승사자를 따라 긴 복도를 지나갔습니다. 복도 양옆으로는 이상한 그림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생전에 지은 선행과 악행이 그려진 그림들이었습니다.
마침내 거대한 전각 앞에 도착했습니다. '염라전'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문이 천천히 열렸습니다.
전각 안은 장엄했습니다. 높은 단 위에 거대한 옥좌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 염라대왕이 앉아 있었습니다. 붉은 도포를 입고, 위엄 있는 수염을 기른 모습이었습니다. 그의 눈빛은 깊고 날카로웠지만, 어딘가 자비로움도 느껴졌습니다.
옥좌 양옆으로는 여러 관리들이 서 있었습니다. 그들은 커다란 장부들을 들고 있었습니다. 인간들의 선행과 악행이 기록된 생사부였습니다.
"박득순을 데려왔습니다."
저승사자가 깊이 절을 올렸습니다. 노인도 따라서 절을 올렸습니다.
염라대왕이 입을 열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렸습니다.
"박득순... 일흔다섯 평생을 살았구나."
"예, 대왕마마."
"네 생사부를 살펴보았다."
한 관리가 앞으로 나와 커다란 장부를 펼쳤습니다. 염라대왕이 그것을 훑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염라대왕은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기며 노인의 일생을 살펴보았습니다. 노인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마침내 염라대왕이 입을 열었습니다.
"기이하도다..."
"대왕마마?"
"이 장부에... 악행이 단 한 건도 기록되어 있지 않구나."
전각 안이 술렁였습니다. 관리들이 서로 놀란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악행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습니다.
염라대왕이 계속 말했습니다.
"일곱 살 때, 배고픈 친구에게 자신의 밥을 나눠주었고... 열다섯 살 때, 길 잃은 아이를 찾아 부모에게 데려다주었구나. 스물두 살 때, 은자 백 냥이 든 주머니를 주워 주인을 찾아주었고... 서른 살 때, 이웃의 소가 밭을 망쳤으나 용서해주었구나."
염라대왕은 계속해서 노인의 선행들을 읽어내려갔습니다. 노인의 일생은 작은 선행들로 가득했습니다. 어떤 것은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길에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세운 것, 짐 나르는 노파를 도와준 것, 버려진 강아지를 거둔 것...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하늘은 사람의 작은 선행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염라대왕이 마지막 장을 넘겼습니다.
"오늘 밤, 저승으로 오는 길에서도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잃어버릴 뻔한 송아지를 돌려주고, 자신의 장례비용을 굶주리는 이웃에게 남기고 왔구나."
염라대왕이 노인을 바라보았습니다.
"박득순, 네가 무엇을 바라느냐?"
노인은 고개를 들었습니다.
"소인은... 다만 먼저 간 아내를 만나고 싶을 뿐입니다."
"그것뿐이냐?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 더 살고 싶지 않느냐?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지 않느냐?"
노인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소인은 이미 충분히 살았습니다. 가난했지만 행복했고, 힘들었지만 후회 없이 살았습니다. 이제는 쉬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만나고 싶습니다."
염라대왕은 잠시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다. 하지만 그 전에..."
염라대왕이 옆의 관리에게 손짓했습니다. 관리가 다른 장부를 가져왔습니다.
"박득순, 네 아내 이씨의 생사부이다."
염라대왕이 장부를 펼쳤습니다.
"네 아내도 너처럼 평생을 선하게 살았구나. 그리고 지금 저승의 꽃밭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
노인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정말... 정말입니까?"
"저승에서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네 아내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곧 만나게 해주마."
노인은 무릎을 꿇고 깊이 절을 올렸습니다.
"고맙습니다, 대왕마마. 정말 고맙습니다."
※ 염라대왕 앞에 선 노인
염라대왕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박득순, 내가 너에게 특별한 은혜를 베풀고자 한다."
"대왕마마, 소인은 이미 충분히..."
"아니다. 너 같은 사람은 백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다. 하늘의 이치상, 선한 사람에게는 복을 내려야 하는 법이다."
염라대왕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전각 안에 환한 빛이 가득 찼습니다.
"첫째, 너와 네 아내는 저승의 극락세계에서 살 것이다. 다시는 고통도 슬픔도 없는 곳이다."
빛이 더욱 밝아졌습니다.
"둘째, 네 자손들은 대대로 복을 받을 것이다. 부귀는 아니더라도, 건강하고 화목하게 살 것이며, 정직한 품성을 이어받을 것이다."
노인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셋째..."
염라대왕이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습니다.
"너는 백 년 후에 다시 이승에 태어날 것이다. 그때는 더 좋은 환경에서, 네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하늘이 너에게 주는 선물이다."
"대왕마마..."
노인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감격에 겨워 목이 메었습니다.
염라대왕이 자리에 다시 앉으며 말했습니다.
"박득순, 네가 평생 보여준 정직함과 선함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승에 전해질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너를 본받아 바르게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소인은 그저... 부모님께 배운 대로 살았을 뿐입니다."
"그것이 바로 위대한 것이다. 배운 대로 한평생을 흔들림 없이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니겠느냐?"
염라대왕이 저승사자를 향해 말했습니다.
"저승사자, 이 노인을 극락세계로 안내하라. 그리고 그의 아내와 만나게 해주어라."
"예, 대왕마마."
저승사자가 노인에게 다가왔습니다. 노인은 다시 한 번 염라대왕께 깊이 절을 올렸습니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가거라. 그리고 편히 쉬어라. 네 평생의 수고가 끝났다."
저승사자와 노인은 전각을 나왔습니다. 밖에는 아름다운 길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양옆으로 꽃들이 만발해 있었고, 나비들이 날아다녔습니다. 아까의 어두운 저승길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곳이... 극락으로 가는 길이오?"
"그렇습니다, 노인장. 이제 고통의 길은 끝났습니다. 앞으로는 행복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꽃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노인장, 제가 염라대왕님께 말씀드린 것이 있습니다."
"무엇을 말씀하셨소?"
"노인장이 저승으로 오는 길에서 보여주신 모습들을 낱낱이 말씀드렸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타인을 배려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선행을 베푸신 것을요."
저승사자가 미소 지었습니다.
"대왕마님께서 크게 감동하셨습니다. 그래서 더 큰 은혜를 내리신 것입니다."
"고맙소, 저승사자님. 당신도 참 좋은 분이시오."
"저야말로 노인장 같은 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한참을 걷자, 앞에 아름다운 정원이 나타났습니다. 온갖 꽃들이 피어 있었고,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한 여인이 서 있었습니다.
노인은 그 모습을 보자 걸음을 멈췄습니다.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영감..."
여인이 노인을 향해 걸어왔습니다. 젊은 시절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이었습니다.
"영감... 기다리고 있었어요..."
노인도 달려갔습니다. 일흔다섯 노인의 몸이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아니, 어느새 노인의 몸도 젊어지고 있었습니다. 주름이 펴지고, 머리카락이 검어지고, 허리가 펴졌습니다.
두 사람은 마침내 만났습니다. 꽉 껴안았습니다.
"영감... 보고 싶었어요..."
"나도... 나도 보고 싶었소..."
저승사자는 미소 지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돌아섰습니다. 이제 자신의 임무는 끝났습니다.
"저승사자님!"
노인이 불렀습니다. 저승사자가 돌아보았습니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저승사자는 깊이 절을 올렸습니다.
"제가 더 감사드립니다, 노인장. 노인장 덕분에 저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노인 부부는 손을 맞잡고 정원을 걸었습니다. 이제 영원히 함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정직한 사람에게 내려진 은혜
그로부터 며칠 후, 이승에서는 노인의 장례식이 치러졌습니다.
세 자녀는 아버지가 남긴 편지를 읽었습니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내 자식들아. 아비는 너희에게 재산을 남겨주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꼭 남기고 싶었다. 그것은 바로 정직하게 사는 법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거짓말을 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남을 속여서 이득을 보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말아라. 정직은 그 순간에는 손해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가장 큰 이득이 된다.
아비는 평생 가난하게 살았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 어디를 가도 당당했고, 밤에도 편히 잠들 수 있었다. 그것이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누리는 진짜 부귀다.
너희도 그렇게 살거라. 그리고 너희 자식들에게도 가르쳐라. 우리 집안의 가훈은 '정직'이라고. 그것만 지킨다면, 너희는 어디서든 복을 받을 것이다.
아비는 먼저 간다. 너희 어미를 만나러 간다. 슬퍼하지 말거라. 아비는 행복하다. 너희 같은 자식들을 두어서, 너희 어미 같은 아내를 만나서, 이렇게 오래 살아서... 모든 것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잘 살거라, 내 사랑하는 자식들아."
편지를 읽은 자식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들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장례식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노인이 살아생전 도움을 준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노인에게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노인은 끝까지 독촉하지 않았습니다.
"빚은 잊어버리시오. 그대 형편이 어려운 것을 내가 아는데, 어찌 재촉하겠소?"
어떤 이는 노인에게 실수로 피해를 입혔던 사람이었습니다. 노인은 용서했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법이오. 괜찮소."
그들은 모두 노인의 관 앞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박 영감님은 정말 좋은 분이셨어..."
"저런 어른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우리 모두 영감님처럼 살아야 해..."
장례식이 끝나고, 마을 사람들은 노인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작은 비석을 세웠습니다. 비석에는 이렇게 새겨졌습니다.
"정직한 사람, 박득순 여기 잠들다. 그의 선함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노인의 자식들은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정직하게 살았습니다. 그들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코 거짓말하지 않았고, 남을 속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들은 복을 받았습니다. 큰 부자가 되지는 않았지만, 늘 먹고살 만큼은 벌 수 있었습니다. 병에 걸려도 금방 나았고, 어려움이 생기면 누군가 도와주었습니다.
손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직하게 살았고, 복을 받았습니다. 박득순 노인의 후손들은 대대로 '정직한 집안'으로 소문났습니다.
그리고 백 년이 흘렀습니다.
한양의 양반 집안에 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똑똑하고 착한 아이였습니다. 아이는 자라서 훌륭한 선비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사람들은 물었습니다.
"어찌 그리 정직하고 선하신가요?"
그는 대답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전생에도 이렇게 살았던 것 같은..."
그는 몰랐습니다. 자신이 백 년 전의 박득순 노인이라는 것을. 염라대왕의 약속대로, 더 좋은 환경에서 다시 태어난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영혼 깊은 곳에 새겨진 정직함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승의 극락세계에서, 노인 부부는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때때로 이승을 내려다보며, 자신들의 자손들이 잘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영감, 우리 손자들이 잘 크고 있네요."
"그렇소. 모두 정직하게 살고 있소. 내가 바라던 대로..."
"영감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에요. 평생을 바르게 사셨잖아요."
노인은 아내의 손을 잡았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가능했소. 당신이 늘 옆에서 지켜봐 주었기에..."
두 사람은 미소 지었습니다. 영원한 행복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직하게 산 사람이 받는 복이었습니다. 이승에서도, 저승에서도, 그리고 다음 생에서도 계속되는 복이었습니다.
저승사자는 가끔 그들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노인장, 노인장의 이야기는 이승에 널리 퍼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인장을 본받아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것 참 다행이군요."
"노인장 한 사람의 삶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노인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나는 그저... 배운 대로 살았을 뿐이오."
"그것이 바로 위대한 것입니다."
해가 지고 달이 떴습니다. 극락세계의 밤하늘은 별들로 가득했습니다. 노인 부부는 손을 맞잡고 그 별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의 이야기 '정직한 노인과 저승사자'는 여기서 마칩니다.
조선시대 『전등록』에 전해지는 이 이야기는 평생을 정직하게 사는 것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박득순 노인은 부자도, 높은 벼슬아치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한평생 거짓 없이, 약속을 지키며 살았고, 그 대가로 저승에서도 후손들에게도 복을 받았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말씀하셨습니다. "하늘이 보고 있다"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바르게 행동하라고. 그것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말입니다.
오늘 이야기가 여러분께 작은 위안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립니다. 다음에도 따뜻한 옛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 좋은 꿈 꾸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