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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사자들이 남몰래 하는 일

황금 인생 21 2025. 5. 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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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들이 남몰래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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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립션 (300자)

조선시대 저승사자들의 숨겨진 선행을 들여다보는 오디오 드라마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차갑고 냉정하게 영혼을 거두어야 하지만, 인간들 몰래 구휼과 자비를 베푸는 저승사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명부에 적힌 대로만 해야 하는 엄격한 규율 속에서도 불쌍한 이들을 돕고, 부정한 권력자들의 악행을 바로잡으며, 때로는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는 저승사자들의 따뜻한 이면을 담았습니다.

※ 새로운 임무를 받는 저승사자들과 염라대왕의 경고

푸른 빛이 감도는 저승의 명부청. 천년 묵은 소나무로 지은 대청마루에는 수천 권의 생사부가 가지런히 꽂혀 있고, 검은 도포를 입은 저승사자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오가고 있다. 선임 저승사자 강 백운이 새로 온 저승사자들에게 엄격한 목소리로 훈계하고 있다.

"오늘부터 명부에 적힌 대로 혼백을 수거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다. 저승의 법도는 엄격하니,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명부에 적힌 이름, 나이, 죽음의 방식, 시간을 정확히 따라야 한다. 그 어떤 예외도 허용되지 않는다."

젊은 저승사자 허 초영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질문한다.

"대인, 만약 명부에 적힌 사람이 죽기엔 너무 젊거나, 혹은 가족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예외는 정말 없는 것입니까?"

강 백운이 깊은 한숨을 내쉰다.

"초영아, 너의 마음씨가 선한 것은 알지만, 우리는 저승의 법도를 어길 수 없다. 명부는 하늘의 뜻이요, 천명이니..."

그때 멀리서 종소리가 울리고, 모든 저승사자들이 고개를 숙인다. 염라대왕의 사자가 나타나 엄숙한 목소리로 외친다.

"모든 저승사자들은 주의하라! 최근 몇몇 저승사자들이 인간 세상에서 허락 없이 선행을 베풀고, 명부의 순서를 어지럽히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천벌을 받을 중죄니, 적발되는 자는 지옥문 앞을 천 년간 지키는 벌을 받을 것이다!"

사자가 떠나자 명부청에 긴장감이 감돈다. 허 초영이 옆에 있는 나이 든 저승사자 이 명원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어떤 저승사자들이 그런 일을 했다는 건가요?"

이 명원이 주위를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춘다.

"말하자면, 몇몇 저승사자들이 너무 불쌍한 인간들을 보고 마음이 동해 도움을 준 것이지. 굶주린 아이들에게 몰래 음식을 주거나, 병든 어머니의 목숨을 조금 연장해 아이들과 이별할 시간을 준다든지... 하지만 이건 비밀이야."

허 초영의 눈이 커진다.

"그런 일이 가능합니까? 그렇게 하면 천벌을..."

"그래, 위험한 일이지. 하지만 백 년 넘게 저승사자 일을 하다 보면... 가끔은 규칙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단다."

그때 강 백운이 두 사람에게 다가와 오늘의 명부를 건넨다.

"이 명원, 너는 오늘 한양 북촌의 이 판서를 데려오고, 허 초영은 경기도 광주의 심한 가뭄으로 굶주린 마을을 맡아라."

허 초영이 명부를 받아 들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대인, 여기... 이 마을에서 오늘 스무 명이 모두 굶주림으로 죽게 되어 있습니다. 그 중 열다섯 명이 어린이들입니다!"

강 백운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이 명부의 뜻이다. 저승사자로서 우리는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허 초영이 떠난 후, 강 백운은 이 명원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명원아, 초영이를 몰래 지켜보거라. 그 아이가 어떤 선택을 할지 보고 싶구나."

이 명원이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선배님, 혹시 선배님도...?"

강 백운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린다.

"명부청 서쪽 창고에 인간 세상의 양식이 있다. 나는 본 적이 없네만... 누군가 그것을 가져간다 해도 모르는 일이지."

※ 가난한 어린이를 몰래 도와주는 저승사자의 모습

해질녘, 먼지가 날리는 메마른 마을. 초가지붕은 낡고 거친 바람에 흔들리며, 굶주린 아이들이 빈 그릇을 들고 앉아 있다. 검은 도포를 입은 허 초영이 보이지 않는 몸으로 마을을 돌아다니며 명부의 이름들을 확인하고 있다.

"김삼복, 여덟 살... 이소화, 다섯 살... 박돌이, 열 살..."

허 초영이 초가집 안을 들여다보니, 죽어가는 아이들 곁에서 어머니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허 초영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이 스친다.

"이건... 너무 가혹하다. 어린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때 마을 어귀에서 말 발굽 소리가 들리고, 사또의 행차가 지나간다. 군졸들이 장작과 쌀을 가득 실은 수레를 호위하고 있다.

"사또, 이 양식은 어디로 가져가야 합니까?"

"바보같은 놈! 물론 내 창고지! 이런 가뭄에 쌀값이 폭등할 테니 두고 두고 팔아 이익을 취하리라."

허 초영이 분노에 떨며 사또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때 초영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다."

돌아보니 이 명원이 서 있다. 허 초영이 당황하며 물러선다.

"선배님! 제가 무슨 선택이라니... 저는 그저 명부대로 할 뿐입니다."

이 명원이 고개를 저으며 웃는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나? 저기 사또를 보아라. 그가 굶주린 백성들의 양식을 빼앗고 있다. 그것이 천명이라 생각하느냐?"

허 초영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명부를 내려다본다.

"하지만 명부에는..."

"명부는 인간의 운명이지만, 때로는 불의가 그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

이 명원이 소매 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낸다.

"이것은 저승의 약초다. 인간에게 먹이면 열흘 정도 죽음을 미룰 수 있지. 어린이들에게 나눠주면 그 사이에 도움이 올지도 모른다."

허 초영이 놀란 눈으로 주머니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건 법도를 어기는..."

"선택은 네가 하거라.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것도..."

이 명원이 작은 부적을 하나 내민다.

"이걸 사또의 옷에 붙이면, 그의 꿈에 오늘 죽어간 아이들이 나타나 양심의 가책을 줄 것이다. 어쩌면 그가 마음을 돌릴지도 모르지."

허 초영이 망설이다가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와 부적을 받아든다.

"만약 들키면... 우리는 지옥문을..."

이 명원이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

"내가 백 년 넘게 저승사자 일을 하며 배운 것이 있다면, 진정한 천벌은 도울 수 있는데도 돕지 않는 것에 있다는 거란다."

허 초영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보이지 않는 몸으로 첫 번째 초가집으로 향한다. 그가 주머니에서 약초를 꺼내 아이의 입에 넣자, 창백했던 아이의 얼굴에 조금씩 혈색이 돌아온다. 어머니가 놀라 아이를 안아 올린다.

"얘야! 정신이 들어?"

허 초영은 다음 집으로 서둘러 이동한다. 그러는 사이, 마을 어귀에서는 이 명원이 사또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 그의 손에는 부적이 들려 있고, 얼굴에는 결연한 표정이 서려 있다.

한편, 멀리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강 백운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좋아, 초영아. 네가 옳은 선택을 했구나. 나도 이제 내 할 일을 해야겠다."

강 백운이 하늘을 향해 손짓하자, 멀리서 천둥소리가 울리고 검은 구름이 모여든다. 곧 굵은 빗방울이 메마른 대지 위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 탐관오리의 악행을 기록하고 염라대왕에게 보고하는 장면

화려한 관아 내실. 비단 이불과 화려한 병풍으로 꾸며진 방에는 경기도 광주 사또가 술에 취해 코를 골며 자고 있다. 밖에서는 굵은 비가 내리고 있으며, 그 빗소리에 섞여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검은 도포를 입은 이 명원이 방 한구석에 보이지 않는 몸으로 서서 사또를 지켜보고 있다.

"탐관오리의 잠자리는 언제나 편안하구나. 백성들이 굶어 죽어가는데도."

이 명원이 소매에서 꺼낸 부적을 사또의 베개 밑에 살며시 넣는다. 곧 사또의 얼굴이 괴로운 표정으로 일그러지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한다.

"안돼... 가져가지 마... 내가 무슨 죄를..."

이 명원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방문이 열리고 강 백운이 들어온다.

"일이 잘 되어가고 있나, 명원아?"

"선배님! 어찌 여기에..."

강 백운이 웃으며 사또의 몸부림치는 모습을 바라본다.

"내가 비를 내리게 했다. 적어도 이 마을은 가뭄에서 벗어날 것이다."

"선배님께서요? 하지만 그건 저승사자의 권한을 넘어선..."

강 백운이 손짓으로 말을 끊는다.

"때로는 규칙을 넘어서야 할 때가 있지. 그리고 이건 비밀이지만, 내가 예전에 구름을 다스리는 신선이었거든. 조금의 능력은 남아있단다."

두 저승사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사또의 꿈속에서는 굶어 죽은 아이들이 하나둘 나타나 사또를 둘러싸고 있다.

"사또님, 저희를 살려주세요. 양식만 조금만 나눠주셨다면..."

사또가 식은땀을 흘리며 더욱 괴로워한다. 그때 밖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려오고, 관아의 하인이 문을 두드린다.

"사또님! 급한 일입니다! 마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백성들이 관아 앞에 모여 양식을 나눠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사또가 눈을 번쩍 뜨며 일어난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고 식은땀으로 범벅이다.

"물... 물을 가져오거라..."

물을 마신 후, 사또는 꿈에서 본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결심한 듯 말한다.

"창고의 쌀을 모두 꺼내라. 지금 당장 굶주린 백성들에게 나눠주도록 하라!"

하인이 놀라서 묻는다.

"사또님, 그러면 이익을..."

"시끄럽다! 지금 당장 실행하지 않으면 네놈부터 곤장을 맞을 것이다!"

하인이 황급히 물러가고, 사또는 떨리는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는다. 그의 눈에는 아직도 꿈에서 본 아이들의 모습이 아른거리고 있다.

강 백운과 이 명원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본다.

"염라대왕께 보고할 내용이 생겼군. 이 사또의 명부에 선행을 기록해 두어야겠다."

강 백운이 작은 두루마리를 꺼내 붓으로 무언가를 적는다.

"사또 이몽룡, 백성을 구제하는 선행을 베풀어 수명 삼 년을 더하노라."

이 명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하지만 선배님, 그것은 우리의 권한 밖의 일..."

강 백운이 미소를 지으며 두루마리를 접는다.

"나는 오랫동안 저승사자 일을 하며 몇몇 판관들과 친분을 쌓았지. 그들도 인간 세상의 불의에 분노하고 있으니, 이 정도는 눈감아 줄 것이다."

두 저승사자가 사라지는 동안, 밖에서는 백성들의 기뻐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비가 내리는 마을에 희망의 빛이 돌아온 것이다.

※ 억울한 죽음을 앞둔 여인을 구하기 위한 저승사자들의 모의

어두운 밤, 한양 변두리의 초라한 초가집. 병풍 하나 없는 방 안에는 스무 살 남짓한 젊은 여인이 홀로 앉아 엄마 없는 어린 딸을 달래고 있다. 방 한쪽 구석에는 허 초영이 보이지 않는 몸으로 서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 서화, 스물두 살. 오늘 밤 자시에 독약으로 인해 사망 예정..."

허 초영의 눈에 의문이 스쳐 지나간다. 여인에게는 살 의지가 가득한데, 어찌하여 독약으로 죽게 되어 있는가? 그때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고, 문이 거칠게 열린다. 사내 하나가 술 냄새를 풍기며 비틀거리며 들어온다.

"서화야, 내일이면 너는 양반 김 판서의 첩으로 팔려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빚도 모두 탕감되고, 나는..."

여인이 분노와 슬픔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한다.

"오라버니, 어찌 친동생을 첩으로 팔 수 있습니까? 그것도 일흔이 넘은 노인에게... 제발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제가 열심히 일해서 빚을 갚겠습니다."

"이미 정해진 일이다! 내일 아침 일찍 김 판서의 하인들이 너를 데리러 올 것이다. 단정히 차려입고 있거라."

사내가 휘청거리며 나가자, 여인은 절망에 빠져 흐느낀다. 그녀의 품에 안긴 어린 딸이 불안한 표정으로 어머니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엄마, 울지 마세요..."

여인은 작은 병을 꺼내들고 바라본다. 그 눈빛에 결심이 서려 있다.

"내 딸아, 엄마가 미안하구나. 하지만 엄마는 그런 삶을 살 수 없어... 우리 함께 가자..."

허 초영이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여인을 바라본다. 여인이 독약 병을 열려는 순간, 갑자기 방문이 열리고 한 노파가 급히 들어온다.

"서화야! 큰일 났다! 오라비가 술에 취해 길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쳤어!"

여인이 놀라 독약 병을 내려놓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허 초영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본다. 그때 창문 너머로 강 백운이 나타난다.

"놀랐느냐, 초영아?"

"선배님!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명부에는 이 여인이 오늘 독약으로 죽게 되어 있는데..."

강 백운이 고개를 끄덕인다.

"맞다. 그것이 원래의 운명이었지. 하지만 나는 그 오라비를 넘어지게 만들었다."

허 초영이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선배님께서요? 하지만 그건 명부의 법도를..."

"그래, 명부의 법도를 어긴 것이다. 하지만 이 여인에게는 너무 억울한 죽음이 아니냐? 그리고 그 아이는? 엄마와 함께 독살당해야 할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이냐?"

허 초영이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명부가 어그러지고..."

"명부는 때로 바뀔 수 있다. 네가 광주에서 아이들을 구한 것처럼 말이다."

허 초영이 놀라 고개를 든다. 강 백운이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한다.

"그래, 다 알고 있었다. 네가 저승의 약초를 나눠준 일을. 하지만 걱정 말거라. 나는 네 편이다."

"그럼 이제 저 여인은 어찌 되는 겁니까?"

강 백운이 소매에서 작은 두루마리를 꺼낸다.

"나는 염라대왕의 특별 허가를 받았다. 이 여인의 오라비가 죽는 대신 여인과 아이는 살게 될 것이다. 그 오라비는 원래 다음 달에 죽을 운명이었으니, 한 달 정도 앞당긴 셈이지."

"하지만 어찌 염라대왕께서 그런 허락을..."

강 백운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염라대왕도 모든 것을 아신다. 그 노인 김 판서가 지난 십 년간 얼마나 많은 어린 여인들을 욕보이고 목숨을 끊게 만들었는지를. 이번만은 그 악순환을 끊고자 하신 것이다."

밖에서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오라비가 죽은 것이다. 슬픔 속에서도, 여인과 아이에게는 새로운 시작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내일이면 이 여인의 먼 친척이 그녀를 찾아와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그 김 판서는 조만간 자신의 악행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허 초영이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묻는다.

"선배님, 우리 저승사자들은... 정말로 이런 일을 해도 되는 것입니까?"

강 백운이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저승사자의 첫 번째 임무는 명부를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임무는 정의와 선을 지키는 것이지. 그것이 진정한 천명이란다."

※ 명부를 조작하는 부패한 저승관리를 적발하는 정의로운 저승사자

저승의 명부 보관소. 푸른빛 귀신불이 드리운 어두운 복도 끝, 비밀 서고에 저승 판관 하나가 몰래 숨어들어 명부를 뒤적이고 있다. 그의 손에는 금으로 만든 패찰이 들려 있고, 얼굴에는 탐욕의 빛이 서려 있다.

"여기 있군... 경상도 감사 박 아무개... 수명이 이제 한 달 남았으니 적당한 금액을 받고 십 년을 더해주면 되겠군."

저승 판관이 명부 위에 붓을 들어 글자를 지우려는 순간, 그림자 속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명부의 법도를 어기는 죄악이오."

허 초영이 서고 문 앞에 서 있다. 판관이 놀라 붓을 떨어뜨린다.

"너... 네놈은 감히 어디서..."

"제 이름은 허 초영, 새로 임명된 명부 감찰관입니다. 염라대왕께서 직접 보내셨소."

판관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거짓말! 그런 직책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겠지요. 비밀리에 만들어진 직책이니까요. 저승에도 부패가 생겨나자 염라대왕께서 특별히 명하신 것입니다."

허 초영이 한 걸음 다가서며 작은 패찰을 꺼내 보인다. 그 위에는 염라대왕의 인장이 찍혀 있다. 판관이 당황하여 물러선다.

"기, 기다려... 이건 오해야... 나는 단지..."

"지난 오십 년간 당신이 조작한 명부가 백 건이 넘습니다. 모두 증거로 확보했소."

허 초영의 뒤로 강 백운과 이 명원이 걸어 들어온다. 강 백운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한다.

"저승 판관 박 명인, 너는 이제 염라대왕 앞에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판관이 절망적인 표정으로 무릎을 꿇는다.

"자비를... 제발 자비를..."

이 명원이 차갑게 대답한다.

"당신이 뇌물을 받고 수명을 늘려준 그 부자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가난한 이들이 더 일찍 죽어가야 했는지 아시오? 세상의 모든 일에는 균형이 있는 법. 한 사람의 수명이 늘어나면, 다른 이의 수명이 줄어드는 것이 천지의 이치입니다."

강 백운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대가 뇌물을 받고 한양의 부자들 수명을 늘리는 동안, 가난한 백성들이 짧은 생을 살다 가야 했소. 그것이 천명입니까?"

판관이 땅에 엎드려 용서를 빌지만, 허 초영이 단호하게 말한다.

"이제 그대의 기록을 바로잡을 때입니다. 부당하게 늘어난 수명을 바로잡고, 억울하게 죽은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것입니다."

허 초영이 명부를 하나씩 펼쳐 살피며 정정해 나간다. 그의 얼굴에는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결연한 의지가 빛나고 있다.

"앞으로는 뇌물이 아닌 선행으로 수명이 결정되는 저승이 되어야 합니다."

판관이 끌려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 백운이 허 초영의 어깨를 토닥인다.

"잘했다, 초영아. 이제 너는 진정한 저승사자가 되었구나."

※ 선행으로 인해 처벌받을 위기에 처한 저승사자를 동료들이 구하는 장면

염라대왕의 심판소. 위엄 있는 대청마루에 염라대왕이 앉아 있고, 양쪽으로 시왕들이 자리하고 있다. 심판소 아래에는 저승사자 허 초영이 무릎을 꿇고 있다. 그의 뒤로는 수많은 저승사자들이 모여 있다.

염라대왕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한다.

"저승사자 허 초영, 그대는 명부의 법도를 어기고 인간 세상에 개입한 죄로 지옥문 앞을 천 년간 지키는 벌을 받을 것이다."

허 초영이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한다.

"대왕님, 제가 한 일에 후회는 없습니다. 비록 법도를 어겼더라도, 그것이 옳은 일이었다고 믿습니다."

염라대왕의 눈에 분노가 서린다.

"감히 저승의 섭리에 도전하느냐!"

그때 강 백운이 앞으로 나서며 목소리를 높인다.

"대왕님, 잠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허 초영은 저의 명령에 따라 행동한 것뿐입니다. 처벌하시려면 저를 처벌하십시오."

염라대왕이 놀란 표정으로 강 백운을 바라본다.

"강 백운, 너마저도..."

이번에는 이 명원이 앞으로 나선다.

"대왕님, 저도 같은 죄를 지었습니다. 저희는 모두 허 초영과 함께했습니다."

한 사람, 두 사람... 점점 더 많은 저승사자들이 앞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염라대왕의 표정이 점점 더 당혹스러워진다.

"너희들... 모두가 명부의 법도를 어긴 것이냐?"

한 늙은 저승사자가 용기를 내어 말한다.

"대왕님, 저희는 오랫동안 침묵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말씀드려야 할 때가 왔습니다. 저희 저승사자들은 인간의 슬픔과 고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존재들입니다. 우리가 어찌 그 고통에 눈 감을 수 있겠습니까?"

다른 저승사자가 이어 말한다.

"대왕님, 저희는 단지 천명을 바로잡고자 했을 뿐입니다. 억울하게 죽어가는 이들, 불의에 희생되는 영혼들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염라대왕이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침묵이 심판소를 감싼다. 잠시 후, 염라대왕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말한다.

"내가 오랫동안 저승을 다스리며 깨달은 것이 있다. 규칙과 섭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의와 자비라는 것을."

염라대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 초영에게 다가간다.

"허 초영, 그대의 마음씨가 선하고 정의롭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그대는 벌을 받지 않을 것이다."

염라대왕이 모든 저승사자들을 향해 선언한다.

"오늘부터 저승의 법도에 새로운 조항을 더한다. 저승사자들은 명부를 따르되, 불의와 억울함이 있을 때는 자신의 판단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다만, 그 판단이 정의롭고 선해야 할 것이다."

허 초영의 얼굴에 기쁨의 미소가 번진다. 강 백운과 이 명원이 그에게 다가와 어깨를 토닥인다.

"잘 되었구나, 초영아."

"이제 우리는 더 큰 책임을 지게 되었네."

염라대왕이 마지막으로 말한다.

"저승사자들이여, 너희는 이제 단순한 영혼의 인도자가 아니라 천지 정의의 수호자로서 임무를 다하라. 명부는 바뀔 수 있으되, 선과 정의는 영원하리라."

모든 저승사자들이 깊이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하는 가운데, 염라대왕의 심판소에 새로운 희망의 빛이 퍼져 나간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지금까지 '조선시대 저승사자들이 남몰래 하는 일'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선의 저승사자들이 인간의 속세에서 정의와 선행을 베푸는 이야기, 어떠셨나요? 때로는 규칙보다 중요한 것이 자비와 정의라는 메시지가 여러분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주었기를 바랍니다.

다음 이야기 '조선 선비가 기록한 저승사자의 일상'에서는 호기심 많은 한 선비가 우연히 저승사자의 모습을 보고 그를 몰래 따라다니며 기록한 비밀 일기를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저승과 이승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색다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귀한 시간을 함께 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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