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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직전 나타난 저승사자

황금 인생 21 2025. 11. 1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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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직전 나타난 저승사자 , 저승사자가 밝힌 진실 한 줄 『기문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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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요? 만약 그 구멍을 '저승사자'가 알려준다면 어떨까요? 평생을 곧게 산 선비가, 간신의 모함에 빠져 '역적'으로 몰려 망나니의 칼날 앞에 섰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 옥사를 찾아온 것은 변호사가 아닌 검은 갓의 저승사자였습니다. 저승사자가 펼쳐 든 '죽음의 명부'에, 이 기막힌 사건의 진실이 적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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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문총화(奇聞叢話)』에 실릴 법한 기묘한 이야기. 청렴결백한 선비 김진현이 동료의 시기로 역모에 휘말려 억울한 죽음을 앞두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운명은 저승의 '기록'과 달랐습니다. 자신의 장부가 틀린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깐깐한 저승사자. 그가 옥중의 선비에게 던져준 단 하나의 '증거'. 과연 저승의 기록은 이승의 법을 이길 수 있을까요?

※ '대쪽' 선비, 간신의 눈에 들다

조선 중기, 한양 땅에 '대쪽'이라는 별호로 불리는 선비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김진현이었습니다. 그는 비록 가진 것은 낡은 벼루와 책 몇 권이 전부인 가난한 선비였지만, 그 마음만은 대궐같이 넓고 그 기개는 서릿발처럼 곧았습니다. 그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곤경에 처한 백성을 보면 자신의 쌀독이 비는 한이 있어도 기꺼이 나누어 주었습니다. 임금 역시 그의 강직함을 높이 사, 비록 낮은 품계의 교서관(校書館) 벼슬을 주었으나, 종종 경연에 불러 그의 쓴소리를 경청하곤 했습니다. "전하! 벼슬아치가 백성의 고혈을 짜는 것은, 나라의 기둥을 갉아먹는 좀벌레와 같사옵니다!" 그의 직언(直言)에 간신배들은 고개를 숙였지만,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었죠.

그중에서도 특히 김진현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호조(戶曹)의 고위 관직에 앉아 나라의 재물을 빼돌리던 간신 이경이었습니다. 이경은 탐욕스럽고 교활하기 짝이 없는 자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비리를 덮기 위해 뇌물을 뿌리고 파벌을 만들었지만, 유일하게 김진현만은 그의 검은 유혹에 넘어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김진현은 어전(御前)에서 이경의 비리를 탄핵하는 상소(上疏)를 올렸습니다. "전하! 이경 대감은 흉년으로 굶주리는 백성을 구휼할 군량미를 빼돌려, 자신의 창고를 채우고 기생들과 연회를 벌였나이다! 당장 그의 창고를 수색하시옵소서!" 임금은 노했지만, 이미 이경의 손아귀에 들어간 다른 신하들이 "증좌가 부족하다", "김진현이 젊은 혈기에 시기하는 것"이라며 감싸고도는 바람에, 임금도 어쩌지 못하고 김진현의 상소를 반려하고 말았습니다.

이 일로 김진현은 벼슬에서 파직당하고, 이경은 잠시 근신하는 척하다가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갔습니다. 이경은 자신의 호화로운 사랑채에서, 그날의 치욕을 곱씹었습니다. '감히... 먼지떨이만도 못한 저 교서관 놈이, 나를 능멸해? 증좌? 좋다. 네놈에게는 내가 '증좌'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똑똑히 보여주마.' 이경의 눈은 뱀처럼 번뜩였습니다. 그는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김진현을, 가장 확실하고, 가장 잔인하게 제거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역모(逆謀)'였습니다. 조선에서 역모라는 두 글자는, 본인뿐만 아니라 구족(九族)을 멸하는 가장 무서운 형벌이었습니다. 이경은 자신의 심복을 불러, 김진현의 필체를 흉내 낸 '가짜 밀서'를 만들게 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김진현이 북방의 오랑캐와 내통하여, 임금을 시해하고 새 왕조를 열려 한다는 끔찍한 내용이었습니다. 이경은 그 밀서를, 김진현이 평소 친하게 지내던 몰락한 무관의 집에 몰래 숨겨두었습니다.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제, 대쪽 선비의 목을 칠 칼날만 남았습니다.

※ 역모의 덫, 의금부 옥사에 갇히다

며칠 뒤, 맑은 하늘에 마른벼락이 치는 듯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경의 사주를 받은 사헌부 관리가 임금에게 읍소했습니다. "전하! 지금 종묘사직이 위태롭사옵니다! 김진현이 역모를 꾀한 증좌가 발견되었나이다!" 이경이 숨겨둔 가짜 밀서는 '발견'되었고, 밀서가 발견된 집의 주인인 무관은 이미 이경에게 매수되어, "김진현이 시켰다"는 거짓 자백을 준비한 상태였습니다. 임금은 경악했습니다. 자신이 아끼던 김진현이 역모라니. "당장... 당장 김진현을 의금부(義禁府)로 하옥하라!" 어명은 떨어졌습니다. 그날 오후, 아무것도 모른 채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던 김진현의 집에, 서슬 퍼런 의금부 나졸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역적 김진현은 어명을 받으라!"

김진현은 자신이 왜 역적인지 알지도 못한 채, 쇠사슬에 묶여 의금부 옥사로 끌려갔습니다. "대감! 소인은 억울하옵니다! 이것은 모함입니다!" 그의 절규는 굳게 닫힌 옥문 앞에서 공허하게 흩어졌습니다. 그가 갇힌 곳은, 한번 들어가면 시신이 되어 나온다는 의금부 지하 감옥이었습니다. 볕 한 줄기 들지 않는 그곳에서, 김진현은 자신의 운명이 끝났음을 직감했습니다. 곧이어 끔찍한 고문이 시작되었습니다. "네놈의 배후를 대라!", "함께 역모를 꾀한 자가 누구냐!" 김진현은 매질과 낙형(烙刑, 불로 지지는 형벌) 속에서도 피를 토하며 외쳤습니다. "천지신명께 맹세하건대, 소인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소! 이것은 간신 이경의 모함입니다!"

하지만 이경이 짜놓은 판은 완벽했습니다. 증거(밀서)와 증인(매수된 무관)이 모두 김진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저놈이 고문이 부족하구나! 매우 쳐라!" 주리(周牢)가 틀어지고, 다리뼈가 으스러지는 고통 속에서 김진현은 결국 혼절하고 말았습니다. 며칠 뒤, 만신창이가 된 김진현은 판관(判官) 앞에 끌려 나갔습니다. 판결을 내릴 판관 박상(朴祥)은, 본래 강직한 성품이었으나, 눈앞에 내밀어진 '명백한' 증거들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는 찜찜한 마음을 감추고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죄인 김진현. 종묘사직을 위태롭게 하고... 대역죄를 물어, 삼일 뒤... 참수(斬首)에 처한다."

김진현은 귀를 의심했습니다. 참수. 자신의 목이 잘리고, 자신의 가문은 멸족될 것이었습니다. 아내와 어린 자식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는 억울함에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늘은 어찌 이리도 무심한가. 평생을 곧게 살고자 한 대가가 이것인가. 그는 다시 깊고 어두운 감옥으로 던져졌습니다. 사형 집행까지 남은 시간은 단 이틀. 희망은 없었습니다. 간신 이경은 자신의 집에서, 이 소식을 듣고 크게 웃었습니다. "하늘이 내 편이로다! 멍청한 김진현 놈. 이제야 내 발밑에서 벌레처럼 죽는구나!"

※ 사형 전날 밤, 검은 갓의 방문객

사형 집행을 하루 앞둔 마지막 밤. 의금부 옥사는 죽음의 적막보다 더 깊은 절망에 잠겨 있었습니다. 김진현은 으스러진 다리의 고통도 잊은 채, 축축하고 차가운 짚더미 위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했습니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방법은 없었고, 이승에서의 삶은 이것으로 끝이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살려달라고 빌지 않았습니다. 다만, "하늘이시여. 저의 죽음은 괜찮으나, 제 아내와 자식들은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그리고 저의 억울함만은... 언젠가 저승에서라도 꼭 풀어 주시옵소서." 그는 눈을 감고, 마지막 남은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옥사 안의 공기가 갑자기 얼음장처럼 차가워졌습니다. 횃불의 불꽃이 푸른빛을 내며 파르르 떨더니, 방금까지 들리던 귀뚜라미 소리, 밖에서 들리던 순라꾼의 발소리 등 세상의 모든 소리가 한순간에 '멈췄습니다'. 김진현은 뼈를 에는 한기(寒氣)에 간신히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굳게 닫혀 있어야 할 옥사 쇠창살 문이, 소리도 없이 스르르 열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 앞에,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아니,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기이했습니다. 그는 발끝까지 내려오는 검은 도포를 입고,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했으며, 머리에는 칠흑같이 검은 갓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는 인간의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마치 겨울밤의 서리 같은 눈으로 김진현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네... 네놈은 누구냐! 옥졸이냐? 아니면... 이경이 보낸 자객이냐?" 김진현이 남은 힘을 쥐어짜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사내가, 메마른 낙엽이 부스러지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자객? 옥졸? 그런 하찮은 것들과 나를 비교치 마라." 사내는 품속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펼쳤습니다. 그것은 붉은 글씨로 수많은 이름이 적힌, 기이한 명부였습니다. "나는 염라(閻羅)의 명을 받들어, 명(命)이 다한 자를 데리러 온 자. 저승의 차사(差使), '저승사자'다." 김진현은 숨이 멎는 듯했습니다. '결국... 올 것이 왔구나. 내일 참수당하기도 전에, 억울함에 사무친 내 혼을 먼저 데리러 왔구나.' 그는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내일 죽을 목숨, 오늘 데리러 왔는가. 어차피 끝난 인생, 미련 없다. 데려가라." 그리고는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김진현을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명부를 노려보며, 어딘가 잔뜩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 기록이 틀렸다! 네 명은 오늘이 아니다!

"이상하다... 이상하단 말이지." 저승사자는 자신의 명부(이를 '적패지(赤牌旨)'라 합니다)를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그의 창백한 이마가 미세하게 찌푸려졌습니다. 김진현이 의아해서 눈을 뜨자, 저승사자가 그를 노려보며 물었습니다. "네놈... 이름이 김진현. 병오년(丙午年) 생, 범띠가 맞느냐?" "그렇소만..." "헌데... 이상하다. 내 명부에 적힌 네놈의 수명은, '오늘'이 아니다. 내일도 아니다." 김진현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나는 내일 아침, 망나니의 칼에 목이 잘릴 운명이오."

그 말에, 저승사자는 마치 자신의 완벽한 일처리에 흠집이라도 난 듯,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시끄럽다! 이승의 법도가 어찌 저승의 기록을 이기려 드느냐! 내 명부에, 네놈 김진현은 앞으로 삼십 년을 더 살고, 칠십 고개를 넘어 손자들의 재롱을 보다가, 겨울밤 편안히 눈을 감는 '자연사'로 기록되어 있단 말이다!" 이것은 참으로 기묘한 상황이었습니다. 억울한 선비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였는데, 그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가 "너는 지금 죽으면 안 된다!"라며 화를 내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어찌... 어찌 네놈이 내일 '횡사(橫死)'를 한단 말이냐! 이것은 명백한 '오류'다! 내 수천 년간의 일처리에 이런 엉터리 착오는 없었다!" 저승사자는 분노에 차 옥사 안을 서성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명부를 다시 샅샅이 뒤졌습니다.

"아...!" 잠시 후, 저승사자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탄성을 질렀습니다. "찾았다. 이경! 그래, 이놈이로구나!" 저승사자는 명부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네놈을 모함한 '이경'. 그놈의 명(命)이 바로 내일이로구나. '죄명: 무고(誣告)와 탐학(貪虐). 사인(死因): 벼락에 맞아 죽음(雷擊死)'. 그래, 원래대로라면 내일 이경이 벼락을 맞아 죽고, 그놈의 죄상이 드러나 네놈이 풀려나는 것이 '정해진 운명'이었다. 그런데...!" 저승사자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짚었습니다. "그런데 이놈의 '인간 세상'이, 내 기록보다 한발 앞서 네놈의 목을 먼저 베려 하는구나. 이 무슨 해괴한 경우냐! 이러면 내 '기록'이 틀리게 된다. 염라대왕님께 시말서를 써야 한단 말이다!"

김진현은 절망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보았습니다. 그는 저승사자에게 매달렸습니다. "차사님! 차사님! 제발... 제발 저의 억울함을 풀어주시오! 차사님의 명부가 진실이라면, 제가 살 수 있는 방도를 알려주시오!" 저승사자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나는 이승의 일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 그것이 저승의 법도다. 하지만... 내 '기록'이 틀리는 것은 더더욱 참을 수 없다!" 저승사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심한 듯, 자신의 명부에서 '이경의 죄상'이 적힌 부분을 손으로 북, 찢어냈습니다! 붉은 글씨가 적힌 그 종잇장은, 김진현의 손에 닿기도 전에 푸른 연기로 변해버렸습니다. "나는 증거를 주었다. 다만, 이 증거는 이승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저승의 기록'이다." 김진현은 절망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증거라니..."

"어리석은 놈! 이 증거는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자에게만 보일 것이다. 네놈의 판결을 내린 자가 누구냐?" "한성부 판관... 박상 대감이오." "그렇다면, 이 증거는 그놈의 '꿈'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가 이 계시(啓示)를 믿고 움직이느냐, 마느냐는 이제 그놈의 양심에 달린 일이다. 나는 내 할 일을 다했다. 부디... 내일 아침까지 살아남아, 내 명부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라!" 그 말을 마친 저승사자는, 옥사 문을 통과해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옥사 안은 다시 적막해졌지만, 김진현의 심장은 꺼져가던 불씨가 다시 타오르듯,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 판관 박상, 저승의 기록을 꿈꾸다

같은 시각, 한성부 판관(判官) 박상의 관사(官舍)는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었습니다. 박상 판관은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본래 성정이 곧고, 죄인의 말이라도 경청하는 관리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김진현 역모 사건'은, 그가 판관이 된 이래 가장 찜찜한 사건이었습니다. 김진현의 평소 인품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그가 역모를 꾀했다는 것을 믿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증거'라고 내밀어진 밀서와, '증인'이라고 끌려온 무관의 자백은 너무나도 명백했습니다. 의금부의 혹독한 고문 속에서도 끝까지 억울함을 외치던 김진현의 핏발 선 눈이, 박 판관의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내가... 정말 옳은 판결을 내린 것인가? 만약... 만약 저자가 억울한 것이라면, 나는 지금 천하의 충신 한 명을 내 손으로 죽이는 것이 아닌가.' 그는 서안에 앉아 판결문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았지만, 법리적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에잇, 모르겠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는 괴로운 마음을 술로 달래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편안한 잠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깊은 악몽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꿈속에서, 그는 다시 의금부 옥사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앞에는 죄인 김진현이 아닌, 검은 갓을 쓴 창백한 사내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 사내의 손에는, 붉은 글씨가 불타오르는 기이한 책이 들려 있었습니다. "네 이놈, 박상! 네놈이 지금 무슨 죄를 짓고 있는지 아느냐! 네놈의 그릇된 판결로, 하늘의 기록을 어지럽히려 드느냐!" 박 판관은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쳤습니다. "누... 누구신데 감히..."

"나는 저승의 차사다! 똑똑히 보아라! 이것이 '진실'의 기록이다!" 저승사자가 책을 펼치자, 붉은 글자들이 연기처럼 피어올라 박 판관의 눈앞을 덮쳤습니다. 그 글자들은 '이경, 흉계, 위조 밀서' 등의 단어로 변했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선명한 '장면'이 보였습니다. 간신 이경이 자신의 사랑채에서, 심복과 함께 김진현의 필체를 흉내 내어 밀서를 위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경의 집, 사랑채 뒤편 서고(書庫)에 가보라. 셋째 줄, 넷째 책장 뒤, 벽 속에 숨겨진 작은 궤짝. 그 안에, 이경이 김진현의 필체를 연습하다 실패한 '파지(破紙)'들과, 증인에게 줄 '은자(銀子)'가 들어있다!" 꿈속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생생하고, 증거의 위치는 너무나도 구체적이었습니다. "동이 트는 대로 달려가라! 만약 네가 이 계시를 무시하고 충신을 죽게 만든다면, 내일 죽을 이경의 명부 옆에, 네놈의 이름도 '직무유기'로 함께 올릴 것이다!"

"으아아악!" 박 판관은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고, 창밖은 이제 막 동이 트려 하고 있었습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꿈... 꿈이다. 그저 찜찜한 마음에 꾼 악몽일 뿐이야." 하지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꿈속에서 본 이경의 탐욕스러운 얼굴, 그리고 '벽 속의 궤짝'이라는 구체적인 위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만약 이 꿈이 사실이라면?' 그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현직 고관대작인 이경의 집을, 고작 '꿈자리' 하나 믿고 수색한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거는 도박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진현의 억울함에 찬 눈빛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악몽이라 해도 좋다. 내 목을 걸고, 이 억울함을 풀 수만 있다면...!" 그는 즉시, 자신이 가장 신임하는 포도청의 군관 몇 명을 비밀리에 불러 모았습니다. "지금 당장 나를 따르라! 나라의 역적을 잡으러 간다!"

※ 망나니의 칼날, 그리고 "멈추시오!

그 시각, 서소문 밖 형장(刑場). 해가 뜨기 무섭게, '대역죄인' 김진현의 참수형이 집행되기 위해 수많은 백성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습니다. 새벽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형장은 스산한 기운마저 감돌았습니다. 백성들은 웅성거렸습니다. "쯧쯧, 저렇게 강직하던 분이 어쩌다...", "아닐세, 역모라지 않나. 증거가 명백하다던데...", "그래도... 저분 성품에... 믿기지 않아." 김진현은 머리가 산발이 된 채, 피와 흙먼지로 더러워진 죄수복을 입고 형틀에 무릎을 꿇려 있었습니다. 이미 끔찍한 고문으로 그의 몸은 만신창이였지만, 그의 두 눈만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의 아내와 어린 자식들이 저 멀리, 형장 입구에서 "아버님! 서방님! 억울합니다! 제발 저희 서방님을 살려주십시오!" 하며 땅을 치고 통곡했지만, 나졸들의 서슬 퍼런 창에 막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했습니다. 김진현은 애써 그쪽을 외면했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에, 가족들의 눈물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까 두려웠습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박 판관... 과연 그가 움직였을까... 저승사자의 말이... 정말 사실일까...' 하지만 해는 중천을 향해 가고 있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습니다. 그에게 남은 희망은, 먼지처럼 사라져가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 형장이 잘 보이는 언덕 위 정자에는, 이 모든 광경을 흡족하게 지켜보는 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간신 이경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뇌물을 먹인 다른 관리들과 함께, 유유자적 술잔을 기울이며, 자신의 정적이 사라지는 순간을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부로,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멍청한 김진현 놈. 감히 나를 건드린 대가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아라.'
"죄인 김진현!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는가!" 형 집행관의 우렁찬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습니다. 마침내, 올 것이 온 것입니다. 김진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맑고, 조금도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나는 죄가 없다! 오늘 내 목은 이 자리에서 잘릴지언정, 나의 붉은 충심(忠心)은 저 푸른 하늘이 알고 있다! 나를 모함한 간신 이경의 죄는, 반드시 하늘이 갚을 것이다!" 백성들이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형 집행관이 소리쳤습니다. "시끄럽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때가 되었다! 형을 집행하라!"

육중한 몸집의 망나니가 큰 칼을 들고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는 김진현의 주위에 막걸리를 한 바퀴 뿌려, 억울하게 가는 혼을 달랬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입에 술을 한가득 머금어, 서슬 퍼런 칼날에 "푸!" 하고 안개처럼 내뿜었습니다. 아침 햇살에 번뜩이는 칼날이,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망나니가 칼을 머리 위로 높이 쳐들었습니다. 김진현은 모든 것을 체념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이제... 끝이구나. 부디... 저승에서라도 이 억울함을...'
한편, 박 판관과 군관들은 한양 거리를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었습니다. "비켜라! 어명이다! 길을 비켜라!" 그들은 동이 트자마자 이경의 집 대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이닥쳤습니다. 이경은 형장에 '관람'을 가고 없었지만, 그의 집사(執事)와 하인들이 필사적으로 막아섰습니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대감 댁을...! 썩 물러가지 못할까!" 박 판관은 칼을 빼 들고 이경의 집사의 목에 겨누었습니다. "닥치시오! 지금 역모의 증거를 수색하겠다! 막는 자는 그 자리에서 역적의 무리로 간주하고 벨 것이다!" 그는 꿈에서 본 그대로, 망설임 없이 사랑채 뒤편에 딸린 작은 서고로 달려갔습니다. "셋째 줄, 넷째 책장이다! 그 뒤를 당장 부수어라!"

군관들이 도끼로 책장을 밀치고 벽을 부수기 시작했습니다. "안 됩니다! 나으리! 거긴... 거긴...! 으악!" 하인들이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군관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쿵! 쿵!" 몇 번의 도끼질 끝에, 벽 안의 숨겨진 공간이 드러났습니다. "찾았습니다, 나으리!" 군관 하나가 벽 속에서, 먼지가 뽀얗게 쌓인 작은 궤짝 하나를 꺼냈습니다. 박 판관이 떨리는 손으로 궤짝의 자물쇠를 부수고 열자, 그 안에는... 꿈에서 본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김진현의 필체를 흉내 내다 실패한 수십 장의 파지(破紙)들과, '박 무관'이라고 적힌 거짓 증인의 이름표가 붙은 묵직한 은자 주머니가 고스란히 들어있었습니다!
"하늘이... 하늘이 도우셨구나! 저승의 기록이... 사실이었다!" 박 판관은 그 궤짝을 부둥켜안고 다시 말에 올라탔습니다. "형장으로! 서소문 밖 형장으로! 단 한시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다시 형장. 망나니의 칼이 김진현의 목을 향해, 햇빛을 가르며 내리꽂히려는 바로 그 찰나! "멈추시오! 멈춰! 형을 멈추시오! 어명(御命)이오!" 저 멀리서, 말을 타고 달려오는 박 판관의 다급하고, 쇳소리가 섞인 절박한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망나니의 칼이 김진현의 목덜미, 그 살갗 한 뼘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췄습니다. 칼날이 일으킨 바람에 김진현의 머리카락 몇 올이 잘려나갔습니다.

※ 저승의 기록대로

형장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숨을 헐떡이며 말에서 굴러 떨어지다시피 내린 박 판관에게로 쏠렸습니다. 망나니는 칼을 든 채 어정쩡하게 서 있었고, 형 집행관은 이 예상치 못한 난입에 당황하여 소리쳤습니다. "박 판관! 이게 무슨 무례한...!" "닥치시오!" 박 판관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손에 든 궤짝을 형틀 위로 내던지듯 높이 쳐들었습니다. "모두 들으시오! 여기 있는 김진현 대감은 역적이 아니오! 이 모든 것은, 간신 이경이 조작한 천인공노할 역모극이었소!"
그는 궤짝에서 김진현의 필체를 연습하다 실패한 파지(破紙)들을 꺼내어 백성들을 향해 공중에 뿌렸습니다. "보시오! 이것이 이경이 김진현의 필체를 흉내 낸 증거다! 또한, 이 궤짝 안에는 거짓 증언을 한 무관에게 건넬 은자 또한 고스란히 들어있었소!" 궤짝이 엎어지며, 은자들이 마당으로 '와르르' 쏟아져 나왔습니다. 백성들은 그제야 모든 진실을 깨닫고 경악했습니다. "아니... 그럴 수가!", "간신 이경이 충신을 죽이려 했구나!", "천벌을 받을 놈!"
이 모든 광경을 언덕 위 정자에서 지켜보던 간신 이경은, 얼굴이 흙빛이 되어 도망치려 했습니다. "저... 저놈을 당장 잡아라! 저놈이 미쳤다! 저것은 날조된 것이다!" 하지만 박 판관이 그를 가리키며 소리쳤습니다. "여기 있는 모든 백성이 증인이다! 여봐라, 저 언덕 위의 진짜 역적, 간신 이경을 당장 포박하라!" 군관들이 달려들어 이경을 그 자리에서 옭아맸습니다. 형장에 있던 거짓 증인, 그 무관도 이 모든 것이 발각되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땅을 치며 모든 것을 자백하기 시작했습니다. "사... 살려주십시오! 다, 다 이경 대감이 시킨 일이옵니다! 김진현 대감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형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역전되었습니다. 백성들은 "억울한 충신을 살려내라!", "간신 이경을 당장 저 형틀에 묶어라!"고 분노하여 외쳤습니다. 김진현은 형틀에 묶인 채, 이 모든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마침내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억울함의 눈물이 아닌, 살아있다는 안도와, 진실이 밝혀졌다는 감격의 눈물이었습니다. 박 판관은 즉시 김진현의 결박을 풀게 하고, 자신의 관복을 벗어 만신창이가 된 김진현의 몸에 덮어주었습니다. "대감... 소인이... 소인이 하마터면 큰 죄를 지을 뻔했습니다. 용서하시오."
이 소식은 곧장 궁궐로 전해졌습니다. 임금은 이경의 천인공노할 만행에 진노(震怒)하여 옥좌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끼던 충신을 하마터면 잃을 뻔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즉시 어명을 내렸습니다. "죄인 김진현의 모든 죄를 사(赦)하고, 그의 벼슬을 즉시 복권시키며, 그 충절을 높이 치하하여 정3품 당상관으로 승격시킨다! 또한, 이 모든 진실을 밝혀낸 박상 판관에게도 큰 상을 내릴 것이다! 그리고...!" 임금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렸습니다. "간신 이경은 나라의 법도를 어지럽히고, 무고한 충신을 모함한 대역죄를 물어... 당장 저 형장에서, 김진현을 대신하여 참수하라!"

김진현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고, 그의 명예는 훼손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높아졌습니다. 그는 저 멀리서 오열하고 있는 아내와 자식들을 향해, 절뚝거리며 달려가 부둥켜안았습니다. 형장의 백성들은 모두 "김진현 대감 만세!"를 외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간신 이경. 그는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자신이 빠져, 자신이 '관람'하려던 바로 그 형틀에 묶였습니다. 그는 "억울하다", "살려달라"고 발악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망나니는 흩어진 은자를 보며 침을 뱉고는, 이경을 향해 다시 칼을 들었습니다. 그가 목이 잘리기 직전, 아까부터 끼어 있던 먹구름이 형장 위를 덮더니, "우르르 쾅!" 하는, 귀가 찢어질 듯한 벼락이 형장 옆의 늙은 나무에 내리꽂혔습니다. 비록 망나니의 칼에 죽었으나, 하늘도 그의 죽음을 재촉하고, 그의 죄를 만천하에 공표한 것이지요. 이는, "벼락에 맞아 죽는다"던 저승사자의 기록과 정확히 일치하는, 실로 기묘하고도 통쾌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날 밤, 모든 누명을 벗고 집으로 돌아온 김진현 선비. 그는 자신을 구해준 박 판관에게는 "꿈속의 선인이 나타나 도와주었다"고만 말하고, 저승사자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저 조용히, 자신이 가장 아끼던 쌀로 밥을 짓고, 가장 맑은 술 한 잔을 정성껏 따라, 아무도 없는 마당 구석, 달빛이 비추는 곳에 조용히 내려놓았습니다. "차사님... 그대 덕분에 이승의 정의가 바로 설 수 있었소. 그대의 '기록'이 틀리지 않았음을, 나 또한 기쁘게 생각하오. 부디... 이경의 혼은 법도대로 엄히 다스려 주시오." 그날 밤, 그 술잔은 아무도 마시지 않았음에도, 새벽녘에 보니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고 합니다. 『기문총화』는 이렇게, 저승의 기록이 때로는 이승의 불의(不義)를 바로잡는다는 기묘하고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이야기,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억울하게 죽을 뻔한 선비와, 자신의 '장부'가 틀리는 것을 참지 못했던 깐깐한(?) 저승사자의 이야기였습니다.
옛 어르신들은 '하늘이 다 알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지요. 이 이야기는, 비록 지금 당장은 억울하고 답답한 일이 있더라도, 결국 진실은 밝혀지고 정의는 승리한다는 '인과응보'의 교훈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어쩌면 저승사자의 '기록'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루하루 쌓아가는 '양심'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어르신들의 마음에 위로와 즐거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영상이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꼭 눌러주시고요, 댓글로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저승사자'는 어떤 모습인지 남겨주세요. 다음에도 더 흥미진진한 우리 옛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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