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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바꾼 복수냐 사랑이냐

황금 인생 21 2026. 4. 2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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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바꾼 복수냐 사랑이냐 [어우야담]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양반가 규수를 보쌈했으나, 그녀의 따뜻한 심성에 감화되어 복수를 포기하고 신분을 숨긴 채 행복한 도피처를 꾸린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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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267자)

조선 중기, 한 백정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양반의 횡포에 맞서다 매질 끝에 숨을 거두었고,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석 달 만에 따라갔습니다. 열네 살에 고아가 된 소년은 칼을 갈며 단 하나의 맹세를 품었지요. 반드시 원수의 가문을 끝장내겠다고. 그리고 십오 년이 흘렀습니다. 서른이 된 사내는 마침내 원수의 외동딸을 보쌈합니다. 복수의 칼날이 그 규수의 목에 닿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독한 복수가 애틋한 사랑으로 뒤바뀐 그 밤의 이야기, 지금부터 들려드리겠습니다.

※ 1. 피바람이 지나간 자리

선조 임금 재위 십여 년째 되던 해였습니다. 경상도 산골 어느 고을에 백정 하나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름은 막쇠. 소를 잡는 솜씨가 고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좋았지만, 백정이라는 신분 때문에 마을 어귀 냇가 움막에서 아내와 어린 아들 만득이를 데리고 근근이 살아가는 형편이었지요.

막쇠는 성품이 곧은 사람이었습니다. 소를 잡을 때도 짐승이 고통을 덜 받도록 단칼에 끝내는 것으로 유명했고, 이웃 백정들이 어려울 때면 제 것을 덜어 나눠주는 사내였습니다. 아들 만득에게도 늘 말했지요.

"만득아, 세상이 우리를 천하게 본다고 해서 우리까지 우리를 천하게 여기면 안 된다. 칼을 쥐되 사람에게 겨누지 말고, 고개를 숙이되 마음까지 숙이지는 마라."

만득이는 그런 아버지가 좋았습니다. 비록 온 마을이 백정의 아들이라고 손가락질해도, 아버지 곁에 있으면 세상이 무섭지 않았습니다.

그해 가을이었습니다. 고을 원님이 바뀌었습니다. 새로 부임한 원님의 사돈뻘 되는 양반 박참판이라는 자가 고을에 행차했는데, 이 자는 한양에서 벼슬이 잘리고 시골로 내려온 자였습니다. 속이 좁고 성질이 더러운 데다 권세를 잃은 분풀이를 고을 백성들에게 하는 인간이었지요.

그날 박참판이 고을 장터를 지나다가 소 한 마리를 사겠다며 막쇠의 도축장에 들렀습니다. 막쇠가 최상급 소를 내놓자 박참판이 값을 깎기 시작했습니다. 반값도 안 되는 돈을 내밀며 말했지요.

"백정 주제에 값을 논하느냐. 이것이면 넉넉하다."

막쇠는 고개를 숙였으나 입을 열었습니다.

"나으리, 그 값으로는 제 식구가 보름을 굶어야 합니다. 절반만이라도 더 쳐주십시오."

그 한마디가 화근이었습니다. 박참판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습니다.

"이놈이! 감히 천한 것이 양반에게 말대꾸를 해?"

박참판이 하인들에게 눈짓했고, 장정 넷이 막쇠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쳤습니다. 곤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열 대, 스무 대, 서른 대. 막쇠는 이를 악물고 소리 한 번 지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흔 대가 넘어가자 등에서 피가 솟구쳤고, 막쇠의 몸이 축 늘어졌습니다.

"그만. 혼이 좀 났으면 됐겠지."

박참판은 코웃음을 치며 소를 끌고 갔습니다. 값은 한 푼도 치르지 않았습니다.

만득이가 달려왔을 때 아버지는 이미 숨이 끊어져가고 있었습니다. 열네 살 소년이 아버지의 피범벅이 된 등을 붙잡고 울부짖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눈 뜨세요! 아버지!"

막쇠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아들의 손을 잡았습니다.

"만득아, 원수를… 갚지 마라. 네가… 사람답게 살면… 그것이 아비에게 가장 큰 효도다."

그것이 아버지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석 달 뒤,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편을 잃은 충격과 슬픔이 병이 된 것이었지요. 어머니는 숨을 거두기 전 만득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우리 만득이, 착하게 살아라. 아버지 말 잊지 말고."

열네 살 소년은 이제 세상에 혼자였습니다. 부모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땅을 쳤습니다. 아버지는 원수를 갚지 말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도 착하게 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열네 살 소년의 가슴속에서는 아버지의 유언과 정반대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저는 착하게만 살 수가 없습니다.'

만득이는 부모의 무덤에 절을 세 번 올리고 고을을 떠났습니다. 품에는 아버지의 도축칼 하나만 품고서.

※ 2. 칼을 가는 십오 년

만득이는 떠돌이 백정이 되었습니다. 경상도에서 충청도로, 충청도에서 전라도로, 전라도에서 한양으로.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소를 잡고 가죽을 벗기며 칼잡이 기술을 익혔습니다.

열다섯에는 칼질이 서툴러서 손가락을 몇 번이나 베었고, 열일곱에는 한겨울 노숙하다 얼어 죽을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한양의 큰 도축장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때부터 만득의 솜씨가 소문나기 시작했지요.

"저 젊은 백정 봤어? 칼이 눈에 안 보여. 소 한 마리를 눈 깜짝할 새에 해체한다니까."

한양의 도축장 어른들도 감탄할 만큼 만득의 칼놀림은 빠르고 정확했습니다. 그런데 만득이 칼을 가는 이유는 소를 잘 잡기 위해서만이 아니었습니다. 밤마다 움막에서 혼자 칼날을 갈 때면 소년 시절의 맹세가 되살아났습니다.

'박참판. 네 놈이 아직 살아있다면, 이 칼이 네 놈 앞에 갈 날이 올 것이다.'

만득은 복수의 칼날을 갈면서도, 복수의 방법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했습니다. 백정이 양반을 해치면 그것은 역적의 죄입니다. 삼족이 멸해도 이상하지 않을 중죄이지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면 가장 확실하게,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십대 중반이 되었을 무렵, 만득은 한양에서 자리를 잡고 꽤 돈도 모았습니다. 백정치고는 드물게 글도 배웠지요. 도축장에 드나들던 한 서당 훈장이 만득의 영리함을 보고 틈틈이 글을 가르쳐준 것입니다. 만득은 천자문을 독학하고, 소학도 읽었으며, 심지어 야담집까지 읽으며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익혔습니다.

그리고 스물아홉이 되던 해, 만득은 고향 소식을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양에 올라온 경상도 장사꾼들에게 물었지요.

"혹시 그 고을에 박참판이라는 양반 아직 살아있소?"

"아, 박참판? 그 양반 아직 살아 있지. 늙어서 거의 집 밖을 안 나오는데, 외동딸 하나가 있어. 올해 열여덟인가 열아홉인가, 고을에서 가장 예쁜 규수라고 소문이 자자해."

외동딸. 만득의 눈이 번뜩였습니다. 그 순간, 복수의 그림이 머릿속에 완성되었습니다. 박참판을 직접 죽이는 것보다 더 지독한 복수. 그놈이 가장 아끼는 것, 그놈의 핏줄, 그놈의 외동딸을 빼앗는 것. 양반의 딸이 백정에게 보쌈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박참판의 가문은 그 수치를 견디지 못할 것이다.

'네 아버지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나는 네 딸의 삶을 빼앗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만득은 서른이 되던 봄, 한양을 떠나 고향 근처로 내려갔습니다. 고을 어귀에 허름한 주막을 열었습니다. 돈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지요. 주막을 열면서 본명 대신 가짜 이름을 썼습니다. 아무도 그가 십오 년 전 매맞아 죽은 백정 막쇠의 아들인 줄 몰랐습니다.

주막 주인 노릇을 하면서 석 달간 박참판 집안의 동향을 살폈습니다. 하인들이 주막에 술 마시러 오면 슬쩍 술을 더 따라주며 이야기를 빼냈지요.

"아가씨가 다음 달 초에 외갓집에 가신다고? 가마를 타고? 어느 길로?"

모든 정보가 모였습니다. 만득은 칼을 갈았습니다. 십오 년 동안 갈고 또 갈아온 복수의 칼날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 3. 보쌈 — 달빛 아래 납치된 규수

오월 초사흘, 보름달이 뜬 밤이었습니다.

박참판의 외동딸 소연은 외갓집에서 하루를 묵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가마 하나에 하인 둘, 그리고 노파 유모 하나가 동행한 소박한 행렬이었지요. 박참판이 늙어 예전만큼 위세가 없었기에, 호위 인원도 줄어든 터였습니다.

산길이었습니다. 고을과 외갓집 사이에 있는 소나무 고개. 달빛이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아름다운 밤이었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 칼을 품은 사내가 숨어 있었습니다.

만득은 나무 위에서 행렬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손은 떨리지 않았습니다. 십오 년을 기다린 순간이었습니다.

행렬이 고갯마루에 이르렀을 때, 만득이 움직였습니다. 먼저 길 한가운데 큰 바위를 굴려놓아 가마가 멈추게 했습니다. 하인들이 바위를 치우려 가마에서 떨어진 그 틈을 타 만득이 어둠 속에서 튀어나왔지요.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사내의 등장에 하인들이 기겁했습니다.

"산적이다! 산적!"

만득은 하인 둘을 순식간에 제압했습니다. 칼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주먹과 발길질 몇 번에 하인들은 나가떨어졌고, 노파 유모는 겁에 질려 주저앉아 벌벌 떨었습니다.

만득이 가마 문을 확 젖혔습니다. 안에는 열아홉 살 규수가 앉아 있었습니다. 달빛이 가마 안을 비추자 옥같이 하얀 얼굴에 까만 눈동자가 만득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만득은 순간 멈칫했습니다. 비명을 지를 줄 알았습니다. 울거나 기절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소연은 비명도 지르지 않고, 울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을 뿐입니다.

"누구시오. 무엇을 원하시오."

그 의연함에 만득이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그러나 금방 마음을 다잡고 소연을 가마에서 끌어내었습니다. 소연의 입을 천으로 막고 등에 업었지요. 그리고 밤새 산길을 달렸습니다.

고갯마루에서 산 하나를 넘고 골짜기 하나를 지나 깊은 숲속의 움막에 도착한 것은 동이 트기 직전이었습니다. 이 움막은 만득이 석 달 전부터 준비해둔 은신처였습니다. 식량도 쌓아놓았고, 샘물도 가까이 있었지요.

만득이 소연을 움막 안에 내려놓고 입을 막았던 천을 풀었습니다. 소연이 거친 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좁고 어두운 움막. 짚으로 엮은 바닥. 한쪽에 놓인 칼.

만득이 얼굴을 가렸던 검은 천을 벗었습니다. 초에 불을 붙이자 움막 안이 희미하게 밝아졌고, 소연이 처음으로 납치범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서른 살 사내. 거칠고 검게 그을린 얼굴이지만, 눈빛은 분노와 슬픔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네가 누구인지 알겠느냐."

소연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만득이 이를 악물었습니다.

"십오 년 전, 네 아비가 장터에서 백정 하나를 때려죽였다. 소값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 백정이 내 아비다."

움막 안에 침묵이 흘렀습니다. 소연의 눈동자가 흔들렸습니다.

"그 백정의 아내는 석 달 뒤에 따라 죽었고, 열네 살 먹은 아들은 고아가 되었다. 그 아들이 나다. 나는 십오 년 동안 이 복수만을 위해 살아왔다."

만득이 칼을 들었습니다. 칼날에 촛불이 반사되어 번뜩였습니다.

"네 아비가 내 아비의 목숨을 빼앗았으니, 나는 네 아비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겠다."

칼날이 소연의 목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소연은 눈을 감지 않았습니다. 떨리는 입술로, 그러나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러시오. 아버지의 죄를, 딸인 내가 갚는 것이 마땅하다면, 그리하시오."

만득의 손이 멈췄습니다. 그 대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살려달라고 빌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를 욕할 줄 알았습니다. 하다못해 비명이라도 지를 줄 알았는데. 이 여인은 아버지의 죄를 인정하고 자기 목숨을 내놓았습니다.

만득의 칼을 쥔 손이, 처음으로 떨렸습니다.

※ 4. 원수의 딸이 흘린 눈물

칼날이 소연의 목에서 한 뼘쯤 떨어진 채 멈추어 있었습니다. 만득은 칼을 내리지도, 더 들이대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여인의 눈빛이 이상했습니다. 두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그 안에 체념 같은 것이, 아니 어쩌면 오래된 슬픔 같은 것이 깔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왜 살려달라고 빌지 않느냐."

만득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소연이 한참 만에 입을 열었습니다.

"빌어서 살 수 있는 목숨이라면 빌었겠지요. 하지만 당신의 눈을 보니 십오 년의 한이 서려 있는데, 제가 비는 것으로 풀릴 한이 아닐 것입니다."

만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 여인은 자기 앞에 선 사내의 심정을 읽고 있었습니다.

소연이 이어서 말했습니다. 목소리가 점점 가늘어지며 떨리기 시작했지요.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저도 압니다. 어릴 때부터 봐왔으니까요. 하인들을 때리고, 소작인들에게 매질하고, 값을 떼먹고. 어머니가 말리면 어머니도 맞았습니다."

만득의 눈이 커졌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열 살 때 돌아가셨습니다. 병이라고 했지만, 저는 알고 있었어요. 마음의 병이었습니다. 아버지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시름시름 앓다가 가신 거예요."

움막 안에 침묵이 길게 흘렀습니다. 만득은 칼을 들고 있다는 것을 잊은 듯 멍하니 소연을 바라보았습니다.

'이 여인도 어머니를 잃었다. 나와 같은 이유로.'

소연의 눈에서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습니다. 그것은 지금 자기가 처한 상황에 대한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눈물이 비로소 터진 것이었지요.

"저는 아버지를 원망했습니다.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까요. 그런데 딸이 아버지를 원망하면 세상이 뭐라고 합니까. 불효라고 합니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살았어요. 웃으면서. 착한 딸 노릇을 하면서."

소연이 소매로 눈물을 닦았습니다.

"당신이 아버지를 원수라 부르는 그 마음, 저도 압니다. 저도 같은 마음이었으니까요. 아버지의 손에 죽어간 사람이 당신의 아버지만은 아닐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아버지 때문에 울었는지, 저는 그 울음소리를 안방에서 다 들었습니다."

만득의 손에서 칼이 조금씩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본인도 모르게.

"그러니 당신이 아버지의 죄값을 저에게서 받겠다면, 저는 그것을 부당하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알아주십시오."

소연이 만득의 눈을 똑바로 보았습니다.

"저도 피해자였습니다."

그 한마디가 만득의 가슴을 관통했습니다. 십오 년 동안 상상했던 원수의 딸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의 재력으로 비단옷을 입고, 하인을 부리며, 백성의 피로 호의호식하는 도도한 양반 규수를 상상했었지요. 그런 여자를 끌어다가 치욕을 주고 박참판의 가문에 씻을 수 없는 수치를 안기는 것이 복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여인은 자기와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온 사람이었습니다. 아버지의 횡포에 어머니를 잃고, 그 슬픔을 입 밖에 내지도 못하고, 착한 딸 노릇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아온 여인이었습니다.

만득은 칼을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쨍, 하는 소리가 움막 안에 울렸습니다.

"오늘 밤은 자라. 내일 생각하겠다."

만득은 그 말만 남기고 움막 밖으로 나갔습니다. 밖에는 보름달이 환하게 떠 있었습니다.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가웠지만, 만득의 가슴속은 더 차가웠습니다. 아니, 차가운 것이 아니라 뜨거운 것이 말라붙어 갈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십오 년 동안 응축된 분노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지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원수의 딸을 잡아왔는데 왜 칼을 내려놓았지. 저 여자의 눈물 몇 방울에 십오 년의 복수를 흔들리게 놔둔단 말이냐.'

만득은 스스로를 질책했지만, 움막 안에서 들려오는 소연의 조용한 울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귓가에 닿을 때마다, 가슴 한쪽이 이상하게 쓰리고 아팠습니다.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이 떠올랐습니다.

"만득아, 원수를 갚지 마라. 네가 사람답게 살면 그것이 아비에게 가장 큰 효도다."

만득은 달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아버지, 저는 사람답게 살지 못했습니다. 십오 년 동안 복수밖에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원수의 딸도 우리처럼 울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만득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 5. 칼을 내려놓은 사내

다음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만득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얼굴로 움막 안에 들어섰습니다. 소연은 구석에 앉아 있었는데, 울다 지쳐 잠이 든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눈이 퉁퉁 부어 있었지요.

만득이 물 한 사발을 내밀었습니다. 소연이 고개를 들어 만득을 보았습니다. 어젯밤의 살기는 사라져 있었지만, 그렇다고 풀어진 얼굴도 아니었습니다. 복잡한 감정이 얼굴 위로 교차하고 있었지요.

"마셔라. 어젯밤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것이다."

소연이 잠시 망설이다가 물사발을 받아 마셨습니다.

만득은 그 앞에 털썩 앉았습니다.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어젯밤에 네가 한 말, 밤새 생각했다."

소연이 가만히 만득을 바라보았습니다.

"네 아비가 내 아비를 죽인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내 어미가 그 일로 돌아가신 것도 사실이고. 그런데…"

만득이 말을 멈추고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뱉기 어려운 말을 억지로 꺼내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네 어미도 네 아비 때문에 돌아갔다며. 그러면 너는 누구의 원수를 갚아야 하는 거냐. 네 아비의 원수는 네 아비 자신이 아니냐."

소연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흐르지 않았습니다. 입술을 꾹 깨물며 참았습니다.

"원수도, 피해자도, 전부 한 울타리 안에 있었던 겁니다."

소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 한마디가 만득의 가슴에 못처럼 박혔습니다.

그때 만득이 무의식중에 움막 바닥을 짚었는데, 짚더미 사이로 나온 나뭇가지 끝에 손바닥이 긁혔습니다. 피가 배어 나왔지요. 대수롭지 않은 상처였지만, 소연이 그것을 보았습니다.

"손, 다쳤어요."

만득이 손을 뒤로 뺐습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보여주세요."

소연이 다가왔습니다. 만득이 움찔했지만 피하지 않았습니다. 소연이 만득의 손을 가만히 잡아 들여다보았습니다. 긁힌 상처 주변으로, 오래된 흉터들이 손등과 손가락 여기저기에 남아 있었습니다. 칼을 다루며 생긴 상처들이었지요. 열다섯 살, 열일곱 살, 스무 살. 십오 년의 세월이 그 손 위에 지도처럼 새겨져 있었습니다.

소연이 자기 저고리 끝을 찢어 상처를 감싸주었습니다. 거칠고 갈라진 손을 작고 하얀 손이 감싸는 모습이, 어찌 보면 기이한 광경이었습니다. 원수의 딸이 복수자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으니까요.

만득은 어릴 때 이후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치료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열네 살에 고아가 된 뒤로, 아플 때도 다칠 때도 혼자 견뎠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여인의 손길이 상처 위에 닿는 순간, 십오 년 동안 꽁꽁 얼어붙어 있던 무언가가 사르르 녹아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만득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소리 없이. 본인도 몰랐습니다. 눈물이 뚝 떨어져 소연의 손등 위에 떨어지고 나서야, 자기가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 울어요."

소연이 조용히 물었습니다.

만득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대답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니, 말로 할 수 없었습니다. 이 눈물은 복수의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분노의 눈물도 아니었습니다. 십오 년 동안 한 번도 울지 않았던 소년이, 서른 살 사내가 되어 처음으로 흘리는 눈물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이후 처음으로.

소연은 아무 말 없이 만득의 손을 감싸 쥔 채 가만히 있어 주었습니다. 달래지도, 위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곁에 있어 주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한참 뒤에 만득이 눈물을 닦고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네 아비를 죽이려 했다. 아니, 너를 이용해서 네 아비의 가문을 짓밟으려 했다. 그것이 내 복수였다."

소연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다. 이게 맞는 건지,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만득이 움막 한쪽에 놓인 칼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버지의 도축칼. 십오 년 동안 갈고 또 갈았던 복수의 칼. 그 칼이 지금은 그저 쇳덩이로 보였습니다.

"칼을 내려놓으세요."

소연이 말했습니다.

"그 칼을 내려놓으면 당신의 아버지도 편히 눈을 감으실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의 아버지는 원수를 갚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만득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칼을 집어 들었습니다. 칼날이 아침 햇살에 반짝였습니다. 만득은 그 칼을 움막 밖으로 가져가 땅에 묻었습니다. 깊이, 다시는 꺼내지 않을 만큼 깊이.

'아버지, 이제야 아버지 말을 듣습니다.'

※ 6. 신분을 숨긴 도피

칼을 묻은 그날부터 만득과 소연 사이에는 묘한 공기가 흘렀습니다. 적과 인질의 관계도, 그렇다고 친한 사이도 아닌, 이름 붙이기 어려운 관계였지요.

만득은 소연을 풀어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풀어주면 모든 것이 드러납니다. 보쌈한 자의 정체가 밝혀지면 잡혀서 죽을 것이고, 소연 역시 보쌈당한 여자라는 낙인이 찍혀 혼처를 잃게 됩니다. 조선시대에 보쌈당한 규수는 비록 아무 일이 없었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수치스러운 일이 되어 혼인이 어려워지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소연도 그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돌아가면 저는 아버지의 수치가 됩니다. 보쌈당한 딸이라고. 아버지는 저를 반기기는커녕, 집안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저를 숨길 겁니다. 어쩌면 절에 보내거나, 아예 죽은 셈 칠 수도 있어요."

만득이 미간을 찌푸렸습니다.

"네 아비가 그럴 사람이냐."

"당신보다 제가 아버지를 더 잘 압니다."

소연의 말에는 힘이 있었습니다. 열아홉 해를 그 아버지 밑에서 살아온 딸의 확신이었지요.

사흘을 더 움막에서 보냈습니다. 그 사흘 동안 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만득은 떠돌이 백정으로 살아온 십오 년의 이야기를 했고, 소연은 양반가 규수이면서도 마음 한 켠이 늘 감옥 같았던 삶을 이야기했습니다.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였지만, 외로움의 깊이는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습니다.

"나를 무섭지 않느냐. 나는 백정이다. 너를 납치한 놈이고."

만득이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그런데 당신이 울었을 때, 무서움이 사라졌습니다.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눈물은 아니었으니까요."

나흘째 되는 날, 소연이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여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 아버지가 사람을 풀어 저를 찾을 겁니다. 당신도 위험해요."

만득이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멀리 가자. 아무도 우리를 모르는 곳으로. 내가 모아둔 돈이 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새로 시작할 수 있을 만큼은 된다."

소연이 만득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눈빛에는 두려움도, 거부감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작은 기대 같은 것이 반짝였습니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새로운 삶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기대.

"같이 가겠습니다."

둘은 움막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경상도에서 최대한 먼 곳, 충청도와 경기도의 경계에 있는 작은 고을을 골랐습니다. 산이 깊고 사람이 드문 곳이었지요. 만득은 자기 이름을 김돌이라 바꾸었고, 소연도 이름을 숙이라 고쳤습니다. 부부 행세를 하며 고을 어귀에 작은 집을 구했습니다.

만득은 주막 시절의 경험을 살려 약재상에서 일꾼으로 들어갔습니다. 전국을 떠돌며 자연스레 익힌 약초 지식이 쓸모가 있었지요. 힘이 세고 부지런하니 주인이 좋아했습니다. 소연은 양반가에서 배운 바느질 솜씨로 동네 아낙들의 옷을 지어주며 입소문이 났습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왔습니다. 소박한 살림이었지만 부족한 것은 없었습니다. 만득은 날마다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왔고, 소연은 저녁밥을 지어 기다렸습니다. 어느 날 만득이 돌아오니 소연이 마당에 국화를 심고 있었습니다.

"이게 뭐냐."

"꽃이에요. 집이 허전해서."

만득은 태어나서 누군가가 자기를 위해 집을 꾸민 적이 없었습니다. 움막에서 자고, 도축장에서 일하고, 주막에서 술을 팔던 삶에 꽃이라니. 만득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서른 년 인생에서 가장 평화로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평화에는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박참판이 딸을 찾기 위해 사방에 수배를 내린 것입니다. 현상금까지 걸었습니다. 산적에게 납치된 외동딸을 찾아오는 자에게 은 오십 냥을 주겠다는 방문이 고을마다 붙었습니다.

소연이 장터에서 그 방문을 보고 돌아와 만득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찾고 있어요. 여기까지 올지는 모르겠지만, 시간문제일 수 있어요."

만득의 얼굴에 다시 긴장이 서렸습니다. 더 먼 곳으로 도망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연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더 이상 도망치는 건 답이 아닌 것 같아요."

※ 7. 복수보다 귀한 것

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소연이 밤새 무언가를 쓰고 있었습니다. 만득이 잠결에 눈을 떠보니 소연이 호롱불 아래에서 먹을 갈며 글을 쓰고 있었지요. 양반가 규수답게 글씨가 반듯했습니다.

"뭘 쓰고 있느냐."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만득이 벌떡 일어났습니다.

"미쳤느냐. 편지를 보내면 여기가 들통난다."

"알아요. 그래서 쓰는 겁니다."

소연이 만득을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그 눈빛이 단단했습니다.

"평생 도망만 다닐 수는 없잖아요. 당신도 나도. 언젠가는 아버지와 마주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먼저 진실을 알리겠어요. 모든 진실을."

소연의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십오 년 전 아버지가 장터에서 백정을 때려죽인 일. 그 백정의 아들이 복수를 위해 자신을 납치한 일. 그 아들이 결국 복수를 포기하고 칼을 묻은 일. 그리고 자신이 그 사내와 함께 있기로 스스로 선택한 일. 마지막으로 이렇게 썼습니다.

"아버지, 저는 이 사람 곁에 있겠습니다. 이 사람은 아버지를 죽일 수 있었지만 죽이지 않았고, 저를 해칠 수 있었지만 해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빼앗은 목숨의 빚을, 이 사람은 용서로 갚았습니다. 아버지도 갚으셔야 합니다. 아버지가 빚진 것은 목숨이 아니라, 사람다움입니다."

편지를 보내고 보름이 지났습니다. 만득은 매일 불안했습니다. 포졸이 들이닥칠 수도 있었습니다. 잡혀가면 목이 달아납니다. 그런데 소연은 태연했습니다.

"아버지가 포졸을 보내실 분이었다면, 저는 편지를 쓰지도 않았을 거예요."

보름하고도 삼 일이 더 지난 날이었습니다. 해질 무렵, 집 앞에 낡은 가마 하나가 섰습니다. 가마에서 내린 것은 백발이 성성한 늙은이 하나였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등이 굽어 있었습니다. 십오 년 전 장터에서 위세를 떨치던 그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세월과 병에 지친 노인이 서 있었습니다.

박참판이었습니다.

만득은 대문 앞에 서서 꼼짝도 하지 못했습니다. 온몸이 굳었습니다. 십오 년 동안 그려왔던 원수의 얼굴이 코앞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얼굴은 상상 속의 흉악한 악인이 아니라, 늙고 병든 노인이었습니다.

'이게 내 원수인가. 이 늙은이가.'

만득의 주먹이 쥐어졌다 풀어졌다를 반복했습니다.

박참판이 만득을 보았습니다. 한참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릎을 꿇었습니다. 지팡이가 옆으로 나뒹굴었고, 마른 무릎이 흙바닥에 닿았습니다.

"네가 막쇠의 아들이구나."

만득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죽였다. 네 아비를. 값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말대꾸를 했다고. 그 이유로 사람을 죽였다."

박참판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늙은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딸아이 편지를 받고, 며칠을 울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늙어서야 비로소 알겠더구나. 네 아비가 죽을 때, 네가 옆에서 울고 있었다는 것도, 네 어미가 석 달 뒤에 따라갔다는 것도, 나는 까맣게 잊고 살았다. 아니, 잊은 게 아니라 애초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백정이니까. 짐승 다루는 놈이니까.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박참판이 이마를 땅에 찧었습니다.

"이 늙은이를 용서해 달라는 말은 차마 못 하겠다. 다만, 내 딸을 부탁한다. 내 딸만은 사람다운 사람 곁에 있게 해주려무나."

소연이 집 안에서 나왔습니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달려가 붙잡았습니다.

"아버지."

"소연아, 아비가 미안하다. 네 어미에게도, 이 사람의 어미 아비에게도, 너에게도."

만득은 서 있었습니다. 원수가 무릎을 꿇고 있었습니다. 십오 년 동안 그토록 갈망했던 장면이었습니다. 원수가 비는 모습. 원수가 무너지는 모습. 그런데 막상 그 장면 앞에 서니, 통쾌함은 없었습니다. 남은 것은 텅 빈 허탈함과, 그리고 아주 작은 안도감이었습니다.

만득이 천천히 걸어가 박참판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원수와 복수자가,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기이한 광경이었습니다.

"제 아버지는 원수를 갚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십오 년 동안 그 말을 어겼지만, 이제야 듣습니다."

만득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저도 용서를 구합니다. 따님을 납치한 죄를."

한참의 침묵 뒤에, 박참판이 떨리는 손으로 만득의 어깨를 잡았습니다.

"네 아비의 제사를, 내가 지내도 되겠느냐."

만득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해 겨울, 조촐한 혼례가 올려졌습니다. 박참판은 만득의 신분을 양인으로 올려주었고, 제 재산의 절반을 딸에게 물려주며 말했습니다.

"네 어미 몫까지 행복하거라."

소연이 울며 절을 올렸고, 만득은 장인이 된 원수에게 술을 따랐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보고 계시지요. 아들이 사람답게 살기로 했습니다.'

유몽인의 어우야담에는 이런 구절이 있지요. 원한은 원한으로 풀 수 없고, 은혜로만 풀린다고. 칼을 갈던 십오 년보다, 칼을 묻은 그 하루가 더 큰 용기였습니다. 복수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복수보다 귀한 것을 선택한 것이니까요.

백정의 아들과 양반의 딸. 세상이 허락하지 않았던 인연이, 가장 지독한 원한 속에서 피어났습니다. 미움이 사랑이 되고, 원수가 가족이 된 이 기막힌 이야기를, 조선의 달빛은 그날 밤도 고요히 비추고 있었습니다.

엔딩멘트 (248자)

오늘 이야기 어떠셨습니까. 칼을 든 손이 꽃을 심는 손이 되기까지, 십오 년의 한이 녹아내리는 데는 단 하루의 용기면 충분했습니다. 야담광장은 조선의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야담을 찾아 매주 들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마음에 남으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립니다. 소중한 분들에게도 공유해 주세요.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썸네일 이미지 프롬프트 (영어, 16:9, 실사, No text)

A cinematic photorealistic 16:9 image set in Joseon-era Korea at night. A muscular man in his early 30s wearing rough, dark hemp clothing of a butcher (baekjeong) kneels on the ground in a moonlit forest clearing, a traditional Korean butcher knife lying on the dirt beside him, abandoned. Across from him, a beautiful young noble woman (yangban daughter) in a white jeogori and indigo chima sits with her hands gently reaching toward his wounded hand. Between them, a single candle in a clay holder casts warm golden light on their faces, contrasting with the cool blue moonlight filtering through pine trees above. The man's face shows raw emotion — tears on weathered cheeks — while the woman's expression is calm and compassionate. Shallow depth of field, dramatic chiaroscuro lighting, Korean historical drama aesthetic, no text, no watermark, no logos, Sony A7IV, 35mm f/1.4 cinematic 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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