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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학적 민화 속 저승사자 위험한 존재를 유머로 극복하기

황금 인생 21 2025. 5. 1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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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적 민화 속 저승사자 위험한 존재를 유머로 극복하기

태그(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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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200자)

"아니, 저승사자 양반! 술 한 잔 하고 가시면 어떻겠소?"
죽음의 사자 앞에서도 태연하게 술잔을 권하는 조선 백성들. 무서운 저승사자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농부의 꾀에 넘어가 삼년을 기다리는 이야기들. 죽음조차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린 우리 선조들의 놀라운 해학!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그들의 지혜로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시다.

디스크립션(300자)

조선시대 민화와 야담 속에는 저승사자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무서운 존재가 익살스럽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술에 취하고, 담배를 피우며, 때로는 인정에 약한 모습까지 보입니다. 왜 우리 선조들은 죽음의 사자를 이렇게 해학적으로 묘사했을까요?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도 삶의 여유를 잃지 않으려는 민중의 지혜였습니다. 똑똑한 농부가 저승사자를 속이는 이야기, 효자가 부모를 위해 저승사자와 흥정하는 이야기, 심지어 저승사자가 실수하여 엉뚱한 사람을 데려가는 이야기까지. 이런 이야기들은 단순한 웃음거리가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무서운 것을 익살스럽게 만들어 극복하는 해학의 정신, 그것이 바로 우리 민족의 삶의 지혜였습니다.

※ 술 좋아하는 저승사자와 영리한 주모

옛날 한양 근처 어느 작은 마을에 김 주모라는 과부가 살았습니다. 나이는 마흔이 조금 넘었고, 혼자서 작은 주막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었죠. 김 주모는 비록 팔자는 사나웠지만 성격이 호탕하고 재치가 있어 마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어느 늦은 가을밤, 찬바람이 스산하게 불던 때였습니다. 주막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고, 김 주모는 홀로 앉아 장사 걱정을 하고 있었죠. 그때 갑자기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김 주모가 반갑게 인사했지만, 들어온 손님을 보고는 순간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검은 도포를 입은 사내가 들어왔는데, 얼굴은 창백하고 눈빛은 음산했으며, 무엇보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바로 저승 장부였던 것입니다.

'아이고, 이게 뭔 일이여... 저승사자가 날 데리러 왔구나.' 김 주모는 속으로 생각했지만, 오랜 장사 경험으로 다져진 배짱으로 태연한 척했습니다.

"손님, 이 추운 날 어디서 오셨소? 따뜻한 국밥이라도 한 그릇 드시고 가시죠."

저승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김 주모를 바라보았습니다. "김 씨 성을 가진 마흔세 살 과부... 맞는가?"

김 주모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침착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예, 맞습니다만... 손님은 누구신지?"

"나는 저승에서 온 사자다. 네 수명이 오늘 밤으로 다했으니, 나를 따라와야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기절했을 상황이었지만, 김 주모는 오히려 씩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이고, 저승사자 나리시군요! 그런데 나리, 이렇게 추운 날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술 한 잔 드시고 가시면 어떻겠습니까?"

저승사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을 보면 벌벌 떨거나 울부짖기 마련인데, 이 여인은 도리어 술을 권하다니요.

"술이라... 나는 임무 중이다."

"에이, 나리도 참. 먼 길 오셨는데 빈속으로 일하시면 어떡합니까? 제가 특별히 좋은 술을 내드릴 테니, 딱 한 잔만 드시고 가세요."

김 주모는 재빨리 부엌으로 들어가 가장 독한 소주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는 커다란 대접에 가득 따라 저승사자 앞에 놓았죠.

"자, 이건 제가 직접 담근 술인데, 한양에서도 소문난 명주랍니다. 나리께 특별히 대접하는 거예요."

저승사자는 망설이다가 결국 술잔을 들었습니다. 사실 저승에서는 술이라는 게 없었거든요. 게다가 인간 세상의 술 냄새는 너무나 향긋했습니다.

한 잔, 두 잔... 저승사자는 자신도 모르게 술을 들이켰습니다. 김 주모는 계속해서 술을 따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죠.

"나리, 저승은 어떤 곳입니까? 정말 염라대왕이 계신가요?"

"그럼... 히끅... 염라대왕님은 아주 엄하신 분이시지... 히끅..."

어느새 저승사자는 취기가 올라 혀가 꼬부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김 주모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계속 술을 권했습니다.

"그런데 나리, 저승사자도 실수할 때가 있나요? 엉뚱한 사람을 데려간다든지..."

"히끅... 가끔... 아주 가끔 있지... 지난번엔 김 씨를 이 씨로 착각해서... 히끅... 큰일 날 뻔했어..."

저승사자는 완전히 취해서 비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김 주모는 때가 왔다고 생각했죠.

"나리, 혹시 제 이름이 정확히 뭐라고 적혀 있나요? 제가 보기엔 글씨가 흐릿한 것 같은데..."

저승사자는 비틀거리며 장부를 꺼내 들었습니다. "김... 뭐시기... 마흔... 어라? 글씨가 왜 이렇게 흔들리지?"

김 주모는 재빨리 장부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정말로 '김 씨 과부, 마흔세 살'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이름의 한자가 약간 흐릿했습니다.

"나리, 이거 '김'이 아니라 '임'인 것 같은데요? 자세히 보세요!"

취한 저승사자는 눈을 비비며 다시 보았습니다. "음... 정말... 임인가? 김인가? 히끅..."

"임 씨가 맞는 것 같은데요. 제 이름은 김이거든요. 저 옆 마을에 임 씨 과부가 있다고 들었는데..."

저승사자는 완전히 헷갈려 버렸습니다. "아... 맞다... 임 씨... 임 씨를 찾아야 하는데... 히끅..."

결국 저승사자는 비틀거리며 주막을 나섰습니다. 김 주모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를 배웅했죠.

"나리, 조심해서 가세요! 다음에 또 오시면 더 좋은 술로 대접할게요!"

다음날 아침, 김 주모는 여전히 멀쩡히 살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옆 마을의 임 씨 과부도 무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죠. 아마 저승사자는 술에 취해 아예 다른 곳으로 갔거나, 빈손으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김 주모의 재치에 감탄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지혜로 위기를 넘긴 것이죠.

※ 농부와 저승사자의 삼년 약속

또 다른 이야기는 충청도 어느 산골 마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 마을에는 박 서방이라는 부지런한 농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나이는 쉰이 넘었지만 여전히 팔팔했고, 무엇보다 세 아들이 아직 장가도 가지 못한 처지라 열심히 일하며 살았죠.

어느 봄날, 박 서방이 논에 모를 심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그리고 논둑에 검은 도포를 입은 사내가 나타났죠.

"당신이 박 서방인가?"

박 서방은 고개를 들어 사내를 보았습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오랜 농사일로 단련된 그는 침착하게 대답했습니다.

"예, 제가 박 서방입니다. 무슨 일로 오셨소?"

"나는 저승사자다. 네 수명이 다했으니 나를 따라와야 한다."

박 서방은 손에 들고 있던 모를 놓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아이고, 그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요? 나는 아직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저승사자는 무뚝뚝하게 말했습니다.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장부에 네 이름이 올라와 있으니 따라와야 한다."

박 서방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논을 둘러보며 말했죠.

"저승사자 나리, 혹시 농사를 지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농사? 그런 건 해본 적이 없다."

"그럼 모르실 거요. 지금이 모내기철인데, 이 모를 다 심지 못하고 가면 우리 식구들이 굶어 죽을 거요. 아들 셋이 아직 장가도 못 갔는데..."

저승사자는 여전히 무표정했습니다.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다."

박 서방은 간곡하게 말했습니다. "나리, 제가 제안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딱 사흘만 시간을 주시면, 이 논에 모를 다 심고 따라가겠습니다. 어차피 며칠 늦는다고 큰일 나겠습니까?"

저승사자는 고민하는 듯했습니다. 사실 며칠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거든요.

"사흘이라... 그 정도는 괜찮겠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나리..." 박 서방은 슬쩍 웃으며 말했습니다. "사흘 가지고는 좀 빠듯할 것 같은데, 일주일이면 어떻겠습니까?"

"일주일? 너무 길다."

"그럼 닷새는요? 정말 죽을힘을 다해서 일하겠습니다."

저승사자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다, 닷새다. 닷새 후에 다시 오겠다."

저승사자가 사라지자 박 서방은 미친 듯이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평소보다 힘이 훨씬 더 났고, 일도 술술 풀렸던 것이죠. 닷새 만에 모든 모내기를 끝낸 박 서방은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여러분, 내가 곧 저승에 가게 되었소.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놀라서 수군거렸지만, 박 서방은 담담하게 유언을 남기고 집안일을 정리했습니다.

닷새째 되는 날 밤, 약속대로 저승사자가 나타났습니다.

"약속을 지켰구나. 이제 따라와라."

박 서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나리, 죄송합니다만... 한 가지만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또 무슨 일인가?"

"제 큰아들이 내일 장가를 가기로 했는데, 아비 없는 혼례가 되면 얼마나 서글프겠습니까? 딱 하루만 더..."

저승사자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또 시간을 달라고? 이미 닷새나 기다렸는데?"

"나리, 평생 한 번뿐인 아들 장가인데... 제발 하루만..."

결국 저승사자는 또 하루를 허락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박 서방은 또 다른 핑계를 댔죠. 둘째 아들의 과거 시험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리, 우리 둘째가 십 년을 공부했는데, 내일이 과거 시험이랍니다. 아비가 죽으면 상중이라 과거를 볼 수 없으니..."

이런 식으로 박 서방은 계속해서 시간을 벌었습니다. 셋째 아들의 약혼, 손자 돌잔치, 추수... 매번 그럴듯한 이유를 대며 저승사자를 설득했죠.

한 달, 두 달... 어느새 일 년이 지났습니다. 저승사자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박 서방의 집에 와서는 차나 한 잔 마시고 가곤 했습니다.

"오늘은 또 무슨 핑계를 댈 건가?"

"나리, 이번엔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 마을에 큰 가뭄이 들어서..."

이렇게 삼 년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저승사자가 평소와 다르게 심각한 표정으로 찾아왔습니다.

"박 서방, 이제는 정말로 가야 한다. 염라대왕님께서 진노하셨다."

박 서방은 그제야 관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겠습니다, 나리.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떠나려고 하니 저승사자가 머뭇거렸습니다.

"그런데... 네가 정말 따라올 거냐?"

"그럼요. 약속은 지켜야죠."

저승사자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했습니다. "사실... 너무 오래 기다리는 바람에 장부에서 네 이름이 지워졌다. 이미 다른 사람들을 데려가야 해서..."

박 서방은 놀란 척하며 물었습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음... 일단은 살아라. 나중에 다시 이름이 올라오면 그때 오겠다."

저승사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황급히 사라졌습니다. 박 서방은 그 뒷모습을 보며 슬며시 웃었죠.

사실 저승사자도 알고 있었습니다. 박 서방이 계속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삼 년 동안 정이 들어버린 것이죠. 게다가 박 서방이 그동안 가족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도 다 지켜봤고요.

이 이야기가 퍼지자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저승사자도 사람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효성스럽고 부지런한 사람은 저승사자도 봐준다더라."

※ 담배 피우는 저승사자의 실수

경상도 어느 깊은 산골에 최 영감이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나이는 일흔이 넘었지만 여전히 정정했고, 무엇보다 담배를 무척이나 좋아했죠. 하루에도 담뱃대를 놓지 않고 살았는데, 그의 담배 솜씨는 온 동네에서 최고였습니다.

어느 가을날 저녁, 최 영감이 마루에 앉아 여느 때처럼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마당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음산한 기운과 함께 저승사자가 나타났습니다.

"최 씨 성을 가진 일흔두 살 노인, 맞는가?"

최 영감은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는 느긋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래, 나야. 뭔 일로 왔나?"

"네 수명이 다했다. 나를 따라와야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놀라서 벌벌 떨었겠지만, 최 영감은 오히려 여유롭게 담배 연기를 내뿜었습니다.

"아, 그래? 드디어 내 차례가 왔구먼. 그런데 자네, 담배 한 대 피우고 가면 어떻겠나?"

저승사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담배? 그게 뭔가?"

최 영감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습니다. "아니, 저승사자가 담배도 모른단 말인가? 이거야말로 인간 세상 최고의 즐거움인데!"

저승사자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저승에는 담배라는 게 없었거든요. "그렇게 좋은 것인가?"

"당연하지! 이거 한 번 피워보면 신선이 된 기분이야. 자, 여기 앉아서 한 대 피워보게."

최 영감은 재빨리 여분의 담뱃대를 꺼내 담배를 말아 주었습니다. 저승사자는 망설이다가 호기심에 담뱃대를 받아들었죠.

"이렇게 빨아들이면 되나?"

"천천히, 천천히! 처음엔 조금씩 들이마셔야 해."

저승사자가 조심스럽게 담배를 빨아들이자 매캐한 연기가 목구멍을 타고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기침이 나왔지만, 곧 묘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죠.

"오호... 이게... 꽤 괜찮은데?"

최 영감은 씩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렇지? 이제 제대로 피워보게. 이렇게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뿜는 거야."

두 사람은 마루에 나란히 앉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지고 달이 떠올랐지만, 저승사자는 담배 맛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죠.

"자네, 이 담배라는 걸 어떻게 만드나?"

"아, 그건 말이야..." 최 영감은 담배 만드는 법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저승사자는 귀를 기울이며 열심히 들었죠.

"저승에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는데..."

"하하, 저승사자도 담배 맛을 알아보는구먼! 자, 이번엔 특별한 걸 보여주지."

최 영감은 담배 연기로 동그라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저승사자는 신기한 듯 바라보았죠.

"나도 해보고 싶은데..."

"이렇게 하는 거야. 입술을 동그랗게 만들고..."

시간이 흐르면서 저승사자는 완전히 담배에 빠져들었습니다. 급기야는 최 영감에게 이런 부탁까지 했죠.

"혹시 담배를 좀 가져가도 되겠나? 저승에 가서도 피우고 싶은데..."

"그럼 그럼! 얼마든지 가져가게. 여기 담배 잎이랑 종이도 넉넉히 싸 주지."

최 영감은 담배 보따리를 정성껏 싸 주었습니다. 저승사자는 감동한 듯 말했죠.

"이렇게 좋은 걸 알려주니 고맙네. 그런데..." 저승사자는 갑자기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내가 왜 여기 왔더라?"

담배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임무를 잊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최 영감은 능청스럽게 말했습니다.

"글쎄, 나도 모르겠네. 아마 담배 구하러 온 게 아닐까?"

"아, 맞다! 담배... 아니, 그게 아니고..." 저승사자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포기한 듯 말했습니다. "에이, 모르겠다. 일단 돌아가서 생각해봐야겠네."

저승사자는 담배 보따리를 들고 흐뭇한 표정으로 사라졌습니다. 최 영감은 그 뒷모습을 보며 껄껄 웃었죠.

다음날, 최 영감은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저승사자는 나타나지 않았죠. 아마 저승에서 담배 피우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입니다.

이 소문이 퍼지자 마을 사람들은 모두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저승사자가 와도 담배로 시간을 끌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죠. 물론 그게 정말 효과가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만...

※ 효자와 저승사자의 흥정

전라도 어느 작은 마을에 이 효자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나이는 스물다섯이었는데,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것으로 유명했죠.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로 어머니를 봉양하며 살았는데, 그 효성이 하늘에 닿을 정도였습니다.

어느 겨울날, 이 효자의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의원을 불러 약을 써도 차도가 없었고, 날이 갈수록 병세는 심해졌죠. 이 효자는 밤낮으로 어머니 곁을 지키며 간호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밤, 어머니가 잠든 사이 방문이 소리 없이 열렸습니다. 들어온 것은 검은 도포의 저승사자였죠.

"누구냐?" 이 효자가 나직이 물었습니다.

"나는 저승에서 온 사자다. 네 어머니를 데리러 왔다."

이 효자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지만, 어머니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저승사자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안 됩니다! 어머니는 아직 가실 수 없습니다!"

저승사자는 무표정하게 말했습니다. "이미 정해진 운명이다. 비켜라."

하지만 이 효자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승사자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죠.

"저승사자님, 제발 어머니를 데려가지 마십시오. 제가 대신 가겠습니다!"

저승사자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럴 수는 없다. 사람의 명부는 바꿀 수 없는 법이다."

이 효자는 눈물을 흘리며 계속 매달렸습니다. "그럼 제 수명을 나눠드릴 수는 없을까요? 제 남은 수명의 절반을 어머니께 드리겠습니다!"

저승사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청년의 효성에 조금은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네 수명을 나눈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발입니다! 저는 어머니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차라리 제가 죽는 것이 낫습니다!"

저승사자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말했습니다. "좋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이 효자는 희망에 차서 물었습니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네가 정말로 효자인지 시험해보겠다.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하면 네 소원을 들어주겠다."

"어떤 시험입니까?"

저승사자는 엄숙하게 말했습니다. "첫째, 네가 가장 아끼는 것을 바쳐라. 둘째, 네가 가장 하기 싫은 일을 해라. 셋째, 네 효성이 진심인지 증명해라."

이 효자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는 곧바로 집 안을 뒤져 자신이 가장 아끼는 물건을 가져왔습니다. 그것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인 옥비녀였죠.

"이것은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주신 것인데, 어머니께서 저에게 물려주신 겁니다. 제가 가장 아끼는 물건입니다."

저승사자는 옥비녀를 받아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첫 번째는 통과다. 이제 두 번째다."

"제가 가장 하기 싫은 일이라..." 이 효자는 잠시 생각했습니다. "저는 거짓말하는 것을 가장 싫어합니다. 특히 어머니께 거짓말하는 것은..."

"그럼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해라. 지금 당장."

이 효자는 괴로워했지만, 어머니의 목숨이 달린 일이었습니다. 그는 어머니 곁으로 가서 속삭였습니다.

"어머니, 제가... 제가 장가를 가기로 했습니다. 좋은 처자를 만났어요."

그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이 효자는 어머니를 모시느라 장가도 가지 못했거든요. 잠결에도 아들의 말을 들은 어머니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두 번째도 통과다."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이제 마지막이다. 네 효성이 진심임을 증명해라."

이 효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습니다. "저승사자님, 저를 따라오십시오."

그는 저승사자를 부엌으로 데려갔습니다. 그리고는 숨겨둔 것을 꺼내 보였죠. 그것은 자신의 살을 베어 만든 약이었습니다.

"이것은 제 허벅지 살을 베어 달인 약입니다. 의원이 사람 고기가 약이 된다고 해서... 어머니께 이 약을 드렸더니 조금씩 차도가 있었습니다."

저승사자는 청년의 다리에 난 상처를 보고 놀랐습니다. 정말로 제 살을 베어 어머니를 살리려 한 것이었습니다.

"네 효성은 정말 진실하구나." 저승사자는 감동한 듯 말했습니다. "좋다. 약속대로 네 수명 중 십 년을 어머니께 주겠다."

저승사자는 장부를 꺼내 뭔가를 적었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어머니의 안색이 좋아지기 시작했죠.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효자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승사자는 떠나기 전에 말했습니다. "네 어머니는 앞으로 십 년을 더 살 것이다. 하지만 너는 그만큼 수명이 줄었다. 후회하지 않겠나?"

이 효자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어머니와 함께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며칠 후, 어머니는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이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은 이 효자의 효성에 감탄했고, 저승사자도 효성 앞에서는 마음이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 후로 이 효자는 정말로 십 년을 어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비록 자신의 수명은 줄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 저승사자도 속인 과부의 지혜

함경도 어느 바닷가 마을에 강 씨 과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어린 딸 하나를 키우며 생선 장사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죠. 나이는 서른다섯, 아직 젊었지만 재혼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오직 딸 하나만 바라보며 살았던 것이죠.

어느 추운 겨울밤, 강 씨 과부가 생선을 다듬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찬바람이 불더니 부엌 문이 삐걱 열렸습니다. 들어선 것은 창백한 얼굴의 저승사자였죠.

"강 씨 성을 가진 서른다섯 살 과부, 맞나?"

강 씨는 손에 든 칼을 놓지 않은 채 대답했습니다. "맞습니다만, 누구시죠?"

"나는 저승에서 온 사자다. 네 수명이 다했으니 따라와야 한다."

강 씨는 순간 딸 생각이 났습니다. 아직 열 살밖에 안 된 어린 딸을 두고 어떻게 갈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습니다.

"아, 저승사자님이시군요. 그런데 제가 지금 생선을 다듬고 있는데, 이걸 그냥 두고 가면 썩어서 못 쓰게 됩니다. 잠깐만 정리하고 가면 안 될까요?"

저승사자는 귀찮은 듯 말했습니다. "빨리 해라."

강 씨는 생선을 다듬으며 슬쩍 말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저승사자님, 혹시 배고프지 않으세요? 제가 생선구이를 아주 잘하는데..."

"배고픔? 저승사자는 그런 것을 느끼지 않는다."

"아, 그렇군요. 그럼 향기는 맡으실 수 있나요? 이 생선을 구우면 그 냄새가 정말 좋거든요."

강 씨는 능숙하게 생선을 굽기 시작했습니다. 곧 고소한 냄새가 부엌을 가득 채웠죠. 저승사자도 자신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렸습니다.

"이상하네... 이런 냄새는 처음인데..."

"저승에는 이런 음식이 없나 보죠?" 강 씨가 능청스럽게 물었습니다.

"음식이라는 게 없지. 먹을 필요가 없으니까."

강 씨는 노릇노릇하게 구운 생선을 접시에 담아 저승사자 앞에 놓았습니다. "그래도 한번 맛이나 보세요. 인간 세상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시고요."

저승사자는 망설이다가 젓가락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입 베어물자 눈이 휘둥그레졌죠.

"이게... 이렇게 맛있는 것이었나?"

강 씨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말했습니다. "더 드세요. 아직 많이 있으니까요."

저승사자는 정신없이 생선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태어나서, 아니 저승사자가 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맛이었거든요.

"그런데 저승사자님," 강 씨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혹시 실수하신 적은 없으세요? 엉뚱한 사람을 데려간다든지..."

"가끔 있지. 이름이 비슷하거나 나이가 같으면 헷갈릴 때가 있어."

"아, 그럼 저도 혹시 다른 강 씨 과부와 헷갈리신 건 아닐까요? 이 마을에 강 씨 과부가 저 말고도 두 명이나 더 있거든요."

저승사자는 생선을 먹다가 멈췄습니다. "뭐? 강 씨 과부가 셋이나 된다고?"

"네, 저는 막내 과부고요. 큰 과부는 마흔여덟이고, 둘째 과부는 마흔둘이에요."

저승사자는 당황해서 장부를 꺼내 들었습니다. "강 씨 과부... 응? 나이가 안 적혀 있네?"

강 씨는 재빨리 말했습니다. "아마 큰 과부 할머니를 찾으시는 게 아닐까요? 요즘 많이 편찮으시다고 들었는데..."

저승사자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 하지만..."

"아, 그리고 저승사자님!" 강 씨가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혹시 성이 '강'이 아니라 '갈'씨는 아닐까요? 여기 사투리로는 비슷하게 들리거든요. 갈 씨 과부도 한 분 계시는데..."

저승사자는 완전히 헷갈려버렸습니다. "강 씨인지 갈 씨인지... 젊은 과부인지 늙은 과부인지..."

그때 강 씨의 딸이 방에서 나왔습니다. "엄마, 누구세요?"

강 씨는 딸을 끌어안으며 말했습니다. "저승사자님, 보시다시피 저는 어린 딸이 있습니다. 저를 데려가시면 이 아이는 고아가 되고 말아요."

딸아이가 천진난만하게 말했습니다. "아저씨, 우리 엄마 데려가지 마세요. 엄마가 없으면 저는 어떡해요?"

저승사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이의 순진한 눈망울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거든요.

"음... 정말 헷갈리는군. 일단 돌아가서 확인해봐야겠다."

강 씨는 재빨리 생선을 더 싸주며 말했습니다. "이거 가져가세요. 저승에서도 드시고요. 그리고 만약 제가 맞다면 다시 오세요. 제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저승사자는 생선 보따리를 들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승사자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정말로 다른 과부를 찾아갔거나, 아니면 생선 맛에 빠져서 임무를 잊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강 씨는 그 후로도 오래오래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가끔 저승사자가 생각날 때면 생선을 구워 문밖에 놓아두곤 했다는데, 다음날이면 항상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고 하네요.

※ 현대에도 이어지는 해학의 정신

이런 옛이야기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물론 현대인들은 더 이상 저승사자를 믿지 않지만, 이 이야기들이 담고 있는 정신은 여전히 살아있죠.

서울의 한 대학 강의실. 민속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저승사자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자, 여러분. 우리 조상들은 왜 저승사자를 이렇게 익살스럽게 그렸을까요?"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대답했습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아닐까요?"

"맞습니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죠.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그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웃음으로 승화시켰죠."

교수는 칠판에 '해학'이라고 크게 썼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인 특유의 해학 정신입니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유머로 극복하는 지혜죠. 저승사자를 속이고, 술을 먹이고, 심지어 담배까지 가르치는 이야기들. 이건 단순한 우스개가 아닙니다."

다른 학생이 질문했습니다. "그럼 이런 이야기들이 현대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교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현대인들도 여전히 죽음을 두려워하죠. 하지만 의학이 발달하면서 오히려 죽음에 대한 공포는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던 죽음을, 지금은 어떻게든 피하려고만 하죠."

강의실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교수가 이어서 말했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삶을 즐기라고. 저승사자가 와도 술 한 잔 권할 수 있는 여유, 그것이 진정한 삶의 자세라고요."

한 학생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요즘도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하신 말씀이, '저승사자 오면 화투나 치자고 하겠다'였거든요."

교실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교수도 함께 웃으며 말했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시대가 변해도 한국인의 해학 정신은 변하지 않았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 민족의 힘이죠."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나가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수업이었어."

"그러게. 옛날 사람들이 참 지혜로웠구나."

"나도 나중에 늙으면 저승사자한테 치맥이나 하자고 할래."

이렇게 조선시대의 해학적인 저승사자 이야기는 현대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형태는 바뀌었지만, 어려움을 웃음으로 극복하려는 정신은 여전히 한국인의 DNA에 새겨져 있는 것이죠.

요즘도 SNS나 인터넷에서는 죽음을 소재로 한 유머들이 많이 돌아다닙니다. "저승 와이파이는 잘 터지나?" 같은 농담들이 그 예죠. 이런 현대판 저승사자 유머들도 결국은 조선시대 조상들의 해학 정신을 이어받은 것입니다.

죽음은 여전히 두렵고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유머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당당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조선시대 민화 속 익살스러운 저승사자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웃어라. 그리고 삶을 즐겨라."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조선시대 저승사자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우리 조상들이 죽음조차도 해학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지 않으신가요?

이런 이야기들은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피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우리 민족의 지혜가 담겨 있죠. 술 먹고 취하는 저승사자, 담배에 빠진 저승사자, 심지어 생선구이에 정신을 잃은 저승사자까지. 이 모든 이야기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삶은 고달프지만, 그래도 웃을 수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도 여전히 많은 두려움과 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상들이 그랬듯이, 우리도 유머로 그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인의 힘이고, 우리가 이어받은 소중한 유산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더욱 흥미로운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조선시대 저승사자와 무당의 특별한 관계: 접신과 교감"이라는 주제로,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영혼을 다루던 무당들과 저승사자의 신비로운 관계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무당은 어떻게 저승사자를 불러내고, 또 때로는 물리칠 수 있었을까요? 저승사자도 무당 앞에서는 꼼짝 못했다는 놀라운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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