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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길에서 살아 돌아온 사또 [천예록]

황금 인생 21 2026. 9. 1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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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길에서 살아 돌아온 사또 [천예록]

죽음을 맞이한 사또가 황천길에서 돌아왔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사또가 염라대왕의 기묘한 거래 끝에 다시 살아 돌아온 이야기. 죽음의 세계에서 본 비밀과 인간 세상으로 돌아온 사또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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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숨이 끊어지고 온몸이 차갑게 식어버린 사또. 눈을 떠보니 그곳은 산 자가 밟을 수 없는 안개 자욱한 황천길이었습니다. 서늘한 쇠사슬에 끌려 도달한 염라대왕의 심판대. 죽음의 문턱에서 사또는 결코 거절할 수 없는 기묘한 거래를 맺게 되는데… 과연 그는 무사히 이승으로 돌아가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요? 죽음 너머의 서늘한 비밀이 지금 밝혀집니다.

※ 1: 갑작스러운 죽음과 안개 낀 황천길의 서막

깊고 고요한 밤,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관아의 내아는 평소와 달리 숨 막힐 듯한 정적과 무거운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언제나 올곧은 성품으로 백성들의 칭송을 받던 고을의 책임자, 최 사또의 방 안에서는 매캐한 탕약 냄새가 짙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관아의 동헌에 앉아 호통을 치며 명판결을 내리던 그였으나, 며칠 전 밤마실을 나갔다 돌아온 이후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지독한 열병에 사로잡혀 자리에 눕고 말았다. 고을에서 가장 용하다는 의원들이 번갈아 가며 진맥을 하고 귀한 약재를 달여 올렸지만, 사또의 몸은 마치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다가도 금세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버리기를 반복했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숨소리는 젖은 창호지처럼 찢어질 듯 위태롭게 떨리고 있었다.

'목이...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구나. 어찌하여 내 몸이 이토록 무거운 것인가. 마치 천 근 만 근의 바위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만 같아 숨을 쉴 수가 없다.'

가족들의 애타는 부름과 의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마치 아득한 산울림처럼 귓가에서 웅웅거리며 멀어져 갔다. 눈을 뜨려 안간힘을 썼지만, 눈꺼풀은 이미 그의 의지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 손끝과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서늘한 기운이 점차 혈관을 타고 심장 쪽으로 기어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살아생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절대적인 냉기였다. 이내 마지막 남은 한 줌의 숨결이 폐부를 빠져나가는 순간, 덜컥하는 기이한 감각과 함께 사또의 의식은 깊고 아득한 심연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몽롱했던 정신이 번쩍 들며 감겨 있던 눈이 떠졌다. 방 안을 밝히던 호롱불의 따스한 빛도, 아내의 서러운 곡소리도 흔적 없이 사라진 뒤였다. 사또가 몸을 일으켜 세우자, 놀랍게도 열병으로 찢어질 듯 아팠던 온몸의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오히려 깃털처럼 몸이 가벼웠다.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돌린 그의 시선 끝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들어왔다. 방 한가운데 깔린 두꺼운 요 위에,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눈을 감고 있는 '자신'의 육신이 덩그러니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그 주변을 둘러싼 가족들이 시신을 부여잡고 오열하고 있었지만, 사또가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그들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

"이보시오! 부인! 내가 여기 있소!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오?!"

허공을 가르는 그의 외침은 방 안의 공기조차 흔들지 못했다. 자신이 죽었다는 끔찍한 현실을 채 받아들이기도 전에,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이 소리 없이 스르륵 열렸다. 문지방을 넘어온 것은 살아있는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키가 여덟 척에 달하고, 칠흑처럼 검은 관복을 차려입은 세 명의 사내들. 그들의 얼굴은 잿빛으로 탁했고, 눈동자는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깊은 구멍과도 같았다. 저승사자였다. 가장 앞장선 사자가 서늘한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명부의 명이 떨어졌다. 최 아무개는 더 이상 이승에 미련을 두지 말고 지체 없이 길을 나서라."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굵고 차가운 쇠사슬이 허공을 날아와 사또의 목과 양 손목을 단단히 옭아맸다. 저항할 틈도 없이 거센 힘에 이끌려 방문을 나서는 순간, 익숙했던 관아의 풍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끝을 알 수 없는 잿빛 안개만이 자욱한 황량한 들판이 펼쳐졌다. 바닥은 날카로운 짐승의 뼈와 검은 흙으로 뒤덮여 있었고, 하늘에는 해와 달 대신 기괴하게 일그러진 붉은빛만이 스며 나와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길 양옆으로는 피를 머금은 듯 붉게 타오르는 피안화가 끝없이 피어 있었고, 그 꽃잎 사이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망자들의 구슬픈 통곡 소리가 안개를 타고 스며들었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발밑에서 서걱거리는 소리가 났고, 차가운 안개는 영혼의 밑바닥까지 스며들어 극심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이곳이... 말로만 듣던 황천길이란 말이냐. 내가 정녕 죽어 저승으로 끌려가고 있단 말인가. 억울하다. 아직 이승에서 다하지 못한 백성들의 원통함이 산더미 같거늘, 내 어찌 이리 허망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단 말이냐.'

끝을 알 수 없는 적막하고 소름 끼치는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시간의 흐름조차 짐작할 수 없는 기나긴 행군 끝에, 사방을 가득 채우던 안개가 조금씩 걷히며 거대한 강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짓는다는 삼도천이었다. 탁하고 검푸른 강물 속에서는 죄를 지어 강을 건너지 못한 수많은 망령들이 허우적거리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고, 수면 위로 뻗어 나오는 수만 개의 창백한 손길들이 당장이라도 사또의 발목을 잡아끌 듯 일렁였다. 뱃사공이 노를 젓는 낡은 나룻배에 몸을 싣고 강을 건너는 내내, 사또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다가올 심판의 두려움에 몸을 떨어야만 했다.

※ 2: 명부전의 심판, 염라대왕과의 기묘한 거래

삼도천을 건너 당도한 곳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거대한 흑요석 성벽으로 둘러싸인 명부전이었다. 성문 앞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무시무시한 갑옷을 두르고 창을 든 귀졸들이 도열해 있었고, 문이 열릴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붉은 화염과 고통스러운 절규는 듣는 이의 넋을 완전히 빼놓기에 충분했다. 쇠사슬에 끌려 거대한 문턱을 넘어서자, 수백 개의 횃불이 일렁이며 끝을 알 수 없이 넓은 심판정을 비추었다. 양옆으로는 끔찍한 형벌을 집행하는 형구들이 널려 있었고, 그 중앙 가장 높은 곳에는 산처럼 거대한 체구에 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어내는 이가 좌정해 있었다. 바로 저승의 다섯 번째 왕, 염라대왕이었다.

염라대왕의 두 눈은 불타는 화로처럼 번뜩였고, 그가 호흡할 때마다 명부전 전체가 거대한 지진이 난 것처럼 진동했다. 사또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이 꺾이며 차가운 돌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공포심에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지만, 이대로 억울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한 줄기 절박함이 솟아올랐다.

"네 이놈! 고개를 들어 업경대(業鏡臺) 앞을 보아라. 네가 이승에서 지은 모든 죗값이 저 거울에 낱낱이 비칠 것이니라!"

염라대왕의 불호령이 천둥처럼 떨어졌다. 사또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올리자, 대전 한가운데 자리한 맑고 거대한 거울에 그의 지나온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백성들의 억울함을 달래주기 위해 밤낮없이 고군분투하던 모습, 굶주린 자들에게 관아의 곡간을 열어주던 모습, 그러나 때로는 과도한 고집으로 아랫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사소한 허물들까지 모두 비쳤다. 거울의 영상이 끝을 맺자, 염라대왕은 무거운 침묵과 함께 옆에 놓인 거대한 명부(命簿)를 촤르륵 넘기기 시작했다. 붓끝을 든 판관들이 숨죽여 대왕의 눈치를 살피는 가운데, 염라대왕의 미간이 좁아지더니 이내 작게 쯧쯧 혀를 차는 소리가 대전을 울렸다.

"기이한 일이로다. 명부에 적힌 너의 수명은 아직 스무 해나 더 남아 있거늘, 어찌하여 사자들이 벌써 너를 잡아왔단 말이냐. 필시 동명이인의 생령을 잘못 거둔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구나."

그 말에 사또의 눈이 번쩍 뜨였다. 살 수 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

"대왕마마! 억울하옵니다! 소인은 아직 이승에서 다스려야 할 백성들이 있고, 보살펴야 할 늙은 노모와 어린 자식들이 있사옵니다! 부디 어리석은 소인을 다시 이승으로 돌려보내 주시옵소서!"

사또는 이마에서 피가 날 정도로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애원했다. 염라대왕은 턱을 괸 채 엎드린 사또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불꽃처럼 타오르던 대왕의 눈빛 속에 알 수 없는 흥미로움과 깊은 상념이 교차했다. 이윽고 대왕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네가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그뿐이냐. 이승의 명부에 오차가 생긴 것은 분명 명부전의 실수이나, 이미 육신을 떠나 황천의 강을 건넌 혼백을 거슬러 돌려보내는 것은 하늘의 순리를 거스르는 일. 허나, 네가 다스리는 고을에 얽힌 지독한 원한의 매듭을 풀어낸다면 특별히 그 수명을 돌려주겠다."

"원한의... 매듭이라 하셨사옵니까?"

"그렇다. 네가 다스리는 고을 깊은 곳에는 아무도 모르게 묻힌 참혹한 살인과 억울한 원귀의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 그 원귀의 한이 땅의 기운을 막아 가뭄을 부르고 역병을 퍼뜨려 죄 없는 백성들마저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지. 네가 사또로서 그 진실을 밝혀내고 억울한 자의 한을 풀어준다면, 남은 스무 해의 수명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염라대왕의 목소리는 낮고 은밀했지만, 그 안에는 거역할 수 없는 무거운 계약의 조건이 담겨 있었다.

"명심하거라. 이승으로 돌아간 후 달포(한 달) 안에 그 원귀의 정체를 밝히고 죗값을 치르게 하지 못한다면, 그 즉시 내 사자들을 다시 보내 너를 칠흑 같은 무간지옥의 밑바닥에 처넣을 것이다. 어떠하냐, 이 기묘한 거래를 받아들이겠느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살아서 고을의 평화를 되찾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가 사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천명이었으니까.

"분부대로 거행하겠사옵니다! 제 목숨을 걸고, 기필코 그 억울한 원귀의 한을 풀어 고을의 기운을 바로잡겠나이다!"

사또의 맹세가 명부전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순간, 염라대왕이 커다란 부채를 들어 허공을 세차게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귓가를 찢는 듯한 돌풍이 휘몰아치며 명부전의 풍경이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고, 사또의 영혼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끝없이 떨어져 내렸다.

※ 3: 칠성판 위에서 눈을 뜨다, 이승으로의 경악스러운 귀환

어둡고 깊은 심연 속으로 추락하던 감각이 멎고,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지독한 냄새였다. 타오르는 향 연기와 눅눅한 삼베 냄새, 그리고 은은하게 섞여 드는 국화꽃 향기. 귓가에는 아득하게만 들리던 쇳소리 대신, 익숙한 사람들의 통곡 소리가 뚜렷하게 고막을 때리기 시작했다.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 아내의 쉰 목소리, 관아 이방과 아전들의 통탄 섞인 한숨 소리였다.

'여기가... 이승인가? 내가 정말 돌아온 것인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무언가 거칠고 두터운 천이 눈 위를 단단히 덮고 있었다. 손발을 움직이려 해도, 누군가 온몸을 밧줄로 꽁꽁 묶어놓은 것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당황한 사또가 혀를 차며 침을 삼키려 하자, 입안에 가득 물려 있던 딱딱하고 서늘한 쌀알과 엽전이 느껴졌다. 죽은 자의 입에 물리는 반함(飯含)이었다.

'아뿔싸! 내가 염습(殮襲)을 당하여 관 속에 들어가기 직전이구나!'

온몸은 아직 온기가 돌지 않아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근육은 사후경직으로 인해 통나무처럼 굳어 있었다. 이대로 관 뚜껑이 닫히고 못이 박혀 땅속에 묻힌다면, 저승사자가 다시 데리러 오기도 전에 산 채로 생매장을 당할 판이었다. 극도의 공포와 다급함이 몰려왔다. 사또는 염라대왕 앞에서도 잃지 않았던 정신을 바짝 차리며, 남은 혼신의 힘을 다해 손끝부터 기를 모았다. 손가락 관절에서 미세하게 뚝, 뚝 하며 굳은 뼈마디가 풀리는 소리가 났다.

"아이고, 우리 사또 나으리! 어찌 이리 허망하게 가셨단 말입니까!"

곡을 하던 이방이 칠성판 가까이 다가와 눈물을 훔치고 있을 때였다. 빳빳하게 묶여있던 사신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이방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눈물을 닦아냈다. 그 순간, 삼베에 감싸여 미동도 없던 시신의 가슴통이 크게 부풀어 오르더니, 거칠고 파열된 숨소리가 방 안의 침묵을 찢고 터져 나왔다.

"크으읍! 푸하아!"

이빨 사이로 엽전과 생쌀이 방바닥으로 후두둑 쏟아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시신의 굳은 팔이 번쩍 들리며, 얼굴을 덮고 있던 멱목(죽은 이의 얼굴을 덮는 천)을 거칠게 뜯어냈다. 창백하고 푸르스름한 얼굴 위로, 붉은 핏발이 선 사또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히이익! 귀, 귀신이다! 사또 나으리가 원귀가 되어 돌아오셨다!"

순식간에 초상집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혼비백산한 아전들은 뒤로 나자빠지며 문짝을 부수고 도망쳤고, 향을 피우던 아내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기절해 버렸다. 상복을 입은 친척들은 다리가 풀려 바닥을 기어 도망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사또는 뻣뻣한 몸을 억지로 꺾어 비틀거리며 칠성판 위에서 일어났다. 관절이 움직일 때마다 기괴한 뼛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도망치지 마라! 내 아직 죽지 않았다! 염라대왕의 명을 받고 이승의 억울함을 풀러 되돌아온 것이야!"

사또의 쩌렁쩌렁한 호통이 동헌 마당까지 울려 퍼졌다. 혼비백산하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숨을 헐떡이며 주변을 둘러보는 사또의 시야에, 엉망이 된 장례식장의 풍경과 바들바들 떠는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몸은 여전히 죽음의 한기로 가득했고 무덤의 냄새가 났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염라대왕과 맺은 기묘한 거래의 불꽃이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은 단 한 달. 이 고을 어딘가에 숨겨진 참혹한 피의 진실을 파헤치지 못한다면, 자신은 물론 이 고을 전체가 저승의 저주 아래 영원히 고통받을 터였다. 사또는 결박되어 있던 염의를 거칠게 찢어 던져버리며, 그 누구보다 서늘하고 결연한 표정으로 닫힌 방문 너머 어둠이 깔린 고을을 응시했다.

※ 4: 남겨진 숙제, 평화로운 고을에 숨겨진 참혹한 진실

관곽을 뚫고 칠성판 위에서 살아 돌아온 사또의 기행은 삽시간에 고을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눈덩이처럼 불어나, 백성들 사이에서는 사또가 저승사자마저 호령하고 이승으로 귀환한 신령스러운 존재라는 경외심 어린 이야기마저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사또 본인의 속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가 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장례의 소동이 가라앉고 찢어진 염의 대신 평소의 빳빳한 관복을 다시 차려입은 그는, 겉으로는 예전과 다름없는 올곧은 목민관의 평정심을 되찾은 듯 보였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깊은 밤이면, 목과 양 손목에 뚜렷하게 남은 서늘하고 기분 나쁜 쇠사슬의 감각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식은땀을 핥고 잠에서 깨어나기 일쑤였다. 달포, 즉 한 달이라는 시간은 야속하게도 모래시계의 모래알처럼, 혹은 바닥난 호롱불의 기름처럼 무섭도록 빠르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몸에 남은 죽음의 한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였으나, 사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을의 밀린 송사와 해묵은 문서들을 미친 듯이 파헤치기 시작했다. 염라대왕이 황천의 심판정에서 그토록 차갑게 내뱉었던 '참혹한 살인과 억울한 원귀의 피눈물'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겉보기에는 이렇게나 풍요롭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이 고을 어디에, 땅의 기운마저 막아버릴 만큼 끔찍하고 거대한 진실이 숨겨져 있단 말인가.

사또는 은밀히 이방과 육방 관속들을 모두 동헌으로 불러 모았다. 그리고 최근 십 년간 고을 안팎에서 일어났던 모든 변사 사건, 실종 사건, 그리고 미제로 남은 흉악 범죄의 기록들을 단 한 장도 빠짐없이 모조리 대령하게 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퀴퀴한 먼지 앉은 장부들을 하나하나 넘기던 그의 눈빛은 먹잇감을 노리는 매의 그것처럼 날카롭고 번뜩였다.

"이 수많은 기록들 중, 시신을 끝내 찾지 못했거나 유독 서둘러 사건을 덮은 정황이 있는 것들을 낱낱이 찾아내거라. 아주 작은 단서, 스쳐 지나가는 의혹 하나라도 결코 놓쳐서는 아니 될 것이다. 만약 태만히 하여 중요한 것을 빠뜨린다면, 너희들의 목숨 또한 온전치 못할 것이니라!"

사또의 서릿발 같은 호령에 관속들은 사시나무 떨듯 식은땀을 뚝뚝 흘리며 장부를 뒤적였다. 저승을 다녀온 후로 사또의 몸에서는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 아닌 듯한 기이하고 서늘한 기백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밤낮을 꼬박 새우며 기록을 교차 검증하고 진땀을 빼던 중, 촛불 아래서 눈을 비비던 사또의 시선이 어느 한 줄의 낡고 바랜 기록에 멈추어 섰다. 불과 삼 년 전, 고을 외곽의 험준한 산세에 자리 잡은 뱀골에 살던 심마니 일가족이 밤사이 번진 산불로 인해 몰살당했다는 대수롭지 않은 짧은 보고서였다. 표면적으로는 건조한 늦가을 날씨에 일어난 지극히 불행하고 흔한 화재 사건으로 치부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또의 예리한 직감은 그 이면에 도사린 짙은 위화감을 포기하지 않았다. 일가족이 몰살당할 정도의 큰불이었음에도 관아의 후속 조치는 너무도 허술했고, 무엇보다 보고서의 문맥 곳곳에 무언가를 황급히 은폐하려는 듯한 어색한 비약이 존재했다. 당시 화재 현장을 직접 검안했던 늙은 오작인을 은밀히 동헌의 밀실로 부른 사또는, 주변의 모든 인적을 물리친 채 낮게 가라앉은 서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삼 년 전, 뱀골에서 일어났던 심마니 일가족 화재 사건을 뚜렷이 기억하느냐. 당시 네가 불탄 시신을 직접 수습하고 검안을 맡았다고 장부에 선명히 기록되어 있더구나. 네 놈에게 묻겠다. 진정 그것이 단순한 산불로 인한 참변이었느냐? 네가 만약 단 하나의 거짓이라도 입에 담거나 무언가를 숨긴다면, 내 직접 네놈의 목을 쳐서 염라대왕 앞으로 보내버릴 것이다."

오작인은 사또의 등 뒤로 일렁이는 촛불의 그림자 속에서, 마치 명부전의 귀졸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죽었다 살아난 사또의 새카만 눈동자에는 산 자의 것이 아닌 듯한 깊고 기이한 형형함이 깃들어 있었고, 방 안의 공기마저 얼어붙는 듯했다. 이내 참았던 숨을 헐떡이며 토해내듯 오작인이 방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처절하게 울먹이기 시작했다.

"사, 사또 나으리! 소인을 죽여주시옵소서!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실은... 실은 그 끔찍한 사건은 절대 단순한 화재가 아니었사옵니다. 불에 숯덩이처럼 타다 남은 심마니 부부의 시신을 뒤집어 보았을 때, 그들의 목덜미와 가슴팍에는 예리하고 묵직한 칼날에 깊게 베이고 찔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사옵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그 집에 함께 살던 열 살배기 어린 딸아이의 시신은 화마가 휩쓴 그 어디에서도, 재 한 줌조차 발견되지 않았사옵니다!"

"무어라? 시신에 명백한 칼자국이 있었고, 어린아이의 시신은 아예 증발해 버렸단 말이냐? 그런데 어찌하여 이 관아의 장부에는 일가족이 산불을 피하지 못하고 몰살당했다고 이리도 철저하게 거짓으로 고한 것이냐!"

"그, 그것이... 고을에서 가장 큰 재물과 권세를 쥐고 있는 최대감 댁의 수하들이 한밤중에 제 놈의 집으로 들이닥쳐 칼을 들이밀었사옵니다. 만약 그날의 진실을 입 밖으로 꺼내거나 장부에 사실대로 적는다면, 저뿐만 아니라 제 처와 어린 자식들마저 쥐도 새도 모르게 우물에 던져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하였사옵니다. 소문으로는, 그들이 심마니가 평생을 바쳐 험산에서 찾아낸 천 년 묵은 신령한 산삼을 빼앗기 위해 그 잔인한 도륙을 저지르고, 모든 흔적과 증거를 인멸하고자 고의로 불을 지른 것이라 하옵니다!"

사또의 두 주먹이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파르르 떨렸다. 겉으로는 양반의 꼿꼿한 체통을 세우며 가난한 자들을 위한 빈민 구제에 앞장서는 척 위선을 떨던 최대감이, 그 추악한 이면에서는 사람의 귀한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며 이토록 끔찍한 살육을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실종된 어린 딸아이는 어찌 되었을까. 필시 그 불쌍한 아이는 부모의 처참한 죽음을 어둠 속에서 목격하고 살기 위해 맨발로 도망치다, 결국 짐승 같은 그들의 손에 붙잡혀 그 누구도 모르는 곳에서 억울하고 잔혹한 죽음을 맞이했을 터였다. 염라대왕이 말한, 땅의 기운을 옭아매고 고을에 지독한 흉년을 불러온 원귀의 정체가 마침내 핏빛 칠을 한 채 서서히 그 끔찍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토록 참혹하고 피비린내 나는 죄악이 바로 내 발밑에서 벌어지고 있었거늘, 나는 사또라는 자리에 거드름을 피우며 앉아 눈뜬장님처럼 어리석게 백성들의 비명을 외면하고 있었구나. 내 남은 목숨을 모두 걸어서라도, 기필코 이 썩어빠진 고름을 남김없이 짜내고 저들을 지옥 불에 던져넣고야 말 것이다.'

사또는 달빛조차 짙은 구름 뒤로 꽁꽁 숨어버린 그날 밤, 벼슬아치의 신분을 숨긴 채 검은 융단 도포를 두르고 호위 무사 단 두 명만을 대동한 채 뱀골의 끝없이 깊고 어두운 산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삼 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불에 탄 기둥과 화재의 흔적이 시커멓게 흉터처럼 남아있는 흉가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산 사람의 살을 에는 듯한 지독하고 섬뜩한 음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폐허의 한가운데, 오래전 물이 말라붙어 버려진 깊고 검은 우물 곁에서 사또는 기이할 정도로 짙고 무겁게 깔려 있는 붉은 안개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은 그가 황천길을 걸으며 보았던, 망자들의 피를 머금고 피어난다는 피안화의 붉은빛과 너무도 소름 끼치게 닮아 있었다.

※ 5: 억울한 원혼의 등장과 탐욕스러운 자들의 단죄

서늘한 밤공기를 가르고 마른 우물 곁으로 한 걸음 다가선 사또의 코끝에, 짐승의 썩은 고기 냄새와 비릿한 피 냄새, 그리고 물기 잃은 썩은 흙내음이 한데 뒤엉켜 훅 끼쳐왔다. 동행했던 건장한 호위 무사들은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공포에 완전히 질려버린 채, 검자루를 쥔 손을 덜덜 떨며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지만 사또는 오히려 바위처럼 침착했다. 저승의 가장 깊은 곳, 모든 영혼을 태워버릴 듯한 염라대왕의 압도적인 분노 앞에서도 꿋꿋하게 버텨낸 그였다. 사또가 칠흑같이 어두운 우물 안을 향해, 깊고 묵직하며 슬픔이 담긴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다.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또가 뒤늦게나마 이곳에 왔느니라. 네 억울하고 비참한 죽음과 뼈에 맺힌 지독한 한을 풀어주기 위해, 내가 지옥의 문턱에서 염라의 명을 받아 돌아왔으니. 이제 더 이상 차갑고 어두운 곳에 숨어 피눈물을 흘리지 말고, 내 앞에 온전히 네 모습을 드러내어 삼 년 전 그날의 진실을 남김없이 고하거라."

사또의 묵직한 말이 채 허공에서 흩어지기도 전에, 잠잠히 멈춰 있던 숲의 산바람이 돌연 미친 듯이 휘몰아치며 폐허의 썩은 나무들을 거칠게 흔들어댔다. 깊은 우물 안쪽에서 진흙이 끓어오르는 듯 꿀럭이는 기괴한 소리가 들리더니, 핏빛 안개가 뭉치고 흩어지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마침내 한 사람의 서글픈 형상을 만들어냈다. 끄트머리가 시커멓게 불에 그을린 다 해진 저고리를 입고, 온몸이 날카로운 칼날에 무참히 베이고 찢겨 검붉은 피를 쉴 새 없이 흘리고 있는 열 살 남짓의 앳된 소녀였다. 원귀가 된 소녀의 두 눈은 세상에 대한 깊은 원망과 감당할 수 없는 육신의 고통으로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지만, 사또의 흔들림 없고 연민으로 가득 찬 맑은 눈동자와 마주치자 서서히 맺혀 있던 핏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며 슬픈 통곡을 시작했다.

"사또... 나으리... 아파요... 온몸이 너무 아파요... 이곳은 너무 춥고... 무서워요..."

입술이 달싹이지 않았음에도, 소녀의 처절한 목소리는 귓가가 아닌 사또의 머릿속으로 직접 날카롭게 메아리치듯 흘러들어왔다. 그 소리는 마치 날 선 비수처럼 사또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어미와 아비가 붉은 피투성이가 되어 마당에 쓰러지던 그 밤... 최대감네 짐승 같은 하인들이 살기 위해 도망치던 저를 산속 깊은 곳까지 쫓아왔어요. 아버지가 품에 안겨준 산삼이 든 봇짐을 빼앗고, 제발 살려달라며 바닥에 엎드려 싹싹 비는 제 가슴을 차가운 칼로 찌르고... 숨이 채 끊어지지도 않은 저를 이 차갑고 깊은 우물 밑바닥으로 가차 없이 던져버렸어요. 부러진 뼈가 폐를 찌르는 고통 속에서, 숨이 완전히 끊어지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저는 피 섞인 진흙 속에서 부모님을 부르며 짐승처럼 울부짖었어요. 제발... 제발 우리 불쌍한 가족의 억울함을 풀어주셔요. 저 나쁜 자들에게 천벌을 내려주셔요."

소녀의 끔찍하고 참혹한 기억이 마치 환상처럼 사또의 뇌리를 강하게 덮쳤다. 탐욕에 완전히 눈이 먼 인간들의 잔인하고 비열한 웃음소리, 연약한 살을 무자비하게 가르는 서늘한 칼날의 감각, 그리고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깊고 차가운 우물 속에서의 지독한 고독과 서서히 조여오는 죽음의 공포. 그것은 사또가 황천길을 걸으며 겪었던 막연한 두려움보다 백 배, 천 배는 더 고통스럽고 끔찍한 진짜 지옥이었다. 사또는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눈시울을 붉히며, 참혹한 원귀를 향해 무릎을 굽히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진실로 미안하구나. 내 목민관으로서 눈과 귀가 어두워 너희 가족의 참변을 제때 막지 못하였으니, 내 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네가 삼 년 동안 홀로 우물 밑에서 흘린 그 뜨거운 피눈물은, 내일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에 반드시 그들의 붉은 피로 남김없이 씻어내어 갚아주마. 내 이승의 사또로서, 저승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마. 그러니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견디거라."

다음 날 새벽, 태양이 채 지평선 위로 떠오르기도 전에 관아에는 전례 없는 비상이 걸렸다. 사또의 엄명 아래 창과 방패로 완전 무장한 수십 명의 나졸들이 고을에서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기와집인 최대감의 저택을 기습적으로 포위하고 들이닥쳤다. 이부자리에서 영문을 모르고 끌려온 최대감과 살인 사건에 직접 가담했던 수하들, 그리고 진실을 명백히 알고도 돈과 권력에 매수되어 입을 굳게 닫았던 아전들까지 모두 관아 동헌 마당에 굵은 오랏줄로 포박된 채 무릎이 꿇려 앉혀졌다. 이른 아침부터 들려오는 심상치 않은 소란에 구경을 나온 수백 명의 백성들이 관아 앞을 구름 떼처럼 에워싸고 숨을 죽였다.

"사, 사또! 도대체 이게 무슨 패악질이오! 내가 평생 이 고을에 기부한 쌀과 베가 얼만데, 감히 뼈대 있는 양반인 나를 이리 짐승 취급하며 길바닥에 꿇린단 말이오! 내 당장 조정에 상소를 올려 네놈의 모가지를 날려버릴 것이야!"

최대감이 시뻘건 핏대를 세우며 발악했지만, 동헌 대청 가장 높은 곳에 좌정하고 있는 사또의 얼굴은 한겨울의 얼음장처럼 차갑고 무자비할 뿐이었다. 사또가 말없이 손짓하자, 포졸들이 커다란 멍석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무언가를 마당 한가운데로 조심스레 끌고 왔다. 거친 멍석을 걷어내자, 뱀골의 마른 우물 밑바닥에서 새벽녘에 밤을 새워 수습해 온 어린 소녀의 백골 시신이 엉겨 붙은 진흙과 함께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앙상한 뼈마디 곳곳에는 여전히 날카로운 흉기에 훼손되고 부러진 흔적이 너무도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 순간,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하늘이 돌연 불길한 잿빛으로 변하더니 살을 에는 듯한 서늘한 음풍이 관아 마당을 세차게 휩쓸고 지나갔다.

"최 아무개는 당장 고개를 들어 네놈이 만든 저 참혹한 뼈를 똑똑히 보아라! 네놈의 그 썩어빠진 끝없는 탐욕을 채우기 위해 천 년의 영약을 훔치고 무고한 일가족을 잔인하게 도륙한 것도 모자라, 고작 열 살배기 어린아이를 산 채로 깊은 우물에 던져 고통 속에 죽게 만든 천인공노할 죗값을 대체 어찌 치를 셈이냐!"

"모, 모함이오!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오! 저깟 천한 심마니 놈들의 뼈다귀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이오! 저런 어린애는 본 적도..."

최대감의 뻔뻔한 거짓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허공에서 소녀의 날카롭고 한 맺힌 통곡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동시에 최대감의 목을 거칠게 조르듯,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아이의 붉은 손자국이 그의 두꺼운 피부 위로 선명하게 떠올랐다. 극심한 고통에 숨을 헐떡이며 눈알을 뒤집고 거품을 무는 최대감의 곁에서, 과거 직접 칼을 휘둘러 살인을 저질렀던 하인들이 극한의 공포에 질려 바닥에 머리가 깨지도록 찧으며 미친 듯이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희는 그저 저 대감마님께서 시키는 대로 칼을 들었을 뿐입니다! 산삼을 무조건 빼앗고 일가족의 숨통을 끊어 불태우라 명하신 것은 모두 저기 저 표독스러운 대감마님이십니다! 아이고, 목이 졸린다! 살려주십시오! 원귀가 제 목을 조릅니다!"

하인들의 처절하고 생생한 자백과 눈앞에서 백주대낮에 벌어지는 초자연적인 기현상에, 관아 마당은 찬물을 끼얹은 듯 지독한 정적과 충격에 휩싸였다. 사또는 마침내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명부전의 저승사자보다 더 서늘하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피할 수 없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하늘의 그물은 크고 성긴 듯하여도 결코 죄지은 자를 놓치는 법이 없다! 살인과 탐욕으로 인간의 도리를 버리고 하늘의 순리를 정면으로 거스른 저 극악무도한 놈들을 당장 옥에 가두고, 단 한 놈도 빠짐없이 날이 밝는 대로 참수에 처하여 그 썩은 목을 성문에 높이 효수하라! 또한 저 더러운 피로 얼룩진 놈들의 전 재산을 하나도 남김없이 몰수하여, 기나긴 가뭄과 굶주림에 고통받는 고을 백성들에게 공평히 나누어주도록 하라!"

※ 6: 맺힌 한을 풀고 남은 생의 무게를 짊어지다

죄인들에 대한 단호하고 무자비한 처단은 일사천리로, 그리고 잔혹할 만큼 철저하게 집행되었다. 탐욕에 찌들어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던 최대감과 살인에 동조한 하인들의 목이 시퍼런 작두 아래 형장에 떨어지던 날, 그동안 짓누르고 있던 저주처럼 붉었던 핏빛의 하늘이 마침내 거짓말처럼 걷히기 시작했다. 사또는 억울하게 죽어간 심마니 부부와 우물에서 수습한 어린 소녀의 유골을 곱게 정돈하여, 고을에서 가장 햇살이 잘 드는 양지바른 명당에 귀한 오동나무로 관을 짜서 함께 합장해 주었다. 성대하게 차려진 제사상에는 생전에 가난하여 먹어보지 못했을, 소녀가 그토록 원했을 달콤한 꿀 유과와 신선하고 탐스러운 과일들이 산더미처럼 정성스레 올려졌다.

사또가 무거운 관복을 입은 채 흙 묻은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직접 첫 잔을 올리며 두 번의 절을 올리는 순간, 모든 이의 눈을 의심케 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장례에 참석하여 눈물을 훔치던 수많은 백성들의 등 뒤로 한 줄기 맑고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오더니, 그 바람 속에서 어린 소녀의 투명한 환영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사또를 향해 작게 고개를 숙여 보인 것이다. 그 맑고 평온한 미소에는 지난 삼 년간 춥고 어두운 우물 밑바닥에서 홀로 겪어야 했던 지독한 원망과 찢어질 듯한 고통이 눈 녹듯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소녀의 가벼워진 혼백이 한 줌의 따스한 바람을 타고 구름 너머 하늘 높이 흩어져가자, 기나긴 가뭄으로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져 있던 메마른 대지 위로 굵직한 빗방울이 후두둑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다! 하늘에서 비가 온다! 하늘이 억울한 원귀의 한을 거두시고 마침내 우리 고을을 굽어살피셨다!"

백성들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기적 같은 단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펑펑 흘렸다. 바닥을 드러냈던 메마른 우물에는 다시 맑고 시원한 생명수가 차올랐고, 원인 모를 역병으로 수개월째 앓아누웠던 병자들의 창백한 안색에도 서서히 붉은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무고한 원귀의 피맺힌 한이 온전히 풀리자, 그동안 저주받아 꽉 막혀 있던 땅의 기운이 탁 트이며 본래의 풍요로운 생명력을 되찾은 것이다. 멀리서 백성들의 환희와 생명이 피어나는 이 장관을 조용히 지켜보던 사또의 귓가에, 황천길을 뒤로하고 떠날 때 들렸던 염라대왕의 무겁고 장엄한 목소리가 마지막 환청처럼 스쳐 지나갔다.

'기묘한 거래를 완수하고 수명을 연장받은 자여, 네게 주어진 남은 스무 해의 시간은 이제 결코 너 혼자만의 가벼운 생이 아니다. 산 자들의 세상을 어지럽히는 탐욕의 어둠을 걷어내고, 억울한 자들의 피눈물을 닦아주는 것. 그것이 죽음의 문턱을 엿보고 돌아온 네가 이승에서 평생토록 짊어져야 할 거룩한 형벌이자, 가장 위대한 축복이니라.'

사또는 조용히 눈을 감고 얼굴 위로 떨어지는 차가운 빗방울을 맞으며, 목덜미에 훈장처럼 희미하게 남은 서늘한 쇠사슬의 흉터를 짐짓 쓸어내렸다. 그의 육신은 비록 이승의 흙을 단단히 밟고 있지만, 그의 영혼 한구석에는 여전히 황천길의 서늘한 안개와 바람이 불고 있음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다가올 내일이나 미지의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단 한 번, 가장 깊은 죽음의 강을 건너 저승의 심판을 마주해 보았기에, 남은 생의 매 순간이 얼마나 무겁고 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란스러운 백성들을 뒤로하고 관아로 묵묵히 돌아가는 사또의 젖은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앞으로 남은 생 동안 닥쳐올 수많은 인간들의 흉악한 탐욕과 불의 앞에서도, 그는 지옥의 불길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저승사자이자 염라의 대행자가 되어 이 고을의 평화를 굳건히 지켜낼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칠성판을 깨고 살아 돌아온 기묘한 사또, 그의 진짜 이야기는 빗물에 깨끗하게 씻겨 내려간 맑고 푸른 하늘 아래서 이제 막 거대한 새로운 막을 올리고 있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죽음의 문턱에서 기이한 거래로 돌아온 사또의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나요? 억울한 자의 한을 풀어주고 진정한 목숨의 무게를 깨달은 사또의 행보가 흥미로우셨다면, 지금 바로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다음 화에서는 사또가 파헤치는 또 다른 기묘하고 서늘한 조선시대의 미스터리 사건이 이어집니다. 알림 설정 잊지 마시고, 다음 밤에도 저희와 함께 비밀스러운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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